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대로 이야기하자면 나도 그 사고에 대한 것은 기억이 애매하기 그지 없다.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정말로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묘하게 그 이미지를 제대로 떠올리려고 하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뭔가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잊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정확하게 떠올리려고 하면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는 이 기분은 대체 무엇일까?
사무실에 앉아, 다시 한번 내 아내에 대한 것을 떠올렸다. 분명히 사고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내 아내는 하윤이를 보호하듯이 끌어안으면서 지켜냈다. 그리고 아내는 나에게 하윤이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고작 그 정도이다. 그 이상의 뭔가가 있었다는 것은 느낌으로 알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하면, 마치 패스워드 입력에 실패해서 로그인이 안되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떠오르지 않았다. 무언가가 내 기억을 일부로 막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난 그 기분이 참으로 불쾌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떠오르는 무언가는.... 알 수 없는 광경이었다.
ㅡ정말로 괜찮은건가요?
ㅡ상관없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마도 나는...
ㅡ알겠어요. ....그럼 할게요. 하지만, 틀림없이....
ㅡ상관없어. ......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치직...노이즈가 머리속에서 튀는 기분이 들어서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순간이지만, 내가 떠올린 이것은 무엇일까? 순간 숨이 막혀서 나도 모르게 손에 쥐고 있는 텅 비어있는 음료수 캔이 찌그러져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요새 이런저런 사건이 있어서 많이 피곤해진 것일까. 특히 요즘은 단수가 성류시에서 벌어지고 있으니까. 일단 이런 음료수를 마시면서 버티고 있지만... 도저히 풀리지가 않아서 골치아프단 말이지. 이 단수. 제대로 씻을 수도 없고 말이야. 예고라도 했으면 얼마나 좋아.
아무튼..아무튼..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확실한 것은 나는, 무언가를 잊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 불안함이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다가, 내 아내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기에 경찰수첩을 꺼내서 나는 내 아내의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오직, 오직 진실만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진실만을... 거짓이 아니라 진실만을 수첩에 쓰면서 잊어버리지 않게, 계속해서 그 이름을 썼다.
".....오늘은 빨리 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점점 커져가는 이 불안함은 대체 무엇일까? 그리고..내가 방금 떠올린 것은 대체 무엇일까? 불안함을 느끼지만 그와 동시에 내 딸. 하윤이만큼은 내 손으로 반드시 지킨다는 사명감은 더욱 더 커져갔다. 이것은 아내가 나에게 말한 마지막 유언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뭔가를 잊어가는 상황 속에서 내가 유일하게 잡고 기억하려는 것일까?
그것조차도 알 수 없기에... 그것조차도 기억할 수 없기에...
불안함은 커져가고, 답답함은 커져만 간다.
왜...과거의 그 사실에 대해서 나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ㅡ토오야 형, 엄마 왜 우는 거야...? 오늘도 울고 있어. ㅡ...할머니가... ㅡ응? ㅡ...... ㅡ뭔데? ㅡ...아니다. 할머니가 아무래도 먼 여행을 떠난 것 같아. 그래서 엄마는 우는 거야. ㅡ그렇구나. 그런데 있지, 토오야 형. ㅡ...왜? ㅡ토오야 형은 왜 손을 떨고 있는 거야? 불안해? 무서워? 뭐가? ㅡ...... ㅡ응? ㅡ...아무것도 아니야. 아키야의 착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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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어, 엄마...엄마...엄마...! 유, 유키가...유키...유키...유키가...엄마...유키...유키는...왜...어째서, 왜, 유키를, 엄마, 유키, 아아, 엄마, 엄마, 유키는...!! ㅡ...무슨 일이야? 아키야. 엄마. 무슨...일...... ㅡ유키가, 엄마가, 유키는, 형, 토오야 형, 유키, 유키가... ㅡ...진정해, 아키야. ㅡ형, 나는, 유키는, 유키는... ㅡ...엄마, 가 한 거야...? ㅡ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닥쳐!! 시끄러워!!! 토오야, 보지마!!! 그 얼굴로 날 보지 말라고!!! 아아, 아아아아아!! ㅡ...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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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토오야 형. ㅡ...응? ㅡ머리에...피... ㅡ...아아, 괜찮아. 이 정도는. 걱정할 필요 없어, 아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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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하하, 아하하, 아하하하하하! 저것 봐, 아키야! 저 불 보이지? 보이지? 응? 아까도 봤지? 그 사람이 불타는 거...아하...하하하하..! ㅡ...토오야 형... ㅡ아하하하...! 아키야, 그 사람은 이제 죽었어! 너도 기뻐해...! 이제 그 사람은 없다고...! ㅡ...형, 그런데 왜 우는 거야...? ㅡ아키야의 착각이겠지. 난 지금 기쁘다고...! 정말로 기쁘단 말이야!
>>395 말 그대로 먼 치킨을 뛰어넘어 정말로 위험한 능력이지요. 과거 성류시에는 그런 힘을 쓴 익스퍼도 있었답니다. 지금은 없지만 말이에요. 다만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익스파를 분석한 자료는 남아있고, 그것은 아직도 쓰이고 있답니다. 리크리에이터로서 말이에요.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서 R.R.F는 그 힘을 노리고 있고, 서하는 위키의 데이터를 보면 알겠지만.. 서하 역시 그 힘과 관련해서 성류시로 내려온 상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