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2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S급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다라는 느낌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정상적으로 랭크가 오른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곧 익숙해질테니..곧 과부하는 없어집니다. 없어질 거예요... 8ㅁ8 물론 이건 전의 스토리에서 모두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라는 것에 대한 설명이고 캐릭터 개별에 대한 설정은 또 다르니까요.
"그냥 놓아주고..심연은.. 있으란 말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내 딸아. 사이렉스의 모습을 빌린(그의 말로는 그냥 나올 수 없다고 하였던가요.) 심연은, 부드럽게 정말 딸인 양 대하면서도 저를 공간의 벽에 내팽개쳤습니다.
"커흑.." 제멋대로 내팽개쳐져서 완전 엉망이긴 하지만 이건 무의식일 뿐입니다. 실제로의 신체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그러나 영향이 아예 없을 수 없어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
"그래도 이건 좀..." 나뒹구는 살점이라던가. 바닥을 곱게 물들인 색이라던가. 금방이리도 부서질 듯(실제로도 몇 번 박살났었다)금갈대로 금 간 몸이라던가. 무의식만 아니었으면 r-19먹어도 할말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실제로도 잘 안보이는 쪽 눈이 몇십 번 정도 분리되었던가요. 이젠 거의 안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감각조차 둔해지는 것을.. 튕겨봤자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왜 난 이렇게나 열심인 걸까요. 란 자조적인 웃음을 내뱉었습니다.
바닷가와 그 심해의 심연에 접속하기 위해 몇 번이고 갔지만 접근하기도 전에 시스템 메세지가 가득 뜨고, 겨우 접속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처참하게 돌아오다니. 정말 포기해버리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기한다 하더라도 어차피 자신은 사라질 존재. 아무런 의미 없잖아요. 라고 중얼거렸지만..
알고 있잖아요.
-주인님. 우리의 주인님. 모든 원인과 모든 이유와 모든 결과가 합당하실 근원적인 주인님.. 어찌하여 소일거리와 함께 기다리시는 것이나이까. -대저 근 50년 이상을 기다렸던 것을 겨우 몇 주일 더 기다린다 하여도 무어가 바뀌겠느냐?
튕겨나온 몸이 침대에 안착하면 웅크리고 핏기가 삭 빠져나간 듯 차갑고 창백한 몸을 추스렸답니다. 몇 번을 했나요? 몇 번이 남았죠?
너의 입술이 나에게 포개어지고, 우리는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입을 맞췄다. 너와 이렇게 있는 시간이, 그렇게 한참임에도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좀 더, 좀 더, 좀 더. 너와 보내는 이 시간의 밀도가 가득찼으면 좋겠다. 이렇게 서로의 체온을 공유하는 이 시간,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게 내게, 너에게 주어진다는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타미엘이 복귀하고 나서 여러 일이 있었지만 일단은 경찰이니까 당직을 서야 했습니다. 기억이야 어떻게든 많이 동기화 시킨 덕에 업무는 많이 익숙해졌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연인.. 이라는 건 감정적으로 메마른 데다가 동기화 따위는 진행이 안 되니가 기억은 있는데 감정적으로 생각이 들지가 않아서..
약간 피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었을지도 몰랐습니다. 그건 죄책감의 발로였는지. 아니면 불행감을 주기.. 싫다는 마음이었는지. 아니면 이런 모습으로는 만나봤자 상처만 줄 것 같을지도 몰라서.. 잔뜩 아프잖아요. 촉감이 둔하고.. 눈도 한쪽은 잘 안 보이고.. 시무룩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오늘 당직을 서기 위해서 서류를 정리하던 중에(단안경을 잠깐 쓰고 서류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처리하려고 했습니다) 자신과 같이 당직인 울프씨가 보였습니다.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말을 걸어보려고 노력했어요.
"서류는.. 많나요..?" 일 관련 외에는 말할 게 그다지도 없던가요. 란 생각이 들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뭔가 다른 걸 이야기하기도 그렇고요.. 어색하긴 하지만 말을 걸었다는 데 의의를 두는 게..
스타일을 중시하는 평소의 나라면 절대 안 할 짓이었지만,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으려니 답답했다. 하지만 쓰고 있지 않으면 내게도 느껴질 정도로 비릿한 숨이 주변으로 퍼질게 분명했다. 그러면 분명 귀찮아질 테니까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날 당직이었던 것 역시 어쩔 수 없었지...
순찰을 할 기력은 없어서 얌전히 자리에 앉아 그동안의 조서나 자료 따위를 정리하고 있었다. 상태가 상태인지라 손이 느렸다. 한장한장 천천히 넘겨가며 정리하는데, 옆에서 누가 말을 걸었다. 돌아보니 타미엘이 보였다. 음. 뭔가 평소랑 달라보이는데. 뭐 기분 탓이겠지.
"...아니."
서류가 많냐는 물음에 잔기침 두어번을 하고 짧게 대답했다. 마스크를 쓴 탓에 어물거리는 소리가 되었을 듯 하지만, 아무렴 어때. 나는 시선을 서류로 돌리며 한마디 덧붙였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마스크를 낀 울프씨가 보인다. 기억 데이터 상으로는 마스크를 쓴 걸 본 적 없는 기분인데. 라는 생각을 하지만 감기라도 걸린 거려나요. 란 생각으로 넘기려고 했습니다. 잔기침까지 하는 걸 보니 감기인 것 같아서 따뜻한 차라도 드시는 게 어떻냐고 권유할까.. 망설였습니다.
"그런가요..." 서류 관련에서는 괜찮다는 말과 비슷할 거라고 지레짐작하기는 했지만, 그녀를 바라보면서 쉬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쉬면 영원히 잠들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케흑거렸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날아갔던 데 주위..그러니까 눈가를 만지작거렸습니다. 뭐라도 할 게 있으시다면 나눠주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라고 덧붙인 뒤 믿기지 않는 일이네요. 라고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무엇이? 왜? 라는 것 하나도 없이 그 말만이 무심결에 튀어나왔던 거예요.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가지고 가다 흘릴 것 같다는 생각을 읽지는 못했지만, 사실 서류를 잘 들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았습니다. 그냥 옆에 앉아서 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울프가 말한 대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안경을 끼우고 몇 번이고 확인하면서 실수 없이 정리하려고 하는 것도 있고요.
"..그..건 감기인가요..?" 감기라면 따뜻한 차 마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려고 합니다. 동기화는 성격에도 영향을 주나요? 네 줍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자신 몫에 울프 몫까지 더해서 아마도 있을 법한 유자차나 다른 차라도 타올까 생각했었지만. 그래도 허락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