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0 사실 그것도 후반부 스토리에서 밝혀지긴 하겠지만..굳이 말하면...아주 옛날에..정말로 옛날에...서하의 상사가 독백으로 나왔을 때 서하는 저항을 하는듯 했지만... 바로 저항을 그만두고 수긍해버렸죠. 그리고 그 상사는 결국엔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고 말이에요. 그런 느낌이랍니다.
R.R.F. 그 조직을 이끄는 민경은 조용히 자신의 장난감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Case 5 참조) 그리고 그곳에 있는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간 후에, 그곳에 설치되어있는 계단을 통해서 천천히 걸어내려갔다. 계단 아래는 칠흑같은 어둠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맞춰 천장의 불이 들어왔고, 이내 어두컴컴한 복도는 환한 불로 밝게 비쳐졌다. 넘어지지 않게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며,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
월드 리크리에이터. 그 이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자신과 한 피를 나눈 언니가 가지고 있던 능력의 이름. 세계를 개변하고 바꿔버릴 수 있는 힘. 이 세상의 진실. 그리고 성류시의 진실을 알고 있는 이 중 하나로서, 그녀는 그때 그 날을 잊을 수 없었다. 눈 앞에서 펼쳐진 잔혹한 사건. 그것은 사고가 아니었다. 사고라고 믿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절대로 사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의적인 살인. 그 모든 것을 민경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되찾아야만 했다. 반드시 되찾아야만 했다. 자신의 언니를... 그리고 언니가 가지고 있던 그 힘의 파편을... 그리고 그 힘의 파편을 이용해서 이 세계를 바꿔버려야만 했다. 희생이 되는 이? 익스퍼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파멸하는 이? 자신이 알바가 아니었다. 자신들은 그 힘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이제와서 자신이 그런 것을 신경쓸 이유은 없었다. 잔혹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자신은 절대로 자신의 언니처럼 착한 이가 아니었으니까.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별은 그녀에게 있어선 저주나 마찬가지였다. 매일매일..그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족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별하늘을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의 언니가 남긴 것 중 하나였으니까.
"......."
이어 그녀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기계음의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그 짧은 목소리를 들으며, 민경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델타. 여전히 수고하고 있나보네. 정말 고생이 많아."
"상관없어. 우리들의 이상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기계음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노이즈가 끼여있는 그런 탁한 기계음만이 조용히 울릴 뿐이었다. 치직...치지직. 하는 변조기 특유의 기계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너무 쓰레기가 아닌가? 지금 날뛰는 이는?"
"상관없어. 리크리에이터만 발동시켜주면 족해. 우리의의 목적은 그것 뿐이니까."
"......"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해. 델타."
"아니. 내가 무슨 말을 할 것은 없지. 이제 와서."
"아무튼 특이사항은 없어?"
"없어. 있다면 연락을 또 하도록 할게."
"....부탁할게. 델타. 당신만 믿을게."
"......."
델타는 그 말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핸드폰을 끊을 뿐이었다. 상당히 무례한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민경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가보지.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면서 그녀는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불쾌함은 엿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델타에게 가지고 있는 것은 절대적인 신뢰였다. 무엇이 그녀가 델타를 그리도 신뢰하게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적어도 그녀는 델타가 있는 한, 자신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강한 확신이 마음 속 깊게 박혀있다는 것이었다.
기억하겠다는 말은 너무 듣기 좋아서. 녹음이라도 해뒀으면 하는 것도 웃기지만 진심이고. 평소에도 항상 듣고 싶었던 말이니까. 그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간에. 시선을 쥐고 있던 컵으로 떨군다. 손톱으로 꾹 컵 가장께를 눌러대다, 휙 차를 홀짝인다. 다솔의 말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입가를 가리고 있던 컵이 거둬지고서 보이는 건 비스듬하니 말려 올라간 입꼬리에 화하니 밝아진 얼굴. 물그럼 다솔을 바라본 채 있다, 건네져온 질문에 눈을 두어번 깜빡인다. 아 하며 한박자 늦게 반응하고서야 웃는 목소리로 답을 건넨다.
"응. 평소에 몸이 많이 차거든요. 그래서 코코아라던가 많이 사서 마셨는데, 너무 단 거만 마시는 건 또 몸에 안 좋을 거 같고. 그러다보니까 차에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요. 응. 향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들 많이 하니까."
말을 끝내곤 반쯤 식은 컵을 휘 흔들어 보인다. 홀짝이던 차도 바닥이고. 남은 차를 휙 마셔 넘기곤 쟁반에 내려놓는다. 그제서야 정작 중요한 걸 물어보지 않았단 생각이 들어서.
"미안해요. 나. 믿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정말로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주어서 고마워요. 리고 중얼거리고는 조금은 결심을 굳힌 눈을 했습니다. 숨어버리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요. 그렇지요. 어리석었어요. 놓아두고 가버릴 순 없던 걸 알아요. 그 감각과 감정은 절대로..
"꿈이 아니었어요.." 한숨쉬듯, 한탄을 하듯 타미엘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주저앉은 채 중얼거렸습니다.어디선가 쩍. 하고 무언가 갈라지고 부서지는 전조의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습니다. https://youtu.be/dJlTBn3Q5oY
-어리석은 소리를! 모든 것이 순리대로 다 잘 되어가고 있었는데. 네놈이 망친 것이다. 원망하고. 분노하는가? 그런 감정이 내 힘이 될지어니. 정당하지도 않은 분노에 내가 답해줄 이유는 하등 없다! 약간은 초조한 듯한 기미가 보이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점차 형체가 무너지면서 덩어리에 가까운 무언가로 부풀어 변하면서(끝없이 커지는 것 같았다) 구물거린다. 그다지 호감받을 외형은 아니었다. 시커먼 덩어리에. 뭔가 질퍽질퍽한 것 같은 느낌에. 여러 개의 뜨인 눈과 그것보다 더 많은 감긴 눈.
-네놈을. 네놈을 여기에서 말 그대로 짓이기고 으깨서 흩어놓고 전시하마. 그정도는 해야지 포기할 성 싶구나. 아니면.. 그렇게 말하면서 때리려는 헤세드를 이미 나타난 그림자가 으르렁대면서 왈칵 하고 입에서 뜨거운 용암을 뱉어냈습니다.
"아니예요.. 아니라고요.." 숨을 몰아쉬며 반쯤 그 심연에 잠긴 타미엘은..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빠져나오려고 했습니다. 얼마 가지 못하고 켁. 하는 소리를 내면서 잡아당겨져 다시 품 안에 끌어안겼지만요. 약간 두려움에 젖은 눈빛이었습니다만. 이건 아니예요. 아니야. 라고 하면서 빠져나오려고 했습니다.
[SYSTEM]정면승부에 들어가시겠습니까..? [Y]-N route-nuclease [N]-Y route-yeshua 어쩐지 눈 앞에 그런 콘솔이 깜박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잘 봐요. 무언가 흔들거리는 것 같지 않아요? 콘솔도 지지직거리고, 공간 자체가 떨리는 거려나요? 오 유감이예요 심연. 공간이 당신을 버티지 못하고 있어요. 들리시나요 공간이 지르는 그 끔찍하고도 처절한 비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