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최서하 - Es tut mir sehr leid. Ich Liebe dir fuer ewig
(0418337E+5)
2018-03-20 (FIRE!) 17:14:43
[Ich liebe dich. 늦은 화이트데이 선물이야. 조만간 만나러 갈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
화이트데이가 지나고 1주 정도가 되었을까. 정확히 1주는 아니지만, 아무렴 어떠랴. 내 자리에 놓여있는 검은색 종이백의 정체에 고개를 갸웃하면 손잡이에 묶여있는 하늘색 리본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업체들이 묶는 것과 비교하면 조금 어설픈 느낌이지만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게 단단하게 묶여있는 것도 그렇고, 내 자리에 놓여있는 것도 그렇고... 아마 나에게 주는 선물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리본을 풀자 그 안쪽에는 보석 느낌을 주는 알록달록한 젤리 ㅡ나중에 찾아보니 코하쿠토였다. ㅡ 와 커피사탕과 미니 초코릿바가 가득 들어있었다.
그리고 안쪽에 붙어있는 네모난 포스트잇과 그 글귀가 다음으로 눈에 들어왔다. Ich liebe dich. 이 말을 나에게 할만한 이는 1명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 뒤의 문구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주인이 자리를 비운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때 올려둔 것들이 자리 위에 없는 것을 보면 보았다는 것이고, 이것은 그에 대한 답인 것일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것에 조용히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 우리 사이엔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 나는 그녀에게 사과를 해야만 하고 해야 할 말이 많았다. 걱정이 안된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것을 다 따지고 행동하기엔 너무 귀찮았다. 그냥 부딪치는 거지. 괜히 머리를 굴리고 싶지도 않고,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들어야할 말을 듣고, 묻는 것에 답하는 아주 단순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생길지도 모르는 일들은 전부 내 책임이고, 나의 잘못이다.
Ich liebe dich.
그 한 마디가 가슴에 쓰라렸다. 너는 이런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추악하기 짝이 없는 나를... 생각보다 더럽고 추악할지도 모르는 나를... 그것이 참으로 가슴이 쓰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아실리아에게 다가가서 이런저런 말을 하고 싶지만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조만간에라고... 그렇다는 것은 지금은 나를 만나기 힘들다는 것이겠지. 그런 느낌이 들어 그저, 기다리기로 했다. 언젠가 그녀가, 그 조만간이라는 날에 나에게 온다면, 나는 그것에 응하고 싶다. ...그때는 아마 이런 서 내부가 아니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어딘가겠지. 적어도 카페나 이런 곳에서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현재 사무실 내부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하다. 나도 그렇고, 하윤이도 그렇고 대다수의 이들이 전부 상처를 받은 것처럼,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으니까. 다들 걱정이 되지만, 역시 가장 걱정이 되는 이는 아실리아였다. ...어쩔 수 없잖아. 그래도 연인이 조금 더 걱정이 되는 것은...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너는 지금 무슨 마음을 가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불안하면서, 또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또 조용히 그녀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정말로 반짝이는 보석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달콤한 것이 말랑말랑하기도 하고, 참 묘한 느낌이었다. 이런 것은 어디서 구한 것일까. 어쩌면 만든 것일까. 적어도 이 근처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이 들어 괜히 미소를 지었다. 만약 만들었다고 한다면, 나는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어 미소를 짓다가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그녀에게 선물로 주려고 사 둔 버터쿠키. 그것도 상당히 큰 크기다.
노란색 포스트잇을 꺼내고, 그리고 핸드폰 앱으로 독일어 사전을 켜고 나름대로 작문을 하면서 그 위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적었다.
[Es tut mir sehr leid. Ich Liebe dir fuer ewig]
그것이 문법적으로 맞는진 알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작문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느낌은 전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 포스트잇을 버터쿠키 상자 위에 붙였다. 그리고 그 상자를 다시 한번 가볍게 터치하면서 손가락으로 퉁겨, 그녀의 자리 위로 전송했다. 그녀가 돌아오면 아마 자연스럽게 보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가 나에게 선물한 보석 모양의 젤리를 다시 입에 담았다.
그 달콤함을 조용히 입 속에 녹이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Ich Liebe dir fuer ewig. 이곳에서 만난 너이기에, 난 결국 그 욕심을 저버리지 못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닛... 평소에는 이 시간에 안 보여서 이쯤 쓰면 적당히 묻히거나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쓴건데... 12분만에 들키다니. 아니. 정확히는 레스를 쓰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10분도 안되어서...? 음...음...그렇군요.(끄덕(삽 장착) 아무튼..음. 새벽에 독백을 보고 너무 예쁜 독백이어서 그냥 그 이후의 서하의 반응을 쓰고 싶어서 써봤습니다! 마음에 든다면 다행이네요!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건지. 지은의 말에 새는 듯 웃다간, 들고 있는 바구니를 바라본다. 어째 저보다 균형 있게 먹는 거 같다. 제 바구니의 내용물과 비교하다간 가늘게 눈을 접는다. 실패해도 좋으니 다른 요리를 시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나중에 레시피를 좀 더 살펴 준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전에 실패했던 요리들을 떠오르자 어깨가 절로 무거워진다. 그래도 익숙해지려면 한 번쯤 해보는 게 좋을 거 같으니까. 닭볶음탕용으로 나온 팩 앞에서 고민하단 바구니에 집어넣는다.
"더 살 건.. 아차."
채소 코너로 다시 돌아가 대파며 몇 가질 더 바구니에 담는다. 당근도 들어가던 거 같았지만. 싫어하니까 패스. 더 살 건 없는지 면밀히 바구니의 재료들을 살피다간 고갤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