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이럴 거 같더라. 제 두 손을 잡아오는 하윤의 반응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잠깐만이라 외쳐봐야 지금은 흥분해서 귀에 들리지도 않을 거 같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와 잠깐 정신을 놓은 채 있다, 한숨을 내쉰다. 얼마나 신났으면 호칭도 언니로 바뀌는지. 잡힌 손을 슬 빼려 하곤 손가락을 하나 펴낸다. 하윤의 콧잔등에 꾹 누르곤 거둔다. 약간은 짜증이 어렸는지 슥슥 얼굴을 문지르다 떼곤 하윤을 바라본다.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한다.
콧잔등이 눌리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하는 월하 씨의 반응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흥분했었던 모양이다. 정말 이런 이야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이런다니까. 정말로 보통 곤란한 것이 아니었다. 걸즈 토크도 좋지만..역시 배려가 더 중요하겠지. 그런 생각이 들어 괜히 고개가 아래로 숙여졌고 물 속으로 얼굴의 절반이 들어갔고 보글보글 거품만을 내배텄다. 상당히 무뚝뚝한 모습에 눈치를 보다가 다시 고개를 올려서 월하 씨를 바라보면서 사과했다.
"죄, 죄송해요. 월하 씨. 아무래도..너무 흥분했죠? ...그...저도 모르게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우으..정말로 죄송해요."
잘못한 것이 있고 민폐가 있으면 사과하는 것. 그것을 인정하는 것. 그 또한 경찰의 기본적인 소양이다. 나는 경찰이니까. 그렇기에 잘못된 것은 확실하게 인정해왔다. 어릴적부터 쭈욱... 이번 것도 예외가 될 순 없었다.
그나마 빠르게 진정해서 다행인가. 팔짱을 끼고 있다가 사과하는 하윤의 모습에 풀어내곤 얕게 웃는다. 괜찮다며. 여러 번 제 눈치를 살피는 하윤에게 아까와 다르게 밝은 목소리로 답하곤 생글생글 웃는다. 되게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단 말이야. 잠깐 짜증을 낸 게 미안해져서. 물그럼 하윤을 바라보다, 애매하게 흐리며 끊었던 말을 잇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감이라고 하면 나도 서하 씨에게 호감이 있다. 하지만 그건 연애와는 상관없는 파트너로서의 호감. 그러니까 같이 일하면 즐겁다.. 혹은 믿을 수 있다 정도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하며 월하 씨를 바라보았다. 밝은 목소리로 답하면서 생글생글 웃지만 답할ㄸ 때는 또 흐린 느낌이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음..."
그러니까 자신도 잘 모르는 것일까? 애초에 누구일까? 조금 궁금해지긴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만간에 좋은 소식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싱긋 웃어 보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누군진 모르겠지만, 월하 씨.. 아니 월하 언니를 응원할게요. 후훗. 좋은 소식 있으면 꼭 알려주기에요!"
질문은 그때 해도 괜찮지 않을까? 호감이 애정으로 바뀌는 것은 생각보다 쉬울지도 모른다. 적어도 난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물론 체험해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그냥 느낌이 그러했다. 그렇지 않을까..라는 느낌.
"그럼 슬슬 이제 물 밖으로 나갈까요? 후훗. 너무 오래 있어도 몸에 안 좋대요."
이 정도면 온천에 충분히 오래 있지 않았나...그리 생각하며 월하 씨를 바라보며 나갈 것을 제안했다. 물론 좀 더 여기에 있겠다면 있는 것이지만 말이야.
너무 말을 흐리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을 잠깐 하다 하윤의 물음에 고갤 든다. 애써 답하진 않고. 그저 제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다, 응원한단 말에 살짝 웃는다. 좋은 소식이 있을련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고갤 끄덕여 보이곤 들려온 말에 눈을 깜빡인다. 무의식적으로 벗어놓은 시계를 확인하려 제 왼손을 들다 아차 한다. 휙 다시 물 안으로 집어 넣곤 방글이 웃어 보인다. 어깰 으쓱이고는 출구쪽을 바라보다, 하윤에게 돌리며 말한다.
"어머. 좀 더 있으려고요? 그럼 전 먼저 나갈게요. 너무 오랫동안 있진 마세요. 월하 씨."
온천에 몸을 담그는 것도 좋지만 그 열 때문에 너무 오래 있으면 몸에 안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기에 너무 오랫동안 있지 말라는 말을 전한 후에 나는 천천히 물 밖으로 나왔다. 또르륵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묘하게 차갑게 느껴졌다. 나오자마자 차갑게 느껴지는 몸의 감촉에 탕 안이 얼마나 따끈했는지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다만, 월하 씨가 갑자기 물 속으로 손을 황급하게 집어넣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
하지만 굳이 물어보진 않고 싱긋 웃으면서 나는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추워.. 몸 차가워...빨리 옷 입고 이불 속에 들어가야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나가려는 도중, 난 월하 씨를 바라보며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즐거웠어요. 월하 씨. 다시 한번 화이팅!"
그렇게 말을 남긴 후에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재밌는 것도 들었으니, 좋은 소식 기다리면 되는걸까? 후훗.
그 요원이라는 것은 대체 무슨 일을 하기에 당신이 그런 말까지 하게 만드는가. 만약이라고는 해도 경찰로서의 자세를 배신한다라. 이전에 들었던 다른 이야기들도 그렇고 지금 이 말도 그렇고, 당신이 소속된 그 단체가 딱히 좋은 단체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의 말을 듣던 아실리아는 당신의 손을 마주 힘주어서 잡았다. 막아달라면 막아줄수야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막으려는 것 자체는 할 수 있다. 다만, 아실리아는 자신이 마냥 단호해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물론 가정이고, 지금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얼마나 동요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동요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 해서 아실리아는 침묵했다. 대답은 조금 전에 한 것으로 충분하리라.
그러던 도중, 이어지는 당신의 말을 듣던 아실리아는 조그맣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행복한 연금 라이프라는 말이, 정말 당신답다고 생각했기에.
" 당연히, 이상적인 것.. 도 나쁘지 않지. 때에 따라서는 차라리 더 좋을지, 도 모르고.. 응, 그런 거지. "
이어, 불안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입맞춤을 해 주겠다고 하는 당신의 말에 아실리아는 잠시 주저하는 듯 싶다가, 맞잡은 손을 풀고 당신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선 당신을 꼭 끌어안았다. 물론 부끄럽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이러지 않으면 심란함이 가시지 않을 것 같았기에. 이내 아실리아는 고개를 슬며시 들곤 당신을 바라보았다. 겨우 가라앉은 화끈거림이 도로 올라오는 듯한 기분을 애써 무시하면서, 조용히 대답한다.
" 부끄럽지, 않아.. 라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아니에요, 괜찮으니까.. "
입맞춤을 해 달라, 고 조용히 읊조린 아실리아는 곧 천천히 눈을 감았다. 참 여러모로 불안한 심정이기에, 이것으로 해소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뭐, 당연히 전부는 힘들겠지만.
"...지금 연금 라이프 듣고 웃는 거지? 그런거지? ...정말.. 돈은 중요해. 애초에 공무원 하는 것도 다 연금 타먹으려고 하는 거잖아. ...물론 의무감도 있지만... 일단은 나도 조금은 있고..."
아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제법 많이 있다고 생각하다. 편한 공무원 일도 많으니까. 내가 경찰이 된 이유도... 지금 이렇게 있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내가 아직 잃지 않은 정의감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생각은 그리 오래 하지 않았다. 귀찮으니까. 그런 귀찮은 일보다는 지금 내 품에 안겨있는, 아니 나를 꼬옥 안고 있는 아실리아를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귀찮은 것보다는 당장의 달콤함이 더 시급하니까.
그러니까....
"...이상한 말을 해서 미안. ...잊어버려. 내가 한 말은. 나는...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 소속, 오퍼레이터 최서하 경장이니까. ...그리고 동시에 너의 연인이야. 아실리아."
눈을 감고서 조용히 팔을 뻗어 한쪽 팔은 그녀의 허리에 감고, 다른 한쪽 팔은 그녀의 뒷통수를 받쳤다. 이어 고개를 내려 그 입술에 내 입술을 덮었다. 아까보다는 좀 더 길게, 길게... 그렇게 입을 맞추면서 눈을 감았다. 나 때문에 불안해할지도 모르고, 나 때문에 걱정할지도 모른다. 그런 것이 다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아무도 모르게 내가 맡은 일을 끝내는 것이 좋겠지.
요원...그만두는 것이 좋을까. 하지만... 그것을 그만두게 되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귀찮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그저 입술에 남은 달콤함을 느끼면서 조용히 입술을 떼어내며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누울까? ..이불 하나씩 깔려있으니, 하나씩 쓰면 되니까. ...그리고 사랑해. 아실리아. ...역시, 몇 번을 봐도 욕심이 생기는 나의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