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꽤나 여린 사람이였던 듯 하였다. 나로서도 선배가 걱정이 되었었고... 글쎄, 잔소리를 하는 사람의 심정이 거의 다 그렇지 않았을까? 하지만 말이야, 대충이나마 대꾸를 하는 선배를 보니 그런 심정을 잠시 접어버린다.
"...?"
느린 눈치로 그제야 진혁 선배의 기색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채었지, 평소라면 친근하고 밝은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을 터였다. 떨떠름하게 눈을 천천히 깜박이며 멍청히 서 있다가, 차마 예상치 못한 질문이 훅 날아들어온다.
- 진짜 우현이 동생 맞아?
"...그게 무슨 말..."
그 말을 듣자마자 그런 말을 내뱉어버린 나는 지금 당혹감만이 가득 들었다. 시선을 내리 깔며 눈을 피하는 선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말로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가 '김우현'이 맞냐고? 그래, 나는 '김우현'이지. 내 정체감에 대하여 혼란을 느낄 나이는 지나갈 즈음이였다. 하물며 타인에게 내가 김우현이냐고 물어보더라도 상대는 당당히 -그러나 조금 황당하다는 듯이- 제가 '김우현'이 맞다는 답을 내놓을 것이였다. 하지만, 만난 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하던 선배가 나에게 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내가 누구냐고.
...무엇이 잘못 되었던 것일까? 감히 예상을 해보건데. 그날에 진혁 선배가 본 풍경을. 다시 마주친 그 교실에서... 짙은 혈향을 기억한다. 하나 선배가 쓰러져 있었던 것도 기억한다. ...내가 그 교실에서 사망을 했었다는 것도.
"...저, 김우현 맞아요."
애써 웃어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아, 하지만 표정 관리가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입꼬리 근육을 움직이려 해도 잘 되지 않았지. 결국 나의 시선마저 바닥을 내리친다. 갑자기 저에게 그런 질문을 한 진혁 선배에게서 묘한 벽이 느껴져서... 목구멍에서 목소리를 애써 끌어올리려 한다.
"그러니까... 진혁 선배랑은 백물어때 만났었고, 처음 탐색을 하기 전에도 대화를 했었잖아요. 사진에 대해서 대화도 나누고... 어... 점심마다 방송을 들었었고 목소리를 기억한다는 것도..."
끝으로 갈수록 웅얼거림이 더해져서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저도 알아들을 수 없을 지경이였지. 하지만, 말을 할 수록 나로서도 점점 알 수가 없어졌다. 내가 어째서 선배에게 이런 변명을 하고 있는지. 그날, 내가 정말로 죽었었던 것인지. 내가 어째서 살아난 건지.
자신이 우현이 맞다는 말을 듣고서,그제서야 그쪽을 올려다보았다.정말,진짜?하지만 사람은 한번 죽으면 같은 모습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사실 그런건 다 뻥이고 다시 돌아올수 있는 것이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가볍게 지워버리고,빤히 후배님을 바라본다.
"......맞아,응..그랬어. .....기억해주는걸 보니..."
우현이 동생 맞구나.그제서야 의심을 조금 풀고서 울듯 웃을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너무 기쁘고.그리고 쓸데없이 의심한 것에 대해 미안하기도 하고,또 진작 반겨주지 못한게 많이 마음에 걸려서.분명 우현이 동생도 자신의 그 발언에 대해 상처받았을 터였다 정말 제대로 의심하자면 이것만으로는 진짜 자신임을 증명할 단서가 되지 않는다고 몰아붙일수 있을 터였다.하지만 그것 이외에 자신이 진짜임을 설명할 방법도 없었을 뿐더러,지금으로써는 더 그러기 싫었다.
"........내가 처음에..그 광경 보고서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는지 알아..?"
"진짜..다시는 다들 못 볼거라고 생각했는데에..."
그때 차마 다 못 흘린 눈물이 지금에서야 나오는것같은 기분이었다.길 한복판에서 이러기는 창피하고 쑥쓰러웠기에 왠만하면 참으려고 했었지만,지금은 눈물을 참을수가 없었다.그때,그때 내가 얼마나 무서웠었는데.먼저 의심했던 주제에 미안하다며 말을 이으면서도 훌쩍거림은 잦아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지금은...지금은 그저 조금 더 울고 싶었어.
"내가 진짜 미안해..."
..그리고 뒤늦게야 깨달았다.저쪽이 진짜 우현이든,아니면 다른 세계의 우현이든 그런건 상관 없다는 것을.그런걸 따지는것은 정말 남 생각은 할줄 모르는 머저리들이나 한다는 짓을.
//답레와 함께 갱신~!지녁이 좀 이상하네요 지혼자 의심하고 지혼자 안심해서 울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려니 해주세요 ㅠㅠ
알고 있었다. 내가 말하고 나서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말이라는 것을. 더군다나 이미 자신의 눈 앞에서 죽었던 사람이 살아돌아온다면, 정말로 다시 살아났다는 기적같은 이야기보다는, 그 사람이 가짜였다는 절망적인 이야기가 더욱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정말로 '김우현'이 맞고, 그에 대해서 증명할 방법은 이정도 뿐이였다. 그러니까, 그 사실을 수긍해 주고 말고는 선배가 판단할 문제였지. 그러기에, 나는 그저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갤 숙이고 있을 뿐이였다. 그에 진혁선배는....
의심을 풀고 보이는 웃음에 눈을 크게 뜨고선, 눈을 깜박깜박. 믿어주는 거야? 정말? ...솔직히 두려웠었다. 혹시나 나에 대해서 믿지 않을까봐서, 그에 대해서 더 추궁을 할까 봐. 그제야 조금 더 편해진 미소를 입가에 띄운다. 다행이야.
"...믿어줘서 고마워요."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훌쩍이면서 하는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이해할 수 있으니까."
물론 속상하긴 했지만... 정말로 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그저 선배의 어깨를 토닥여 줄 뿐이였다. 죽기 직전에 보았던 풍경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고 절망스러웠는지도.
계속 위로를 전하고 싶었지만, 긴장이 풀려서 일까, 아니면 그때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나서 인걸까. 코 끝이 시큰거리기 시작하였다. 안돼. 나까지 울면... 하지만 한번 튀어오르기 시작한 감정선을 주체하기는 힘들었지.
"진짜... 무서웠어요... 하나 선배도 그렇게 되고... 아프고 진짜 아파서..."
끔찍하도록 무서웠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기만 해도 자동적으로 몸이 떨려오고 울부짖고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이미 겪어보았던 일이였지만, 역시 익숙해지질 않았다.
두 사람은 앞으로 갑니다. 이 순간에도 균혈은 점점 더 심해지고, 무지개빛은 잿빛이 되어갑니다. 한 발 한 발 뻗으면 뻗을수록 균혈은 당신들이 향하는 그 방향으로 갈수록 커겨저 빠질 위기가 더욱 심해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습니다만... 결국 원래세계이든 그 괴물차원이든 한 곳에 도착하려던 그 때에 입구부터 그 차원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다시금 어디론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누군가가 뺨을 가볍게 두들기는 감각에 눈을 떳습니다.
"야. 야. 너희들 괜찮아? 뭔일이 있던거야?"
두 사람에기는 이젠 익숙한 한 밤중의 학교의 모습과 함께 보건실에서 당신들을 침대이 눕혀둔 채로 소곤거리는 진혁과 함께 피곤해보이는 정숙, 산이와 하나, 지안의 모습이 보입니다. ...과연 여기에선 그동안 무슨 일이 있던것일까 싶을만큼 그들은 당신들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가고 있었지만 입구가 너무 멀었다. 무지개빛의 길은 금방이라도 우리를 떨굴 기세로 빠르게 무너져 가고 있었으며, 죽자살자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지만 어찌못할 불안감에 손은 축축히 땀에 절어간다. 결국,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입구를 눈 앞에 두고 허망하게 떨어져버리는 것이였다. ...허무하게, 죽나 싶었지만. 눈을 감은 순간에 뺨에서 가볍게 느껴지는 감각에 다시 눈을 뜨니... 익숙한 학교와, 행색이 조금 너덜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평소의 모습과 가까워 보이는 선배들...과 박정숙.
"뭔소리야? 멀쩡하게 탈출했구만! 귀신이라도 본 표정이네. 아... 하긴. 우리 빙감전까지 다 거기있다 왔었지."
우현은 문득 저들이 입은 교복의 디자인이 약간 다름을 알아봅니다. 어 설마...?
"그러고보니 너도 그러지 않았어? 우리가 올 때 까지 몇일은 거기에서 있던 것 같다고."
그러자 몹시 지쳐보이고... 마지막으로 보았던 때에 비해서 살이 꽤 빠진 것 같은 정숙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난 선배들이 처음엔 장난치려고 이상한데 둔건줄 알았어요. 아니면 나한테 마약을 먹였던가... 거기 있는동안 그런게 세상에 있는줄은 몰랐는데..."
"나도, 이제 재미 없어졌어."
정숙과 지안의 표정이 둘 다 좋지 않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좀 어두운 표정을 지었는데...
"그래도 다들 무사히 나왔잖아?! 아까 그전에 왔던 우리들도 마주쳤을 때에도 말이지... 그때가 우리 그 무지개를 건너던 도중이였잖아. 그때 기억나지? 맨 마지막에 너희들이 떨어졌을때말이야. 에제 막 모두가 다 건너서 다시 돌아오는줄 알았는데 잘 해결되었잖아. 근데 그 때 나 너희들 이제 못 보는줄 알았거든? 그런데 순간적으로 누가 손을 뻗어서 너희들을 붙잡고 잡아당기는 덕분에..."
하나가 두서없이 떠드는 말들을 듣는 당신은 의아할겁니다. 이건... 오. 그녀가 말한 상황같은거 당신은 몰라요! 그녀의 말을 들으니 기절할 때 누군가가 손목을 붙잡아즌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나머지는 전부 처음듣는 이야기 입니다.
결국 잘못 와버렸잖아! 할말을 전부 잃어버리고 그저 탄식에 가까운 감탄사를 내놓았다.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건데, 아무래도 같이 무지개 길을 건너다가, 떨어질 뻔한 나와 진혁선배를 간신히 붙잡았다... 라는 사건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알리가 없지. 모종의 이유로, 그 떨어져 버린 둘과 뒤바뀌어 버린 듯 하였디. 적어도 조금 전 세계보다는, 별 차이는 없어 보이긴 했지만...
"...하아..."
그저 동태눈을 하고 허공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 쉴 뿐이였다. 일이... 잘된 것인지 잘못된 건지. 저번의 세계에서는 그나마 원래 세계로 돌아가도록 도움을 준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조력자도 없어 보이니, 또다시 원래 세계 돌아가려 한다면 갈 길이 막막했었다.
"...선배들은...아니 저희들은 어째서 밤 학교에 온 것이였나요? ...이제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죠?"
지안이 당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손으로 부채질을 해줍니다. 하기야. 그녀는 당신의 상황이 어떤지를 모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건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인지라 우현의 질문에 얘가 왜 저러냐는 표정으로 진성은 일단 대답해줍니다.
"우리 둘은 상아때문에. 상아를 추모하는 뜻으로 상아가 죽기 전에 다같이 땅에 뭍기로 하고 상아 쉬는날을 기다리던 타임캡슐속에 원래 상아가 넣으려던 물건이랑 상아가 우리한테 주거나 상아네 가족이 못챙겨간 상아 물건을 넣기로 했는데 어른들 보면 난리칠 것 같아서 밤에 모이기로 했는데 너희들이랑 전부 마주쳤고... 얘가 막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왠 무서운거랑 튀어나오고..."
"그게 아니잖아요?! 기억 안나요?! 왠 백물어를 한다면서 부르더니..."
어? 잠깐? 정숙군? 뭐라고요?
"너야말로 뭔소리야 아까부터?"
"아!! 이젠 이런일 다 지겨워! 신고는 안 할게요, 그치만 전 더이상 이런일 엮이고 싶지도 않으니까 저 부르지 마요!"
정숙이 거의 발작을 하는 것 처럼 말하자 결국 다른 일행들이 다시금 달래줍니다. 음. 일단 여기는 당신의 예상대로 다른 차원인 것 같군요.
괜찮아요. 말 뒤에 저는 미치지 않았어요.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치고 나오려다 겨우 그만두었다. 더 이상 말을 하면 손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으니... 확실히 우리들은, 이곳의 하나와 진성 선배와는 다른 일을 겪은 것 같았지. 타임캡슐, 상아의 물건, 추모... 기묘한 단어가 섞여 있었지.
"잠시만, 추모...라니요? 상아 선배는 어떻게 된거에요...? 그리고..."
...? 이해를 좀 더 빠르게 하고 싶어도, 너무 많이 튀어나오는 정보가 처리 속도를 느리게 하였다. 자, 일단 진정하고, 침착하게 침착... 하나선배와 진성선배는 타임캡슐을 묻으러 밤 학교를 찾았고... 그 곳에서 우리들과 마주쳤다. 하지만 정숙이는 우리와 같은 백물어라는 사건을 겪었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정숙이는 이 세계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걸까?
"...?"
침대에서 일어서려다가, 무언가가 깔려있었다는 감각을 깨닫게 되었다. 뒤적이다가 이불 속에서 꺼낸 그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