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하주가 아침 갱신합니다! 어제 이벤트 다들 수고하셨어요!(뒷북)(둥둥) 어제 저는 난리가 아니었네요...이벤트는 꼭 참가하고 싶은데 공부를 어서 끝내야하기도 했고 부모크리의 위험이 도사리기도 했고...그러다보니 진짜 거의 반응레스만 딱딱 써올리고...잡담은 거의 참여못하다시피 하고...이벤트 끝나서는 휘리릭(?) 사라져버렸네요...으아아(눈물펑펑) 그래도 참가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어요! 센하는 금방 리타이어하기는 했지만...ㅋㅋㅋ.ㅋ..ㅋㅋㅋ(웃김) 이것이 바로 미친놈의 최후...... 좋아 이제 앞으로는 과거 마저 다 풀고 앞으로의 스토리 신경쓰면 되겠다!
캔을 버리고 나서 자리에 도로 앉은 다음, 하늘ㅡ아니, 오히려 허공이 더 정확하려나ㅡ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래서 내가 과거를 떠올리기 싫어하는 거야. 좋은 기억이 있어야지. 아니, 그냥 그 때 완전히 미쳤어야 했을지도. 미친다는 건 어떤 느낌인 걸까. 정말로 아무런 걱정도 없어지는 건가. 그렇다면 역시 그냥 그 때 미쳤다면 좋았을텐데. ...아니, 그러면 아키야나, 스즈나나, 코우스케를...그래, 아직은 미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아직은. 그런 두서없는 생각을 다소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는데, 울프 씨가 입을 연 것이었다. 느긋한 목소리였지만, 내용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연결이 되지 않으니.
"......"
저 사람도 어지간히 술에 취했는가보다. 솔직히 다 듣고 나서 바로 든 내 생각을 말하자면, '그래서 나더러 어쩌라고'였다. 아니, 방금 건 술기운 때문이었던 것 같다. 뒤늦게 천천히 그녀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나도 남을 쉽게 무시하지 못하는 성격이었었지. 나중에 불타죽은 유키를 데려온 것도 나였다. 이름은 아키야에게 지으라고 했지만. 그저 주인없이 외로워보이길래, 어린 마음에 먹이를 줘보기도 하고 나중에 데려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 행동을 나중에 가서 후회했다. 그랬다는 건, 유키가 죽어버린 것도 내 탓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니까. 아,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후회하지만...다행스럽게도 아직 나에게는 인간성이라는 것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남의 고통을 쉽게 무시하지 못한다. 유혜를 찾아갔던 것도, 그 점에서 우러나왔던 거겠지. 그러나 내 뜻과 어긋나는 순간 차가워진다는 건.
"...그게 전에 말한 지병인 모양이네요."
살짝 눈을 돌려 울프 씨를 바라보았다. 흉터에 피가 가끔씩 난다는 것, 그것이 그 지병이라고 나는 연관지어버렸다. 감이다. 술에 취하면 누구든지 헛소리를 하기 마련이죠, 라고 마찬가지로 나른하고 능청스럽게 덧붙였다. 그러면서 잠시 그녀가 한 이야기를 곱씹어보다가.
"그런데, 그 때 당신이 무언가 잘못하기라도 했나요? 찔리는 것이 맞는 일이었다니, 뭔가 어설픈 제품 설명서를 보는 기분이네요. 그렇다면 회사에다가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해야겠죠. 이게 무슨 소리냐."
약간 사차원적인 방향의 화법으로 끌고 나갔다. 외투 주머니에 도로 두 손을 넣고, 크게 숨을 쉬었다. 입김을 보려고. 아이 같은 이유였다. 난 흥미가 동하는 일에는 집중하는 사람이라서, 궁금한 것도 그냥 대충 넘어가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상황에 따라서 말아버리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나는 판단한 것이다.
상기 본인은 어쩌고 저쩌고. 의식의 흐름대로 시말서를 모두 작성하고 물 흐르듯 서에서 빠져나왔다. 바람이 쐬고 싶었던 것이다. 술도 마시고 싶었고. 차가운 공기 사이로 흩어지는 하얀 입김을 바라보다가 나는 선술집으로 향했다. 차가운 바람도 쐴 수 있고, 술도 먹을 수 있는 적당한 장소. 나는 팔짱 낀 팔을 선반 위에 걸터 올리면서 적당한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진심으로, 오늘은 진짜 취하고 싶다. 미쳐주지 않는 이상 도피하려면 역시 이 방법 밖에는.
5년 전 코미키 하루나와 코미키 코우스케가 한국에서 백화점 폭발에 휘말려 죽었다. 코미키 하루나는 죽어야 마땅했다. 그 점에서 나는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람을 둘이나 죽인 살인마. 분명 고통스럽게 죽었겠지. 아니, 고통스럽게 죽었어야해. 건물 파편에 몸이 깔리든지, 머리를 맞든지, 배를 찔리든지 해서...최대한 고통스럽게. 가만히 생각하다가 정신을 살짝 차렸다. ...나도 역시 제정신은 아니구나. 그렇네. 나도 '그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했어. 웃었어. 절경이라면서. 그 때의 기분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지. 사실, 행복했던 기억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니까. 그 기억을 순간 떠올리고 그 때의 꼬마는 웃는 동시에 울었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몰라서. 불에 휘감긴 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몰라서. 동생을 끌어안고 웃었더라. 아키야, 그 사람은 이제 죽었어. 너도 기뻐해. 7살짜리가 그런 말을 입에 올렸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
"......"
이 기억은 그만 떠올리자. 그 사이에 술과 안주가 나왔다. 나는 한 손으로 병을 집어 천천히 잔에 술을 따랐다. 액체가 잔에 부딪치는 소리가 고요하면서도 여간 경쾌한 것이 아니었다. 거의 끝까지 채우다가 병을 내려놓고 잔을 기울였다. 한 번에 다 마시고 잔을 든 손을 도로 선반 위로 떨어드리듯 올렸다. 시원한 술의 맛이 머리까지 올라왔다.
...코우스케는 허무하게 죽은 것이다. 시간을 조금 돌려 조금 더 과거로, 스즈나의 장례식 이후에 나는 그 녀석을 따로 불러서 조만간에 가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종사촌 누나의 죽음에 슬퍼하던 그 녀석은 내 말을 금방 이해하지 못하였고, 이해하고 나서는 납득하지 못하였다. 토오야 형, 무슨 소리야. 있잖아, 형, 방에서 나오고 난 다음부터 이상해졌어. 성격이 달라졌어. 지금은 무슨 소리야? 가출이라니. 할아버지께서 뭐라고 하시겠어. 라면서. 뭐, 걱정하는 느낌의 소리였다. 나는 그 녀석의 의문을 풀어주지 않았다. 그저, 어쨌든 따라오지 않겠냐는 질문을 더했다. 코우스케는 물었다, 어째서 자신한테만 말하는 거냐고. 사실 유우카를 싫어했던 점도 있었지만 나는 그냥 10살 때 진 신세를 갚을 생각인 거라고 말했고, 그 녀석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정상이라고 답했다. 반지를 부수고 나서의 변화는 나만 알았으니까. 아무튼 코우스케는 결국 거절하였다. 자신은 못하겠다면서. 그리고 나를 설득했다. 가출하지 말라고. 그러나 나는 얼마 가지 않아 코미키 가와 절연하고, 떠났다. 이 다음에 해야할 것도 있었기에. ...그 때, 억지로라도 끌고 갈 걸 그랬나. 그랬다면 백화점 사건에 휘말릴 일도 없었을텐데. 잔을 쥔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손이 잠시 부들 떨린 것 같기도 하다. 코우스케, 그 때 최대한 편안하게 죽었기를 바래. 분명 너는 내가 떠나고 나서는 코미키 히로시 다음의 후계자로서의 즐거운 삶은 만끽했었을지도 모르겠지만...그래도 너는 내 동생이니까. 아아, 물론 코미키 유우카는 이야기가 다르다. 분명 그 녀석도 내 동생이지만, 그 녀석은 인간성이 없다시피하다. 가정부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그걸 본 나에게 못 본 척 해달라고 했을 때부터 알았다. 그저 코미키 텐마의 광신도일 뿐이다, 그 녀석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다시 술을 따라 마셨다.
아무튼 그리고 오늘...그 사건의 범인을 만났다. 코미키 유우카와 코미키 히로시는 순간 나를 의심했던 모양이지만, 멍청한 인간들이다. 분진 폭발이었다고, 분진 폭발. 이름은 권찬기였더라. 능력은 미스트 파우더. 그걸로 분진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범행 뒤의 사연은 살인을 감추기 위해서. 그리고 돈 또한 엮여있었다. 이번 사건 또한 마찬가지. 떠올리며 으득 이를 갈았다. 고작 그런 이유로 코우스케가 죽은 거야. 고작 그런 이유로. 제압을 하려고 할 때, 나는 이성을 잃었었다. 그래서 가루가 넘쳐났던 그곳에서 무모하게 폭발을 시도했고, 철저하게 저지 당했다. 마지막에 프레스티 씨와 직접 수갑을 채우기는 했는데...감정을 가라앉히려고는 했는데...지금 와서 갑자기 또 생각이 든다. 역시 그냥 죽였어야했나. 내 능력으로, 그 자식의 머리를 산산조각내는 거야... ...정신차려, 아키오토 센하. 표정을 살짝 찌푸리면서 술을 다시 마셨다. 경찰이라면 죽이지 않는 게 맞는 거야. 테이저건 세 방이면 충분했잖아.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 계속해서 완전한 복수를 외쳐서, 나는 혼란스러웠다. 잠시. 증거가 모두 모아지고, 코미키 텐마를 만나면 나는 어떻게 될까... 순간적으로 스스로가 두려워졌다. ...이제 이런 생각은 이쯤하자. 그리 생각하며 나는 안주와 함께 술을 계속 마셨다.
"뭐야뭐야, 센하 여기서 뭐해? 헉, 또 술? 아, 진짜. 몇 년만에 만나는데 또 술이야. 좀 적당히 마시라고..."
점점 취하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여성의 목소리. 일본어다. 술기운에 머리를 손에 받친채로 고개를 천천히 돌려 상대를 보았다. 역시나. 호시야마 나츠미가 질린다는 얼굴을 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 성류시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지.
"...오랜만이네, 나츠미. 3년...만인가?"
헛웃음을 흘리면서 중얼거리듯 답하니.
"바보, 2년이야. 진짜, 그 때도 술부터 마시고 있더니 이번에도. 아니, 애초에 술에 강했으면 이해라도 하지. 약한 주제에 무슨 맨날 술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내 옆으로 와 선반에 팔을 얹는다. 나는 다른 잔을 하나 꺼내와 술을 거기에 따라 나츠미 앞으로 밀었다.
"그래서 어떠셨대, 한국 여행은...아, 한국의 타치노미야에 어서오세요. 한국어로 선술집. 자아, 너도 마셔. 그냥." "후후, 재미있었어. 다시 들러도 즐거운 데도 많았고...앗, 응. 선술집이구나. 잘 먹겠습니다."
나츠미는 손바닥을 마주모아 말하고는 술을 들었다. 아까 나 보고 술에 약하니 어쩌니 말하기는 했지만, 이 녀석도 똑같다. 사실. 술을 조금 넘기고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에 잠시 웃었다.
"...할 이야기는 많지만 진지한 건 모두 나중으로 미루고...지금은 즐거운 이야기만 하자. 나 오늘 기분이 별로라서 여기 온 거니까. 응." "응?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것도 진지한 이야기니까 나중에. 내일이라든지..." "너무하네에...뭐, 응. 알겠어. 나도 진지한 건 모두 나중에 말할게. 그나저나 센하 벌써 취한 모양이네."
사건이 끝나고, 퇴근하고. 현재는 집. 나는 조금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다. 원래 집에서 담배를 피는 스타일은 아닌데, 그냥 밖에 나가기 귀찮았다. 침대 위에서 옷도 제대로 벗지 않고 이러고 있자니 백수라도 된 기분인걸.
어쨌든간에 사건은 끝났다. 뜻하지 않게 원수를 만나서 체포하고. 넘기고.... 아마도 이게 옳은 선택이었을것이다. 그렇겠지. 처음에는 당황했고, 원망스러웠고, 직접 마주쳤을때는 뚜껑이 열릴뻔 했지만. 그래도 경찰로서 잘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돈 때문에 죽은건가, 그 사람들은.."
사고라고 생각했을때가 나았다고 생각한다. 고작 돈 때문에 벌인 범죄에 희생당했다는 사실이 더더욱 허무하게 느껴졌다.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을텐데. 그 분들은 사람을 구하고자 다시 안으로 들어갔고.. 다시는 나오지 못했다. 왜지. 위험하다는걸 알고 있었을텐데. 딸이, 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원망스러웠다.
- 특히나 자기 자신이.
"................."
왜 말리지 못했지, 끝까지 물고 늘어졌더라면 들어가지 않았을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성격을, 신념을 알고 있었기에 결국에 손을 놓고 말았다. 그 이후에 능력이 각성한것도 짜증난다. 하지만 알고 있으니까.. 그 당시 각성한 능력 정도로 그곳에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것이다. 그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 짜증났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가버린 부모님도. 아무것도 못하고 무력하게 있던 나 자신도. 강한척 쿨한척 범인을 체포한 오늘의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언제나 나는 내 감정을 우선시하지 않은 선택을 하고만다. 당장에라도 죽이고 싶었는데. 나는 경찰이니까. 경찰로서 행동해야 한다고 나 자신을 다그쳤다. 앞에 사람들도.. 자신의 원수를 전부 경찰로서 처리했다면서. 그러한 사실을 들먹이면서 나 자신을 속였다.
"아.. 젠장."
어지럽다. 한쪽 손으로 이마를 짓누르며 물을 찾았으나 근처에 있을리가 만무했으므로 그대로 그냥 벽에 등을 기댈뿐이었다. 나는 왜 경찰이 된걸까. 만약 내가 경찰이 아니었으면 이번에 그 범인을 만날 일도 없었겠지. 그 사람이 백화점 사고의 범인이라는것도 몰랐겠지. 나는 그냥 부모님을 기리며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왜 그런 쓰레기의 별것도 아닌 동기로 일어난 사건에 부모님이 희생당한걸 알게 된걸까. 절대로 부모님의 희생이 개죽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부모님 덕분에 빠져나온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사인사를 들었을때. 자랑스러웠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결국 나는 혼자 남겨졌잖아. 타인에게 듣는 위로따위 필요 없었는데. 그저 내 옆에 있어주면 되는거였는데. 사람이라는건 간사해서, 처음에는 관심을 주던것도 점점 시들어져 갔고. 친척들 사이에도 날 어떻게 해야할지 서로 떠넘기며 부담스러워 했다. 부모님은 그것을 바랬던걸까.... 아니, 그럴리는 없지만. 오늘따라 생각이 부정적으로 치솟는건 어쩔 수 없다고.
"경찰이라..."
나는 그 사건에 범인이 있다는걸 지금 알았으니까, 경찰이 된 이유에 범인을 잡기 위해서 같은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남을 돕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러면 왜 경찰이 되고 싶었던걸까. 어릴때부터 어째선지 동경하고 있어서였을까. 그렇다면 남을 돕기 위해서가 맞을지도 모르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상은 옮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잘 해낸거겠지? 경찰이 개인 감정에 휘말려서 저항하지 못하는 범인을 쏴 죽였다면 그것은 이미 경찰이라고 부를 수 없을테니까. 나는 잘 해낸거겠지?
"윽, 흑..."
그럼 이제 어째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때 눈물이 나오는것을 느꼈으나 입을 꾹 다물어도, 이마를 짚은 손으로 눈을 가려봐도 멈추지 않았다. 경찰로서 잘 해냈다고 쳐도, 나 자신으로서, 메이비 프레스티라는 사람은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범인은 모양만 있는 사형제도에 적용되지는 않을것이다. 아마 몇년 정도의 형을 받고, 평범하게 출소하겠지. 빨간줄이 그일테지만 그뿐이다. 그로서 그 사람이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는 나랑 관계없다. 중요한건 이제 내가 그 사람에게 할 수 있는게 없다는것. 죄를 청산하고 나온 그 사람을 한 사람으로 죽여버린다면 이쪽이 범죄자가 되는것이고. 그러니까 넘어가야한다. 이제 내 일은 끝났으니까.
그게 마음대로 될리가 없잖아.
죽이고 싶었고-
원망하는 말을 쏟고 싶었고-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냐며 묻고 싶었고-
- ... 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고,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고. 내 생각에 공감해줬으면 좋겠는데. 주변엔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만든것도 나 자신. 언제나 친구를 만들어도 거리를 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도 내 이야기는 하려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건 자업자득. 결국엔 혼자서 풀어나가야 할 이야기.
"..."
지금 할 수 있는거라곤 울음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입을 꾹 다무는것 밖에 없었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으면 했으니까. 결국 나라는 사람은.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거겠지..
정말 여러의미로 경찰이기에 잔혹한 상황이 많죠. 경찰이기에 사적 복수는 불가능하고 법에 맡길수밖에 없는 것. 그 고통이 센하와 메이비주의 독백에서 너무나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해요. 상대는 사정이 있던 것도 아니고 철저한 악당이었으니까요. 정말로 잔인무도한 악당. 그것도 인성 갑급.... 제가 생각해도 참으로 씁쓸한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제가 성공하면 된 거잖아요! 역대 초능력자의 자료를 분석하고, 그것을 데이터로 변환해서, 제 뇌에 주입하는 실험..! 그리고, 당신들이 말하는 그 [익스파]라는 것을 제가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잖아요! 월드 리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그 힘을 제가 쓸 수 있게 되었는데 무슨 실험이 더 필요해요!"
"그래. 너는 확실히 성공했어. 그것에 대해서는 축하한다고 말해둘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너 하나로 만족할 순 없어. 네가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들이 [익스파]라고 불리는 뇌파를 방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힘으로 세계를 바꾸고 개변할 수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 힘이 위험하기에, 지금의 나는 구속구를 차고 있다. 이 구속구가 있으면 마음대로 내 힘을 쓸 수가 없다. 내가 힘을 쓸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이 원할 때 뿐. 그래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실험이 성공했으니 내 여동생이 이제, 더 이상 그런 끔찍한 실험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유나가 더 이상 그런 고통스러운 실험을 안 받아도 되니까. 하지만, 저들은 나만으로 만족하려고 하지 않았다.
유나에게도 계속 실험을 해서 나와 같은 힘을 만들겠다는 그 욕심이 추잡하기 그지 없었다. 당장에, 당장에... 어떻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구속구가 채워져있는 나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분노하고 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절망스럽고 피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저들의 추잡한 욕망에, 욕심에,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차유리. 네가 무슨 말을 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아. 너는 성공했지만 네 동생은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았어. 그러니까 너는 당분간 조금의 더 실험을 해보고, 유나는 계속해서 실험을 받게 될 거야. 그것이 이 나라를 위한 길이야. 힘들겠지만 버텨줬으면 해."
"...웃기지 마..! 웃기지 마! 뭐가 나라를 위한 길이야! 아직 어린 아이인데..! 이런 실험을 계속해서 받으면 버틸 수 없단 말이에요! 유나는! 지금도 얼마나 힘들어하는데! 그래서 제가 꾹 참고 더 받아온건데..!"
"네가 뭐라고 말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아. 우리는 실험을 계속하고 성공을 만들 뿐이야. 우리가 널 탄생시켰듯이 말이야."
그 말을 남기고서, 연구원은 나가버렸다. 문을 잠궈버린채... 당연하지만 유나는 지금 방 안에 없었다. 아까전에 끌려나갔으니까. 문을 열기 위해서, 잠긴 문을 두들기고 또 두들겼지만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울음소리를 내면서, 소리를 지르면서 문을 두들겼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힘을 써보려고 해도 쓸 수 없다. 구속구가 내 힘을 억제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그렇기에...
"....으아아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면서 절규하는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저 잔혹하기 짝이 없는 악마들의 손에서 유나를 구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성공했는데..성공했는데..어째서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거야. 내가 지금까지 받은 것들을 전부 생각하면서 떠올렸다. 그것을 유나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어. 나도 몇번이나 구역질을 하고 피를 토했는데. 그걸 그 어린 애가...
"도와줘요...아무나 좋으니까 제발 도와줘요. ...정말로 도와주세요."
"......."
"......!"
얼마나 그렇게 울부짖고 있었을까.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올려보니,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 사람은...그 사람은....
"...손 괜찮니? 피가 흐르는 것 같은데..."
"당신과는 상관없어요. ...내버려두세요... 부탁이니까."
이 연구소에서 나를 가장 걱정해주는 사람. 그 사람이 왜 이곳에 온건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저 사람도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문을 두들기다가 피가 흐르는 손을 감추려고 하면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이런 모습.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 그렇게 이를 꽉 악물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방울이 뚝뚝 아래로 떨어졌다. 감추려고 해도 흐르는 것은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있기에 내 앞에 있는.. 경비를 서는 사람이 무슨 표정을 짓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귀가 막힌 것은 아니기에, 그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도와줄게. 내가."
"....네?"
"내가 도와줄게. ...그러니까 나가자. 여기서. 너의 여동생인 유나도, 그리고 너도 데리고 갈게. 유리야. 내가 너희들을 이곳에서 내보내줄게."
그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어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앞의 남성. 그는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언제나처럼...나를 향해 짓던 그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하면서 나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그 손을 잡아도 될지 알 수 없었다. 나를 속이는 거라면..? 나를 속이는 거라면..? 불안한 마음에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
"믿어줘. 내가, 반드시 너희 자매를 여기서 나가게 해줄테니까. 나도 더는 이 상황을 두고 보고 싶지 않아. 내가... 내가 도와줄테니까 자유를 찾도록 해."
"......"
"그러니까 믿어줘. 유리야."
그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나로서는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를 믿고 싶었다.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렇기에 나는 손을 내밀어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조용히, 조용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14살이 되었다. 새삼스럽지만, 역시 그 때 조금만 어울려주겠다고 한 센하의 발언은 거짓이었나보다. 3년 이상이 되어버렸는데 그게 '조금'일리는 없잖아? 가을이 찾아와 우리는 놀이터 근처에 앉을 수 있는 넓은 자리가 있길래 거기에 앉아서 보드게임을 하기로 하였다. 주사위를 굴려서 말을 이동시키는 평범한 보드게임. 그러나 오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보드게임. 처음에는 생산성 없는 보드게임을 해서 뭐하겠냐고 퉁명하게 중얼거리던 센하였지만, 지금은 묵묵히 주사위를 굴리는 게 영락없는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상 내 제멋대로인 판단.
"아, 이럴 때 2가 나오냐..."
센하는 자신의 말 바로 앞의 칸을 보며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왜냐하면 그 칸은 주사위를 한 번 더 굴릴 수 있는 칸이었거든. 봐, 이런 거에 아쉬워하니까 즐기고 있는 거 맞잖아. 한숨을 쉬면서 말을 두 칸 앞으로 옮기는 그 녀석을 보며 나는 짓궂게 웃었다. 좋아, 그럼 내가 4를 내서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해주지. 라고 일부러 얄밉게 말하면서. 센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여전히 짓궂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주사위를 굴렸다. 자, 어서 4 나오라고. 4! 4! ...4...아니, 또 2다. 우와아...이러기 있습니까. 무슨 이 주사위에 콩신의 가호라도 내렸나. 자꾸 2가 나와. 센하를 슬쩍 보니...저 녀석, 가소롭다는 듯 조소를 짓고 있다. 저 자식...!! 나는 그 녀석에게 "웃지 마!"라고 비통하게 일갈하고는 말을 두 칸 앞으로 옮겼다. 빈 칸.
"...뭐, 어쨌든 다음 차례......가 아직 안 왔네."
아, 앞서 설명하기를 잊었다. 우리는 지난 여름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아빠 분은 경찰이시고, 엄마 분은 전업 주부이신, 외동딸이라는 여자아인데.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에게 성큼 접근해와 넉살 좋게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아이스크림이 넘쳐나는데 같이 먹겠냐면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냉큼 받아들였다. 그러나 센하는 역시나도 조금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내가 옆구리도 찌르고 아이스크림 먹고 싶지 않냐고 혹하게 만들려고 하기도 했고...아무튼 나의 갖은 노력 끝에 센하는 경계심을 풀고 아이스크림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 답답한 녀석. 아이스크림 한 번 먹게 하기 힘들더라고. 아무튼 그렇게 그 뒤로 그 아이는 우리 둘과 같이 다니게 되었고, 금방 친해졌다. 아, 참고로 센하의 본래 정체는 모른다.
"음~료~수! 배달 왔습니다아!"
그리고 지금 온 아이가, 그 아이다. 타나카 카에데. 우리와 동갑이다.
"오오, 수고했어. 내가 주문한 건?" "있었답니다! 자, 성재의 코카콜라!"
카에데는 밝게 웃으면서 손에 든 두 음료수 사이에 끼우다시피 한 코카콜라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붉은 기가 살짝 도는 갈색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허리까지 오는 상당한 길이의 머리카락이다. 무겁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 내 몫인 코카콜라를 끌어왔다. 카에데는 음료수를 양손에 든채로 자기 자리에 앉았다. 나이치고 앳된 얼굴에 꼬리가 살짝 올라간 눈매의 주황색 눈동자. 음, 솔직히 말하자면 예쁘게 생겼다. 응. 객관적으로 보자면.
"자, 센하 거! 아무거나 사오라길래 환타 사왔어!" "무난하네."
센하는 무심하게 환타를 받아들었다. 그래도 카에데는 기쁘다는 듯 히히 웃었다. 그 아이의 손에 남은 음료수는 칼피스였다.
"아무튼 주사위 굴려, 카에데. 네 차례야." "응? 벌써? 앗, 알겠어!"
네 차례라고 말해주니 카에데는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주사위를 집어들었다. 칼피스는 옆에 내려놓고 주사위를 두 손으로 감싸더니 "좋은 거 나와라"라는 말을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반복해서 몇 번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눈을 번쩍, 신의 계시를 받은 듯 기합을 넣으며 주사위를 바닥에 굴렸다. 카에데의 주문 같은 중얼거림의 기운을 받아 과연 얼마나 좋은 게 나올까, 하며 코카콜라의 뚜껑을 따며 바닥에서 구르는 주사위를 바라보았다. 내 분석에 따르면 여기서 제일 좋은 숫자는 3, 나쁜 숫자는 2이다. 나는 계속 주사위를 바라보았다. 센하도 묵묵히 주사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여기서 카에데가 제일 열심히 주사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대하는 눈빛을 하면서. 그리고 나온 숫자는...
"...엣, 2."
카에데는 시무룩해하며 어깨의 힘을 뺐다. 나는 멍해졌다. 또 2다. 정말로 콩신의 가호인가요. 정말로 콩신의 가호냐고요. 지금 당장이라도 콩드립을 치고 싶었지만 일본인인 센하와 카에데가 이에 대해 알고 있기는 하나 싶은 생각에 관두었다. 아무튼 카에데는 말을 들어서 두 칸 앞으로 옮겼다.
"아무튼! 이제 다시 센하 차례네! 나처럼 나쁜 거 나와라!" "시끄러워."
센하는 무뚝뚝하게 대꾸하고는 주사위를 굴렸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 즐겁게 보드게임을 즐겼다. 이 앞에 기다리고 있을 비극은 전혀 모른채...
○
"살인 사건이요...?"
모여들은 사람 중 한 명을 잡아서 상황을 물어본 나는 대답을 듣고 그대로 되물었다. 잠깐만. 사람들이 모여든 자리 앞의 저 집은...
"...누가 죽었는데요?"
대답이 들려왔고, 조마조마하던 나는 숨을 삼켰다.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었다. 타나카 하루토, 타나카 마유미 그리고 타나카 카에데. ...타나카 일가가 몰살 당했다.
그 뒤로 센하도 만날 수 없었다. 나...새벽에 그 녀석 봤던 것 같았는데.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입을 틀어막으며 어디론가로 급하게 향하는 그 녀석의 모습을. 봤던 것 같았는데. 기분탓이었을까.
.....(동공대지진) 콩신 다이스는 함정카드였단 말인가...! 아..아니..근데..센하 주변에선 왜 이리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나요?! 그리고..아무리 생각해도 저것은... 저것은..음..네.. 좋은 징조는 아닌 것 같군요. 센하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