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일린: 최근 잠이 잘 안와 ??: 그럴 때는 양을 세면 좋다던데 에일린: 흐응? 한번 해볼까, 양이 한 마리... ??: 늑대의 입 안에... 에일린: 양이 두 마리... ??: 늑대의 입 안에... 에일린: 양이 세 마리... ??: 늑대의 입 안에... 에일린: 침 고이니까 그만해
2. 【누군가에게 "왜 저녁노을은 붉을까?"라는 질문을 들었을때의 대응】 아리아: 그건, 당신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얼굴을 붉히고 있는거에요! 알폰스: 아리아를 봤더니 화가 나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화를 내는 모양이군. 시이: 빛의 산란...?
깜빡. 눈꺼풀이 감긴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백소진은 정신을 다잡는다. 그녀는 지금 꽤나 높은 벼랑 위에 서 있다. 몇천 년의 세월을 받아내는 준-불멸의 몸은 필멸자의 그것보다 튼튼하지만, 그녀는 그 긴 세월 동안 자신의 몸을 단련하기보다는 지식과 지성을 단련한 부류다. 이 높이에서 떨어지게 된다면, 제대로 낙법을 취하거나 혹은 순간이동으로 위치에너지를 없애버리지 않는 한 며칠간 앓아누울 정도의 상처를 면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 주일째 쉬지 못했다. 저 금색 이파리를 달고 있는- 오랜 세월 동안 마소를 농축하여 자아를 갖게 된, 살아 움직이는 뿌리를 쫓느라 상당한 고생을 한 것이다. 그녀의 경험이 틀리지 않다면, 저것은 매우 뛰어난 효능을 가진 정기회복제를 만드는 주 재료가 되는 정수를 품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정신을 다잡았다. 손을 내뻗고- 그녀는, 금색의 잎사귀가 손에 쥐이는 것을 느끼며, 이 주간의 추격전의 끝을 만끽했다. 그녀의 다른 손이 밑동을 힘있게 싸쥐었고, 곧 땅속에서 작은 난쟁이같은 상아색의 굵직한 뿌리가 발버둥을 치면서 끌려나왔다.
"그런 잎사귀를 달고 들키지 않기를 바라다니, 골계롭구나."
뿌리에 대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그것을 옆구리의 망태기에 던져넣고, 단단히 여미었다. 이제 이 절벽에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그녀는 절벽의 턱에 걸터앉고, 조금 쉬다 내려가기로 했다. 그녀의 신체는 일반인의 그것보다야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 한계였다. 휴식이 필요했다. 잠깐 눈 좀 붙이고 내려가야지... 하고 눈을 감고, 그녀는 무의식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그녀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서, 엉덩이를 걸치고 있던 턱에서 떨어져나와서는, 절벽 아래로 자유낙하를 시작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간질간질. 볼을 건드리는 그 손길이 간지러워 저도 모르게 푸흐흐흐, 하고 작게 웃어버립니다. 그러곤 이내 개인적으로 싫어한다면 부를 필요는 없다는 말에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고마운지 화악 안아버립니다. 그러다간 이내 그래, 라는 확답에 조금 짜증났는지 꾹꾹 아나이스의 볼을 찌릅니다.
"모순이지만, 그런 거 있잖아요. 애증도 있는데 그런 것 정도는 괜찮지 않아요? 이 세상은 원래부터 그랬는걸."
시이는 그렇게 말하곤 이내 히죽거리는 그 얼굴을 보곤 좀 짜증이 났는지 입술을 비죽인다. 그러던 것도 잠시 이내 아나이스가 멍하게 있다가 제 볼을 꼬집자 아얏, 하다가 삐진 듯이 묻습니다.
"......그래서 싫어요? 난 싫지 않은데. 아니 좋은데. ...아나이스랑 이렇게 같이 있는 시간도 좋고,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는 것도 좋고."
좀 맹랑해지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잘못 선택한 거였을까? ...모르겠어! ...상관없지 않을까. 아아, 몰라.
"내가 어떻게 아나이스한테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어떤 사람이면, 아나이스의 취향에 꼭 맞을 수 있을까요? 나, 여태까지 예뻐지려고 잔뜩 노력했거든요. 앞으로도 더 할 수 있어요."
불어오는 바람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늑대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바람을 타고 오는 각종 냄새들 중에서, 그가 찾는 냄새가 있었던 것인지 눈을 가늘게 뜨며 그 큰 덩치에 맞지 않게 매우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 늑대가 도착한 곳은 벼랑 아래쪽, 은빛 눈 안으로 들어온 것은 풀잎사귀를 뜯고 있는 작은 사슴 한마리. 저 정도 크기면 식사까지는 아니여도, 일시적인 허기를 달랠 수는 있으니까.
[.......]
냄새가 들키지 않게, 늑대는 벼랑을 등지고 서 몸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아직 눈치를 채지는 못했으니, 이대로 조금만 더 접근해서 도약해 목을 물어뜯으면 되겠지. 벌써부터 신선한 피가 자신의 목구멍을 타고 흐를 것을 상상이라도 했는지, 살짝 입술을 핥은 늑대는 수풀 속에 몸을 숨기며 사슴에게 접근했고, 그대로 사슴을 향해 뛰어들어 그것의 목을 물어뜯으려 했다.
[깽!!!]
무언가가 자신의 등허리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갑작스레 벌어진 소란과, 늑대의 냄새가 진하게 풍기자 사슴은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고, 뜬금없이 하늘에서 낙하한 무언가에 의해 등허리를 가격당한 늑대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무엇인지 살폈고, 그것이 환상종 - 중에서도 여우인 것을 깨닫고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앞발로 툭툭 쳐본다.
대답하지 않고 깊은 고민에 빠진 것 같은 레이첼의 모습에 비비안은 으음~ 농담. 이라는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이어지는 말에 눈을 가늘게 떴다. 어머? 고려는 하는건가요? 레이첼의 말에 그녀는 짖궂게 웃었다.
"그때야~ 자고 있는 얼굴 보고 있으면 키스할거같아서~?"
늘어지는 목소리로 그녀는 조근조근하고 과장스레 이야기했다. 그래. 비비안은 레이첼의 자는 얼굴을 훔쳐보는게 낙이였고 의자에 있는건 최적의 위치였기 때문이였다는 걸 순순히 시인했다. 들켜버렸네~요~. 비비안은 혀를 살짝 내밀며 아이코하는 장난스러운 소리를 내고는 혀를 다시 집어넣었다. 제 장난에 당황하지 않던 레이첼이 키스를 하자, 그녀는 제 입술을 손으로 매만지다가 불꽃이 튀는 것같은 레이첼의 눈동자에 조금 오싹함을 느꼈다.
"세상에~ 너무 눈빛이 뜨겁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쿡쿡 웃은 뒤 멀어지려는 레이첼의 뒷머리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제쪽으로 당기며 레이첼처럼 입술을 훔쳤다.
등허리에 뭔가 돌보다는 푹신한 게 부딪히는 느낌에, 백소진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세상이 한바퀴 반쯤 더 돈 후, 그녀는 자신의 몸이 땅바닥에 떨어진 것을 느꼈다. 정신이 얼떨떨하다. 그녀는 자신이 방금까지 어디 있었는지 기억해냈고, 자신이 거기서 떨어졌다는 것까지 기억해냈다. 그리고 거기서 떨어진 것치곤 몸의 통증이 심하지 않다는 것까지 떠올렸다.
"...무슨?"
멍하니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는 그녀의 눈가로, 커다란 늑대가 들어온다. 그녀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팽팽히 긴장되더니, 다시 멍해지고는, 뭔가를 깨달은 듯 아, 하는 표정이 된다. 커다란 늑대의 일어나라는 말에, 그녀는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키고는, 입을 열어 질문을 던진다. 아직 잠이 덜 깬 것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잠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