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 끝에는 짤막하게 덧붙이며, 아실리아는 문득 자신이 왜 경찰이 되기로 했는지를 떠올렸다. 분명히, 맞아. 그런 이유였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대단한 이유도, 어떤 목적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 단지.. 아니, 그만. 아실리아는 의도적으로 제 생각을 차단했다. 가뜩이나 이런저런 것으로 어지러운데 이런 것까지 머릿속에 욱여넣었다가는 쓰러질지도 모르고, 그리고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까.
아까보다 더욱 길게 입을 맞추면서, 아실리아는 다소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아마도 불안감과 이 순간의 달콤함이 섞이면서 만들어진 묘한 기분이겠지. 하지만 단언컨대, 지금 이 순간 아실리아는 상당히 많은 걱정과 염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을 것이다. 확실히 길었지만 어쩌면 짧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시간이 지나가 곧 입술이 천천히 떨어지고, 귓가에 들려오는 당신의 속삭임을 들으면서 아실리아는 살짝 눈을 떴다.
" 나도, 사랑해.. 정말 많이. 너무 많이 좋아하고 사랑해. 응, 이제 그만.. 누워요. "
그리 대답하면서 몸을 바로 세우고, 머리를 묶었던 끈을 풀어서 손목에 감았다. 엉킨 머리카락을 손으로 몇 번 빗어서 대강 정리한 아실리아는 문득 제 손에 끼워진 장갑을 내려다보았다. 이걸 빼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고, 아실리아는 장갑을 낀 상태 그대로 이불 위에 앉았다. 흉한 손을 가까이서 보이긴 싫었다. 무엇보다 손을 잡을 건데, 장갑이 없으면 마음대로 능력을 사용해버릴지도 모르니. 결론을 내린 아실리아는 손 안에 쥐고 있던 수면제를 삼키고는 자리에 몸을 눕혔다.
" ...잘 자요. "
우선 그렇게 말했지만, 약효가 돌려면 조금 시간이 남으니 그 동안은 당신의 자장가를 들으면 되겠지. 아실리아는 얼굴을 간지럽히는 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 채 당신을 연신 바라보았다. 잠들기 전까지는 맘껏 바라볼 심산이었다.
이 입맞춤으로 그녀의 불안함이 조금은 사라졌으면 했다. 요원 중 하나가 범죄나 저지르는 그런 이들의 멤버라고 한다면, 내가 굳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아도 그녀에겐 불안함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야, 나도 같은 요원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난 요원이 아니라 그녀의 연인으로서 있고 싶었다. 귀찮긴 하지만, 일은 어차피 해야 할 운명이다. 안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요원인 이상... 익스퍼의 보안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 지금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입술에 남아있는 부드러움을 달콤하게 느끼며, 그녀의 입술을 엄지 손가락으로 가볍게 훑으면서 씨익 웃었다.
"...그래야겠지. 슬슬 당직도 끝나가고, 자야지. 그래야 일어나서 퇴근을 하지. 무엇보다 네가 편하게 자는 모습도 보고 싶고 말이야."
내가 사랑하는 여성이 날 사랑한다는 것은 역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정말로 행복하다고 느낀다. 가능하면 지금 저 사랑을 언제까지나 내가 독점하고 싶고 독차지하고 싶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나는 더욱 신중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겠지. 그리 생각하며 내 몫의 이불에 조용히 누웠고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았다. 손을 꼬옥 잡고 자기로 했으니까. 그녀의 불안함을 내 능력으로 전부 어딘가로 전송시켜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며 장갑을 낀 그 손을 그대로 잡았다. 어째서 잘 때도 장갑을 끼는진 모르겠지만... 개인 사정이 있겠지. 아마도...
"자장~ 자장~ 아실리아~ 자장~ 자장~ 잘도 잔다.... 잘 자라~ 아실리~아~~"
자장가 역시 약속된 것이었다. 그녀가 자는 것을 유도하며, 조용히, 고요하게 불러보았다. 그 멜로디가 나른하게 들리는 것은 당직으로 인한 피곤함 때문일까. 하지만 아실리아가 자기 전엔 나도 잘 생각은 없었기에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아실리아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자장가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021 곱창, 막창, 내장탕, 닭똥고집 등을 먹을 수 있는지? "다 먹을줄 알지. 특히 곱창! 이게 진짜 별미거든."
042 즐겨듣는 노래 장르 "이런거?" https://youtu.be/V342QqoA0xs https://youtu.be/afxLaQiLu-o
212 겁은 어느정도? "없는 편이지만 장르...라고 해야되나, 주체가 뭐냐에 따라 달라. 제일 견디기 힘든건 역시 실화기반의 공포? 무섭다기 보다는 실제 사건이라고 생각이 들면 너무 불쾌하고 짜증나."
172 발 사이즈는? "215."
238 캐릭터의 신발을 묘사해주세요 (색상, 디자인, 닳은 정도 등) "신발? 이거 승진할때 선물로 받았던건데... 어디보자...케니스톤 6인치 부츠, 블랙. 아마 이게 맞을걸. 가죽약도 같이 선물 받아서 관리는 해주고 있는데, 역시 오래 신은만큼 이래저래 해진 부분이 있네. 그래도 그만큼 제 값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
202 캐릭터의 이름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뜻, 호불호,지어준사람 등) "李 知顯. 뜻은 알 지에 통달할 현을 썼고 호불호는 음... 잘 모르겠다. 이 이름으로 살아온 지 29년이나 돼서."
"평행선이 살짝 비틀어지는 순간..교차점이 생기는 법이지." "나의 타미엘은 정말.. 소중한 인형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소중한 인형이라도.. 말을 안 들으면 곤란한걸.." 나의 타미엘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이해하게 될 거야... 아. 아닌가? 라는 미친 듯이 중얼거리는 헛소리를 늘어놓았습니다. 당신과 달리 인형취급하지 않는다는 헤세드에게 얼굴을 일그러뜨렸습니다.
"'당신과 달리'라고? 네가 나랑 뭐가 다를 게 있다고?" "결국 너 또한 타미엘이 만들어진 본의 대로 인형처럼 쓰게 될 거야. 그럴 거라고!" "아닐 거라고 생각해?" 헤세드가 뭐라고 말하던 비웃으며 매도했겠지요. 이 말들은 별로 신경 쓸 만한 발언도 아니었습니다. 아니. 신경 쓰면 쓸수록 무언가 걸리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도요? 본질은 그저 악담이었을 뿐이었으니까요.
"몇 년 정도는..문제되지 않아. 당연히 문제될 리 없지..." 접근 금지? 전에도 받았지만 나는 타미엘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어. 다시 받는다고 해서 두려워할 것 같아? 타미엘이 신고하기 전에 내가 먼저 붙잡았지만 말이야! 크득키득 웃는 모습이 정말 맹목적이었습니다. 이젠 돌이킬 수 없습니다. 아니. 예전에 한 것 만으로도 불가능하지 않았던가요? ...어째 저 말은 그쪽 나라 경찰이 일 안한 걸로도 들릴 수 있습니다만..
"할 말이 끝이냐고? 할 말은 있더라도 굳이 형사나리가 들을 필요는 없겠지." 더 이상 이야기해봤자 기분만 상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라는 그런 칭찬 같은 말을 듣고 사무적으로 하하, 잠시 작게 웃었으면서. 이번에는 내가 넘어져버렸다. 매끄러운 실력으로 잘 내려가는 유혜를 뒤따라가다가. 시작은 처음처럼 무난하다 싶더니 그러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고 그대로 넘어진 것이다. 번갈아가면서 넘어지는 꼴이잖아..저 아래서 괜찮냐는 물음과, 어떡해의 연발이 들려온다. 앞으로 넘어진채로 고개만 살짝 들어올리고 푸흐, 실소를 흘렸다. 역시 무경력자는 무경력자라는 걸까. 그런 생각을 나직히 하면서 어떻게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무릎이 약간 아려오는 기분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야. 안절부절 못하고 걱정스러워하는 유혜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괜찮아. 안 죽었어."
무표정으로 사람에 따라 무서울 수도 있는 말을 입에 올리면서 여유를 되찾았다. 몸을 살짝 굽혀 신발의 고정 상태를 다시 확인하고 다시 일어서 후우, 숨을 길게 내쉬었다. 스릴 욕심 부리지 말고 안정적으로 가자. 보드를 밀어서 유혜가 있는 곳까지 내려갔다. 처음 보인 실력이 다시 나와줬다. 잠시 보드를 멈춰세우고,
"아아, 보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니까."
능청스러운 분위기로 말했다. 연장탓하는 이야기이지만 진심은 아니다. 그럼 이제 끝까지 내려가는 일만 남았네. 아직 한참 남은 아래쪽을 내려다보다가 그 무표정인 표정을 돌려 다시 십년지기 친구를 보았다.
"우리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내기하자. 뭐 걸래?"
//어제 쓰러져서 말을 못했지만 그 태블릿은 쿼티 키보드를 지원하지 않았습니다아ㅏ...평소에 쓰던 게 아니라 빌렸던 건데 설마 쿼티키보드를 지원하지 않을 줄은...(흐릿) 답레와 함께 갱신합니다!
아버지의 손님이 실수로 떨어뜨리고 간, 무언가 작은 것. 위로 조금 긴 사각형 모양. 투명한 녹색 플라스틱 너머로 소량의 액체가 찰랑이고 있다. 제일 위의 은색 부분이 햇빛을 반사한다.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보았다. 흐릿한 보라색 눈을 가까이 가져갔다. 뭐라고 부르더라, 이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아키야."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이내 자신의 앞으로 왔다. 시선을 천천히 옮겨 체격이 같은 그를 마주보았다. 자신과 닮은 외모의 소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선명한 검은색 눈동자가 눈에 띈다. 아아, 그 색을 싫어했으니까.
"...토오야 형."
그 이름을 불러 대답하였다. 토오야는 자신이 들고 있는 그 작은 물체에 시선을 두더니 당황한 기색을 비추었다.
"아키야, 그건...어디서 난 거야?"
잠시 고개를 기울이다가도 자신이 들고 있는 물체에 대한 이야기임을 깨닫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아, 이거 말이지. 아까 아버지를, 누가 만나러 왔잖아. 그 사람이 실수로 두고 간 것 같아."
토오야는 그 검은 눈동자를 계속 그 물체의 고정하다가 손을 자신에게 내밀었다.
"그래...그럼 나한테 줘.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알면 분명 혼낼 거고, 무엇보다도 위험한 거니까. 그거." "이거 뭐였더라."
그 질문에 토오야는 잠시 주춤했다. 그러다가 곧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라이터. 불 붙이는 거야." "불?"
되물으면서 자신은 라이터라는 그 작은 물체를 조용히 응시하였다. 불을 붙이는 물건. 아, 어쩐지 어디서 본 적이 있더라.
"이거 내가 가지면 안 돼?" "뭐?" "가지고 싶어." "그걸 가지고 싶다고?" "응."
저가 눈밭에서 처참히 넘어졌던 장면이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갔다. 꽤 아플텐데, 앞으로 넘어진 상태에서 고개를 돌려 푸흐. 웃음만 흘리는 센하를 보며 유혜가 뒷목을 쓸어내린다. 혼자서 일어나는 것 또한 버거우리라 생각되었지만, 역시나 조금 고전한 끝에 금방 일어나 그 무표정을 되찾는다.
“ 그렇지만... 안아파? “
유혜 저가 넘어졌을 때도 굉장히 아팠는데. 유혜가 그리 걱정하는 사이 센하는 어느새 처음과 같은 안정적인 실력으로 제 옆까지 내려와 있었다. 스키와 보드를 타고 쉼 없이 경사를 미끄러지는 사람들 중 멈추어 있는 것은 우리 뿐이었다.
“ 괜히, 뭐. 그렇다고 해줄게. “
어린아이 같은 미소로 화답함과 동시에 그녀가 짧게 대꾸했다.
“ 내기? 좋아! 그러면 음— 소원 하나 들어주기. 어때? 뭐 치킨같은 거 사줄 수도 있고, 엄청 비싼 거 아니라면 사달라는 거 사줄 수도 있고. 부탁같은 거 들어줄 수도 있는거고! “
경력자라는 자만에서 흘러나온 자기과시. 어쩌면 또 넘어져 구를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자기가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든 듯했다. 한치의 앞날도 모른 채, 유혜는 제 옆에 있는 센하를 보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