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빛. 아아. 어쩌면 저렇게도 붉을까. 어쩌면 저렇게도 밝을까. 어쩌면 저렇게도 아름다울까. 어두운 밤이었기에 더욱 아름다웠다.
온몸이 피와 멍으로 물든 소년은 고개를 살짝 돌려 빛이 나오는 곳을 흘기듯 바라보았다. 자색 눈동자에 그 붉은 빛을 조용히 담았다. 집이 불타고 있었다.
언젠가의 여름축제. 새카만 밤하늘을 아름다게 수놓던 그 불꽃놀이. 두 아이는 엄마의 양손을 각자 잡고 그 절경을 올려다보았다. 소년이 "たまや"라고 말하니 반대쪽의 형제도 덩달아 같은 말을 입에 올렸다. 그러자 가운데의 엄마가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かぎや"라고 받았다. 맞잡은 그 손은 절대로 놓칠 것 같지 않았다.
소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입가에 초승달을 머금었다. 아아, 아이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뒤틀린 미소였다. 소리를 죽이고 섬뜩하게 히죽히죽 웃었다. 공허한 두 눈은 여전히 불꽃에 휩싸인 집에 향해있다.
"たまや。"
소년에게는 절경이었다.
//...라는 짧은 독백! 이번 이벤트에서 예상치못한 파이어 토네이도가 등장해서 벌써 이 독백을 풀게 됐네요...원래는 조금만 나중에 풀려고 했는데 트리거가아아.. (그리고 탈주한다)(와장창)
가볍진 않은 그의 대답에 유혜가 느릿히 고개를 끄덕였다. 반쯤 감은 눈을 힐긋 바라보던 시선은 어딘가 가볍지만은 않은 생각이 흐르는 것 같은 그의 모습에, 다시 고개를 돌려 앞으로 움직인다. 이내 자신의 질문에 쓴웃음을 짓는 센하를 보며 저 또한 그를 향한 옅은 미소를 지어낸다.
열일곱 적이라는 대답에 ‘그 때라면...’ 이라고 흐릿한 대답을 하는 그에게, 그녀 또한 쓴웃음을 지어낸다. 익스파의 발현과 동시에 뒤틀린 인격. 그리고 변화된 성격. 우연이라 한다면 엄청난 일일 것이고, 익스파의 발현에 의한 일이라면 그녀는 그에 고마워 해야할 것이었다. 흐릿히 말을 얼버무리는 그를 보며 유혜 또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그만 두어버린다.
“ 아, 그런 방법도 있네. 역시 편리한 능력이야. “
생긋 미소를 짓는 얼굴 뒤로 리프트가 다가왔다. 묵직한 보드를 안고 리프트에 착석함과 동시에 리프트는 아주 느린 속도로 하늘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 아..., 그런 말을 들으니 더 무섭잖아. “
라는 대답을 하며 피식 웃음을 짓는다. 뭐, 그의 말대로 죽기보다 더 하겠냐만. 느릿한 속도와 흔들리는 리프트는 무섭기도 무서웠지만, 발 밑으로 보이는 새하얀 눈밭과 사람들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장면이었다. 유혜는 제 옆에 앉은 센하를 보며 살풋 미소를 짓는다.
“ 이러니까 친구끼리 여행온 거 같다. “
안타깝게도, 친구들과의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던 유혜였다. 유혜는 신난 어린아이 마냥 방싯 미소를 지으며 제 발 밑을 바라본다.
더 무섭다면서 피식 웃는 상대의 모습을 보며 평소의 무표정으로 능청스럽게 답하였다. 결국은 서로 웃기기도 하고 시시하기도 한 농담을 주고 받는 것이다. 한가하네. 그리 생각하면서 리프트 제 자리 옆의 팔걸이라고 해야하나, 단순 추락 방지용이라고 해야한나ㅡ여튼 그 부분에 한쪽 팔을 올려 태평하게 턱을 괴었다. 그러면서 문득 아래쪽을 보았다. 새하얀 눈밭 위의 사람들이 모두 작게 보였다. 그 광경을 보며 꽤 높다는 것을 새삼스레 다시 느꼈다.
아까도 제 입으로 말했듯이 나는 고소공포증이 없다. 덕분에 발밑 풍경을 나름대로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시선이 느껴져서 턱을 괸 손을 잠시 떼며 유혜를 다시 보았다. 살풋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가 말하는 것이, 이러니까 친구끼리 여행온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남기고는 아이 같은 순수한 미소와 함께 제 발밑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 녀석, 친구와 함께 멀리 여행간 적이 없는 건가? 그런 말을 하는 당사자로서 우습지만, 나도 없다. 일본에서도, 한국에 와서도. 그냥 가볍게 놀다오는 수준이라면 모르겠지만, 멀리까지 간 적은 없다.
"유혜, 너 친구랑 여행간 적 없구나? 우연이네. 나도 없어."
대답을 듣지도 않고 계속 말하는 건 그냥 확신했다는 소리이다. 여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잠시 피식 웃었다. 이번을 처음이라고 치자. 둘 다. 라고 천하태평하게 덧붙였다. 다시금 아까처럼 턱을 괴고 다시 아래를 바라보았다. 시선을 아래로 향한채로 뒷쪽을 슬쩍 바라보아 높이를 보니 확실히 많이 올라왔다. 턱을 괸 자세는 풀지 않고 시선을 앞으로 제대로 향했다. 나른하게 눈을 깜박이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뒤로 기대던 등을 살짝 떼었다. 입고 있던 외투의 커다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종이봉투를 하나 꺼냈다. 붕어빵이다. 1000원을 주고 세 개 산 것이다. 나중에 먹어야지, 생각하면서 주머니에 넣어놓고...잊어버렸다. 이제서야 기억이 난 것이다. 탄식을 가볍게 흘리면서 종이봉투를 가볍게 노려보다가 십년지기 친구를 다시 보았다.
잠에서 깨어난 그녀의 얼굴에 짜증이 어린다. 다시 자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깨어 있기도 그런 시간. 앓는 소리를 내며 액정을 끄곤 미끄러트리듯 내려놓는다. 쿵 하며 바닥에 떨어진 거 같으나 애써 살피진 않는다. 애매하게 졸려서 그리고 추워서. 대체 창문이고 전부 닫아놨을 텐데 왜 이렇게 추운 건지. 이불을 목 위까지 휙 끌어올려도 전해오는 한기는 여전해서. 찬 손가락을 접어 주먹을 쥐곤 안는 베겔 꼭 껴안는다. 어떻게든 잠을 이루려는 듯 몸을 뒤척이다, 문득 화끈 몰려오는 통증에 눈을 감고 있다 느리게 떠낸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 반쯤 잠긴 눈으로 휙 이불을 거둬 살피니 어렴풋 베인 상처에 새로 피딱지가 굳어 있는 게 보였다. 분명 어제 붕대로 칭칭 감고 잤었는데. 도륵 시선을 굴려 살피니 매트리스 끝에 풀린 붕대가 흐트러져있다. 아래로 밀어 버리려다 멈칫 제 손을 살피니 손톱 아래로 피딱지가 끼어 검하다. 이리저리 살피니 이불이며 시트며 갈색 핏자국 가득이다. 그 모습을 가만 보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 아파와서. 제 두 손을 모아 쥐어 얼굴 위로 덮는다. 꾹꾹 눈두덩이를 누르곤. 흐, 하며 간신히 울음을 삼켜 넘긴다.
랭크가 오른 그 날, 나름 충격과 놀람의 사건을 마무리하고 귀가했다. 부상을 아예 안 당한 건 아닌지라 온몸이 욱신거리긴 했지만 그 정도는 버틸 만 했다. 부상의 통증 따위는 잊을 정도로 짜릿한 감각에 휩싸여 있었으니까.
집에 들어오니 나를 기다린건지 뭔지 프레이와 리키가 거실에 있었다. 웃으며 반겨오던 그들은 상처를 보고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일일히 듣기도 귀찮을 정도로 그들이 성가셨던 나는 일하다 보면 다칠 수도 있다고 대충 대답하며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그걸론 설명이 부족했는지 잠깐만을 외치며 프레이가 내 팔을 잡았다. 나는 그 팔을 당겨 그대로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쿵 소리가 나게 자빠진 프레이의 배에 걸터앉으니 숨이 막히는지 컥컥 거린다. 그 모양을 한번 보고, 나를 제지하려는 듯 한 리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한 손을 들었다. 마치 총 쏘는 것처럼 한 손으로 그를 겨누고-
"Bang." "윽-?!"
그 소리에 맞춰 날카로운 바람이 리키의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픽 스쳐간 바람에 얕은 상처가 생기니 그도 주춤한다. 손을 거두지 않은 채로 히죽 웃은 나는 고개를 까딱 기울였다. 이 빌어먹을 인간들.
"기어들어오지 말라고 몇 번이고 얘기했는데, 응? 내 말이 말 같지 않나 봐. 알아서 들어올 때 되면 니들 집으로 꺼져야지. 내가 몇 번을 더 얘기해야 해? 어? 응?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것들아."
웃으면서 말했다. 평소보다 활짝, 화사하게 웃으면서 리키를 노리고 프레이를 밟은 채 말했다. 연막탄이라도 터뜨려야 제때 니들 집으로 꺼져줄래? 평소에도 그들에게 썩 나긋하진 않았지만 지금의 나는 더했다. 그런 나를 보고 벙찐 리키는 아무 말도 못 했고, 내 밑에 깔려있던 프레이가 가는 소리로 물었다.
"켁, 윽...울, 너, 혹시 랭크...올랐...?" "어, 눈치 빠르네. 맞아. 랭크 올랐어. 신기하지? 직장 비밀이라 자세한 건 못 알려주지만 말야. 나도 이제 너랑 같은 S급이야. 그리고, 재밌는 스킬도 생겼어."
보여주고 싶지만 그랬다간 집이 남아나지 않을테니 참아줄게. 라고 나는 선심 쓰듯 얘기했다. 즐거운 나와 달리 그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시커멓게 죽었다. 지금 이 순간 나와 그들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에 담긴 느낌은 정반대였겠지.
얼마간의 정적이 지났을까. 재미를 잃어 어깨를 으쓱이곤 프레이의 위에서 비킨다. 내가 비키자마자 몸을 일으킨 그가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나는 그 시선을 즐기듯 받아쳤다. 베시시 웃으면서.
"인생 참 재밌어. 그치, 프레이?"
망연자실한 프레이와 말문이 막힌 리키를 두고 욕실로 향했다. 아, 일단 씻고 뭐든 해야지. 배가 좀 고픈 것도 같고.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내가 소속되어있는 익스퍼 보안 유지부가 무슨 일을 했는지 나는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자세히 들은 것은 없다. 그저... 어떠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요원들이 SSS급 익스퍼를 희생시켰다는 사실을 아는 것 정도이다. 그리고 그 SSS급 익스퍼가 발산하는 익스파를 유지해서, 리크리에이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 정도의 이야기도 상사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런 느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그리고 그 관련으로 우리 요원들은 꽤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다른 이들에게 공개되는 일 없이, 우리 요원들에게만 전달되고 있는 기밀 임무 같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기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성류시로 내려오게 되었다. 어차피, 익스레이버라는 경찰 팀에 소속되게 되었기에, 나는 성류시로 가야만 했으니까. 그곳에 있는 요원들은 할 수 없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임무였던가. 아무튼 그런 느낌인 것으로 기억한다. 일단 내가 맡은 임무는 2개. 확실히 2개를 생각해보면, 익스레이버에 소속되어 있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1번째.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은 100% 익스퍼로만 이뤄진 팀. 그리고 익스퍼들의 범죄를 막기 위해서 좋건 싫건 계속해서 능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팀이다. 익스퍼를 제압하고 조사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평범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니까. 그런 상황 속에서 과연 익스퍼의 랭크가 오를 수 있는지에 대한 관찰이 내가 맡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매일, 팀원들을 바라보면서 특이 사항이 없는지 확인했다. 당연하지만 이번에 S랭크로 모두가 변하게 된 것도 보고를 올린 참이다. ...대체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아니. 의미는 있겠지. 2번째 임무를 생각해보면 말이야. 아마도 이것은 2번째 임무를 달성하지 못하게 될 시에 참고하려는 사안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정말로 중요한 2번째 임무. 그것은 이 성류시에 살았다고 하는 SSS 익스퍼의 혈육을 찾아내는 것. '익스퍼 전이 실험'. 그것은 우리 팀의 경찰견인 렛쉬도 받은 실험이다. 누군가의 익스파를 주입해서 그 익스파를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실험. 그것으로 SSS급 익스파를 다른 이에게 주입시켜, 그 사람이 SSS급 익스파를 발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난 들었다. 다만... 이미 몇번의 실험이 있었지만, 전부 실패로 끝났다고 난 들었다. 익스파를 받아들이는 것 이전에, 거부 반응 때문에 익스파가 온전히 들어가진 못한다...라고 들은 것 같다. 그렇기에, 그 익스파를 발산하는 이의 혈육이라면 어쩌면 거부반응 없이 그 익스파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가설 아래에서 나온 임무가 바로 이것이다. 내가 받은 자료에 의하면 그 SSS급 익스파에게는 자식이 하나 있다고 들었다. 그 자식이 어디의 누구인진 나도 모른다. 그에 대한 데이터는 마치 삭제된 것처럼 아예 존재하지 않고 있으니까.
내가 여기로 온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그 혈육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나름 시간을 들여서 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원들도, 꽤 비협조적이라고 해야할 지... SSS급 익스퍼와 관련된 이를 밤에 찾아가서 물어보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마치... 그 SSS급 익스퍼에 대한 정보를 감추는 것처럼...
이렇게 되면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SSS급 익스퍼가 누군지 알아야 그 가족관계도 알 수 있을테니까. 그 자식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솔직히 안쓰럽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요원이다. 요원으로서의 임무를 달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일이니까. 귀찮고 번거롭고 짜증나지만 그것이 일이니까.
"...애초에 이 도시에 존재하긴 하는건가. 이거."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쉬지만, 결국 단서가 잡히는 것이 없었다. 일단 일을 수행해야 하니 좀 더 찾아보긴 하겠지만..정말로 이곳에 있긴 할런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슬슬 쉬는 시간 끝이네. 일하러 갈까."
너무 자리를 비우면 하윤이가 잔소리 할 테니까. 그것만큼은 피하기 위해서 난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아아. 정말 일하기 싫다. 귀찮네. 정말... 그렇게 불평을 하며 나는 계단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여러분들이 본 모든 것은 결국 하나로 연결되기 마련입니다. 렛쉬가 받은 그 실험조차도 말이지요. 그리고 이를테면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겼지만.. 그때 익스퍼들이 폭주하는 사건 때, 서하는 천체연구소로 함께 가지 않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으로 전송을 했던 부분이라던가 말이죠.
어느때와 다를 바 없는 힘든 나날. 실험이라는 것은 언제 끝나는 것일까? 역사에 길이길이 남고, 이 나라의 영웅이 될 수도 있다는 실험은 오늘도 어김없이 진행되었다. 온 몸에 장치를 달기도 하고, 무언가를 먹기도 하고, 뭔가를 주입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런 것들이 계속 반복되고 또 반복되니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힘든 것은 이해하지만 버티고 이겨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내가 가장 적합한 이기에...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다고 말을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 머리에서는 다른 이들에게는 발산되지 않는 무언가가 발산되는 모양이다. 그것이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제대로 나왔을 때, 연구원들은 정말로 기뻐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처럼 웃긴 너무 힘들었다. 언제부턴가, 여동생과의 시간도 점점 줄어갔다. 연구에 참가하고, 실험에 참가하는 나날이 더욱 길어졌다. 동생은 괜찮을까? 그런 걱정이 되었다. 동생을 보고 싶다고 연구원에게 부탁하기도 했지만, 실험이 바쁘니 조금만 참으라고 나에게 말해왔다. 참으로 냉정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모두가 나를 바라보며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나 자신이라기보다는 내 안의 무언가에게 축하를 건네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매일매일 힘든 실험을 하며, 나를 동생과도 만나지 못하게 할 리가 없으니까. 매일 매일, 내 동생은 내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어쩔 땐 모든 것이 끝나고 돌아가면 이미 자고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때도 있었다. 물론 내 동생은 어린 아이는 아니다. 내가 19살. 그리고 동생이 15살. 그러니까 내가 없어도... 사실 울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우리 둘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혈육이다. 그렇기에...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니까. 그러니까...
"괜찮니?"
그런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이가 있었다. 그 사람은 이 연구소를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매일매일 하얀색 제복을 입고 이곳을 지키는 일을 하는 남성은 매일 매일 나에게 찾아왔고,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그 목소리가 참으로 따스했다. 차가운 느낌만 드는 연구원과는 다르게, 유일하게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듯한 그 눈빛은 마치 내 동생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가까웠다. 매일매일.. 그 사람과 동생이 있었기에 난 버틸 수 있었다. 이런 힘든 나날도...
"네. 고마워요. 저는 괜찮아요."
그렇기에 나는 웃었다.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그 사람에게 웃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으니까. 아무리 힘들도, 아무리 지쳐도.. 당신만큼은 다정한 느낌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줬으니까.
에드워드: 전 언제까지 머리를 부여잡고 멘탈 약간 금간 연기하면서 이 취조실에 있어야 하나요? 타미엘주: 어.. 지현주가 시간이 날 때까지? 에드워드: 아 좀 극한직업-연기자 그만하고 싶어요.. 밖에 나가면 애들이 울면서 도망간다고요! 타미엘주: 인터넷에서도 엄청 까이고 있지. ㄹㄹㅋ범죄자 드립에서부터.. 얀데레, ㅅ범죄자..드립..음음. 에드워드: 수명이 한 백년은 늘어났겠네요!
>>78 S랭크 경찰은 상관이 없습니다. 막 랭크가 높아진다고 해서 무기가 더 좋은 것이 지급되고 그런 것은 아니에요. 단지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이 사용하는 전용 테이저건은 모두의 익스파를 에너지원동력으로 삼아서 발사되는 것이기에 익스파가 강화되니 위력이 강화된 것 뿐이죠. 실제로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총기라면 그게 무엇이건 사용이 가능하답니다.
>>79 어서 오세요! 아실리아주! 좋은 저녁이에요! 여행 가셨었군요. 그런데..답레를 쓰고 스토리 참가를 하신 거예요?!(동공지진) 그리고...아실리아주가 무엇을 상상하고 있을지 조금 불안해집니다...
>>83 어..네..그러니까 제 말은 여행을 가셨는데 스토리 참가에 답레를 쓰셨습니까..라는 의미...(시선회피)
음..그리고 이것으로 서하가 가지고 있는 모든 비설이 다 공개가 되었습니다만..네..서하는 마냥 선량한 이는 아니랍니다. 일단 기밀임무 자체가 그렇게 깨끗한 편은 아니니까요. 그렇기에 모두 말하면 아마 아롱범 팀이, 그리고 아실리아가 정말로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고 서하는 생각하고 있고 말이죠. 그럼 저것으로 충돌이 일어나느냐...? 글쎄요. 그건 노코맨트로...
"이 지현 경위님 맞으시죠? 상부에 요청하신 물건 배달왔습니다, 요구하신 테이저 셀, 작은 크기, 성능 좋은 조준경 등등 어지간한 조건은 다 만족할겁니다."
주문한지 겨우 한나절이나 됐다고, 벌써 내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전부 채운 총이 배달되었단 연락이 왔다. 익스파로 강화가 되는 진압용 테이저 셀 탄환, 성능 좋은 조준경, 10발들이, 작은 크기, 긴 사정거리, 소염 및 소음 효과, 빠른 탄종교체 등 내 능력을 보조해줄 수단이자 파트너기에 절로 까다로워질 수 밖에 없었는데 거기에 모두 해당되는 좋은 파트너가 온 것 같아 다행이다.
"헤세드.." 고개를 숙인 에드워드에게서 짐승이 그르렁대는 듯한 낮고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이를 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개를 든 에드워드의 눈은 광기로 녹빛과 푸른빛이 섞인 형광빛같이 불타고 있었지요.
"그 이름.. 나의 타미엘이 수없이 불렀지. 내 타미엘을 울리다니. 용서 못해. 그가 올 리. 가 없다고 수없이 반복해서 상흔을 남기며 말해줬는데도 말이야.." "멍 하나하나. 정말 아쉬웠어요. 알았다면 전에는 팔이었으니 도망 못 가게 바로 다리부터 부러뜨렸었어야 했는데." 부르면서 울어버렸는데도. 울린 헤세드란 놈은 나쁜 놈이지..라고 그르렁대며 중얼거렸지만. 근본 원인은 본인에게 있으면서. 뻔뻔하기 그지없네요.
"타미엘 마음에 터럭만도 못하다고? 아냐. 그럴 리 없어. 좋아한다. 라고 분명히 그에게 들었었단 말이야." "하. 하.. 그래서. 난 그 마음을 섹슈얼을 수단으로 썼던, 약물을 썼던 간에 돌릴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기도 전에 너네들이 체포해서 완전히 망쳤어! 너희들은 마음을 돌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면서도 날 방해했으니까." 낮고 울리는 웃음소리는 약간 실소에 가까웠습니다. 그에게 들었었다는 말을 몇 번 더 반복하더니 이마를 두 손으로 짚었습니다. 수갑 때문이었겠지요?
흐으음, 뭔가 쎄한데...조금 진정한 후에 그의 말을 들어보니, 미쳤다...라기보다는 미친걸 꾸며냈다, 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든다. 능력을 좀 사용해봐야 하나. 호흡, 손의 움직임, 안구의 운동 같은걸로 저것이 진짜 미친 것인지, 아니면 미친 연기를 하는 것인지 구별이 가능하니까. 일단 능력을 사용한 채로 조금만 더 떠보자. 혹시 광증의 스펙트럼이 좀 독특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 넌 마음을 돌리는데 실패했고...지금 여기서 취조나 당하고 있지." "그런데말야, 과연 '그'는 네편이었을까?" "모든게 헤세드라는 남자와 '그'가 짜고 친거라면?" "넌 거기에 순진하게 낚인거라면?"
과연 이 말에 어떤 행동으로 대답해주려나. 그 호흡, 눈, 손, 네 모든 행동은 진실을 말할까, 거짓을 말할까?
그에 대한 것을 듣고 헤세드랑 연결하였고.. 실낱같은 이성이 거의 끊긴 듯이 지현을 향해 흔들리는 눈으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아니. 거의 소리치듯 절규에 가깝군요.
"거짓말. 거짓말 하지마! 그가 헤세드란 놈이랑 짰을 리가!" "그가 헤세드를 알았을 리가. 이미...이미..!" 광기에 절어서 시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소리쳤습니다. 이 말에서는 '그'에 대한 굉장한 신뢰감.. 약간의 동경.. 그러나.. 미약한 두려움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가. 아니. 그가 그럴 리가 없다고! 타미엘은 분명 나를 조금은 좋아하고 있다고 했단 말이다. 나에 대해서 죄책감 일부를 가지고 있다고도 해줬다고! 네가 뭘 안다고 그딴 식으로 말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타미엘을 데려올 수 있었어! 그 마음을 전부 내 걸로 만들 수 있었다고! 그가 그녀에게 약간 했던 것처럼!" 정신 나간 듯이 소리치면서 애꿎은 테이블을 쾅쾅 내리치는 게 정말로 반쯤은 이성이 나가버린 것 같았습니다. 시선도 굉장히 흔들리며 지현을 향했다가 허공을 향했다가. 어지러웠습니다. 물론 그가 그녀에게 한 것은 에드워드처럼 천박하고 드러나기 쉬운 것이 아니었지만요.
과연, 그에 대한 믿음은 동경이라고 해도 될만큼 무서울 정도로 높고, 약간 두려움에...거기다가 이런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믿을 정도라면 굉장히...이건 강력계 수사에서 굉장히 자주 보이는 패턴인데, 농담삼아 코드:토사구팽이라고 부를 정도로.
"난 말이야, 적어도 7년동안 강력계에서 썩어온 사람이거든? 믿었던 이의 말만 믿고 범죄를 저지르다, 붙잡혀와서 배신당했다고 깨닫는 사람을 무척이나 많이 봐왔거든. 아, 설마. 넌 해당이 없을거라 생각한건가? 이봐, 세상은 그렇게 녹록치 않아."
그럼에도, 그의 반응에도 이상하리만치 알 수 없는 뭔가가 켕겼다. 어쩌지...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블랙미러에 주먹을 쥐고 노크 세번, 잠시 취조를 멈추되, 녹화는 멈추지 말 것이라는 신호를 말 사이에 섞어 범인에겐 훈계처럼 보이게끔 하고, 잠시 빠져나오기로 하자. 이건 나 혼자의 판단으론 무리야, 같이 영상판독을 봐줄 사람이 필요해.
"잠시 쉬어둬, 마실거나 밥 필요하면 뒤에 유리 보이지? 거기다 대고 말하면 수사관이 와서 밥시켜줄거다."
S랭크로의 성장. 그것은 충분히 극적이었고, 그만큼 어이가 없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보다도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온 것이 있었다. 아아, 그래. 불꽃. 커다란 불꽃의 소용돌이. 나는 그 절경을 향해 웃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불타던 집. 불타던 그 사람. 잊어버렸다가 예전의 웃기지도 않는 일로 다시 떠올릴 수 있었던, 그 사건. 그 사건은...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꼬리는 올려 뒤틀린 미소를 짓다가 갑자기 차갑게 정색하고 으득, 이를 갈았다. 그 불꽃은 분명 절경이었만, 어차피 그것도 결국은 의미가... 역시 그 인간은 지옥에 떨어뜨려야해. 허공을 노려보면서 감정을 차분하게 가지려고 하였다.
아니, 그런데 잠깐. S랭크로 성장하면서 나는 접촉한 적이 있는 것, 그 어떤 것이든지 원하는 때에 폭탄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는 건. 그 생각에 젖어든 나는 기뻐하였다. 겨우 차분해진 감정이 또 다시 흥분하였다. 하하, 아하하하. 당장 오른손을 손가락을 튕기는 모양으로 만들었다. 뭘 터뜨릴까. CPH사? 아니면...코미키 가의 주택?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손가락을 튕길 기세였다. 하지만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가 나를 멈추어세웠다. 몇 번이나 울려펴지는 경쾌한 짧은 멜로디에 현실로 돌아왔다. 이성을 되찾은 나는 휴대폰을 들어 나른한 눈으로 라인을 켰다. 星山夏美. 네 글자가 보였다. 그 녀석으로부터 온 메시지다.
[좋은 저녁! 좀 오랜만이네~ (*´ ワ `*)"] [요즘 잘 지내? 일은 안 힘들고?] [나는 괜찮아!] [아, 그리고 단서도 좀 잡아냈고.] [좋아! v('∀´v) ] [아아, 근데 진짜 단서 안 남겨준단 말이야, 그 자식. ( #`Д´)] [짜증나아...] [아무튼 말이지!] [조금만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어!] [조만간에 한국으로 갈 거야.] [여기저기 구경할 거야~] [성류시도 들를 거야.] [길게.] [그야 센하 오랜만에 보고 싶으니까 (´▽`)]
...일본어와 이모티콘을 섞으면서 엄청나게 보냈다. 나는 옅은 미소를 부드럽게 지으면서 한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오랜만이네.] [이쪽도 문제없음. 단서는 수고했어.] [오는 건 알아서 해.] [난 상관 없으니까.] [비행기 추락 안 하기를 빌어.]
호시야마 나츠미. 나보다 한 살 어린 여성으로, 일본에서 경찰로 활동하고 있다. A랭크 익스퍼이다. 능력명은 프리 패스(Free Pass). 여러모로 유용하고,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적이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 녀석...오늘은 내 이성을 되찾게 해주었네. 돌이키지 못할 실수를 저지를 뻔하였다. 이마를 짚다가 무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벌써 어둑해지고 있다.
"아냐. 그럴 리 없어. 없다고." 정말로 배신했다면. 그는 왜..라고 말하다가 고개를 숙이고 내가 너무 미숙했던 탓이야. 라고 계속. 반복해서 중얼거렸습니다. 녹화를 꺼둔다는 말에도 고개를 들지 않고 취조실에서 그러니까. 누군가가 나가자
"으아아아!!" 거의 반쯤 마친 듯 의자를 내리치지를 않나. 테이블을 걷어차지를 않나. 한참을 그렇게 난리를 쳤습니다. 그리고 지칠 즈음에. 뭐라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대답해줘! 배신했을 리가 없잖아!" "당신은 어째서 나에게 그런 시시콜콜한 걸 가르쳐 준 거야!" "아냐. 당신은 너무 잘 알고 있었잖아. 어째서. 아니. 난 당신에게 인정받았던 게 아니야?" 허공에 외친 다음 머리를 부여잡고 그니 당신이니 중얼거렸습니다. 신뢰감이 살짝 흐트러진 이후에는 그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 두려움.. 존경..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에게 매혹된 듯한 감정도 존재했습니다.
타미엘주:....이 죽 누가 끓인 거야.. 동생: 음... 나.(눈치) 타미엘주: (고 모 빙의) 밥이 이따위 맹탕에 밑은 탄 죽이 되려고 길러진 줄 아냐! 니 눈에는 이 새카만 게 보이지도 않음? 게다가 간은 왜 이따위야! 탄 쓴 맛에 짠 맛까지 아주 대환장쇼네! 처음 비주얼을 봤을 땐 좀 묽은 죽이라서 층이 분리(중략) ....이딴 식으로 레시피 무시하고 끓일 거면 차라리 사와.(지침)
동생이 끓인 죽이 아주..(먼산) 그래도 어머님이 끓여주신 죽은 그나마(정말 그나마) 괜찮았으므로. 먹었습니다.
원래 그리 겁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유혜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이내 제 발 밑에 보이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왼발과 오른발을 가볍게 들어찬다. 그녀 나름대로 기쁘다는 신호였으니,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이미 그 얼굴에 미소들이 피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 그러게. 뭐, 센하도 없으니까. “
이번을 처음으로 치자는 그의 말에 유혜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같은 미소를 짓는다. 그러게, 돌이켜 되짚어보면 어째서일지 친구들과의 추억이 텅 비어있는 그녀였다. 그다지 행복한 추억도, 기억에 남을 만한 일들도. 모두 텅 비어 겨우 몇 개를 짚어낼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성재와 센하, 그리고 찬경이ㅡ 아, 더 이상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아니었기에 그녀가 작게 고개를 흔든다.
“ ...그런 걸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
놀란 눈초리로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다시 밝은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유혜였다. 거의 다 식은 붕어빵은 그래도 맛있었다. 팥은 달았고 기분은 좋았다. 초콜렛과는 또 다른 단 맛이었다. 리프트를 타면서 붕어빵을 먹는 일은 오늘이 또 처음이었기에,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간다.
“ 붕어빵 맛있네! 리프트에서 붕어빵을 먹기는 또 처음이다. “
유혜가 미소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제 곧 리프트가 도착지점에 다다르고 있었고, 슬슬 내릴 채비를 해야 할 지점이었다. 유혜는 제 팔에 끼워둔 보드를 다시 품에 안고 점점 다가오는 하차지점을 바라보던 시선은, 다시 센하에게로 향한다.
>>196 어서 오세요! 지현주! 좋은 밤이에요! 음.. 기본적으로 요원들은 익스파 탐지기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런 것으로 능력을 쓰는 것을 탐지한답니다. 그리고 무조건 능력을 쓴다고 주의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능력이 다른 이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기본적인 조건이에요. 일단 익스파가 탐지가 되면, 근처에 있는 요원이 그곳으로 출동하고 상황을 파악한답니다. 그리고 딱히 민간인에게 들키지 않으면 넘어가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래도 조금은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기도 한답니다.
성재: 네비게이션아, 내가 고민 상담 하나만 할게. 돈이 많아져서 그런지...여자가 자꾸 꼬이는 것 같아. 어떡하지, 어쩔 수 없이 다 받아줘야겠지? 센하: 잠시 후에 유턴하십시오. 성재: ...뭔 소리야. 센하: 잠시 후에 유턴하시라니까요. 성재: 네비, 미워. 센하: 너님이 제 때 유턴을 안 하셔서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성재: 그래서 바뀐 결과는...? 센하: 잠시 후에 유턴하십시오. 성재: ......
아무튼 케이스 극 후반부에 나오게 될 ???와의 전투 때 나오는 브금입니다. 사실 이 브금은 스레 초기에도 공개한 적이 있지만 말이에요. 이 브금이 나오면 극후반부라고 말이죠. ???가 누군지는 철저하게 비밀입니다. 하지만 이 전투가 최종전투 제외하고 2번째로 어려운 전투입니다. 그리고.. 최종전투 제외하고 가장 어려운 전투는 델타. 그렇다고 합니다. 결론은..그때까진 그냥 무난무난한 난이도이니 다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말로 좋아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나를 거부했던 걸까.. 에드워드는 타미엘을 정말로 좋아했다. 사랑했다. 다만.. 그 사랑은 소유욕에 가까웠다는 게 문제였지만요. 사랑의 6가지 종류 중 mania에 가까운 그런 사랑.. 그 연구자가 말했던가요? 그 6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뒤틀리고 결함적인 사랑이 될 것이라고.. 그리하여 뒤틀림과 결함은 그 존재를 아주 희미하게 드러냈고, 한번 드러난 것은 급격히 크기를 키워나가기 시작했지요. 그것은 처음에는 타미엘 또한 그런 결함과 뒤틀림을 가지고 있었지만. 에드워드가 너무 큰 결함과 뒤틀림을 가져버렸기 때문에, 스리슬쩍 묻혔습니다. 그리고 타미엘은 좋아하게 되어버렸고요.
...그런데. 누가 그 뒤틀림을 크게 만든 걸까요?
분명 타미엘이 에드워드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죄책감에 가까웠습니다.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지만요. 분명 그런 감정이 존재하기는 하였으니까요. 그렇지만 그 감정을 이용하기로 생각한 것은 에드워드가 처음은 아니었으며, 창의적인 방법조차도 아니었어요.
"조금 지켜봤는데. 어린 친구는 '저것들'을 갖고 싶은 거려나?" 그는 마치 갑자기 나타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마치 공간을 이동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정상적으로 걸어왔는데.. 어째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거지요?
"'저것들'이라뇨. 제 타미엘인 걸요. 아버지란 사람이 그런 말을 써도 되는 건가요?" 타미엘의 아버지는. 정말로 젊었습니다. 동안인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일 거라고 지레짐작하기는 했지만.. 의중을 전혀 읽지 못할 것 같은 노련함은 그 구분마저 애매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한 번 항의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에드워드에게 한발짝 다가왔습니다. 아니. 한발짝이었나요? 순식간에 가까워진 것만 같았는데.
"저런. 너무 열내지 말라고. 몇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가르쳐줄까 어린 친구?" 사이렉스는 각각 색이 다른 눈을 곱게 휘며 에드워드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허리와 고개를 숙였습니다.
"당신.. 왠지 불길해." 에드워드는 뒷걸음질쳤습니다. 하지만... 지독히 끌리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정도로 매혹적인 제안이었는걸요. 자신과 닮았다느니. 하는 소리라던가. 자신도 올람을 붙잡았다라던가. 하는 것에 매혹되었으니까요. 결함과 뒤틀림을 잡아낸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눈을 가리고 속삭였습니다.
"어린 친구. 저것들이라고 칭한다 해서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잖니. 나는 올람을 사랑하는 거지, 저것들을 사랑하는 게 아니야." "다만..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최소한의 보호를 하고 있을 뿐이지.."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사람을 홀리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습니다. 어디선가 키득대는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기도 하였는걸요.
"분명 너를 아직 좋아하고 있을 거란다." "너와 헤어진 것에 죄책감마저 가지고 있기도 하고 말이야..." "더 듣고 싶다면..자.. 여기 있단다. 조금은 참는 게 어떨까?" 에드워드에게 확신을 불어넣으며 말하고 설득하는 척하는 듯 부추기는 목소리는 악마와도 같이 나긋나긋하며 달콤했고. 속삼임을 불어넣는 그 미소는 요염했습니다. 전혀 나이들어보이지 않고 젊어보이는 그의 매력은.. 끔찍하게 사람을 사로잡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가 좀 더 순진했다면 옴므 파탈이 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고, 그가 좀 더 악독했다면 사악한 일을 몰아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올람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그는 절대 선한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저 사람은... 저번에 네헤모트랑 같이 있던.." 올람은 에드워드를 힐긋 보았습니다. 그와 같이 있던 딸을 생각해서였는지. 병색이 완연한 얼굴에 약간이나마 희미한 생기가 돌기는 했지만, 금새 사라져버렸지요. 사이렉스를 믿고 좋아하는 걸까요. 아니면 사실은... 저 밑바닥에서부터 의심과 의문이 속속 들어차는 것일까요?
"뭐. 저것들을 갖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약간의 말을 해준 것 뿐이예요." "그러면 올람. 오늘은 어디로 가보는 게 좋을까요?" 그는 그런 것에 아무것도 상관없다는 양 꾸며내지 않은 천진하기까지 한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로 올람의 손을 잡고 이끌었습니다. 올람은 저것들.. 이라고 칭해진 것에 대해서 몰랐습니다. 분명 알았다면 그 약해진 것은 더욱 타격이 컸겠지요. 아니. 이미 의심하고 있다 하여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것을. 그냥 포기한 것이거나 분명한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질투일까나. 증오일까나. 아니면 둘 다일까." 정말 행복해 보이도록 만들어놓았는걸. 게다가 그것은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고 말이야. 보람이 느껴지도록 행동해보렴. 저것아. 아니다. 약속은 지켰으니. 그릇이라고 불러주는 게 좋을까.
웹박수 확인했습니다! 일단 월하주의 물음에 답을 하자면... 요원들도 인간이기에 100% 확실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일단 밝혀야겠네요. 그러니까... 그렇게 놓치는 케이스도 있을 수 있다는겁니다. 다만 그게 SNS나 그런 곳에 올라온다거나 하면 바로 출동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사후처리를 할테고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 같은 미소를 짓다가도 어떤 다른 생각에 그치기라도 했는지 갑자기 그 고개를 작게 흔든다. 친구 이야기가 나왔으니까...그 일에 대한 생각인가, 라고 나는 유혜의 심정에 대해 짐작해보았다.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남에 대해 파악하는 것. 어려서부터 사라지지 않은 버릇이다. 이건 좋은 버릇일까, 아니면 나쁜 버릇일까. 적어도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아무튼 내가 붕어빵을 꺼내들면서 잊었다고 하자, 십년지기는 그런 걸 잊어버렸냐면서 놀란 눈치다. 그 시선을 살짝 피하면서,
"어, 놀랍게도."
멋쩍은 듯 뒷통수를 잠시 긁적였다. 유혜는 금방 밝은 웃음을 지으면서 고맙다면서 붕어빵을 손에 쥐었다. 나는 다시 그녀를 돌아보면서 태평한 말투로 "천만에"라는 형식적인 대답을 입에 올렸다. 나도 봉투에서 붕어빵을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붕어빵, 일본어로는 たい焼き. 일본에서 파는 것과 맛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모양은 조금 다르다.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은 좀 더 배가 둥글고...꼬리가 올라간 모양이라고 할까.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맛있으면 됐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나는 계속 붕어빵을 먹었다.
"추운 날 먹는 붕어빵만큼 맛있는 것도 없지. 음, 그리고 난 리프트도 처음이라서."
유혜의 말에 그리 답했다. 리프트가 도착지점에 다다르기 전에 우리는 붕어빵을 모두 해치웠고, 다 먹고 보니 슬슬 내릴 채비를 해야했다. '자, 이제 보드 타겠다!'라고 들뜬 듯 들려오는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중얼이듯 들려오는 근육통 이야기에는 무심코 실소를 흘렸다. 어찌됐든 한가한 이야기네.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 나는 스키보드를 제대로 안아들었다. 리프트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는 내리면서 유혜에게 능청스러운 어조로 말하였다.
"보드는 역시 처음이라. 잘 부탁드릴게요, 초심자 천유혜 선생님?"
다소 놀리듯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지만.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초심자 코스이기는 해도 높은 것은 높은 것이었다. 운동신경에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이런 건 경험이라는 것도 크게 작용하는 법이란 걸 알고 있어서 약간은 긴장한 것도 사실이다.
//투 비 컨티뉴...☆ ...해놓고 기절잠이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으아아아앜ㅋㅋㅋㅋㅋㅋ...
환자의 건강상태 매우 양호. 자기의지 확고하고 질의응답의 대답도 확실하다. '사건'에 대해 질문. 클래스메이트가 나빴다는 대답. (학교에 고양이를 데려온 사람이 잘못한거다) 선악, 질서의 구분, 불확실? 보호자로부터 친부의 정보 전달 받음. 선천적인 영향 가능성 있음. 차후 계속.
#. 5
건강상태 양호. 정신적 상태, 양호? 불확실. 보호자 제외 카운슬링 실시. 예상 외의 대답이 나왔다. '사건'에 대해 질문. 이전 대답에 이어 추가 대답. (고양이를 죽였을 때 클레스메이트의 반응이 궁금해서) 결과에 대한 재질문. 매우 만족스러웠다는 대답. (우는 클래스메이트가 바보 같아서 재밌었다, 웃음) 차후 계속.
#. 8
건강상태 양호. 정신적 상태 불확실. 보호자 제외. 보호자의 유무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사건'에 대해 심리적 접근. 모든 질문에 확실한 대답이 나왔다. 자신이 일반적인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중. 사물이나 사람에게 무의식적 집착을 가짐 > 얻지 못 할 시 없애고 싶어함. 심리적 구멍 있음. 이를 메울 수단 필요. (보호자 전달) 차후 계속.
#. XX
건강상태 양호. 정신적 상태 양호. 2회 전부터 등장한 '프레이'와 '리키'의 얘기 다수. 집착 보이지 않음. 증상 완화로 판명. (완치는 불가) 환자의 특수성에 따라 재발의 가능성 있으나 희박. 만약의 경우 격리 조치 필요. 본 회차를 마지막으로 한다.
자다가 깨니 독백이 보이는군요. 새디스틱한 면모라. 그것이 너무 심하게 나오면 아마 서장님도 약간 제약을 둘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아닌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오늘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조금 피곤했던지라 잠깐 누워서 쉴까 했었는데 눈 한번 깜빡하니 이 시간입니다. 자..제 시간은 어디로 갔죠?
차가운 바람과 맑은 하늘 아래에서 먹는 붕어빵은 정말로 맛있었다. 정말로, 내가 상상했던 평화로운 나날이 찾아온 것만 같아서. 이 날이 영원할 것만 같아서. 센하의 대답에 유혜 또한 밝은 미소로 화답한다.
“ 처음이야? 센하는 처음인게 많네, 나도 그래. 이렇게 친구끼리 여행온 것도 처음이고. “
유혜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센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학생 때 이후로 이렇게 평화로운 일상을 지낸 게 얼마 만인지, 잡생각 없이 또래 아이들처럼 어떻게 노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한 게 얼마만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도 않았다. 드디어 리프트가 도착지점에 다다르고, 조금은 아슬아슬하게 리프트에서 내릴 수 있었다. 하마터면 중심을 잃어 넘어질 뻔하긴 했지만, 역시나 어린 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넘어간다.
“ 아, 초심자 선생님이라니. 멋 떨어지네. “
라며 장난스레 쿡쿡 웃어댄다. 하지만 센하의 말대로, 초심자인 것을 반박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초심자라 하더라도 꽤 높은 코스였기에 사실 잘 탄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저 옆에서 보드나 스키를 타고 휙휙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며 후우, 숨을 내쉬었다.
“ 보드는, 우선 넘어져야지! “
반쯤은 사실이었다. 처음에 출발할 때도 세로가 아닌 가로로 타보아야 하는 걸, 넘어지는 걸 반복하다 보면 알아서 통달한다 카더라. —우선은 센하의 운동신경에 모든 것을 걸어보는 수 밖엔 없었다.
“ 너 내려가는 거 보고, 바로 내려갈게. 센하, 나는 너의 운동신경을 믿어! 그냥 타 봐! “
처음부터 잘 타보겠다고 숙련자의 포즈를 따라해 가속도가 붙은 채로 내려갔다간 바로 쇠고랑을 찰지도 모를 일이었다. 얼마전에도 스키 초급자가 고급 코스를 타다가 부딪혀 남자 하나를 사망하게 했다던데, 그 다음의 주인공이 우리가 아니길 비는 수밖엔.
확실히 이런 문제는 조금 애매하기 그지 없네요. 음.. 사실 이 부분은 스레를 쉬는 동안 캐릭터의 변화를 모르면 이해하기 힘들게 되겠죠. 그럼 더욱 더 상황을 모르니 겉돌게 될 수도 있겠고... 그렇다고 한다면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하도록 합시다. 캐릭터에게 변화가 확실하게 생기게 되면 기본적으로 자신의 캐릭터 항목 위키에 표기를 하도록 합시다. 모두들. 그렇게 하면 위키를 보고서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확실하게 지금 서로의 캐릭터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 이 비설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질문을 가져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죠. 앞으로 계속해서 스레는 이어나갈텐데 이런 미묘한 문제...?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뭔가 알 수 없는 그런 삐꺽임은 그냥 넘길 순 없으니까요.
>>309 굳이 메이비주만을 위해서는 아닙니다. 스레에 잘 못 오시는 분들. 그리고 새로 오시는 분들. 이런 분들에겐 모두 그것이 작은 장벽으로서 작용하게 될 테니까요. 그런 것이 AT고 그런 것이 소외감으로 이어지는 법이지요. 그렇기에 스레주로서는 한번은 정리를 확실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넓은 폐공장, 의자에 묶인 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 아니야, 아닐거야. 왜 이제와서?
"이 하연, 저 어리석은 경찰 앞에서 목숨이 덧없다는걸 알려주세요." '네, 주인님.'
제발, 제발 그만 둬. 그만두라고! 목 안쪽에서 강하게 힘을내어 말을 꺼내보아도, 목구멍 언저리에서 막혀 올라오지 않는다. 예닐곱살 된 아이가 의자 위로 올라서 목에 올가미---그만, 제발그만---를 건다. 아이의 표정---제발 그만둬---은 초점 없이 공허하기 짝이 없다.
"봐, 결국 경찰이라는 것도 이렇게 무력하기 짝이없잖아. 안 그래?" "잘나신 경찰 이지현 경사 나으리-"
참고로 TO같은 경우는 좀 이제 약간 좀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는게... 에디 이야기만으로는 이해가 힘들어요. 그게.. 좀 하나의 설정이 더 있는데.. 그것이 독백으로 한번 나온 적은 있거든요. 그거 전에 타미엘주가 올린 적이 있어서... 일단 본 사람들은 이해가 가겠지만..간단하게 말하자면.. 음..네. 그냥 또 다른 인격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한 몸을 같이 쓰는 쌍둥이라는 느낌으로..? 대충 그런 느낌이랍니다.
조용하고 어두운 골목길 한 구석. 그곳에는 삐쭉거리는 머리 스타일의 한 남성이 서 있었다. 껌을 질컹질컹 씹고 있는 그의 모습은 30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가까이 다가가기엔 조금 불길한 느낌의 모습인 그는 키득거리면서 입에 물고 있던 껌을 땅에 툭 뱉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성을 바라보면서 피식 웃었다. 그의 앞에는 R.R.F의 멤버인 감마인 용성, 그가 서 있었다.
그를 바라보며 남성은 다가가서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정말로 건방지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용성은 자신의 어깨를 손으로 툭툭 털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남성은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더러운 거 취급하듯이 어깨 터는 것은 너무 한 거 아니야? 잘 살고 있는 나를 찾아내서 여기로 부른 거 당신 아니야?"
"...확실히 그렇다만, 너와 친하게 지낼 생각은 없어. 아무튼, 슬슬 일을 해줘야겠어. ...무슨 일을 해야하는 지는 알고 있겠지?"
"아. 드디어 움직이면 되는 거야? 알았어. 그러니까 짓밟아버리면 되는 거잖아? 그런데 말이야. 당신이 제공해준 데이터는 전부 봤는데.. 나, 한 명은 짓밟는 것으로 끝내기 싫고, 그냥 끝장을 내고 싶은데... 괜찮아?"
이어 용성은 그 사내에게 보라색 액체가 들어있는 플라스크를 건네주었다. 거기에는 알파벳 S가 쓰여있는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그것을 남성이 받아들이는 것을 확인한 용성은 양복의 옷깃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그것을 사용하면 너는 지금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어. ...반드시 필요할거야. 사용해두도록. 전 세계에서 3%밖에 존재하지 않는 S랭크의 익스퍼가 되어서 나쁠 것은 없겠지."
"S? ...A인데 S가 될 수 있는 거야? 나?"
"...물론. 물론 믿지 못하겠다면 사용하지 않아도 좋아."
"하하하하! 사용 안 할리가 없잖아. ...약 같은 거겠지? 뭐. 좋아. 어차피 현상수배도 되어있는 몸이니까 약 하나 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도 없으니까. 그것보다... 언제쯤 움직이면 돼? 나.. 두근두근거려. 드디어 성아가 완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는 거니 말이야. ...이 세상 그 누구도, 성아를 기억하는 것조차 난 용납 못해. 오로지, 오로지 나만 기억해야만 해. 그러니까 말이야. 가능하면 빨리 지시 내려줬으면 좋겠는데."
"...범죄자라는 이는 하나같이 이 모양이군. 광기로 가득차 눈 하고는.."
"그쪽이 남말 할 처지야?"
"...확실히. ...대의를 위해서라고는 해도 우리들이 하는 일도 범죄라는 것에는 차이가 없지."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혀로 햝는 남성을 바라보며 감마, 용성은 피식 웃어보였다. 그리고 차후에 연락을 하겠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는 골목길 바깥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어 거기에 혼자 남은 남성은 손바닥을 펼쳤다. 거기에선 검은색 스파크가 강하게 튀고 있었다.
"자. 드디어 때가 왔어. 성아야. 이제 곧, 너는... 너는...하하..하하하하.."
광기 가득한 웃음소리는 골목길을 가득 채웠다. 그야말로 그것은 뭔가에 미친 광인의 웃음소리 그 자체였다.
>>343 저는 메이비도 어떻게 나올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메이비 쪽도..참 멋진 이로 배정해뒀습니다.
>>344 지현이 쪽도...음..네..(토닥토닥)
>>345 글쎄요. 비빌 수 없을지는 모르겠네요. 한올은 그냥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고 싶어서 자신이 가진 힘으로 다 파괴하고 뺏는 이였으니까요. 그리고 그에 대해서 희생당하거나 다치는 이들은 약해빠진 이들이니까 그런 것을 내가 뭐? 내가 왜 신경 써야 해? 이런 느낌이었으니 말이죠. 인성으로 치자면 둘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50 기본적으로 이준은 대원이 될 이들의 데이터를 해당 서나 그런 곳에서 받아보기에 다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유혜의 건도 알고 있었듯이 말이에요. 필요의 경우에는 서하나 하윤이에게도 알려주긴 합니다만 지금 시점에선 서하나 하윤이에게 알려주진 않았다고 보셔도 좋습니다.
>>410 그렇군요! 그럼 대충 연이 이어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유혜도 거기 갈 장도면 나름 학교 내 엘리트 소리 들었을테니, 유혜가 발표 한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지현이가 다가온 걸로 할까요? 유혜도 아마 자기가 강력범죄 피해자였으니 그와 관련해서 발표를 했을 거 같네요!
이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건 우리가 잡은 2인실에서 내 무의식의 언저리 어딘가에서 입밖으로 튀어나온 말이 도화선이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라는 매우 충동적인 결과에 의한 것. 그 결과 나는 탈의실에서 야외탕으로 가는 문 앞에 서있다, 아니. 지금 무척 떨린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말을 했을까, 아니아니 물론 좋지만! 이런거 좋지만!!! 지금 내 머릿속은 동생이랑 야외탕 뿐이라 더더욱 혼선이 온다. 나 진짜 가끔 보면 쓸데없이 실행력이 좋다니까... 반쯤 체념을 삼키며 온천용 겉옷의 매무새를 고치고 야외탕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411 앗, 그렇다면 아마 지현이는 발표 당시에도 되게 감명깊게 들어서, 저녁만찬 자리 가면서 일부러 유혜의 팜플렛도 챙겨놓고 그랬을거에요. 지현이 자리가 자리다보니 높으신 분들이나 교수들 사이에서 막 이야기 하는데 유혜 발견하고 막 되게 감명깊게 들었다 이야기하면서 이리 오라해서 인사도 하고... 그 뒤에 학교에서 교수님들이 눈여겨보게 되었다던지...
부분적이나마 다리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남 몰래 이를 악 물고 재활 치료를 병행한것은 둘째치고, 제 주치의조차 영문을 모르겠다 하였다. 그럼에도 무리는 하지 말라 단단히 주의를 받은 로제는 팀원들과 스키장에 가게 된게다.
온천에 가지 않을래. 평범하듯 평범하지 않은 제 정인의 말에 로제의 두 눈이 드물게 뜨였다. 도대체 왜 하고있는지 모를 뜨개질을 하던 손이 멈추고, 잠시동안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 로제는 이성이 판단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본능이 이기고 만 것이다.
그리고, 신이 이번엔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날 좋은 날 절이라도 해야지.
쪽진 머리 때문인지 목 뒤로 싸한 바람이 스쳐지나갔다. 그는 조용히 온천의 물에 발 끝을 대 보았다. 싸늘한 몸과 달리 물은 꽤 뜨거운지라, 그도 모르게 표정이 찡그려졌다. 그래도 제 정인을 기다리자니 꽤 바람은 싸늘했고. 결국 몸을 물속에 덥히던 그는, 작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의 두 눈동자가 또 다시 보였다.
>>437 아무래도 전에 서하의 상사 분이 한번 독백으로 나온 적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굳이 관계를 따진다면 서하와 용성은 같은 계급의 요원이랍니다. 물론 둘 사이에 친분관계는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서로 얼굴은 아는 사이에요. 결론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이곳. 익스레이버..!!(자랑이 아님)
구치소에 온 헤세드는 빈 말로도 그다지 좋은 몰골은 아니었다. 계속 제 이름을 부르는 용의자가 있다나... 그가 에드워드를 직접 대면한 적은 없었다. 그건 그 스스로도 단언할 수 있었다. 에드워드라는 이름을, 가장 처음 들은 것은 구치소였으니.
문제랄까, 그 상대방이 제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은 조금 놀랐다. 아니, 조금이 아니라 많이.
"안녕하세요-"
구치소의 경찰들이 그를 반겼고, 헤세드는 에드워드가 있을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참, 그 복도가 어찌나 길고 춥던지, 머릿속이 제대로 정리되는 느낌이었지? 강화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앉을거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행동이었다. 아아, 가엾은 그에게 자비를ㅡ
"... 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들어선 헤세드가 조용히 물었다. 공간이 공간인지라, 조용히라고 말해도 충분히 전달될만한 음성이었을 것이다.
사실 구치소 직원들의 정신을 갉아먹는 주범일지도 모릅니다. 매일 밤마다 운다던가.. 자신이 하려고 생각하는 걸 말한다거나.. 여러 가지라던가.. 지금처럼 웅크리고 앉아서
"죽여버릴거야.. 그러면 날 볼 거니까.. 분명히 말했잖아요. 내게 대답해줘요." 자신에게 충고해준 그 누군가를 부르짖다가도 미슥했다라면서 용서해달라고 한다던가.. 헤세드를 완전 원한에 찬 듯한 목소리로 갈라지는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르다가도 감정이 북받치는지
"타미엘.. 타미엘...내 타미엘..." 어째서 내가 아니라 헤세드란 이름을 부른 거야.. 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모습은 정말 정신이 나간 것처럼도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들어온 헤세드의 안녕하세요. 라는 말을 듣고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본 직후 분노와 증오에 붙잡힌 눈으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하. 하.. 웃었습니다.
"넌 누구야.." 그르렁대는 목소리로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일단은 무난하게.. 아마 아실리아가 서장님? 에게 전하고 서장님 성격이라면 전체에게 공지했을 것 같은 기분이지만요..
>>462 >>463 엗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스레만 봐도 더 엄청난 설정 많은데요! 스레주는 그냥 머리에서 떠오른 이야기 펼친거라서... 그리고 앞으로..는..그냥 아직 풀리지 않은 25%의 떡밥이 풀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월드 리크리에이터에 대한 것이라던가.. 성류시의 숨겨진 진정한 비밀이라던가.. 혹은 익스퍼에 대한 진실이라던가..그런 것들 말이에요.
괜찮냐고 묻다가 타미엘의 이름에 헤세드의 행동이 일순, 멈췄다. 아, 그랬다. 앞에 있는 건, 네 연인에게.... 그렇지? 그런데도 자비를 구가ㅡ 오, 이런. 헤세드는 아무렇지 않다는 것처럼 발걸음을 옮겼다. 그르렁거림에 들려오는 말에 그제야, 너는 네 소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 헤세드 엘 게둘라 형사입니다. 어떻게 부르셔도 상관은 없어요"
어느 것이든 제 이름이었으니, 헤세드는 의자에 앉기 위해, 의자를 당겼다. 차가운 쇠와 가죽의 느낌이 참으로 묘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괜찮을 것이다. cctv도 있고, 여차하면 밖에 직원들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는 없어요"
나름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듯 나오는 건 실없는 소리였다. 너한테 원한이 가득한 상대에게 경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건 무슨 의미일까?
헤세드라는 이름이 들려오자 이성이 거의 끊겼는지 반쯤 눈을 희번덕하게 뜨며 그를 바라보면서 뭐라뭐라 말했습니다. 대충 해석해보자면 네놈 때문에 마음을 돌리는 걸 실패했다.느니.. 왜 내 이름이 아니라 네놈 따위의 이름을 불렀느냐 느니. 그런 말들이로군요.
"네가.. 네가... 감히 내 타미엘에게.." 그리고는 순식간에 헤세드의 멱살을 잡아올리려고 하는 행동을 취하려 했습니다. 그렇지만 약간은 굳은 몸이어서 그런지 둔해서 싑게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피하면 꼴사납게 넘어질지도 모르갰네요.
"내 타미엘을 내 걸로 만들기 위해 그렇게나 상흔을 남겼는데! 목마저 피멍들 정도로 졸랐는데 왜 너 따위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던 거야! 저따위에게 갈 리가 없었잖아!" 나에게 죄책감이 있다면서 어째서! 라고 이를 갈며 말하면서 경계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하핫.. 하고 실없이 웃으며 설마 그걸 믿을 거라 생각한거야 헤세드 형사나리? 라고 제정신인 것 같은 모습을 잠깐 보여줬었지만 금새 적대적인 눈길을 보냈습니다.
>>492 권주가 그쪽 고아원에서 살던 시절이 중3~졸업 이후였죠.... 그러니까 지은의 흑역사(?) 시절을 약간 알고 있었을지도? 참 권주는 항상 동생들이랑 다녔었어요. 동생들 앞에서만 잘 웃고 다른 사람 앞에선 약간 숫기 없는? 그런 느낌? 한살 어린 지은이한테도 존댓말을 했을거 같네요...
>>502 앗 그럼 지은은 인상 찡그리고 "나한테 말걸지마" 라고 하지 않을까요? 역시 고아원애들이랑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니였고 그때까지는 흉터를 가리지 않고 있었으니... 라고 하면 진짜 안 친해질 수도 있잖아?! 완전 깡패수준이어서 막 고아원애들이랑 맨날 욕하고 다녔는데... 가벼운 주먹다짐도 가끔하고... (개망나니) 사실 그래도 친구는 없어서 다가오는 권주를 은근 반기지만 자기때문에 괜히 피해받을까봐 피하는 그런정도...?
으아아아! 유혜주! 어디로 사라지세요!! (도리도리) 으음..그러고 보니 유혜와 월하는 아직 만난 적 없죠? 음..그럼 유혜주도 심심하신 것 같고 제가 일상 양보를 할까요? 저는 일단 월하와 3번 정도 만났고.. 월하는 아직 다른 캐릭터와 그다지 만나본 적도 없고 말이에요.
"하하. 네 이름을 부를 때마다 하나씩 남겼어. 널 부르면 그런 결과밖에 낳지 않는다고 깊숙히 새겨넣었으니까.. 멍도. 칼로 베어낸 것도.. 폭행도.. 모두 다 네 탓이야. 네 이름. 네 이름을 불렀어. 타미엘...타미엘이 내 이름을 부르기만 했다면 되었을 텐데." 텐데.텐데. 왜. 왜? 라고 부르면서 정말 미친 듯이 허리를 꺾으며 웃었습니다.
"안 올 리가. 분명히 어떻게 하면.. 어..어라. 어떻게 하면?" 사이렉스가 무어라 말했던 그건 이제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듯 헤세드를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타미엘. 내 것일 타미엘..이럴 줄 알았으면 예전엔 팔을 부러뜨렸는데도 도망갔으니 팔과 다리 둘 다 부러뜨리거나. 그가 한 것처럼 도망칠 수 없게 아이나 섹슈얼도 이용했었어야 했는데!" 으흐윽.. 하며 거의 울면서 얼마나 울었을 거냐는 질문에는 그런 거 알 게 뭐야. 내 것이 되었으면 울 필요도 없었잖아! 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네가 그따위로 말한다 해도 난 결국 너같은 놈을 제치고 타미엘을 손에 넣을 거야!" "그리고 결국은 타미엘도 그걸 받아들일 거고.." 분명 사이렉스도 그걸 바라고 있었을 거고! 사이렉스가 인정한 건 나 뿐일 테니까! 나에개 그렇게 말해준 걸 보면 당연해..라고 약간 풀린 눈으로 말하며 어깨를 짚은 손을 탁 떨쳐내려고 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아 깨끗한 눈 위에 조그마한 발자국이 나란히 총총. 소년은 소녀의 팔목을 잡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둘 다 잠옷 위에 외투만 대충 걸친, 한밤의 겨울 산 속과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였다. 아슬아슬하게 달리던 소녀가 콩 하고 앞으로 넘어져버렸다. 소년은 발을 멈추고 넘어진 소녀 앞에 쭈그리고 앉아 손을 내밀었다.
"으... 미안, 괜찮아? "
"나 참, 그렇게 잡아끌지 않아도 된다니까..."
볼멘소리로 대답한 소녀는 소년의 손을 잡고 일어나 무릎을 툭툭 털었다. 얇은 면 바지 위로 피가 베어나와 주위를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소년이 걱정스럽게 말을 건냈다.
"역시... 돌아갈까?"
"니가 오고싶어 한거면서."
내려가다보면 언젠가는 마을이 나올거야. 킥킥, 소녀는 장난스래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사실 길은 한참전에 잃어버렸었고, 둘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다만 입 밖으로 꺼내기 두려워 애써 무시했을 뿐.
평소의 둘에겐 앞마당 처럼 잘만 돌아다니던 곳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밤중의 산 속은 어른에게도 위험한 곳이였고, 걷고 또 걷던 둘은 결국 지쳐서 넓은 공터의 너른 바위에 주저앉아버렸다.
"흐으 추워..."
소년은 말하다 입에서 새 나오는 하얀 입김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문득 소녀가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걸 깨달아 황급히 소녀를 부른다.
"시끄러워. 그것보다, 위에 봐봐."
소녀의 일갈의 시무룩해져서 위를 바라보면 검푸른 하늘에 별이 잔뜩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평소에는 나무나 지붕에 가려져 볼 수 없던, 넓은 하늘과 반짝반짝 흐르는 은하수. 보고있어도 계속 보면서 눈에 잔뜩 담고 싶었던 그런 풍경.
그런 풍경 속의 소녀는 아마 웃고 있던 것 같았다.
. . .
그리고 그 뒤에는 어떻게 되더라?
해가 뜨지 않은 어둡고 새까만 새벽, 잠에서 깨어나버렸다. 불안감에 옆을 확인했다가 아무도 없어서 당황했었지만, 이윽고 스키장 옆의 숙소라는것을 깨달았다. 눈가가 축축히 젖어있어서 소매로 쓰윽 닦는다.
" 그, 그건 그렇지, 만.. 그야.. 이건 내기였고, 열심히 일했으니까.. 그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았, 어. "
서하의 말에 어물거리며 대답한 아실리아는 손부채질을 하는 서하를 바라보다가 문득 손으로 제 얼굴을 살짝 감싸고는 다시금 마른세수를 했다. 마치 열이 나는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기에, 아실리아는 눈을 감고 화끈거리는 것이 조금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손을 떼어냈다. 직후, 서하가 건네는 수면제를 받아든 아실리아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손 안에서 살짝 굴렸다. 그러고 보니, 당신도 수면제를 먹는 걸까. 알아봐야 큰 의미도 없는 의문을 가지면서 수면제를 꼭 쥐었다.
" 그 사람들과 관계가 있었다면.. 나더러 그 여자의 기억, 을 읽어달라고 하지도 않았겠지. 그런 것으로... 는 불안해하지, 않아. 그리고, 당연히 나는 너를 믿어. "
제 손을 잡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하는 말은 저번 일에 대한 염려였구나. 그에 아실리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서하의 손을 마주 잡았다.
" .....그보다, 서하는 놀랐겠네. 같은 곳에 소속된 사람이 범죄자, 였다니. "
하기사 그 때 놀라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겉으로 드러나든 그러지 않았든 적어도 그 기억을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들 적잖게 동요했으리라. 그도 그럴 게, 당장 기억을 읽었던 아실리아 본인도 그랬으니까.
" 일단은, 좀 쉬러 가요. 한동안 피곤했었잖아. "
아마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부러 그 말까지 덧붙이지는 않는다. 솔직히 해서 좋을 말도 아니지 않은가. 이내 아실리아는 서하의 손을 잡은 그대로 걸음을 옮겨 숙직실로 향한다. 그리고 문을 열기 직전, 아실리아는 서하의 말을 가만히 곱씹다가 갑자기 침묵을 깨고 말을 건넸다.
" 그리고.. 아까는 그렇게 말했지만, 만약 서하가 곤란하다면 손.. 은 안 잡아줘도 괜찮아. 하지만, 곤란하지 않으면 잡아줘. "
// 아직 화요일이라니 무엇.. (._. 죄송해요, 어제 집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져 잤네요. ()
별로 좋지 않은 타이밍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것으로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조용해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던 것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런 것 때문에 눈치를 보고 분위기가 언다면 더욱 더 입을 열기 힘든 분위기가 되겠죠. 스레주는 그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생각합니다.
음 메이비주 고민 많이 하셨을텐데... 사실 저도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저도 따라잡기 버거웠고 답도 잘 못하는데다 일상을 돌리지도 못해서 펑크내기도 했고요. 일단 메이비주의 의견이 제일 중요한거에요. 메이비로서 간간히 오셔도 문제 없고, 정 부담되면 시트를 내리셔도 되고요. 레주가 항상 말하듯 현실이 더 중요하니까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메이비주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저는 짐작이 갑니다. 직접적으로 말이 나오긴 했죠. 쉬는 동안에 캐릭터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스레주는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죠. 그것은 필시 AT필드로 작용하게 될 거라고... 그리고 메이비주는 이야기했죠. 자신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다고... 대충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그냥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아니요. 메이비주 하나를 위해서도 하는 것이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잘 모르겠는 것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 그리고 변화가 있으면 위키에 항목을 실는 것. 저는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위키에 스토리란을 넣은 것도 추가 될 때마다 캐릭터 정보를 갱신하고 용어 설명을 갱신하는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실제로 유혜주도 타미엘 TO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는 느낌으로 말이 나왔죠. 하지만 사실 이것도 다 독백으로 풀린 내용이지요. 스레주는 다 봤으니까요.
일단 저는 화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스레가 오래 되면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고 그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해야 고쳐지는 법이죠. 여기서 당신 하나만 적응하면 돼. 이렇게 말을 하면... 그것이야말로 문제인 거라고 스레주는 생각합니다.
이후 캐릭터에 대한 떡밥이 풀리거나 정보가 풀리면 가급적이면 위키에 정보를 갱신해주셨으면 합니다. 이것은 비단 메이비주만이 아니라 그 독백을 못 본 분들 혹은, 신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스레주는 생각합니다. 물론 강요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메이비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선택을 해도 저는 말리지 않겠습니다. 이건 그 누구도 잘못한 것이 아니니까요. 단지..스레가 오래 되고 많은 정보가 풀려나가고 있기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스토리 스레의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들 이 부분에 대해선 조금 노력을 할 필요가 있겠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질문을 해서 물어보고 아는 것은 서로 공유하고 답하도록 합시다. 그래야.. 서로 간에 이해를 하고 돌리기 쉬울테니까요. 한 사람만을 위해서 할 필요가 없다가 아니라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해야한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스레의 운영방침입니다. 이상입니다. 그리고 의견 감사합니다. 메이비주.
저도 말 나온김에 이야기하자면, TO라던가 사이렉스에 관한건 전혀 정보가 없습니다. 이건 정주행 하면 나오는 내용이나, 솔직히 어느 보트의 몇 번째다라는 힌트조차 없어서 반응하는데 좀 애를 먹습니다. 물론 저의 떡밥이 타인에게 그리 느껴질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음음.... 메이비주가 많이 힘들어하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적어도 저는 계속 메이비주와 메이비를 보고 싶어요. 저도 막 놓치는 독백이 많고 하다보니 스레에서 생기는 일들을 모두 이해하진 못하는걸요...! 여튼, 메이비주의 선택이지만... 우리 스레 사람들은 모두 메이비가 이곳에 있기를 원할거예요!
괜히 원피스 끝자락을 툭툭 정리하며, 너의 눈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길었던걸까, 쪽진 선홍색 머리카락은 평소와 다르지만 알던 너와는 또다른 모습을 본 것 같아 좋았다. 나를 바라보는 너의 선명한 녹색의 눈동자는 그 선명함에 마음이 편해졌다. 이상하진 않구나, 다행이다.
"그, 그럼..."
연인끼리 같은 욕탕을 쓰는건 처음 해 보는 경험인게 반, 너와 좀 더 밀도있는 시간을 보낸다는게 설레는 그 반이 섞여 살짝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조심히 발 끝으로, 탕의 수온을 재어, 발 끝부터 천천히 몸을 담근다. 다행히 강서구에서 형사 언니들이랑 목욕탕 다닐때 담그던 온도보다 조금 높은 정도라,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조금 먼 것 같아.
"...나하고 직접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면은 있어. S랭크 익스퍼. 나처럼 랭크가 높아서 선출된 존재거든. ...일단 여기 올 때 인사도 했었고..."
그때 받은 인상은 정말 무뚝뚝하면서도 일 잘하겠다..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설마, 이럴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R.R.F. ...그러니까 그 망할 범죄조직의 멤버였다고는... 그나마 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 요원들은 발칵 뒤집어지겠지. 아니..이미 뒤집어졌을까? 아무튼 나를 믿는다는 아실리아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정말 좋은 여성이다. ...하지만... 역시 내가 감추고 있는 이유.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말해봐야 좋을 거 없으니까.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니까. 누군가를 희생시킬지도 모르는 일. 그런 일을 할지도 모르는 내 손은 검게 물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검게 물든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도 될까? 그리 생각하나... 그래도, 꼬옥 잡는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욕심이 나기에... 놓치고 싶지 않기에...
"손은 꼭 잡을거야. 약속이니까. ...하윤이에게 걸리면 어쩔 수 없지. ...당당하게 밝힐 수밖에. 귀찮아서 숨기는 거지. 떳떳하지 않아서 숨기는 것이 아니니까. 물론 엄청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일하면서 질문 폭격당해서 귀찮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난 네가 더 소중해."
아실리아. 그녀가 잡길 원한다면 잡을 생각이다. 이어 숙직실의 문을 조용히 열고 안으로 들어간 후에 나는 그곳에 있는 이불을 일단 꺼내들었다. 숙직실은 침대가 아니라 침상이다. 그러니까...적당히 이불 2개를 깔고 자리에 누우면 되겠지. 남은 것은 이제 그 후 근무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나와 아실리아의 근무는 여기서 끝났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여전히 손을 꼬옥 잡다가 아실리아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아실리아.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그러니까 정말로 정말로 만약에... 내가 경찰로서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너의 눈에 띈다면... 그땐 망설이지 말고 나를 단호하게 단죄해줄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 맞잡은 손이기에 조금은 내 생각을 그녀가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능력을 쓴다면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을 아실리아도 알겠지. 하지만...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나의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면... 차라리 날 막는 것은 그녀이길 바랬다. 내 스스로 떳떳치 못한 일을 한다는 것을 알기에..차라리 너에게 단죄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제가 설명을 덜한..거에 가깝죠. 독백..이라고 해야할까요. 그것도 다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추가를 하기는 해야하는데 그 뭐지. 복사해두고 최종본을 이 칸에서 조금 수정하고 올리다 보니 저도 중요한 대목 외에는 약간 불완전해서 아카이브에 들어가서 찾아서 올려야 하는게 너무 귀찮기도 하고(이러면 안 되는데)
메이비주가 그.. 아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부주의했던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597 음... 그렇게 되면 보스의 기억을 무작위로 하나 삭제한다는 것이 되는데.. 그건 조금 애매한 느낌이네요. 이를테면 R.R.F가 그거 맞고 R.R.F에 있는 이유라던가 기억이 삭제되면...(동공지진) 차라리 스턴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니까 살아있는 상태의 령에게 직접적으로 데미지를 줘서, 몸은 다치지 않았지만..뭔가 내부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는 느낌으로 스턴이라던가..?
>>607 그 기억이라는 것이 후반부가 되면 아무래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게 될 테니까요. 후반부는 대충 스토리에서 보셔서 아시겠지만 월드 리크리에이터와 크게 관련이 되거든요. R.R.F의 목적 그 자체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기억이 삭제되는 것이 아무래도 좀 신중해질수밖에 없겠죠. 그렇다고 자기 나이을 잊어버렸다. 혹은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렸다..이럴 수는 또 없는 거고 말이죠?
이상하냐고 묻는다면 이쪽이 이상하다고 말 해야할 것 같은데. 오, 신이시여. 잘 들어요. 만약 이번에도 당신을 부른다면 제가 갭니다 개. 그는 눈웃음을 지어보이고 당신에게 능글맞게 답했다.
"볼때마다 눈부시게 예뻐서 잘 모르겠는데."
물안개와 함께 보이는 작은 여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꿈 속을 거니는것인가 잠시 진지하게 고민하며 당신을 마냥 바라보았다. 눈에 넣어도 안아프겠어. 당신이 들어오자 작은 물결이 친다. 찰랑이는 물에 젖은 옆머리를 어깨 너머로 넘긴 그가 조용히 머리를 넘기던 손을 멈췄다.
>>639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화수단ㅋㅋㅋㅋㅋㅋㅋ(빵 맞아 그런 것도 생각했는데! 금속을 총알처럼 만들어서 빠르게 슉숙 던지는거예요!! (인간총 이게 사실 권주가 어느정도의 빠르기로 총알을 던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긴 하지만, 초능력으로 던지는건데 웬만한 빠르기는 다 나올 거 같아서...!!!
>>66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노린겁니다. 이거이거 숨겨왔던 지은의 비설을 알려드릴 수 밖에... 사실 지은은 어둠의 다크☆나이트의 일원으로서 이 세카이를 ☆혼★돈☆의 카☆오★스☆로 만들라는 명령을 받은 겁니다. 자, 아롱범팀원들? 분발하시길 (정신 나감)
>>667 그리고 제압당합니다! (노답) 늘 생각하는데 잘하면 팀킬도 당할수도... 팀원들 : 좋아! 이제 저 녀석에게 불을 쏴! 옆에 있던 지은 : 와, 잠깐만!!! 타임타임! 팀원들 : 쟤 왜 저기있어? (환장)
동료들을 따라 스키장에 오긴 했다만. 이런 곳에 온 건 처음. 당연히 스키는 탈 줄 모르고. 누구에게 배울 수도 없고, 아니 애초에 배울 의지도 없지만. 날씨가 싸해서 말야. 물그럼 창 밖에 눈 쌓인 언덕에 시선을 두다 거둔다. 되게 아무것도 안 해도 시간은 잘 가고. 음. 오늘도 잠깐 다녀올까. 금세 식어버린 손난로를 휙휙 흔들다, 내려놓곤 방으로 나선다. 온천으로 향하곤 이하 생략. 길게 내린 머리를 가지런이 모아 묶고는 안으로. 온천 앞에서 머뭇거리다 조심 따뜻한 물속으로 들어선다. 그렇게 자릴 잡고 앉으니 슬 몸이 노곤해져서. 눈을 반즈음 감곤 슬몃 입맬 당기며 웃는다.
스키장. 역시 겨울이 되면 스키장이 정답일까? 이전에 살던 곳은 시골이라서... 정말로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던 시골이라서 스키장은 그다지 와본 적이 없기에 조금 신이 났다. 낮 시간에 스키를 실컷 타기도 하고, 서하 씨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그런 느낌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이곳에 온천이 있다는 것도 알고, 나는 온천으로 향했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온천을 즐겨야 하지 않겠어? 후훗.
양갈래 머리를 풀어 허리까지 내리며, 조심스럽게 옷을 벗고 온천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따뜻한 느낌. 그 느낌이 너무나 좋아 미소가 지어졌다. 탕으로 들어가면 더욱 몸이 풀리겠지. 그리 생각하며 탕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조심스럽게 몸을 담그자 몸에 닿는 그 따스한 느낌이 정말로 좋았다. 역시, 평소 일을 하다보니 어깨가 뭉친것일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럼에도 요즘 들려오는 소식에 긴장을 놓칠 순 없었다. 고작 3일이지만..그 정도이지만... 그래도...
"아..?"
그렇게 탕에 들어가자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눈을 반쯤 감고 웃는 이는 바로 월하 씨였다. 그 월하 씨를 바라보며 나는 웃으면서 천천히 물을 헤치면서 그 옆으로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앉았다. 그리고 월하 씨에게 이야기했다.
"안녕하세요. 월하 씨. 월하 씨도 언천에 들어오셨나봐요? 확실히 이 탕... 정말 좋긴 하네요. 온 몸의 피로가 싸악 풀리는 것 같아요."
평소엔 잘 몰랐지만 아무래도 이리저리 피로가 많이 쌓여 있었나. 하긴 서류며 출동이며 되게 고생 많았었단 생각을 하다 축 늘어진다. 저절로 눈이 감겨와 슬 감길 잠깐. 물소리가 들려와 눈을 뜨곤 고갤 돌린다. 수증기에 가려져서. 가르다래 눈을 접은 채 응시하다 상대를 확인하곤 크게 떠낸다. 옆에 앉기 편하게 살짝 자리를 고치곤 고갤 끄덕인다. 여전히 웃는 낯으로 말을 건넨다.
"하윤 씨도요. 응. 아무래도 밖은 너무 춥고 하니까."
말끝을 잠깐 흐리다 "그쵸? 되게 편해서 성류시에도 이런 온천이 있으면 한다니까요." 하며 웃음기 배인 목소리로 이어서.
성류시는 젊은이들을 위한 젊음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물론 북쪽 단지는 연구소가 많긴 하지만...그것은 별이 잘 보이는 이유를 연구하기 위함이니까. 묘하게 뇌파를 연구하는 곳도 많은 것 같지만... 아무튼 거기까진 나도 잘 알 수 없었기에 그냥 넘기기로 했다. 그와는 별개로 역시 월하 씨도 상당히 지쳤던 것은 분명해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푹 즐기는 모습을 보일리가 없을테니까. 우리도 힘들지만 현장에 직접 출동하는 이들도 만만치 않게 힘들 것이다.
지금 이렇게 푹 쉬는 월하 씨에겐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그래도 역시 말하는 것이 좋겠지.
"지금 이럴때 푹 쉬어두세요. 아마..돌아가게 되면 우리는 쉬지 못하고 또 일해야할지도 모르니까요. 우리가 출발하기 바로 직전, 들어온 연락인데... 성류시에서는 지금 감전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온 몸이 검게 타버릴 정도로 강한 전류에 감전되어서 쓰러진 이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아직 죽은 이는 없다는 것 같지만..."
감전 사고. 그것은...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온 몸이 검게 타버릴 정도인데 목숨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고갤 슬쩍 기울인다. 이거 저만 몰랐던 건 아닌지. 그래도 성류시에서 지내면서 이곳저곳 다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하다 지워낸다. 잘 생각해보면 그것들도 전부 순찰이며 출동이며 해서 돌아다닌 거고. 원해서 갔던 건 아니었으니까. 평소에 집에서 눌러만 있고 하니, 문득 병원 생활하던 때가 떠올라 슬 시선을 돌린다. 그땐 되게 퇴원하면 못했던 거 다 해보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뭐 해본 게 있긴 한지. 제 손을 옴작대다 들린 말에 고갤 돌린다. 감전 사고. 의아하단 듯 눈을 살짝 뜬 채 있다 고갤 끄덕인다.
"적어도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갑자기 감전 사고라니. 말도 안되거든요. 무엇보다.. 감전된 사람 전원이 골목길 내부였다는 것도 신경 쓰이고요."
전봇대 근처라면 그래. 아주 운이 나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치지만..골목길에서 감전사고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틀림없이... 익스퍼와 관련된 무언가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째서 갑자기..? 무엇보다 왜 사람들을 노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지갑을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현장엔 쓰러져있는 사람만 남아있다고 김호민 경위가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마치 그 모습은, 누군가에게 과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야...돈도 안 가져가고,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그렇게만 하고 사라지는 것이니까. 하지만 어째서? 누구에게? 도저히 그 답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조금 골치 아픈 사건일지도 모르겠어요. 온천 와서 그런 이야기 듣고 싶진 않은데 말이에요."
살며시 고개를 물 속으로 아주 살짝 집어넣으면서 보글보글 거품을 불어넣었다. 온천에 오자마자 바로 사건 이야기를 들을 줄 누가 알았겠어. 아아..싫다. 정말.. 싫어. 나도 모르게 울상을 지으면서 계속해서 온천 물 속에 보글보글 거품을 불러 일으켰다. 정말..싫어어...
골목길 내부라는 이야길 들으니 인위적인 게 확실하네. 혹 강도 짓은 아닐까 하다 멈짓한다. 돈이 목적이라면 감전 시킬 필요는 없고 위협만 해도 충분할테니까. 아니 애초에 돈이 목적이라면 강도 짓이 아니라 가게를 털던가 했겠지. 죽은 이는 없다고 하니 일단 살인도 아니다. 그럼 혹 자기 존재를 세간에 알리려고 하는 정신병잔 아닌지. 문득 아쿠아리움 사태가 떠올라 눈을 가늘게 접는다. 제 뺨에 손을 얹으며 아니겠지 하다, 하윤의 반응에 옅게 웃는다. 슬몃 손을 뻗어 조심 머릴 쓰다듬으며 말을 건넨다.
당신이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이 묘한 감정과 말 하나하나에 심장이 잘게 떨려오는 아릿한 느낌을 당신도 알까. 당신이 좋아서 되려 불안하고, 마음을 줄 때는 혹여나 상처로 돌려받을까 두려워 마음 한 구석에 언제나 의심이라는 가시를 잔뜩 쌓아두는 마음을 당신은 알까.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서투르게나마 애정을 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양 제 문제를 애써 무시하고 숨기며 외면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건 제발 몰라줬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해서, 보다 깊게 신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버렸다. 소중한 사람이라는 말까지 듣고, 서로간의 감정은 진실되게 좋아하는 감정이 맞다는 것을 알아차렸기에 아실리아는 더더욱 그리하였다. 그래서 지금 이런 말을 듣고도 어색한 기색이 다소 사라진 말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이겠지. 하지만, 역시 아직은 이를까.
곧 숙직실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침상과 이불들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며칠간 제대로 자지 못 했으니 피곤하기는 꽤 피곤했는지, 얼른 누워서 몸을 쉬게 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아실리아는 서하가 꺼내든 이불을 적당히 펴가면서 두 사람이 누울만한 자리를 만들다가, 곁에서 들려온 저를 부르는 서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서 서하를 가만히 응시했다. 안타깝게도 그 내용은 이전의 것처럼 마냥 단 것만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상당히 썼다.
" ....단죄, 라. 갑자기 이런 얘기를 왜 하는지... 잘 모르겠어. ....나는.. "
말 끝을 얼버무린 아실리아는 서하와 마주 잡은 손으로 시선을 내렸다. 경찰로서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눈에 띈다면 망설이지 말고 단호하게 단죄해달라. 그 불안한 말의 숨은 의미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사실 알고자 하면 알지 못 할 것도 없었지만, 되도록이면 그러고 싶지 않았다.
" ...정말 만약에 네, 가 그렇게 한다면 나는 당연히 막을 수 밖에 없겠지만... 글쎄. 단호하게 대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어. 솔직히, 자신은 없어. "
다소 무거운 침묵이 감돌던 중, 돌연 아실리아는 엷은 한숨을 내쉬면서 가만히 입을 열었다.
" 어긋나는 행동.. 이라는 게 정확히 뭘 말하, 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되도록 단죄 이전, 에 설득을 하고 싶은걸. 그리고 그 이전에 어긋나는 행동... 을 하지 않도록 지켜보고 싶고. "
물론 그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아실리아는 그렇게 말한 뒤 떨어뜨렸던 시선을 도로 올려 서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붕어빵 안에 든 달콤한 팥의 맛을 나름대로 즐기면서 유혜가 하는 말을 들었다. 센하는 처음인 게 많네, 라는 말. 그 말을 속으로 조용히 곱씹었다. 그렇네. 나는 경험이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풍부한 편이 아니다. 당연한 일이겠지. 자유롭지 못했으니까. 어렸을 때 일본에서 성재를 만나서 논 것도, 속으로 고백하건데 몰래 한 짓이다. 아아, 들키지 않은 것이 용했지. 뒤따라오는, 자신도 처음이라는 유혜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미소를 옅게 지으면서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아무튼 지금은 스키장 초심자 코스에 있다, 우리는. 중심을 잃어 넘어질 뻔하는 십년지기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무심코 칠칠치 못한 "으엇"이라는 외마디를 작게 흘리면서 어떻게 잡아주려고 손을 뻗었지만, 금방 다시 제대로 일어서면서 넘어지는 일을 모면하고는 금방 다시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어서 손을 거두고 안도의 한숨을 작게 쉬었다. 이런 눈 위에서 넘어지면 꽤 아프다고. 초심자 천유혜 선생님이라고 부르자 상대는 멋 떨어진다며 장난스레 쿡쿡 웃어보인다. "그렇다면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면 되잖아?"라며 약간 도발적으로 보일 수 있는 능청스러운 미소를 잠시 보였다. 그러다가 들려오는.
ㅡ보드는, 우선 넘어져야지!
"...다짜고짜? 와, 경험담인가보다."
조금 황당한 기색을 무표정에 내비추었다. 보드는 우선 넘어지는 거라니, 이게 어렵기는 어렵다는 건가. 그런 소리인 걸까. 눈을 가늘게 뜨면서 사람들이 시원하게 내려가는 눈의 경사로를 내려다보았다. 초심자 코스라서 그런지 불안할 정도로 어설프게 타는 사람은 물론 넘어져있는 사람도 많은 편이다. 자신은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 되지 않기를 내심 조금 바랐다.
"원래 무경력자부터 내려보내고 시작하는 거야? 희한하네..."
경험이 없다보니 모든 게 새로웠다.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보드를 내려놓고 그 위에 올라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을 떠올리면서 신발을 보드에 고정시켰다. 이렇게 하니까 역시나 발을 자유롭게 못 움직이네. 솔직해지자면 괴상한 느낌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별안간, 나는 너의 운동신경을 믿어, 라는 소년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말이 십년지기의 입에서 씩씩하게 나온다. "아, 그래"라고 어색하게 답한다.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유혜를 살짝 돌아보다가 다시 경사로를 내려다보고는 간다는 분위기를 보였다. 좋아. 내려가자. 내가 언제부터 불상사를 걱정하던 사람이었나. 일단 자신만만하게 저지르고 보는 사람이었잖아. 앞쪽에 무게를 실고, 내려갔다.
.dice 1 3. = 2 1. 그리고 얼마 후에 자세가 무너지고 넘어졌다! 잘했어.(?) 2. 아니야, 처음이라서 완전 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잘 가! 3. 처음 맞으새오?
//으윽...늦어서 너무 죄송합니다...;ㅁ; 답레와 함께 드디어 센하주가 갱...시이인..
746위키를 수정하다 미스터치로 수정하던 거 싹 다 날려버린 센하주
(0674802E+6)
어릴 적부터 눈을 좋아했던 거 같다. 이유는—글쎄. 새하얀 눈을 보고있노라면 마음도 같이 새햐얘지는 것 같았기 때문일까? 어쩌면 새카만 밤하늘과는 대조되는 이 모습이 좋았던 걸지도. 제 앞에 드리운 새하얀 눈밭을 보며, 유혜가 고개를 약간 까딱였다.
하마터면 보기 좋게 넘어질 뻔했다. 유혜는 그런 저에게 손을 뻗어준 센하에게 고맙다며 생긋 미소를 지어보인다. 문득 앞을 바라보았을 땐 사람들이 넘어지기도, 폼을 잡기도 하며 스키와 보드를 타고 있었다. 어찌되던 초심자 코스이기 때문에 걱정은 없지만..., ‘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는 센하의 말에 유혜가 토라진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이내 얼굴은 다시금 미소를 되찾았지만.
“ 너무 쉽게 알아챘네. 나도 처음에는 구르면서 탔는데! “
이 말만큼은 진짜였다. 처음 보드를 탈 때,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다음날 맥도 못 추릴 정도였다. 유혜는 신난듯 크게 웃으며 센하가 보드에 신발을 고정하는 일을 돕는다. 혹여나 다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초심자코스였고 근처에 부상자가 생기는지 감시하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 내 교육법이야. 참신하지? “
그녀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센하가 보드를 타고 경사를 넘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타네? 유혜가 처음 보드를 탈 때는 정말 몇 센티도 나가지 못하고 구르기를 반복했다. 중심 잡는 것을 고사하고 원체 겁이 좀 많던지라 넘어지길 싫어하다보니 더 많이 넘어지고, 구르고. 유혜는 센하 또한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저보다도 더 잘 타는 것 같은 모양새다.
“ 너 생각보다 잘 타네...? “
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보드에 신발을 고정한 뒤 뒤따라 내려가는 유혜였다. 생각해보니, 여기서 내가 넘어지면 큰 창피일텐데...
갑자기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는 월하 씨의 행동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 갑자기...? 물론 힘내야한다고 위로하는 것은 알겠는데 어째서 갑자기 내 머리를 쓰다듬는건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월하 씨가 나보다 연상인 것은 알고 있다. 23살이시고 나는 22살이니까. 그러니까 쓰다듬는걸까? 이해가 잘 가지 않아 보글보글 거품을 내면서 월하 씨를 바라보았다.
쓰다듬어지는 그 느낌이 묘하게 부끄러웠다. 뭔가...뭔가..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아무튼 그러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보글보글 거품을 내다가 얼굴을 물 속으로 빼냈다. 그리고 월하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정말.. 갑자기 쓰다듬으면 어떡해요. 놀랐잖아요. 하지만, 위로하는 거죠? 고마워요. 정말로 골치 아픈 입장은 제가 아니라 월하 씨처럼 현장에 직접 출동하는 이일텐데...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네요. 별 일 없게 말이에요."
별 일 없게. 그것은 우리 아롱범 팀에게 있어서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맡은 사건들 중 별 일 없게로 끝난 것은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나는 월하 씨를 바라보면서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절대로 무리하면 안돼요. 이번에 범죄를 저지르는 이는 생각보다 위험할지도 모르니까요."
사람을 감전시킬 정도면... 그것도 온 몸이 검게 타버릴 정도로 감전시키고도 목숨을 잃지 않게 할 정도면...보통 위험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조금 불안함이 생겨... 월하 씨에게 당부하듯이 그렇게 이야기했다.
보드가 경사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감각은, 좀 겁이 많은 사람이라면 기겁할만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괜찮았다. 본래 이런 것에 겁이 없는 타입이다. 오히려 눈 위로 미끄러지는 스릴에 쾌감이 느껴진다고 해야겠다. 아아, 그래. 스키보드란 이런 거였구나.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자신이 타는 도중 넘어지거나 하지 않아서 더욱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입에 호를 옅게 그렸다.
위쪽에서 생각보다 잘 탄다는 조금 얼빠진 목소리가 들려온 듯했다. 그 소리에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을 다시 떠올리며 스키보드를 멈추어세우고 그쪽을 올려다보았다. 대답을 하는 대신에 그냥 아까부터 짓던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기만 하였다. 말을 한 이후에 정신을 차리고 신발을 보드에 고정하고 나서 십년지기는 뒤따라 내려왔다. 나는 그 모습을 구경하듯 팔짱을 딱 끼었다.
"좋아, 경험자 선생님은 얼마나 잘 타시..."
중얼거리듯 말하다가 잠시 굳었다. 경험자 선생님은 시작하자마자 넘어지고 말았다. 조금 멍청해보일 수도 있는 무표정으로 멍하니 그 넘어진 모습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스키보드에 신발을 고정한 상태로는 어떻게 올라갈지 모르겠으니까 그냥 부르기로 하였다.
"어...유혜야, 괜찮아?"
꽤 아플텐데, 그거. 라고 걱정스레 덧붙였다. 아, 올라갈 수만 있었다면 일으켜세웠을텐데. 멍청하게 서서 바라보는 것밖에는 불가능했다.
아실리아의 말에 나는 조용히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무엇보다 좋을 것이 없었다. 설득. 그리고 그 이전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지켜보는 것. 참으로 이상적인 느낌이었다. 사실 지금 손을 잡고 있으니 아실리아는 자신의 능력. 사이코매틀리로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노리는지도 알고자 한다면 손쉽게 알 수 있었다. 능력을 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말하는 것은 능력을 쓰지 않는다는 거겠지. 그런 것을 추리하며 나는 아실리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은 무거울지도 모르는 말을... 그런 말을 입을 열어 대답했다.
"확실히 네 말대로 된다면 모든 것이 이상적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경찰인 것과 동시에 요원이야. 요원으로서 내려지는 명령도 있어. ...나는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안돼.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롱범 팀을 배신한다거나 하진 않을 거야. ...어디까지나 만약의 경우니까.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은 아니야. 그저... 요원으로서 내가 경찰로서의 자세를 배신해야 한다면... 나는, 네가 막아줬으면 하고 생각해. ...설득이건, 그런 행동을 못하게 막건..."
이어 피식 웃으면서 나는 아실리아의 손을 더욱 꼬옥 잡으면서 아실리아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눈동자를 내가 바라보고 있으니 시선이 마주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선을 마주하며 나는 아실리아를 보며 말했다.
"...걱정시킨 모양이네. ...괜찮아. 괜찮아. 나는 그런 이상적인 것도 좋다고 생각해. 당장 내가 바라는 행복한 연금 라이프도 나의 이상이니까. 연금 타먹으면서 너와 인생을 보내는 것. 내 꿈이거든. ...조금 말도 안되게 이상적이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상적인 것도 나쁘지 않잖아?"
이상적인 것. 그것은 정말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장 나만 해도, 연금 라이프만 바라보고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거니까. 그것이 없으면 당장에 그만뒀지. 연금을 타먹으면 얼마나 이상적으로 인생대비가 되는데... 미래를 위한 투자를 열심히 한다고 자부하면서 피식 웃으면서 아실리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어 이야기했다.
"불안하게 해서 미안해. ...그저 그 말이 하고 싶었어. 요원 중 하나가 범죄조직에 소속된 지금이니까. 그럼 걱정시킨 보상이라고 하면 좋을까. 자기 전에 마지막 입맞춤이라도 해줄게. 눈 감지 않을래? 아실리아? ...부끄럽다면 어쩔 수 없고."
이미, 그녀의 입술은 가져갔다. 그렇기에 굳이 억지로 고집을 피울 마음도 없었다. 그저... 그녀의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선 이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그리 생각했으니까. 나는 정말 생각보다 엄청난 욕심쟁이일지도 모른다.
원래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었던가? 나름 여유로히 곡선을 타고 내려가는 센하를 보며 유혜가 곰곰히 생각했다. 밑에서 의기양양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센하를 보며, 급하게 보드를 고정하고 경사를 내려간다. 그리고, 처참히 넘어졌지.
세상에...., 넘어짐과 동시에 흘러나온 한탄이었다. 보드를 처음 타본다는 제 친구도 저리 잘 타는데, 경험자가 보여준다는 게 처음부터 넘어지는 꼴이었다. 얼굴이 새빨개져 도저히 얼굴을 들 수 없을 것 같지만, 넘어질 때 박은 무릎이 아파 어떻게든 혼자 낑낑거리며 일어난다. 유혜는 옷에 뭍은 눈들을 툭툭 털어내며, 새빨개진 얼굴을 겨우 들어낸다.
“ ...그게, 아니... “
아, 미치겠다. 갑자기 터져나온 웃음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한참을 웃어서야 얼굴의 붉은기가 조금 가시는 듯 했다. 진짜, 어떻게 하면 처음부터 넘어지지? 창피함에서 흘러내리는 웃음은 참, 불쌍했다고 해야하나.
“ 괜찮아..., 내적으로 상처 받은 걸 빼면. “
처음에 잘 탄다는 듯 으스대지마 말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아주 천천히, 조심스레 센하가 있는 곳까지 내려온 유혜가 다시금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미소를 짓는다.
“ ...어, 너 되게 잘탄다... 그리고 이 일은 우리끼리의 비밀 인걸로, 알지... “
생각해보니, 태권도랑 유도까지 배웠다는 애가 보드 하나를 못타는 게 말이 되냐. 뼈 속까지 창피하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남들이 본다면 먼저 타고 내려간 센하가 선생이고, 내가 제자인 줄 알 듯 했다. 사실 실력적인 면으로도 그런 것 같지만. 이번에는 체면을 구길 수 없을 거 같았다. 다시 한 번 보드를 밀어 아래로 내려간다. 이번에는 과연—
시작부터 넘어져버리는 모습을 보여버린 친구는 낑낑대며 일어났다. 옷에 묻은 눈을 툭툭 털어내더니 보이는 얼굴은 새빨갰다. 하긴, 창피하기는 하겠다. 경험이 있다면서 자신만만하게 나왔으니까. 나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뜨며 조금 안쓰러운 눈빛을 하고 말았다. 유혜는 제대로 된 말을 성립시키지 못하며 중얼거리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채.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하하, 의미없는 헛웃음을 흘렸다. 한참을 웃고 난 뒤에 십년지기가 보인 얼굴은 붉은기가 조금 수그러져있었다.
"이런. 카운셀링이라도 해줘야하나. 무릎은 괜찮아?"
유혜는 조심스럽게 보드를 타고 내가 내려온 곳까지 내려왔다. 조심한만큼 이번에는 안정적이다. 그리고 어느새 그녀는 또 얼굴이 빨개져있었다. 응, 이해해. 내려온 친구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잘 탄다고 하였다. 그러고는 이 일은 우리끼리 비밀인 것으로 하자했다.
"보잘 것 없는 운동신경의 영향일테지. 아, 그리고...응, 비밀로 할게. 죄 없는 남 약점 퍼뜨리는 취미는 없거든."
피식 웃으면서 유혜의 어깨를 몇 번 가볍게 두드렸다. 유혜는 다시금 자세를 잡고 보드를 밀어 아래로 내려갔다. 이번에는 어딘가 비장한 분위기가 은근히 느껴지는데, 내 기분탓인가. 그리고 과연. 드디어 경험자로서의 실력이 나온 것인지 잘 타고 내려갔다. 나는 묵묵히 그 모습을 보다가 무표정을 지은채로 뒤따라 내려갔다.
지금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겠죠. 누굴까요. 거울에 모습을 비추어봐요.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그런지 성숙한 외모의 여성이네요. 예쁜 갈색의 머리카락은 포니테일로 묶어올렸고, 앞머리는 깻잎머리예요. 눈꼬리가 올라간 반달 눈매의 눈은 회색이네요. 피부는 투명하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하얗고, 길쭉한 몸은 말랐어요. 옅은 미소를 입에 머금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굴까요. 놀랍게도, 바로 저였답니다! 아, 방금 외모에 대한 자화자찬이 지나간 것 같지만 기분탓이에요. 절대로 자화자찬 같은 게 아니니까요. 전 나르시스트가 아니에...
안녕하세요. 호시야마 나츠미라고 해요. 라인 아이디는 starmt723이에...아니, 제가 왜 라인 아이디까지 말하고 있는 걸까요. 아무튼 지금 저는 보시다시피 엄청 들떠 있는 상태예요. 휴가를 내고 한국으로 놀러갈 거든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거예요. 내일 공항에서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일본을 떠나겠죠. 한국의 여러 명소들을 돌아다니면서 엄청 유쾌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에요. 후후,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아, 그리고 성류시도 방문할 거예요. 뭐라고 설명할까...좀 복잡한 사이이기는 한데 아무튼 지인이 거기 살고 있거든요. 아키오토 센하라는 사람. 저보다 한 살 연상이고...저도 경찰이듯이 그 사람도 경찰이에요. 하지만 다른 점은 저는 일본의 경찰이고 그 사람은 한국의 경찰이라는 점이죠. 센하는 한국으로 귀화했어요.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당황하기는 했지만, 괜찮아요. 센하는 언제나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가득찼으니까요. 언제나 자신만만한 사람이에요. 그랬기에 저를 도와줄 수 있었던 거겠죠. 그 일에 대해선 언제나 고맙게 여기고 있어요. 아아, 그 일이 아니었다면...
참, 저에 대해서 많이 모르시죠? 그럼...제 과거에 대해 말씀드릴까요. 공식적인 과거 말이죠. 좋아요, 말씀드릴게요. 저는 평범한 부모 밑에서 자라왔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본명은 타나카 나츠미였다네요. 하하. 그런데 14살 때 교통사고로 그 부모님이 죽어버려서 결국 고아원에 맡겨진 거라고 해요. 그렇게 고아원에서 지내다가 저는 지금 가족인 호시야마 가에 입양되었어요. 아빠와 엄마, 두 분 엄청 좋으신 분이에요. 상냥하시고, 부드러우시고, 때로는 엄격하시고...행운이었죠. 그 분들을 부모님으로 따를 수 있게 된 것은. 덕분에 지금의 저는 행복해요.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경찰이라는 꿈을 이루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참, 제가 속해있는 부서는 익스퍼들을 스카웃해서 모아놓은 특별부서랍니다. 아직 초창기라서 그런지 혼자서 활동하는 중 익스파를 사용할시 서장님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등 아직 제약이 강하기는 하지만, 제 능력을 이렇게 좋은 일에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역시 기쁜 일이에요. 여기까지 말한 김에 제 능력도 소개할게요. 저는 A랭크 익스퍼고요, 능력 이름은 프리 패스라고 해요. 조금 특이하게 명명하기는 했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접촉한 물체의 투과 상태를 조종하는 능력이에요. 예컨대 어떤 벽을 건들고, 그 벽의 투과 상태를 저만 통과가 가능하고 다른 이들은 불가능하게 조종해서 혼자 도주한다든지...할 수가 있다는 거죠. 어째 예시가 도주이기는 하지만, 너그럽게 봐주시기를.
그러고 보니 센하도 제가 속해 있는 곳과 비슷한 한국의 특별부서에 들아갔다고 하더라고요. 공적인 일은 비밀이라면서 제대로 안 알려주기는 하는데, 분명 많이 활약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 예전에 센하를 어떻게 부를지 많이 고민했었죠. 센하. 센하 씨. 센하 군...이해해주셔야해요. 당연히 고민할 수 밖에 없죠. 그야 센하는 과거에...
앗, 경쾌한 멜로디가 들려왔어요. 전화네요. 화면을 봐요. 서장님으로부터 온 거예요.
"여보세요. 네, 서장님! 어쩐 일이세요? 네. 네...아아, 네, 비행기는 내일 있어요. 네, 엄청 기대돼요! 한국에 처음 가는 건 아니지만 들러보지 못한 곳이나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많아서요. ...네, 오미야게 꼭 사갈테니까요. 후후. ...네? 배웅해주시겠다고요? 에이,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아니요, 감사합니다! 서장님 그리울 것 같아요. 네..."
음..떡밥이라.... 저기서 떡밥이라고 한다면 라인 아이디의 의미와 교통 사고. 타나카... 이런 것이려나요? 아무튼 상당히 밝고 유쾌한 느낌의 이네요. 아. 도주도 어찌보면 떡밥일 것 같고 그러네요. 자세한 것은 차후에 점점 풀려나가게 되겠죠.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끄덕)
>>775 ...우와...소름끼쳤다. 레주, 라인 아이디가 떡밥인 걸 어떻게 아셨어요...?(머엉) 자세한 건 나중에 밝힐 예정이에요! 아, 금방 밝힐 것 같네요. 라인 아이디 건은. 아니면 말고..(끌려감) 네, 점점 풀려나갈 거랍니다! >.0 아아, 사실 엄청 막장스러운 비설이기는 하지만...기대해주세..(뻔뻔)
다리를 펴고 일어나는 순간까지 정말 긴 시간이 지난 것만 같았다. 경험자라고 으스대더니, 꼴 좋네. 창피하다는 듯 붉어진 얼굴은 좀처럼 가라앉질 않는다.
“ 응, 괜찮아. 조금 얼얼하지만 다치진 않은 거 같네. “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하는 유혜의 얼굴은 아까보단 조금 붉은기가 가신 듯 했다.
“ 보잘 것 없다니. 적어도 나보다는 훨씬 좋은 걸. “
진심이었다. 아, 또 다시 창피함이 울컥울컥 떠밀리려는 듯 얼굴이 화끈거린다. 제 어깨를 두드리는 센하를 보며 생긋 미소를 짓더니 다시금 보드를 밀어 아래로 내려간다. 이번에는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듯 나름 매끄러운 실력으로 내려왔다. 아, 다행이다.
“ 어, 어... 센하 괜찮아...? “
그에 뒤따라오던 센하, 분명 아까와 같이 편안히 잘 내려올 것이라 생각 했는데— 센하 또한 넘어지고 말았다. 유혜는 어떡해! 를 연발해대며 그대로 넘어져버린 센하를 멀뚱히 보고있을 수 밖엔 없었다. 걸어서 위로 올라갈 수도 없었고, 조금 움직이다간 미끄러져 아래로 내려갈 지 모를 일이었으니. 그저 넘어져버린 센하를 보며 안절부절,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뿌려지는 물을 막듯 한 팔을 들어올리고 그런 정인을 또 사랑스럽다 생각하였지. 이런 말에 내성이 없는 모습이 마냥 귀여운터였다. 팔을 다시 물 속으로 내리자 당신이 조금씩 다가왔다. 물결이 일렁일수록 그의 심장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진짜, 어쩜 저리 사랑스러울까.
"....."
당신이 포갠 작은 손길이 닿자 그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여기까지 했었더라면 참 좋았을 터다. 순간 물결이 크게 일며 당신이 내 품 안에 몸을 맡기기 전 까지는. 벙찐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보다, 자신과 깍지를 낀 그 작은 손에 힘이 주어지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긴 침묵이 이어지다, 그가 나지막히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제가 인내심이 강해도..."
깍지를 끼지 않은 팔을 들어 당신을 품 속으로 끌어당겼다. 여우야, 여우. 젖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헤집기도 해보고, 붉은 뺨을 쓸어주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말랑한 입술을 쿡쿡 눌러보기도 하던 그는 마찬가지로 붉어진 뺨으로 당신을 빤히 쳐다보다 시선을 피했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근처에 놓아둔 과자를 집어 야금야금 먹는다. 이럴 때 혼자 있다는 건 참 좋아. 잔소리 하는 사람도 없고.
이제는 골반에 닿을 정도로 길어진 머리를 아무렇게나 풀어 헤치고, 팔다리를 늘어뜨린 채 멍하니 창 밖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기력함이 전신에 속속 들어찬다. 보이지 않는 늪이 나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나른하게 눈을 감으며 입술을 연다. 살짝 마른 입술 사이로 중얼거린다.
"...나는 녹지 않는 얼음으로 당신을 조각해서 두 팔로 끌어안고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내 미련함을 탓해도 돼요 가슴이 시려와도 나는 기쁠 거예요..."
후, 후후, 으흐흐흐흐......
왠지 웃음이 났다. 아하하하. 늘어져 있던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늘어진 테이프처럼 웃었다. 웃고, 천천히 손을 내리며 중얼거렸다.
"그럼. 당연히 네 잘못이지. 내 타미엘에게 나쁜 물을 들여버렸으니까.. 응.. 당연해.." 전혀 당연하지 않은 말이었지만. 에드워드에게는 진리였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진실된 말로 믿어지고 있었어요. 헤새드의 으르렁대는 듯한 목소리를 듣고는 욱했는지
"얻을 수 없다고 함부로 단정하지 마! 결국엔 타미엘은 나에게로 오게 될 거야. 그 뒤에 어떤 일이던 저질러도 다 용서해주겠지.." 예전에도 날 결국 완전히 끝내진 못했으니까.. 라고 중얼거렸지만. 힘의 차이로 못 밀어낸 거에 가까웠는데요. 게다가.. 그냥 보는 것조차 끔찍해서 본인이 도망간 것인데. 착각도 유분수지요.
"평범한 사람... 아쉬워? 역시 너희들 같은 족속들이 더 있는 게 분명해.." "분명 그 때에도 타미엘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사라진 시간동안의 카메라는 사라져 있었어.." 게다가 이번엔 타미엘이 날 그림자로 쳐 버렸는걸..이라고 중얼거립니다. 네놈도 그따위 능력으로 타미엘의 환심을 산 거야? 라고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길거리에서 말한다면 망상증 환자로 끌려가기 가장 빠른 방법이나 다름없는 말이었지요.
"어디서? 아하.. 역시 그랬어. 사이렉스. 당신은 정말 날 생각했던 거로군요.." 취조실의 그 여자가 한 말은 믿을 필요가 없었어.. 라고 중얼거리다가 헤세드의 질문에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당연히 타미엘과 같이 있던 그를 보았어. 그는 정말로 타미엘의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는 나에게 타미엘이 지닌 죄책감이 있다는 것도 말해줬고, 나에게 확신을 주었으며, 타미엘을 붙잡을 방법을 말해줬지.. 나는 인정받은 거나 다름없었어.. 라고 뭐라뭐라 중얼거렸습니다. 사이사이 내가 좀 더 능숙했더라면. 의 말이 흘러나오긴 했습니다.
"아냐. 용서해 줄 거야. 용서해 줄 거라고" "내가 사랑하는 타미엘이 한다면 그저 바라는 대로 다 들어 줬을 텐데." 부정하지만.. 그럴 리가요. 자기만의 부정입니다. 게다가. 반대로 하는 것만으로는 상황을 재현할 수 없습니다.
"어디에도? 너희같은 족속들은 분명 세계의 뒷면에서 암약하면서 날 방해하려고 혈안이 되어있겠지!" 그렇게 망상을 드러냈고. 헤세드의 손에 멱살을 잡혔습니다. 강하게 틀어잡힌 멱살은 에드워드의 생각보다 강해서 살짝 끌려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이렉스가 도와주지 않는다거나. 타미엘의 아버지 같기도 하다는 말을 듣고는 약간은 고개를 떨궜급니다.
"구..구해 줄 수 없으니까!" "사..사이렉스는 타미엘을 '저것들'이라고 칭했어." 사이렉스는 죽었어..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러다가 헤세드의 마지막 말에 버림받은 게 아니야! 라고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습니다. 악의를 타인에게 전가했으면서도 자신이 받는 것엔 취약한 것이었을까요?
"널.. 널.. 죽여버리고 싶어.. 너라도 없다면 적어도 타미엘은 나를 받아들였을 텐데.." 멱살을 잡힌 채로 손을 뻗어 맞멱살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아니. 멱살이 아니라 목 쪽으로 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느릿느릿해서..
방글 웃고 있더라도 하윤의 반응에 금세 당황한 표정이 된다. 시선을 피하려는듯하다 이어지는 말에 슬쩍 웃는다. 그제서야 손을 거둬 물 안으로 감추기 전 머뭇거린다. 제 손목을 매만지고, 주먹을 쥐었다 피며. 입꼬릴 당긴 채. 뭔가 생각하는 기색으로 있다 들려온 말에 슬쩍 고갤 든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방글이 웃어 보이곤 힘 있게 고갤 끄덕인다.
월하 씨의 지금 모습.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뭔가 당황하는 표정이었는데... 내가 이상한 말을 했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오른손을 들어 이마를 콕콕 찌르며 잠시 생각을 하면서 내가 무슨 이상한 말을 했는지 고민을 하다가 다시 월하 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절대 무리를 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긴 하지만... 묘하게 이상한 느낌. 그렇기에 도끼눈을 뜨고 월하 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무리 할 생각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즉...그렇다는 것은... 거기까지 생각이 오자 나는 월하 씨를 빤히, 정말로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더 손을 뻗어 월하 씨의 어깨를 잡고 추궁하듯이 이야기했다.
"방금 전의 모습. 아무리 생각해도 넘기기 힘들어요! 자. 여자끼리만 있는 자리니까 솔직하게 불라구요. 월하 씨!"
안 그러면 막 흔들 거예요. 그렇게 위협 아닌 위협을 하면서 싱긋 웃었다. 그냥 내가 오버 한거라면 좋겠지만...현실은 언제나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기에 보통 애매한 것이 아니었다.
어째 절 바라보는 하윤의 눈빛이 되게 따가워서. 눈을 마주한 채 있다 슬 시선을 아래로 돌린다. 들려온 말엔 잘게 웃다, 휙 하윤이 제 어깰 잡아오자 눈을 크게 뜨며 당황한다. 잠깐 동안 상황이 이해가 안 된 듯 눈을 깜빡이며. 제 어깨에 얹어진 손이며, 절 빤히 바라보는 하윤이며. 휙휙 번갈아 바라보다 들려온 위협에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휙 고갤 떨궜다가 들어 올리곤 고갤 끄덕인다. 웃음기 짙게 낀 목소리로 답한다.
"알았어요. 응. 알았으니까."
말하곤 잠깐 입을 다물다 달싹인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응. 조금은요... 아무래도 너무 팀에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서. 아쿠아리움 때도 아무것도 못했고.. 아 그렇다고 막 다쳐가면서 싸운다는 건 아니에요. 애초에 익스파부터 별로 싸우는데 도움이 되는 능력도 아니고. 응."
쇼핑몰 본인인증이 안되어서(분명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완료버튼을 눌렀는데 창이 안 넘어감) 시간을 낭비하다 어쩔 수 없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비회원으로 결제를 완료했더니.. 동생에게 컴을 뺏겼습니다.. 빨리 마무리하고 위키 정리나 할까 했더니! 이놈이 모 고급시계를 막 해대는 꼴이 맘에 안 드네요.
1. 평범하게 경찰이나 계속 한다 2. 허무함을 느끼고 결국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3. 원피스는 실존한다는 말을 듣고 해적이 되었다(?) 4. 우주 해적이 되었다(???) 5. 세상의 모든 진리를 깨우치고 섭리를 뛰어넘은 자가 되었다 6. 편하게 먹는 새우튀김을 더 이상 먹지못하게 되었다 7. 자폭해라 알트(????)
그것도 모르나요? 라고 덧붙인 헤세드가 비웃는 건지 한 쪽 입꼬리만 틀어올려 웃었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행동인 건 확실하다. 게부라는 아니다. 정말이에요? 나는 아직 주도권을 잡지 않았으니까?
"죽었다고요? 아~ 당신이 죽인거군요? 타미엘씨에게 했던 것처럼 사이렉스도 죽였던 거야. 그렇고도 타미엘에게 사랑 받길 바랐어요? 자녀에게 저것들이라고 칭했다는 사이렉스란 사람도 이상하지만, 당신은 그 이상으로 이상한 사람이에요. 죽은 사람이 당신을 챙겨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을 따르는 당신이 정말로 이상하게 느껴져요"
한 번 시작된 말은 끊어지지 않아서 그는 신랄하게 말을 이었다.
"이렇게 의견이 일치할 줄은 몰랐군요. 그렇지만, 당신에게 죽어줄 만큼 저는 성자가 아닙니다."
에드워드의 손에 채워진 수갑을 꽉 잡은 헤세드는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당신이 절 죽이려 한 것에 대한 정당방위는 해도 괜찮죠?"
주먹을 꽉 쥐고 그대로 내질렀다. 맞을지 안 맞을지 그것은 생각하지 않은 듯 했다. 네 머릿속에서 자비는 이미 사라져버렸구나. 그러니까 너는ㅡ 아니라고? 흐음. 이미 하는 행동은 그것이 없어진 것 같은데?
"가엾군요. 당신은 영원히 그 사랑을 얻지 못할테니까요. 날 죽인다고 타미엘이 그대를 좋아할 것 같나요?"
"팀에 도움이 안된다는 말 하지 말아요. 월하 씨는 저와 서하 씨가 직접 데이터를 보고 선정한 멤버이고 아빠도 허락한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우리들은 절대로 랭크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익스레이버로 스카웃하지 않는다. 정말로 잘 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믿기에.. 그렇게 생각하기에 스카웃을 한 것이다. 랭크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스카웃을 하기엔... 아무래도 우리 팀은 특수성이 매우 강하니까.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내 능력도 특별할 때 이외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되는 걸. 하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에 환하게 배시시 웃으면서 월하 씨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익스파로 싸울 필요는 없어요. 물론... 제압을 할 땐 공격적인 능력이 좋을지도 모르지만, 월하 씨는 월하 씨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예요. 그것이 무엇인지, 저는 딱 이거다 말할 순 없지만...그래도, 모두가 한 팀이기에 우리가 우리로서 존재할 수 있는거니까요. 후훗.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월하 씨."
첨벙거리는 물소리가 조용히 그곳에 울렸다. 아무래도 말을 하면서 조금 몸을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확실하게 했다. 당신은 필요없는 존재가 아니라고.. 도움이 안되는 존재가 아니라고.. 그런 말 하기 없기라고...
"경찰로서, 꼭 싸움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말하지 마세요. 알았죠?"
"빌어먹을 경찰들 같으니라고." 그 여자 때문에 잡히고 내 타미엘도 경찰이라서 빠져나가려 했고.. 경찰이랑 왜이리 악연인 것 같은가. 란 생각을 하면서 헤세드와 눈을 마주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이렉스를 죽여? 라는 말에 고개를 휙 꺾으며(샤프트각도?) 미친 듯이 키득거렸습니다.
"하..하.. 사이렉스를 내가 죽여? 그 사이렉스를? 차라리 사이렉스의 딸을 내가 영원히 가질 수 없어서 최후의 수단으로 죽였다면 모를까 사이렉스 본인을 죽이는 건 불가능해." 괴물을 죽일 수 있을 리가. 미..미친 소리 작작하시지! 라고 소리는 쳤지만. 솔직히. 미친 소리는 그쪽이 하고 있지 않던가요?
"아니. 죽인다면 아마도 타미엘은 부서지지 않을까?" "피해자들을 위해서 사라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나의 타미엘이 견딜 수 없도록 한다면.. 부서뜨려서라도 가질 거야.. 가질 거라고.." 그 피해자들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그 때의 정말 부서지기 직전의 그런 모습이라도 정말 아름다웠던걸. 깨진 유리처럼 반짝거리는 모습도 정말로. 눈을 빼앗고 마음을 빼앗았지.. 헤세드에게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쿨럭거리면서, 그렇게 크륽대는 갈라진 목소리로 주장했습니다.
"정말로. 죽여버리고 싶어." 주어가 불분명한 말을 하며-헤세드에게 달려들지 않는 걸 보면 주어는 아마 타미엘이지 않았을까요?
너의 품 안으로 조금 더 깊숙히 들어가, 내 가슴이 빠르게 뛴다. 너의 그 작은 행동, 내 머리카락을 헤집고, 달아오른 뺨을 쓸어주고,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쿡쿡 누르다 이내 나와 같이 발간 꽃을 피우곤 시선을 돌리는 네가, 너무 예쁘고 설레면서도, 똑같이 꽃을 피운 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우리 너무 똑같이 빨개졌다..."
이런것까지 비슷하지 않아도 되는데, 실없는 소리가 나왔다. 너와 나, 우리가 닮은 점을 하나 발견한 것. 그게 마냥 좋다.
"쪼금만, 쪼금만 더. 이라고 있자."
내가 좋아서 그렇데이. 이건 너에게만 보여주는 거야, 붉어진 뺨 위로 활짝 웃음을 그려냈다.
"이해? 이해..그래. 아해해봤자 아무 소용없을 거야!" 헤세드를 보고 이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이 고개를 기울였습니다.
헤세드가 말한 것처럼. 에드워드는 괴물로 떨어져버렸습니다. 손을 잡지 말았어야 했어.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런 말이 있었던가요? 나락 위에 서 있는 사람의 손짓에 한발짝만 다가가도 그건 이미 사로잡힌 것이라. 나락에 떨어져버린다.. 라는 말.
"타미엘이 물건이 아니야? 당연한 거 아니야? 타미엘은 그저 원하는 말만 계속 하면 될 뿐이야. 인형이면 그걸로 된 거였는데!" "그래서 더 싫어! 어째서 인형이 제멋대로..떠나버린 거야?" "너 같은게 어떻게 타미엘의 마음을 잡은 거야! 타미엘을 홀로 내버려두게 될 거면서!" 이제는 논리는 커녕 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매도하는 듯 쏟아내는 것 같군요. 누굴 죽일 거냔 물음에 실실 웃으면서
"인형이지. 용도부터가 그러려고 만들어진 거니까." 태도가 많이 다르니까요. 인형이니 뭐니. 라고 말하면 당연히 반발이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 헤세드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하자 킬킬 웃고는
"대화? 대화를 했던가? 바보같은 생각을 너무 늦게 깨달은 걸까.." "너 또한 타미엘을 인형처럼 취급하게 될지도?" 평행선을 달린 걸 대화라 인식하지 않은 건지. 그냥 헤세드가 싫고 끔찍스러워서 부정한 건지. 어쨌거나, 대화라는 건 성립되지 않았지요. 하지만 헤세드가 하는 말을 계속 들으며 표정이 일그러지는 건 참지 못했습니다. 증거? 정당방위?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한다고? 누가 그렇게 되도록 둘 것 같아?" 그렇지만. 아무래도 벗어나긴 힘들 것 같지 않을까요? 잡아당겨지듯 멱살을 잡혔지만 더 맞던 말던 이젠 아무 느낌조차 들지 않기를 바래요. 어차피 두번 다시 나오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 없이 탁 털어지는 수준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데이터라. 대체 무슨 기준으로 잘난 거 하나 없던 절 뽑았냐 싶다가도, 배시시 웃는 하윤의 표정에 다시금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휘 다릴 흔들다 살짝 고개를 숙인다. 그때 아쿠아리움 때처럼? 숙인 고갤 슬 기울이곤. 눈을 깜빡인 채. 잠깐 동안 시선을 발치에 두다 들어 올린다. 한 팀. 작게 소리 내 중얼거리다 방글 웃는다. 고갤 느릿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