최소한 등장할때만큼은 없던 인간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는게 밝혀졌다. 그리고 남성쪽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쪽에도 트리거가 존재했다는 것도 새로이 알게 되었고. 막상 사이코메트리쪽이 틀어막히고 나니 적잖이 불편한데. 단탈리안은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두었다. 최소한 유치원쪽은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지. 그쪽의 의도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갈피는 잡아두는 편이 좋을테니까.
"그래서, 보복하러 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솔직히 말해, 정보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역량에 비해서는 전투력은 형편없었고, 이정도면 대수롭지 않다 여기고 방치할 가능성도 생각해볼만한 범주 안에는 충분히 든다 할 수 있을테지만, 이런건 솔직히 겪어볼만큼 겪어본 사람의 직감쪽이 낫다는걸 단탈리안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적어도 본인은 이런 일이 생길만한 상황 자체를 피해왔으니.
나중에라도 병원에 가라는 말엔 대수롭잖게 고갤 끄덕이며 슬 자리에서 일어났더랬지. 호즈노미야 라나는 병원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니 머리 좀 찢긴 것으로 병원에 자의로 갈 일은 아마 없을테다. 의미없을 고갯짓은 나름의 예의였고, 좌우간 오래간만에 받은 호의가 싫거나 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타겟이 이쪽인데 보복은 무슨 보복. 더군다나 유치원도 갈 필요가 없어졌다. 다만, 앞으로 제법 긴장을 하고 다닐 수 밖에 없게 되겠지. 새로 생긴 의문이라면 어째서 부상을 입은 인원을 보낼 필요가 있었는가 정도일까. 교전을 통해 부상입은 남성이 죽었다. 그것을 통해 목적을 이루었다. 가장 직관적인 추론은 부상당한 남성이 죽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을 경우겠지. 그렇다면 논지를 어렵게 기워맞출 필요도, 새 정보를 찾아내려 궁리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아무튼 뭔가가, 저희를 이용하려 들고 있다는건 확실하군요. 이건 꽤 불쾌한데."
엿을 먹어 본적은 제법 많지만, 엿을 먹고도 그냥 넘어가본 적은 없다. 이번에도 방침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엿을 맥였으면, 먹을 각오도 하고 있다는거겠지? 그 편이 좋을 것이다. 각오도 안된 상태에서 먹는 엿는 맛이 더더욱 각별할테니.
멋대로 그의 말을 왜곡해 생각하며 그의 꼬리를 잡아 조물거리거나 뺨에 비벼보기도 한다 껴안는것보다는 타격감이 덜해보이는 행동들 이런 복슬복슬한 초능력이 본인의 능력보다 훨씬더 좋아보이는가보다
"귀하고 꼬리가 있다면 손바닥! 손바닥은?"
곧바로 그의 손바닥과 깍지를 끼며 말랑함을 느껴보려하지만 안타깝게도 손바닥은 평범한 사람의 손바닥이였다 그의 눈앞까지 다가온 얼굴은 조그마한 실망을 띄운다
"젤리는 없...어? 아슬란은 눈도 예쁘네"
실망도 잠시 젤리에서 눈으로 관심사를 바꾼건지 부담스러울 정도로 얼굴을 가져다 댄다 흘러내릴듯한 순도 높은 금색과 하늘을 녹여 담은것같은 색깔의 눈동자 가지고 싶어! 키스하면 나오는 색은 무슨색일까? 입에 넣어보고싶어! 무슨맛이 날까? 무수한 마음속소리와 달리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베아의 눈은 순수하게 빛을 낸다
단탈리안은 꾸벅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이정도까지 스케일이 커질줄은 생각하지 못하긴 했지만, 기왕 이렇게 된 마당에 끝을 보기는 해야겠다는게 단탈리안의 입장이다. 아무래도 최악은 면했지만, 평안을 원하던 단탈리안으로서 The Noom을 선택한 것이 그리 현명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 쓴웃음이 나왔다. 일단 경찰이 건드리지 않았을 것 같은 부분부터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보디가드도 한두명쯤 구해둘 필요가 확실히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그가 한 일이라고 한다면 소매치기범을 쫓아가서 잡은거랑 길 잃은 아이의 부모님 찾아주기랑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 내비게이션을 못 쓰는 현대인을 구제해주는 것 정도였다. 이런저런 일들을 맡으면서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밤이 되었다. 오늘은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적당히 쉬어볼까? 파커는 어느 공원에 있는 벤치를 찾게되어 그곳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러나 이 시간에도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꺄꺄-거리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물론, 아이들을 보호해줄 보호자들은 곁에서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나저나 이런 시간에도 아이들이 노는구나..."
본인은 아이다운 아이였던 기억이 없으니 좀 놀랍기도 하였다. 에너지가 넘친다고 해야할지 뭐라고 해야할지 여하간 파커의 눈에는 그런 아이들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오늘 그가 한 일이라고 한다면 소매치기범을 쫓아가서 잡은거랑 길 잃은 아이의 부모님 찾아주기랑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 내비게이션을 못 쓰는 현대인을 구제해주는 것 정도였다. 이런저런 일들을 맡으면서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밤이 되었다. 오늘은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적당히 쉬어볼까? 파커는 어느 공원에 있는 벤치를 찾게되어 그곳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러나 이 시간에도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꺄꺄-거리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물론, 아이들을 보호해줄 보호자들은 곁에서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나저나 이런 시간에도 아이들이 노는구나..."
본인은 아이다운 아이였던 기억이 없으니 좀 놀랍기도 하였다. 에너지가 넘친다고 해야할지 뭐라고 해야할지 여하간 파커의 눈에는 그런 아이들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카미유에게로 축구공이 날아왔다. 한 소년이 공을 주우러 달려왔고, 카미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축구공을 건네주었다. 소년은 인사를 하고 다시 친구들과 축구를 하러 갔다. 뒤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던 카미유는 다시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눈빛이 어딘가 서글펐다.
'그 애도 살아있었다면 저렇게 축구를 하면서 놀았겠지...'
순간 카미유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싶어 고개를 털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거야? 이제 괜찮아졌으면서... 기분이 우울해졌다. 아니야. 난 괜찮아. 난 괜찮아졌어. 3년전과 지금의 나는 달라. 난 극복한거야. 애써 자신을 설득하면서 카미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집에 가야겠어...
"...?"
근처에 있는 다른 벤치에 앉은 이가 낯설지 않았다. 여기서 만날법한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은 그 사람뿐인데...?
눈이 사르르 감겨진다. 감겨지는 흐릿한 시야 너머로 한 아이가 보인다. 저 아이의 모습은...그래, 자신이었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저렇게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역시 나의 기억력은 대단해...라고 파커는 생각하며 고개를 꾸벅꾸벅 떨구기 시작하였다. 그런 그의 귓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음..헛, 안졸았다. ...안졸았다고...조...졸았다...!"
비몽사몽하게 고개를 흔들다가 그제서야 이 목소리의 주인이 카미유인 것을 알고는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