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서늘함에 조디악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기 두려운 날씨가 이어진다. 불쾌지수도 자연스럽게 높아지니, 아무리 그라고 해도 오랜 시간 밖에 서 있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아무튼,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이 자신의 음료를 주문하고 계산까지 끝마친 사내는 먼저 자리를 잡은 단탈리안을 마주 보고 앉았다.
“아.”
잠깐의 곤혹스러운 표정이 조디악의 얼굴에 떠올랐다가, 가라앉는다. 왼손에 찬 손목시계를 툭, 툭 하고 가볍게 친 사내는 정리되지 않은 몇 마디를 내뱉는다.
“현장 투입, 확실히 한 번 하기는 했죠. 그런데, 그게 참, 이상해서.”
툭툭 끊기는 말 이후에 잠깐의 침묵.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사내는 상대가 전직 탐정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내고, 그가 이상한 일을 많이 겪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 번뿐이지만 확실히 현장에 투입되긴 했습니다. 중무장한 3인 집단이 스무 명 정도 되는 유치원생이 타고 있는 차를 빼돌린 채로 사라졌다는 사건이었는데, 이상한 것은 그 집단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죠. The Noom의 정보망을 통해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고 그곳으로 다른 인원들과 함께 투입되었는데- 납치범들이 전부 사람이 아닌 안드로이드였습니다. 이미 다른 인원들에 의해 안드로이드는 전부 파괴되었고, 그 잔해로부터 어떤 단서나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보려 했지만, 이상한 남자가 뜬금없이 나타나질 않나, 그 남자가 죽으니 안드로이드의 잔해도 감쪽같이 사라지질 않나 정말. 하, 이상하다니까요.”
앞부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뒷부분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가시나요? 조디악은 그렇게 덧붙이며 이야기를 끝냈다. 본인도 아직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혼란스러운 것이 분명했다.
한편으로는 요즘같은 세상에, 이런 뒤가 구린 동네에서는 그렇게까지 드물다고 할 일도 아닐 것이다. 오버테크놀러지라는건 어느쪽이건 편리를 보장해주게끔 발전해왔으니. 그러니 과하다는 접두사가 붙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과학의 가치중립성이라 한다면 아직도 이어지고 있을 만큼 역사가 깊은 주제겠다만은, 굳이 그쪽에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 중요한건 결과물이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파악해서 조치하는 것일 것이다.
"사건 자체야 그다지 있을 수 없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주어지지 않은 정보가 너무 많네요. 도데체 제보자는 누구고 또 중무장한... 아니, 안드로이드와 그 관련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목적은 무엇이며.... 도데체 그 남자는 무슨 연유로 그렇게 덮어놓고 죽였답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해결사라는게 죽였다 끝! 해결! ...이런 편리한 전개가 보장된 것만은 아닐텐데. 힘은 언젠가 더 큰 힘에 찍어눌리게 마련이다. 단탈리안의 그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나름의 삶의 지혜같은 것이다.
"그나마 조사해볼만한 요소라면 그 유치원이나 유치원생에 대해서겠네요. 조직에도 머리는 있을테니 죽은 남자의 신원이나 특이사항따윈 이미 조사했을테고. 요즘같은 세상에 정말 작정하고 덤벼드는 놈들이면 그 시체도 생체신호가 끊기면 작동하는 극악한 장치로 날려버리는 경우도 몇번인가 듣긴 했습니다만, 다행히도 그건 아닌 것 같네요."
단탈리안이 보기에 눈 앞의 신사는 제법 혼란스러워 보였다. 하기야, 열 길 사람속을 들여다 본들 그 뒤틀린 속내가 만들어내는 결과물따윈 그다지 볼 일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환자는 그런 마음의 뒤틀림을 병이라고 인식하고 거부하고 있다는 의미니, 이런 일을 벌이는 일도 드물었겠지.
"적어도 유치원은 한번쯤 찾아가볼 가치가 있겠네요. 조사해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혹시 납치 사건이 발발한 시각에 대해서는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그곳에서 읽어본다면, 의외로 유의미한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탈리안은 새삼 자신의 안일함을 자책했다. 좀 더 일찍 나섰더라면 조금은 더 괜찮은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사장님한테는 관심이 크게 없었으니. 좋은 사람이란걸 알긴 하지만, 그거면 충분하잖아. 굳이 주변 사람들 하나하나 신경 쓸 필요가 있던가? 거기서 무엇을 했냐는 물음에 이어지는 침묵과 쏟아지는 이야기. 허공을 향한 시선을 꼬마에게로 흘끗이던 그녀는 괜히 물어봤나. 생각하며 살짝 눈살을 찌푸린다.
"그냥 실험체였네."
귀중한 연구자료니 뭐니에, 바깥도 못나가봤다라. 가둬놓고 제것처럼 사용하려고 했나본데. 눈을 두어번 깜빡이던 그녀는 흠. 소리를 내며 파브닐을 제 무릎 위에 앉히려 한다.
처음 정보가 주어졌을 때부터 이상한 점이 있는 일이었다. 그 이상함은 실제로 현장에 간 이후부터 하나둘 불어나기 시작해 도무지 알 수 없게 끝난 일이지만.
“그렇죠. 주어지지 않은 정보가 너무 많죠…. 그 남자를 죽인 거야 아무래도…. 이 조직 자체가 어떠한 절차가 딱 있기보다는 단순무식하게 쳐부수는 식으로 해결하다 보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사건 현장에 뜬금없이 나타난 수상한 인물이고 이쪽을 공격하기도 했으니…. 다들 덮어두고 죽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호전적인 인물들도 워낙 많은 것 같으니.”
여전히 혼란스러움을 내비치며 사내는 말을 끝냈다. 이어지는 상대의 말에 혼란스러움은 가속되다 끝끝내 실례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 하고 자그마한 한숨을 내쉬고 마는 것이다.
“제가 본 그것을 그대로 공유 할 수 있다면 해드리고 싶군요. 이 일에 대하여 보고를 받은 사장님께서 조사를 해 보시겠다고 확실하게 말씀하시긴 했다만, 얼마나 진척되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따로 말씀도 없으시니.”
조디악은 잠시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런 상태로 차가운 것을 마셨다가는 머리가 잠깐 굳어버리는 거 아닐까, 하는 시답잖은 상상을 했다가 말을 잇는다.
“따로 조사를 해 보는 것도 좋은 방식이겠죠. 하지만 큰 도움은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에게도 정보는 그다지 없어요. 처음에 들은 정보도 ‘3인조 무장집단이 유치원생들이 타고 있는 차를 강탈해 달아났는데, 연락도 오지 않고 잠적을 했다.’ 이게 끝이니 말입니다. 조금 웃기죠. 사장님께 직접 물어보시는 게 빠를 것 같군요.”
마찬가지로 혼란스럽지만, 이대로 혼란스러워 하기만 하다가 끝내기엔 탐정으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질 않는다. 지나치게 부족한 정보에 대해서는 적어도 자신이 들어 알고 있는 사장의 성향을 고려하여 판단해보자면 '섣불리 파고들면 위험한 안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높기는 하지만, 적어도 실제로 그러한 것인지의 여부를 사장에게 묻는 정도는 위험하다고까지 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아쉬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교전이 발발했던 시간대와, 장소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이래뵈도 탐정으로서는 꽤 도움이 되는 능력이 있는지라. 예를 들어 이 테이블에 잠깐 손을 얹으면..."
한 시간 전.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더니 손님이 있었다. 꽤 잘 나가는걸까, 아니면 우연일까.
"한 시간 전 이 자리에는 한 쌍의 커플분이 머물러 계셨네요. 대강 말하는 것 같다면, 오너분께 질문해보셔도 좋습니다."
“네, 아무래도 저와는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 확실히 다를 테니까 말이죠. 거기다 사장님께서 따로 조사하고 계신다면- 소득이 적어도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만.”
하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사내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이 조직이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Moon 내의 사건을 해결한다고 하지만 사장에게는 올바른 방식으로 보고가 올라갈 터이니 말이다. 굳이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사장을 찾아가서 물어본다면 일개 투입 요원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해결될 문제다만, 그렇지 않으니 필시 눈앞의 상대가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일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이코메트리.”
긴말은 필요 없었다. 오너에게 굳이 물어볼 필요도. 초능력자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굳이 상대를 의심할 필요가 없었기에 그저 남자는 속으로 감탄을 하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탐정 일하기에는 도움이 되는 능력이군요. 약간 과장해서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장소와 시간대를 알려드리죠.”
주머니 속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꺼낸 조디악은 지도 앱을 열어 몇 번 터치하고선, 이전에 갔던 폐공장의 위치를 알아내었다. 그 옆에 교전이 일어났던 시간대를 필기한 후, 상대에게 핸드폰을 밀어 보여주려 한다.
조디악은 사내의 말에 그렇게 대답을 했다. 조디악 자신이 The Noom에 들어온 이유야 [검열됨]이었지만.
남자는 상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이런 능력을 갖춘 탐정이라면 안심하고 제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탐정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이름을 들어 보지 못하였다는 점은 일을 해결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자신의 존재를 남에게 쉬이 알리지 않는다. 라고 한다면 단번에 이해가 가능한 일이고.
“좋은…. 이야기군요. 개인적으로 궁금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니, 무언가 알아봐서 알려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남자는 사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서에서 온 연락을 받고 급하게 상담소를 나오느라 정리할 것들이 조금 남아있다는 게 마침 기억나기도 했고. 그것을 치우는 것이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었으나, 그의 성격에 오랜 시간 동안 그것을 내버려 두는 것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