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는 하윤이에게 답을 넘겼고, 하윤은 그에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조용히 유리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저는, 원래의 세상을 원해요. 물론 다른 이들이 말하는 대로 익스퍼는 밝혀지고 익스파도 알려져야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런 사건이 없어질 테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엄마의 힘이 아니라, 이 월드 리크리에이터의 힘이 아니라... 우리들의 손으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엄마의 힘을 빌리는 것이...좋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우리들은 우리들의 힘으로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것이 저의 생각이에요."
"......."
그 말을 끝까지 들으며, 유리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존재를 밝혀지길 원하는 이들도 있고, 원래의 세계를 원하는 이들도 있지요. 그렇다고 한다면... 저는 여러분들의 바람을 이뤄드리겠습니다. 원래의 세계. 이런 이변이 일어나기 전의 세계... 즉 개변을 막아서 원래의 세계를 돌려드릴게요. ...그 이후, 여러분들의 힘으로, 미래를 잡아보세요. 스스로, 익스퍼와 아닌 이들의 미래를 이뤄주세요. 그것이 제가 여러분들의 답을 듣고 낸 결론이에요."
그 와중에도 하늘은 천천히 깨져가고 있었다. 금은 금방이라도 산산조각 날 것처럼 커져갔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힘을 써야만 하겠네요. 이 힘이, 저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힘. 아마도 개변을 막는데 저의 힘을 마지막으로 활용하면... 저는 사라지게 되겠죠. ....더 이상 월드 리크리에이터의 힘으로 투쟁을 벌이는 세상은 없을 거예요. ....고마워요. 저를 해방시켜줘서. 하지만 마지막으로 미련이 있다면..."
이어 유리는 고개를 내려 하윤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하윤은 순간 움찔하며, 자신의 어머니인 유리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유리는 싱긋 웃어보였다. 그리고 하윤에게 이야기했다.
"내 딸. 하윤아. 많이 컸구나. ...정말로 잘 자랐구나. ...엄마는 그것으로 행복해. 정말로 행복해.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에, 하윤이, 네가 잘 큰 것을 보고 갈 수 있어서...정말로 다행이야. 마지막으로..마지막으로...안을 수 있다면..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을텐데..."
"...엄마..."
"안녕...하윤아.... 자랑스럽고 사랑하는 내 딸... 그리고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감사해요. ...부탁을 하나만 하자면...하윤이를 잘 부탁할게요.."
"엄마....! 엄마..! 저도...저도...!!"
이어 하윤은 유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를 안으려는 듯이 팔을 벌렸지만, 그 팔에 잡히는 아무것도 없었다. 유리의 몸은 잡히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의 그녀는 실체가 없는 존재이니까...
"........미안해..하윤아...마지막 이 순간... 안아주질 못해서... 하지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마지막으로 하도록 할게. ...미래를, 빛을...끝까지 만들어가렴..."
"엄마.....!! 엄마...!!"
이내 유리의 몸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몸은 곧 사라지며 한 줄기 빛으로 바뀌었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이어...갈라지는 하늘의 금이 다시 붙기 시작했다. 그것은..세계의 개변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과정이었다. 떨어질 것 같던 금은 사라지고, 천천히, 천천히...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하윤은 고개를 아래로 숙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은은 하윤이가 하는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저런 생각을 하시고 계셨구나.
“...”
지은은 유리가 하는 말을 듣고 옅은 웃음으로 답해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일종의 감사인사였다. 점점 금이 가는 하늘의 모습은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현실적여 보이기까지 했다. 평생 기억에 남을 관경이네. 상황에 맞지 않은 생각인 것 같아 헛웃음이 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하윤과 유리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지은이 하늘을 보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였다. 나랑 엄마도 저렇게 사랑했을까. 손을 올려 눈꼬리에 맺힌 울음을 훔쳐내고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화장이 번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이걸로 세번째 맹세를 한다. 당신에게서도, 의미를 받았으니까. 보답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월드 리크리에이터와 오퍼레이터가 아닌, 어머니와 딸의 이별을 그저 말없이 바라본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뜬다.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였지만, 알 수 있었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다시, 월하의 곁으로 다가간다. 당신도, 나도 무사하구나. 정말 다행이야. 말없이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아준다. 눈가가 살짝 빨개져 있는 것은... 착각이 아니였을것이다.
울고 있는 하윤에게 렛쉬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의 얼굴을 혀로 햝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름대로 기운을 복돋아주려는 모습인 것일까? 하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꼬옥 렛쉬의 머리를 안으면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나...엄마가...엄마가...엄마가..정말로... 정말로... 이 세계를 개변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아닐까 걱정했어... 그런데...아니었어...엄마는...엄마는.... 엄마...엄마...!! 엄마...!! ....엄마....! 마지막으로...마지막으로...한번만 더 안고 싶었어...! ...하지만...할 수 없었어.... 흑....흑흑...고마워요..엄마...저를...사랑해줘서...잘 자라줬다고 해줘서...저....저...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될 테니까..부끄럽지 않은 경찰이 되어 이 세계를 구할 테니까...!! 그러니까...!!!"
이어 하윤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서 크게 외쳤다.
"그곳에서 봐주세요!! 엄마가 살려준 목숨...!! 반드시 올바르게 써서, 이 세상에 도움이 될 테니까...! 미래를 반드시 올바르게 이끌테니까...! 더 이상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이끌테니까!!"
큰 그녀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람을 타고, 아주 멀리, 멀리 흐르기 시작했고,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모두의 머리를 가볍게 훑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개변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별하늘에서 별이 사라지자, 어둠은 천천히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그와 동시에 서하와 하윤은 작게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와..."
".....멋지네. 정말.."
어둠이 걷히자 보이는 것은, 주황빛 노을이었다. 정말로 부드럽고 부드러운 주황색 빛은, 방금 전까지 어두웠던 성류시를 비추기 시작했다. 어둠을 가르고, 모든 것을 비추는 그 빛은 정말로 평화롭고 또 평화로웠다.
밑에서 힘이 떨어져서 결국 체포된 R.R.F 멤버들과 마지막까지 싸운 경찰들과 민간인들은 물론이고,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을 비추면서 노을빛은 더욱 더 아름답게 어둠을 가르고 모든 것을 비추기 시작했다.
"......."
"......."
서하와 하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을 돌아보면서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모두를 바라보면서 엄지 손가락을 척 위로 올렸다.
정말로 어여쁜 노을이었다. 이전까지 본 적없었던, 누군가의 감정이 섞여든 포근한 주황색의 노을이 제 눈 위로 펼쳐지고 있었다. 이제 끝이구나, 어쩌면 이제 시작일까. 별달리 두려울 것은 없었다. 어찌하던 그 미래에는 네가 있을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너와의 추억을, 너와의 일상을, 너와의 미래를 지켜내 어찌나 다행이었는지.
" 모두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
느릿히 감았다 뜬 눈 앞으로 펼쳐진 아름다움과,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너의 손길에 무릇 꽃을 피워내듯 내 얼굴에 미소를 피워냈다. 그러곤 너를 안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어, 너를 좀 더 부드럽게 끌어안았지.
땅거미가 일렁이며 세상이 예쁜 주홍 빛 물감으로 물들었다. 물감이 하늘에서 일렁이며 번져나갔다. 풍경이, 산란하는 빛들이 예쁘다, 예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마치 그런 싸움은, 작은 소동에 불과했다는 듯이 노을 속으로 묻혀 들어갔다. 맞잡은 손이 서로의 온기로 따뜻해져가는 것을 느낀다. 고개를 돌려 월하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정말로 사랑스러운 사람. 풍경과 인물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하나의 화폭 같다. 가만히, 그저 가만히 있었다. 한 폭의 그림에 담긴 듯이 잠시 시간이 멈춘다.
"이제...돌아갈까요?"
나지막히 말을 꺼낸다. 월하가 전에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여기서 머물러 있을 수는 없지. 앞으로 행복하게, 같이 행복하게 살아가는거야. 그러니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자신의 손으로 지켜낸 가족에게로, 일상으로. ...미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