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간에 알수있을 정도로 '다 싸우다 왔소'라는 모습을 하고 있었음에도 정말 모르기를 바랬던걸까? 불길하게도 나긋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게 그리 말하면서 젖은 몸을 이끌고 방으로 걸어들어갔다. 진짜 무슨 바다에서 고기라도 잡았는지 그 와중에도 망토의 끝자락을 따라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마소 걱정은 마라. 제대로 받았다."
레이첼은 얼마 되지 않아 머리를 묶으면서 밖으로 나온다. 물론 네글리제가 아닌 셔츠와 바지를 입고. 뺨의 상처는 그대로 였지만, 목에 걸린 수건이 촉촉히 젖어있는게 몸에 묻은 물도 전부 닦아낸것 같았다. 허나 그것과는 별개로 비비안은 아니나 다를까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그녀앞에 참아두었던 잔소리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귀가 따가울 정도다. 그렇게 길고 진솔하게 말하는것은 또 처음일테다. 천하의 숲 지킴이도 거기엔 별다른 수가 없는건지 레이첼은 그 앞에 서서 잠자코 있을뿐인가 싶더니, 어느 시점에서 묵묵히 다가가 그녀의 허리춤에 손을 둘러 끌어안고는 입을 가볍게 맞추는것이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 흐음~? 흐음~~~? 들켰나아아~? 레이첼!!! 당신 프라이머리가 얼마나 굉음인지 알아요오!"
비비안은 본격적으로 잔소리를 , 깨끗하게 씻고 돌아온 레이첼을 막 물기를 다 닼아낸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면서 - 생각보다 그녀는 물기는 참을 수 없었다 - 바닥을 닦은 것을 대충 어딘가에 던져놓고 눈을 가늘게 뜨며 들켰나하며 평이하던 레이첼의 말에 제법 회가 났다는 듯 따지고 잔소리를 계속한다.
"아니~ 그으래요오- 라고 넘어갈줄 알아요오! 명색이 숲지킴이시라는 분이 숲을 부실기세였는데에!!"
그녀의 잔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평소의 투덜거림이랑 비교도 안되게 떽떽거리던 그녀가 제 앞에선 럭이첼의 모습에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짧게 붙었다가 떨어지는 뜬금없지만 의외의 모습에 비비안은 짐시 벙하니 말을 잃었다. 아니, 시마~? 이게 무슨?
지그시 응시하는 푸른 눈동자와 물기가 아직 남은 흰 머리칼의 탓일까. 평소와는 다르게 목소리를 높이는 비비안도 비비안이었지만, 그녀도 오늘따라 참 답지않게 유한 면을 보이고 있었다.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는 의미인걸까. 아니면 단지 심술? 그녀는 곧 비비안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고는 의자에 다시 몸을 무겁게 앉혔다. 어느정도 보급 된 마소와는 별개로 큰 싸움에 몸이 지친것이었다.
"시끄럽게 굴었던건 사과하지. 일이 커지는 바람에 어쩔수가 없었다."
자택에 있던 비비안조차도 들었을 정도였으니. 레이첼의 프라이머리가 유난히 시끄럽고 번쩍거리는 것이기는 했지만 이정도까지 무리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는건 분명 그런것을 의미 하는것일테다.
시이는 비뚤어진 사랑과 관련이 많습니다. 본인이 모두에게 보내는 박애조차 순수한 사랑이 아닌 조금 비틀려서 동경이 섞인 사랑이니까요. 이건 본인이 살짝 뒤틀린 거지만... 그렇지만 반대로 비틀리고 구겨진 사랑을 본인이 받을 적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얘 친구로 뒤틀린 애가 있었으니까... 리센이 시이에게 품은 감정은 연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우리 집의 새로운 당주가 될꺼야-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행복해지도록 돕는 사람이 될꺼야-" "누나는 마을에 남아서 편하게 있으라고! 내가 부양해줄테니까-" "흥 - 뭐 딱히.. 대려갈 사람도 없겠네! 정 뭣하면 내가 대려가 줄 수도 있고!"
20 -
"뭡니까 아리아- 뭘 그렇게 쳐다보시는 겁니까. 기분나쁘군요." "환상종 사냥을 그만 둘 이유는 없습니다- 당신은 저희 마을이 어떻게 불타버렸는지 망각하신 겁니까?" "- 더이상 저에게 다가오지 마십쇼 - " "읏-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인형이로군요" ------ 까악- 까악-
평소와 같은 까마귀 울음소리, 저는 러셀의 울음소리를 듣고 침대에서 일어났어요. 오늘은 아침부터 다른 사업가분이 주체하시는 자선파티에 저희 도련님이 초대받으셨기 때문에 서둘러 준비해야해요. 머리카락을 가볍게 정리하곤 적당히 옷을 골라입은 다음 아침준비를 하기위해 방문을 열었 -
"아-" "어?"
문 앞에는 알폰스가 있었어요. 이제는 30대 초반이라 조금씩 주름이 늘어가시는게 보이는 그가 어쩐 일로 방문앞에서 저를 기다린 듯 머뭇거리다가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어요. 흐음-
그렇게 준비가 대충 끝나고 알폰스를 배웅하려 할 때 쯔음- 도련님이 마부에게(이제는 운전수 라고 해야할까요) 차를 멈추라고 하더니 저에게 같이가자고 권하셨어요. 보통 알폰스는 주주총회도 아주 가끔씩 저를 대리고 가셔서 무슨일일까- 하고 의아해 했지만 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라탔답니다.
- 파티장은 화려했어요. 오히려 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정도로 너무나 화려했어요. 아름답게 화장한 다른 여성분들 고귀해 보일정도로 눈이 부셨어요. 저는 이런곳에 안어울려요- 심지어 다들 저와 다르게 체온이 있고 정말로 심장도 뛰는 걸요. 저는 그저 기계장치 덩어리니까.. 저는 저 분들과 어울릴 수가 없어요.
멍하니 알폰스 곁을 지키며 파티장을 서성일 무렵- 한 남성분이 조용히 다가왔어요. '아 - 프레드릭 경, 그동안 잘 지냈나?' 아마도 주주총회 분은 아닌것 같아요. 그 분들은 알폰스를 우리폰이라고 부르세요. ... 가끔은 급식당주, 그리고 더 가끔 알하다 추폰스.
'여전히 훤칠하구먼- 그 가면만 없으면 훨씬 호남일텐데-' '-'
알폰스는 그저 조용히 대꾸하기만 했어요- 흥미가 없다는 걸까요.. 하지만 끈덕진 그 남성분은 근처에 있던 한 여성분을 부르시더니 알폰스에게 소개하기 시작했어요.
'아- 프레드릭경, 내 조카라네. 아직 미혼인데 적당한 상대가 없어서 말이야..' '그렇군요-' '프레드릭경은 이제 나이도 나이니 결혼해야하지 않겠나?' ' - ' '음? 아 혹시 옆의 아가씨가 애인인가?' '그거ㄴ-' '어머? 삼촌도 무슨 농담을.. 저렇게 무미건조하고 생기없는 여성분이요? 프레드릭경이 장난으로 동행하게한 하녀..가 아닐까요?'
비비안은 레이첼이 보기 드물게 미소를 지으면서 제 뺨을 양손으로 쓰다듬기까지 하자, 마치 머리 위로 물음표를 몇백개는 띄운 것 같은 바보같은 표정으로 멍하니 레이첼을 바라봤다. 아니이 ~ 이 분이 왜이러실까~ 시마, 이해가 되요~? 그러니까 짧다고는 해도 먼저 키스를 해왔고, 그 상태에서 쓰다듬까지 받으니까 그녀는 대략 황당과 당황의 중간즈음에 놓인 묘한 표정으로 레이첼을 응시했다.
"답지않게에~ 굉~ 장 ~ 히 ~ 상냥한데 ~ 혹시 어디 다치고 그랬어요~?"
비비안은 결국, 머리를 쓰다듬는 것에 평소와 같이 그 손에 뺨을 살짝 가져다대어 가볍게 부비적거린 뒤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래요 따져봤자 뭐하겠어요 시마, 그럼요. 그럼요. 좋은게 좋은 것이죠. 아니, 그런데 머리는 좀 말리고 앉을 것이지 ~ .
그녀는 레이첼이 썼던 수건을 들고 레이첼의 뒤로 돌아가서 가볍게 부스스한 야성적인 느낌이 물씬 드는 새하얀 머리카락을 몇번 매만지다가 수건을 가져다댄다.
"네에네에~ 이야기해봐요 ~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뛰쳐나갈 뻔했단 말이에요 ~ "
부드럽게 비비안은 레이첼의 머리칼을 털어주면서 입을 열었다. 장난스럽고 짖궂은 목소리로 낮게 속삭이는 게 방금전의 당황은 어디로 갔는지.
사실 주캐는 금발의 레몬백작과 드럼치고다니는 보라머리 서브탱커 캐릭 이렇게 둘인데 적팀 조합이 너무 어마무시해서 그냥 뭐든지 다 잡아서 본진 직배송 택시를 소환시켜버리는 킹갓앰퍼러 여격가를 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슬퍼요.. 음.. 그리고 저도 제가 2연승을 할때까지는 새벽 3시까지 달릴 줄은 몰랐습니다. 2연승 2연패 1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