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굉장히 정신없고 또 이상한 일이 가득했다.백물어 때의 이야기들과,그 다음날의 악마와는 견줄수도 없을 만큼 위험하고.또 이상하면서도 기괴한 일.진혁의 작은 머리로는 차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들이었기에,요즘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오죽했으면 지금의 자신도 사실 한번 죽고서 다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지내는건 아닐까.이 세계는 과연 정말로 원래 세계일까.사실 원래 새계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밤을 지새웠을까?
"..편안해애-"
그랬기에 지금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생각 정리가 완벽하게 끝나지는 않더라도,최소한의 휴식 시간이 필요했다.이대로 계속 간다면,분명 자신의 정신세계는 산산히 부서지고 망가져 폐인이 되어버릴 느낌이었으니. 귀에 이어폰을 꼽고,듣기 좋은 잔잔한 노래를 틀어놓고 벤치에 앉아 있으니 정말 편안했다.사람들이 많이 지나는 번화가에 놓인 벤치라 주위가 시끄럽다는 게 많이 아쉬웠지만,어짜피 이어폰을 끼고 있었기에 핸드폰의 볼륨을 높이면 해결될 문제라 그리 크게 개의치도 않았다.
너무나도 편한 벤치와 평화로운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스르륵 눈이 감겨왔다.이런 곳에서 기절잠하면 누군가 무조건 업어갈거라는 부장 형아의 경고가 있었지만.....너무 피곤하니 어쩔수 없잖아. 그대로 벤치에서 길 잃은 고양이마냥 새근새근 잠들어있던 진혁은,어느 순간 잠이 깨었다.시계를 보니,조금 시간이 지나 있었지만 오전이었던 시간대가 밤이 되어있거나 하지는 않은.그러니까 그렇게 큰 시간 차이는 아니었다.
"1~2시간정도밖에 못 잔걸까,나.."
늘어져라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고 주위를 살펴보았다.그 사이에 누군가 동전이라도 두고 가지 않았을까 싶옸지만 그런 건 없었다.그리고 정말 다행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업어간것같지도 않았고. 바닥에서 이리저리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던 닭둘기들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귀여워."
제 키의 반에 반도 안 되는 자그만 새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게 귀여웠는지,엄마미소를 짓고 그리 말하던 진혁은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더니 다시 돌아왔다.손에 들려있는건 소세지였다.비둘기가 소세지도 먹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좋은게 좋은거겠거니 싶은 모양이다. 소세지를 내빌자 비둘기들이 열심히 먹기 시작한다.그런 비둘기들을 보며 다시 귀엽다고 해 주는 진혁이었다.
온몸의 피가 구멍을 통해 전부 빠져나가는 감각을 생생히 기억한다. 이가 딱딱 부딫쳐오는 한기에 눈은 미친듯이 따갑지, 게다가 피는 주체할 수 없이 나오니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고, 나오는 피의 촉감은 질척질척.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였다. 아니 익숙해지면 안되지 그건. ...하나 선배가 죽어가는 것을 눈 앞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다시는 그런 풍경, 볼 수 있을리가. 떠올리기만 해도 정말로 정신이 어떻게 되버릴것 같아.
그래도, 그래도... 아직은 포기는 할 수 없었다. 아마도 진짜로 미쳐버린 걸지도 모르지.
...그날에 대한 것은, 머리속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주말이였지만 집 밖으로 나왔다. 당장의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건... 자취방 냉장고 안이 텅텅 비어있었다는 것. 그야말로 텅 비어있었지. 여기저기 샅샅히 살펴보아도 계란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집에서 보내온 반찬도 전부 떨어진지 오래고. 결국 밖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혼자 살면 이런게 불편하다니까."
항상 들고다니는 카메라 가방의 끈을 꾸욱 쥐고, 멀리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조금 커다란 마트에 갈 필요성이 있었으니.
- 버스를 타고 도달한 곳은 번화가였다. 조금 더운 날씨에도 바쁜 듯이 사람들은 바삐 서로 갈 길을 간다. 잠시 멍하니 정류장에서 제 갈 길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바라보다가, 겨우 발을 떼었다. 나도 제 갈길 가야지. 장 봐올 물품들을 써놓은 종이를 다시 한번 꺼내었다. 조금 많이 만져서 그런지 종이가 많이 너덜거리긴 했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며,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계산해보았다. 계란, 3분 카레, 라면, 진혁 선ㅂ... 어 진혁 선배...?
"진혁 선배...! 거기서 뭐하세요?
...시야 구석에서 용케 진혁 선배를 발견하였지. 잊고 있었겠지만 시력 만큼은 좋기도... 음 넘어가자. 왠지 모르게 주위에 비둘기들이 많았다. 아, 선배가 소세지를 뿌리니 당연히 몰려들고 있겠지.
"어어... 비둘기는 좀 찝찝하지 않나요...?"
닭둘기들이 날아가지 않도록 조심히 다가가며 -그래도 슬슬 피하기만 할 뿐 날아가지는 않더라- 선배에게 재차 말을 걸었다.
토요일 결국 무리한데다가 가족분의 감기가 옮으면서 생리까지 터지고 심하게 앓게 되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다른 가족분중에 유일하게 운전 가능한 분이 같이 앓게되어서 1박까지 더 해서 오늘에서야 폰잡을 기력이 생겼군요. 하지만 오늘도 계속 열이 내렸다 말았다 해서 내일이나 모레까지 더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어... 레주 어서오세요... 아프셨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ㅠㅠㅠㅠㅠㅠ 으윽 그나저나 생리랑 감기가... 끔찍하네요... 금방 나으셨으면 좋겠어요... 조심히 돌아오시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요즘은 많이 정신이 없어가지고...(._. ) 정말 괜찮은 거에요!
전에 일상 돌리다가 말없이 기절잠해서 미안해요 우현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답레 잇다가 기절잠 각이라서 말할까 말까 하다가 답레쓰고 말씀드려야지 했는데 몸이 못 버텨줬어요..오늘 오전~오후중으로 얼른 이어올게요!지금 잇기에는 알바 출근해야해서 좀 힘들거같아요 ㅠㅠ 캡틴 넘 걱정했어요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흑 다 나으셨다니 렬루 다행이에요!!!!야호 캡틴 보고싶었어요!!!!!!!!(와락
한참 닭둘기들을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누군가의 목소리가 이어폰 너머로 어렴풋이 들려왔다.어디서 많이 들어본,익숙한 목소리 톤..
"..우현이 동ㅅ..."
저도 모르게 반갑게 미소지으며 우현을 반기려던 진혁은 잠깐 뜸을 들이더니 표정이 굳었다.자신은 우현에게 무슨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좋은 동생이면 좋은 동생이었지 절대 그 이하로 떨어질 리는 없었으니까.응. 그렇지만 지금 진혁의 심기를 건든 것은,우현 역시 죽었었다는 것이었다.분명 하나와 진성과 함께 죽었던걸 자기가 똑똑히 봤는데,어떻게.
"..."
진혁은 그만 입을 꾹 다물었다.감정이 착잡했다.차라리,차라리 그때 직접적으로 죽어있는것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러지는 않았으련만,어째서 나는. 평소처럼 후배님을 웃으며 대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진짜일까,가짜일까.대체 정체가 뭐야?
"..으응,찝찝하기는 하지.."
그보다 훨씬 더 찝찝한 일이 있다는듯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시 우현을 바라보았다.매일 보는 얼굴이었다.전혀 낯설지 않아.그럼에도 쉽사리 믿을수 없는 건...왜일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그때 받은 충격이 너무 컸기에,머릿속이 상당히 혼란스러웠다.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어째서 그날 그곳에 간 사람들은 전부 죽었는데 우현이 후배는 살아돌아온것인지.익숙함에 숨어들어 숨통을 조여오는 무언가일까?
"...우현이 동생.이런말 하긴 미안하지만.."
"......진짜 우현이 동생 맞아..?"
결국 불신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버렸다.그것이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을 알기에 금새 미안하다고 말하며 시선을 살짝 내리깔았다.그래도..그래도 아직까지는 믿기 힘들었으니까.
선배는 꽤나 여린 사람이였던 듯 하였다. 나로서도 선배가 걱정이 되었었고... 글쎄, 잔소리를 하는 사람의 심정이 거의 다 그렇지 않았을까? 하지만 말이야, 대충이나마 대꾸를 하는 선배를 보니 그런 심정을 잠시 접어버린다.
"...?"
느린 눈치로 그제야 진혁 선배의 기색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채었지, 평소라면 친근하고 밝은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을 터였다. 떨떠름하게 눈을 천천히 깜박이며 멍청히 서 있다가, 차마 예상치 못한 질문이 훅 날아들어온다.
- 진짜 우현이 동생 맞아?
"...그게 무슨 말..."
그 말을 듣자마자 그런 말을 내뱉어버린 나는 지금 당혹감만이 가득 들었다. 시선을 내리 깔며 눈을 피하는 선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말로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가 '김우현'이 맞냐고? 그래, 나는 '김우현'이지. 내 정체감에 대하여 혼란을 느낄 나이는 지나갈 즈음이였다. 하물며 타인에게 내가 김우현이냐고 물어보더라도 상대는 당당히 -그러나 조금 황당하다는 듯이- 제가 '김우현'이 맞다는 답을 내놓을 것이였다. 하지만, 만난 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하던 선배가 나에게 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내가 누구냐고.
...무엇이 잘못 되었던 것일까? 감히 예상을 해보건데. 그날에 진혁 선배가 본 풍경을. 다시 마주친 그 교실에서... 짙은 혈향을 기억한다. 하나 선배가 쓰러져 있었던 것도 기억한다. ...내가 그 교실에서 사망을 했었다는 것도.
"...저, 김우현 맞아요."
애써 웃어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아, 하지만 표정 관리가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입꼬리 근육을 움직이려 해도 잘 되지 않았지. 결국 나의 시선마저 바닥을 내리친다. 갑자기 저에게 그런 질문을 한 진혁 선배에게서 묘한 벽이 느껴져서... 목구멍에서 목소리를 애써 끌어올리려 한다.
"그러니까... 진혁 선배랑은 백물어때 만났었고, 처음 탐색을 하기 전에도 대화를 했었잖아요. 사진에 대해서 대화도 나누고... 어... 점심마다 방송을 들었었고 목소리를 기억한다는 것도..."
끝으로 갈수록 웅얼거림이 더해져서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저도 알아들을 수 없을 지경이였지. 하지만, 말을 할 수록 나로서도 점점 알 수가 없어졌다. 내가 어째서 선배에게 이런 변명을 하고 있는지. 그날, 내가 정말로 죽었었던 것인지. 내가 어째서 살아난 건지.
자신이 우현이 맞다는 말을 듣고서,그제서야 그쪽을 올려다보았다.정말,진짜?하지만 사람은 한번 죽으면 같은 모습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사실 그런건 다 뻥이고 다시 돌아올수 있는 것이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가볍게 지워버리고,빤히 후배님을 바라본다.
"......맞아,응..그랬어. .....기억해주는걸 보니..."
우현이 동생 맞구나.그제서야 의심을 조금 풀고서 울듯 웃을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너무 기쁘고.그리고 쓸데없이 의심한 것에 대해 미안하기도 하고,또 진작 반겨주지 못한게 많이 마음에 걸려서.분명 우현이 동생도 자신의 그 발언에 대해 상처받았을 터였다 정말 제대로 의심하자면 이것만으로는 진짜 자신임을 증명할 단서가 되지 않는다고 몰아붙일수 있을 터였다.하지만 그것 이외에 자신이 진짜임을 설명할 방법도 없었을 뿐더러,지금으로써는 더 그러기 싫었다.
"........내가 처음에..그 광경 보고서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는지 알아..?"
"진짜..다시는 다들 못 볼거라고 생각했는데에..."
그때 차마 다 못 흘린 눈물이 지금에서야 나오는것같은 기분이었다.길 한복판에서 이러기는 창피하고 쑥쓰러웠기에 왠만하면 참으려고 했었지만,지금은 눈물을 참을수가 없었다.그때,그때 내가 얼마나 무서웠었는데.먼저 의심했던 주제에 미안하다며 말을 이으면서도 훌쩍거림은 잦아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지금은...지금은 그저 조금 더 울고 싶었어.
"내가 진짜 미안해..."
..그리고 뒤늦게야 깨달았다.저쪽이 진짜 우현이든,아니면 다른 세계의 우현이든 그런건 상관 없다는 것을.그런걸 따지는것은 정말 남 생각은 할줄 모르는 머저리들이나 한다는 짓을.
//답레와 함께 갱신~!지녁이 좀 이상하네요 지혼자 의심하고 지혼자 안심해서 울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려니 해주세요 ㅠㅠ
알고 있었다. 내가 말하고 나서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말이라는 것을. 더군다나 이미 자신의 눈 앞에서 죽었던 사람이 살아돌아온다면, 정말로 다시 살아났다는 기적같은 이야기보다는, 그 사람이 가짜였다는 절망적인 이야기가 더욱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정말로 '김우현'이 맞고, 그에 대해서 증명할 방법은 이정도 뿐이였다. 그러니까, 그 사실을 수긍해 주고 말고는 선배가 판단할 문제였지. 그러기에, 나는 그저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갤 숙이고 있을 뿐이였다. 그에 진혁선배는....
의심을 풀고 보이는 웃음에 눈을 크게 뜨고선, 눈을 깜박깜박. 믿어주는 거야? 정말? ...솔직히 두려웠었다. 혹시나 나에 대해서 믿지 않을까봐서, 그에 대해서 더 추궁을 할까 봐. 그제야 조금 더 편해진 미소를 입가에 띄운다. 다행이야.
"...믿어줘서 고마워요."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훌쩍이면서 하는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이해할 수 있으니까."
물론 속상하긴 했지만... 정말로 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그저 선배의 어깨를 토닥여 줄 뿐이였다. 죽기 직전에 보았던 풍경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고 절망스러웠는지도.
계속 위로를 전하고 싶었지만, 긴장이 풀려서 일까, 아니면 그때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나서 인걸까. 코 끝이 시큰거리기 시작하였다. 안돼. 나까지 울면... 하지만 한번 튀어오르기 시작한 감정선을 주체하기는 힘들었지.
"진짜... 무서웠어요... 하나 선배도 그렇게 되고... 아프고 진짜 아파서..."
끔찍하도록 무서웠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기만 해도 자동적으로 몸이 떨려오고 울부짖고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이미 겪어보았던 일이였지만, 역시 익숙해지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