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을 기다리는 시간은 조금 길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시간에 기대감이라던가 그런것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슬픈것이 되버리는게 아닐까? 하지만 그것을 알고서 말한것이었기에. 지금 솔직히 내 머리속에는 와~ 진짜 후련하다. 정도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고. 완전히 인지하고 난 뒤에는 말해봤자인데~ 이 생각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말해버린것은 나라는 인간의 스타일이 바뀌지 않는다는거겠지. 물론 거기에 후회는 없다. 내가 한 말에 단 1의 후회도 없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대답을 듣고나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슬픈 감정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매우 뻔한 대답이었기 때문일까.
나는 너무나도 진지하고, 그리고 내가 원하는 답을 듣고 난 뒤에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도 모르게 웃음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상처라고 생각하실거 없어요, 애초에 각오하고.. 아니 이해하고 말했던 거니까요? 이런 대답이 들려올거라고 생각하고 말한거였고.. 무엇보다 제가 서장님을 좋아하게 된게 바로 그 아내분 이야기 때문이었으니까요. 오히려 여기서 생각해본다거나 그런 이야기 들었으면 제가 더 묘한 감정이 됐을겁니다~ 아, 하지만 좋아하는 이유가 차이는 이유라니 이건 좀 묘할지도."
슬픈 감정이 적다는거지 없다는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울음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도 다 이런 느낌일까 차일때? 그것은 알 수가 없지만. 나는 서장님을 바라보며 어깨를 토닥이려 했다. 이런일에서는 너무나도 진지한 사람이기에. 어쩌면 더 곤란한것도 서장님이 아닐까.
"저는 서장님처럼 한 사람만 죽을때까지 사랑하는것은 못해요, 그러니까 아마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결국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겠죠. 그.러.니.까, 서장님이 걱정하실건 없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이미 이해하고 내린 답이었으니까요?"
이거 괜히 어색해지는건 아니겠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보였다.
"그래도 10년도 전에 잃어버린 감각을 서장님 덕분에 다시 한번 느껴봤으니까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은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른 법이지. 내가 평생 아내를 사랑하는 것처럼... 자네는 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것에 대해서 내가 할 말은 없네. 그저, 내가 할 말이 있다면... 자네의 옆에 서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길 바랄 뿐이네."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어설프게 위로할 생각도 없다. 그것은 오히려 상대를 어설프게 상처주는 방법이니까. 그녀는 상처가 아니라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닐 수는 없겠지. 거기에 어설프게 소금을 치고 싶진 않으니까 그 정도로 끝내기로 하며, 남아있는 칵테일을 모두 마셨다. 이어 테이블에 올려둔 시계를 바라보면서 작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10년 전에 잃어버린 감각이 다시 깨어났다고 한다면 최소 10년 내에 또 다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 물론 그것은 보장할 수 없지. 걱정할 것은 없다고 하니까 나도 더는 걱정하지 않겠네. 여담이지만 이 시계는 내가 차도 괜찮겠나? 일단 선물이니 받기는 하네만... 그래도 다시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줄 의향은 있네."
고백은 고백. 선물은 선물. 일단 그렇게 생각하지만 돌려달라고 말이 나올지도 모르니, 그 점에 대해서 확실하게 물어보았다.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줄 생각이다. 그야, 이것은 내가 산 물건이 아니니까. 아마도 계속해서 차고 있겠지. 받는다고 한다면... 소중한 부하가 준 선물이니까 버릴 수도 없고 말이야.
"뭐 그거야 나중에가서 보면 알겠죠. 물론 제가 안 좋은 사람한테 끌릴거란 생각은 안들지만~"
뭐 어련히 좋은 사람 만나지 않겠습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작게 웃음소리를 낸뒤에 기지개를 켰다. 술을 더 마실까 싶었지만 솔직히 여기 분위기 너무 조용해. 그리고나선 시계에 대해 말하는 서장님의 말에 나는 조금 찡그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실제로 기분이 나빠진건 아니고 장난이다.
바로 눈 앞에서 왼손에 그 시계를 차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시계를 평소 차고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밑의 부하 직원이 준 선물인데 안 찰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윤이에게 자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고백에 대한 것은 빼고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딸에게 고백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니 이 이야기는 그냥 내 가슴 속에 묻어두기로 했다.
아무튼 칵테일도 다 마셨고, 이제 돌아가면 될까...라고 생각을 하는데 2차를 이야기하는 모습이 내 눈에 비쳤다. 이거 참... 정말로 나 같은 나이 먹은 이와 같이 술 먹어서 좋을 것이 뭐가 있다고 그러는지....
"알았네. 좋네. 내 오늘은 자네가 바라는대로 해주지."
가끔은 이런 날도 좋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2차를 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술에 많이 취해서 집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나서기로 했다.
>>300 >>30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버리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이 한가지 조금 착각을 하는 것 같아서 말을 하지만.. 서장으로서의 이준과 델타로서의 이준은 다른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이건 독백으로 좀 더 자세하게 쓰긴 할 거지만 그냥, 유지부의 간부가 저지른 만행을 기억하느냐 기억하지 못하느냐 그 차이에요. 인격은 동일하기 때문에... 어느 쪽도 이준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