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 삭 하얀 스케치북 위를 흑연의 선들을 긋는다. 자세는 흐트러짐 없이, 가끔 연필을 세워 아그리파 조각상의 구도를 재 보기도 하며- 일정한 길이로 선들을 긋다보면 면이 되고, 면을 모으면 명암이, 그렇게 채워나가다 보면 하나의 소묘 작품이 완성 될 것이다.
주는 이러한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과외 받으러 오는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 작업실이 가장 고요한 곳이 되는 시간. 가장 자유로운 시간에 그는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미처 완성치 못한 작품에 색을 채워넣는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손풀기로 소묘를 그리기도 하면서.
...뭐 항상 조용한건 아니고. 가끔, 불청객이 나타나긴 한다.
누군가가 작업실의 문을 살짜기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마치 도둑놈처럼 살금살금, 한껏 집중하며 눈살을 짓푸리던 주의 등 뒤에 올 때까지 들키지 않는다. 무사히 도달한 후에는, 주의 어깨를 세게 움켜잡았다.
"흐약?!"
크게 동요하며 새된 비명을 내지르는 주. 뒤로 나자빠지려다 균형을 잡아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정말이지. 놀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반응이였다.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채로 파들 떨며 그림에 흠이 생겼나 확인한다. 그리고 주는 17년지기 소꿉친구를 향해 돌아선다.
"성은혜...! 들어올때마다 이런거 하지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그야... 너는 집중하면 무서운 인상이 되버리니까? 얼굴 좀 피라고-"
그리고 재밌거든... 분명 마지막에 덧붙인 말이 본심이렸다.
"정말 신기해... 너는 어째 17년 동안 한결같더라."
"...너도 질리지 않고 항상 나만 놀리잖아."
평소에 일할때는 진지하면서, 언젠가의 경찰대 졸업식에서 늠름하게 제복을 입고 경례를 외치는 은혜를 떠올린다. 가끔, 그 모습과 괴리가 생겨 같은 사람인가 싶기도 한다.
하아... 한차례 한숨을 쉬고서 겨우 스케치북 쪽으로 눈을 돌려 소묘에 집중하려한다. 사각사각, 다시 작업실에는 연필 스치는 소리만 들렸다. 은혜도 의자를 끌어 옆에 나란히 앉아 구경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지루하지 않아?
"네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보는 건 질리지 않으니까."
"하여간 이상한 취미야..."
후훗, 은혜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조금 어이없어 하던 권주도, 그 모습에 덩달아 미소를 띄운다. 오늘의 평화로운 한 때이다.
그 일이 있은 후로부터 고작 하루도 지나지 않은 날임에도, 나에겐 그 하루마저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설마 델타가... 다시 생각해도 머리가 아파와, 생각을 그만두고 싶어도 밀물 치듯 다시 들어오는 것은 똑같은 생각이어서, 결국 집에 일찍 들어와 머리만 부여잡고 있는 것이 지금의 나였다.
"...하아."
어째서, 그렇게 되묻는 의문의 이면에는 공감이 있었다. 나도 가족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지키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왜, 나에게는 붙잡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걸까? 왜, 번번히 모래가 빠져나가듯 내 손을 벗어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나는 마치 바다 한가운데서 가라앉는 지독한 감정만이 들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믿었던 서장은 델타였고, 그 또한 꽤나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자신들이 믿고 따르던 사람이 한 순간에 적으로 돌려지는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그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만.
그를 진정으로 믿고 신뢰했던 아롱범의 일원은, 무엇이 되는걸까. 거실의 소파에 앉아 결계로 제 주변을 감싸고 있던 그는 한숨을 쉬다가도 짜증섞인 소리를 내질렀다. 결계는 워낙 탄탄했던지라, 방음까지 되어버려선 그 어떠한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았다.
또 배신 당했다. 또 배신을 당하고 말았다.
어째서인거지. 대체 왜? 높은 자리에 오른 자, 아니, 그것으로 둘 문제가 아니다. 충격이 컸다. 붙잡지도 못하고, 설득하지도 못할것이다. 그의 감은 그렇게 자신을 향해 외치고 있었고, 그 어떤것도 공감하지 못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손을 내치자 결계가 사라졌더란다. 그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곤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 방의 문을 조용히 두드렸다.
라고 답한다. 어째서 기준이 월하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냅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맛있게 끓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취 경력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두부를 얼른 집어 들어 월하에게 다가간다. 된장찌개에는 감자랑 애호박이랑 양파랑... 된장은 집에 있으니까 됐고. 여차저차 어떻게든 재료는 다 고른 모양이다. 지은은 양 손에 바구니 손잡이를 끼우고 월하를 보았다. 자신은 다 골랐으니 선배가 고르는 것을 구경할 심산이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생화를 더 선호하지 않을까. 허나 그녀는 달랐다. 모든 것엔 언제나 끝이 있다. 붉은빛의 꽃도 언젠가 퇴색해 버린한다. 그 사실이 그녀는 싫었다. 검게 죽은 꽃에서 제 자신을 연상했기에. 그렇기에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이 꽃들은 생화보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꽃다발 위에 놓여있던 편지로 보이는 종이를 양손으로 잡아 읽었다.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려도 좋아요. 아냐. 편지를 태우고 잊어버려도 좋아요. 이제 와서 어떻게 잊어버리겠어. 경멸이란 말엔 그저 눈을 질끈 감았다. 애초부터 적혀있지 않았다는 듯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뭐가 죄송하단 건지."
언듯 웃음을 띄어낸다. 부끄러움에 잔뜩 붉어진 귓볼을 매만지다간, 꽃다발을 집어 조심히 품에 안는다. 처음 들어와 꽃다발을 보았을 땐 얼굴을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당혹감 뒤에 몰려오던 건 부끄러움과, 묘한 불만이었다. 허나 나쁜 감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다면 좋은, 그냥 저 자신을 부끄럽게 했다는 게 괘씸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화병을 하나 가져와 꽃들이 부스러지지 않게 담아 책상 위에 올려둘 것이라고. 그렇게 이 부끄러움을 그대로 당신에게 다시 건네 부끄럽게 만들 것이라고.
나는 네가 언제나 냉정하고 무뚝뚝하다 생각했었지. 어쩌면 그런 네 점이 좋았던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어. 그냥 너를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어오르는데, 그 이유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저 그런 적절한 이유를 하나 찾아냈었지.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때의 내가 너에게 빠진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었더라. 그저 너 자체로도 사랑에 빠질 이유는 충분했었어.
*
초콜릿맛 둥그런 사탕이 입안을 한 번 빙글 굴렀다. 이걸 직접 만들었다니, 그가 직접 만들어준 막대사탕을 두어번 더 입안에서 굴려내며 그녀가 제 검지손가락으로 책상 위에 올려진 사탕 다발을 툭툭 건드려냈다. 살짝 눈동자를 내려보니 제 눈에 들어오는 사탕이 9개. 어째 하나를 먹은 게 아까우면서도 차마 맛을 보지 않고 못버티겠던 그녀였다. 이리도 아까워서 어찌 먹을까. 마치 꽃다발이 연상되듯 참으로 소중히도 묶인 그 사탕들을 보며, 그녀는 제 얼굴에 어여쁜 꽃송이를 피워내고야 말았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언젠가 꽃다발을 받는 것이 로망이었다 말했었지. 마치 장미꽃마냥 비틀어 접혀진 사탕 포장지를 물그럼 바라보며 그녀가 느릿히 두 손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너무도 행복한 미소가 혹여나 밖으로 새어나갈까. 네가 접어낸 장미꽃마냥 붉어진 얼굴이 혹여나 들켜버릴까. 속으로 홀로만 바라보고 싶은 장미꽃이었기에,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포장지와 사탕 사이에 끼워진 쪽지를 빼내자 제 이름이 그녀의 두 눈에 들어왔다. 벌써부터 이리도 마음이 설레이니 차마 그 내용을 읽을 수가 없을 것같으면서도, 네가 내게 어떠한 말을 남겼을까 궁금해하는 그녀였다. 마음 속으로 수 많은 단어들을 떠올리며, 쪽지를 펴냄과 동시에 그녀가 저를 향해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을 천천히 그려냈다.
“ 푸훗... “
정말, 너는 어쩜 이리도 사랑스러운지. 한자한자 적어내려갔을 그를 생각하니 그리도 환한 미소가 지어지는 그녀였다.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저 글씨를 보는 것만으로도 네가 생각났으며 마음이 두근거리고 생명을 불어넣은 꽃마냥 생기가 돌았다. 그와 관련된 그 어떤 것이던, 그것들이 전부 그녀의 마음에 찬란한 생명을 불어넣었다. 마치 그녀의 마음에 봄을 피워 내려는 듯, 그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피어올랐다. 그래, 벌써 10년이었구나. 그 긴 시간을 너와 함께 보냈다니 새삼 놀랍고도 고마운 그녀였다. 그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준 것이 너여서, 그녀의 옆에 있어준 것이 너라서. 그녀는 너무도 행복해 그만 꽁꽁 숨겨두던 속마음을 비쳐내버렸다.
“ 정말, 그 무엇보다도 너를 사랑해. “
달리 표현 할 단어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가장 상투적이고 흔한 표현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마음을 표현 할 말이 없으니, 이 마음을 어찌 보여줄까. 그렇게도 소중한 너였으니 사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찬란한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 그녀가 마지막에 쓰여진 1008이란 글자를 제 손가락으로 짚었다. 마음 속 가장 깊은 상자에 보관하고 싶은, 그렇게도 욕심이 나는 글자였다. 정말로, 사랑해.
어떤 정신으로 집에 도착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열쇠를 지었다. 차가운 열쇠의 감촉이 손가에 맴돌았지만 정신을 차리기에는 턱도 없었다. 열쇠는 자꾸 힘없이 떨어졌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현관 앞에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 머리가 텅 빈 기분이었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에 서서 제 얼굴을 한 번 훑고 세수를 했다. 얼얼할 정도로 찬 물인데도 여전히 공허감만 남아있었다.
거짓말로 점칠된 세계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그런 더러운,
나무의 가지처럼 뻗어가던 상념이 잘린 것은 거울 앞의 자신과 마주하고 나서였다. 나를 가리던 화장은 물에 녹아내려가고 있었다. 초췌하고, 부석했다. 이 얼굴을 보고 누가 징그러워하지 않을까. 자소가 저절로 나왔다. 누군가에게 속임 당해 분노하면서도 나 역시 모두를 속이고 있지 않은가. 치밀어오는 혐오감에 가발을 붙잡고 그대로 던져버렸다. 나는 누구에게 화난 거지? 배신자 이준, 아니 델타? 아니면 연을 끊지 못하는 멍청이?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귀를 지나 뇌를 가득 채웠다.
*
아침이었다. 하루 밤이라는 시간 끝에 지은은 결론을 내렸다. 경찰로서 최선을 다하자. 테이져건을 만지작거리며, 이번에는 망설이지 말기를 다짐했다.
>>186 으음.... 솔직히 이렇게 되면 지은이 엔딩이 어떻게 될지 감이 안잡히네요...(흐릿) 흠흠... 에라 모르겠다!!~~! 그래도 델타전때도 저번 케이스처럼 막 망설일 수는 없으니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어찌되었든 이번 일은 흐음... 예은이 케이스와 비슷하지만 경찰이니까 극복(?) 했습니다!
질리도록 읽고 덮어 둔 손편지를 다시금 들어올렸다. 며칠 째 한숨도 자지 못 한 자의 시야는 안개가 낀 물 위를 걷는 마냥 몹시 흐리고 몽롱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미간을 눌러 몰려오는 두통을 힘겹게 쫒아내고, 최대한 덤덤한 표정으로 열네 번 하고도 세 번이나 더 읽었던 당신의 편지를 다시금 읽어내린다. 평소 입던 겉옷보다 넉넉한 사이즈의 검은 가디건은 그 소매로 제 손목에 찬 흰 팔찌를 완벽히 가려내기에는 충분한 듯 싶었다. 못된 짓이라면 못된 짓이다만 어쩔 수 없었다고 감히 얄팍한 변명을 해 보인다. 그래.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됐다, 라고 또 그리 안일한 자기합리화를 해 보이겠어.
" ....콜록. "
요 며칠은 공기에서부터 따스한 봄내음이 느껴지는 것이, 드디어 좀 날이 풀리려나 싶어 줄곧 얇은 차림을 하고 다녔던 것이 화근이었나보다. 그러나 요즘같은 시기에 이런 티를 내기도 싫었을뿐더러 괜한 걱정을 끼치기는 더더욱 싫었기에, 아실리아는 얼굴 반을 가린 흰 마스크를 부러 더 올리면서 짧은 기침을 연신 토해내기만 했다. '봄날씨긴 하지만, 이럴 때 감기 걸리기 딱 좋아.' 편지지 아랫쪽에 위치한 그 글자를 멍하니 들여다보며, 마음 한 구석이 여러모로 몹시 찔리고 시큰거리는 것을 절절히 느낄 뿐이다.
" .....아. 그러고.. 보니.. "
이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아실리아는 눈만 데굴 굴려서 며칠째 제 자리 구석에 콕 처박혀 있는 작은 사이즈의 검은색 종이백 하나를 흘긋 노려본다. 손잡이 부분에 어설프게 묶인 하늘색 리본은 애당초 처음 묶을때부터 헐겁게 묶인 것이었는지 당장이라도 매듭이 풀어질 듯 위태로웠고, 쇼핑백의 가장자리는 주변 사물에 치여 조금은 구겨져 있었더랬다. 평상시에는 잘 들여다보지도 않는 인터넷을 뒤져가며 레시피를 찾아 제가 손수 만든 코하쿠토와 각기 다른 맛의 마카롱 5개가 들어 있는 그 선물봉투는 화이트데이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전해져야 할 곳에 전해지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 처참하다면 처참한 꼴로 줄곧 방치되고만 있었다. 역시 지금이라도 주는 게 나을까. 하지만 날이 지나기도 일주일 가까이 지났는데, 이젠 준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
" ......복잡하네. "
그 말은 비단 선물만을 지목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녹아있는지는, 아마 같은 아롱범 팀원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 그도 그럴 것이, 요 몇 주간 차마 감당키 어려운 사실들을 한꺼번에 알아버렸으니. 굳이 비유하자면 길 가다가 물벼락을 맞고 곧바로 벼락까지 맞은 심정이랄까. 하여간에, 아실리아는 다시금 제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 지압했다. 뭐, 여기서 저 혼자만 그런 심정은 아니겠지만.
그러던 도중, 문득 뇌리를 스쳐가는 생각에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펴고 종이 봉투를 열어보았다. 아니나다를까 상온에 며칠간 방치된 마카롱은 필링이 전부 녹아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나마 코하쿠토라도 멀쩡한 건 불행 중 다행인지 무언지. 이에 아실리아는 조금 불만스럽게 제 입 안쪽 살을 잘근 씹었다. 이럴 거면 그냥 고민하지 말고 일찍 줄 걸 그랬던가. 잔기침에 묵직한 한숨이 섞였다.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던 아실리아는 문득 허리를 숙여 제 책상 서랍을 열었다.
.
조금 뒤, 마카롱의 빈 자리를 시판용 커피 사탕과 미니 초콜릿 바 등으로 든든히 채운 종이백이 서하의 자리에 지나가듯 조용히 놓였다. 손잡이에 묶인 하늘색 리본은 어설프지만 단단히 매듭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종이백의 안 쪽에는 네모난 포스트잇 하나가 제 존재를 꽁꽁 숨긴 채 붙어 있었더랬다. 당신이 어서 한 발 늦은 자신을 발견해주길 기다리면서.
[Ich liebe dich. 늦은 화이트데이 선물이야. 조만간 만나러 갈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손목을 덮은 가디건 소매를 두어 번 접어올렸다. 하얀 팔찌는 몹시도 깔끔하고 예뻐서, 창백하고 밋밋하기만 한 제 손목을 아름답게 장식해주고 있었다.
음...사실 그냥 스레를 운영하면서 5개월이 넘은 것 같아서 말이에요. 그냥 쭈욱 지금까지의 저의 모습을 돌아봤거든요. 사실...그 동안 한숨 나오는 이도 많았고, 싫었던 참가자들도 있었어요. 뭐...스레주이기에 그런 것을 표현하면 편파가 되니까... 아무런 말도 못하지만 말이에요. 사실...가끔은 생각하게 된답니다. 그냥..스토리가 있고 전투도 있고 그러다보니, 그냥 공적인 모습만 주로 보였거든요. 솔직히 제가 뭐..연플 찍었다고 막 유혜주나 센하주 혹은 다른 분들처럼 앓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대체로 조금 이야기하다가 스스로 끊기도 했었으니까요. 그런 모습이 너무 차갑게 보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근데, 저도 일반 레스주로 가면 그런 느낌으로 노는데 스레주가 되니까 그게 안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모두를 관리하는 입장이다보니... 모두의 레스에 집중해야하고 그래야하기도 하고... 음... 그리고 조금 더 다정하게 조용히 말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관리하는 차원에서는 개인 감정을 죽여야할 필요가 있으니, 일부로 좀 공적인 느낌, 혹은 좀 딱딱한 느낌으로 말하기도 하고...
물론 잡담할 때는 저도 ㅋㅋㅋㅋㅋ 를 붙이긴 하지만, 스레주로서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둘러보기 위해서는 결국 또 객관적인 느낌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되고... 그러다 보면 또 이제 앓이 마음껏 하고 싶은데 어느정도 하면 못하게 막기도 하고.... 음..그렇네요. 사실... 권주주가 말한 공적인 행동과 공적인 모습들이 여러분들에게 너무 딱딱하지 않았나..그런 고민을 하게 되고 생각을 하게 된답니다. 아마...그렇게 생각하는 분들 있을 거예요. 어쩌면 저에 대해서 너무 인간미가 없다고..느낄지도 모르겠고...
근데...스레주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고... 어느정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스레가 잡히질 않더라고요. 솔직히 뭐...여기 남은 분들에 대해서 저는 악감정은 없어요. 물론 개개인마다 조금씩 생각하는 호감도는 다르지만...그래도 기본적으로 다 좋아하는 분들이고.... 음..네... 그냥...말하고 싶었어요. 사실 이런 이야기...평소에는 못하거든요. 솔직히 이야기해서 뭐 제가 특정 레스주를 보고 싶다...라고 말하면 그건 스레주로서...역시 실격이라고 생각하고... 혹은 특정 레스주에게 좀 더 호감적으로 반응해준다거나, 혹은 좀 더 관리나 그런 거 없이 완전 프리하게 풀어주는 것도 좋겠지만...음..그런 고리가 풀리면...스레가 잘못하면 흔들릴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어쩌면 여러분들의 행동에 미묘하게 제약을 거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고 보기에.... 그 점이 늘 괴롭고 힘들었다고 해야할까요. 사실...뭐... 이것도 그냥 제 개인적인 그런 것이긴 한데....
그냥...뭐, 모두가 즐겁게 노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어느정도 공적인 느낌으로 생각하고 바라보고... 사적인 기분이 들어가면 공평성이 어긋나고 그러니까요. ....사실 얼마전에 시트 정리 할때도 너무 화가 나서..다 엎어버리고 싶었지만...참아야만 했고... 이후에 창문 열고...한숨 좀 내쉬고... 좀 딱딱하게 이야기하고서... 미안해서 괜히 조용히 바라보면서 침묵 지킬때도 있고....
음...결론은 스레주도 그런 느낌이랍니다. 단지 스레 관리를 위해서 공적인 느낌이 너무 딱딱하다..라고 느낀다면..그 점은 양해바랄게요. ...음..음..네. 그래요. 한번 이런 넋두리 하고 싶었어요. 누구 뒷담 까고 싶진 않지만....그냥..그때 이후로 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서.... 그냥...그렇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음..네. 그렇습니다. 그냥 이런 속마음은 조금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결론은 여러분들 사랑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이거예요.
>>218 아니에요..ㅠ ㅠㅠㅠㅠ 그렇게 생각하시고 계셨군요... 그동안 마음 고생 하셨을 것 같아요...(부둥부둥 ) 흠 저는 오히려 이렇게 공정한 레주가 계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스토리 끌고 가주시는 것도 너무 고맙고요.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저번에 돌렸던 곳은 중간에 레주가 사라져서 흐지부지하게 끊겼거든요. 흐음.... 그리고 전혀 딱딱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레주로서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이셔서 좋으면서도 또, 가끔은 자제하시는 것이 보이셔서 안타깝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8ㅁ8
너무 걱정 안하셨으면 좋겠고 또, 저도 아롱범팀원분들 하나하나 모두 살아하고 애정합니다! 앞으로도 엔딩까지 잘 부탁드려요.
>>218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레주라는 위치가 사실 제일 공정해야 하고, 균형을 잡아야하는 위치여서 더욱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스레주와 레스주 간의 연플이 터지면 더더욱 편파가 되지 않게 신경쓸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인지라.... 지난 5개월간 정말로 고생 많았어요 스레주:) 그 때의 그 일은... 스레주의 잘못도 아니었잖아오! 사실 저도 무어라 말하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험악해지거나 싸늘해질 것 같아서 입 꾹 다물고 있었던지라... :3 아무튼 그렇습니다!
>>218 저는 이해해요... 으음 스레주 고민 많이 하던게 느껴지네요. 저번 웹박수에서 아실리아를 앓을때도 공간에서는 못 앓으니 여기서라도 앓아야겠다... 라고하는걸 보고 스레주가 편파를 많이 신경쓰고 있다는게 느껴졌거든요. 앤캐니까 충분이 앓을 수도 있었을텐데...ㅠㅠㅜ 괜찮아요! 딱딱하게는 느껴지ㅣ지 않았었어요! 다만 모든 분들의 이야기들 반응 해주시니 그게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거든요.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그냥, 즐기면서 해주세요....
>>223 >224 >>227 이런 좋은 분들이 있기에 스레주는 힘을 냅니다. 하지만...역시 걱정을 안할 수도 없고, 마냥 즐기면서 할수는 없는 것이 스레주의 입장이에요. ㅋㅋㅋㅋㅋ 뭐, 사실 저도 일반 레스주로 참가하면 이렇게까지 하진 않는데.... 편파라던가 균형, 공정성. 그런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레주니까요. 스레주가 먼저 지키지 않으면 모두를 관리해야하는 스레주로서...아무래도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으니까요. 남에게 지시를 내리는 이는 우선 자신이 먼저 철저하게 해야한다고 저는 생각한답니다. ㅋㅋㅋㅋㅋ 그런것 때문에 뭐 자제를 하는 것은 많답니다. 편파를 신경 안 쓸수는 없죠. AT필드와 직결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스레주의 말은...다른 레스주들보다 좀 더...무게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아마도 엔딩이 나고 다 끝나기 전엔 스레주로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상황인 듯 해요. 이건... ㅋㅋㅋㅋㅋ 그냥...말하고 싶었어요. ...혹시나 그런 모습을 느낀다면...양해를 부탁한다는 느낌으로 말이에요. 다들 고마워요.
음ㅇ 진지한 이야ㅣㄱ가 하나 나온 모양이네요. 아녜요 레주 오히려 전레주엄청 챈절하다고 생각해왔ㅅ는걸요!(파아) 전혀 딱ㄷ가하지 않아요. 음음 레주라는 위치ㅏ갸 굉ㅇ장히 부다밍 많이 가는 위치죠,,,레주 지금깢미ㅏ 마음고생많으셨을 것 같아요..;ㅁ;(토닥토닥)(부둡ㄹ부둥) 그런데 전 레주 ㅇ엄청나게 존경하는걸요. 진짜ㅑ 오늘 학교에서 익스레ㅡ버 스토리 한 번 곱씹어봤느데ㅛ 진쨔 어떻게 함녀 이렇게 빈틈없이 완벽하겡 이런 이양기를 짤수 있을까...싶더라고요. :33 그리고 엊네나 이렇게 균혀을ㅇㄹ 잡으려하시는 모습...너무 존경ㅅ슬버습니다. 사실 레주 위치가 그거라고 생가해요. 공과 사 사이에서 앗르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거요. 그럼 힘든 자리가 스레준데......레주 지금까지 너무 고생하신 것 가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 정말로 저는 여기 익스레ㅡ버가 저희 뿐만아ㅣㄴㅇ라 레주도 즐겁게 노실 수 있는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ㅁ; 레주 부담 좀 더 내려놓아으셔도 괜찮을 것 같은데...;;ㅁ;;
않이 ㅓㄴ너무 횡설수설에다가 엄.......아 헐 지금 잠깐 오타의 사 ㅌ애가...???(동공지ㅈ) 우와 이걸 어ㄸ떻게 다 고쳐....(흐ㅡ릿)눈이ㅏ 흐러서 이모양이지경...
어서 오세요! 센하주! 좋은 밤이에요! 그리고..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완벽한 스토리라니요... 그 정도는 아닌걸요! ㅋㅋㅋㅋㅋ 스레주는 문과라서 의외로 진지하게 파고들면 아마 먼가 헛점이 많을 겁니다. 공과 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개인적으로...사적인 느낌으로 움직이는 스레주를 본 적이 있거든요. 예전에. 그리고 그 스레는 정말 엉망이었죠. 정말...놀 이들만 노는 그런 스레. 적어도 그런 스레를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그렇기에..음...저는 굳이 말하면 공적으로 조금 치우친 느낌이랍니다. 부담은...다 끝나면 내려놓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말씀 고맙고...괜찮으신건가요..(흐릿) 피곤하면 어서 주무세요....
>>232 아뇨 제가 Case1부터 현재까지 다 되짚어봤는데ㅔ 치밀함이 장난 아니더라고요...어디의 프로작가이신 줄 알았어요 0ㅁ0 진짜...아니 정말로 저는 처음에 시트 낼 때 서하랑 하윤이랑...특히ㅣ 서장님!! 맞아 서장냐ㅐㅣ!!이 그렇게 중요한...게다가 뒤통수를 때리는 캐릭터인줄은 꿈에도 몰랐다구요...@ㅁ@ 아아아아아악 레주 제 멘ㄴ탈 살려줘요오오오(뒤통수얼얼) 확실히 스레주에 따라서 스레의 분위기ㅏ가 좌우되는 일이 많죠.(끄덕) 저희 스레가 이렇게 따뜻하고 포근한 가족같은 분위기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물론 그런 좋은 분들이 오셔서도 그렇지만 분명 레주덕도 엄청 클 거예요!!! >ㅁ< 저 익스레ㅡ버 분위기 넘나 좋단 말이에요...(녹아내린다아앗) 흠흠 아무튼 저는 예전에도 말했었던것 같지만 레주가 마음이 편하셨으면 좋겠여요. 다들 즐겁기우해서 모인거니까요 >< 레주도 즐기는 마음이셨으면 싶어요!! 음 약간..약간 피곤하기는 하네요...(머엉) 슬슬 잘까아아..
전에도 말했지만 저의 최고의 즐거움은 여러분들이 스토리를 즐기고 이 스레에서 즐겁게 일상을 돌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랍니다. ㅋㅋㅋㅋㅋㅋ 스레주로서 그 이상을 바라면 그것은 욕심이지요. 음..그래도 스토리...좋게 평가해줘서 고마워요. 그래도 나름 준비한 기간이 꽤 있거든요. 사실... 3년전에도 살짝 세워볼까 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못 세우게 된 스레이기도 하고..그 이후로 좀 더 갈고 닦았고...그렇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두가 좋게 평해주니 감사할 나름이고...
다른 분들도 말씀 너무 감사해요. 그냥...새벽이라서 한번 넋두리 해보고 싶었어요. 가끔은 말이죠. 아마 이후로는 이런 넋두리는 없지 않을까..추측해봅니다.
>>237 훗후 그렇다면 저도 기뻐요! >ㅂ< 아닛 그런데 새삼스러운데 익스레ㅡ버 엄청나게 오랫동안 구상하셨잔하요 :0 핫 역시 결과는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더니..!! 덕분에 이렇게 퍼ㅡ펙트한 이야기가 나온 걸지도 몰라요! 0▽0 그리고 사람에게는 언제나 고민거리가 있는 법이라ㅏ고생각해요. 레주라고 못 털어놓는다는 법 있슴까!!(빼액)
안녕히 주무세요! 센하주..! 그리고..어느새 새벽 3시가 다 되어가는군요. 저도 이만 자러 가야겠습니다.(끄덕)
그리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전의 현 인상표를 기억한다구요! 다만...하윤이가 결의를 다지는 것처럼 보이지만..정말로 그런진 별개입니다. ...사실 경찰이기에라는 이유로 애써 태연한 척 하려는 것에 가까워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항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고...무너질 것 같은 느낌 반, 이겨내려는 느낌 반에 가깝답니다.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은 조금 길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시간에 기대감이라던가 그런것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슬픈것이 되버리는게 아닐까? 하지만 그것을 알고서 말한것이었기에. 지금 솔직히 내 머리속에는 와~ 진짜 후련하다. 정도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고. 완전히 인지하고 난 뒤에는 말해봤자인데~ 이 생각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말해버린것은 나라는 인간의 스타일이 바뀌지 않는다는거겠지. 물론 거기에 후회는 없다. 내가 한 말에 단 1의 후회도 없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대답을 듣고나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슬픈 감정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매우 뻔한 대답이었기 때문일까.
나는 너무나도 진지하고, 그리고 내가 원하는 답을 듣고 난 뒤에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도 모르게 웃음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상처라고 생각하실거 없어요, 애초에 각오하고.. 아니 이해하고 말했던 거니까요? 이런 대답이 들려올거라고 생각하고 말한거였고.. 무엇보다 제가 서장님을 좋아하게 된게 바로 그 아내분 이야기 때문이었으니까요. 오히려 여기서 생각해본다거나 그런 이야기 들었으면 제가 더 묘한 감정이 됐을겁니다~ 아, 하지만 좋아하는 이유가 차이는 이유라니 이건 좀 묘할지도."
슬픈 감정이 적다는거지 없다는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울음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도 다 이런 느낌일까 차일때? 그것은 알 수가 없지만. 나는 서장님을 바라보며 어깨를 토닥이려 했다. 이런일에서는 너무나도 진지한 사람이기에. 어쩌면 더 곤란한것도 서장님이 아닐까.
"저는 서장님처럼 한 사람만 죽을때까지 사랑하는것은 못해요, 그러니까 아마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결국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겠죠. 그.러.니.까, 서장님이 걱정하실건 없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이미 이해하고 내린 답이었으니까요?"
이거 괜히 어색해지는건 아니겠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보였다.
"그래도 10년도 전에 잃어버린 감각을 서장님 덕분에 다시 한번 느껴봤으니까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은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른 법이지. 내가 평생 아내를 사랑하는 것처럼... 자네는 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것에 대해서 내가 할 말은 없네. 그저, 내가 할 말이 있다면... 자네의 옆에 서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길 바랄 뿐이네."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어설프게 위로할 생각도 없다. 그것은 오히려 상대를 어설프게 상처주는 방법이니까. 그녀는 상처가 아니라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닐 수는 없겠지. 거기에 어설프게 소금을 치고 싶진 않으니까 그 정도로 끝내기로 하며, 남아있는 칵테일을 모두 마셨다. 이어 테이블에 올려둔 시계를 바라보면서 작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10년 전에 잃어버린 감각이 다시 깨어났다고 한다면 최소 10년 내에 또 다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 물론 그것은 보장할 수 없지. 걱정할 것은 없다고 하니까 나도 더는 걱정하지 않겠네. 여담이지만 이 시계는 내가 차도 괜찮겠나? 일단 선물이니 받기는 하네만... 그래도 다시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줄 의향은 있네."
고백은 고백. 선물은 선물. 일단 그렇게 생각하지만 돌려달라고 말이 나올지도 모르니, 그 점에 대해서 확실하게 물어보았다.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줄 생각이다. 그야, 이것은 내가 산 물건이 아니니까. 아마도 계속해서 차고 있겠지. 받는다고 한다면... 소중한 부하가 준 선물이니까 버릴 수도 없고 말이야.
"뭐 그거야 나중에가서 보면 알겠죠. 물론 제가 안 좋은 사람한테 끌릴거란 생각은 안들지만~"
뭐 어련히 좋은 사람 만나지 않겠습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작게 웃음소리를 낸뒤에 기지개를 켰다. 술을 더 마실까 싶었지만 솔직히 여기 분위기 너무 조용해. 그리고나선 시계에 대해 말하는 서장님의 말에 나는 조금 찡그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실제로 기분이 나빠진건 아니고 장난이다.
바로 눈 앞에서 왼손에 그 시계를 차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시계를 평소 차고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밑의 부하 직원이 준 선물인데 안 찰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윤이에게 자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고백에 대한 것은 빼고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딸에게 고백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니 이 이야기는 그냥 내 가슴 속에 묻어두기로 했다.
아무튼 칵테일도 다 마셨고, 이제 돌아가면 될까...라고 생각을 하는데 2차를 이야기하는 모습이 내 눈에 비쳤다. 이거 참... 정말로 나 같은 나이 먹은 이와 같이 술 먹어서 좋을 것이 뭐가 있다고 그러는지....
"알았네. 좋네. 내 오늘은 자네가 바라는대로 해주지."
가끔은 이런 날도 좋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2차를 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술에 많이 취해서 집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나서기로 했다.
>>300 >>30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버리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이 한가지 조금 착각을 하는 것 같아서 말을 하지만.. 서장으로서의 이준과 델타로서의 이준은 다른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이건 독백으로 좀 더 자세하게 쓰긴 할 거지만 그냥, 유지부의 간부가 저지른 만행을 기억하느냐 기억하지 못하느냐 그 차이에요. 인격은 동일하기 때문에... 어느 쪽도 이준이랍니다.
333최서하 - Es tut mir sehr leid. Ich Liebe dir fuer ewig
(0418337E+5)
2018-03-20 (FIRE!) 17:14:43
[Ich liebe dich. 늦은 화이트데이 선물이야. 조만간 만나러 갈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
화이트데이가 지나고 1주 정도가 되었을까. 정확히 1주는 아니지만, 아무렴 어떠랴. 내 자리에 놓여있는 검은색 종이백의 정체에 고개를 갸웃하면 손잡이에 묶여있는 하늘색 리본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업체들이 묶는 것과 비교하면 조금 어설픈 느낌이지만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게 단단하게 묶여있는 것도 그렇고, 내 자리에 놓여있는 것도 그렇고... 아마 나에게 주는 선물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리본을 풀자 그 안쪽에는 보석 느낌을 주는 알록달록한 젤리 ㅡ나중에 찾아보니 코하쿠토였다. ㅡ 와 커피사탕과 미니 초코릿바가 가득 들어있었다.
그리고 안쪽에 붙어있는 네모난 포스트잇과 그 글귀가 다음으로 눈에 들어왔다. Ich liebe dich. 이 말을 나에게 할만한 이는 1명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 뒤의 문구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주인이 자리를 비운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때 올려둔 것들이 자리 위에 없는 것을 보면 보았다는 것이고, 이것은 그에 대한 답인 것일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것에 조용히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 우리 사이엔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 나는 그녀에게 사과를 해야만 하고 해야 할 말이 많았다. 걱정이 안된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것을 다 따지고 행동하기엔 너무 귀찮았다. 그냥 부딪치는 거지. 괜히 머리를 굴리고 싶지도 않고,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들어야할 말을 듣고, 묻는 것에 답하는 아주 단순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생길지도 모르는 일들은 전부 내 책임이고, 나의 잘못이다.
Ich liebe dich.
그 한 마디가 가슴에 쓰라렸다. 너는 이런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추악하기 짝이 없는 나를... 생각보다 더럽고 추악할지도 모르는 나를... 그것이 참으로 가슴이 쓰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아실리아에게 다가가서 이런저런 말을 하고 싶지만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조만간에라고... 그렇다는 것은 지금은 나를 만나기 힘들다는 것이겠지. 그런 느낌이 들어 그저, 기다리기로 했다. 언젠가 그녀가, 그 조만간이라는 날에 나에게 온다면, 나는 그것에 응하고 싶다. ...그때는 아마 이런 서 내부가 아니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어딘가겠지. 적어도 카페나 이런 곳에서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현재 사무실 내부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하다. 나도 그렇고, 하윤이도 그렇고 대다수의 이들이 전부 상처를 받은 것처럼,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으니까. 다들 걱정이 되지만, 역시 가장 걱정이 되는 이는 아실리아였다. ...어쩔 수 없잖아. 그래도 연인이 조금 더 걱정이 되는 것은...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너는 지금 무슨 마음을 가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불안하면서, 또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또 조용히 그녀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정말로 반짝이는 보석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달콤한 것이 말랑말랑하기도 하고, 참 묘한 느낌이었다. 이런 것은 어디서 구한 것일까. 어쩌면 만든 것일까. 적어도 이 근처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이 들어 괜히 미소를 지었다. 만약 만들었다고 한다면, 나는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어 미소를 짓다가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그녀에게 선물로 주려고 사 둔 버터쿠키. 그것도 상당히 큰 크기다.
노란색 포스트잇을 꺼내고, 그리고 핸드폰 앱으로 독일어 사전을 켜고 나름대로 작문을 하면서 그 위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적었다.
[Es tut mir sehr leid. Ich Liebe dir fuer ewig]
그것이 문법적으로 맞는진 알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작문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느낌은 전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 포스트잇을 버터쿠키 상자 위에 붙였다. 그리고 그 상자를 다시 한번 가볍게 터치하면서 손가락으로 퉁겨, 그녀의 자리 위로 전송했다. 그녀가 돌아오면 아마 자연스럽게 보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가 나에게 선물한 보석 모양의 젤리를 다시 입에 담았다.
그 달콤함을 조용히 입 속에 녹이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Ich Liebe dir fuer ewig. 이곳에서 만난 너이기에, 난 결국 그 욕심을 저버리지 못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닛... 평소에는 이 시간에 안 보여서 이쯤 쓰면 적당히 묻히거나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쓴건데... 12분만에 들키다니. 아니. 정확히는 레스를 쓰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10분도 안되어서...? 음...음...그렇군요.(끄덕(삽 장착) 아무튼..음. 새벽에 독백을 보고 너무 예쁜 독백이어서 그냥 그 이후의 서하의 반응을 쓰고 싶어서 써봤습니다! 마음에 든다면 다행이네요!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건지. 지은의 말에 새는 듯 웃다간, 들고 있는 바구니를 바라본다. 어째 저보다 균형 있게 먹는 거 같다. 제 바구니의 내용물과 비교하다간 가늘게 눈을 접는다. 실패해도 좋으니 다른 요리를 시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나중에 레시피를 좀 더 살펴 준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전에 실패했던 요리들을 떠오르자 어깨가 절로 무거워진다. 그래도 익숙해지려면 한 번쯤 해보는 게 좋을 거 같으니까. 닭볶음탕용으로 나온 팩 앞에서 고민하단 바구니에 집어넣는다.
"더 살 건.. 아차."
채소 코너로 다시 돌아가 대파며 몇 가질 더 바구니에 담는다. 당근도 들어가던 거 같았지만. 싫어하니까 패스. 더 살 건 없는지 면밀히 바구니의 재료들을 살피다간 고갤 끄덕인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정은 나와는 무척이나 거리가 있었다. 진지하게, 아무도 믿지 않으려 하는 인간이 누구로부터 사랑을 받고 누구를 사랑하겠는가. 너를 향한 나의 진심을 깨닫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그러고 나서도 나는 의문에 휩싸였다. 나는 어째서 너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인가. 하지만 눈치채고 보면 그것은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사람이란 생각보다 단순했고, 놀랍게도 그 안에는 나라는 인간도 포함되었다. 그저 너였기에, 사랑한 거야.
*
"......"
제 자리 위에 올려진 새하얀 상자를 보고 눈을 살짝 크게 뜬 것도 잠깐. 나는 의자를 당겨서 말없이 풀썩 자리에 앉았다. 모퉁이에 적힌 제 이름은 누군가의 손글씨였으며, 굳이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누구의 것인지는 뻔히 알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잠시 아무것도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선물을 받는 것은 생전 처음의 일이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멍청하게 두 눈을 깜박이다 뒤늦게 상자를 열었다. 푸짐하게 든 내용물을 보고 웃음이 멈출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것은 순수한 기쁨의 웃음이었다.
"정말..."
나답지 않게 그런 작은 혼잣말을 흘리면서 상자 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곰돌이 모양의 사탕들이 담긴 병과 하트 모양의 사탕들이 담긴 병. 한가득 채워진 병들과 더불어 그 밑에 잔뜩 깔린 것들을 보니 네 따뜻한 정성이 느껴져서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런 한없는 따뜻함은 나에게는 너무 벅찬 것인데, 그런 내 마음은 꿈에도 몰랐을 거다. 예쁘게 미소 지으면서 너는 이 상자를 사탕들로 채웠으리라. 천천히 병의 뚜껑을 열어 그 속의 하트 모양 사탕을 하나 집어들었다. 다른 선물은 그렇다 치고 이렇게 많은 사탕 선물은 또 처음이다. 얼떨떨한 무표정으로 예쁜 하트 모양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에 넣었다. 달콤한 딸기향이 입안에서 퍼져나갔다. 평소 무표정한 사람을 절로 미소 짓게 만들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다.
혹여나 누구라도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이런 긴장 풀린 모습을 보기라도 할까, 얼른 억지로 무표정으로 돌아와 태연한 흉내를 내었다. 그제서야 상자 덮개에 달린 편지지를 발견한 것이다. 나도 모르게 "어라" 소리를 작게 내며 그것을 고정시키던 테이프를 떼었다. 손에는 그 연보라빛 편지지가 들리게 되었다. 내가 보라색을 좋아하는 것을 용케도 기억하네. 물론 애증의 색이지만, 제일 좋아하는 색이라는 것은 틀린 사실이 아니니.
'愛していますよ。'
편지지에 적힌 그 한 문장에 나는 그만 소리내어 웃음을 작게 터뜨리고 말았다. 저번에 일본어는 못한다고 말했으면서, 이 말을 일본어로 적은 거구나. 너는. 불현듯, 한자와 가나를 열심히 손글씨로 적어가는 네 모습이 떠오르는 듯해 미소를 지워내지 못했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사랑스럽다. 넌.
"고마워."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俺もだ。"
그렇게 덧붙이면서 네가 적어내린 그 문장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너만을 사랑해.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해도, 너만큼은 믿을 거야. 나는 네게서 진실된 마음을 보았기 때문에. 거짓을 말하는 너는 상상도 못하겠어.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해. 어느새 나는 그 편지지를 끌어안은채 울음 반 웃음 반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얼굴은 머리카락으로 가렸다.
//아니 유혜 화이트데이 독배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왈칵) 아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무한반복해서 읽음)아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유혜 너무 예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햄보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아아아 유혜주 사랑해요 ;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금손이셔서 제가 너무...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화이트데이 독백을 살짝...!!! >ㅂ< 유혜 독백이랑 살짝 형식 동일하게 했어요오오ㅠㅠㅠㅠㅠㅠㅠㅠ으아아아아 이제 도주할테다아아앗!!!(???) 갱신합니다! :3
그 인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그 인간. 그 자가 내 사랑스러운 아내인 유리를 그렇게 만들어버린 그 날. 전부 시작되었다. 멀리 도망치기 위해서, 몸을 숨기기 위해서, 서에 휴직을 내고 유리와 하윤이를 데리러 왔을 때, 나는 가족들을 데리고 갔었어만 했다. 아주 잠시, 내 처제와 합류를 하게 하기 위해서 잠시 나 혼자만 갔다온 사이에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유리를 버려두고 나는 하윤이와 유나만 데리고 멀리, 아주 멀리 도망쳤다. 다행히 뒤쫓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도망친 곳은 나의 고향집. 이제는 아무도 없는 나의 고향집이다. 내 부모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으니까. 그렇기에 주인 없는 그 빈집에 들어갔다. 우선 처재에게 부탁해서 처재의 능력인 '마인드 오더'를 이용해서 하윤이에게 암시를 걸었다. 그때 있었던 일을 모두 잊게 만들어버리는 강력한 암시를... 그것은 처재의 의지가 없으면 풀어지지 않는 절대적인 암시였다. 아직 어린아이인 하윤이에게 그때의 기억은 필시 충격이 될 테니, 하윤이에게서 유리의 기억을 뺏는 것은 참으로 잔인한 짓이었지만... 그래도 기억하지 못하도록 암시를 걸어 하윤이가 그 날의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참으로 분하고 분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서에 부탁해서 근무처를 새로 살고 있는 시골 마을로 옮긴 후에도 나는 긴밀하게 처재와 함께 그들의 정보를 모았다.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들이 쉽게 정보를 흘리고 다닐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이었다. 나와 처제는 '리크리에이터'라는 것을 보고 말았다. 그것은 익스파나 익스퍼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는 일종의 장치. 그것은 국가에 의해서, 정확히는 [익스퍼 보안 유지부]라는 단체에서 사회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낸 장치로서... 익스퍼가 아닌 이들에게서 익스퍼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는 장치였다. 그것이 발동하는 것을 나는 보고 말았다. 사실...말로는 듣고 있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일단 들려오는 말은 있었으니까. 사회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전세계적인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익스퍼에 대한 것을 묻어버리고, 지워버리겠다는 그런 장치가 만들어졌다는 말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직접 보는 순간...나는 피를 토할 뻔 했다. 그 장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내가 사는 시골마을을 뒤덮었을 때, 그때 나는 정말로 피를 토할 뻔 했다. 그 멜로디는 유리가 하윤이에게 들려주던 '자장가'이자 내 처제에게 자주 불러주던 노래였으니까.
"................"
피를 토할 뻔 했다. 저주스럽기 짝이 없었다. 익스퍼 보안 유지부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아니, 그들이 어떻게 저 노래를 알고 있는가. 그것은 매우 간단했다. 그 인간... 그 저주받을 인간이 관계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에게서 기억을 뺏을 정도의 무언가. 그것을 듣는 순간 확신했다.
저것은 내 아내의 능력. 세계를 개변하는 힘. '월드 리크리에이터'라고 연구소에서 붙여진 그 힘이라고....
".........."
".........."
저주받을 녀석들.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설마라고 생각했다. 그 악마같은 놈들이 대체 무슨 짓을 할지 궁금했다. 그들은 결국 내 아내의 힘을 이용해서... 자기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용서할 수 없었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때를 기다렸다. 정보가 더 필요했으니까. 필시 성류시에 무슨 비밀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곳에서 연구가 이뤄졌고, 그곳에 연구원들이 있을테니까. 서울로 옮겼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정말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정보를 모으고 모으고 모으는데만 1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정보가 모이고 우리들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월드 리크리에터. 그들이 뺏어간 유리의 힘을 되찾아오리라고... 그리고 더 이상, 우리 같은 희생자. 예를 들면 정보를 모으는 중에 알아낸 [익스파 주입 실험] 같은 악마같은 실험에 희생당하는 이들을 없게 만들겠다고....
"형부. 괜찮겠어?"
"괜찮아. 모든 것은 결전의 때를 위해서야. 그러니까, 나에게 암시를 걸어줘. 그때의 기억을 나에게서 뺏어줘. 그리고..처제. 당신은 성류시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아. 그리고 그곳에서 은밀하게 익스퍼 범죄자들이 계속해서 날뛰게 만들어줘."
"........"
"그렇게 되면 아마 익스퍼를 막기 위한 경찰의 필요성이 커지게 될 거야. 지금의 나는 SS급 익스퍼. 그리고 서장이야. SS급 익스퍼이자 서장은 몇 되지 않아. 내가 지원하도록 할게. 그곳에 익스퍼 범죄자들을 막기 위한 팀의 서장으로서 말이야. 경찰 본부에서도 나를 추진하게 되겠지. SS급 익스퍼이자 서장인 이만큼 적격인 이는 없으니까."
"알았어. 그럼 나는, 우리와 뜻을 함께 하고, 강한 실력자들을 모을게. 소수로 말이야."
"그래. 부탁할게. 반드시 성류시로 가도록 할게. 그곳에서 나는 경찰로서, 반드시 필요하게 될 그 팀의 지휘관으로서 자연스럽게 성류시로 들어가며, 지휘관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도록 할게."
"알았어. 형부. 힘내. ....반드시, 반드시 언니의 힘을..."
"그래. 되찾는 거야. 유리의 힘을. 그리고 이 세계를 바꾸는 거야. 더 이상...우리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그 저주받을 녀석의 뜻대로 되지 않도록...!"
정말로 순수하게 경찰로서 보이기 위해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 나는 처제에게 부탁해서 내 아내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때 있었던 일들의 기억을 없애달라고 부탁했다. 정확히는 기억하지 못하도록 암시를 걸어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경찰로서, 그곳에 자연스럽게, 의심을 받지 않게 들어가기 위해서는...이 방법밖엔 없었다. 리크리에이터가 발동할 때, 월드 리크리에이터의 파장. SSS급 익스퍼로 불리는 그 파장이 잡힌다는 것은 이미 체크가 끝난 상태다. 그렇다고 한다면... 리크리에이터가 발동할만한 상황을 계속 만들어야만 했고 그에 가장 좋은 방법은 다름 아닌 '범죄'이다.
그 범죄를 계속해서 발생시키고, 나는 그것을 막는 경찰로서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처제의 도움을 받아 암시를 받고 푸는 것을 반복하며, 우리가 원하는 자료를 서장으로서 발굴하고 조사한다. 그리고 때를 노린다.
복수를 위한 때를... 그리고 더 이상 우리처럼, 유리처럼, 그리가 하윤이처럼 죄없는 이에게서 피눈물이 흘리지 않기 위한 날을 만들기 위한 때를....
(주먹울음) 안이... 아니 진짜 센하주ㅠㅠㅠㅠㅜㅜ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우럭) 진짜 센하주 넘 금손이시고 진짜 센하 너무 좋고 설레고 멋있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 진짜 꼬옥 안아주고 싶다ㅜㅠㅜㅜㅠㅠㅠㅠㅜㅠㅠ 하 센하주 제가 진짜 사랑하고 애정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ㅜㅠㅠ (형용을 못한다)
음...그리고 익스퍼가 되지 못한 이들의 경우는.....그냥 사라지는겁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을 익스퍼로서 바꾸기 위해선 정말 대규모의 개변이 필요하죠. 그리고 그 개변에 따라잡지 못하는 이들은... 그 개변을 맞추기 위해서..소멸하는 거예요. 말 그대로...희생당하는거죠.
성류시에서 유난히 익스퍼 범죄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전부 R.R.F가 뒤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일이었고... 또..또....... 음..그렇습니다. 이렇게 이 세계관의 모든 비밀이 최종보스 제외하면 다 풀린 것 같네요. 아.. Case 19 보스도 아직 안 밝혀졌군..(끄덕)
언젠가, 아롱범 팀으로 발령을 받자마자 S급 익스퍼의 제압이라는 커다란 사건에 출동한적이 있었다. 공격을 해도 한번도 통하지 않아 방어에만 급급했었지, 결국 제 역할을 하지 못한채로 다른 이들에게 맡겼었다. 그리고 겨우 체포했다, 안심했던 틈에 알파가 마지막 발악으로 발생시킨 커다란 파도가 덮쳐왔었고 꼼짝 없이 수장될 것이라고 생각해 절망하고 있었다. 서장님은 그 파도를 보란듯이 받아쳐 우리를 구해 주었다. 그리고 그 사건은 경찰이 되었다고 오만해져있던 나에게 무력감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나는 서장님을 동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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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들었었나? 온몸에서 느껴지는 둔통에 잠에서 깨버린다. 기억을 더듬어 내 마지막 필름을 꺼내어보았다. 집에 오자마자 쌓인 피로가 급격히 몰려와서 쓰러지듯 잠에 빠졌던, 그리고 악몽을 꾸었던걸까... 다만 내용까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 후에는 지연이랑 강준이가 어떻게든 끌고 이불 위까지 온 것 같다. 옆에서 자고있는 강준을 슬 보고, 제 상체를 일으켜낸다. 윽, 명치가 아파와서 입고 있던 옷을 들어내어본다. 어두웠지만 커다란 피멍이 선명하게 물들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동생들이 상처들을 못 봤기를 바랄 뿐이다. 강준이 깨지 않게 살짝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간다. 조금... 찬공기를 쐬면 어질어질한 머릿속이 잠재워질지도.
새벽 두시, 숨을 내쉬면 하얗게 서릴 정도로 공기가 아직 차다. 아니, 단순히 외투도 걸치지 않아 옷차림이 가벼웠던 걸지도 모르겠다. 슬리퍼를 질질 끌며 터덜터덜 걸어가다 화단 블럭에 대충 걸터 앉았다.
--...쫓을거면 쫓고 덤빌거면 덤벼도 좋다. 하지만...그렇게 하는 이는... 그만한 댓가를 치루게 될 거다. ...자신이 있으면 와라. 애송이들.
차갑고도 냉정했던 표정. 친근하기도 하며, 때로는 대원들을 생각해주었던, 정말 그때 우리들을 지켜줬던 그 서장님이 맞았던걸까? 아니면 그조차도 단순한 연극이였을 뿐이고, 우리들은 단순히 장기말일 뿐이였던가? 두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리다 쥐어 뜯어버린다. 아직도 헬멧의 깨진 틈으로 보인 싸늘한 눈빛이 잊혀지지 않아, 오장육부가 마구 꼬이고 뒤틀려서 괴로웠다.
하지만 어째선지 머리는 이해를 할 수는 있었다.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감마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 ...아마도 이준 서장님도 두번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았을것이다. 그게 정말 옳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만약에 서장님의 방식이 최선이라면?
뭘 고민하고 있는거야. 권주. 이 위선자 새끼가. 주먹을 강하게 돌바닥에 쳐 박아버린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마디에 상처가 나 손가락을 타고 피가 흘렀다. 하지만, 오히려 고통이 잡념이 사라지게 하였다. 보안 유지부가 하는 짓거리를 눈감아 줄 생각은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위의 사람들이 희생되는 미래를 용납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눈을 감고 애써 냉담해지려고 해본다.
...예전에 나는 서장님이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는 히어로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엔 그도 단 한명의 남편이자 아버지였을 뿐이였다.
음...아무튼 저 위의 >>416 독백으로서 세계관에 대한 모든 비밀은 밝혀졌습니다. 남은 것은 Case 19 보스와 최종보스 둘 뿐이네요. 지금 이 상황 속에서 이해가 안 가거나, 혹은 질문이 있다. 이 부분이 이해가 안간다...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질문해주세요!
가만히 물러서서 월하를 본다. 더 이상 살 것이 없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은 금방 끝났다. 애초에 산 것이 별로 없으니 당연한 처사였다. 지은은 따로 준비한 장바구니에 물건을 집어 담고 마트 밖으로 나섰다. 이제 집에만 가면 될 일이었다. 지은은 밖에서 월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방향은 같았지만 헤어지는 시간은 금방이었다. 그야, 마트 근처에서 만났으니 헤어지는 곳도 마트 근처였다. 헤어지기 위해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월하를 배웅했다. 그렇게 지은도 뒤를 돌고 헤어지면 되는 일이었다. 집으로 향하기 위해 등을 돌리고 다급하게 말을 걸었다.
”저, 월하야!“
패기 넘치게 이름은 불렀는데 이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지은은 혼란으로 가득한 머리를 뒤로 하고 월하를 똑바로 보았다.
달빛이 어깨에 쌓이고 어둠이 눈을 가리는 밤, 공허함과 외로움이 그녀를 쓸어덮치고 회의와 절망에 허덕이며 제 발목을 잡아끄는 늪에서 발버둥을 치는 밤, 그렇게 그녀의 기억 한 부분이 처참히 깨져버린 밤이었다.
느릿히 눈꺼풀을 꿈뻑이니 희끄무레한 달빛이 눈시야를 밝혀냈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본 숫자가 6이었고 지금 휴대전화 액정에 비추어지는 숫자가 3이었는데. 모르겠다. 그 얼마나 깊은 잠에 빠졌던걸지 그녀는 딱히 알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새하얀 빛을 내비추는 휴대전화를 침대 모퉁이로 던져내며 오른손으로 느릿히 제 눈가를 문질렀다. 갑자기 제 눈에 빛이 들어와서일지 저도 모르게 인상을 푹 찡그리니 눈이 아프고 시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눈가를 문질렀을까. 제 볼에 붙여두었던 넙적한 밴드가 툭 하고는 제 손가락을 건들였다. 아, 그제야 제가 왜 이리도 우울하고도 아팠던건지 생각이 나는 그녀였다.
서장님의 얼굴이 제 머릿 속을 한 번 스쳐 지나갔다. 서장님. 왜 그러셨어요? 목적지를 잃은 질문은 허공을 방황하다 가라앉아 저 끝 없는 바다의 밑바닥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느릿히 제 눈가에서 손바닥을 치워내자 살짝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다시금 희끄무레한 달빛이 쏟아졌다. 달빛을 보기 싫은 밤이었다.
당신은, 내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나의 아픔을 공감해주지 말아야 했고 나를 도와주지 말아야했다. 당신은 내가 당신에게 일말의 정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했고 그 날, 당신은 나에게 그 말들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당신을 존경했다. 비단 당신이 서장님이라는 직위를 갖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신은 내가 힘들고 혼란스러울 때 그 아픔을 이해해줬고, 내가 잘못 된 길에 들어서지 않도록 나를 붙잡아줬다. 나에게 당신은 의지가 되고 믿을 수 있었으며 경찰이라는 꿈을 다 다양한 색으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사람이었다. 그랬던 사람이었다. 당신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머리가 아파왔고 혈관이 수축하듯 눈 앞이 아찔거렸다. 몸을 두어번 뒤척인 뒤에야 그녀는 한쪽 얼굴을 침대에 파묻은 채로 제 눈을 떠낼 수 있었다. 당신은 우리가 우스웠을까. 정의를 위한다는 어줍잖은 말들을 내뱉는 우리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한 때 당신을 믿고 존경했던 우리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그녀가 몸을 돌려 창문을 바라보았다. 더이상 달빛은 쏟아지지 않았다.
작고 여렸다. 당신은 너무나도 작고 여렸다. 사랑하는 당신은 나와 다르게도, 아직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주변 사람들은 붙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고 떠나버린다. 그래, 지금도 그러하였지. 서장이라 불렸던 자는. 많은 이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었던 자는 기회조차 주지 않고 처음부터 자신들을 떠나있었으니.
"...."
왜 당신은 자기 자신을 머저리라 생각하는건가. 붙잡고 싶어하며, 곁을 떠나는 것이 싫었더란다. 당신을 떠날리가 없음에도 어찌하여 불안해 하는것인가. 당신을 단단히 품에 안았다.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듯, 당신을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두 초록색 눈동자가 당신의 뒤에 놓인 벽을 노려보았다. 놓아달라 해도 떠나지 않을것이다.
"절대 떠나지 않을거예요."
더 이상 당신의 주변 사람들이 떠나지 아니하도록. 그 누구도 당신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없도록. 그는 조용히 몸을 떼곤 눈을 마주친 이후, 손을 들어 그 작은 얼굴을, 볼을 쓸어주며 나지막히 속삭였다.
>>556 갸아아아아 안대 더이상의 주입식은...!!! @ㅁ@(공포)(빡센 고등학교의 트라우마) 훗후...그래도 유혜랑 연플이 성립되면서 원래 가능했던 끔찍한 상황 중 하나는 모면했어요...(끄덕) 연플파워!!! >ㅁ< 그리고 센하의 온화한 모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센하는 순수하게 온화할 때도 있기는 있지만 차가움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온화한 척을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끄덕) 않이...유혜야...;ㅁ;(눈물) 유혜의 멘탈이이...!!(동공팝핀)
>>561 주입식의 공포 공격...!! (아니다(도대체) 흑흑... 센하랑 유혜랑 손잡고 꽃길 걷게 해주세요...(엉엉) 그래도 끔찍한 상황은 모면했다니...!!! 8ㅁ8...!! (천만다행) 연플파워!!!!! (당—당) ㅋㅋㅋㅋㅋㅋㅋㅋ 센하는 온화한 모습이던 화를 내는 모습이던 당황한 모습이던 술 취한 모습이던 다 멋지고 귀엽고 사랑스러우니까요!! (잠깐 이상한 게(쉿 유혜 멘탈은 원래 부시라고 있는 겁니다!!! (끌려감(아니다) 전 그보다 센하 멘탈이....(흐으릿)
새벽과 밤의 사이쯤되는 애매한 시간. 한적한 산터에서 무엇을 하고있냐고 묻는다면 체력단련과 신체능력 단련? 이라고 답해야할것이다. 서장님.. 아니 델타를 쓰러트리기 위해선 지금의 능력만으론 절대 무리. 그렇다고 SS급으로 성장할 수 있냐고 한다면 그것은 미묘. 그러니 남은것은 그저 단련할뿐. 새로운 장비도 주문했고. 오버 익스파도 능숙하게 쓸 수 있도록 연습하며. 나는 최종적으론 육체쪽으로 눈을 돌렸다. 지금까지 능력만 단련하느라 허술했던부분, 허나 이번에는 능력만으로 이길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까. 나는 어느새 살짝 파여버린 나무를 보다가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오버익스파를 쓴 상태로 뇌와 눈에 무리를 주며 신체를 쓰자니 피로가 심각한듯했다. 하지만 하루에 한번밖에 쓰지 못하는 기술을 최대한으로 단련할 방법은 이것뿐이니까.
"젠장할! 뭐가 델타야! 뭐가 디스트로이 머시기냐고!!"
사실 이렇게 막나가는 단련을 하는 이유에는 잡념을 잊기위해서기도 했다. 서장님이 델타고.. 아마도 보스는 내가 생각했던것과 같이 차민경일것이다.. 그래. 배신감은 오히려 적게 들었다. 그야 그럴것이 감마전 이후로 의심하고 있었으니까. 아니 확신하고 있었다. 서장님이 우리편이 아닐거란것을. 그럼에도 고백하고, 웃고, 이해했다. 그러나 그 선택에 일말의 후회는 남기지 않는다. 이미 확신했었어도 사랑이 멈추지 않았으니까. 설령 이미 델타란게 밝혀지고 난 후라도. 나는 고백했을것이다. 너무나 사랑하고 사랑하고.. 가엽다고.
무력했다.
그것이 델타를 봤을때 너무나도 싫었던것이다. 단순히 그저 약하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 사람이 그렇게나 복수심에 불탔을때. 그렇게나 괴로움을 떠안고 있을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싫었다. 이런 막나가는 방법을 쓸 정도로 상처였던것이겠지. 지금도 분노하며 아파하고 있겠지. 그럼에도 나는 힘으로도 막아줄 수 없고 다독여줄수도 없다. 그러니까.. 최소한 다독여주는건 무리일테니 억지로라도 막을 수 있게 움직일 뿐이었다. 아무리 슬프고, 괴로웠다고해도 지금 R.R.F가 내건 방식은 잘못 됐으니까. 고통과 분노로인해 눈이 멀었다면 적어도 이제라도 눈을 뜨게 해주는것이 부하로서 도리일것이다. 어쩌면 주제넘은 짓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그들의 가족사이며 내가, 끼어들 자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개뿔."
미안, 농담이다.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이 아니다. 내 소중한 동료가 연관되어있는 사건이고 내가 말려든 사건이니까. 이제와서 약한소리하며 뒤로 뺄순 없겠지.
...
나는 그 사람 덕분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꼈다. 그러니까 적어도 그 감사인사는 해야하지 않겠나. 그것이 당신을 존경하고, 의지했던 부하로서의. 그리고 사랑하는 한 여자로서의 의리였다.
그러니 그 사람이 지키고싶어 했던것을 지킬뿐이다. 자기 자신도 분노에 마모되어 잊어버렸을 그것들을. 이쪽에서 지킬것이다.
>>565 으아아아아 주입식의 빗발이...!!!(공ㅡ포)(???) 흠흠 사실 그 끔찍하다는 상황은 제가 아예 변동불가로 해버릴까() 고민했었던 전개거든요..그런데 연플터진 애한테 그런 상황은 너무해서(...) 싹 바꿨답니다! 네, 큰 거 하나 바뀌었어요.(끄덕) 나중에 센하 이야기 다 풀거나 하면 뭔지 알려드릴게요 >.0(?) 연플파워!!!!(22)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럼 저도!! 유혜의 밝은 모습도 수줍은 모습도 강한 모습도 전부 다 사랑하고 애정하니까요!!! >ㅁ<(방방) 엣 안 돼요 유혜 멘탈 부수면 안 돼요...!!(동공팝핀) 그리고 센하 멘탈은...음, 사실 보이는 모습은 괜찮아요. 순간적으로 정신이 크게 흔들렸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냉정해지는 게 센하거든요. 왜냐하면 어려서부터 별 꼴 다 당해온 애라ㅅ...(흐ㅡ릿) 사아실 이 정도면 정신치료를 받는 게 정상이지만...(치료해줄 어른이 ㅇ벗었다)(...)(노답)
>>583 8ㅁ8...(두려움) 다행이다... 다행이야.... 연플이 살렸다...!! (끌려감) 핫 저는 팝콘을 먹으면서 센하 이야기를 모두 들으면 되겠군요...!! (방방) 사심을 조금 담아보자면 정말 센하 술 취한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정말 센하 사랑합니다. (진지(찡긋) 앗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걸까요...;ㅁ; 센하야 멘탈 치료 유혜가 해줄게!!! 유혜만 믿어!!! (도대체(안됨
이거 전에도 말한 적이 있는데... S급의 익스퍼는 A급 익스퍼 10명이 발산하는 익스파를 다 합친 크기와 비슷한 정도의 익스파를 발산하고, SS급은 S급 익스퍼 10명이 발산하는 익스파를 다 합친 크기와 비슷한 정도의 익스파를 발산한다...라는 느낌이랍니다. 저 정도의 차이는..네.(끄덕)
>>652 음음 일단 스토리 엄청 치밀하게 잘 짜신 것 같아요. 처음에 별이 엄청 아름답다고 하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설마, 에이 그냥 설정이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알고보니 슬픈 사연이 담겨져 있엇고 88 제가 처음 왔을 때 위키에 적힌 떡밥들도 회수 잘 하시고요! 그리고 이준은 정말 역대급으로 큰 반전이었지만(눈물)... 아무튼 전 정말 이준일거라고느 생각 못햇어요 ㅠㅠㅠ 오히려 하윤이가 좀 더...(??)
지은의 배웅에 따라 손을 흔들다 내린다. 차게 식은 손을 매만지며, 가는 뒷모습이 멀어지길 기다린다. 잠깐이지만 즐거웠지. 차고있는 손목 시계를 살피다 집으로 향하려 몸을 돌린다. 난데없이 제 이름이 불리자 멈추며 눈을 깜빡거린다. 뭐가 건넬 말이 남은 걸까. 반쯤 돌아선 채 고갤 기울인다. 들려온 말에 시선을 떨군다. 제 입가를 손으로 가리다 고갤 든다. 한 박자 늦게 고갤 끄덕인다.
"응."
이렇게 당신의 기억 속에 잠길 수 있다면야. 조금도 망설이는 기색 하나 없이 답한다. 방글 웃으며 지은과 눈을 마주한다.
"그만..그만 말해.." 잠들면 안 되는데 잠들어야 하고, 무의식에 접촉하면 나는 항상 끌려들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내가 전혀 제어할 수 없는 어떤 영역. 그리고 시끄럽고 동시에 절박한 느낌. 아니. 너무나도 여유로움들. 너무나도 아픈 삶. 질질 끌리는 옷자락. 막힌 소매. 길고 긴 머리카락.
깊게 박히는 무력감.
-원하려무나. -원해! 원하라고! 우리를! 전부 다를! 우리의 여신님이 될 것이었는데! 어째서 그 자리를 내려놓으려는 거야? -현실은 괴롭게 마련. 꿈으로 치부할 수 있단다. 네 목줄을 당길 날이 올 것이더냐? -나에게 녹아드려무나. 내가 널 부드럽고 부드럽게 안아 주마. 잡아먹어주마. 깨물어주마. 질척하게 녹여주마. 기쁨을 알려주마.
꿈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알고 있다. 싫다고 반항하며 울었는데. 붙잡힌 목이 사정없이 잡아당겨져서. 끝없이 졸리다가도, 그저 손끝 하나 잘못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날아가버려서. 아니. 그건 분명 일부러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부러지든, 뜯겨지든, 박살나던, 폭발하던, 날아가던.
극심한 고통과 함께 죽으면 깨어날 수 있지.
그래서 깨어나면 너는 그렇게 부서지고 박살난 곳을 한번쯤 살피지. 마치 진짜로 부서진 것만 같아서 그렇던가? 너의 언니는 진짜로 부서졌었지만 넌 멀쩡은 했기에 누덕누덕한 정신으로나마 살아갔지 아니하던가? 그렇지만 그건 그냥으로 끝날 수 있었어. 혹은 나아질 수도 있었지. 한때는 좀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 하지만.. 하지만..
배신이자 배신이 아닌 일을 그녀는 겪었다. 타미엘에게는 그다지 큰 일은 아니었던가? 아니다. 충분히 큰 일이었다. 무의미한 것이라고 애써 생각을 방어해보려 해도 뱀의 혀가 날름대며 연약한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법.
-배신에 고통스럽지 아니하더냐. 너의 언니를 사랑하던 에드워드도 널 배신하였지. 너의 연약한 삶은 결국 산산이 부서질 것이로구나. 이처럼.. -여신님. 우리의 여신님. 그 옷자락에 우리가 매달리어 그대를 끌어내리고 싶어요. 그 신성한 날개. 그 신성한 머리카락 모두를 잡아당긴다면. -그러허면 네가 먼저 버리면 되는 일이지 아니하더냐. 네가 천하를 버리거라. 나의 천하가 이 내가 너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니. 억겁의 영원을 약속하자꾸나. 춤추는 바람마저도 우리를 축복하지 아니하겠느냐? -튀어나가고 싶어요! 제발! 우리를 굽어살펴주세요. -나를 불러내려무나. 민중은 하늘을 우러러 구원을 바라나 그런 것은 절대로 오지 아니할 것이며, 세상은 비탄과 절망과 악몽같음에 잠겨들 것이다. 네가 들은 것처럼... 그들은 그런 일을 당하기에 합당하다. 죽지도 못하게 하여 내 안에 바쳐져. 끝없는 깊음에 던져져 고통받으리라. 나는 너의, 아니. 모두의 악의이자, 반대편일지어니. -가질 거예요. 우리의 사랑하는 여신님. 집어삼키고 끌어당기고 잠기게 해서. 전부 다. 우리를. 우리를.우리를더 이상 놓아둘 수 없을 거예요. 반드시 우리를전부 풀어줘야해요 네? 네?
이것은 누구의 상상인가. 아니면 진실로 말해지는 것이던가. 아니면... 또 무엇인가?
그럴 순 없어요. 없어요. 한번 혹한다 하면 끝없이 추락해버릴 것을 너는 알고 있으니. 결국 무디어질 때까지는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것을 알기에 너는 감내할 것이다. 빌어먹을 두통이라고 변명하고 아프다는 건 진실이었지만. 그 두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그 말들이었지요.
....그에 따라 피로는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쌓이겠지만.
원래 당신은 17살때까지는 잠이란 걸 잘 모르지 않았는가. 수없는 밤을 지새웠던가. 물론 연약한 이 몸으론 잠을 안 자면 그대로 끝나버릴 테지만. 끝날 수 없는 이유가 있지 아니한가. 어쩌면 그것을 참으로 기뻐할지도 모를 일이로구나.
음. 사실 처음부터 다 떡밥적 요소였고 스포일러적 요소였죠. 사실 배경을 별이 아름답게 반짝이는 곳으로 정한 이유는 그냥 제가 별을 좋아해서라는 단순한 이유..(흐릿) 하지만 그 도시만 별이 아름답게 반짝이면 이상하기에 그 요소를 그냥 떡밥적 요소로 정했답니다. 사실 위키에 적힌 떡밥들도..그냥 하나하나 회수하면서 여러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과연 이것을 맞출 수 있을까..하면서 두근거리면서 보던 것이 많아요. 사실 소름이었던 것 중 하나가 리크리에이터인데... 이것을 보고 다들 신기하다 대단하다. 쩐다..라기고 보기보다는 뭔가 불길하다. 불쾌하다. 느낌으로 부정적으로 보더라고요. ...음.. 거기서 조금 으음..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했답니다.
그리고 변경선은.....사실 저도 막 다 정해놓고 그 라인만 타게 하면 편하긴 한데... 그거는 제가 여러분들의 행동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상황극하려고 온 거지. 미리 짜여진 대본대로 움직이는 거 하려고 온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기에 여러분들의 캐릭터의 반응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물론 스토리를 위해서 어느정도 제어해야하는 것은 있는 것은 사실이죠. 이를테면, 그래도 경찰인데, 빵야빵야 다 죽어라. 빵야빵야 하게 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개입하는 것은 최소한으로 하기로 했어요. 뭐, 거기서 이제 특정 행동으로 비밀이 빨리 밝혀지면 빨리 밝히는 거죠. 괜히 어설프게 숨기려고 억지로 하면...오히려 납득 못 갈 전개만 가득할테고...사실 그냥 스토리 참가하는데, 내 캐릭터 행동이 제대로 적용 안되고 전개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씹히면 기분 나쁘고 좀 슬프잖아요? 그래서 그냥 최대한 수용하자라는 느낌으로 갔답니다. ㅋㅋㅋㅋㅋ 변경선을 만들어둔 것은 대충 그런 느낌이에요.
...뭐...아무튼 제 목표인 아..이런 스레주도 있구나...정도로 기억될 순 있게 된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모두들. 앞으로 남은 이야기도 더욱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688 에...할 수 있어요! 이런 거! 물론...음...좀 갈립니다. 네. 솔직히 인정할 건 하겠습니다. 갈립니다. 여러분들의 행동 판정이 쉽지는 않거든요. 사실 스토리 때마다 늘 갈려요.(끄덕) 전투 때 여러분들의 행동 하나하나 계산하는 거 갈리지만..뭐 어떤가요. 재밌으면 된 거지! 껄껄껄...
>>710 그런가요? 음...확실히 성공하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해요. 하지만...음...저는 이 방식을 하고 싶었고 성공했으니 그것으로 된거죠! ㅋㅋㅋㅋㅋ 정말로 높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결국 제가 이렇게 나아갈 수 있는 것도 메이비주를 포함한 다른 레스주분들이 이 이야기를 좋아하고 아끼고, 계속 찾아와주기에 가능한 것이죠. 그렇기에 여기까지 온 공로는 모두 참가자분들에게 돌리겠습니다.(끄덕)
음..음...아무튼 여기에 참여하시는 많은 분들이 정말로 이 이야기를 즐겨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그것만큼 스레주에게 기쁜 일도 없다고 합니다...! 덧붙여서 난 세계관의 비밀 다 풀었다! 비설 다 풀었다! 껄껄껄...! 후련하다! 이제 더 입 안 간질간질해도 돼...!
아..참고로 위에 델타 전때의 대사...말입니다만... 그건 고민하다가 그냥 델타에게는 전용 전투 브금을 붙혀주기로 했습니다. 그때 실제 흐르는 곡이에요.
>>757 뭐죠? 그 무례한 사람은? 그려주는 것에 감사할 것이지. 왜 상전 노릇을...? 듣는 제가 어이가 없는 느낌이네요. 그거. 그리고...편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그리는 사람이 누굴 그리건 자기 맘이지..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편애라고 한다고요? 연플캐에게 독백 선물하려고 독백 쓰는 것도 편애라고 할 사람이네요. 그거...
그리고...음..어...대충 느낌은 저런 말이 나올 정도면 옛날 ㅅㄹㄷ 같은데... 음....그때의 분위기는 개인적으로 진짜 별로여서.... 이제 와서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당시에는 잡담 금지 룰 같은 것도 밀어붙이더라고요. 잡담이 소외감을 느끼게 하니 일체 금지. 이런 느낌으로 말이에요. ...그걸 보고서 뭔 소리야...하면서 도리도리 하면서 반대 의견 내던 기억이 나네요.
뭐...사실... 아직도 그 인증서 시절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때 묘하게 싸한 느낌이 들고, 건의스레라던가 그런 거 계속 처리 안되고 그런 느낌이어서...아..이거 큰일났다. 라는 느낌이 다이렉트로 들었는데..정말로....(끄덕) 그나마 빨리 행동을 취한 것이...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고 늘 생각한답니다. 스레를 다 아카이브 떠준 메이비주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어린 아이가 애원하듯 제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당신은 어느새 제가 볼을 쓰다듬자 손을 붙잡았다. 이렇게까지 절박했음을 나는 어찌 알지 못하였단 말인가. 그는 눈을 나지막히 내리깔곤 소리없이 제 입술 속의 살을 짓씹었다. 내 탓이다. 제대로 위로해주지 못하던.
"응. 곁에. 괜찮아요. 전부 괜찮아."
물기어린 눈동자를 마주하며 그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시선을 다시금 당신에게로 맞추곤 애정을 갈구하는 당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동정심도, 가엾음도 떠오르지 않았다. 묘한 감정이 꿈틀댔지만 그것은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아니하였지. 당신을 사랑했기에. 밤색의 머릿결이 어느새 제 손바닥 아래에 있었던 터라. 그는 그 머리카락을 능숙하게 쓸어주며 굽이치는 머릿결을 따라 손가락을 헤집었다.
"알고 있어요."
당신이 괴로워하고 몸부림치면서도 이를 악 물고 버텨옴을. 어찌 몰랐겠는지요. 칭찬을 바라고, 위로를, 인정을 바라는 당신을 내가 어찌 내치겠어요. 당신을 품에 가득 안고 머리를 쓸었다. 어린 아이같은 당신. 작은 아이를 위로하는 것은 자신이 잘 하는 일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일이었으니.
제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린다. 어느 순간부턴가 키보드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더 이상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곤 인턴 버튼만 의미 없이 두드린다. 답답한 한숨을 내쉬며 키보드 멀리 밀어낸다. 오늘따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구나. 날씨 탓일까. 다시 겨울로 회귀한 것 마냥. 금세 풀릴 것 같던 날씨가 변덕이다. 따스하다가도 금방 쌀쌀해지니. 기지갤 키며 책상 서랍을 열어낸다. 이럴 때마다 달달한 게 끌려서. 사탕을 꺼내 입에 물고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래가지곤 오늘 안에 다 못 끝낼 거 같으니까. 간단하게 걸을까. 굳은 어깰 돌리며 사무실 밖으로 나선다.
쉬는 날에는 별 다른 일이 없으면 집에 있지만, 가끔은 밖에 돌아다니기도 한다. 집에 있을 때와 같이 앞머리는 핀으로 고정하고 더러운 앞치마 차림 그대로 밖으로 나왔지만 딱히 신경쓰지는 않는다. 정처없이 돌아다니다, 무의식적으로 경찰서 근처까지 온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차림 그대로 경찰서로 돌아가긴 애매하니 항상 가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홀리듯이 냉장고에서 꺼낸 과실주 하나를 계산하고,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 안주도 없이 과실주를 그대로 들이킨다. 복숭아맛 탄산음료와 비슷한 맛이 난다. 그러나 곧 묘한 쓴맛에 눈을 짓푸린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다. 이미 결정이 난 부분임에도, 섣불리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나는 어떻게 하면 좋지? 답이 오질 않을 질문을 계속 던진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이런 상태이려나.
술기운에 멍하니 돌아다니는 사람을 바라보다 보면,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는 월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손을 흔들하고 인사 했다.
아..그리고 크로스오버는 다음주 월요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에요! 따로 크로스오버 스레가 만들어질 예정이고 거기서 놀게 될 거예요! 다만...스레 자체는 토요일에 세워질 거예요! 미리 크로스오버 때의 스토리를 위해서 저와 동화학원 캡틴 분이 일상처럼 돌려둬야 하는 것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스레가 세워져도 바로 찾아오지는 말아주세요. 본격 입장은 스레주가 인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마 말을 굳이 안해도 잘 지켜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크로스오버 때는 우리들만 아는 정보로 잡담을 하는 것은 가급적이면 하지 말아주세요.
크로스오버는 다른 스레와 어울리는 것. 더욱 더 평소보다 소외당하는 이가 없도록 주의를 해야하는 법이에요. 그렇기에 우리들은 최대한 그 안에서는 스레의 비설을 이야기하지 않고, 위키에 실리지 않은 비설이 일상에 적용된다고 한다면... 꼭 설명을 하는 자세를 가지도록 합시다. 무엇보다 타 스레와 함께 하는 행동인만큼 예의를 지키는 것을 잊지 마시고, 타 스레는 알아들을 수 없는 메타는 가급적이면 그 기간은 이야기하지 말도록 합시다.
기왕 하는 크로스오버. 재밌게, 즐겁게, 모두가 하나 되어 즐기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는 법이죠.
아빠가 사라진지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그때 연구소에서 만난 연구원은 안전하게 그 장소로 데려갔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다른 연구원 한 명 뿐이다. 일단 행방을 찾고 있지만, 꽁꽁 숨어버린 모양이다. 아무래도, 그때 있었던 사건을 그 사람도 듣게 되었고, 혹시나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지 않을까 싶어 숨어버린 모양이다. 적어도 지금 연구원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니까.
일단 그 부분은 서하 씨와 내가 힘을 합쳐서 찾아보기로 했다. 사실 지금도 찾고 있다. 그리고 계속 추적 중이다. 아무리 그래도 못 찾을 정도는 아니니까. 일단 이 성류시를 벗어난 것은 아닐테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어떻게든 조사를 하면 찾아낼 수 있다. 사실, 지금도 조사를 하는 도중에 잠시 바람을 쐬러 옥상으로 올라온 상태다. 서하 씨에겐 미안하지만... 오늘만 휴식 시간을 빨리 받아냈다. 평소에는 입을 삐죽였을 서하 씨도 그냥 말 없이 허락해줬다. 머리를 식히라고...
하늘 위는 오늘도 별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그때 들은 사실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저 별은 엄마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었지. 아마...? 자신의 동생이 밤이 되면 언제든지 별을 볼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 엄마가 만들어낸 그 별을 바라보며 조용히 팔을 뻗었다. 별을 잡는 것처럼... 물론 그런다고 별이 잡히진 않겠지만...
그 날 이후, 이모도 연락이 되지 않고 아빠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이모도, 연관이 되어있는 것일까. 아니. 사실 연관이 되어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나도 바보는 아니다. R.R.F에 아빠가 동참하고 있다면... 당연히 엄마의 여동생인 이모가 무관계일리가 없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을 해봤지만 받지 않는 그 모습에...확신했다. 이모도 관련이 있을 거라고...
"....아빠..."
어둠 속에서 아빠를 조용히 불렀다. 어린 시절, 엄마를 대신해서 아빠는 경찰 일을 하면서 나를 힘들게 키웠다. 정말 사랑과 정성으로... 아빠는 나에게 있어서 정말로 소중하고 소중한 가족이다. 엄마의 빈 자리를 채워준 정말로 사랑하는 가족이며, 나에게 있어선 이상이었다. 내가 경찰이 된 것도, 절반은 엄마가 죽은 그 '사고'의 전말을 알기 위해서였고, 다른 절반은 아빠를 존경하기에, 아빠처럼 멋진 경찰이 되고 싶기 때문이었으니까.
아빠의 뒷모습과 그림자는 나에게 있어서 자랑거리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이를 대라고 하면 나는 자연스럽게 아빠를 댈 수 있다. 그만큼 아빠는 나에게 있어서...그 무엇고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이제 그 뒷모습도,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 정말로,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R.R.F로서 대립하고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일까.
나는 경찰로서, 아무리 상대가 아빠라고 해도... 당당하게 맞설 생각이다. 그야 난 경찰이니까. 아무리 아빠라도, 범죄를 저지르고, 범죄를 만들어낸다고 한다면... 그렇다고 한다면...난 당연히 경찰로서 체포해야만 하니까. 하지만...정말로 그럴 수 있을까? 그런 불안감이 들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나 두려웠다. 아빠는 필시 엄마의 일 때문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일 때문에 R.R.F로서 월드 리크리에이터를 노리는 거라고 난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난 아직도 엄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하려고 하면 마치 뭔가가 기억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경찰로서 아빠에게 맞서겠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내가 엄마에 대한 것을 확실하게 기억하게 되면... 그렇다고 한다면...나는 그때도 경찰로서 있을 수 있을까? 사실 어린 시절의 일이라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만약에, 그런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내 기억을 억제하고 있다면..? 그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아빠..."
나도 모르게 아빠를 찾게 된다. 언제나 이렇게 힘들고 불안할 때 나를 달래주고 안아준 것은 아빠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큰 품이 더 이상 내 옆에 없었다. 아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으니까. 그리고... 우리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과는 대적하는 이가 되어버렸으니까.
차가운 바람 속에서 유난히 그림자를 찾게 되고, 그 뒷모습을 찾지만... 더 이상, 그림자도, 그 뒷모습도, 내가 동경하던 그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초저녁의 공기는 시렸다. 뺨에 닿는 냉기에 볼이 금방 얼얼해졌다. 숨을 내쉬면 입김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치미니 손난로를 챙기러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웃기지. 서류 작업이란 답답함에서 빠져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감각이 없어진 것 같은 제 뺨 위에 손을 얹었다. 이미 싸늘하게 식은 터라 데워질 일은 없지만. 두어 번 쓸어 보이다 내리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됐다. 됐어. 오늘은 이 매선 바람이 오히려 더 필요할 것 같으니. 가만 선 채, 거리를 눈에 담다 걸음을 옮겼다.
막 첫 발을 뗀 쯤,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고갤 돌려 살피니 과연 권주였다. 편의점 앞에 앉아있는 그를 물그레 바라보단 가까이 다가섰다. 비번일 텐데. 이 시간에 어연 일인지. 의아한 듯 살짝 눈을 뜬 채 바라보단, 놓인 과실주에 시선을 둔다. 늦게서야 건네져온 질문에 답을 건넸다.
......피구하다가 넘어졌다고요...? 다친 것이..세상에...! 아실리아주...병원은 갔다오셨나요?! (동공지진) 그...그...안 가셨다면 빠른 시일내로 병원 가보는 거 추천할게요! 예전에 다친 것이 다시 도졌다고 한다면...그거...가벼운 것은 아닐테고... 그리고 텀이 긴거야 상관은 없답니다. 저야 뭐...스레분들이 다 아시겟지만 느긋하게 돌리는 것도 좋아하니까요. 일단 괜찮다고 하니...믿기는 하지만, 너무 무리는 말아주세요.
음...그렇다고 한다면 선레를 부탁해도 될까요? 그때 편지에서 아실리아에게 대화에 응할거면 찾아와달라고 한 것도 있고 말이에요. 물론 힘들다면 제가 먼저 써도 상관은 없지만 말이에요. 다만 이 경우는....대화를 하기로 하고, 서를 나와서 바닷가 해변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부터 시작할듯 하지만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