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찬가지로 곤란한듯 한숨을 짓고 센하를 바라본다. 잠시 권은 '...이 멤버로 괜찮은가?' 하는 망설임을 하긴 했지만, 센하를 믿기로 하는 것으로 급하게 귀결시킨다. ...비틀린 성격 이전에 그는 능력이 제법 뛰어난 이였으니. 제가 걱정할 처지는 아니였다.
"...빨리 해치우면, 금방 퇴근할 수 있을겁니다."
문득 항상 퇴근 타령을 하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센하를 향해 조곤히 말하며 권은 사무실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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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이동을 담당하는 서하가 없었음에도, 제법 빠르게 현장에 도착하였다. 차에 내리자마자 쿵, 하는 소리가 멀리서 울려퍼졌다. 권이 올려다 본 곳에는 전형적인 고질라형 괴수가 두텁은 몸으로 건물을 마구 부수고 있었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대피한지 오래되어서 거리에는 출동한 2인과 괴수밖에 없다는 것일까?
"...최대한 빨리 없애죠."
그 말을 끝으로 잠시 그 주변이 눈부시게 번쩍 빛난다. 빛이 걷히고 보이는 모습은 흰색을 기조로, 네이비 색이 군데군데 들어간 옷이였다. 아무리봐도 실전에서 불리해보이는 남색의 망토가 흩날렸고, 심지어 쓰고있던 모자 형태의 장식물에는 레이스로 만들어진 프릴이 달려있었다. 전체적으로 꽤나 화려한, 판타지 풍 게임에나 나올 법한 코스튬이였다.
"...익숙해지지 않아..."
그리 중얼거리는 권은 속으로 눈물을 짓고 있으렸다. 약간의 살기를 담아 괴수 쪽을 노려보면서.
고질라형 괴수. 어린아이에게 종이와 크레파스를 안겨주고 괴물을 그리라 하면 슥삭 만들어낼 법한, 아주 전형적인 괴수였더라지. 발을 쿵쾅 옮기고 거대한 몸으로 건물을 마구 부셨고, 불...은 뿜지 않았다. 일단은. 민간인들이 대피한 일은 다행이라 할 수 있었고, 아무리 성격이 뒤틀린 센하라고 해도 매한가지의 생각을 이성으로 조금이나마 하였다.
ㅡ...최대한 빨리 없애죠.
권주의 말이었다. 눈부신 빛이 퍼진 후, 판타지 게임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코스튬을 입은 그로 변했다. 마법 전사라는 명칭다우면서도, 사실 퍽 멋진 모습이었지만, 센하는 그렇게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 비뚤어진 사고는 자신의 코스튬을 향해서도 똑같았다. 이어서 변신을 한 그는 자신이 입은 옷의 소매를 바라보며 기가 차다는 듯 실소하였다. 따지자면, 권주의 코스튬과는 달리 마법 전사라는 명칭과 그렇게 들어맞는 것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일단, 프릴이 없다고 해두겠다(...).
"...적성에 안 맞아."
전형적인 새까만 마피아의 옷차림을 한ㅡ어째선지는 묻지 말기를ㅡ센하는 중절모를 한 손으로 꾹 누르면서 왠지 모르게 순간적으로 움츠러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 큰 어른이, 그것도 남자가 '마법☆전사'(...)라면서 빛을 번쩍 빛내고 변신하고 마법으로 싸우고 앉아있다니. 아무리 뻔뻔한 센하라고 해도 움츠러드는 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같은 맥락에서, 속으로 눈물을 짓는 권주를 돌아보면서 센하는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ㅡ그것은 겨우 지어낸 여유였다.
"권주 씨 말대로 얼른 해치우죠. 저 정도 크기면 아기잖아요?"
약간의 농을 곁들이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마피아 차림과 걸맞는 권총ㅡ이건 평범한 권총이 아니다!ㅡ으로 괴수를 겨누면서 센하는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적성에 안 맞아. 라고 약간 움츠러들어 말하는 센하에게 시선을 돌리며 어째선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 권이였다. ...조금 범죄자 같긴 하지만 세련되어 있는 수트였으니까. 누군지 모를 디자이너는 나름 평범한 센스도 있었던 것 같았다. ...아무래도 권의 코스튬에는 그 센스가 적용이 되지 않았던것 같다
여튼, 센하가 아기라고 칭한 괴수, 더 커다란 크기는 꽤 자주 출몰하는 편이였으나 여전히 4층짜리 건물 정도의 크기였다. 울퉁불퉁한 가죽은 제법 단단해 보이고, 그것이 꼬리를 휘두르자 건물이 스티로폼마냥 간단히 부숴져 내렸다.
대충 보이는 것으로 판단을 하며, 어느새 클레이모어를 본뜬 검이 권의 양손에 쥐어진다.
"...그럼 머리 쪽으로 사격을 부탁드립니다."
땅바닥을 강하게 디뎌 달려나가 그 고질라 모양의 괴수를 향해 다가선다. 다리쪽을 향해 휘두르니, 제법 깊다고 할 수 있는 상처가 생긴다. ...당연히 그에 반응하여 뭐라 형용하기 힘든 괴악한 괴성을 내지르며 권을 향해 발을 쿵하고 내려 찍었다. ...그렇지만, 그 행동은 상당히 느려 금방 피할 수 있을 것이였지만, 그렇지 못하면 단번에 피주머니가 될것이였다.
그리고 그것이 고통에 몸부림 치며 휘두른 팔 때문에, 부숴진 건물의 잔해가 센하를 향해 날아갔다. 그것을 처리하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할 상황이였다.
누군지 모를 디지이너는 센하의 코스튬 같은 제법 평범한 옷도 만들 수 있었을지 몰라도, 아마 정성은 권주의 것에 더 들어갔으리라. 그야, 옷의 화려한 무늬라든지, 모자에 달린 프릴이라든지, 어느 모로 보아도 정성이 확 느껴지지 않는가. 쓸데없는 데에 그렇게 공을 들이는군. 센하가 그런 비뚤어진 생각에 잠깐 빠지는 것은 여느 때와도 같았다.
각설하고, 아무튼 모양새가 권주가 근접 공격, 센하가 원거리 공격ㅡ말하자면 후방 지원ㅡ을 하는 것으로 되었다. 당연한 일이었더라지. 팀원 단체로 출동을 할 때도 센하는 언제나 원거리에서 공격했다. 그렇게 전투를 하는 것이 몸에 길들여지기도 했으니. 이번에도 권주가 머리 쪽으로 사격을 부탁한다고 한 뒤, 곧바로 근접 전투로 돌입했다. 소환한 한 쌍의 클레이모어를 괴수의 다리쪽으로 휘두른다. 깊은 상처가 생긴 괴수는 괴송과 함께 몸부림쳤다. 아기 괴수가 아픔에 '가볍게' 몸부림친다. 엄...
Q. 혹시 맨 위 영상을 보신 적 있으신지? A. .....
...그 아기 괴수의 '가벼운' 몸부림은 강력했다. 건물들이 쿠크다스마냥 파스스 부서져나간다. 다행히 움직임은 느려서 권주가 쉽게 피할 수 있었다. 커다란 아기 괴수가 스피드까지 지니고 있었더라면 도대체 어떤 참사가 발생했을까. 그런 생각을 떠올려 헛웃음을 짓던 센하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건물의 잔해를 눈치채는 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센하는 태평했다. 눈을 반쯤 감으며, 원래는 지원사격을 하려던 권총의 총구를 돌려 실탄을 잔해에 명중시켰다. 펑, 잔해는 보기 좋게 폭발하였다. 저격수 생존.
"마법 전사. 당신도 마법 전사가 되어보십시오. 빛나는 마법과, 화려한 코스튬과, 날뛰는 괴수와, 이승탈출 넘버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ㅡ"
조금 질렸다는 목소리로 그런 장난스런 문장을 중얼거리면서, 센하는 총구를 도로 괴수 쪽으로 돌려 실탄을 머리에 날렸다. 방아쇠를 연달아 당기는 그의 눈빛은...오, '나를 죽일 뻔한 니새X는 반드시 족친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