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에 손 끝이 살짝 닿았지만, 갑자기 부끄러움이 올라온다. 어이없게도 제 손이 창피했던 건지도 모른다. 손 마디마디 마다 박혀있는 굳은 살과 여기저기 갈라져 거칠거칠한 손이. 황급히 뒤로 빼려는 찰나에 월하가 제 손을 잡는다. 조금 강하게 쥐면 부숴질것 같고, 하지만 손이 차서 덩달아 잡아주고는 싶고,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결국 양손으로 월하의 손을 약하게 감싸었다. 다시 말해달라는 부탁에 눈가를 살짝 붉혔다가도, 입가를 가늘게 휘었다.
"...사랑해요. 월하씨를 사랑하고 있어요."
확신을 하듯 말할때마다 선명해지게 된다. 차가운 촉감, 수줍은 목소리가, 감각들이 이 순간이 꿈을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 정말로 현실이 맞다고 말해주었다. 동시에 심란한 마음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더라.
"하지만... 걱정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치료는 할 수 없는 건가요? 이기적이고, 배려가 없는 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것은 뭐라도 해 주고 싶은걸.
아쉬워 붙잡은 제 손이 따스히 감싸진다. 손가락을 옴지락 거리다간, 전해오는 온기를 맞는다. 차던 손이 금세 녹아내린다. 빈손을 들어 권의 손 위에 덮는다. 제 부탁을 들어준 권을 마주 본다. 월하 역시 따라 입꼬리를 휘어내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권주를 바라보는 월하의 눈은 고마움을 담고 있다.
"..... 알아요."
권이 내민 모습은, 저가 남긴 걱정이터다. 잡았던 손을 빼어 내린다. 자신 없는 듯 시선이 내려가다간, 곧장 바로 한다. 망설이듯 입을 방싯거리다간, 말을 잇는다. 확실하지 못하더라도 이야길 꺼내는 건, 혹시 모를 일말의 가능성 때문이라.
"나을 수 있을 거예요. 그게 치료를 받든, 익스파로든. 뭐든간에....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71 >>72 과연...일상도 그렇고 독백도 그렇고.... 그렇게 치인거로군요. 과연...! 확실히 권주는 다정하고, 조선시대 월하는 너무 예뻤지요. 인정합니다! .....그리고 월하가..하윤이에게 마음이 가는 이가 있다고 말한 것이 아마.... 온천때였으니까....(곰곰) ....엄청 오래 되었잖아..!!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그랬었구나. 엄.. 지금이니 이야기하는 거지만. 일상 이후로 마음이 있었으나 금방 접었었어. 그때엔 월하는... 죽는 것으로 이야기의 끝을 맺게 하고 싶었거든. 근데 데플 없는 스레라는 이야기에 슬그머니 취소했고. 그러다 보니까... 더 돌리고 싶어지더라고. 근데 그땐 나도 그렇고, 권주도 여러모로 시간이 안 맞았으니까.
그러다 보니 월요일마다 올라오는 웹박수 내용만 가만 보게 되더라. 내가 보내는 건 부끄럽고. 그렇다고 저 웹박수에서 날 말하는 게 있을 리 없을 텐데. 그렇게 뭔가.. 억눌리고 그러다 보니 별게 다 오해하게 되더라고. 마왕 진단 돌렸을 때 월하한테서 상어를 수하로 다룬단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그 이후에 AU에서 권주주가 상어로 택한 건가?.. 하고.. 부끄러운 여러가지로 하여튼... 응.
타미엘은 몇 가지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능력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였습니다. 익스파가 만능은 아니기에-그녀의 능력이 한없이 만능에 가깝기는 하지만- 능력이 아니더라도,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잘라내기는 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그래도 자신이 달라진 것이니까요.
집에 초대를 했다.. 에 가까우려나요? 올 시간이 되었을 무렵. 그녀는 자를 머리카락을 약간 돌돌 말아서 품에 안고 있었습니다. 거의 자신의 키에 달하는 길이니까요. 그 외 적당한 차라던가를 대략 내놓아두려고 합니다.
사실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면 어떡하지요. 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두려움과. 약간의...불안감 등등.. 반짝반짝거리는 머리카락을 내려다보면서 조금 기다렸습니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희미하게 웃음지었습니다. 순간 머리카락을 드는 걸 잊어버려서 바닥에 늘어져버린 머리카락을 보고는 흐릿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걸 정리하다가는 걱정끼칠 것 같은데요.. 일단은 임시방편으로. 전부. 안에 밀어넣고는 털슬리퍼를 신고 나가려 합니다. 잠금장치를 열고는 헤세드를 올려다보면서 어서오세요. 라고 부드럽게 말하려 합니다.
"음음.. 슬리퍼.." 아. 슬리퍼도 커플이네요. 이런 사소한 것에도 조금은 의식하고 있어서 그런 건지. 라고 생각하면서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라고 중얼거립니다.
아마 주방 쪽의 테이블에는 닉시가 뜨끈뜨끈하게 보온하고 있는 차가 보일 것 같네요. 무슨 차를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있는 차란 차는 전부 다 끓여두고 있다네요. 테이블이 가득할지도요? 다과는.. 만든 것도 있고, 사온(이라 썼지만 실지론 그냥 가져온이라 읽는다) 것도 있겠네요.
"으응... 아니예요. 별로 많이 기다린 건 아니예요.." 고개를 저으면서 괜찮다고 했습니다. 커플 슬리퍼라는 말에 폭신폭신한 슬리퍼라고 말하면서 신으라고 하고는 얼굴을 살짝 가리고는...진정된 얼굴을 보여주려 합니다. 닉시에게 인사하려고 한 헤세드를 발견한 닉시는 분명 불만과 여러 부정적 감정을 굉장히 담은 눈빛으로 째려본 다음(정확히는 그렇게 느낄 것이었다에 가까우려나요?)에 꿀럭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렸습니다. 타미엘에겐 차마 그렇게 바라볼 수도 없어서 헤세드에게 하는 건가요..
"티타임.. 도 좋고요.. 그.. 나름 중대한 결심을 해서요.." 그래. 머리카락을 자르기로 했지요. 라고 생각하고는 심호흡을 하고는 머..먼저 한 잔 하셔도 괜찮아요. 라고 말하고는 앉으라고 한 뒤 자신도 앉아서 부드러운 빗으로 닉시들이 그녀의 풀어낸 머리카락을 빗어내려주고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의 끝이 어디까지 가려나요?
.....엗...유혜주...택배 분실에 복잡한 일들이라니...삶의 의욕이 저하되면 안돼요..! 그..그럴땐..어어..센하를 떠올리는 거예요..!! 8ㅁ8 그리고...많이 힘드셨겠군요.. 유혜주..(토닥토닥) 괜찮아요...괜찮아요.. 힘든 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도 오는 법이에요..
이 얼마나 따뜻한 이인지. 정말 봄이 찾아왔구나. 저와 눈을 마주한 권을 물그레 바라보다, 미미하게 웃는다. 믿음스런 눈이다. 정말로. 아직 온기 남은 제 손을 깍지 끼단, 들린 질문에 고갤 젓는다. 위험한 일이 많더래도 무리까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저가 원하던 일이긴 하지만. 저렇게 말을 걱정한다면야.
"위험하지만, 무리까지는 아니에요."
말을 끊는다. 깍지 낀 손을 풀어, 권의 손을 잡으려 뻗곤 말을 잇는다.
"그래도 권이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일을 쉬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지만. 지금은 우리가 해야하는게 있잖아요. 그러니까... 모든게 끝나고 나면.. 응."
홍차가 담긴 찻잔을 받아들고는 잼을 넣은 거라서 아. 하는 소리와 함께 홀짝였습니다. 베리류 잼이라서 약간 상큼한 향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조금 기다려야 한다. 라는 특성상 설탕 잔은 아니었지만요.
닉시가 째려보는 건.. 굳이 비유하자면 곱게 키워 잡아먹으려 했는데 어이없게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는데 보고만 있어야 하는 심연이 아이고.. 하고 곡소리를 내는 거에(사실 곡소리도 아니고 생각만 하는 것 뿐이지만) 닉시들이 영향을 받아서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별 일이 없다면 그것 이상의 행동을 가할 순 없지요. 실제로 지금 타미엘의 머리카락을 빗어주고 땋아 틀어올려주고, 남은 머리카락을 타미엘이 원하는 길이까지만(종아리 중간까지.)땋아내리고 나머지 부분을 고무줄로 잘 묶어주는 헤어 전담(?) 닉시들은 헤세드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하는 게 전부이잖아요?
"아..아니요.." 위험한 건 아니냐는 걱정 담긴 말에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결 좋은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거리며 빛을 반사해서 무지개빛으로 살짝 반짝입니다.
"그..별 거 아닌 거로 들릴 수 있지만.." 머리카락을 좀 자르려고 해요.. 손가락을 쿡쿡 맞부딪치면서 말하려고 합니다. 다 세팅 하더라도 땅에 끌리지 않을 정도로는 자를 생각을 하고 있어요.. 라고 덧붙이고는
"그..언니도.. 저도.. 살아온 기간 동안 다듬는 거 외엔 거의 자르지 않아서.." 타미엘 입장에선 엄청 중대한 결심이었겠지요. 그 머리카락을 기부할까 생각 중이예요. 라고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확실히 미터급 머리카락에 굉장히 풍성하기까지 하니. 아니면 빠진 머리카락도 모아서 기부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것도 잔뜩 모아놨지요?(닉시들이 하나둘씩 모아놓은 걸 가져왔다 카더라)
//연수를 받았지만 역시 주차는 어렵습니다.. 지상과 지하 주차란.. 많이 다른 것... 갱신하고 올리고 가겠습니다아... 다들 안녕하고 안녕하세욤
다시 맞잡은 손은 이전처럼 차갑지 않았다. 한동안 손을 잡은 채 있던 그녀가 손가락을 살짝이 꿈질 거렸다. 엄지와 검지로 권의 손등을 매만지고, 손가락 마디를 살피고. 힘을 주어 잡았다. 거친 손바닥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넌지시 말해주고 있었다. 저 못지 않게 권 역시 힘든 세월을 보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이어가던 그녀가 권의 대답에 고갤 들었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저 역시 그러려고 했었으니. 고갤 끄덕이던 그녀가, 이어 꺼내는 말에 고갤 슬쩍 기울였다. 걱정 가득 담긴 말들을 들으며 눈을 깜빡였다. 말이 끝나고 방글이 웃어 보였다. 정말. 남에게 걱정 받는다는 게 이렇게 좋을 줄은 이전엔 몰랐는데.
미소를 예쁘게 띄우는 유혜의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내 눈은 탁하기 그지없었으리라. 이기적이라고 생각해도 좋으니, 내가 너와 행복했으면 좋겠단 말이지. 조용히 바라본 그녀의 눈은 진심으로 가득했고, 어쩐지 그곳에는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감정 또한 섞여 있어보여 눈치채고 보면 마음 언저리가 아팠다.
"난 내가 불행해도 좋으니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오고 있었어. 그런데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 바람은 성립되지 못하겠네. 내가 불행할 때, 네가 행복할리가 없으니까."
나지막히, 물 흐르듯이 작게 읊조리면서 고개를 다시금 살짝 숙였다. 생각에 잠기듯 눈을 살포시 감은채로 가만히 있다가 도로 눈을 뜨며 유혜를 보았다. 맞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느껴지자 나 또한 놓지 않겠다는 듯 꼭 잡았다. 그래, 절대로 서로를 떠나지 않기로 그 날 약속했으니까.
"그러니 약속할게. 네 그 소원 반드시 이루어주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러니까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너도 나한테 약속해. 너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행복하겠다고."
꾸며낸 허울이 벗겨지고,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본래 이런 약속은 하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어째선지 너한테는 해버리게 된다. 그러니까.
매만져지는 손이 부들부들한 감촉으로 간지러웠다. 조금 부끄러웠지만, 가만히 월하의 손길을 받는다. 왕자님, 이라고 소리에 대략 2초간 잔소리를 포함한 모든 동작을 멈추고, 토끼처럼 눈만 둥그렇게 뜬다. 정신이 돌아오자 마자 순식간에 홍조가 가득히, 얼굴에 감정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아마도 펑하는 효과음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그...그거 부끄럽다고요."
반칙입니다...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다. 마냥 싫은것은 아니지만, 역시 면역이 없어... 다른 한 손으로 얼굴을 폭 가리면서도 손가락 틈새로 월하의 모습을 본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사랑스럽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해서, 그녀와 가장 어울리는 표현은 무엇일까? 진심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손을 내리고 저도 따라 미소를 지어보았다.
"...지켜드리겠습니다. 공주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모처럼이니, 한번 해보지 않았던 달콤한 말을 진지하게 한다. 하지만 역시 귀가 빨갛게 되어있었다.
밤이기에 뭐라도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아무말 대잔치를 한다고 한다면...지금 시점에서 익스레이버 엔딩곡이 나온다고 한다면 아마 이런 느낌의 곡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별이 아름답게 반짝이는 밤하늘이 비치고 점점 화면이 아래로 내려오고,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이 사용하는 사무실에 불이 환하게 켜져있는 모습이 나오는 거죠.
그리고 딱 작품의 제목이 뜨고 이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면서 움직이는 그림이 아니라, 멈춰있는 그림 상태로 아롱범 팀 멤버들의 모습이 하나 하나 보이는거죠. 사무실 안의 일상의 모습이... 맨 처음엔 서하와 하윤이가 투샷으로 뜨고... 그 이후에는 한 명, 한 명씩 말이에요. 그리고 각자의 모습이 나올때 스탭롤이 떠오르고 캐릭터 - 성우명 이렇게 뜨는 거죠.
여담이지만 엔딩에서의 캐릭터들의 모습은 과연 어떨지 너무 궁금하군요. 아마 서하와 하윤이의 경우는 서하는 한숨을 내쉬면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고, 하윤이는 초콜릿을 먹으면서 해맑게 웃는 모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모든 이들의 멤버가 나오면, 다시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모두가 움직이는 모습이 나오는 거죠. 그리고 뒤이어서 모두가 모여서 함께 사진을 찍는 샷으로 마무리. 렛쉬가 가운데인 느낌으로 말이에요. 그리고 커플들은 함께 붙어있는 느낌으로..! 그렇게 마무리가 되면서 밑에 다음 시간에 계속 문구가 뜨는거지요!
>>357 >>359 오오....뭔가 절로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이거 모두 담아서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다...하지만 스레주는 그림을 못 그리잖아요. 안 될거야... 그런데..정말로 너무 훈훈하면서도 정말로 잘 어울리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닉시를 부리는 타미엘이라던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권주라던가 말이에요.
>>358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어울리는걸요! 정말로! 보자마자 바로 납득했습니다! 그리고 서하와 하윤이는...아무리 생각해도...딱 그 장면밖에 안 떠오르더라고요. 물론 하윤이에게 건강즙을 쥐어줄까 했지만 뭔가 어색해서 초콜릿을 줬지만요.
아무래도 월하는 잔뜩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나 보다. 예의 생글 웃는 얼굴로 바라보곤 아이처럼 웃음을 흘리니. 정말 이렇게 부끄러워할 줄은 몰랐는데. 검지로 권의 손등을 슬쩍 간질이며 장난을 잇다, 돌아온 대답에 멈짓 한다. 제 공격에 복수한 장본인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다. 뒤늦게야 시선을 휙 피한다. 전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막상 직접 듣고 나니까 부끄러워서. 잔뜩 볼가를 붉히며 있다, 시선을 든다. 권의 손을 잡아끌어 입가로 가져간다. 권을 마주 본다.
"나도 잘 부탁해요. 나만의 왕자님."
속삭이듯 말하곤 손등에 입술을 얹었다간 떼어낸다. 복수의 복수 겸. 내 곁에 있어줄 권을 위한 작은 보답을 그렇게 보낸다.
한 번 내뱉은 말의 부끄러움은 온전한 그녀의 몫이었다.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비는 일이 이리도 마음이 아플 일이었나. 그녀와 그의 이야기는 처음부터가 온전치 못했으니 그럴 만도 할 듯 싶었다. 충분히 불행에 아파한 우리였으니 이제 행복을 즐길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느릿히 바닥을 향해 낙하하고 다시금 떠오른 시선이 그의 눈동자를 향했다.
살포시 감겼다가 뜨여진 눈꺼풀 뒤로 보이는 그의 눈동자가 그리도 마음을 뛰게 만들더라. 네가 불행한데 내가 행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너의 불행으로 하여금 만들어진 행복을 즐기고 싶어할 리가 없었다. 맞잡은 손으로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하는 듯, 꼭 붙잡은 게 마치 어린 아이들이 서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잡아낸 것과 같더라. 여전히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봄바람과 같았다.
“ 고마워, 그리고 나도 약속할게. 꼭 그럴게. “
분명 행복한 순간이어야 했으나 마음 속 밑바닥이 일렁이는 기분에 눈시울이 약간 달아오른 그녀였다. 잔잔한 물결이 이듯 갑작스레 파도치는 마음을 가라앉힐 방법 따위는 없었다. 수 많은 감정이 흘러나왔고, 그녀는 그것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과거에서부터 조용히 숨겨온 감정들이, 이제야 햇빛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 드디어 봄이었다.
“ 나한테 와줘서 고마워. “
10년 전의 내가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10년 전의 너가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가 서로를 그저 스치는 인연으로 여겼다면. 그 수 많은 인연들이 서로 얽히지 않았다면.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네가 만들어낸 사소하고도 대단한 기적에 나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막 조퇴를 한 거라 아직 병원에는 못 갔어요ㅠ 열은 안나는데 기침이 멎질 않고.. 그 와중에 제가 어제부터 먹은 약이 하나같이 독한데다 먹은 게 거의 없어서 속이 떨린 것 까지 합쳐지니 매장 청소는 고사하고 손님 응대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었...어서..(흐릿) 웬만하면 참고 일하는데 표정 관리까지 아예 안되어버리니까 결국 조퇴조치 받았습니다ㅠㅠ
음..음....MPC들이라... 서하나 하윤이나 지금은 봄을 즐기진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복잡한 상황 때문에 말이에요. 그래도 둘 다 나름대로 사무실 근처에 있는 벚꽃나무를 바라보면서 바람을 쐬고는 한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라는 느낌에 가깝지만요. 특히 서하는 지금 가장 복잡한 상태이기도 하고 말이에요.
약속하겠다는 대답에 옅은 미소를 다시금 띄워내고, 이어서 들려오는 고맙다는 소리에 순간적으로 무엇이라 대답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미움만을 받아온 자신이 누군가에게 고마운 존재가 될 수 있을 줄은 바라지도 않으며 살아왔는데. 멍청하게 눈을 한 차례 깜박이며 고민을 이어나가다가 자신답게, 짧은 고민으로 끝내기로 하였다.
"천만에. 이쪽이야말로 고마워."
그렇게 부드러이 말하면서 유혜의 눈을 마주쳐내었다. 앞으로는 네 앞에서 이런 말을 더욱 자신 있게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어느새 바람이 하나 더 추가되었던 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나에게 무척이나 고마운 존재여서. 뭐, 아무튼, 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더니 놓고 싶지 않았지만 그 손을 살짝 놓고 난 뒤에 주머니에 넣고 있었던 작은 통을 꺼냈다. 뚜껑을 열고 그 안에 들어있었던 딸기맛 하트 모양 사탕을 하나 꺼내 유혜의 입가로 내밀었다.
"자신이 만든 거 먹어보기는 했어? 설령 먹었을지라도 한 번만 장단 맞춰주라."
무슨 소리인지는 더 이상 나열하지 않았다. 그저 태연함을 가장하면서 온화한 미소를 작게 지었다. 너와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고 싶네. 지금처럼.
제가 한 말에 월하의 얼굴이 붉혀져,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제가 뭔가 잘 못 말한걸까? 피하는 시선을 따라가려 고개를 기울었다. 이내 속삭이는 말과 손등에 스치는 보드라운 감각에 다시금 얼굴이 달아오른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심장이 뛰는 감각, 살아있다는 증거. 하지만 전과 다르게 불쾌하지 않았다. 월하의 곁에 있어주며, 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벅차오르는데, 앞으로 그녀의 사랑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터틀넥을 끌어올려 입가를 가리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기뻐서, 견딜 수 없을정도 행복해서, 더이상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당직이다. 나는 나른하게 하품을 한 번 하면서 사무실을 향힌 발걸음을 계속 옮겨나갔다. 편의점에서 가볍게 간식을 먹고 돌아가는 길이다. 문득 흘기듯 바라본 창문 너머로는 이미 노을이 점점 옅어져가 어둠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에, 본래 퇴근 시각으로부터 시간이 조금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지났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오늘 당직은 누구와 하는 거였더라. 불현듯, 그러나 느긋한 흐름으로 든 의문에 무표정인채 눈을 반쯤 감으며 생각에 잠시 잠겼다. 그러자 이내 그것이 최서하 씨임을 떠올려낼 수 있었다.
"흐음..."
최서하 씨인가. 저번에, 하용성ㅡ감마ㅡ를 체포했던 날에 보였던 분위기가 이상했던 사람이다. 단순한 기분탓이었다고 부정해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걸리는 점이 너무 많았다. 물증이 없어서 그렇지 현재는 거의 확신한 상태이다. 그는 익스퍼 보안 유지부 소속의 요원이고, 강하윤 씨를 희생시키기 위해 성류시에 스파이처럼 투입된 이이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완전히 확신을 가졌다. 뭐, 다시 말하지만 빼도박도 못하도록 내밀 증거는 없지만. 그런 식으로 증거를 쉽게 내놓지 않은 인간이 한 명 더 있었기에 그다지 큰 감정으로는 다가오지 않았다.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제 자리에 앉았다. 컴퓨터의 화면을 켜기 전에 한 손으로 뒷목을 어루만지고 있다보니 방금까지 내가 생각에 잠기게 만든 원인이 저기 자신의 자리에 있던 것이었다. 잠시 실눈을 떴다.
"...당직 함께 힘내도록 하죠, 최서하 씨."
하지만 이내 온화한 분위기로 돌아오며 넌지시 그렇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어서 추궁하고 싶은 충동적인 심정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조금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든다. 사실 그 이유는....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귀찮기 짝이 없었다. 정말 여러모로 말이지. 일단, 연구원 2명의 안전은 확보가 되었고 문제의 그 장소로 보내는데도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월드 리크리에이터를 받는 것 뿐이다. 그쪽에서 준다고 했으니, 아롱범 팀인 여기서 거절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무엇보다, 나는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니까. 하지만, 그것은....
뭔가 복잡하기 짝이 없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이런 날에는 집에서 쉬고 싶은데... 하필 또 오늘이 당직이다. 덕분에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했고, 나름대로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하필 이런 날에 한해서... 물론 해야 하는 일은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지만... 그래야 경찰에서 안 짤리고 연금이 나오니까...
"...응? 아..아...네..네..네..."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는 도중, 센하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솔직히 말하면...제대로 듣지 못했다. 뭐라고 말을 한 것 같았고... 힘내...어쩌고 하는 것 같긴 했으니까 아마 그런 의미겠지. 그렇게 추측하면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는 센하 씨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인 후에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내 앞에서는 지금도 익스파 탐지기가 작동하고 있었다. 갑자기 큰 규모의 익스파가 사용이 되면 탐지가 되는 그 탐지기는 상당히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슬슬 월드 리크레이터를 회수하러 가야겠네요. ...뭐라고 해야할까. 이럴 때 주변이 조용한 것이 되게 이상하지 않아요? ...R.R.F...라던가 움직임도 없고... ...아니. 뭐, 귀찮지 않으니까 좋긴 하지만요."
적당히 흘러가는 느낌으로 그런 말을 하면서, 나는 탐지기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정말로 조용한 분위기가, 참으로 묘한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R.R.F는 왜 움직임이 없지? 뭔가 움직일법도 한데 말이야. ...물론론 안 움직인다면 좋긴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무런 귀찮은 일도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작게...
대답이 한 박자 늦었던 것도 그렇고, 같은 말을 여러번 반복하는 것도 그렇고 반응이 영 시원치는 않았다. 짐작건대 조금 다른 생각으로 인해 멍을 때렸던 것이다. 당장 나만 해도 혼자 있을 때 멍 때리는 일을 많이 하기도 하는 등 그 행동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는 현재의 상황이 조금 심각하다는 것과 그 모습을 보인 사람이 내가 의심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정도일까. 여하튼 대답을 한 최서하 씨를 향해 고개를 한 차례 끄덕여주었다.
"그렇네요."
이것은 슬슬 월드 리크리에이터를 회수하러 가야겠다는 그의 말에 한 대답이다. 지금 익스파 탐지기를 보고 있었던 것이겠지. 이어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책상 위로 태평하게 턱을 괴면서 묵묵히 들었다. 이럴 때 주변이 조용한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 인가. 마지막에는 귀찮지 않으니까 좋다고 했지만 신경쓰이는 것이 분명 본심이리라.
"R.R.F라, 조용히 준비라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준비를 하는 동시에 날뛰는 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니까요."
티를 내진 않았지만 약간의 경험담도 섞인 이야기였다. 나는 컴퓨터를 의미없이 응시하며 읊조리듯 대답하다 다시금 최서하 씨를 보았다. 약간 가늘게 뜬 눈으로.
"그러고 보면 R.R.F 뿐만은 아니었죠. 익스퍼 보안 유지부. 그 인간들도 노리는 것이 있으니까요. 어디 보자, 그들의 목적이 무엇이었더라."
천하태평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떠오르지 않는 척하며 허공을 잠시 바라보았다. 내가 이런 태세를 보인 이유는 한 가지 밖에는 있을 수가 없었다. 역시 이런 충동이란 조용히 묻혀두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지금까지 생각해온 '그 복수'처럼.
"...SSS랭크 능력자의 유일한 혈육인 강하윤 씨를 데려가 이용하려고 했지요. 제 말 틀린 거 없죠? 잔인한 인간들이군요. 어떻게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킬 생각을 하는 건지. 참, 성류시에 투입되었다는 그 스파이 씨도 서둘러야겠어요. 저희가 이미 강하윤 씨를 보호하고 있어서 자칫하면 임무를 실패하고...그래, 그 복종의 표식이라는 것으로 무시무시한 벌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무서워라. 하지만 그렇게 당해도 싸다고 생각해요."
"과거의 네 부모님을 만날 수 있다면 뭐라고 말할래?" 권 주: 열심히 살아주세요. 타인에게 피해주지 마시고... 그리고 함부로 손 올리지 마세요. 그래도 낳아주신 분들이니 이 정도 조언만 해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당신들은 들은 채도 안하겠지만요. ...마지막으로 더 이상 제 앞에 나타나지 말아주세요.
"어떤 초능력을 얻고 싶어?" 권 주: (이미 메탈로키네시스라는 능력이 있음)...더 이상의 능력은 과분합니다만... 만약, 시간을 돌리는 능력이 있다면... "할 수 있는 최악의 욕은?" 권 주: (말을 하지 않지만 경멸하는 눈빛)
익스퍼 보안 유지부에 대한 이야기가 센하 씨의 입에서 나왔을 때 나는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 이야기는 지금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일단, 나는... 그쪽 소속이기도 하고... 지금 센하 씨가 말하는 그 성류시에 투입된 이기도 하니까. 물론 스파이는 아니지만... 아니, 비슷할까. 결론적으로만 따진다면 크게 차이는 없으니까. 그렇기에 조용히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것에 부정하지 않고 조용히 긍정하면서 깊게 말을 하지 않았다. 당해도 싸다인가. ...맞는 말이다. 당해도 싸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그래도 옳은 길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것이 나의 임무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수행하지 않고 있지만 말이야. 사실 수행할 기회는 몇 번이고 있었다. 하윤이를 가볍게 터치하고, 손가락을 퉁기기만 하면 끝날 일이다. 아무리 저들이 지키니 뭐니라고 해도... 이건 내 능력의 문제다. 포지션 텔레포트의 무서움은 말 그대로 내 의지대로 얼마든지 사람이건, 물건이건 전송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지 않은 것은....
...귀찮으니까 이런 생각은 그만 두자. 그리 생각하면서 또 다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잔인한 이들이죠. 여러 의미로. ...애초에 이 모든 것이 그들로 인해서 시작된 것이기도 하고...."
그 점에 대해선 부정할 마음이 없다. 애초에 모든 시작은 그들이었으니까. 나의 상사인 그 사람에게서... 정말로 모든 것을 나도 제대로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설마 그렇게 얽혀있을 거라고는... 그렇기에, 더 갈등이 되는 것이다. 사실...임무는 수행해야만 한다. 나에게, 선택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수행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을 수행하게 되면....
여러모로 고민과 갈등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서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굳이 표현하지 않고, 오로지 정면만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뭐, 천벌을 받을 이는 언젠간 천벌을 받게 되겠죠. 혹은 법의 심판을 받을지도 모르고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지나가듯 말을 던져보았다. 잘 보면 최서하 씨는 지금 한숨도 많이 지었다. 그저 내가 그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점 때문에 모든 것이 연관되어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우연으로는 딱히 여기지 않는다.
"당신, 꼭 자신의 일인 것마냥 말한다고요. 체념하듯이 말하는 게."
특히 천벌을 받을 이는 언젠잔 천벌을 받게 되겠죠, 라는 말이요. 그렇게 덧붙이면서 미소가 지워지고 평소의 무표정만이 남았다. 어째선지 말하면서 정면만을 바라보는 얼굴에 고민하는 기색도 보였던 것 같고, 하여튼간 의심스러운 구석 투성이다. 나는 의자를 살짝 돌리고 다리를 포갰다. 그러더니 표정을 살짝 구기듯이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아, 돌려서 말하니까 답답하군요. 이번만큼은 직설적으로 가죠."
온화한 분위기를 반쯤 지워내니 본래의 차가운 분위기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었다.
"제가 당신을 아까 말한 그 스파이로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면 어떨 것 같나요, 용의자 씨?"
그때... 감마, 용성을 제압하던 날에 아마 이런 말이 언젠간은 들려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서 내에서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이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그야, 그때의 감마는 너무나도 노골적이었으니까. 마치...나를 고립시키기 위한 것처럼... 실제로 지금 이 사무실에서 내가 요원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뭐, 있긴 했지만 지금은 여기에 없으니까. 그 누구도... 아무래도 좋은 사실을 적당히 머릿속으로 넘긴 후에, 나는 손가락을 퉁겨서 캔커피 하나를 내 손으로 전송했다. 그리고 그것을 딸깍 딴 후에 천천히 마셨다.
"....뭐, 직설적으로 말하는 쪽이 저도 편하죠. ...저도 귀찮아서 말은 직설적으로 안하는 편이기도 하고..."
이어 다시 한 모금. 또 다시 한 모금을 마시면서 커피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돌려 센하 씨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이야기했다.
"...저에 대한 혐의는, 아직 하윤이가 이 사무실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없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데 그 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안하지만, 밝힐 수 없었다. 그렇기에, 조금은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래. 밝힐 수 없었다. 비겁할지도 모르지만, 그럴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아직은 그런 사실을 밝힐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일부로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통상이니 뭐니 해도...뭐, 지금은 그런 귀찮은 일보다는, 당장의 앞일이 걱정이기에... ...그리고 의심을 한다고 한다면, 제가 뭐라고 할 수 없는 거죠. ...안 그런가요? 설사 그게 저라고 하더라도, 순순히 인정한다..라는 말이 제 입에서 나올 리가 없잖아요? 더 나아가서... 경찰은 증거로 이야기를 해야죠. ...그에 비해서 이쪽은 얼마든지 하윤이에게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하윤이는 오늘만 해도 무사히 출근을 했었고... ...뭐, 일단 제 입장에서 할 말은 이 정도일까요?"
나른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조용히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마셨다. 덧붙여서.... 거짓말은 아니다. 나는 당장의 앞일이 더 걱정이었으니까...
"어라, 논쟁으로 나오는 겁니까. 귀찮음 많은 당신도 제 자신을 변호하는 일에는 열심인 모양이네요."
나른하게 말하면서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뭐, 그렇네요. 제일 중요한 물증이 없어요."
아, 역시 이래서 경찰이 싫다니까. 이런 상황에서 장난이 조금 섞인 무게없는 말을 읊조리면서 잠시 낮게 키득 웃었다. 그렇다. 경찰의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물증이 없다.
"하지만 심증만으로도 의심스러운 점은 넘쳐난답니다. 당신이 그 스파이가 맞다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들어맞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니까요. 사실 의심의 시작은 하용성을 체포할 때였어요. 당신은 그 때 저희에게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그 인간과 무엇이라 대화를 나눴었죠. 그 내용이 불투명해서 짐작 밖에는 못하지만, 유지부 소속이 아닌 당신이 한 때 유지부 소속이었던 그와 길게 대화를 나눌 주제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그래서 나는 가정을 통한 결론 도출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여전히 가벼운 분위기인채 무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강하윤 씨가 이 사무실에 아직 있다는 것만으로 당신의 결백이 완전히 증명이 되는 걸까요. 익스퍼 보안 유지부의 목적은 그녀를 입수해 이용하는 것. 하지만 현재 저희에겐 적어도 언제까지, 라는 기한이 명백하지 않아요. 여태껏 그러지 않았더라도 추후 언젠가, 당장 오늘이나 내일이라도 그녀가 사라진다 해도 스파이 씨는 임무에 성공하는 것으로 이해가 가능해요. 하지만 여기서 잠깐. 스파이 씨는 지금까지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버티고 있을 정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을까요? 저희가 지금 두 연구원을 보호하고, 월드 리크리에이터를 회수하려까지 하는 상황에서 익스퍼 보안 유지부는 느긋하게 마음을 먹을 수 있었을까요? 스파이 씨가 강하윤 씨에게 접근하는 것만 해도 시간 문제인데. 당신이 아까 말했던대로 현재는 굉장히 조용한 상태예요. R.R.F도 익스퍼 보안 유지부도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죠. 그건 아직 지켜보는 정도의 여유는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죠. 그럼 어째서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었느냐. 여기서 저는 스파이 씨는 이미 강하윤 씨에게 접근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라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향은 어디였을까요? 역시 그녀가 하루종일 많이 있는 장소에 함께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죠. 그것이 의도했던 것이든 아니든 스파이 씨는 그것을 달성한 모양이고, 그래서 현재 여유를 가지고 아직 상황을 살필 수 있었던 것이겠죠. 덤으로 그 능력이 그녀를 입수한다는 목적을 언제든지 이룰 수 있는 종류라면 더더욱 말이죠."
사실 가정을 이용한 논쟁이 언제나 그러하듯 빈틈도 존재하겠지만, 딱히 자백을 받아낼 욕심은 없었기에 그 정도 하기로 했다. 나는 다소 차가웠던 말투를 살짝 누그러뜨리고 마지막 가정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당신을 스파이라고 가정했을 때, 당신에게 통상 스파이들의 그 무자비한 사고방식을 적용하기에는 지극히 힘들단 말이죠. 나름대로의 정의감도 있고, 동정심도 있는 당신의 모습이...뭐, 이건 굉장히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연기로는 보이지 않아요. 약간 사고를 다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겠죠. 그것으로도 현재 강하윤 씨가 아직 이곳에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어요."
포갰던 다리를 다시 내리고 의자를 정면으로 돌렸다.
"뭐, 이상. 이 정도 대꾸하도록 할까요. 뭐, 빈틈이야 많겠죠. 물증이 없을 때의 추궁은 언제나 그렇답니다. 그렇기에 물증을 찾아서 발뺌 못하도록 내놓는 것인데...실력자네요. 단 하나의 물증도 보지 못했어요."
여전히 그의 정체를 확신한다는 듯한 말투로 말하면서 옅은 미소를 잠시 지었다. 최서하 씨 생각은 어떠세요?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이면서.
//하...머리 안 돌아가...(털썩) 그리고 레주 말씀 너무 고마워요 ;ㅅ;(머리박박박)
그래. 귀찮아진다. 그것도 보통이 아닐 정도로... 상당히... 지금의 나는 조금의 귀찮은 요소도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해야 할 일. 나에게 지시가 된 일을 생각하는 것만 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렇기에 아직은 밝혀질 수 없다. 자백할 수도 없다. ...아니, 정말로 그럴까. 나는 단순히 그것만을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도 알 수 없다. 나는 뭘 하고 싶은 것일까. 도저히 알 수가 없기에... 나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애써 태연을 가장하며, 커피를 마저 마시고 그것을 근처의 쓰레기통으로 전송시켰다.
꽤나 길게, 길게 이뤄지는 그 말에 나는 딱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에 반론할 마음도 없었다. 그렇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마디를 나른한 내 목소리 톤으로 던졌다.
"...재밌는 가설이네요. ...하지만, 누군가를 추궁하기엔 조금 부족하지 않나요? 그거? ...저보다 계급이 높은 센하 씨가 그것을 모를리는 없을테고..."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여기서 저 논리를 반박하자면 매우 간단했다. 애초에, 익스퍼 보안 유지부가 하윤이가 그 딸이라는 것조차 알 리가 없으니까. 왜냐하면 나는 그것을 보고하지 않았으니까. ...그들이 아는 것은 조만간에 월드 리크리에이터가 밖으로 노출된다는 것 정도일까. 그렇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는 기지개를 쭈욱 켰다. 딱히 반론을 할 마음은 없다. 오히려 여기서 적극적으로 반론을 하면, 더 수상한 생각을 가지게 될 터. 무엇보다 센하 씨는 일단 반 쯤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고... 이럴 땐, 그냥 적당히 넘겨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 의심이 된다고 한다면, 다른 대원들에게 말해서 저를 빼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요? ...뭐, 인정할 것은 인정할게요. 확실히 수상하게 보이긴 하네요. 제가 봐도. ...하지만 그에 대해서 제 답은 변하지 않아요. ...물증이 없다면, 저는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말을 할 생각도 없다고 말이에요."
물증이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나는 여기서는 '요원'이 아니라, '경찰'로서 일을 했었으니까. ....알고 있는 이도 없는 지금, 내가 말을 하지 않는 한 누군가가 나의 정체에 대해서 알아낼 방도는 없다. 그렇기에, 조금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뭐,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말을 하나만 더 하자면... 저는 아롱범 팀을 동료라고 생각한다 정도...라고 해둘게요. ...그 이상은 무슨 말을 해도 딱히 들을 것 같지도 않으시고... ...뭐, 편하실대로 생각하면 되지 않겠어요? 센하 씨는?"
....그렇기에 나는..... ...귀찮은 생각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치워버렸다. ...귀찮으니까.
"이젠...위험한 일은.. 없을 거예요.." 아마도요. 란 말은 깊숙이 삼킵니다. 그것은- 오랜 생활로 인한 무관심에 가까웠다. 입었음에도 너는 아직도 열 일곱 적의 감각이 남아 있어서. 아니 조금 더 나아간다면 위험을 잘 느끼지 못하던가? 매도와 비난은 없었다. 그저 담담한 사실만이 있었을 뿐. 그걸 불인정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모른 척에 가까웠던가?
"그. 머리카락에 대해서 검색해 보다가.. 그런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어떤 모습이라도 어울릴 것이라는 말에 정말 그랬으면 좋을 것 같아요. 라고 중얼거립니다. 언젠가. 정말로 괜찮다면 짧게 자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물론 현재는 딱히 그럴 생각까지는 없지만요. 그리고 미용실이란 말에. 아. 라는 감탄사를 냈습니다.
"그냥 여기에서 자른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미용실에 가서 자른다는 것도 지금 생각해봤는데 괜찮은 것 같아요. 라고 덧붙입니다. 미용실에 한 번도 안 가본 타미엘(언니였을 적은 제외하자)로써는 이번 기회에 한 번 닉시들 말고 진짜 미용실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었습니다.
//으으으으....답레만 올리고 다시 약먹고 자갰습니다...열이 올라서 헤롱헤롱거려..감기 네놈..(하루종일 엉망이지만 않으면 좋을 텐데..)
...갱신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원래는 오늘 오전에 접속해서 답레를 올리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정신적으로 몰린 탓에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방금 겨우 노트북을 켜서 답레를 쓰려다가 캐입 자체가 잘 안 돼서 이러고 있네요. 음...다시 정말로 죄송합니다. 레주. 지금 당장은 일상을 빨리 잇기가 힘들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음..음..어서 오세요! 센하주! 좋은 저녁이에요! 그리고 음..괜찮습니다! 너무 무리하진 말아주세요! 일상이야...뭐...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일단은 그렇다고 한다면 저쪽에서 적당히 말이 끊어지고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당직을 계속했다로 마무리짓는 것은 어떠할까요?
음..음...그럴땐 무리하게 하면 안되는 거예요. (끄덕) 뭔가 일이 있으면 그렇게 캐입이 잘 안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괜찮아요. 세하주...(토닥토닥) 음..음... 뭐...오늘치를 참가하지 못해도 내일도 있으니까요. 무리하지 말고...힘들면 좀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진 잘 모르겠지만...부디 잘 해결되길 바라고... 괜찮아졌으면 하고..이렇게 기원합니다.
레주 말씀 너무 감사해요. 음 괜찮아요. 단지 현생에서의 일이고...언젠가는 터지리라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기도 해서...음, 네. 괜찮아요 전. 레주 말씀을 들으니 기운이 좀 나는 것 같네요. 진짜 언제나 고마워요. 뭐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침울해질 정도는 아닐 것 같아서...ㅋㅋㅋㅋㅋㅋ평소의 센하주로 어서 돌아가고 싶네요...! 아, 익스레ㅡ버에 오면 언제나 힐링하는 기분이에요! 실은 뭔가 이쪽으로 오면 어느새 현생 문제를 뭐랄까 망각(?)하게 되어버려서 좋기도 해요. 뭔가 이렇게 레스를 쓰는 자신이 자기 자신이 아니게 된 느낌...(뭔소리)
현생에서의 일이면 더욱 힘든 법이죠. 결국 현생을 무시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이고... 아무래도 학업쪽 문제가 아닐까...라고 예상을 해봅니다만... 그리고 객관적이고 주관적이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은 법이에요. 자기가 힘들면 힘든거지. 그것이 별거 아니다..라고 어떻게 말하겠나요. 자신이 힘들면 힘든거지. 물론 살다보면 더 힘들수도 있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그게 안 힘든 것은 아닌 법이잖아요? 그러니까...침울해질 수도 있고 그런 거고...
에잇..! 결론은 2시간 정도 남았군요! 이번 사건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단순하고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습니다만...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야할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합니다.
사족이지만 기분이 우울할 때 센하주는 주로 그리고 싶은 그림을 묵묵히 그리고는 한답니다. 그런 이유로, 레주를 향한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도 담아서 서하를 마우스로 그림판에 열심히 그려보았어요. 마우스는 역시 힘드네요ㅋㅋㅋ 서하 귀엽고 멋져요. 제 덕캐라니까요.(진ㅡ지) 턱없이 부족한 그림실력+마우스이지만 그리는 동안도 힐링하는 기분이었어요. 센하는 서하에게 꽤나 적대적이지만 센하주는 서하 많이 애낍니다 >ㅂ<
음...그렇다기보다는...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음...음...그냥 직접 마주하면 될 듯 합니다! 뭘 말해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그리고 멋진 선물 맞습니다! 퀄러티가 떨어진다니..그림판에 마우스로 저렇게 그리는 것도 제가 알기로는 상당히 힘든 것으로 알거든요. 저렇게 그린 것이 어디인가요...와아...
>>600 .....아무래도 센하주는 저를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습니다..(흐릿) 이렇게 연속으로 선물을 받으면 제가 버틸 수가 없습니다. 하윤이...으와아아...너무 귀엽게 잘 그려졌잖아요! 으으....하윤이 귀엽다...서하도 멋지지만.... 이렇게 연속으로 그려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큰 절)
ㅋㅋㅋㅋㅋㅋㅋㅋ 딱히 여긴 힐링 스레가 아니라는 것이 함정 아닌 함정이라고 합니다. 뭔가 의도한 것은 아닌데 케이스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모두가 뒷통수를 아파하는 그런 스레..(흐릿) 근데 진짜 제가 하윤이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물론 서하도 그만큼 좋아하긴 하는데...아무튼 그 둘의 그림을 저렇게 받으니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죠. 이건 공식입니다.
성류시에 위치한 구치소 안은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다.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보이지 않는 총알은 물론이고, 간수들은 몸이 벽에 달라붙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 혼란 속에서 제대로 대처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보이지 않는 공격.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능력. 그것들에 대항하지 못하고 간수들은 하나하나 털썩 쓰러졌다. 그나마 죽은 이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이어 조용해진 그 안으로 한 쌍의 남녀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길쭉한 라이플을 들고 있는 사내는 가만히 주변을 살피다가 감옥의 자물쇠 3개에 총알을 쏘았다. 탕, 탕, 탕. 자물쇠는 정말로 힘 없이 부서져버렸다. 이어 여성은 그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어서 나와! 구하러 왔어!!"
"누구지? 누가 보낸 거지? 너희들..?"
"R.R.F에서 보낸 거야. 그게 아니면 당신들을 구하러 나왔을 리가 없잖아. 안 그래?"
문을 연 여성, 아연은 싱긋 웃으면서 문 너머에 있는 3인방을 바라보았다. 그 3인방은 각자의 방에서 잠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문 밖으로 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내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 분에게서 날아온 전언이다. 슬슬 때가 되었다..라는군."
"어머. 그런가요? 때라. 정말로 구해주는군요. 그 분은...그렇다면 다시 한번 제대로 움직여야겠는걸요?"
"으아아아! 드디어 나왔다! 그 분이 보낸 거 맞지? 정말로?!"
"......."
2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 그들은 각각의 반응을 보이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구치소 안에 갇혀있던 것이 꽤 오래 되었던 것일까. 그렇게 몸을 풀고 있던 사내 중 1명이 자신들을 꺼내준 2명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어 이야기했다.
"...너희 둘은.... 그런가. 정말로 그 분이 보낸 모양이로군.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데이터베이스의 자료의 일부를 남겨둔 것이 다행이었군."
스스로 납득했다는 듯이,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막 나온 다른 2명의 여성도 뭔가 납득을 했는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어 5명은 구치소를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들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구치소에서 그들을 쫓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야 당연했다. 전부 쓰러져버렸으니까. 쫓아올래야 쫓아올 수가 없었다.
그럼..슬슬 시간이로군요. 그럼..슬슬 시작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스레주가 중간에 저녁식사를 하러 갈듯 한데..지금 딱 저녁식사가 완성된 느낌이고..(흐릿) 아무튼... 지금부터 Case 19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슬슬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여러분들에게 펼쳐보이겠습니다.(꾸벅)
박한민과 김한민. 이름이 같은 두 연구원을 어떻게든 구조하고 신혜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고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이내 신혜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다. 슬슬 와달라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에 서하와 하윤은 물론이고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은 문제의 그 폐허 연구소로 향했다. 여전히 낡고 폐허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 연구소에 들어가자, 그때처럼 모니터에 불이 들어왔다. 거기에는 이전처럼, 신혜의 얼굴이 떠 있었다. 정말로 반갑다는 듯이 그녀는 모니터 너머에서 이야기를 했다.
"어머나. 어서 와. 그리고 다들 정말로 수고했어! 이 누나, 혹은 언니가 부탁한 거, 쉽지는 않았을텐데. ....영우가 죽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그래도 다른 2명을 무사히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 그럼 이제 약속대로 월드 리크리에이터를 양도해야겠지. 자..자...들어와. 문을 열어줄테니까."
이어 드르륵하는 소리가 방 안에 조용히 울렸다. 이내 저 앞쪽의 벽이 옆으로 밀려났고 밑으로 내려가는 작은 소형 엘리베이터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가 타기에는 충분해보이는 그 엘리베이터에 전원이 들어왔고 신혜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을 타면 지하에 있는 이곳까지 올 수 있어. 자자. 어서 와. 어서 와."
어서 들어오라는 듯이 맞이하는 그녀는 생긋 웃으면서 모니터 너머에서 하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머리를 풀어 길게 허리까지 내린 하윤은 그 모습에 살짝 움찔하더니, 조심스럽게 가장 먼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런 하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서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앞으로 걸었다.
"...그럼 가도록 하죠. 우리도... 뭐, 귀찮게 여기서 이러쿵저러쿵 할 필요도 없고..."
아무래도 그 이외에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딱히 할 일이 없다고 한다면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네? 아..저기, 저는 거절할게요. 후훗. 딱히 지금 마킹을 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거든요."
"....뭐, 일단은 이쪽도요."
마킹을 해도 되냐는 메이비의 제안에 서하와 하윤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거절의 의사를 보였다. 이어 끝까지 긴장을 놓쳐선 안된다고 드라마에서 그랬다는 로제의 말에 하윤은 동의하듯이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하지만.. 별 일 없을 거라고 믿어야죠. 있어서도 안되겠지만요. ....그럼 좋겠지만..."
하윤은 말 끝을 살짝 흐리고서 서하를 아주 살짝 바라보았다. 하지만 서하는 그 시선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앞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저 입을 다물면서...
이내 모두가 올라타자 엘리베이터는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쭈욱 내려가는 도중, 갑자기 붉은색 레이저 같은 것이 모두를 스캔하듯이 잠시 비추었다.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는 신혜의 목소리였다.
"아아. 놀랐지? 괜찮아. 괜찮아. 지금 그거, 너희들의 몸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익스파를 제거하는 장치야. S급 수준의 익스파라면 제거 되었으니까 안심해. 그..혹시 모르잖아? 만일의 경우라는 것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 목소리가 나온 후, 얼마 가지 않아 엘리베이터는 마침내 아래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보이는 것은 창문 하나 보이지 않는 꽤 넓은 크기의 복도였다. 그리고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늘 모니터 너머로만 보이던 신혜의 모습이었다.
"하이. 헬로우! 안녕! 드디어 만났구나.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 여기까지 온다고 수고 많았어. 그리고..다시 한번 내 동료들을 구해줘서 정말로 고마워. ...그래. 일단, 너희들에게 확실히 보여줘야겠지. 따라오지 않을래? ...그리고.... 다시 한번 사과할게. ...어찌되었건 우리들도 어느정도 연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
신혜의 눈빛은 잠시 하윤을 향했다. 그리고 하윤은 그 눈빛을 아주 살짝 피했다. 아무래도, 조금은 어색한 느낌일까. 하윤의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신혜는 씁쓸한 미소를 지은 후에 왼쪽으로 몸을 꺽었다. 그리고 복도를 천천히 걸어나갔다.
"저기 있죠, 그렇게 진지하게 동의해버리면 제가 허구한 날 순찰은 안 하고 드라마만 보는 잉여같잖아요." <- 참고로 맞는말이다.
진지한 분위기가 그리 익숙치 않다는 듯,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상 진지한 그 분위기를 싫어했지. 진지해지면 폭발이 일어나서 모두를 덮치면 어쩌나 싶고, 또 자신만 살아남으면 어쩌냐는 생각도 있을 뿐이다. 그저, 그런것이었다. 그는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어린아이니까. 그래서 더 농담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아하. 그렇구나. 응. 만약이 있으니까. 입술을 휙 휘어올린 그는 모니터 너머로만 보이던 신혜를 마주하곤 아무런 질문도, 말도 없이 조용히 신혜를 따라갔다. 오늘따라 긴 머리가 그리도 불편할수가 없었다.
건넨 마음은 제대로 전달되었으니. 슬쩍이 권의 반응을 살피다간, 제 볼에 손을 얹는다. 보이진 않지만. 저 역시 권처럼 잔뜩 붉게 물든 채겠지. 고갤 숙인다. 정말. 지금까지 살아있길 잘했구나.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즐거워서. 힘든 시기를 견뎌 냈던 건 지금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잇다, 느리게 고갤 든다. 입가를 감추려 노력하는 권의 모습을 보곤 입 맬 당겨 다정하니 웃는다. 그렇게 가리지 말아요. 하며 웃는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처음 만난 그 순간 때처럼. 지금 이 순간을 가리는 것 없이 순전하게 기억에 남기고 싶으니까. 이렇게 우는 모습조차도 말이야. 손을 뻗는다. 권이 그랬던 것처럼. 조심히 눈물을 닦아내주려 한다.
"... 뭘요. 오히려 내가 고마운걸요."
나 같은 이를 사랑해줘서. 조곤하게 말을 잇는다. - 그리고 못 올렸던 답레... 오늘 몸 상태 별로일텐데, 나중에 괜찮아지면 천천히 이어줘 ;)
주위를 살피던 타미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엘리베이터 근처에 붙어있는 작은 지도였다. 그 지도를 바라보는 타미엘을 바라보면서 신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했다.
"아. 그거..여기의 지도야. 우리 더블 한민이 여기 막 와서 지리를 잘 몰라서 헤깔릴 수 있으니까. 너희들도 보는 것이 어때? 이래보여도 이 누나 혹은 언니가 사는 곳은 꽤 넓단다! 참고해두렴!"
그 말에 서하는 물론이고 하윤 역시 그 지도를 잠시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 메이비의 물음에 신혜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것은 영업 비밀이지만...일단 그래도 질문을 했으니 말해야겠지? ...간단하게 말하자면 복사 붙혀넣기야. 어찌 되었건...그 월드 리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힘은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니까. 그리고...당시에, 유리가 익스파를 많이 발산하기도 했었고, 익스파는 뇌파의 일종이라는 거 알지? ...그래서, 그 뇌를 연구하기도 하고..아무튼 그런 일들을 하면서 겨우 뽑아낸 거야. 그 힘을... 그리고 그 힘의 일부를 사용한 것이, 바로 리크리에이터라는 것이고..."
대답을 끝내면서 신혜는 계속해서 모두를 이끌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앞으로 쭉 걸어가자 보이는 것은 붉은색 전자 철망으로 막혀있는 문의 모습이었다. 이어 그녀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서 보라색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카드리더기에 가볍게 긁었다. 그러자 붉은색 전자 철망이 사라졌다.
"후후. 어때? 놀랍지? 일단 중요한 것을 보관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잠금장치를 해뒀어. 어지간하게 강한 힘이 아니면 절대로 박살나지 않는 잠금장치야. 열 수 있는 방법은 이 카드키를 이용하는 것 밖에는 없기도 하지. 볼래? 볼래? 카드를 한번 볼래?"
"아..그럼 저...봐도 될까요?"
이어 조금 관심을 보이면서 하윤이 손을 들자, 그녀는 하윤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이어 서하도 관심이 조금 있는지 그곳으로 다가갔고, 그 카드를 하윤과 함께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카드에 관심을 가지고 봤을지도 모르는 다른 이들과 함께 바라보다가 서하는 하윤에게서 카드를 받아서 신혜에게 돌려주었다.
"그냥 평범한 카드네요. 기계 장치라도 되어있나요?"
하윤의 물음에 신혜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과학의 힘이라고 대답하면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방 안은 말 그대로 커다란 연구소라는 느낌이었다. 저 편에 사람이 빠듯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환풍기가 벽에 붙어있었고, 그 외에는 알 수 없는 여러 기계장치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바로 중심부에 있는 장치였다. 고압 전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는, 커다란 통 안에 하얀색 큐브가 들어있었다. 이어 신혜는 그 큐브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저것이 월드 리크리에이터의 힘이 깃들어있는 장치야. 그래. 큐브의 형태로 보관하고 있어. 지금까지 이 성류시에서 너희들이 본 월드 리크리에이터의 힘으로 이뤄진 것은 전부 이 큐브로서 이뤄진 거야. ....일단 고압 전류를 풀어야 꺼낼 수 있는데..그것을 풀려면, 여기가 아니라 중앙 연구실로 가서 세큐리티를 풀어야하거든. 그래서 지금 당장 주는 것은 조금 힘들어. 미안해."
"........"
"...저것이..."
하윤은 그 큐브를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고, 서하는 조금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신혜는 두 어깨를 으쓱하면서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여기서 기다려도 상관은 없지만...중앙에서 조금 하고 싶은 말도 있고... 만일의 경우라는 것이 있으니까, 일단 모두 나가서 중앙연구실로 이동하지 않을래? ...너희들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그래도 정말로 혹시나 모르는 것이니까, 직접 주기 전까지는 이 안에 사람이 있게 하고 싶지 않아. ...알다시피, 저것은..지금 노리는 이들이 많으니 말이야."
정중한 요청을 하면서 신혜는 모두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드디어 나온 월드 리크레이터! 9시 35분까지 받겠습니다!
저게 월드 리크리에이터, 작게 중얼거린다. 사용자의 사후에도, 공간을 넘어서도 개변시키는 그 익스파가 단순한 형태의 큐브였다는 것은 제법 놀라운 일이였다. ...무슨 형태이길 기대 한 적은 없었으려나. 이어 신혜의 노리는 이들이 많으니 이동하자는 말에도 딱히 동요는 없었다
"...딱히 상관은 없습니다."
정 걱정이 된다면, 그렇게까지 말하며 부탁을 하는 모습에 보안을 뚫고 들어오지는 않겠지라며 믿어본다. 월드리크리에이터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발걸음을 뒤로 돌렸다.
모두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 신혜는 주머니에서 버튼이 달린 장치 하나를 꺼냈고 그것을 꾹 눌렀다. 그러자, 방 안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올 때 아롱범 팀을 스캔했던 그 붉은색 레이저 장치가 방을 전체적으로 스캔하기 시작했다. 빛이 방을 한번 제대로 비춘 것을 확인한 후에 그녀는 다시 방 밖으로 나왔고 문을 닫았다. 그러자 아까처럼 붉은색 전자 철창이 다시 생성되었다.
"후후. 다시 말하지만, 만일의 경우라는 것이 있으니까. 방 안에 혹시나 익스파가 남아있으면 곤란하기도 하니, 없앴어.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지만 괜찮아. 이 철창은 어지간한 익스파가 아닌한 절대로 뚫을 수 없으니까. 아까 너희들이 본 그 카드가 아니면 열 수 없어. 애초에 이 연구시설의 전력으로 돌아가는 장치도 아니어서, 전기를 끊는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거든."
안심해도 좋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던 도중,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에 도착했고, 이번엔 그녀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그러는 도중, 갑자기 서하가 하윤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저기, 미안한데...화장실이 조금 급해서. ...잠시 다녀올게."
"네? 아. 네. 다녀오세요! 지도를 보시고 따라오면 되는 거 아시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오퍼레이터 연락 용 이어셋으로 연락할게요."
"...귀찮게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뭐, 일단은 알았어."
이어 서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에서 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향했다. 그렇게 서하는 잠시 화장실로 향했고, 신혜는 모두를 데리고 지도에 표기되어있는 메인 연구실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곳 역시 붉은색 철창으로 막혀있었고, 신혜는 방금 전의 카드를 꺼내서 다시 카드 리더기에 긁었다. 그러자, 문이 열렸다. 그 안은 말 그대로 정말로 메인 연구실이라는 느낌이었다. 수많은 책과 자료들이 놓여있었고, 그 안에선 박한민, 그리고 김한민. 아롱범 팀이 보호한 2명의 연구원이 있었다. 그 둘은 아롱범 팀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오오. 자네들이 왔나. 반갑군..! 그래!"
"그때는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경찰 여러분..!"
"자. 자. 감사는 이쯤하도록 하고... 우선, 고압전류의 장치부터 풀어야겠지? 일단 푸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니까, 기다려줘."
이내 신혜는 앞에 있는 메인 컴퓨터로 천천히 향했고 뭔가 이것저것 조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김한민이 저 편에서 커피가 담겨있는 컵을 여러 개 가지고 왔다. 그리고 아롱범 팀게 대접했다.
"자. 커피라도 좀 드세요. 여러분. 정말..여러분들이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허허허. 그러게 말일세. ...사실 우리들은 죄인이니까... 죄값을 치뤄야하는 것도 사실이지만...그래도, 그런 악당들에게 죽고 싶진 않으니 말이야. ...조만간에 그쪽의 경찰서에 찾아가겠네. ...죄값을 치루도록 하지."
그녀는 서하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가는 그렇게 말했다. 화장실이 어디에 있더라 생각하면서. 응, 생가은 했다. 그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다가 아까의 리크리에이터 보관실로 움직였을 뿐이지.
"........"
서장님은 말했다. 짐작가는 이는 있지만~ 이라고. 짐작이 간다면 자신이 알고 있으면서 어느정도 확신이 있을, 그리고 아마도 가까운 사람. 그리고 그 시기에 뭔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던 사람이 한명 있었고. 짐작은 가지만 일단 두고봐달라고 말했던걸보면, 정말 적대감이 있던건 아닐터이다. 모순되지만 신뢰하는 사람.
.........
아니길 바란다만.
"흠."
그녀는 리크리에이터 보관실로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길 바란것만 맞고있는건 조금 슬플지도 모르겠다.
없어졌다. 라는 것은... 음 그 닉시에겐 안된 일이지만 다시 써 주지 않는다면 흩어진 채로 그림자 안에서 죽어있지 않을까. 라고 짐작만 될 뿐입니다. 익스파가 스캔되려 하자마자 사라졌다던가. 도 가능할지도요? 그런 실험 같은 걸 하긴 그랬으니까요. 해본 적도 없고. 모순적이게도 재현은 가능하겠지만서도.
지긋지긋하게도 너는 그랬지.
"감사..합니다..?" 커피를 잘 안 마시기에 그건 넘겨두고. 그냥 감사하다는 예의상 인사만 하였습니다. 서하가 화장실에 간다는 것을 어렴풋이 들었습니다. 화장실과 보관실은 지도에 따르면 상당히 멀기는 하지요.
서하의 모습이 멀어지자, 메이비와 함께 조용히 뒤를 따라붙기로 한다. 의심... 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무언가였지만, 감마 사건 때부터 들던 기시감이. 게다가 이런 시기에 서하의 행동은 어딘가 이상해서... 그냥 감이다, 물증이 없는 감. 그리고 틀렸겠지,하고 애써 단정지으려 해본다.
메이비는 보관실로 다시 향했고, 권주는 서하를 따라서 화장실로 향했다. 일단 서하는 권주를 잠시 바라보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문제의 화장실은 1인용 화장실이었다. 말 그대로 가정에 붙어있을 법한 그 화장실을 바라보며, 서하는 권주에게 먼저 실례하겠다는 말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메인 연구실 안에서 하윤은 커피를 마신 후에 잠시 손을 들면서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저기, 저도 화장실이 좀...금방 다녀올게요!"
"아, 그럼 저도...부엌에 조금 다녀올게요! 따로 먹을 거라도 좀 내올테니까요!"
이어 하윤과 김한민이 밖으로 나갔다. 신혜는 다녀오라는 말을 하면서 계속해서 프로덱트를 풀기 시작했다. 꽤나 복잡한 것일까. 조금 시간이 걸리는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박한민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했다.
"...도와주면 되겠나?"
"후후. 도와줄 건 없어. 애초에 내 명령이 아니면 해제가 되지 않거든. 좋아..이제 거의 다..."
그와 동시였다. 갑자기 연구실 전체의 불이 꺼져버렸다. 컴퓨터도 꺼지고, 복도를 밝히던 불도 꺼져버렸다. 창문조차도 달려있지 않은 지하의 연구실이었기에 그 내부는 어두컴컴하게 물들어버렸고, 한치의 앞도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을 이용하면 잠시 근처가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고작 그 정도였다. 그것으로 앞을 바라보기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뭐, 뭐야?! 이거..?!"
이어 신혜는 깜짝 놀라서 자신의 품 안에서 버튼이 달린 장치를 하나 꺼냈고, 그것을 꾹 눌렀다. 그와 동시에 복도 여기저기에서 벽이 좀 더 생성되었다. 그것은 말 그대로 복도를 앞으로 직진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내부를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이라면,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빽빽한 느낌으로 구조로 벽이 튀어나온 셈이었다. 아마 권주나 메이비, 혹은 밖에 있을 서하와 하윤, 김한민은 당황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막 화장실 밖으로 나온 서하는 크게 당황해서 앞으로 조금 이동하려고 했지만 좀처럼 이동하기 힘들어보였다. 어둠 속에서 이동하려다가 쾅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으니까. 이내 그와 권주 사이에 벽이 몇개나 튀어나왔고, 둘은 가볍게 분단이 되어버렸다.
뒤이어 복도 내부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아마 단순한 정전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복도에 있는 이들은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서 대기하도록 해. 다시 한번 말할게. 가능하면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도록 해. 만약에 엉뚱한 장소에 있으면, 섵부른 행동을 했다고 판단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월드 리크리에이터 쪽으로 이동하는 이. 특히 제일 위험한 이로 경계하겠어. 알아둬."
//반응 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합시다. 움직이면 신혜에게 바로 쫓겨날지도 몰라요. 정말로요. 어차피 움직이려고 해도 복잡하게 바뀐 구조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만 말이에요. 10시 50분까지 받겠습니다!
이 타이밍에 정전이라니. 불안한 느낌에 소름이 돋아 주변을 돌아본다. 그러나 어둠에 적응하지 못한 눈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이어 연속적으로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튀어나와,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정말로, 이건, 별로 좋지 않아. 위태롭게 떨며 눈동자만을 굴린다. 이어 들리는 신혜의 말에 애써 진정하려 노력해본다....문제는 저마저도 갇혀버렸다는 것이겠지. 그래도 권주는 일단 신혜의 지시에 따르기로 한다.
순간 깜깜해지자. 무의식적으로 쑥 들어갔다가 다시 튀어나왔습니다....앞이 안 보이는 상황은 별로 반길 게 아니었습니다. 별로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니까요. 그리고 안 보이는 건 별로라는 말을 중얼거리자 닉시 하나가 정중히 내민 건 랜턴이었습니다. 그 전에 이미 금빛 결계로 시야가 어느 정도 확보는 된 것 같긴 하지만요.
"...정전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 같진 않으니까요." 신혜의 말이 없었다면 아마 사라져 있지 않았을까요..?
권 주의 말에 서하는 귀찮다는 듯이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의 말에 대답했다. 일단 로제의 익스파와 타미엘의 랜턴으로 인해서 메인 연구소에는 빛이 어느정도 들어왔지만 그렇다고 한들, 연구소 전체에 불이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이내, 월하의 말에 신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비상 발전기가 있어. 그것을 작동시킬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이어 그녀는 천천히 불빛을 따라서 연구소 저편에 있는 노트북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것의 전원을 켰고 뭔가 이것저것 복구를 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메이비가 있는 곳 부근에서 그 어둠을 비추는 불빛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어두컴컴한 어둠만이 가득했다.
아무튼 시간이 흘러 겨우 불빛이 들어왔고, 그녀는 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자 튀어나온 벽들이 모두 사라졌다. 서하와 하윤, 김한민도 자신의 자리에서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위치는 지도에 표시되어있는 곳입니다)
이어 신혜는 모두에게 방송을 하면서 복도에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갑작스런 정전이 왜 일어난건진 모르겠지만 조금 불안한 것도 사실이기에, 일단 월드 리크리에이터를 확인해볼게. 잠시만 기다려. 그리고 가능하면 모두들, 다시 연구실 안으로 들어와줄래?"
이어 그녀는 메인 컴퓨터를 다시 부팅한 후에, 내부의 카메라의 화면을 모니터에 띄웠다. 그리고, 거기에 비친 모습은 그야말로 놀라운 모습이었다. 고압전류가 흐르고 있던 통은 땅바닥에 떨어져있었고, 거기에 존재해야 할 하얀색 큐브. 월드 리크리에이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복도를 비추는는 감시 카메라의 화면에는 분명히 그 문의의 붉은색 전기 철창이 걸려있었다. 말 그대로, 문은 그대로 잠겨있는데, 그 안의 월드 리크리에이터만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뭐...뭐야?! 이건...?!"
막 연구실로 들어온 이들의 눈에도 컴퓨터의 화면은 확실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정말로 커다란 충격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튀어나온 벽들을 보며 벽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능력을 써서 저 벽들을 모두 사라지게 만든다면 꽤나 곤혹스러울지도. 문득 장난기가 발동하여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보지만 지은은 이성적인 인간이었다. 생각을 하더라도 행동까지는 이어지지 않았고, 다행스럽게도 불은 금방 켜졌다.
"와, 드디어 밝아졌다~"
박수를 짝짝 치며 눈에 띄게 기뻐하는 모습이 어린 아이와 닮아있었다. 들려오는 방송에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겨 연구실을 향했다. 신혜 뒤에 팔짱을 끼고 서서 모니터를 지켜보았다. 이거 엄청 첩보 요원 같지 않아? 멋있는데-, 따위의 생각을 한다. 하지만 갑자기 사라진 리크리에이터에 그런 여유로운 생각도 오래가지 못했다. 지은은 고개를 갸웃하며, 내가 아까 실수로 능력을 써버린 것이 아닐까 허둥지둥 살펴보지만 그럴리가 없었다.
튀어나온 벽들을 보며 벽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능력을 써서 저 벽들을 모두 사라지게 만든다면 꽤나 곤혹스러울지도. 문득 장난기가 발동하여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보지만 지은은 이성적인 인간이었다. 생각을 하더라도 행동까지는 이어지지 않았고, 다행스럽게도 불은 금방 켜졌다.
"와, 드디어 밝아졌다~"
박수를 짝짝 치며 눈에 띄게 기뻐하는 모습이 어린 아이와 닮아있었다. 들려오는 방송에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겨 연구실을 향했다. 신혜 뒤에 팔짱을 끼고 서서 모니터를 지켜보았다. 이거 엄청 첩보 요원 같지 않아? 멋있는데-, 따위의 생각을 한다. 하지만 갑자기 사라진 리크리에이터에 그런 여유로운 생각도 오래가지 못했다. 지은은 고개를 갸웃하며, 내가 아까 실수로 능력을 써버린 것이 아닐까 허둥지둥 살펴보지만 그럴리가 없었다.
"허? 방금 사이에 무슨... 아무래도 정전은 고의로 한 것 같네요."
이대로 엑스트라로 고용되도 손색없을 뻔하디 뻔한 대사를 작게 읊조리고는 인상을 찌푸린다.
"혹시 지금 당장 입구를 닫을 수 있을까요? 전 일단 밖을 확인해볼게요."
복도로 나와 주위를 둘러본다.
//추가해서 더 올립니다 88 위에거 지워주시고 이걸로 대체해주세요 ㅠㅠㅠ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ㄴ다.
"...그 월드 리크리에이터가 반응하지 않는 한, 추적할 수 없어. 그리고..지금은 월드 리크리에이터가 반응하지 않고 있고... 하지만, 익스파를 이용해서 물건을 가져오거나, 안으로 들여오는 것은 불가능해. 이 연구실에는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장치를 해뒀으니까. 그 붉은색 레이저 광선 기억나지? 그것은 익스파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거든. 그러니까..밖에서 안으로, 안에서 밖으로 익스파를 쓰는 것은 불가능해. 그러니까...적어도 익스파를 이용해서 월드 리크리에이터를 밖으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도 돼. 그리고..카드는..있어."
메이비와 월하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신혜는 조용히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서 보였다. 그것은 분명히 그녀의 주머니 안에 들어있었다. 이어 지은의 말에 신혜는 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자, 붉은색 철창이 사라졌고, 자유롭게 월드 리크리에이터가 있는 곳에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상황이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월드 리크리에이터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변한 것은 없었으니까. 이어 조용히 그녀는 한탄하듯이 이야기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대체... 어떻게...그 안에 들어가서 월드 리크리에이터를..."
"진정하게. 신혜 양! 일단은 조사를 해야하지 않겠나..."
"그, 그래요! 신혜 누님!"
김한민과 박한민. 두 사람은 신혜를 진정시키듯이 이야기했고,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서하는 모두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복도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뭐, 저는 저대로 조사해볼게요. 일단 경찰이기도 하고...뭔가, 이것은 모두가 조사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으니 말이에요. 뭔가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최악의 경우에는 밖에서 누군가가 침입해서 가져갔을지도 모르고..."
"저, 저도 나름대로 조사해볼게요! 혹시 제가 뭔가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에요!"
이어 하윤이 서하의 뒤를 따라서 복도로 걸어나갔다. 그 둘이 어디를 조사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조사를 들어간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월드 리크리에이터의 방은, 적어도 카메라에 비치고 있는 방에는 큰 파손흔적은 보이지 않아보였다. 물론 안으로 들어가면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카메라에 비치는 화면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어쩌면...정말로 어쩌면.... 범행을 저지른 이는 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이었다. 그것은...바로 옆에 있는 누군가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일단은 조사를 해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물론, 조사를 하지 않는 것도 자유였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진실은 닿지 않는 법이다.
붉은 철창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단숨에 리크레이터가 있던 방으로 이어지는 복도 앞에 섰다. 테이저 건을 꺼내 만지작거리면서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가 심호흡을 쉬었다. 일이 쉬워지는 듯 싶더니 또 말썽이다. 이 놈들 전부 나쁜 놈들... 애써 긴장을 풀려고 쉽게쉽게 생각하지만 마음을 속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떨리는 심장을 조금 진정시키고 방 안으로 드러서 총을 든다. 틈틈히 방 안을 살펴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도를 보면. 보관소와 식당이 가장 가깝고. 그 다음이 연구소. 일단 보관소로 향했다. 보관소 안의 통에 어떤 흠이 났다던가..그런 것을 살펴 보려 하기도 했고. 그 외에. 문에 특기할 만한 손상이 있는지. 익스파가 아닌 과학 기술로 뭘 어떻게 했다던가를 뒷받침할 만한 것이라도 있는지에 대해서 여기저기 살펴보되 원형을 어지르지는 않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거기를 살펴본 다음엔 식당일까요. 뭔가 달라진 점이 있나요? 라고 물어봐야 할 텐데요..일단 특기점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갑자기 다른 영역의 궁금증이 들기는 했다. 그것은 확인할 수 없는 무언가의 영역이었으니. 그것은 깊이 속에 다물고 있겠군요.
일단 메이비주의 입장에선..메이비가 보관실로 가는 길목에 있었는데 거기를 비추는 불빛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 아무래도 미스테리하겠죠. 누가 거길 지나가려면, 불빛을 비추지 않는한 불가능에 가까우니 말이에요. 그렇다고 한다면...답은 두 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1번째는 그곳을 지나지 않았다던가...2번째는 불빛이 없어도 지나가는 것이 가능했다던가.
그는 드물게 눈을 뜨며 고개를 기울였다. "저 붉은 거, 일단 익스퍼가 아닌 사람이 닿아도..뭐 그런 게 있나요?" 라고 물어보는 건 단순한 궁금증이었을지도 모른다. 질문을 내뱉어보고 그는 조용히 고개를 기울이며 자료실에 가도 되겠냐는 허락을 구했다. 살펴본다면 자료가 있는 곳 부터 찾는 것이 나은 법이니.
"으-음. 정말이지. 괴도 키x도 아니고 이게 뭐야."
영고레이버 맞다니까! 우리에게 평화를! 이라고 외치면 그런거 없다! 니까. 그는 괜히 속으로 툴툴거렸다. 완벽한 일은 세상에 없구나. 하아.
하윤의 물음에 신혜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과학의 힘이라고 대답하면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방 안은 말 그대로 커다란 연구소라는 느낌이었다. 저 편에 사람이 빠듯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환풍기가 벽에 붙어있었고, 그 외에는 알 수 없는 여러 기계장치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바로 중심부에 있는 장치였다.
"...물론, 그렇긴 해. 정전이 되면 고압전류도 사라지니까. 그러니까 평범한 사람도 꺼내올 수 있어. SS급도 차단이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고..."
"그리고 그 환풍기 말인가? ...그것은 내가 알기로는 바깥..그러니까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과 연결이 되네. 공기를 들어오게 하는 공간이니 말이야."
둘의 물음에 신혜와 박한민이 각각 대답했다. 하지만 이내 신혜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고, 다른 쪽 카메라 영상을 모니터에 띄웠다. 그것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이었다. 엘리베이터는 확실하게 아랫층. 바로 이곳에 세워져있었다.
"보다시피 엘리베이터는 이곳에 있어. 애초에 정전이 되면 작동하지도 않아. 그러니까 어딘가에 파손 흔적이 없는 한, 여기로 누군가가 침투해서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해. ...물론 환풍기 쪽은...일단 상황을 봐야할 것 같아. ...여기서는 안 보이니까."
이내 대답을 끝내면서 신혜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뭔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지은, 월하]
보관실 내부는 그야말로 참으로 깔끔하기 그지 없었다. 말 그대로, 월드 리크리에이터가 담겨있는 통만 땅에 널부러져있을 뿐, 그 이외의 파손 흔적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딱 하나. 환풍구의 뚜껑이 밑으로 떨어져있었다. 그곳으로 다가가서 살펴보자 보이는 것은 환풍구 통로에 가득 깔려있는 먼지와 천장에 붙어있는 거미줄 등의 흔적이었다. 일단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가능해보였고, 그 통로는 저 끝까지 쭈욱 뻗어있었다. 들어간다고 한다면 들어가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안은 상당히 어두컴컴했다.
땅에 떨어진 뚜껑은 조금 이상한 느낌이었다. 나사를 풀었다면 나사가 뚜껑에 달려있어야하지만, 나사는 뚜껑에 달린 것이 아니라 환풍구 통로에 달려있었다. 즉 말 그대로, 나사를 빼지 않고 뚜껑만 아래로 떨어뜨린 듯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 이외에 특별히 보이는 무언가는 없었다. 안에 있는 실험도구들도 멀쩡했고, 정말 말 그대로, 뚜껑만 빼서, 월드 리크리에이터를 가져갔다는 느낌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타미엘]
식당에 간 타미엘이었지만, 그곳에서 특별히 보이는 무언가는 없었다. 일단 내부는 가정집 식당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커다란 식탁도 있고, 싱크대도 있고, 테이블도 있고 냉장고도 있었다. 하지만 딱히 특히 눈에 띄는 무언가는 없어보였다. 굳이 말하자면 커피포트기에 물이 가득 차 있다는 것 정도였고, 그 옆에 믹스 커피가 가득 놓여있다는 것 정도였다. 적어도 여기서 더 조사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였다.
[로제]
자료실 안으로 들어가자 그 안에는 정말로 수많은 서적 자료들이 놓여있었다. 너무나 많이 놓여있는 그 자료를 살펴보는 도중, [익스퍼 보안 유지부 요원]이라는 제목의 서적이 하나 있었다. 그것을 읽을 지 말지는 로제의 자유였다. 그 이외의 다른 자료들을 찾아보고 싶다면 찾는 것도 자유였다.
//이상 판정입니다! 여러분들의 반응레스를 끝으로 오늘 스토리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리크리에이터가 정말 사라져버렸음을 확인하고 환풍구로 다가간다. 눈을 가늘게 좁히고 환풍구 안을 보았다. 뚜껑이 아닌 벽에 달려있는 나사부터 아무도 지나지 않은 것 처럼 보이는 먼지와 거미줄. 아, 익스퍼의 소행인가. 떨어진 환풍구의 뚜껑을 손으로 쓰윽 만져본다.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였다. 무슨 일일까. 혹시 텔레포트 능력자? 물체를 텔레포트 할 수 있는 거라던가. 모든 것을 관통할 수 있나 싶지만 굳이 환풍구의 뚜껑을 열었다. 그렇다면, 제약과 관련된 일이겠지. 먼지와 뚜껑의 차이가 무엇일까. 턱에 손을 짚고 주위를 더 살펴본다. 그러나 얻을 수 있는 것은 몇 없어 보였다.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한 나머지 한숨을 쉬고는 다시 복도로 나왔다. 일단 주위를 둘러보자. 밖으로 향하는 입구 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상당히 단순하지만 어렵게 생각하면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진상을 파악하려면...조금은 다르게 생각을 해볼 필요도 있지요. 일단 환풍구에 들어온 이가 없다고 한다면... 그 이외에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던가...혹은, 철창으로 잠겨있는 문을 열고서 들어갔다는 것이겠지요. 파손 흔적은 없으니 말이에요.
음ㅁㅁㅁㅁ... 개인적으로 생각하는건 둘인데. 시야 보이는 곳으로 텔레포트 쨘 한다던가. 아니면 카드키가.. 두개라던가. 모르겠다. 일단... 월하준 저거 올려보고 자러가볼게. 너무 졸려서.. 새벽에 다시 올지도 모르지만. 응. 그러니 권주주 답렌 천천히 이어주시라! :q
타미엘이 간 곳은.. 별달리 달라진 곳이 없어 보였습니다. 식당은 식당이고. 커피믹스 한두개를 뒤편에서 가지고 나와서 챙깁니다.
음. 타미엘이 꺼내는 먹을거리나. 옷이나. 그 외 등등은 익스파로 인해 만들어진 것인데. 이 쪽으로 나와서 섭취하게 되면 그 총에 맞았을 때. 위장이 텅텅 비게 되냐는 궁금증이 들긴 했습니다. 사실 그게(위장이 빈다 라던가가) 사실이라면 타미엘이 사복 입었을 때 그 총에 맞으면 졸지에.. 사복이 증발해버ㄹ.. 음. 그건 어른의 사정으로 넘어갑시다.
세상에, 서적 자료잖아! 로제의 두 눈이 떨려왔다. 나는 책과 악연—누군가가 로제에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연애따위 하면 안 돼!! 수능이 며칠 남았지!! 너!! 너!!! 이러쿵저러쿵, 시키는대로 해!—이 깊은데. 그래도 살펴봐야지. 문득 한 자료에 손이 멈추고 두 눈이 뜨였다.
사실 용의자들의 이름엔 다 ㅎ이 들어갑니다.(끄덕) 그리고...여기서 다시 한번 살펴봐야할 것은... 범인이 만약에 문으로 들어갔다고 한다면, 그곳에 있는 메이비가 어디에 있는지는 어떻게 알았냐...도 매우 중요하지요. 메이비가 거기에 있을 것을 미리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그 어둠을 뚫고 나갔다는건데, 그 어둠 속에서 어디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만큼...참으로 묘한 느낌이지요...(끄덕)
"이 사건들이 원만히 해결된다면 정말로 더 좋을 것 같지만요.."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습니다. 전혀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듯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한순간이었을 뿐. 그리고 신기하다는 말에 별 거 아닌걸요.. 라고 중얼거리다가 미용실에 같이 가자는 말에 조금 멈칫합니다. 그 성정은 어디로 안 가지요. 찬찬히 변한다면 모를까.
"그..그럴까요?" 라고는 해도 타미엘은 미용실이라고는 모르는 이라서. 어디가 제일 평이 좋은지... 뭐 그런 거는 검색의 힘이려나요? 시내로 나가는 건.. 미용실은 처음 가봐요.. 라고 조그맣게 중얼거립니다. 확실히 저 머리카락의 길이를 보면 자른다는 명목하에 간 건 한번도 없었을 듯하군요.
세상에. 네가 시내에 나가겠다니. 엄청난 발전이지 않....나? 같이 간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중얼거리고는 눈을 깜박입니다. 생각해보니 청소가 번거로울 것 같다는 생각은 들긴 듭니다. 그녀가 직접 청소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서 전혀 느끼지 못한 일이었지만요 헤세드의 머리카락도 좀 긴 편이었지요. 살짝 손을 뻗어서 건드려 보려고 해봅니다.
//예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보다는 어느 때에 자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게 좋을 것 같긴 한데... 말이지요..
다정한 말에 목폴라를 당기던 손을 떨어트린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옷소매로 얼굴을 스윽 닦으려다, 손길에 움찔한다. ...따뜻하다.
"아... 으 죄송합니다."
버릇처럼 사과를 중얼거리고 고개를 들어올려 다시 월하의 얼굴을 본다. 바라보다 바라보다 닳아 버리는건 아닐까 싶을정도 였다. 하지만 월하의 붉어진 얼굴도 예쁘고, 다정하게 웃는 모습은 더 좋아하니까, 계속 보고 싶은걸. 미소를 지으려 입꼬리를 당긴다. 조금은 어색하지만, 가능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는 웃어보인다.
"...저한테 월하 씨는 소중하니까요."
월하의 하얀머리를 살짝 쓰다듬는다.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는 이 순간을 계속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