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려지는 물을 막듯 한 팔을 들어올리고 그런 정인을 또 사랑스럽다 생각하였지. 이런 말에 내성이 없는 모습이 마냥 귀여운터였다. 팔을 다시 물 속으로 내리자 당신이 조금씩 다가왔다. 물결이 일렁일수록 그의 심장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진짜, 어쩜 저리 사랑스러울까.
"....."
당신이 포갠 작은 손길이 닿자 그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여기까지 했었더라면 참 좋았을 터다. 순간 물결이 크게 일며 당신이 내 품 안에 몸을 맡기기 전 까지는. 벙찐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보다, 자신과 깍지를 낀 그 작은 손에 힘이 주어지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긴 침묵이 이어지다, 그가 나지막히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제가 인내심이 강해도..."
깍지를 끼지 않은 팔을 들어 당신을 품 속으로 끌어당겼다. 여우야, 여우. 젖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헤집기도 해보고, 붉은 뺨을 쓸어주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말랑한 입술을 쿡쿡 눌러보기도 하던 그는 마찬가지로 붉어진 뺨으로 당신을 빤히 쳐다보다 시선을 피했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근처에 놓아둔 과자를 집어 야금야금 먹는다. 이럴 때 혼자 있다는 건 참 좋아. 잔소리 하는 사람도 없고.
이제는 골반에 닿을 정도로 길어진 머리를 아무렇게나 풀어 헤치고, 팔다리를 늘어뜨린 채 멍하니 창 밖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기력함이 전신에 속속 들어찬다. 보이지 않는 늪이 나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나른하게 눈을 감으며 입술을 연다. 살짝 마른 입술 사이로 중얼거린다.
"...나는 녹지 않는 얼음으로 당신을 조각해서 두 팔로 끌어안고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내 미련함을 탓해도 돼요 가슴이 시려와도 나는 기쁠 거예요..."
후, 후후, 으흐흐흐흐......
왠지 웃음이 났다. 아하하하. 늘어져 있던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늘어진 테이프처럼 웃었다. 웃고, 천천히 손을 내리며 중얼거렸다.
"그럼. 당연히 네 잘못이지. 내 타미엘에게 나쁜 물을 들여버렸으니까.. 응.. 당연해.." 전혀 당연하지 않은 말이었지만. 에드워드에게는 진리였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진실된 말로 믿어지고 있었어요. 헤새드의 으르렁대는 듯한 목소리를 듣고는 욱했는지
"얻을 수 없다고 함부로 단정하지 마! 결국엔 타미엘은 나에게로 오게 될 거야. 그 뒤에 어떤 일이던 저질러도 다 용서해주겠지.." 예전에도 날 결국 완전히 끝내진 못했으니까.. 라고 중얼거렸지만. 힘의 차이로 못 밀어낸 거에 가까웠는데요. 게다가.. 그냥 보는 것조차 끔찍해서 본인이 도망간 것인데. 착각도 유분수지요.
"평범한 사람... 아쉬워? 역시 너희들 같은 족속들이 더 있는 게 분명해.." "분명 그 때에도 타미엘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사라진 시간동안의 카메라는 사라져 있었어.." 게다가 이번엔 타미엘이 날 그림자로 쳐 버렸는걸..이라고 중얼거립니다. 네놈도 그따위 능력으로 타미엘의 환심을 산 거야? 라고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길거리에서 말한다면 망상증 환자로 끌려가기 가장 빠른 방법이나 다름없는 말이었지요.
"어디서? 아하.. 역시 그랬어. 사이렉스. 당신은 정말 날 생각했던 거로군요.." 취조실의 그 여자가 한 말은 믿을 필요가 없었어.. 라고 중얼거리다가 헤세드의 질문에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당연히 타미엘과 같이 있던 그를 보았어. 그는 정말로 타미엘의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는 나에게 타미엘이 지닌 죄책감이 있다는 것도 말해줬고, 나에게 확신을 주었으며, 타미엘을 붙잡을 방법을 말해줬지.. 나는 인정받은 거나 다름없었어.. 라고 뭐라뭐라 중얼거렸습니다. 사이사이 내가 좀 더 능숙했더라면. 의 말이 흘러나오긴 했습니다.
"아냐. 용서해 줄 거야. 용서해 줄 거라고" "내가 사랑하는 타미엘이 한다면 그저 바라는 대로 다 들어 줬을 텐데." 부정하지만.. 그럴 리가요. 자기만의 부정입니다. 게다가. 반대로 하는 것만으로는 상황을 재현할 수 없습니다.
"어디에도? 너희같은 족속들은 분명 세계의 뒷면에서 암약하면서 날 방해하려고 혈안이 되어있겠지!" 그렇게 망상을 드러냈고. 헤세드의 손에 멱살을 잡혔습니다. 강하게 틀어잡힌 멱살은 에드워드의 생각보다 강해서 살짝 끌려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이렉스가 도와주지 않는다거나. 타미엘의 아버지 같기도 하다는 말을 듣고는 약간은 고개를 떨궜급니다.
"구..구해 줄 수 없으니까!" "사..사이렉스는 타미엘을 '저것들'이라고 칭했어." 사이렉스는 죽었어..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러다가 헤세드의 마지막 말에 버림받은 게 아니야! 라고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습니다. 악의를 타인에게 전가했으면서도 자신이 받는 것엔 취약한 것이었을까요?
"널.. 널.. 죽여버리고 싶어.. 너라도 없다면 적어도 타미엘은 나를 받아들였을 텐데.." 멱살을 잡힌 채로 손을 뻗어 맞멱살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아니. 멱살이 아니라 목 쪽으로 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느릿느릿해서..
방글 웃고 있더라도 하윤의 반응에 금세 당황한 표정이 된다. 시선을 피하려는듯하다 이어지는 말에 슬쩍 웃는다. 그제서야 손을 거둬 물 안으로 감추기 전 머뭇거린다. 제 손목을 매만지고, 주먹을 쥐었다 피며. 입꼬릴 당긴 채. 뭔가 생각하는 기색으로 있다 들려온 말에 슬쩍 고갤 든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방글이 웃어 보이곤 힘 있게 고갤 끄덕인다.
월하 씨의 지금 모습.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뭔가 당황하는 표정이었는데... 내가 이상한 말을 했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오른손을 들어 이마를 콕콕 찌르며 잠시 생각을 하면서 내가 무슨 이상한 말을 했는지 고민을 하다가 다시 월하 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절대 무리를 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긴 하지만... 묘하게 이상한 느낌. 그렇기에 도끼눈을 뜨고 월하 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무리 할 생각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즉...그렇다는 것은... 거기까지 생각이 오자 나는 월하 씨를 빤히, 정말로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더 손을 뻗어 월하 씨의 어깨를 잡고 추궁하듯이 이야기했다.
"방금 전의 모습. 아무리 생각해도 넘기기 힘들어요! 자. 여자끼리만 있는 자리니까 솔직하게 불라구요. 월하 씨!"
안 그러면 막 흔들 거예요. 그렇게 위협 아닌 위협을 하면서 싱긋 웃었다. 그냥 내가 오버 한거라면 좋겠지만...현실은 언제나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기에 보통 애매한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