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저기, 저는 거절할게요. 후훗. 딱히 지금 마킹을 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거든요."
"....뭐, 일단은 이쪽도요."
마킹을 해도 되냐는 메이비의 제안에 서하와 하윤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거절의 의사를 보였다. 이어 끝까지 긴장을 놓쳐선 안된다고 드라마에서 그랬다는 로제의 말에 하윤은 동의하듯이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하지만.. 별 일 없을 거라고 믿어야죠. 있어서도 안되겠지만요. ....그럼 좋겠지만..."
하윤은 말 끝을 살짝 흐리고서 서하를 아주 살짝 바라보았다. 하지만 서하는 그 시선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앞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저 입을 다물면서...
이내 모두가 올라타자 엘리베이터는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쭈욱 내려가는 도중, 갑자기 붉은색 레이저 같은 것이 모두를 스캔하듯이 잠시 비추었다.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는 신혜의 목소리였다.
"아아. 놀랐지? 괜찮아. 괜찮아. 지금 그거, 너희들의 몸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익스파를 제거하는 장치야. S급 수준의 익스파라면 제거 되었으니까 안심해. 그..혹시 모르잖아? 만일의 경우라는 것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 목소리가 나온 후, 얼마 가지 않아 엘리베이터는 마침내 아래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보이는 것은 창문 하나 보이지 않는 꽤 넓은 크기의 복도였다. 그리고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늘 모니터 너머로만 보이던 신혜의 모습이었다.
"하이. 헬로우! 안녕! 드디어 만났구나.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 여기까지 온다고 수고 많았어. 그리고..다시 한번 내 동료들을 구해줘서 정말로 고마워. ...그래. 일단, 너희들에게 확실히 보여줘야겠지. 따라오지 않을래? ...그리고.... 다시 한번 사과할게. ...어찌되었건 우리들도 어느정도 연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
신혜의 눈빛은 잠시 하윤을 향했다. 그리고 하윤은 그 눈빛을 아주 살짝 피했다. 아무래도, 조금은 어색한 느낌일까. 하윤의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신혜는 씁쓸한 미소를 지은 후에 왼쪽으로 몸을 꺽었다. 그리고 복도를 천천히 걸어나갔다.
"저기 있죠, 그렇게 진지하게 동의해버리면 제가 허구한 날 순찰은 안 하고 드라마만 보는 잉여같잖아요." <- 참고로 맞는말이다.
진지한 분위기가 그리 익숙치 않다는 듯,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상 진지한 그 분위기를 싫어했지. 진지해지면 폭발이 일어나서 모두를 덮치면 어쩌나 싶고, 또 자신만 살아남으면 어쩌냐는 생각도 있을 뿐이다. 그저, 그런것이었다. 그는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어린아이니까. 그래서 더 농담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아하. 그렇구나. 응. 만약이 있으니까. 입술을 휙 휘어올린 그는 모니터 너머로만 보이던 신혜를 마주하곤 아무런 질문도, 말도 없이 조용히 신혜를 따라갔다. 오늘따라 긴 머리가 그리도 불편할수가 없었다.
건넨 마음은 제대로 전달되었으니. 슬쩍이 권의 반응을 살피다간, 제 볼에 손을 얹는다. 보이진 않지만. 저 역시 권처럼 잔뜩 붉게 물든 채겠지. 고갤 숙인다. 정말. 지금까지 살아있길 잘했구나.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즐거워서. 힘든 시기를 견뎌 냈던 건 지금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잇다, 느리게 고갤 든다. 입가를 감추려 노력하는 권의 모습을 보곤 입 맬 당겨 다정하니 웃는다. 그렇게 가리지 말아요. 하며 웃는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처음 만난 그 순간 때처럼. 지금 이 순간을 가리는 것 없이 순전하게 기억에 남기고 싶으니까. 이렇게 우는 모습조차도 말이야. 손을 뻗는다. 권이 그랬던 것처럼. 조심히 눈물을 닦아내주려 한다.
"... 뭘요. 오히려 내가 고마운걸요."
나 같은 이를 사랑해줘서. 조곤하게 말을 잇는다. - 그리고 못 올렸던 답레... 오늘 몸 상태 별로일텐데, 나중에 괜찮아지면 천천히 이어줘 ;)
주위를 살피던 타미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엘리베이터 근처에 붙어있는 작은 지도였다. 그 지도를 바라보는 타미엘을 바라보면서 신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했다.
"아. 그거..여기의 지도야. 우리 더블 한민이 여기 막 와서 지리를 잘 몰라서 헤깔릴 수 있으니까. 너희들도 보는 것이 어때? 이래보여도 이 누나 혹은 언니가 사는 곳은 꽤 넓단다! 참고해두렴!"
그 말에 서하는 물론이고 하윤 역시 그 지도를 잠시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 메이비의 물음에 신혜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것은 영업 비밀이지만...일단 그래도 질문을 했으니 말해야겠지? ...간단하게 말하자면 복사 붙혀넣기야. 어찌 되었건...그 월드 리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힘은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니까. 그리고...당시에, 유리가 익스파를 많이 발산하기도 했었고, 익스파는 뇌파의 일종이라는 거 알지? ...그래서, 그 뇌를 연구하기도 하고..아무튼 그런 일들을 하면서 겨우 뽑아낸 거야. 그 힘을... 그리고 그 힘의 일부를 사용한 것이, 바로 리크리에이터라는 것이고..."
대답을 끝내면서 신혜는 계속해서 모두를 이끌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앞으로 쭉 걸어가자 보이는 것은 붉은색 전자 철망으로 막혀있는 문의 모습이었다. 이어 그녀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서 보라색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카드리더기에 가볍게 긁었다. 그러자 붉은색 전자 철망이 사라졌다.
"후후. 어때? 놀랍지? 일단 중요한 것을 보관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잠금장치를 해뒀어. 어지간하게 강한 힘이 아니면 절대로 박살나지 않는 잠금장치야. 열 수 있는 방법은 이 카드키를 이용하는 것 밖에는 없기도 하지. 볼래? 볼래? 카드를 한번 볼래?"
"아..그럼 저...봐도 될까요?"
이어 조금 관심을 보이면서 하윤이 손을 들자, 그녀는 하윤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이어 서하도 관심이 조금 있는지 그곳으로 다가갔고, 그 카드를 하윤과 함께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카드에 관심을 가지고 봤을지도 모르는 다른 이들과 함께 바라보다가 서하는 하윤에게서 카드를 받아서 신혜에게 돌려주었다.
"그냥 평범한 카드네요. 기계 장치라도 되어있나요?"
하윤의 물음에 신혜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과학의 힘이라고 대답하면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방 안은 말 그대로 커다란 연구소라는 느낌이었다. 저 편에 사람이 빠듯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환풍기가 벽에 붙어있었고, 그 외에는 알 수 없는 여러 기계장치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바로 중심부에 있는 장치였다. 고압 전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는, 커다란 통 안에 하얀색 큐브가 들어있었다. 이어 신혜는 그 큐브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저것이 월드 리크리에이터의 힘이 깃들어있는 장치야. 그래. 큐브의 형태로 보관하고 있어. 지금까지 이 성류시에서 너희들이 본 월드 리크리에이터의 힘으로 이뤄진 것은 전부 이 큐브로서 이뤄진 거야. ....일단 고압 전류를 풀어야 꺼낼 수 있는데..그것을 풀려면, 여기가 아니라 중앙 연구실로 가서 세큐리티를 풀어야하거든. 그래서 지금 당장 주는 것은 조금 힘들어. 미안해."
"........"
"...저것이..."
하윤은 그 큐브를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고, 서하는 조금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신혜는 두 어깨를 으쓱하면서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여기서 기다려도 상관은 없지만...중앙에서 조금 하고 싶은 말도 있고... 만일의 경우라는 것이 있으니까, 일단 모두 나가서 중앙연구실로 이동하지 않을래? ...너희들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그래도 정말로 혹시나 모르는 것이니까, 직접 주기 전까지는 이 안에 사람이 있게 하고 싶지 않아. ...알다시피, 저것은..지금 노리는 이들이 많으니 말이야."
정중한 요청을 하면서 신혜는 모두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드디어 나온 월드 리크레이터! 9시 35분까지 받겠습니다!
저게 월드 리크리에이터, 작게 중얼거린다. 사용자의 사후에도, 공간을 넘어서도 개변시키는 그 익스파가 단순한 형태의 큐브였다는 것은 제법 놀라운 일이였다. ...무슨 형태이길 기대 한 적은 없었으려나. 이어 신혜의 노리는 이들이 많으니 이동하자는 말에도 딱히 동요는 없었다
"...딱히 상관은 없습니다."
정 걱정이 된다면, 그렇게까지 말하며 부탁을 하는 모습에 보안을 뚫고 들어오지는 않겠지라며 믿어본다. 월드리크리에이터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발걸음을 뒤로 돌렸다.
모두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 신혜는 주머니에서 버튼이 달린 장치 하나를 꺼냈고 그것을 꾹 눌렀다. 그러자, 방 안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올 때 아롱범 팀을 스캔했던 그 붉은색 레이저 장치가 방을 전체적으로 스캔하기 시작했다. 빛이 방을 한번 제대로 비춘 것을 확인한 후에 그녀는 다시 방 밖으로 나왔고 문을 닫았다. 그러자 아까처럼 붉은색 전자 철창이 다시 생성되었다.
"후후. 다시 말하지만, 만일의 경우라는 것이 있으니까. 방 안에 혹시나 익스파가 남아있으면 곤란하기도 하니, 없앴어.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지만 괜찮아. 이 철창은 어지간한 익스파가 아닌한 절대로 뚫을 수 없으니까. 아까 너희들이 본 그 카드가 아니면 열 수 없어. 애초에 이 연구시설의 전력으로 돌아가는 장치도 아니어서, 전기를 끊는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거든."
안심해도 좋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던 도중,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에 도착했고, 이번엔 그녀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그러는 도중, 갑자기 서하가 하윤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저기, 미안한데...화장실이 조금 급해서. ...잠시 다녀올게."
"네? 아. 네. 다녀오세요! 지도를 보시고 따라오면 되는 거 아시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오퍼레이터 연락 용 이어셋으로 연락할게요."
"...귀찮게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뭐, 일단은 알았어."
이어 서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에서 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향했다. 그렇게 서하는 잠시 화장실로 향했고, 신혜는 모두를 데리고 지도에 표기되어있는 메인 연구실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곳 역시 붉은색 철창으로 막혀있었고, 신혜는 방금 전의 카드를 꺼내서 다시 카드 리더기에 긁었다. 그러자, 문이 열렸다. 그 안은 말 그대로 정말로 메인 연구실이라는 느낌이었다. 수많은 책과 자료들이 놓여있었고, 그 안에선 박한민, 그리고 김한민. 아롱범 팀이 보호한 2명의 연구원이 있었다. 그 둘은 아롱범 팀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오오. 자네들이 왔나. 반갑군..! 그래!"
"그때는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경찰 여러분..!"
"자. 자. 감사는 이쯤하도록 하고... 우선, 고압전류의 장치부터 풀어야겠지? 일단 푸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니까, 기다려줘."
이내 신혜는 앞에 있는 메인 컴퓨터로 천천히 향했고 뭔가 이것저것 조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김한민이 저 편에서 커피가 담겨있는 컵을 여러 개 가지고 왔다. 그리고 아롱범 팀게 대접했다.
"자. 커피라도 좀 드세요. 여러분. 정말..여러분들이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허허허. 그러게 말일세. ...사실 우리들은 죄인이니까... 죄값을 치뤄야하는 것도 사실이지만...그래도, 그런 악당들에게 죽고 싶진 않으니 말이야. ...조만간에 그쪽의 경찰서에 찾아가겠네. ...죄값을 치루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