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 그러고보니 스레주의 주변에 정말로 별명이 토템님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그 친구가 옆에 있으면 잃어버린 물건을 다른때에 비해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왠지 운이 좋아져서 그 친구에게 시험을 앞두고 토템님-! 하고 정말로 공물처럼 먹을걸 사준게 기억나는군요
가장 쩔얼던 때는 USB였죠... 일주일동안 못 찾은걸 알고 그 친구가 같이 찾자며 잃어버린 강의실에 같이들어갔더니 갑자기 교수님이 혹시 이반에 USB잃어버린 사람 없냐며 한 시간 전에 이 반에서 주웟다고 정말 그 USB를 주시더군요. 대단해서 당장 토템님을 부르짖으며 편의점을 같이 털었습니다.
하여튼 너땜에 못 살아 내가.하며 진혁의 머리를 안 아프게 살살 쥐어박으며 가볍게 투덜이는 방송부 부장이었다.매번 방송하다가 깜빡 졸아버리는 진혁이 걱정되었던 담임선생님이 방송부 부장에게 직접 진혁이가 자기 전에 방송 끝내고 얼른 대려가라고 부탁을 했고,방송부 부장은 의외로 흔쾌히 OK해주었다.그래놓고 여기서 이러는걸 보면....어머,혹시 부장 츤데레? 그건 뒤로 미뤄두고,슬슬 자동재생 리스트의 음악이 전부 재생되어간다.그와 동시에 진혁의 생체시계도 잠잘 시간이라는것을 알려주는지 진혁은 작게 기지개를 켜며 졸린 눈을 부볐다.
"야,야.자면 안돼.일어나 인마."
니가 자면 내가 곤란하단말이다.방송부 부장은 진혁의 볼을 죽 잡아 늘렸고 그 바람에 진혁은 다시 아파하며 잠을 깰수밖에 없었다.
"므아아,그마내애-..잠 다 깨쓰니까.."
곧 볼을 늘렸던 손이 놓아지자 진혁은 살짝 울상이 된 채로 제 볼을 부비작거렸다.힝,부장 형아는 맨날 내 볼한테 그래애.가벼운 투덜임이 있었지만 부장은 그저 웃어넘길 뿐이었다. 방송부에서 진혁의 이미지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오죽했으면 차기 부장 자리까지 미리 찍어주었을까.게다가 심하게 투덜이는것도 아니니,부장의 입장에서는 괜히 뭐라고 할 필요가 없었지.
"그렇다고 해서 머리 쓰다듬어주면 너 또 잘거잖아?벌써 4시 45분이다.가자."
"우으으.."
반박할수 없는 팩트에 진혁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자기 짐을 챙기고는 얌전히 부장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나선 교문 밖 풍경은 진혁에게는 새삼 새로운 기분이었다.맨날 해가 뉘엿뉘엿 저물때즈음 나오기에 아직 대낮에 가까운 바깥은 살짝 어색했더란다.아직은 햇살이 따가워서 제 란도셀에서 썬크림을 꺼내 열심히.그리고 꼼꼼히 바르는 모습이 꽤 섬세하였지.
"..잠깐."
"우앗-"
잘만 가고 있던 부장과 진혁은 골목길을 지나다 멈추어섰다.바로 앞에서 길을 막고있는 불량해보이는 학생들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 딱 보아도 한 덩치 한 성깔 하는게,절대 그냥 비켜주지는 않을것같은 기분이었다.그렇다고 돌아서 가기에는 너무 더운 날씨기도 했을 뿐더러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어쩐다.."
한숨을 푹 내쉬던 부장은 충돌이 있기 전에 이 상황을 무마할 방안을 생각하는듯 싶었다.그리고 곧 양아치들한테 좋은 대책은 없다고 생각하고서는 이내 입을 열었다.
"비켜주지 않을래?"
"뭐?싫은데."
"아니 꺼지시라고."
"싫다니까?"
"..."
역시 그늘 아래 죽치고있는 놈들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아니 그럴거면 저쪽 그늘에서 쉬면 될 일이지 왜 궂이 길 한복판에서 햇빛 피하느라 길막과 민폐를 한번에 저지르고 있는건데? 그 상황을 멀뚱히 지켜보고 있던 진혁은 곧장 앞으로 척척 걸어가서는 가장 덩치가 큰 학생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겼다.
"뭐야,꼬맹이?할말 있냐?"
그 양아치는 여려보이는 진혁의 모습을 보고 비웃듯이 말하였고,이에 부장이 순간적으로 열폭할뻔 했지만 진혁이 그러지 말라는 제스쳐를 해 보여 간신히 참을 수 있었더란다.
"응.형아,귀좀 빌려줘봐-"
자신을 향한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모습에 다시 비웃듯이 웃은 양아치는 곧 하라는대로 살짝 귀를 가져다대었다.그리고 진혁은 양아치에게 뭐라뭐라 속삭이기 시작했다.
"...뭐?!!"
곧장 양아치의 분노 섞인 고함이 들려왔다.저러다 한대 맞는건 아닌가 싶었지만..양아치의 표정은 곧 공포를 느끼는 모습이 되었고,여러차례 붉으락 푸르락해지던 안색은 곧 새파랗게 질려서는 주저앉았다.
"ㄴ...너.....엄마한테 이를거야!"
그리고 그 덩치는 자기 체구와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유치하고 치졸한 대사를 치고는 냅다 도망가버렸고,진혁을 제외한 일행들은 순간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다.
"너..."
"..어떻게 한거야."
곧 주변인들의 벙찐 물음이 들려왔지만 진혁은 그저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다시 평소의 나른한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부장의 손을 잡고 끌었다.
"이제 가자아-나 더워어."
그렇게 벙찐 양아치들을 뒤로 하고서 평화롭게 골목길을 빠져나온 둘은 곧 큰길가에 접어들었다.벙쪄있던것은 부장도 마찬가지였던지라,한참동안 진혁이 이끄는대로 끌려 다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서는 입을 열었다.
"..너 진짜 대박이다.어떻게 한거야 그거?!"
"아아,그거어-?"
잠시 머뭇이던 진혁은 곧 수줍은듯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별건 아니고...우리 누나가 나한테 알려준거.세상에서 가장 험한 욕이야아-"
"......."
도대체 이 녀석의 누나라는 작자는 뭐 하는 인간이길래 아까 그 덩치가 듣는것만으로도 그렇게 분개하다가도 공포에 질렸던 것이었을까.그것에 대해 더 물어보려고 했던 부장이었지만,애석하게도 진혁의 집으로 가는 버스가 타이밍 안 좋게 도착했던 탓에 더 정확한 이야기는 들을수 없었더란다.
"마중해줘서 고마워어-참,이건 선물이야아.."
진혁이 건네어준 초코 쿠키를 건내받으면서도 부장은 영 어벙한 표정이었다.버스가 떠나고,한참 그렇게 서있던 방송부 부장은 곧 발걸음을 돌리고 쿠키를 바라보았다.
"..대체 너네 집안은 뭐 하는 사람들이냐..."
생각보다 무서운 집안일세,그거.부장은 한숨을 폭 내쉬고는 이내 근처의 상가 안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