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따가워지고 졸음은 몰려오는데 잠만은 오지 않았다. 제 몸을 쿡쿡 지르다시피 한 통증이 얄미웠다.저와 다르게 편하게 잠을 이룬듯한 당신이 너무나도 부러웠다.새벽이 다 되가도록 몸을 뒤척이다겨우 잠에 들었지만 깊게 들진 못했다. 잠깐이지만 무언가 좋은 꿈을 꾼 것 같았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이 떠졌다.잠에서 깨었을 때도 통증은 여전했다. 눈이 부셔 반쯤 감은 눈으로 고갤 돌리자,병실 문 사이로 빛이 세어 들어오고 있었다.당신의 자리를 가린 채 많은 이들이 서 있었다. 개중엔 저와 인사를 나누던간호사도 함께였다. 항상 미소를 걸고 있던 친절한 여자.그녀가 깬 저를 눈치 채곤 가까이 다가왔다. 절 다정하면서도, 강하게 껴안았다.
왜 이러는지 의아해하면서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의 눈이 떨리고 있었다.어째서 이 소란에 당신은 이렇게나 조용한지. 왜 저들이당신을 가리고 서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그때 의사의 사망선고가 귓가를 스쳤다.그제서야 그녀가 왜 절 껴안았는지. 저들이 당신을 가리고 서 있었는기 깨달았다.의사가 새벽 4시를 외치곤 자리를 떠났다. 절차는 빠르게 진행됐다.남은 이들의 당신의 침댈 끌어냈다. 일어나 따라 문 밖으로 나가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몸이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어리광 피우지 않겠다며. 다신 죽겠다는 말에 입을 담지도 않을게요. 멀어져 가는 침대에 대곤 소릴 질렀다.무엇 하나 명확하게 발음하지 못했다. 짐승 같은 외침이었다. 울렁 거리던 속을 토해냈다.간호사는 닦을 걸 가지고 오겠다며 자릴 떠났다. 그제서야 빈 당신의 자리를 바라보며당신을 떠올리나, 당신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이름 하나 떠올리지 못했다. 머리를 쥐어뜯었다. 기억해라. 기억해라.그렇게 절 몰아세워도. 당신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하여도 미안해요." 미안할 수 밖에 없어요.. 라고 말하면서 파묻힌 몸을 꺼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확실히 손이 허전하지요? 권한. 권한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것은.. 밖에 있지요? 그 셉터.
덜덜 떠는 헤세드에게 뭔가 입 같아 보이는 것이 크게 벌어져 히주욱 하고 웃는 듯했다. 뭐.. 눈이 아니라 입 같은 것도 온 시커먼 데에 다 붙어 있나 보다. 카드득하는 소름끼치는 그가 웃는 소리가 흔들리는 공간의 균열의 까드득거리는 소름끼치는 소리로 새로 생기게 만들었다.
-인형.. 그래. 그것은 인형이다. 인간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나를 담을 그릇에 불과하지. 너는 진정으로 저걸 좋아하나 보구나. 안타깝게도 말이지. -저건 원래 그런 용도로 쓰려고 그릇을 강제로 넓히고, 부어넣어지고, 능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을.ㅌ그래서 네놈이 마음에 들지 아니하다. 정말로 한탄스럽도다. 어째서 네놈인 것이지? 우렁우렁하게 공간 전체에 울리는 목소리가 살의를 담았다. 하지만 검은 그림자들은 함부로 공격하지는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아까의 용암들을 뱉어내는 정도.
"나느..는.. 괜찮아요. 헤세드. 정말로 괜찮아요." 헤세드야말로, 다치지 말아요. 저건.. 정면으로 승부해선 이길 수 없어요. 라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하면서 목줄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이것을. 끊을 수 있을까? 란 확신은 없었지만..
밖으로 나가는 게 급선무인 것 같았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풀어오르면서. 목줄의 길이도 좀 길어져서 생각보다 사정거리는 길어진 것 같았으니까요. 겨우겨우 제일 깊게 빠졌던 다리 한 짝까지 다 빼냤습니다.
-인형. 그릇. 이 몸이 현세에 영향을 끼치고자 하였는데. 그걸 다 망친 네놈을 용서할 수 없도다. 처음부터 빠르게 녹여버렸어야 했는데... -감히.. 감히 네놈이.. 이 몸을 재단하려 하는 것이냐. 네놈을 반드시 찢어내어 물고기 밥으로 던져주마. 화가 돋구어졌는지 그 여러 눈에서 시퍼런 불꽃이 뚝뚝 떨어져 치익 하는 소리를 내며 그림자를 태웠습니다.
-우리는 네가 좋아서 공격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힘을 함부로 분출하면 무너지기에.. -이미 균열이.. 그르렁대는 그림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슬금슬금 비켰습니다. 우리의 주인께서 임계점에 다다르시어 폭발하신다면 이런 연약한 공간은(우리의 주인께 연약하지 아니한 공간이란 본디 있던 곳 밖에는 없다만은)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되어버릴 것이었고, 애꿎은 우리가 휘말리면 돌아가도 꽤나 요양해야겠지.
"...헤세드.." 몸이 떨리는 타미엘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헤세드를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같이 나가서, 이걸 끊어내고 돌아가는 거예요.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헤세드를 끌어안고 싶어요. 목에 멍은 들겠지만. 괜찮아요. 나아갈 수 있어요.
-원통하다.. 원통하도다..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이 연약한 공간 때문에 손을 휘두르지도 못하다니.. 라고 흐느끼듯 이야기하면서 거대한 손으로 그들과는 상관없는 옆을 한번 내리치려 했습니다. 조절을 못하는 건지. 아니면 이런 힘을 지니고 있으니 당장 항복해라. 라는 과시용인지.. 확실히 위력은 대단해서 그 많던 식물들로 뒤엉켜 정글과도 같던 뒤편이 완전히 초토화되어 벌건 흙과 약간의 잔해만 남은 폐허로 될 정도였지만요. 그럼으로서 균열은 더욱 선명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