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들려온 음성이 귀에 익었다는 것에서 눈치를 챘어야했는데, 들어간 화장실 쪽에는 놀랄만한 얼굴이 둘이였다. 그 둘 중 하나는... 다소 수수한 얼굴, 그나마 튀어보이는 적갈색 눈동자... 거울로 매일같이 보던 내 얼굴이였지. 이쯤돼면 정말로 미쳐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아...아니 잠깐 이런 전개는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당신들, 누구에요?"
이제까지 예상하던 전개가 어디 있었냐겠지만, 지금 이 상황은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 최대한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보자, 옆에 있는 진혁을 닮은(하지만 역시 다른 분위기였다. 짧은 머리라니.)사람은 진혁 선배의 쌍둥이라 치더라도, 난 평생 외동으로 살았다고?! 게다가 난 막장 드라마에서 나오는 출생의 비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거든요?
...그래, 이런 상황에서는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봤자 손해를 볼 뿐이였지. 상식을 벗어난 일은 충분히 겪었잖아? 아무래도 그 선배들과 같은 개념의 무언가 였을 것이다. 무언가가 짐작이 될 듯 말 듯 하였긴 했지만...
"너... 아니 나라고 불러야 하나. 그냥 편하게 너라고 부를게. ...넌 어디까지 알고 있어? 그리고 도와주는 이유는?"
쉽사리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그 적갈색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평소의 존댓말 조차 버리고 말이다.
"시공간관리대? 뭐였더라... 아저씨들이- 굉장히 복잡한말만 늘어놔서 우리도 잘 몰라-."
"자세히 설명하자면 길어. 그래도 말하자면 우리 세상은 요괴니 시간이동이니 잘 일어나지 않는 곳이야. 시간선을 죄다 꼬아놓는 일이거든.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퇴마사들이나 영능력자들이랑 같이 일하는게 그 아저씨들인데... 잠깐 그거 거기에 아직 남은거야?! 위험한거라서 아저씨들이 살아있는 책들은 어느 세계든지 발건하면 없애려고 하는데..."
말하다가 말고 문이 크게 두들겨지며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들의 표정이 뜨악합니다.
"일단 멈춘다!"
진혁이 재빨리 다른손으로 우현의 손을 잡고 억지로 올리자 이 세계의 우현이 스마트폰의 어플을 잠시 만지다가 확인을 누릅니다. 그러자 순식간에 세상이 멈추며 흑백으로 변합니다.
"후. 이제야 좀 살겟네. 아무튼 두 사람이 온 차원들은 얘길 들어보니까 굉장히 뒤틀려서 위험한 곳 같네요. 그나마 여기로 떨어져서 다행이지 더 말도안되는 곳으로 갈 수 있었고."
"...말하자면, 그 책은 제가 관리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진성 선배랑 하나 선배가..."
말을 하다 말곤 입을 꾹 다물었다. 위험한 곳에 남기고 우리들 끼리 와버렸으니, 괜찮을까? 정말 괜찮을거라는 장담은 들지 않았다. 잠시 하나를 보았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고선 손이 꾸욱 쥐어졌다. 손톱때문에 손바닥이 아파오는 것 같았다. ...만약, 그게 꿈이 아니였다면, 내가 정말로 다시 살아난 거라면... 하나 선배도 살아있지 않을까?
"하여튼, 빨리 돌아가야겠네요."
깜박하고 있었는데 강제로 손이 올려졌다. 그 순간에 주변이 순식간에 무채색으로 물들여진다. 깜짝 놀라 동그랗게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본다.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은 앞장서서 당신들을 데려갑니다. 피가 실금실금 묻어있는 거울조각이 가득한 바닥에 선 두 사람은 예의 그 어플을 켜서 뭔가를 만지더니 플레시를 쏘아 거울을 돌려놓습니다. 세상... 이제 놀라지 맙시다. 어차피 놀랄일은 앞으로도 일어날테니까요.
"여기에 다시 들어가면 되는데... 그 전에 우리도 너희들을 도와줄 수 없지만 그래도 충고할게. 그 책 갖고있다는 사람들말이야, 소중한 사람이 아니면 거리를 두는게 좋아. 살아있는 책들이랑 연관된 사람들은 보통 섭리나 인이를 거스르는 일이 많아서 수명이 짧아지거나 시건사고를 많이 당하기도 한대. 게다가 아저씨들이랑 같은 조직 사람들이 책을 회수하려고 하다가 다치게 만드는 일들도 많고."
"돌아가면... 조심해. 우리도 돌려보내줄순 있지만 그 위험한 곳인지 원래세계인지 우리는 잘 몰라..."
좋아,다행이다.잠깐이나마 의심을 품었던 자신이 미워지려고 했다.자신이 자신을 배신하는건 있을수 없는 일이었는데 말이야.그랬기에 머쓱해져서는, 평소보다 더 빠릿하게 움직인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 처음 왔던 장소로 돌아왔고,플레시를 쏘자 거울이 원상복귀되었다. 그리고 이제 돌아가면 되겠거니 했을때 그들의 말이 들려왔다.
"......"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면 거리를 두라는 말.수명이 딻아지거나 사건사고를 당한다는 말.다치는 일도 많다는 말.너무 우스워서 그만 한쪽 입꼬리를 슥 끌어올리고 말았어.
"..바-보들.그딴게 두려웠다면 나는 애초부터 이 일행에 끼이지도 않았어."
그래.정말로 두려웠다면..백물어부터 만나지 않았겠지.이것은 모두 자신이 선택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후회는 없어.
두 사람은 순순히 손을 내밀어 당신들과 악수합니다. 우현은 당신들을 걱정하고 진혁은 맘에들어하지만 어쨋든 두 사람이 도울 수 있는건 여기까지겟죠. 이제 다시 만날지 어떨지도 모르고... 그래서인지 아니면 그렇다고 해도인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더이상 당신들에게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미묘한 미소를 지어줄 뿐입니다.
"너네도 잘 지내." "둘 다 조심하고요."
자 거울로 들어갑시다. 끔직한 일들과 약간의 희망, 수수께끼와 위험, 뭣보다 당신들을 여기 끌여들였지만 가장 당신들에게 든든했던 두 사람을 만난 원래세계로 돌아가고싶잖아요.
짧은 시간동안 나눠갖은 정과 인사를 뒤로 하고 당신들은 거울속을 익숙하게 통과합니다. 그리고 방금전에 지나쳐온 그 통로에서처럼여러가지 미래의 환영들이 보이는 가운데, 두 사람은 한가지 이변을 발견합니다.
무지개길에 크고 작은 균열들이 생겨서는 삐걱거립니다. 아까는 이런 균혈이 없었는데! 거기다가, 빨리 걸어가지 않는다면 안될 것 처럼 무지개 자체의 색이 희미해저가고 있습니다. 가장 큰일난점은 상아가 안보인다는 사실! 방금 전 까지 가득...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반짝거리던 희망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기분이군요.
당신들에게 보이는 가능성들 대브분이 암울해지고 향복하게 마무리지을 것 처럼 보이는 분기점이 점점 더 적게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택지는 잔인하게 다가왓습니다.
상아 누나를 찾을까 했지만,상아 누나는 아까 여자 진성이 형아가 있는 곳으로 가기 전 이미 사라졌다.그런고로 그것은 무의미한 일.그렇지만 앞으로 쭉 간다고 해서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지도 의문이었다.그쪽 세계의 자신과 우현이가 자기네들도 모른다 했으니.... ...그치만,어딘지로 모를 차원으로 떨어지는것보단 좋아.
"내 손,절대 놓지 말고..!"
준비됐어?하고 물어본 다음,우현이 동생의 손을 잡고서 균열들을 피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길의 끝으로.닿을지도 모르는 그 끝으로.
길잡이였던 상아 선배도 어느새 사라져 버린지 오래였지. ...아무리 유령이였다지만 상아 선배는 괜찮은걸까? 그러나, 무지갯길이 삐그덕거리며 무너질 기세였으니,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지금 저희의 코가 석자인데 걱정을 할 여유는 오만일 뿐이였다.
"여기서 떨어지면 당연히 죽겠죠...?"
당연한 말씀을. 바닥이 보이지 않는(애초에 바닥이란게 존재할까 싶은) 발 아래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약간의 균열에 흠칫하며 옆으로 피한다. 역시나, 또 죽기는 싫었다. 붙잡혀진 손으로 시선을 내렸다가 진혁 선배를 바라보았다. 그래, 포기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희미하게나마 희망이 보이는 곳이 있다면 그 쪽으로 가야한다. 그러기에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있던 세계로.
"...네!"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할까. 어찌되든간에 그 의미만 다 전달되었으면 되는 것이다. 진혁을 따라 같이 길을 따라 무작정 달려간다. 앞으로 있을 일은 예상조차 하지 않고서.
두 사람은 앞으로 갑니다. 이 순간에도 균혈은 점점 더 심해지고, 무지개빛은 잿빛이 되어갑니다. 한 발 한 발 뻗으면 뻗을수록 균혈은 당신들이 향하는 그 방향으로 갈수록 커겨저 빠질 위기가 더욱 심해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습니다만... 결국 원래세계이든 그 괴물차원이든 한 곳에 도착하려던 그 때에 입구부터 그 차원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다시금 어디론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누군가가 뺨을 가볍게 두들기는 감각에 눈을 떳습니다.
"야. 야. 너희들 괜찮아? 뭔일이 있던거야?"
두 사람에기는 이젠 익숙한 한 밤중의 학교의 모습과 함께 보건실에서 당신들을 침대이 눕혀둔 채로 소곤거리는 진혁과 함께 피곤해보이는 정숙, 산이와 하나, 지안의 모습이 보입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기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