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내 뺨을 부비고, 내 뺨을 부비고 내 이마에 입 맞추는 너의 그 모든 행동에, 내 심장은 기쁨에 터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너와 눈이 마주쳤다. 너의 눈은 예쁘고 선명한 녹색이어서, 보는 내가 되려 기분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짧은 순간마저도 놓치기 싫어서, 너의 모습을 온전히 나의 눈에 담으려 했다.
"에?"
너의 집에서 자고 가도 되냐는 물음에, 너는 잠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슬쩍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너의 모습에 행여 내가 과한 부탁을 한 것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던 너는 나를 마주보더니 나를 안아올려 그 위에 앉혔고, 나는 놀라 얼빠진 소리만을 내뱉었다. 어, 어어... 그,그그그,그러니까아...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느낌에 괜히 너의 품 안으로 꼼지락꼼지락 파고들었다.
"그, 갑, 자기, 어, 으으으..."
내가 하고싶었던 말은 갑자기 그러면 어떡해, 였지만 머릿속이 버벅거린 탓에 문장이 되진 못했다. 무, 물론 이것도 좋지만... 아으 몰라!
//씻고 잠깐 누웠는데 그대로 졸아버렸다 깼네요 (˚ ˃̣̣̥Д˂̣̣̥ ) 이놈의 만성피로...
//손크기 차이... 지현이가 주먹쥐면 로제가 감싸듯 손 잡는것도 가능할 것 같아요 상상하니까 너무 좋다(*°▽°*)
딱딱하게 인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앨리스의 말에 지은은 활기차 보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래로 깔았던 눈을 치켜 슬쩍 앨리스를 바라보고 역시 부끄러운지 다시 눈을 깐다.
"에이. 그건 오퍼레이터님들이 하라는 대로 한 것 뿐인걸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성공했으니까요. 멋있었어요!"
설마 자신을 칭찬할 줄은 몰랐다는 듯 고개를 격렬하게 흔들었다. 지은은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시선을 회피하느라 앨리스가 자신의 흉터를 보고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어진 앨리스의 말에 순간 자신의 눈을 가리던 손을 멈칫하고 느릿하게 내렸다. 이제는 확연히 보이는 화상자국이 머리카락이 있을 부분까지 이어져있었다. 속으로는 가발이라도 쓰고 온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읊조리던 지은이 앨리스를 쳐다보았다. 미인이었다. 지은은 축 쳐진 목소리로 앨리스에게 답했다.
"하지만 보기 추하잖아요. 선배님에게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역시 죄송합니다."
물론 그녀도 지은이 자신을 어려워한다는 건 알고있다. 그래서였을까? 최대한 자신과 눈을 맞추고 똑같은 위치에서 이야기하기를 원했다.
"하하, 멋있다니 고마워요. 물론 지은씨가 한 행동 중에서 오퍼레이터들이 지시한 것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성공적으로 이행한건 지은씨잖아요?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앨리스는 그녀의 흉터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그녀로썬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얼굴의 반이 이렇게 될 정도라니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이거 아세요? 세상에는 보기에는 괜찮아도 속은 썩어 문드러진 사람들이 넘처난다는 걸요. 우리가 상대했던 익스퍼도 외관은 멀쩡했지만 속은 썩어 빠진 인간이였죠, 인간의 겉모습이 과연 몇년이나 갈까요? 10년? 20년?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그렇지 않아요. 착한 사람은 죽고나서도 후대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죠. 당신의 모습이 어떨지라도 당신의 마음은 매우 아름다워요."
그녀의 말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말 하나하나가 그녀에게 지워지지 않을 큰 상처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자신을 존경한다고 말했으니...물론 침묵도 방법이긴하나 지금 상황에서 침묵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품 속에 안겨 얼빠진 소리를 내는 당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볼에 가득 만개한 복사꽃이 당신을 더욱 예쁘게 만드는건 알까, 품 속으로 파고든 당신의 등을 부드러이 쓸어주곤 바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날이 추우니 빨리 들어가자꾸나, 어여쁜 당신이 혹여 감기라도 걸리면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플테니.
"불편하지는 않죠?"
바퀴를 움직이며 아파트 내부로 들어설 때 까지, 불편하진 않을까 걱정어린 시선으로 당신을 몇번 바라보곤 웃었다. 말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했던 당신에게 답하듯,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곤 당신의 등을 한 손으로 안고선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였다.
"너무 예뻐서 그랬어요."
귓바퀴에 가벼이 입술을 대었다 떼고 입꼬리를 휘었다. 어쩜 이리 사랑스러운지. 이내, 가벼이 등을 쓸어주고 그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비록 존경하는 선배라도 노천탕에서 만나는 것은 부끄러웠다. 이제는 귀까지 빨게진 지은이 손을 휘적거리며 얼굴을 돌렸다. 비록 수건으로 몸을 다 가리고 있다 하더라도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것이었다. 평소 사교성이 좋은 지은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칭찬은 감사드려요."
아까보다는 옅어진, 그래도 노천탕의 열기 때문인지 붉그스름한 색을 띠는 얼굴을 하고 감사의 말을 한다. 그리고 지은은 앨리스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점점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앨리스의 말이 끝나갈 때쯤에는 평소의 밝은 그녀로 돌아온 지은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앨리스 선배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행이네요. 상냥하시기도 하셔라... 역시 당당해지려고 해도 이 흉터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안좋은 기억이라도 떠오른 걸까 지은은 씁쓸한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그 씁쓸한 미소도 잠시 곧 다시 밝은 미소로 돌아와 앨리스에게
"절 위해서라도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덕분에 기분이 이렇게 좋아졌네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의 음울한 생각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오랜 세월간 받아온 상처는 쉽사리 치료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지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은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고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앨리스의 몸은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모델로 착각할 만한 몸매였다. 그에 비해 평범한 지은의 몸은... 평소에 딱히 관심쓰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노천탕에서 보니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던 것이었다. 지은의 복잡한 표정과 함께 앨리스를 바라보는 무습이 뾰로퉁했다. 자신도 저렇게 크고 싶었는데 고등학교때 160 중반에서 멈춘 키에 포기했었다. 잊고 지냈는데 이렇게 키큰 사람을 보니 다시 옛 소망이 떠오른 것이었다. 지은은 선배님이 듣지 못하도록 작은 한숨을 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역시 부럽네요~"
어색한 웃음이었다.
"좋아요. 저 맥반석 계란도, 식혜도 좋아해요! 엣날에는 목욕탕갈때면 매번 먹었는데 바쁘다 보니 요즘은 별로 못먹었네요. 선배도 맥반석 계란이랑 식혜 좋아하시나요?"
서로간의 공통점이 언급되자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띄우고 하이텐션으로 물었다. 온천탕의 열기때문인지 단순히 흥분해서인지 양 뺨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지은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왼쪽은 흉터로 얼룩져있지만 오른쪽은 그 나이때 젊은 이들 답게 주름하나 없이 깨끗했다. 아무리 관리를 한다지만 나이는 못 속인다. 나잇살에 조금씩 생겨나는 주름과 떨어져가는 체력은 아직 젊음을 누리고 있는 이들을 질투하게 만들었다. 일단 능력 덕분에 살은 그리 찌지 않지만 확실히 옛날 보단 몸무게가 늘었다.
"젊은 게 좋은 거예요. 젊은 게 좋아요..."
'뮤지컬에서 남자배우가 이런 대사를 했지 아마? '숨긴다고 없어지나 흰머리가?' 아아, 나이는 32살 남자친구도 없고 가장 최근에 사귄에 10년 전쯤이지 아마...이러다가 노처녀로 평생 사는게 아닌 지 몰라...'
생각보다 쉽게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말에 동의를 했다. 앨리스가 유심히 지은의 얼굴을 쳐다보자 지은도 그것을 깨닫고 다시 멋쩍은 웃음과 함께 얼굴을 붉혔다. 분명 자신의 흉터를 가려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앨리스의 앞에서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라고 생각하며 홀로 자신의 변화에 감탄할 무렵 젊은게 좋다는 앨리스의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 그런가요? 전 아직 잘 모르겠네요. 아직은 좀 더 크고 싶고. 뭐라고 해야할까, 어른스러움? 멋있잖아요. 물론 저도 어른이지만요."
지은이 속편한 소리를 해대며 노곤노곤한 온천의 기분을 한껏 느끼고 있었다. 따뜻한 온천이야 말로 자신의 피로를 완전히 풀어주는 것 같았다.
"역시 좋아하시는 군요! 이상하게 맥반석 계란은 이런 곳에서 먹어야 제일 맛있더라고요. 다른 곳에서 먹었는데 목욕탕에서 맛이랑 너무 다른 것 같아서 실망한 기억이 나네요."
행복한 표정을 짓던 지은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온천탕에 기대고 있던 자신의 상체를 들어올렸다.
"지금 먹으러 갈까요? 곧 있으면 폐점시간이니까 빨리 가지 않으면 문을 닫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