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레스토랑스과 같은 이 곳에서 재료라던가 레시피가 맘에 안든다는 사람은 아마 해스 밖에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였다. 자신은 이런 곳에 거의 발을 붙인 적이 없으니 자세한 내막을 모르겠지만 사람들마다 나름 생각이 있는 것이니 더 이상은 말하지 않는게 최선이라고 나름대로 결론 직었다.
해스의 요구에 맞춰 곧 바로 파커가 대답해주었다. 이제까지의 해스의 성격을 조합해보자면 이미 충분히 나올 말이기도 하였으니 파커 본인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해보였다. 차려진 음식들 중 빵을 한입 물더니 맛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해그러스는 나름 음식에 진지한 성격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 ... 다음에 엘리형씨를 불러서 얘기해볼까나?
"에, 글쎄~ 그냥 어디봤다고 해도 최근에 같이 활동한게 있지 않았던가 싶기도 하고~ 근데, 그렇게 신경쓰이는거야?"
나의 모습을...봤구나! 같은 느낌으로 쳐들어올거 같은 해스의 말에 파커는 나름대로 적당히 대답해주었다. 그야 그렇지 않은가 본인은 도박장 같은 곳에서는 잘 가지도 않은 편이니 이곳말고는 볼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겠지?
"헤에, 그렇구나~ 어찌보면 다른 직장이라도 가진 듯한 분위기네. 아, 그래도 나는 도박 같은거 잘 못하는 편이라 들르는것은 좀 어떨까 싶네 응응"
요렇게 귀여운 표정을 하고 말하는데,솔직히 말하면 조금 마음이 흔들렸다. 한 1.2초정도는,그리고 이 녀석이 평소에 하던 행동을 생각하니 아아주 가증스럽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야,니가 언제부터 그렇게 밝고 순수한 꼬맹이였어?! 평소에는 2단점프 하고 헬륨가스 마신것 같이 구는 꼬맹이였잖아?!
"오글거리는건 잘 아네,근데 뭐? 늙은이? 저기요? 아직 오빠거든요? 나이 40전까지는 오빠고 40 넘어서는 삼촌이지,늙은이가 뭐냐고오오오!!!"
이 꼬맹이가 진짜! 다음에는 진짜 아프게 치료해야 정신을 차릴라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이를 뿌득뿌득 간다. 어휴,진짜 얘 어머니 실제로 보고싶다. 얘 어머니 실제로 보면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얘기를 해주고 돈 왕창 뜯어내주겠어! 으아아아!!!
어쨌든 이렇게 떠드는 사이 1121 얘는 바나나우유도 다 마시고 카스테라도 다 먹은 모양이다. 나는 빈 우유통을 재활용 쓰레기통에 던져본다. 들어가나? 들어가나? 아...아쉽게도 들어가지 않았다. 우유통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씁,이러면 재수가 없다는 뜻인데.
"앞으로 피 흘리면 바나나 우유랑 고칼로리 음식 많이 먹고 푹 자,알았지? 내 치료 받으면 피가 다시 차긴 하는데 그 피는 좀 부족한 부분이 많아. 그래서 좀 영양 보충하고 휴식 취해서 멀쩡하게 만들어야 해. 헌혈을 해도 빵이랑 우유를 배 터져라 먹는데,그렇게 피 흘려대고 멀쩡하길 바라면 도둑놈 심보다."
무덤덤한 그의 말투 속에서 중요한 것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렇게까지 신경쓰면서 물어보는데 역으로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엄청 피곤해질 것 같으니 물어보는 것은 관두도록 하였다. 호기심이 가득한 파커에게 있어서는 이 질문을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은 조금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맛없이 먹네...이런 곳까지 오면 다들 돈 때문이라도 좋아하는 척이라도 할텐데 말이지."
주문한 음식들 중 하나인 미트볼 스파게티를 게걸스럽게 먹으면서 파커가 말하였다. 파커는 아마 지금 여기에서 가장 맛있게 먹는 사람들 중 한명이 아닐까?
"나도 예전에 도박같은거 해보다가 크게 다쳐서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거같네. 뭐, 그것 때문에 이후로 도박은 하지 않지만 말이지."
"니예니예. 알겠슴다, 오라버니. 그렇지만 나보다 늙은 건 맞잖아여. 그래도 앞으로 늙은이라고는 안 부를게여! 아직 40 되려면 약간 남았으니까 오빠라고 해 드리져!"
입을 비죽비죽거리며 말해봅니다. 그러다가 오빠야가 던진 우유통이 바닥으로 떨어지네요. ......아,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저거 주워서 제대로 버려버렸다. 여러분 모두 쓰레기를 던지지 말구 제대로 버립시다! 왜냐하면 내가 치워야 되거든. 그러니까 다들 제대로 버립시다!
"그리구 고칼로리 음식은 안돼요. 살 뺄거야...... 그렇지만 생각해보니까 내 능력이 피 쓰는 거라서 좀 찌우는 게 나을 것도 갖구... 아무튼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저는 이만 푹 자러 가볼게요~......"
아아, 졸려. 목소리가 멋대로 느릿느릿해졌다. 어떡하지. 그러니까 그냥 자러 가버릴까. 아니 자러 가야겠지.
"아무튼 하는 짓은 귀여운데 덩치는 산만한 오빠야, 난 이만 가볼게여. 푹 자고서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오겠슴다. 그럼 빠이빠이에요~"
치료받았던 왼손을 흔들흔들 흔들어보여요. 그리구 저는 이제 자러갑니다. 푸우우우우욱 자러 갈 거에요. 왜냐하면 저 의사 오빠야가 자랬어.
호형하는 사이가 되었으니 말도 편히 놓아도 되겠지. 제냐가 이런 구석에서 딱딱하게 구는 기색이 없어 보였기에 슬쩍 말을 텄다.
"좋지."
대답은 흔쾌히 했는데, 막상 남에게 그간 싸웠던 경험담을 털어놓으라 하니 이 심오하고 싱숭생숭한 부담감을 뭐라고 해야 할까. 여하간 눈 앞의 제냐가 짐짓 진중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것에 얽매여 있을 시간은 없었다.
"나에겐 사자로 변하는 능력이 있어. 총칼이니의 무기보다 여기에 의지해버릇 해서, 사자의 수인이나 완전 수화로 근접 전투를 벌이는 일이 잦지. 사실 능력도, 무술도 지근거리를 확보해야 제 기량을 발휘하는 유형이라 막상 까다로울 때도 있지만, 맨손으로도 전투에 임하기 수월하다는 점과 사자의 거대한 형태로 이목을 끌기 적합한 것도 이점이겠네."
정확히 크기를 잰 경험은 없지만, 눈 대중으로 자신의 사자화를 가늠해 보면 그만한 크기로 순식간에 전장의 주의를 끄는 것은 손쉬워 보였다.
드디어 해스가 포기(?)한 분위기를 내자 그제서야 파커는 안심했다는 듯이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전혀 변하지 않으듯하면 그건 기분 탓일거다.
"뭐, 나도 돈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지만 Noom에서 활동하는거로 끝이라 조금 소소하게 쓰는 편이라고나 할까? 어째 해스는 내가 보기에 돈이 많아서 상관없다는 분위기인거 같네. 도박사이기도하구."
무신경한 말에도 파커는 사족을 길게 늘이면서 말하였다. 그 와중에 해스가 계속 맛없다고 하는 빵을 우물우물 먹으면서 말이다. 자신의 능력을 초감각이라고 밝힌 해스는 그제서야 왜 이런 곳의 음식이 입에 안 맞는지에 대해 말해주었다. 호오호오 그런 이유였군요.
"오감이 아주 예민해다니 어떤 의미로는 대단한데 이런 음식도 조금이라도 입에 안 맞으면 먹기 힘들다니 곤란한걸. 그럼 해스는 쓰레기 장 같은 곳에는 절대 못가겠다. 숨을 못쉬겠네. 하하."
파커는 그렇게 말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그런데 그런 쪽이면 쪼오금 나랑 비슷하려나~ 나는 전기 능력자인데 전기가 계속 몸 주위에 맴도는 느낌이거든. 그래서 머리가 언제나 이렇게 뻗쳐있고 목욕탕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이 찌릿찌릿해 하고 겨울철에는 무조건 상대에게 정전기가 나서 곤란하단 말이지. 능력이 있더라도 이렇게 일상생활에 불편한다면 정말로 곤란해서 힘든 그 마음 알거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