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중에는 투덜거리는 이들도 있었고, 대기를 하는 이들도 있었고, 출동준비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 호명된 알트는 계속하라는 말과 함께 하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윤은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통화에 응했다.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네요. 장난전화라고 하면 끊겠습..."
"장난전화?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경찰 아가씨. 지금 성류시에 퍼지고 있는 그 사건 알지? 사람이 검은색으로 타버리는 거. 그거, 내가 한 거야. 솔직히 알트는 어느정도 실감하지 않았어? 하하하하. 뭐, 이번에는 적당히 한거지만 말이야. 사실 말이야. 어디라고 말은 안하겠는데 당신들을 손봐달라고 부탁하는 곳이 있어서 말이야. 당신들도 꽤 원한 많이 사는 모양이지? 하기사 경찰이 다 그런 식이지. 별 것도 아닌 것들이 옷 좀 입었다고 잘난척 하기나 하는 국가의 개들이 뭐가 그리 잘났다고. 지금만 해도 내가 이렇게 설치는데도 아무것도 못 잡잖아? 안 그래? 한심한 녀석들. 아무튼 내 이름은 최태훈. 조사해보던지. 아무튼, 알트. 날 만나고 싶겠지? 그렇다면 와. 내가 있는 장소는 성류시 큰별로 8길. 20-22. 그 건물이 있는 골목길이니 말이야. 아. 안 와도 돼. 네가 안 와도 별로 상관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나도 여기서 기다릴 마음은 없어. 다시 만날 일이 또 있을까? 하하하.."
전화는 그대로 뚝 끊어졌다. 이어 서하는 데이터베이스를 작동시켰고 최태훈이라는 이름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했다.
"있네. 최태훈. A급 익스퍼. 능력은 라이트닝 일렉트. 말 그대로 전기를 다루는 능력. 온 몸에서 전기를 발산시킬 수 있는 능력. 심플하지만 가장 위험한 능력이네요. 이거. ...심플할 수록 그 활용도가 엄청나게 달라질테니까."
"...어쩔까요? 출동하는 것이 좋을까요?"
"출동 이전에,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겠지."
이어 이준의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나오는 것은 다름 아닌 이준이었다. 평소의 유쾌한 모습과는 다르게 상당히 진지한 모습으로 선 그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이질적이었기에 딸인 하윤조차도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그런 것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이준은 말을 이어나갔다.
"최태훈. 지금은 지명수배가 된 A급 익스퍼 범죄자로서, 그 범죄가 너무나 흉악한 범죄자다. 그는. 은행의 직원들을 검게 태워버린 것이 시작이었고, 마지막으로 살해한 이는 여성 하나와 어린아이 하나로 기록되어있지. ...그에 경찰은 정말 대대적으로.. 익스퍼가 아닌 경찰들까지 동원해서 그를 잡으려고 했지. 그 직후, 갑자기 맑은 하늘인데도 불구하고 천둥소리가 계속해서 울리는 상황이 도시에 발생했지. 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경찰이 출동하자, 그곳에는 번개가 연속으로 몰아쳤고.. 그곳으로 간 경찰들은 단 한명을 빼고 전멸했다. ...기억이 생생하지 않나? 로제?"
이준은 로제를 잠시 바라보면서 작게 혀를 차면서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저번에 화재 사건도 그렇고 이번의 사건도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의 대원을 직접적으로 저격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지. 지금까지 잡히지 않고 행방도 알 수 없었던 범죄자들이 어째서 갑자기 이렇게 모습을 드러냈고, 자신들의 존재를 보이는가에 대해서 자네들은 생각해본 적이 있나? 나는..이것을 함정이라고 보고 있네. ...자네들을 말살시키기 위한 함정.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일이 일어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자네들이 출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익스퍼 경찰들을 출동시켜한다고 보고 있네. 이런 함정에 넘어갈 순 없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살해한 이는 여성과 어린아이. 서이준의 목소리에 알트는 눈썹을 꿈틀대며 미세한 표정의 변화를 보였다. 또한 그에게 원한이 있는이는 비단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그는 로제를 힐끗 바라보다 다시 서이준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때와 같은 날,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게 아니었다. 그저 최태훈이 너무 강했던 것 뿐이었다.
서이준의 말마따나 함정일지도 몰랐다. 아롱범팀을 전멸시키기위한 함정. 하지만 최태훈은 알트가 오지 않는다면 그곳에서 만날리 없다고 말했다. 최태훈의 말을 떠올리며 그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는 꽤나 차분했다. 전화의 주인공이 범인이라는 자백과 함께 그의 이름을 대기 전 까진. 최태훈이라는 단어가 들리자마자 그는 포갠 손을 조용히 오므려 주먹을 쥐었다. 말은 하지 않아도 두 주먹은 새하얬고,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A급 익스퍼, 전기를 다루는 능력. 그는 떠오르는 기억을 애써 밀어내고 진지한 모습의 이준을 바라보았다. 경찰까지 동원하여 그를 잡으려 했었지. 맑은 하늘임에도 불구하고 천둥소리가 계속해서 울렸었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출동했던 너와 나는.
"당연히 생생하죠. 이렇게 휠체어 신세를 지는게 누구 때문인데."
차분했다. 차분했을 터였다. 빈정거리는 듯 싶어도, 그는 차분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다른 익스퍼 경찰이 출동하면, 그들은 잡아낸답니까?"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들은 뭐 말살 당하지 않는답니까? 어차피 걸리는 거, 엄한 사람 인생 저처럼 조지지 말고 맞서죠 뭐."
내가 아니면 누가 갈 것이며, 전화로 주절주절 도발이나 해대는 꼴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서도 한몫 거든다. 그 이전에, 한 가정을 거의 박살 낸 것이나 다름없는 범인의 경력은 용서할 수가 없다. 전기...전기라... 테이저셀 말고 인센디어리 같은것도 좀 챙겨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탄창에 테이저셀을 한발씩 집어넣는다.
알트 선배를 아니, 우리들을 도발하고 함정으로 유도하려는 범인의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금의 전화통화에서 기분 나쁠정도로 확연하게 범인의 속셈이 들어나있었고. 하지만 다른 경찰을 보낸다고 이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아직은 미숙하다고 해도 우리들은 S급이 아닌가?
이준의 말에 모두는 전부 자신들이 출동해야한다고 말해왔다. 말려도 억지로나마 가야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일부의 모습도 존재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들어 서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서하 군. 이번에는 평소보다 더 특별히 모니터링을 하고 서포트를 하도록 하게. 하윤이 너도 마찬가지야."
"...귀찮지만 어쩔 수 없겠죠."
"네! 알았어요! 아빠!"
두 명의 오퍼레이터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준은 다시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 목소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상당히 비범한 느낌이었다. 그야 당연했다. 지금 이 앞에서 기다리는 것은 틀림없는 함정이었으니까.
"출동을 허가하겠네. 만약 저항이 심하면 사살해도 상관없네. 그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도록 하지. 이번에는 그만큼 너무 많은 이를 죽이고도 아직도 사람을 감전시키고 있는 위험한 이니까 말일세. 그리고 앨리스 양이 말한대로 모두들 절연 조끼 정도는 입고 가도록 하게. 서하 군."
"......"
이어 서하는 손가락을 가볍게 퉁겼다. 그러자 모두의 자리 앞에 검은색 절연 조끼가 전송되었다. 하반신까지 막는 것은 부리지만 적어도 상반신. 그리고 심장이 있는 곳은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조끼였다. 이어 서하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 장소는 제가 가본 적이 없어서, 전송이 불가능하니까 경찰차를 타고 이동해주세요."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두들 조심해주세요! 부디!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드니까요."
서하의 말이 끝나자 하윤이 두 손을 포개서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부디 조심해달라는 말. 이번에는 뭔가 조금 위험한 예감이 든다는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각자의 자유였다.
"그럼 준비가 끝나면 출동하도록 하게.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 서장으로 명하겠네. 다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겠네. 하지만 그 누구도 죽어서 돌아오지 말게! 우리 팀에서 범죄자에게 희생되는 이가 있으면 내가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네! 저승까지 쫓아가서 잡아오겠네! ...그리고 담배피지 말게. 건물 안은 금연이야!"
메이비가 입에 문 담배를 가볍게 지적하며 이준은 출동 명령을 내렸다. 아무도 희생되지 말라는 말은 참으로 비장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