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완전 제멋대로 아리나 - 그런 아리나따위 발라버릴 멋진 캐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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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FIRE!) 22:47:52
“이거 마시멜로라도 챙겨오면 좋았을텐데...”
별이 총총 박힌 밤하늘. 활활 타오르는 캠프파이어. 꼬치에 끼운 마시멜로. 최고의 조합일텐데. 아리나는 부실한 자신의 준비성을 아쉬워하며 입을 다셨다. 물론 지금은 불을 즐길 때가 아니라 사냥을 해야할 때이지만.
“멋대로 내기하지 말라고!”
아리나가 양 손에 총을 끼고 자세를 잡았다. 저렇게 말했어도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자신만만하고 당돌한 캐롤리나의 발언에 심술이라도 난 모양인지 캐롤리나가 노릴 것 같은, 또는 캐롤리나에게 다가오는 환상종들을 위주로 총을 쏘고 있다. 캐롤리나와 다르게 먼 거리에서 총을 쏘기 때문에 굳이 달려갈 필요는 없었다.
“선배’님‘을 무시한 벌이야.”
아리나는 탄창이 다 된 총을 위로 거두고 허리를 쭉 폈다.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애는 애라고 해야할까. 위압감만이 느껴졌던 파도에선 어느새 쓸데없는 오기까지 느껴졌다. 린네는 그 일격으로 포기하지 않은 것이었다. 파도가 스러지고, 모아지고. 그리고 다시 스러지고 모아지기를 반복한다. 계속해서 맹렬히 몰아치는 파도에 몸이 뜯겨나가는 것 같은 감각을 받았다. 하지만 레이첼이 거기에 느낀것은 한계같은게 아니다. 오히려, 분노.
"같잖군."
심장이 요동치면서 아드레날린이 몸을 돈다. 레이첼은 죽을 힘을 쏟아내듯 파도의 향연을 뚫고 뒤로 향해있던 반대편 팔을 뻗어서 검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이 몸이 으스러진다한들 검은 부서지지 않으리. 계속해야 할 이유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후회는 없는 것으로 알겠다."
결의도, 각오도, 정의도 아니다. 고작 오기따위로 이 숲을 좌지우지 하려 한다는 것인가. 그런 공격으로 쓰러질수야 없었다. 정말 이걸로 죽을수도 있지만, 아직 죽을순 없다. 약속이었다. 쏟아지는 파도속에서 레이첼은 천천히 정신을 가다듬어 집중한다. 이곳엔 무자비한 파도만이 있는것이 아니다. 저 편에 여전히 월광 또한 산재해있었기에. 거기에 이 파도, 그 주인조차 무사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월광에 파도까지 버티는것은 피해가 크다. 거기에 조금만 압박을 가한다면. 천천히, 파도의 뒷면을 비추던 월광은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움직이고 있었다. 그저 넓게 비추기만을 할 뿐인 월광이 끌어지듯 한 점으로 모이고 있던 것이다. 그것의 종착지는 달리 말할것도 없이 린네의 가녀린 몸뚱아리. 그 복부. 마침내 면에서 완벽한 점으로 모인 월광은,
"죽어라."
그 한마디와 함께 그저 꾸역꾸역 눌러담은듯이 응축되어 파도의 장벽따위는 가볍게 꿰뚫고 쏘아졌다. 차라리 광선이라고 표현하는것이 옳았다. 그런 한 줄기의 빛은 모든걸 절단시킬 기세로 망령을 향해 나아갔다.
깡! 깡! 등 뒤에서 울리큰 격발음에 맞추듯 동시에 캐롤리나가 낫을 휘두르자 철과 철이 부딫히는 경쾌한 소리가 나면서 낫에 스파크가 인다. 한 둘 쓰러진것을 제외하고는 멀쩡한 환상종들. 그래, 지금 벌어진 기묘한 일은 아리나가 쏜 탄을 대부분 튕겨냈음을 의미하는것이었다.
"니히히- 선배에~ 좀 더 세게 쏘셔야겠는걸요~"
사신이 즐겁다는 듯이 꺄르륵 웃고는 곧바로 곁에 덤벼오는 환상종의 목에 낫을 걸어 엑셀을 당겨 그대로 양단해버렸다. 그 순간에도 웃음을 잃는 일 없이 밝게 일한다. 그것은 참된 이단 심문관의 모습일것이다.
아니 후회있는데, 이런 존재를 진작에 왜 알아놓지 못했을까랑 더싸워보고싶은데, 이런걸로 일격에 죽기는 싫다는 점정도일까. 그런 망설임이 또하나의 발상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그 누가 사경을 해매는 이 상황에서 그런 정신나간 발상을 하겠느냐 싶은 아이디어가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고 떠오르고 만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웃음을 짓고는 꿰뚫려 힘을 잃기 시작한 거센 파도를 그대로 부수어 가라앉힌다음, 물로서 환원해 다시 모아 그대로 월광 아래로 가져다 대어 육각형태로 구축을 시작한다.
"이런 이름은 어떨까 싶은데. 월광을 반사시키는 수경. 그런 이름으로 해두자."
킥킥거리며 웃는 나는 그대로 그것을 달빛에 비추고, 날아오는 섬광이자 모든것을 꿰뚫어 절단해버리는 광선으로 이루어진 참격을 달빛에 반사되는 물거울로 굴절시켜 30도 바깥으로 뒤틀어 궤도를 변경하기를 시도했다. 모든 빛은 물에 굴절될 뿐더러, 이 상황에서는 거울의 형태를 띄고 있어 그것이 파괴를 부르는 광선일지라도 반사시키는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도박수 그자체였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생각해도 미친 발상 그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