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 범죄자를 인명피해 없이 재산피해만 남기고 체포한거라면 정말 다행이라고, 내 경찰경력 7년이 말해주고 있다. 휴, 끝나면 휴가라도 내야겠어. 진짜 힘든 범인이었다. 마무리는 유혜에게 맡기고, 나는 다가온 로제에게 다친곳은 없다면서 살짝 웃어보였다. 다치진 않았지만, 진이 다 빠진다.
"저희 할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누구나 태어날때부터 악한 사람은 없다. 그러니 누구나 다 자신의 죄를 씻고 새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데요. 요즘 당신 같은 쓰레기를 보면 그게 진짜 맞는 말인가 회의감이 들어요."
앨리나는 내심 그때 황화수소를 뿌리지 않고 저항할 힘, 아니 저항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남겨뒀으면, 합법적으로 '어쩔 수 없이' 사살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물론 같이 하신 말씀 중엔 이런말도 있었어요. 아무리 죄를 범한 사람이 새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의 죄를 씻으려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한다고요. 주위를 둘러보세요. 참 많이도 해드셨군요. 당신이 저지른 죄 중에서 아직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죄도 있을테니...흠...그래요. 평생 감옥에서 썩게 되겠군요. 감옥에서 자신의 죄를 뉘우쳐 새사람이 되길 기도하죠. 물론 밖엔 못 나오겠지만요"
모든 것의 종결이었다. 팀원들의 협력 덕에 화마는 순식간에 사그라들었고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미친듯이 불꽃을 피워내던 남자는 볼품 없이 쓰러져버렸다.
“ ...네, 고마워요. 서하씨. “
익스퍼용 푸른색 수갑이 유혜의 손에 들렸다. 이 수갑으로 저 남자를 잡는 순간을 얼마나 고대해왔던가.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꿈만 같았다.
“ 처음에는 당신을 죽이는 것만이 진정한 복수라고 생각했어요. 불공평하잖아, 십 년전 어린애는 아직도 그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가는게. “
불안정하게 떨리는 목소리는 곧 안정을 되찾는다. 유혜는 천천히 그 발걸음을 남자에게로 향하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떼내었다. 당신을 잡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이 자리에 올라와 속으로 몇 백 몇 천번이나 당신을 죽였었다. 왜 그랬냐 소리쳐 울고, 욕을 하고, 미친사람 처럼 웃어댔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당신을 향한 복수심이 나를 더 깊은 심연으로 옥죄어갔다는 사실 외에는, 나는 여전히 울기만 하는 열댓살 여자애일 뿐이었지.
“ 당신은 모를거야, 지금 내 기분이 얼마나 미칠 것 같은지. 당신같은 인간은 모르겠지, 당신은 패배했고 나는 승리했으니까. 안그래? “
그 말을 끝으로 유혜는 남자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아, 끝났구나. 당신도, 나도. 모든 것이.
머리를 한 대 맞은 한올은 발악하면서 마구 울부짖으면서 수갑을 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 수갑은 도저히 풀릴래야 풀리지 않았다. 이어 온 몸을 다친 렛쉬가 조심스럽게 앞발로 한올의 머리를 때린 후에,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왈! 왈! 소리를 짖었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어딘가에서 멜로디가 들려왔다. 그것은 낯익은 이에겐 상당히 낯이 익은 멜로디였다. 저 높은 타워에서 또 다시 빛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리크리에이터]의 빛이었다. 주변 사람들을, 정확히는 익스퍼가 아닌 사람들을 잠재우고 해당 사건에 대한 모든 기억을 없애버리는 그 빛이 발동하고 있었다. 그 하얗고 편안한 빛과 멜로디는 성류시를 덮고 있었다. 조용히... 조용히...
"...또 리크리에이터. ...여러모로 스케일이 큰 사건이긴 했지만..."
"......"
"야. 하윤아. 왜 멍 때리냐?"
"아..아니요. 역시, 이 멜로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이어서.."
".....?"
무슨 의미인지 모를 소리에 서하는 하윤을 의아하게 바라보았지만 곧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모두에게 통신을 보냈다.
"일단 김호민 경위는 잠들어버릴테니까, 일단 그 범죄자는 서장님이 처리할 예정이에요. 모두들 정말로 수고 많으셨어요. 귀환해주세요."
이제는 귀환을 할 시간만이 남았다. 또 하나의 커다란 사건을 해결한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에게 있어서는 아주 큰 성과일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유혜일지도 모른다. 10년 전, 그 사건은 깔끔한 해결이 이뤄지진 않지만 적어도 10년의 시간이 흘러... 그녀를 괴롭히던 사건의 범인은 그녀의 손으로 체포되었다. 남은 것은 그 범인이 심판을 받는 것 뿐.
남은 것은 그녀가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는 것 뿐이었다. 리크리에이터는 조용히, 조용히 멜로디를 내면서 이 사건 자체를 지우고 있었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천천히...천천히... 하지만 아롱범 팀의 모두는 그 기억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유안의 딱딱한 반응에 지은은 움찔하고서는 자판기에서 비켰다. 역시 인간관계는 힘들다고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잔뜩 풀이 죽은 분위기로 하품을 하고 있는 유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방금 유안의 호의에 자신도 모르게 기대하고 말았던것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타인의 호의에 쉽게 반응하는 것도 자신의 문제점 중 하나였다. 다음부터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아야겠다고 자신과의 약속을 했다. 오늘따라 자신답지 않은 실수를 많이 한다고 자신만의 자책에 빠진 지은은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유안의 눈과 마주친지 긴 시간이 되지 않아 자신도 돈을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급하게 주머니에서 동전지갑 꺼냈다. 주황색을 바탕으로 고양이귀가 달려있는 동전 지갑이었다. 주섬주섬 지은도 천원을 꺼내 자판기 투입구에 천원을 넣었다.
"괜찮아요. 오히려 우리에겐 좋죠. 후훗. 애초에 이걸 노리고 그 사내에게 일을 시킨 것이기도 하니까요. 정말 예상대로 크게 움직여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리크리에이터를 발동시킬 정도로 큰 사건.. 정말로 좋죠. 광장을 통째로 불태우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정도의 사건. 단순하지만 나쁘지 않은걸요."
베타. 민다혜는 통신기로 들려오는 알파, 박샛별의 목소리에 태연하게 대응했다. 지금도 리크리에이터는 돌아가고 있었다. 성류시 구석구석을 빛으로 비추면서 정말로 조용하고 고요한... 마치 자장가를 떠올리는 듯한 멜로디를 연주하며 익스퍼가 아닌 사람들을 잠재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간이 익스파 탐지기가 작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서치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SSS급 익스파의 파장이었다.
"...일단 위치는 어느정도 서치가 된 모양이지만, 좀 더 그 근방을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지."
이어 다혜의 통신기로 굵고 낮은 톤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다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동의를 하는 느낌일까? 이어 그녀는 특유의 여유로운 목소리를 내면서 이야기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델타는 개인 사정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저와 알파, 그리고 감마. 3명이서 조사하고 있잖아요? 못 찾을리가 없어요. 하지만, 역시 그 아롱범 팀의 시선을 더 끌 필요는 있어요. 슬슬, 그 사람을 보내시는 것이 어떠세요."
"...그럴 참이다."
"그럼 그 부분은 잘 부탁할게요. 감마. 후훗."
"...알았다."
이어 통신기의 통신이 끊어졌다. 무엇을 노리고 있는진 알 길이 없지만 다혜의 표정은 상당히 서늘한 느낌이었다. 이어 그녀는 눈앞의 연구시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비릿한 목소리로 작게 웃음소리를 내면서 이야기했다.
"일단 이 연구시설부터 조사를 해볼까? 후훗. 과연 어디에 있을까? 꽁꽁 숨긴다고 해도...도망칠 수 없어. 우리들의 송곳니에선 말이야."
겨울바람을 연상시키는 서늘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뒤로 하며 다혜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무엇을 노리는진 알 길이 없지만, 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핸드폰에 감지되고 있는 파장의 흐름에 고정되어있었다. 마치 그것을 이용해서 뭘 찾으려는지... 그녀는 그 근방을 계속 서성였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작은 발소리를 내면서....
지은이 꺼낸 동전지갑은 지은이 쓰고 있는 가발의 색과 비슷한 듯, 귀여운 디자인이었다. 고양이를 모티브로 했는지 세모난 귀가 달려있다. 하지만 그런 독특한 동전지갑의 모습에도 유안은 별 감흥이 없다는 듯 그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뜰 뿐이었다.
"글쎄요..."
지은의 물음에 팔짱을 낀채로 자판기 음료수들을 지그시 응시했다. 일단 포카리스웨트는 제치기로 했다. 그렇다면...
"요즘 콜라도 맛있다고 하더군요."
라고 중얼거리더니 손을 천천히 움직여 사이다 밑의 버튼을 눌렀다. 아니, 콜라 이야기를 하더니. ...어쩌면 이런 논리일지도 모르겠다ㅡ자신은 콜라가 맛있는 것 같다고 했을 뿐 콜라를 먹겠다고 한 적 없다...같은 거. 하지만 유안의 얼굴에서 딱히 얻을 수 있는 힌트는 없었다. 무미건조한데 그러면.
모든 것은 끝이 났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의 결말처럼, 나쁜 인간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는 일 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의 뒷 이야기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채워넣으면 되었을 일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가 남지 않은 사람에게는 과연 무엇이 남는단 말인가?
사건이 끝난 뒤의 아롱범팀 사무실은 평화 그 자체였다. 꽤나 골머리를 썩히던 인간이 잡혔으니, 그녀를 그리도 옥죄이던 사슬을 끊어내었으니 행복할 법도 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어쩐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과연 나는, 올바른 길을 선택한 것일까. 십 년을 꿈꿔왔던 순간이었고 미친 듯이 갈망했던 장면이었다. 나의 인생을 모두 바칠 만큼 소중한 목표였다. -필요하다면, 나의 모든 것까지. 마음 한 구석이 시큰했다. 분명 그 남자를 두 눈으로 마주하고 직접 수갑을 채운다면 이 썩어빠진 길이 분명 아름다운 꽃밭이 될 것만 같았다. 앞으로도 행복한 인생을 살고, 당신들을 이제야 당당한 얼굴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 죽였어야했나... “
유혜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입을 다물어버렸다. 속에서 속삭이던 말이 밖으로 튀어나올 줄은 몰랐던건지,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유혜가 사무실 밖 복도로 걸음을 옮겨버린다. 건조했던 공기를 벗어나 시원한 겨울공기를 맞이하는 기분은 좋았지만, 이 답답하고 아려오는 기분을 밀어낼 수는 없었다. 한 순간에 나의 ‘목표’가 사라진 허탈감이었을까. 참 끝까지 자격이 없는 인간이었다, 나는.
“ 유안씨? “
복도에 기대어 한참동안 머리를 식히던 유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저번 사건 때 자신의 파트너를 해주었던 유안이었다. 유혜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불러 세우고는,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간다.
콜라를 아닌 사이다를 누르는 유안의 모습에 혼란이 온 지은이 눈을 깜빡이며 사이다와 유안을 번갈아 보았다. 뭐지, 신종 개그인건가 싶어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로 어색하게 웃는다.
”그럼 전 역시 포카리스웨트를 마셔야겠군요.“
익스퍼들이 사용하는 자판기치고는 지나치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며 포카리스웨트 밑의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판기 밑에서 포카리스웨트가 떨어져 들려야할 둔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라?“
당황한 지은이 다시 포카리스웨트를 여러번 눌렀으나 자판기는 반응이 없었다. 지은이 재빠르게 투입된 금액이 적혀있는 판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1000원이 아닌 0원이라고 적혀있었다.
”이런, 먹혀버렸군요. 제 돈.“
뭐가 문젤까 싶어 자판기를 몇 번 툭툭 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보였다. 지은은 화풀이라도 하려는 듯 자판기를 세게 한번 툭 쳤는데, 놀랍게도 아까 들렸어야 했던 소리가 이제야 들렸다. 그것도 하나의 소리가 아니었다. 다리를 쭈그리고 자판기 아랫부분을 확인한 지은이 놀랐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눈을 느리게 깜박이며 시선을 목소리의 주인에게로 향했다. 이번 사건에서 일시적으로 파트너로서 있었던 유혜였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를 무슨 용건이냐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윽고 미소와 함께 따라오는 말은, 파트너를 해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말, 그리고 큰일날 짓은 저지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말이었다. 아아ㅡ라는 나지막한 감탄사를 흘리면서 몸을 제대로 돌려 유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는 범죄자를 싫어하니까요. 그 길을 걷지 않으신 점은 훌륭합니다. 아주 훌륭해요."
선명한 목소리로 다소 과장스럽게 말하는 유안의 얼굴에 아주 희미하기는 하지만 미소가 살짝 보인 듯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곧바로 무표정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무표정으로 돌아오더니, 잠시 유혜의 표정을 보다가, 시선이 약간 공허해졌다. 차가운 분위기도 섞인 듯하다.
"...뭐, 솔직해집시다 누님. 사실 죽이고 싶으셨죠?"
사족없이 직구로 덧붙인다. 어조가 약간 비꼬는 듯했다. 이런 곳에서 꼭 통찰력이 발휘되는 유안이었다. 쓸데없이.
그리고 간혹 소외감을 느낀다는 분에게 스레주로서 큰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스레주로서 뭔가 더 이것저것 챙기고 신경써야하는데.. 그리고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 저는 부족한 모양입니다. 스레주가 좀 더 노력해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로 죄송한 바입니다.
유혜가 얄팍한 미소와 함께 대꾸했다. 순간 유안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비친 듯 했지만 이내 사라지고 만다. 유혜는 그런 유안의 무표정을 가만히 응시하더니, 공허해진 시선에서 차갑게 식은 분위기를 읽어낸다. 유혜는 하릴없이, 그 흐릿한 미소로 그를 바라 볼 뿐이었다.
“ ...뭐, 유안씨에게 숨겨서 어쩌겠어요. 솔직하게, 네. 그랬어요. “
피식 웃음을 지으며 유혜가 뒷통수를 긁적였다. 보기 좋게 들통났네. 그 공허한 눈동자 앞에서는 무얼 숨기려해도 숨기기가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다. 눈치가 빠른 그에게서 암만 거짓말을 해봤자, 들통날 것이 뻔할 일이었지.
“ 그치만 금방 그만 둬버렸어요. 내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보이면 서하씨나 유안씨나, 막으려 들 것도 뻔하고. 그리고... “
유혜가 말끝을 천천히 흐렸다. 차마, 죽이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 비겁하게도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라고는 말 할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복수를 핑계삼아 온갖 불행한 척은 다 하고 독기를 품은 듯 사는 사람이었지만, 정작 그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복수라는 칼보다 자신의 안위가 먼저였던 사람이었다. 비겁하고, 비열한. 남자를 만난 순간 자신을 위해 대신 죽어가던 아버지가 제 눈 앞을 스쳤음에도, 그녀는 칼을 쥘 수 없었다.
“ ...유안씨야 말로, 왜 그때 그렇게 달려든거예요? 큰일 날 뻔 했잖아요. “
유혜가 제 오른편에 있은 아롱범팀 사무실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이내 그 시선을 유안에게로 가져오며 입을 열었다. 유안이 내게 말을 돌리는 거냐며 꼬투리를 잡는대도, 무어라 할 말은 없었다. 그저 커피의 뒷맛 같은 미소로 그를 보며, 그녀는 입을 다문다.
조용히 몸을 굽혀 자신이 고른 사이다를 꺼내었다ㅡ덤으로 이번에는 전과 같은 불운이 따르지 않은 점에 대해서 살짝 감사하며ㅡ. 몸을 다시 일으키면서 지은의 그럼 자신은 포카리스웨트를 마셔야겠다는 말에 영 애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말리지는 않았다. 이 자판기는 그 때의 자판기가 아니니까.
"...어..."
...분명히 아닌데. 지은이 고른 포카리스웨트가 나오지 않는다. 그 때와 같은 상황. 당한 사람이 다를 뿐... 돈이 먹혀버렸다며 툭 내뱉는 그녀의 모습을 조금 멍청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지은은 별 반응없이 자판기를 툭툭 쳤다. 이럴 때는, 동정인가. 동정을 해야하는 건가. 무펴정인채 눈동자를 살짝 굴리는와중 마음속에서 그런 목소리가 소리를 높였다.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ㅡ우와, 한 개가 더 나왔어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자판기를 한 대 세게 때리면 두 개가 나온다? 예전에 자신이 그 자판기에 발길질 했을 때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는데. 더욱 혼란스러움을 느끼다가 아무튼 정신을 바로잡았다. 무감정한 얼굴로 대답을 툭 내놓았다.
어서 오세요! 아실리아주! 좋은 밤이에요! 어...그리고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그냥 생각을 해보니까 아실리아주가 서하와 일상을 돌린 것이..제 기억상..아마.. 1달 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서..그러니까 12월 이맘때죠. 그래서..혹시 시간 괜찮으면 한번 돌려보지 않겠냐는 것으로 물어본 거였는데.. 일단 서하도 보고 싶어하실 것 같고 말이에요. 음... 너무 신경은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자신의 짐작을 확인받은 유안은 여전히 무표정인채로 무게없는 말로 대답한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죽일 생각을 하다가 그만둔 것에 대한 이유를 나열하려는 듯하다가 '그리고...'에서 멈추어버린다. 그러더니 어째서 유안이 그 때 달려든 것인지에 데해서 물어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말을 돌리는 것이다. 밝히기 어려운 생각인 건가. 순간, 유안의 마음속에서 두 가지 무언가가 갈등하였다. 참견하느냐, 마느냐. 사건 전의 자신이었다면 큰 고민없이 후자를 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범죄자 씨를 보면서, 조금 심경의 변화가 일어서 말이야...
"저번에도 비슷한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제 자신을 혐오합니다."
주저없이 자신을 향한 조롱 섞인 소리를 툭 내뱉어 유혜의 그 질문에 답하였다. 본래 자기자신을 싫아하는 티를 숨김없이 내는 유안이었기도 했지만, 과거를 반쯤 밝힌 유혜 앞이었기에 더욱 노골적인 듯했다.
"뭐, 한박자 정도 뒤로 가서...이유, 거기까지만 말씀하시면 제재 당할 것이 두려워서 살인에 대한 생각을 그만둔 사람이 되는 걸요. 그에 대한 감상은 생략하겠습니다. 더 덧붙이고 싶으신 것, 정말로 없습니까?"
평소의 다소 거만한 분위기로 말했다. 유혜를 묵묵히 응시하며 외투의 주머니속에 두 손을 넣었다.
그런 농담도 할 줄 아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서 "글쎄요. 별로 웃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지만요."라고 애매하고 무뚝뚝한 대답을 내놓았다. 아무튼 지은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운 좋게 얻은 두 개의 포카리스웨트 중 하나를 자판기 위에 올려두었다. 저건 아무에게나 나누어주면 되겠다면서. 그런 지은의 모습에 아무래도 좋다는 표정으로 핑거스냅을 하여 자신과 지은의 입의 냉각 차단을 풀고, 사이다캔을 따서 한 모금 마셨다. 시원한 맛이 느껴졌다.
"저는 꿈에서도 경험 못할 일이지요. 불운은 일상다반사이니까요."
무뚝뚝하게 대꾸하고는 다시 한 모금 마셨다. 한쪽 손은 허리춤에 올리고 뒤로 휙 돌았다. 무표정인채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뭐, 이제 슬슬 돌아갈까요. 가면서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의 시간을 가지도록 합시다."
뒤늦게 느껴지는 탄산에 표정을 살짝 찌푸렸다. 이번에도 지은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발걸음을 먼저 옮겼다.
>>151 그것이 메이비주가 말하는 징징인건가요?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몸이 아프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오히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스레에 오시는 것이 스레주에게 있어서는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요.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음...몸이 안 좋으면 꼭 병원에 가시고..좀 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스레주는 말이죠. ㅠ
유혜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이성을 잃고 범죄자에게 달려들었을 때, 유안에게 온 감각을 차단 당하고 서하에 의해 서로 옮겨지는 꼴을 생각하니 쿡쿡 웃음이 새어나온다. 어차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지.
덤덤한 유안의 대답에 유혜가 두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일부러 그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기라고 했단 건가, 유혜는 자세를 바로 고쳐 다시금 시선을 유안에게로 옮겼다. 아마도 유혜는 어떠한 단어가 가장 적절할 지에 대해서 고민 중인 거겠지.
“ 그런가요... 하지만, 저나 우리 팀 팀원들이나. 유안씨가 그렇게 무모히 죽음을 각오하고 뛰어 드는 건 원치 않으니까요. “
더이상 주변인의 죽음을 보고 싶진 않았다. 유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은 채, 유안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더 묻는 행위도, 그의 말에 그 어떤 감정이 섞인 대답을 내놓는 것도. 그에게 좋을 일은 아니었으니.
“ 제가 어떤 말을 덧붙여야 할까요. “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퍽 진지했다. 그녀는 검은 눈동자로 그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굳이 변명하고 싶진 않았다. 남에게 거짓 된 나를 보여줘봤자 거짓 된 나는 나를 좀먹을 뿐이었고, 고통은 오롯이 그녀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살인을 저지른 후 따라 올 문제들을 떠안기 무서웠고, 두려웠다. 입으로는 복수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을 듯 으스댄 주제에 결국에 동앗줄을 내려 주어도 그 줄이 끊어질까 무서워 잡는 것도 포기한, 비열한 인간. 그게 바로, 나였으니까.
“ ...유안씨가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굳이 반박하진 않을게요. 아마 유안씨가 생각하는 것들이 정답일테니. ...실망하셨나요? 이런 모습에? “
>>153 사실 유안주도 막레에 좀 서투른 편이에요. 선레도 그렇고...(막레는 끝을 맺는 레스 길게 쓰기 어려워서)(선레는 상황 생각해내는데 아이디어가 딸려서)(...) 아무튼 일상에 부담 가지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상대가 유안주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돌립시다! ><
”웃으라고 한 이야기가 아니라고요? 뭐, 어때요 전 재밌었습니다. 어쩌면 선배님이 그런 말을 하셔서 재미있는 걸 수도 있죠. 의외로 그런 것에 재능이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유안의 핑거스냅을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투명화 말고 저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꽤나 유용할텐데.
유안의 불운을 알 턱이 없는 지은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딱히 정확한 정황까지는 알고 싶지 않았다. 지은은 대충 운이 좀 안 좋을 걸까 어림짐작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포카리스웨트 한잔의 여유를 즐기려던 지은은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떠나려 하는 유안의 모습에 허둥지둥하며 자판기 위에 올려놓은 포카리스웨트를 챙겼다.
”너무 빈둥거린 걸까요... 신입인데.“
그제야 자신이 첫날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로 이렇게 땡땡이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이었다. 괜히 붉어지는 얼굴에 포카리 스웨트를 한모금 더 마시고 유안을 따라갔다. 저런 배려 없는 태도에도 이상하게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은에게는 편하게 느껴졌다. 상대의 배려는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 중 하나였으니. 유안의 말을 질문을 받아주겠다는 말로 해석한 지은은 유안에게 떠보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저런 사건이 많이 나는데도 용케도 익스퍼에 대한 것을 일반 시민들은 모르네요.“
좀 두껍게 입고올걸, 괜시리 그런 소리를 하며 너의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그 안은 너무나 따뜻했다. 이렇게 따뜻한 너의 품을 이젠 망설이지 않아도, 눈치 보지않아도, 언제든 안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쁘고 행복해서 좀 더 깊숙히, 너의 행동에 맞추어 조금 더 깊이, 품 안에 파묻히다시피 안겨들었다.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니, 가슴이 쿵쿵 뛰어 너에게 전해질 것 같아.
"이러니까 따뜻하다."
나의 뺨을 너의 뺨에 맞대었다. 서로의 온기가 만나서 차가운 바람조차 약하게 느껴졌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있고싶다. 내일 걸릴 감기같은건 아무래도 좋았다. 네가 이렇게 있기에, 나는 그렇게 안긴 채로 너의 크고, 따스하고 다정한 손길을 느꼈다.
"오늘, 동생 집에서 자고 가도 될까...?"
너무 갑작스러운 행동은 아닐까, 조심히 너의 생각을 묻는다. 지금도 너무 좋지만, 조금 더 너와 같이 있고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저는 어제 잘 잤어요 (━▽━) 이제 저는 다시 자러가야해요! 일어나서 이어올게요! //아 혹시 로제는 손 크기가 어느정돈가요?-? 지현이는 엄지랑 새끼손가락으로 재면 f1부터 f9까지 닿는정도에요!
이 시간대의 경찰서는 확실히 낮 시간대보다 훨씬 조용하다. 말인즉슨, 이따금 의자를 살짝 끌고 민다거나 혹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씩 돌아다닌다거나 하는 등의 자잘한 잡음을 제외한다면 소음이랄게 거의 없는 환경이라는 거다. 그렇기에 아실리아 본인에게 있어서 당직 시간은 일반 근무 시간보다야 훨씬 피로감이 덜한 편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것 자체는 이미 익숙해진 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좀 덜 있는 게 아직까지는 여러모로 훨씬 편했으니까.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오늘따라 머릿속에서 가실 생각을 안 하는 각종 잡음과 며칠간의 수면 부족으로 인한 두통 탓에 아실리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 ..... "
두통약이라도 먹을까, 싶다가도 이내 관둬버리는 것은 아마 그 효과가 미약하다는 것을 여러 번 몸으로 느껴보았기 때문이리라. 가만히 관자놀이를 손으로 지압하며 책상 위만 줄곧 바라보던 아실리아는 문득 고개를 들어 경찰서 안을 한번 슥 둘러보았다. 오늘 당직 서는 사람이 누구였더라.
당직. 그것은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뭐가 아쉬워서 밤까지 일을 해야 한단 말인가. 난 칼퇴근을 한 후에 집에 가서 이불 속에 들어가서 쉬고 싶은데. 정말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근무표는 근무표니까. 오늘 당직은 나와, 아실리아였던가? 일단 근무표에는 그렇게 되어있떤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기에 본격적으로 당직 일에 나서기 전에, 잠시 자리를 비워서 근처의 제과점에서 버터 쿠키를 좀 사왔다. 그리고 자판기에서 내가 마실 커피를 뽑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단 뭐라도 먹어야 당직도 할 수 있는 것이니까.
확실하게 챙길 것을 챙긴 후에,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가득했다. 역시 히터. 신의 발명품이야. 누가 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히터를 만든 이는 세계 평화에 기여를 했으니 노벨 평화상을 반드시 줘야 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실리아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녀의 자리 근처에서 경찰서 안을 둘러보는 그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피식 웃으면서 그녀의 근처로 천천히 걸어갔고 발걸음을 멈췄다.
"...뭐하고 있어? 누구 찾기라도 해? 오늘 당직 서는 거, 너하고 나 뿐이라서 다른 이들은 다 퇴근했을텐데 말이야. 물론 어디 방에 유안 씨가 있다고는 들었지만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말이지."
그녀를 바라보면서 난 손에 쥐고 있는 버터쿠키가 들어있는 통을 그녀의 책상 아래에 내렸다. 그리고 캔커피를 손가락으로 따면서 아실리아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하루 잘 부탁할게. 당직. ....일단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안 설 수도 없고, 너와 함께면... 그나마 낫겠지. 여러모로 고생이 많아. 너도. 이런 당직 선다고 말이야."
누구도 자신이 무모히 죽음을 각오하고 뛰어들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에 유안은 자조적인 미소를 옅게 띄우면서, "미담이군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시피 대답하였다. 유안은 미담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좋아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의 다소 거만한 지적에 대답하는 유혜를 무표정으로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까 보인 미소와는 상반되는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이런 모습에 실망했냐고 마무리 짓는 그녀를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묘하게 자포자기한 것 같은 모습이, 순간 누군가와 겹쳐보였다.
"실망이라기보단, 지극히 일반적인 사고라고 생각합니다만."
눈을 잠시 반쯤 감으면서 예전에도 말했었던 것 같은 말을 낮게 읊조렸다. 살인 앞에 선 인간은 모두 그래야 정상이에요ㅡ차분하고 선명한 특유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뒤에 덧붙였다ㅡ설마, 살인을 냉정하게 하는 자신을 바랐던 겁니까? 한마디 한마디 말하는 목소리에는 묘하게 단호한 분위기가 서리는 듯했다. 그런데, 이미 사람을 죽인 적이 있는 자신이 이런 말을 하니까 우습기도 하다. 스스소를 향한 조소를 터뜨릴 뻔하였다.
유혜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듯이 또는 유혜가 뭐라고 말할 시간을 주듯이, 잠시 그대로 침묵을 지키다가 계단 쪽을 향해 몸을 돌리면서 무게 없는 분위기로 말했다.
"아, 목이 말라오는군요."
뭔가 말하는 것처럼 갑작스러운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목이 마르다는 것이.
"근처에 자판기가 있던데, 일단 그곳으로 가죠."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눈치 같았으며, 실제로 유혜에게서 '이유'을 자세히 듣지 못했다.
무엇을 걱정하지 말라는 걸까. 그나저나 이 말에 묘한 설득력이 느껴지는 것은 뭐지, 기분탓인가. 아무튼 신입인 지은에게 참 좋은 것을 가르쳐주는 유안이었다. 한편 처음에는 잔뜩 긴장했으면서 지금은 밝게 다가오는 지은의 모습에 유안은 다시금, 그녀를 붙임성 좋은 성격이라 인식하였다.
그리고 찾아온 질문과 답변 시간. 이런저런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데도 일반 시민들이 용케도 익스퍼에 관한 걸 모른다는 지은의 떠보듯 하는 물음에 사이다를 작게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어 대답하였다.
"요원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펜을 들고 돌아다니는 것 같더군요. 그 사람들이 시민들의 익스퍼에 관련된 기억을 지우는 겁니다. 그리고 한편, 커다란 사건일 경우에는 리크리에이터라는 마찬가지로 이상한 장치가 작동하는 듯합니다. 작동하면 빛이 나고 음악소리가 들리는데, 이 또한 익스퍼 관련 기억을 지우죠."
연설조로 선명하지만 차분하게 말하고는 조금 과장스럽게 두 팔을 살짝 벌렸다. 그러고는 무표정인치 덧붙였다.
"덕분에 많은 일반 시민들은 왜곡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경사로세, 경사로세."
품속으로 파고든 당신의 온기가 점점 퍼져나갔다. 따스하고, 작다. 품에 파묻히다시피 안긴 당신이 마냥 사랑스러워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황홀한 기분에 몸을 맡겼다.
"응, 그러게요."
바람이 스쳐지나간 뺨에 당신의 뺨이 닿자 잠시 놀란다. 부드러운 감촉이 마냥 낯설다는 듯 멍하니 허공에 시선을 둔 뒤 눈을 깜빡이고, 정신을 차린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당신은 내가 방금 어디에 다녀왔을지 모를거예요. 심장이 뛰는 소리가 어쩌면 들릴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볼을 부비고, 손으로 볼을 쓸어주다 조용히 고개를 떼고 당신을 쳐다본다. 복사꽃이 핀 볼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대의 이마에 가벼이 입을 맞추고 당신의 눈에 자신을 담았다. 나도 당신을 담을테니, 당신도 나를 담아주시겠나요?
"..응?"
순간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잠시간 멍하니 당신을 바라본 로제는 조용히 눈을 굴렸다. 주여, 저를 보살피소서.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아니하게 하소서. 작은 여신이 어찌 이리 자신의 마음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는지. 이성과 본능, 그리고 아득한 벽을 넘어 스레의 제한까지 떠올린 그는 조용히 눈을 마주치고 침묵을 지키더니 당신을 품에 안아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휠체어를 끌었다. 그래, 이성이 승리했다.
"물론이죠, 안 그래도 늦은 밤이라 위험할까봐 자고가라 하려고 했어요."
누나는 작고 사랑스러워서 누가 납치할지도 모르잖아요. 라고 덧붙이며 당신의 머리카락에 자신의 뺨을 부볐다. 아, 정말이지. 찬미할 나의 작은 여신아.
다크서클이 한층 더 심해져 퀭한 눈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창백한 얼굴색은 그나마 좋게 비유하자면 팬더(...)요 미화 없이 있는 그대로 보자면 그냥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불면증 환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여간, 약간 어지러운 시야를 무시한 채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다 보니 곧 제 자리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나 두통 탓에 반사신경이 평소보다 조금 더 무뎌졌는지, 아실리아는 그마저도 조금 늦게 인지했다는 마냥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겨우 확인했다. 그리곤 뻑적지근한 두 눈을 몇 번 깜빡거리더니 문득 아, 하고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 나 말고 누가, 당직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서하였구나.. "
글쎄. 이런 건 오히려 다행인걸까. 아니면.. 몽롱한 정신은 곧잘 사고를 흐려놓았고, 피곤한 눈은 오늘따라 유독 건조했더랬다. 이에 아실리아는 하던 생각을 멈추고 서하가 내려놓은 버터쿠키 통을 한동안 응시하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 ...나도 하루, 잘 부탁해요. "
집에 가도 잠을 자지 못 하는 건 같았으니, 기실 아실리아에게 있어서 당직과 귀가의 차이는 그 못 자는 시간동안 일을 하느냐 아니면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느냐 정도의 차이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당직 자체에 피로를 안 느끼는 건 아니었지만서도. 일단 아실리아 또한 사람이었기에 일을 하면 피곤해지는 게 당연했다. 그러니, 다크서클이 심해진 것에 일 탓이 아예 없다고는 못 하겠네.
아무튼 잠시동안 조용히 서하를 응시하던 아실리아가 앉은 채로 의자를 끌어서 서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곤 그대로 툭 떨어지듯 기대더니 서하의 허리를 살짝 껴안았다가 풀고, 도로 의자를 뒤로 당겼다. 순식간에 지나간 스킨십은 다분히 충동적이었다.
당신도, 라는 말에 느릿히 두 눈을 감았다 뜨던 유혜가 대답했다. 나는 나에게 확신이 없는 사람이던가- 미안하지만, 고민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유안의 시선 끝은 창문 밖 노을을 향하고 있었다.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아름다움은 너무나도 짧았다. 이제 곧 어두운 어둠이 찾아올테고, 즐기기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으니 말이지.
“ 그런가요? 이참에 제가 유안씨한테서 빚을 하나 만들어 두려 했는데. “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유혜가 대꾸했다. 차가운 겨울 공기에 코트 양 주머니로 손을 찔러넣고는 묵묵히 걸음걸이를 옮기는 모습이, 참으로 미련하다.
“ ...글쎄요, 나는 처음에. 이 순간이 온다면 정말로 행복할 거 같았는데, 정말 이제 동화가 끝나듯 내 인생도 ‘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 될 거 같았는데. 아니더라고요. “
덤덤한 목소리가 공기중으로 녹아들었다. 창 밖에 비친 어두운 하늘은 어딘가 우울했고, 아름다웠다.
“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기분? 뭐 그렇네요. 그냥... 처음부터 이런 목표 같은 거, 가지지 말 걸. 마음은 허한데 어딘가 답답하고... 뭐, 그래요. 유안씨는 뭐 드실거예요? 나는 늘 먹던 걸로 먹어야지. “
어느새 자판기 앞으로 다다랐다. 유혜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자판기를 쓱 훑어보더니 생긋 미소를 지으며 다시 그를 바라본다.
"...그래? 뭐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어차피 내가 기억하니까 문제는 없고. 그것보다 괜찮아? 안색 안 좋아보이는데."
퀭한 눈과 창백한 얼굴색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요즘 들어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실리아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굳이 말하자면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은 느낌의 얼굴이었다. 아니면 피로한 일 때문일수도 있고... 물론 경찰에게 있어서 이런 피로는 아주 흔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일단 그녀는 동료 이전에 연인이기도 하고...
일단 잠을 깨기 위해서 손에 쥔 커피 캔의 내용물을 한 모금 마셨다. 역시 추운 겨울엔 캔커피가 최고지. 입 너머로 꿀꺽, 달콤하면서도 쓴 맛을 넘기는 도중, 갑자기 허리가 끌어안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느낌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아실리아 쪽을 바라보니, 아실리아가 내 허리를 끌어안다가 푸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잠시 조용히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면서, 커피를 근처에 책상에 올렸고, 근처에 주인없는 의자를 하나 가져와서 근처에 앉았다. 일단 익스파 탐지기는 일이 생기면 바로 경보가 울리게 되어있으니까 문제는 없고, 당직은 어디까지나 갑자기 사태가 벌어질 때 그 사태를 체크하라는 의미에서 서는 거니, 경보가 울리기 전엔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아무튼 그런 것은 일단 조용히 넘기고, 아실리아를 더 빤히 바라보다가 의자의 바퀴를 굴려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고, 손을 뻗어 앞머리를 튼 후에, 그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살짝 맞추고 떨어뜨렸다.
"...뭐하는건진 모르겠지만, 반격이야. ...끌어안고 싶으면 안으면 되잖아. 어차피 우리 둘 밖에 없는데. 일도, 경보가 울릴 때 확인하면 되는 정도이고... 뭐, 낮에 미처 다 못한 일을 하는 것 뿐이고... 문제 될 거 없잖아? 아니면 해야 할 서류 남아있어? 있으면 나눠줘. 도와줄테니까. ...후딱 처리하고 조금 쉬자. 어차피 잠 못 자고 밤을 보내야하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적어도 아무런 의미도 없이 서류를 보거나 탐지기를 보는 것보다는 일이 있으면 그 일을 도와주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적어도 난 그리 생각하기에 아실리아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피식 웃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유혜는 덤덤하게 목표를 이룬 소감을 말했다. 요컨대, 이루면 정말로 행복할 줄 알았는데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기분이 들어 허탈하다는 것이다. 유안은 여전히 외투 주머니속에 손을 넣은채로 허공을 바라보며 그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유혜의 과거를 들었을 때처럼.
어느새 자판기 앞에 도착했고, 유혜는 무엇을 먹을 거냐면서 유안을 바라보았다. 유안은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한편 자신은 늘 먹던 것으로 먹어야겠다는 말에 그제서야 유안은 그녀를 옆눈으로 바라보았다. 잠시였지만. 곧바로 자판기로 다시 시선을 향한 후, 잠깐 고민하다가 그는 팀원들에게 간혹 가다 드물게 보인 답지 않은 친절을 이번에 다시 보이기로 하였다. 묵묵히 천원을 하나 꺼내 지폐 투입구에 넣었다. 눈앞에 보이는 빨간 빛을 응시하다가 초코우유캔 아래 버튼을 천천히 눌렀고, 저번과 같은 오류 없이 정상적으로 들리는 캔이 떨어지는 소리에 몸을 굽혀 캔을 손으로 옮겼다. 그러고는 그걸 유혜에게로 건넸다. 고개를 돌려 옆눈이 아닌 형태로 유혜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표정이었다.
"자, 복석늘 드시던 것입니다."
말하는 목소리가 능청스러운 느낌이 살짝 드니, 어딘가 시치미를 뚝 떼는 분위기가 섞인 것 같았다.
타미엘-TO: 삶에 대한 의욕이 있을 리가..분명 경찰이 되고 싶어했지만.. 그런 것도 이젠 의미없고.. 분명 좋아했고, 그래서 헤어진 건데 이런 끔찍한 짓이나 해대고.. 진짜... 죽고 싶다..(울먹) 타미엘주: 기억/감정 동기화가 망해서 너무 격차가 커버린 탓도 있..
유혜는 덤덤하게 목표를 이룬 소감을 말했다. 요컨대, 이루면 정말로 행복할 줄 알았는데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기분이 들어 허탈하다는 것이다. 유안은 여전히 외투 주머니속에 손을 넣은채로 허공을 바라보며 그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유혜의 과거를 들었을 때처럼.
"목표가 사라진 건 당연한 일이죠, 앞서 정한 목표를 이루어버렸는데. 줄곧 바라보아온 목표가 사라져서 마음이 허탈하다면, 목표를 이룬 다음의 평범한 일상생활을 즐기면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십시오.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까."
이를테면 좀 더 자고 싶다라든지?ㅡ라고 무게없는 말을 덧붙인다. 아까 달변으로 잘 이야기했으면서 꼭 마지막을. 그런데 역시 이상하다. 다시금 남의 일에 관심을 두는 자신의 모습이. 역시 공존이란 건 힘드네, 라고 할까.
어느새 자판기 앞에 도착했고, 유혜는 무엇을 먹을 거냐면서 유안을 바라보았다. 유안은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한편 자신은 늘 먹던 것으로 먹어야겠다는 말에 그제서야 유안은 그녀를 옆눈으로 바라보았다. 잠시였지만. 곧바로 자판기로 다시 시선을 향한 후, 잠깐 고민하다가 그는 팀원들에게 간혹 가다 드물게 보인 답지 않은 친절을 이번에 다시 보이기로 하였다. 묵묵히 천원을 하나 꺼내 지폐 투입구에 넣었다. 눈앞에 보이는 빨간 빛을 응시하다가 초코우유캔 아래 버튼을 천천히 눌렀고, 저번과 같은 오류 없이 정상적으로 들리는 캔이 떨어지는 소리에 몸을 굽혀 캔을 손으로 옮겼다. 그러고는 그걸 유혜에게로 건넸다. 고개를 돌려 옆눈이 아닌 형태로 유혜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표정이었다.
"자, 복사기 누님이 늘 드시던 것입니다."
말하는 목소리가 능청스러운 느낌이 살짝 드니, 어딘가 시치미를 뚝 떼는 분위기가 섞인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하고서는 근처 벤치에 털썩 앉았다. 그러고는 아까 봤을 때보다 좀 더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조금 전에 목 마르다고 한 건 누구였더라. 유안은 아무런 음료도 사지 않았다.
소리까지 지르며 화를 내니 조금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아니아니, 나도 하윤 선배의 말에 동의하고 있고 어째서 화내는 지도 이해 하고 있다... 사람의 목숨이란게 우스울정도로 허무하고, 나도 부정하고 싶지만 뼈저리도록 깨닳고 있으니까. 정작 내 목숨은 질겨서 문제였지만.
뭐 어찌됬든 나는 죽지 않았다. 솔직히 이 정도 일로는 죽을 것 같지도 않고,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기에 별 생각없이 말을 내뱉은 것 뿐이였지만, 평소에도 팀원들의 안위를 걱정하던 하윤 선배는 그런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저에게 쏟아내는듯 한 잔소리들을 얼버무리듯이 일부러 단순하게 대답한다. 걱정할만한 말은 삼가하고.
"...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죄송해요."
몇번이나 괜찮냐고 되묻는 말에 다시 정만 걱정이 많은 아가씨이구나,라 생각한다. 나는 괜찮다는 것을 확신 시켜주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유안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유혜가 대답했다. 어쩐지 한결 가벼워진 거 같기도 하고,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쩐지 안심한 거 같기도 하고. 무어라 말하긴 힘든 감정이었다. 여지껏 불쌍한 아이라 스스로를 유폐 시켜놓고, 이제서야 햇빛을 바라 본 기분이었지. 그 햇빛에 눈은 많이 아팠지만.
“ 그걸 기억해주고 있었어요? 고마워요. 음료는 제가 사도 되는 건데...., 유안씨는 안드세요? “
유혜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곧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캔을 받아든다. “오늘은 지폐가 먹히지 않았네요?” 라는 농담 아닌 농담도 곁들이며, 유안이 걸터앉은 벤치에 앉아 유안이 뽑아준 초코우유 캔의 입구 부분을 천천히 개봉한다. 유혜는 초코우유를 한두 모금을 마시고 난 뒤에야, 어둠과 함께 내려앉은 고요를 떨쳐낸다.
의외로 튼튼하다는 그 말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쉴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이상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그냥 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정리는 정리대로 해야할 것 같고... 시말서는 시말서대로 쓰는 것이 좋겠지. 그리 생각하며 나는 책상 서랍에서 시말서 서류를 가지고 온 후에 주 씨에게 내밀었다. 일단 괜찮은 것은 괜찮은 거고, 서류는 서류니까.
"시말서 작성하세요. 다음부터는 좀 더 주의하고요. 일단 책상과 컴퓨터는 나중에 치우도록 할게요."
다른 쪽 책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우선 주 씨에게 시말서를 쓸 것을 지시했다. 일단 주 씨의 책임이긴 하니까 그에 대한 시말서는 쓰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룰이고 법칙이고 규율이니까. 그런 것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법이니까.
"...쓰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얘기해주세요. 가르쳐줄테니까요. 그리고... 건강즙 하나 드릴까요? 기운 내라는 의미로 말이에요."
이제 화내는 것은 끝내고 싱긋 웃으면서 주 씨를 바라보았다. 너무 화를 내도 좋지 않을테니까. 그렇기에 이번에 새로 만든 건강즙을 하나 대접하는 것은 어떨까 싶어서 주 씨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싫다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몸에 좋은 것을 먹게 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편안하고, 위기가 없는 일상.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 정녕 그녀가 바라던 것이 아니었나. 이제는 죽고 싶을 정도의 악몽에 시달릴 일도, 그 남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할 일도 없는데.
“ 그런가요? 뭐, 그럴 수도 있죠. “
캔 안의 우유가 찰랑인다. 그녀는 절대사절이라는 그의 말에 다시금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캔을 입가에 가져가 몇 모금을 더 마셔낸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초콜렛이나 사탕을 도통 먹질 못했네. 유혜가 왼편 주머니에 들어가있는 왼손을 꼼지락 거리며 생각했다.
“ 귀신같아라. 숨기면 나중에 마음이 걸리적 거릴 거 같아서요. 뭐, 유안씨가 한 말이 맞았죠. 결국에는 내 안위가 우선이었어요. 막상 죽인다고 생각하니까, 무서워지는 거예요. 내가 살인을 저지른다는 사실이 아니라... 내가 그 일을 저지르고 남들에게 어떤 시선으로 보일지,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뭐 그런 게. “
그녀는 늘 제 입으로 말했다. 범죄자는 죽어 마땅하다고, 범죄자는 이 세상에서 쓸모가 없는 존재라고. 지금 와서 보니, 제 신념이 꺾인 것보다도 주변인에 대한 눈치를 더 보는 그녀는 참으로 미련하고 모순적인 인간이었다고. 지금은 그녀 스스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 뭐..., 사실 유안씨가 그렇게 말하고 엄청 찔렸어요. 보통 사람들의 사고라 얘기해줘서 고마웠고. “
어느새 캔은 다 지워져 달그락 거리는 빈 캔이 되어있었다. 굳이 음료를 다 마셨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오른손에 쥐어진 캔은 변함이 없다.
안색이 안 좋아보인다는 말에 아실리아는 저도 모르게 제 눈가를 손으로 쓸었다. 역시, 지금 좀 상태가 심각한가. 하기사 요 근래들어 잠을 통 자질 못 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뭐, 이 과한 다크서클의 원인은 비단 수면부족뿐은 아니었다만. 아주 오래전부터 쉬지 않고 들려오는 웅웅거리는 소리는 언제라도 쉬이 익숙해지질 않아 속이 뒤집어지기 십상인데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발생하는 두통은 가뜩이나 너덜너덜한 정신에 스트레스를 한 바가지 더 들이붓는것과 같았다.
" 안색.. 불면증이. 그러니까.. 잠을 잘 못, 자서. "
그나마 요즘에는 스트레스를 이전보다 잘 해소하면서 산다는 게 다행이지. 주위 환경이, 사람들이, 조건들이 바뀌어가면서 아실리아 또한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좁게는 연애에서부터 외출, 넓게는 타인과의 전체적인 관계의 형태가 나쁘지만은 않은 방향으로 야금야금 바뀌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아직까진 썩 눈에 띄는 변화가 아니었다만. 하여간, 아실리아는 예상치 못한 반격이 들어오자 살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란 탓인지 뭔지 정신이 살짝 맑아진 듯한 느낌이 든 데다가, 그 때문에 방금 전 자신이 반쯤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을 의식한 아실리아는 괜히 제 책상 위를 뒤적거리며 서하의 시선을 은근히 회피했다.
" 으음.. 서류, 서류.. 있었나. 아마 있을 텐, 데. "
조금 민망했던지 아니면 괜히 부끄러웠으리라. 그래도 나름 사귄 기간이 되는 편인데, 아실리아는 아직도 이런 식으로 행동할 때가 잦았다. 좋지만 떨리고, 동시에 조금은 어색한것일까.
" ....어쩌면 그럴, 지도..? 서하는? "
서하도 아쉬웠어? 하고 묻는 아실리아의 고개는 여전히 책상 위를 향했지만, 눈은 이따금씩 살짝 방향을 틀어서 눈치를 보듯 서하를 쳐다보기도 하였다. 와중에 결국 서류를 찾아내기는 했는지 얇은 종이 몇 장을 손에 쥐고 말이다.
"...불면증이라. 그런가. 여러모로 힘들겠네. 정 힘들면 얘기해. ...휴가 정도는 낼 수 있게 해볼테니까. 그것도 못해줄까."
잠을 잘 못 자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확실한 것은, 내가 아실리아의 연인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휴가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정도였다. 사실 나도, 그렇게 계급이 높은 건 아니니까 더 크게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이 묘하게 쓰리다고 느끼면서 다시 커피를 한 모금, 한 모금 마셨다.
그와는 별개로 나의 반격이라고 하면 좋을까. 그것에 대해서 아실리아는 크게 당황한 것 같았다. 정말 귀엽다니까. 대체 뭘 믿고 이렇게 귀여운건지... 작게 피식 웃으면서, 내 시선을 회피하며 서류를 찾는 그녀의 모습에 조용히 커피를 마시면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애초에 서류를 정말로 찾는 것보다는 단순히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 같은 것은 기분 탓일까? 이어 들려오는 물음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아무런 말 없이 커피를 다시 마셨다. 그리고 목구멍 속으로 그 달콤하면서도 쓴 내용물을 꿀꺽 넘긴 후에 아실리아를 빤히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아쉬운데. 난? 고백할 때 아실리아, 네가 말했었나? 집착할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그리고 내가 그에 대해서 말했지. 아마. 어쩌면 내가 더 그럴지도 모른다고. ...그래. 많은 아쉬움을 느껴. 나는 말 돌리는 것을 귀찮아서 잘 못하니까 언제나 직구야. 하지만 일은 해야하니까 참는거지. 그러니까, 오늘 밤은 나에게 있어선 그나마 나쁘진 않은 밤이야. ...뭐, 일단 귀찮은 질문이 싫어서 하윤이나 다른 이들에겐 비밀로 하고 있고, 일할 땐 이전처럼 하고 있지만, 너하고 사귀는 사이인 것은 변함 없으니까."
정말로 태연하게 이야기하면서 마저 커피를 다 마시고, 그 캔을 근처의 쓰레기통으로 전송시켰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아실리아를 바라보면서 손에 쥔 종이, 그리고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른하게 이야기했다.
"...눈치 볼 건 없지 않아? 아니면 부끄러워? ...그럼 어쩌면 좋을까. 부끄럽지 않게, 익숙해지게 해주면 좋을까?"
장난스럽게 피식 웃으면서 농담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아무리 그래도, 직장에서 너무 그럴 순 없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다들 맛이 없다고 기피하는 것 같지만 의외로 먹어보면 그렇게 나쁘지도 않다. 달콤한 맛도 있고, 톡 쏘는 맛도 있으니까. 설사 맛이 없어도 몸에 좋은 것은 맛이 없고 쓰다는 말이 있다. 그런 원리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닌데, 무조건 다들 맛이 없다는 색으로 생각하니... 그것은 다 편견이야! 편견! 아무튼 주 씨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가 시말서를 쓰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시말서 많이 썼다는 말. 적어도 경찰서 내에서는 자랑은 아닌데 말이야. 절로 한숨이 나왔다. 자랑스럽게 할 말이 아니잖아요. 주 씨.
"일단 선배로서 말을 하자면 경찰이 시말서 많이 쓰는 것은 전혀 자랑스러운 말이 아니에요. 공무원이 시말서를 많이 쓰게 되면 잘못하면 월급 깍일수도 있어요. 경우에 따라선 쫓겨날 수도 있고요. 괜히 공무원이 연급 확실하게 보장되는 거 아니에요."
그만한 의무도 필수라는 것을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특히 우리는 또 경찰이니까. 그러니까 행실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튼 일단 컴퓨터부터 치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치울까 하다가, 그냥 내일 서하 씨가 출근하면 능력으로 치워달라고 부탁하기로 했다. 그쪽이 좀 더 좋을테니까. 물론 귀찮다고 할지도 모르지만...그래도 이런 일이라도 시켜야 해. 그 사람은..
"마음에 드시면 한 잔 더 할래요? 건강즙? 상당히 많은데. 후훗"
그와는 별개로 잘 마시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아서 절로 미소가 나왔다. 앞으로 신작이 나올 때마다 주 씨에게 바로 가져와서 먹게 하면 될까?
대충 눈치챈 분들은 눈치챘을 거라고 보지만... 서하가 성류시로 내려온 원인이자 서하가 다른 이들 모르게 기밀로서 하고 있는 일이 가벼운 사안은 아니니까요. 그렇기에 일단 사람을 시켜서 감시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하의 행동은 그냥 다 다이렉트로 보고 되고 있다고 봐도 좋습니다. 그렇기에 그 상사가 아실리아를 의미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고요. 물론 서하에게 있어서는 바로 권총을 뽑아들 정도로 화가 나는 일이긴 했지만요.
이번에도 묵묵하게 유혜의 말을 끝까지 모두 들었다. 유혜를 흘깃 바라보고는 주머니속에서 한 손을 꺼내 달라는 듯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녀가 캔을 비웠음을 알고. 내용물 없이 달그락거리는 캔의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귀도 밝아라. 마침, 그가 앉은 쪽의 벤치 끝에 친절하게도 쓰레기통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나름대로, 막 해결된 사건과 관련된 동료에 대한 배려인가보다. 아니, 근데 배려를 하려면 같이 어딘가를 갈 때 잠시 기다려주든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순이 있는 법입니다. 모순 없이 완벽하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기계죠. 설마 복사기 누님은 자신이 기계가 되기를 원하는 겁니까?"
선명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하면서 유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누님의 판단은 말이죠, 상황을 제대로 고려한 지극히 융통성 있는 판단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살인이 나쁘다는 걸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사고도 평범합니다.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요."
끝에 잠시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때 한올을 체포하는 유혜에게 보였었던 적 있던, 소탈한 미소. 이내 그 미소는 지워졌지만. 유안은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잠깐 고민하는 기색을 그 무표정에 비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누님이 반대로 저에게 물어보실 건 없습니까? 기브 앤드 테이크입니다. 공평하게. 어차피 예전에 과거도 말했는데, 더 숨겨서 득볼 것도 없고."
그녀는 두 눈을 깜빡이더니 캔과 함께 고맙단 인사를 건넨다. 오늘따라 폐가 되는 행동만 하는 거 같다는 느낌에, 유혜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손을 꼼지락 거리다가 미니 초코바 하나를 유안에게 건네준다.
“ 자, 이건 유안씨한테 고마워서 주는 거예요. “
다시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진지하게 대답해주는 유안을 보더니 유혜가 옅은 웃음을 짓는다.
“ 복사기 누님이라 부르면서, 기계가 되고 싶냐는 질문은 안아울려요. “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짓던 유혜가 ‘ 아. 별명이 마음에 안든단 이야기는 아니에요. ‘ 라는 말을 덧붙여낸다. 진솔한 이야기를 한 게 얼마 만인지, 기억을 더듬어도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어쩌면 익스퍼가 된 날 이후로부터는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이리도 진솔히 내 마음을 털어놓았던 일 말이야.
“ 그렇네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으면 다짜고짜 목부터 조르던, 메치던 했겠죠. “
이제는 제법 농담을 곁들일 여유가 생겼는지, 유혜가 입꼬리를 올린다. 그래도 다행이네, 극한까지 내몰리기 전에 뒷걸음질을 칠 수 있어서. 그녀가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더니 다시금 고개를 들며 생각했다. 잠깐 유안의 미소가 스친 듯 했지만, 또다시 그 미소는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캔을 받아 쓰레기통으로 가볍게 던졌다. 총기류가 아닌 이상 명중은 자신없는데, 다행히 들어가주었다. 귀찮게 일어나서 다시 주워넣는 행위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한 점에서 유안은 안도의 한숨을 옅게 쉬었다. 그러다가 유혜가 고마워서 주는 거라며 미니 초코바를 하나 건네왔다. 멍청한 표정으로 잠시 초코바를 응시하다가 숨을 내쉬며 방금 캔을 버린 손으로 받았다.
"놀랍게도 옛날에는 그 복사란 걸 필사로 했죠. 그 점에서 아날로그와 관련 짓죠. 뭐, 사람은 복사하지 못했지만."
무게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유헤의 농담에는 별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냥 방금 받은 초코바의 포장을 벗겨서 드러난 간식을 입안에 넣는 것이었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그리고, 유혜의 질문이 왔다. 다 듣자마자 유안은 난데없이 "아, 초코바가 질기군요"라는 투덜거리는 말을 나지막히 흘렸다. 설마, 이런 질문이 올 줄이야. 초코바를 씹으면서 이마에 손바닥을 짚었다. 스스로에게 모진 이유라. 난감한 기색을 잠시 무표정에 비추었다. 이건 숨기려고 했는데 답하게 됨으로써 보이는 기색이 아니라, 어떻게 표현해야하는 거지ㅡ에 가까웠다.
"...누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제 자신이 싫습니다. 아니, 사실 제 자신의 일부가 싫습니다."
아까 유혜에게 진지하게 달변으로 말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느릿한 말투였다.
"무엇만 하면 부정적으로...포기부터 하려는 제 자신의 일부요. 그 일부는 사람도 싫어하고 자신도 싫어합니다. 엄청나게요."
이마에 대던 손바닥을 떼었다.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사실, 저는 언제나 제멋대로인 거만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하지만 전에 말씀드린 그 사건 이후로, 방금 말씀드린 그런 일부가 저에게 생긴 것이죠. 거만했던 저는 그 일부를 수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일부를 혐오하였습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마치 이중인격 같다.
"웃기는 일이죠. 일부는 자신을 싫어했고, 본래의 자신은 그 일부를 또 싫어했습니다. 스스로를 좋게 대할 수 있을리가."
하늘을 바라보던 고개를 내렸다. 표정은 씁쓸했다.
"...저도 스스로가 확실치 않은 사람입니다. 본래의 저와 그 일부의 생각은 언제나 부딪치죠. 언제나, 불안정합니다."
아, 설명하기 참 어렵군요ㅡ투덜거리면서 하얀 김을 지켜보았다. 초콜릿은 맛있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지 유안주도 머리 아팠다... 어쨌든 비설 하나 더 풀었다! 예!!(???)
저의 질문에 뜬금없이 초코바 이야기를 하는 유안을 보며, 유혜가 고개를 살짝 까딱인다. 살짝 난감한 듯 이마를 손으로 짚는 유안을 보며, 잠깐 괜한 질문을 한 것인지 자책하는 것 또한 빼먹지 않고. 자신의 일부- 라는 말에 유혜가 두 눈을 깜빡였다. 그리곤 곧 뒤이어지는 말들에 가만히 숨을 죽이고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 느릿한 말투에서는 꽤나 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묻어나왔고, 그는 이마에 두었던 손을 내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 나는 유안씨처럼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말을 해줘야할지 고민이 되네요. 그래도 내가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말은..., 많이 힘들었겠어요. 그동안... “
몇 문장을 말하기 위해 속으로 수 많은 단어들을 생각해냈다. 어떤 단어가 적절할 지, 그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 지. 생각해보면, 본인이 아닌 이상 어떠한 단어가 상처로 다가오는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 나는 좋은 상담사도, 유안씨 본인도 아니여서 유안씨의 고통을 전부 헤아릴 수 없어요. 안타까운 일이죠. 지금만 해도, 내가 내뱉는 말이 혹여나 유안씨에게 상처가 될까 무서운걸요. “
수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어쩌면, 동질감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차마 다 헤아리지 못 할 동질감.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유안씨가 말해줬듯 사람들은 모두 모순적이에요. 방금전 나만 해도 그렇고. ...나는 그냥 유안씨가 원하는 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괜한 감정들은 다 내려놓고. 죄책감 같은 것도 내려놓고. 모든 것은 유안씨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
유혜가 차분히 숨을 골랐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하늘은 시리도록 아름답다.
“ 우리 모두는 자신에게 확실치 않은 사람이니까요. ...내가 한 말이 유안씨에게 어떻게 와닿을 진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그런 유안씨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유안씨가 잘못해서 그런 것도 아니라고. 아, 말이 많았네요. “
ㅡ역시 말하는 일은 제 전문이 아니에요.ㅡ 짧은 말을 덧붙여내며, 문득 눈에 들어온 성류시의 밤하늘을 마음에 새겨넣는다.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이 당신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모르죠.
자신이 지금껏 받아온 모든 걱정어린 시선과 말. 유안은 매정하게 돌아섰다.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필요 없다고. 어쩌면 그 말은 그저, 심리가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자기자신을 향해 되뇌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야말로 모순으로 뭉친 인간이다. 사람다운 모순의 수준을 벗어나버린 추악한 모순. 그런 스스로가 또 싫었다. 혐오가 혐오를 낳는 악순환이었다.
어쩌면 유혜의 질문을 무의식 중에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무의식 중에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솔직히, 힘들거든. 하루하루가.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사랑 받지 않을 거라고 어린 나이에 연신 다짐은 했지만, 힘들었다. 아무리 스스로를 싫어한다고 해도. 아무리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한다고 해도. 인간이잖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내는.
두 사람의 죽음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한 명은 형이었고, 다른 한 명은 고등학교 선배였다. '이 둘은 자신을 비뚤어진 형태로 사랑하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게다가 한 명은 자신이 죽음에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한 번이면 모를까, 연달아서 두 번이나 그런 일이 터지니까 겁쟁이인 애송이는 더욱 두려워졌다. 정말로, 자신은 사랑 받아서는 안 된다고 확신하고야 말았다. 덤으로, 아무도 사랑하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하였다. 이런 불안정한 자신이 누구를 사랑해도 괜찮을리가.
그렇게 유안은 '자신'을 형성하였다. 언제 힘없이 무너질지 모르는 형태로. 불안정하고, 위태롭게. 결국 모두 자신이 초래한 일이었으며, 그것은 자신을 더욱 혐오하게 만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악순환의 반복이다. 자기혐오란 원래 그렇다. 유안이 말하는 '일부'가 자신은 언제 어떻게 죽어도 상관없다고 자포자기식으로 중얼거리다가도 본래의 자신이 놀라버려 그 '일부'를 향해 조소를 터뜨린다. 그리고 결국은 그런 '일부'를 가지게 된 자신을 책망한다. 매일매일이 엉망이다. 본래 가졌던 제멋대로에다 거만하고 무뚝뚝한 성격으로 불안정한 자신을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그러나 속의 불안정한 실체가 견딜 수 있을까. 현재.
"...아, 그렇군요. 누님의 생각은 그렇습니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래를 바라보는 눈빛은, 어쩐지 쓸쓸했다. 공허한 느낌은 아니었다.
"위로를 받는 입장이 되는 건..."
서툴러서ㅡ라는 말을 입밖으로 미처 내지 못했다. 고개를 살짝 들더니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는 기색을 내비추었다. 벤치에 다시 등을 기대더니,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오는 듯 싶었다.
"...질기지만 맛은 있군요, 초코바."
결국은 다른 소리를 내뱉고 만다. 유혜의 시선을 따라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신기하게도 이 도시는 밤하늘에 별이 이렇게 잘 보인단 말이지. 위화감 들게.
//좋아 이제 유안이는 정말로 숨길 거 별로 없어졌어!! 이번 레스에서 있는 거 다 털어놔버렸어!!(동공지진) 새벽이란 무서워...후덜덜... 이제 극복하는 일만 남았는데...이번 레스에서 보이다시피 유안이가...(흐릿)
어쩔때는 가끔 소외감이 느껴지기도 해. 이 곳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란 건 알지만 사소한 것들이 자꾸 그렇게 느끼게 만드네. 지나가듯 들어줬음 좋겠어.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으니까.
스레에 잘 끼어들지도 못하겠고, 이벤트 참여도 드문드문이고. 우으.. 너무 슬퍼요. 솔직히 스레 스토리도 제대로 못 따라간 상태고, 다들 일상을 어떻게 돌리고 있는건지도 모르고... 이 상태에서 관캐가 생기니 더욱 답답합니다. 일단 제 캐릭터는 그 캐릭터와 접점이 제로니까요. 일상도 안돌렸으니 당연하지요.. 혹시라도 대시를 해보려다가 만약 다른 캐릭터와 썸을 타던 중이었으면 초치기 + 개뻘쭘까지 따라오고. 하하하하하.. 으으 저도 막! 꽁냥꽁냥! 하고 막 우정도! 막! 하고 시픈데! 왜 난 햄보카지 못해! 그리고 레주 쓰담쓰담 (슥슥
선물 1 - 모두의 책상위에 메모와 함께 원두가 담긴 봉지가 놓여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는 꽃향기와 고구마향이 인상적인 커피이며, 그 향 때문에 상당히 고급에 속해. 탕비실에 핸드블렌더와 드리퍼도 구비해 뒀으니까, 시간날 때 한번 마셔 봐. -생긴거랑 다르게 핸드드립 마니아, 이지현. ps. 이건 내 상환금이 십만 단위로 줄어든 자축의 의미야. 축하 선물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야. 싫음 말고.]
"겨울이잖아. 새해잖아. 우리 다들 스키장 가자! 어때?! 괜찮지? 잠시 놀다 오자구!! 평소에 고생 많이 하잖아! 하하하하! 자네들도 가끔은 그렇게 쉬어야하지 않겠나!"
그런 느낌으로 시작되어버린 스키장 행은 정말 순식간에 진행되고 말았다. 서하와 하윤이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예약되었고 갈 사람은 자율제로 가게 되는 느낌으로 모든 것이 계획되었다.
성류시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성류 리조트. 그곳에서 2박 3일로 스키를 탈 수도 있고, 온천을 즐길 수도 있고, 눈길을 산책할 수도 있고, 뷔페를 즐길 수도 있어 휴식을 취하기엔 정말로 딱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곳에 가고 말고는 각자의 자유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참가는 모두의 자율로 두고 있었으니까.
"갈 거예요? 서하 씨?"
"....가야겠지. 아무래도."
두 명의 오퍼레이터가 한숨을 내쉬는 것은 아무래도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 이 상황에서는 말이다.
//그런고로 금요일까지 스키장 일상을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키를 타도 좋고 온천을 즐겨도 좋은겁니다..!! 모두들 즐겁게 이벤트를 즐겨주세요!
일단 아실리아의 보고로 인해서 요 근래 출근을 오랫동안 하지 않은 타미엘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일단 그..이름 뭐였지? 에드...뭐였던 것 같은데. 모르겠다. 그런 이의 이름까지 들을 이유는 없으니까. 아무튼 그 사람은 나중에 제대로 체포를 하러 가게 될 듯 하다. 무엇보다 헤세드 씨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으니까. 자신의 연인이 그렇게 되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까. 난 아마 아실리아가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면... 체포가 아니라... 여기까지만 생각하자. 생각만 말이야. 일단 난 경찰이니까.
아무튼, 일단 타미엘 씨를 이곳으로 무사히 데려오는 것이 먼저였다. 탐색. 별 필요없었다. 타미엘 씨는 이미 나에게 닿은 적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깔끔하게 손가락을 퉁기면 끝날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하품을 하고서 손가락을 가볍게 퉁겼다. 이 성류시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아마 손가락을 퉁기는 것만으로도 여기로 전송이 될 것이다. 내 능력인 포지션 텔레포트는 그런 능력이니까.
일단 보호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겠지. 오게 되면 일단 진술부터 듣고, 일 해야겠지. 귀찮지만 난 경찰이고... 일단 해야 할 일은 해야만 하니까. 그렇기에 타미엘 씨가 전송되는 것을 기다렸다. 그래봤쟈 그 시간은 길어봐야 3초 정도겠지만 말이야.
"...뭐부터 진술을 들어야 하려나. 이거. ...일단 그 남자에 대한 것부터 확실하게 듣는게 좋을까."
이 겨울에 얇은 옷에다가, 드러난 데엔 멍이 들고 붕대도 감고 있는 초등학생 같은 어린애인데. 사슬이 길게 손목에 늘어져 있고, 발목도 족쇄로 단단하게 채워져 있고, 거대한 셉터를 질질 끌고 다니면 어떻게 될까요. 라면 아무래도 신고당한다. 가 맞지 않을까요. 타미엘. 그러니까 타미엘-TO로서는 왠지 신고당하는 건 싫었으니까요. 뒷골목에서 그림자를 잠깐 빌어서 도망은 쳤지만. 병원이 어디인지도, 집이 어디인지도 몰라서, 약에 잔뜩 취해서 제대로 움직이지를 않는 몸을 잠깐 추스리고 있었습니다.
"머리..아파..." 끔찍한 두통과 약에 취해 흐늘거리는 몸의 괴리감에 금방이라도 여기에 쓰러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 어디론가 붕 뜨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앗.. 들어야 하는데.. 하고 셉터를 잡는 순간. 어디론가로 이동해버렸습니다.
묘하게 낯만 익은 얼굴이 보이는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더 이상은 못 일어서 있겠습니다. 다리를 W자로 하며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일단 손가락을 퉁기자 예정대로 내 앞에는 타미엘 씨가 전송이 되었다. 하지만 역시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감금이라고 했나? 아무튼 그런 비슷한 것을 한다고 보고가 들어오는 것을 나도 듣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일단 근처에 있는 담요를 가지고 그녀의 몸에 조심스럽게 덮어줬다. 이 겨울에 저런 얇은 옷이라니. 감기 걸리잖아. 일단 사무실 안은 히터가 틀어져있으니 따뜻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확실하게 담요를 덮어주면서 난 타미엘 씨를 바라보았다.
"자. 타미엘 씨. 제가 누군지는 알고 있겠죠? 일단 말을 들어보니 꽤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아요? ...주저앉는 것도 좋지만..일단 편하게 저쪽 의자에 앉아주겠어요?"
일단 근처에 있는 의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가 들어서 올려주는 것도 좋겠지만 일단은 스스로의 힘으로 의자에 앉을 수 있을지부터 봐야하니까. 그건 그렇고 붙잡은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은 아니네. ...하기사 제정신이면 그런 일을 저질렀겠냐만... 아무튼, 일단 나중에 헤세드 씨에게 타미엘 씨는 무사히 왔다고 연락을 넣기로 하고 나는 일단 그녀를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술...할 수 있겠어요? 아니면 좀 더 휴식이 필요해요? ...일단 그..이름 뭐였지? 에드...모르겠네. 아무튼 그 사람은 지금 여기에 없으니까 안심하시고요. 타미엘 씨."
따뜻한 안으로 들어와서 그런지. 급격히 느껴지는 듯한 살을 에는 추위에 담요를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셉터고 뭐고 너무 추웠습니다. 마음이 추운 것도 있었지만 밖에서 좀 헤맸으니까요.
자신을 부른 듯한 누가 뭐라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냥 말을 들을 때마다 머리가 아팠습니다. 기븐이 나쁘다 좋다. 그런 것 이전에 그냥 이상한 기분만 들어서요. 그래도 자신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서 조금은 얌전히 있었습니다. 편하게 저쪽 의자에 앉으라는 말에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려고 합니다.
"..잘 기억 안 나.. 누구더라.." 서하를 바라보면서 당신 누구야? 라는 듯한 멍한 표정과 반쯤 풀린 눈으로 말했습니다. 아 그래. 에드워드. 그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 정도는 제대로 알아들었다는 듯 의자에 앉았습니다.
내가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는 타미엘 씨의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 그건 그거대로 조금 곤란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그 에드...어쩌고 하는 사람이 진짜 심하게 행동을 해서 그로 인해서 쇼크를 먹어 일시 기억상실증 같은 느낌이 되지 않나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헤세드 씨. 괜찮을까? 그리고 타미엘 씨와 친한 사이의 사람들도 조금 걱정이었다.
여러모로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일단 진술은 조금 미뤄야겠다고 판단했다. 내가 누군지도 기억 안 나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조금 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역시 소개는 하는 것이 좋겠지. 그리 생각하며 주머니에서 내 경찰 수첩을 꺼내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일단 같은 서의 동료라구요. 동료.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 소속. 최서하 경장이에요. ...물론 일시적 기억상실증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차후에 천천히 기억해주세요. 지금 그 상태라고 한다면, 일단 진술은 무리겠네요. ...집으로 귀가...하기엔 너무 위험하고 당분간은 이곳에서 지내세요. 당직서는 분들이 잘 보호해줄테니까요. 타미엘 씨."
일단 이 사람이 타미엘이 아닐 가능성은 없다. 절대로 내 능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타미엘 씨를 전송시키는 생각을 하고 전송을 했으니, 당연히 전송이 되는 이는 타미엘 씨밖에 없다. 똑같이 생긴 다른 사람일 가능성은 제로라고 봐도 좋겠지.
일단 방금 전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난 타미엘 씨에게 다시 무심한 듯, 아닌 듯.. 그런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기억 상실이 아니야..그.. 기억 동기화가 안 된 것 뿐이예요.." 기억 상실이라는 말에 반박하려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기억 상실이랑 별로 다를 것도 없어서 소심하게 말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그런가요..." 최서하씨.. 라고 중얼거려 봅니다. 여기에서 지내라는 말에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인.. 나 집이 어딘지 몰라서.. 헤맸..이라고 주춤거리며 말했습니다. 일단 안다 해도 여기에서 지내게 되겠지만. 일단 알아두면 적어도.. 동기화가 잘 되도록 돕지 않을까요..?
몸이 괜찮냐는 서하의 질문에는 나름 정확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나쁜 것 같진 않은걸요. 아..아마도요? 이런 사건 등등으로 인해 본인의 눈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마취약..때문에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아요." "제정신아닐 때보다 제정신일 때가 더 적어서.." 그래도 뭐라 말하면 맞은 기억은 나는데요.. 라고 생각하며 머리카락을 넘기려는 듯 손을 들려 한 것 같은데, 손끝만 파르르 떨렸습니다.
"...그거와 이게 무슨 차이인가요? ...기억 동기화라. ...흐응. 뭔가 지금의 자신은 타미엘 씨가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하네요. ...뭔가 기계가 기억 부팅이 되지 않았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에요? 그거?"
뭔가 묘한 느낌이었다. 기억 동기화라니. 그런 건 보통 로봇이나 그런 객체들이 쓰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기억을 부팅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 거. 차이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부분까지 파악할 정도로 난 관련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귀찮은 느낌이었다. 물론 일은 제대로 해야 하지만... 그래도 말이지. 뭔가 이상하잖아. 그래도 일단 기억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에 근처에 있는 메모지를 꺼내서 볼펜으로 그 사안을 적었다. 기억 동기화. 대체 이게 무슨 의미인건지...
"...그래서 그 기억 동기화가 뭘 의미하는데요? ...그리고 집이라. ...집도 잊어버릴 정도면 기억상실가 큰데. ..으음.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나. 이거."
아무래도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쇼크가 큰 것일까. 조금 있다가 보고를 하고 병원에 입원시켜야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일단 집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서 노트북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에 거기에 있는 데이터를 프린트해서 타미엘 씨에게 건넸다. 일단 기본적으로 등록되어있는 기본 정보였다. 당연히 사는 곳도, 이름도, 나이도.. 다 기술되어있다. 일단 경찰도 기본적으로 직장에서 저장해야하는 개인 정보가 있으니 말이야.
그건 그렇다고 쳐도....
"마취약이라. ...미친 녀석이네요. 그 사람. ...꼭 잡아야겠네요. 걱정하지 마요. 나중에 아롱범 팀이 출동해서 그 에드...워드인지 뭔지 하는 사람을 체포할테니까요."
어차피 여기서 도망치려고 해도 쉽게 도망칠 순 없을 것이다. 성류시를 빠져나간다고 한다면, 다른 서에 협조해서 잡아내면 될 일이었다. ...일단 그녀는 동료다. 동료를 이렇게 만든 이를 가만히 둘 순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귀찮다고 해도 말이야.
"...그와는 별개로 병원 입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은데... 조금만 쉬세요. 병원 수속 밟을테니까요."
"음.. 맞아요. 프로그램이랑 비슷해요." "에러가 많이 일어나서.. 기억이랑. 감정이 동기화가 엉망이니까요.." 정상화되기 전까지의 비상 시스템.. 같은 느낌이예요. 라고 나른하고 살짝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기는 하지만 정말 안전한 데가 아니라면 아직 정신을 놓기엔 그렇습니다.
"아예 기억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 에드워드랑 그곳에 있었던 거랑.." "어릴 적부터 분명 열 일곱인가. 그 즈음에 투신한 것까지는 기억 나는데요.." 그 이후가 동기화가 안 되어서요... 라고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기억 상실이 굉장히 크다는 말에 부정할 수가 없어서 조금 슬펐습니다. 집도 모르고. 병원도 모르고. 제일 큰 문제인 조금은 이해한 여동생을 어떻게 깨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체포한다는 말에 비웃음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나오기 전에. 저걸로 한 방 먹여줬어요." 한 구석에 나뒹구는 타미엘보다 길이가 더욱 긴 셉터를 바라보면서 그건 본인 스스로가 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고마워요.." 병원 수속을 밟아 준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합니다. 그리고 눈치를 보다가 물 한잔만 줄 수 있냐고 부탁하려고 합니다.
유혜가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수 많은 별들이 차있던 시선이 잠시 어두워졌다가, 다시 별들이 장관을 이룬 광경이 두 눈에 들어온다. 위화감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다.
유혜는 별다른 말 없이 유안을 지켜보았다. 이따금 자신이 내뱉는 말에, 상처를 받진 않을까라는 생각을 품으며. 나는 그가 아니기에, 그리고 그 또한 내가 아니기에. 우리가 건네는 말들은 완전하지 않았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십여년 전 부친에게로 부터 수 없이 들었던 말이었다. 그도 인간이었고, 그 또한 홀로 살아갈 수 없었다. 많은 생각이 오가는 그를 보며, 유혜는 다시금 하늘을 바라본다.
“ 내 생각은 그래요. “
옅은 미소 뒤로, 유혜가 다시금 시선을 옮겨 그를 바라본다. 유안의 눈동자는 어쩐지 쓸쓸했지만, 공허하진 않았다. 뒤이은 그의 말에 그녀는 구태여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저, 그가 어떤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다시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그렇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초코바예요. “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미 대답을 들었기에. 그녀는 짧게 대꾸하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당신에게, 괜찮다는 말을 건네듯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프로그램에 에러, 비상 시스템이라니. ...타미엘 씨. 인간 아니에요?"
지금 말만 들으면 무슨 내 눈앞에 있는 이는 로봇이 아닌가...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로봇일리는 없잖아. 분명히 익스퍼로서 등록되어있고 말이야. 그렇다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이라는건데. 아무래도 내 생각 이상으로 큰 쇼크를 받은 것이 아닌가..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방어작용 같은 것일까? ...그 전에 17살에 투신은 또 뭐야? 생각도 못한 상황 속에서 과거를 들은 것 같은데.
여러모로 혼란스럽기 그지 없어서 오른손을 올려서 잠시 미간을 꾹 잡았다. 대체 뭐인거냐고. 여러 의미로 말이지. 곤란하기 그지 없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걸 어떻게 보고하면 되지? 서장님에게? 서장님이 지금 무슨 영화를 보고 왔냐는 소리나 들을 것 같은데... 귀찮네. 여러 의미로. 작게 한숨이 절로 세여나와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미철 것 같았다. 진짜 어쩌라는 거야. 나보고.
"...고마울 것은... 나중에 헤세드 씨나 만나보세요. ...그 사람이 가장 걱정했을테니까."
역시 이런 귀찮은 일은 연인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헤세드 씨는 연인이니까, 어쩌면 더 들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두 어깨를 으쓱하면서 일단 서류를 쓰기로 했다. 이 같은 경우는 역시 병가겠지. 병가 처리를 한 후에 제출하면 서장님이 알아서 통과시켜주겠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타미엘 씨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다음에 제가 아니더라도 진술을 들으러 오는 이가 있을 거예요. 그땐 있는 그대로 얘기해주세요. 알았죠?"
>>480 음...너무 한심한 고민인데요...(흐릿) 제가 사실...음, 유안이를 굴리는 게 요즘 너무 어려워져서 그 관련으로 도대채 어쩔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ㅁ; 레스를 올릴 때마다 내가 이게 제대로 굴리는 건가 고민하고, 인터넷을 닫고 혼자 생각하고 있으면...조금 우습게도 캐붕이나 설붕을 걱정하고 있고...어쨌든 제가 힘들어하는 건 사실이더라고요. 그래서 시트를 내리고 새 시트를 올릴 수 있는지 문의할까, 했는데...그런데 제가 유안이라는 캐릭터에게 보통 정이 든 게 아니라서...결단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492 앗.... 유안주.... (토닥토닥 유안주가 유안이를 굴리는 게 힘들고 어렵다면, 유안주의 선택을 존중 해드려야죠... 하지만 유안이도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고... 그렇네요. 저도 사실 유혜 돌릴 때 ‘ 처음 내가 구상한 유혜는 이렇지 않은데...??? ‘ 이렇게 되는 일이 많더라구요. 처음에 구상했던 것들도 나중에는 다 엎게 되버리고... 상황극을 할 때 피할 수 없는 문제같아요... 유안주가 힘들고 정말 다른 캐릭터로 오시고 싶다면 무어라 하지 못 할 일이죠!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지금 유안이의 모습이 좋고, 유안이와 엔딩까지 가고 싶어요... 8ㅅ8
음..그리고 한심한 정도는 아니죠. 캐릭터에 대해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렇게 상황극을 하면 말이죠. 그건 저도 늘 고민하는 문제에요. 특히 서하를 굴릴 때 요즘 조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사람은 하나의 면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다양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캐붕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이들과 만나면서 영향을 받았다는 느낌으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물론..정말로 힘들다고 한다면..시트 변경도 스레주는 허용합니다. 일단 자기 자신이 편하게 굴릴 수 있는 환경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역시, 재미있는 사람이다. 무엇을 걱정하라는 건지, 왜 이 말에 설득력이 느껴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분명 걸리면 혼나지는 않더라도 눈총을 받을 것이 분명한데 이젠 어떻게 되든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런 기분일 뿐 전혀 상관없지는 않았다.-
”그런 기술이 있었군요. 그 정도의 장치를 만드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할텐데 신기하네요.“
그 정도의 기술이면 꽤나 굉장한 능력일 텐데, 어떤 원리로 만들어진 걸까? 아무튼 자세한 유안의 설명을 감사히 여기며 머릿속에 정보를 새기던 지은은 뒤에 이어지는 유안의 말에 자그맣게 ‘풉’ 하고 웃었다. 본인은 계속 웃길 생각이 없다고 하던데 정말인 걸까.
”왜곡된 기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죠. 망각은 축복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저도 가끔씩 제 중학교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답니다. 워낙 중2병이 심하게 와서 말이죠.“
지은은 생각만해도 싫다는 듯 혀를 차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와중에도 여전히 입가에는 속편한 미소를 띠우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아롱범팀에서는 평소에 무엇을 하나요? 익스퍼를 전문적으로 잡는다고는 했지만 익스퍼 범죄자가 흔한 것은 않잖... 잠깐, 흔한가요?“
지은은 어쩌면 자신도 그 대단한 기술을 접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하던 말을 정정했다.
"인간은 맞지만.. 나는 Surge고..타미엘은 익스파랑..정제, 열린, 닫힌, 고립 시스템. 등등을 포함한.. 심연 사용자라서, 그림자를 능력으로 썼으니까.. 그 시스템..이 비슷해요." 왠지 이상하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긴 합니다. 뭐라 설명하기가 애매해서(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것도 있겠지요. 더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써 왔던 속박과는 조금 다르게 능력을 쓸 것 같군요.
어째서 걱정하는 것일까. 라고 생각해보면.. 가까운 사람이었을 거라고 짐작이 가능해요. 서하의 말에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기억은 안 나지만. 어렴풋이 흐린 기억은 날 듯 말 듯. 그것이 불쾌감 일부를 선사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이야기해달라는 말에는 거절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알았어요..라고 이야기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신기하네요. 난.. 그냥 목표뿐이었는데. 이루어 놓고.." 의욕이 없어지기는 했지만요.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유안주가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토닥토닥) 저도 가끔 헤세드를 돌리면 설정 상과 실제가 달라지는 경우(=자비)가 있더라구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다르게 되거나 오너나 캐릭터에게 영향이 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돼요. 제가 지금 졸고 있어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렇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머리가 나쁜걸까. 그러니까 그림자 같은 존재라는 것일까. 애매하기 그지 없었다. 그저 미간을 꾹 잡고서 나중에 헤세드 씨와 반드시 만나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헤세드 씨는 알지도 모르니까. 연인이라는 것이 그런 거잖아? 물론 그런 것 치고는... 난 아실리아에 대해서 자세히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굳이 내가 억지로 묻지도 않으니까. 아마, 언젠간 말해주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고 있으니까.
아무튼 그와는 별개로 다음에 진술은 헤세드 씨나 다른 이에게 맡겨야겠다고 판단했다. 귀찮다기보다는 그쪽이 좀 더 좋을테니까. 나보다, 타미엘 씨와 더 친한 이가 있을테니까. 누구인진 모르겠지만..일단 헤세드 씨는 분명히 친할테고... 말이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영문을 모를 타미엘 씨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조용히, 정말로 조용히 타미엘 씨를 바라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 그녀가 부탁한 물을 컵에 담아서 건네주었다.
"일단 물은 여기에 있어요. 그리고 무슨 의미에요? 그 말은? 목표뿐인데 이뤄놓았다니."
...가끔 이 사람이 하는 말은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 뭔가 되게 철학적인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파악해두는 것이 좋을테니 그렇게 물어보면서 나는 나대로 커피를 하나 손에 전송시킨 후에 한 모금 마셨다. 지현 씨가 보내준 커피. 여러모로 맛이 좋아서 취향이란 말이야.
그럼 천천히 새로운 시트를 써와보겠습니다. 아직 구상 단계도 들어가지 못했지만, 제 생각에는 유안이를 굴리면서 힘들었던 점이 개선된...유안이와 좀 유사할 수도 있는 시트캐가 나오지 않을까..싶네요...! ..우와 이러면 또 처음부터 비설을 천천히 밝혀야ㅎ(???) 아무튼, 좀 이따가 유안주가 아닌 새로운 이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유안주로서 너무 즐거웠어요 여러분...;ㅁ;
"아무튼..빨리 다시 깨우지 않으면 나는 그저.. Surge일 뿐이라서 오래 유지할 수 없으니까. 하루하루 죽어갈거야." 정말 덤덤하게(분명 마취약의 효과도 한몫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말하고는 계속 어질어질한 이마를 그제서야 손을 올려 짚었습니다.
"아.. 음.." "먹을 것도 안 주고, 물도 안 죽을 만치만 줬나봐." 나쁜 놈. 더 때려주고 왔었어야 했는데. 담담하게 평가하며-에드워드: 사람이 절박하면 뭐든 한다고 하잖ㅇ...-물을 마시자 조금은 목이 괜찮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확실히 안색이 핀 듯한 기분을 느끼고는 타미엘은 서하의 질문에 고개를 늘어뜨리고는
"나-는 그냥 경찰이 되고싶다. 란 목표만 있었는데. 타미엘은 이뤘잖아. 이 먼 곳까지 와서.." 대답하면서 뭔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이 멍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나마 이 나라 언어가 초기 동기화에서 어느정도 이루어져서 다행이지. 영어로는 정말 힘들었을지도요.
"....그럼 어떻게 해야 깨울 수 있는데요? 그 surge인지 뭔지에 대해서... 하루하루 죽어간다니. ..하아.. 보통 귀찮은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이거."
망치라도 가지고 와서 머리를 때리면 될까? ...라는 바보 같은 생각도 잠시 했다. 하지만 그럴리가 없잖아. 애초에... 때린다고 해서 기억이 돌아오는 것은 만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아무래도 그 에드 어쩌고 하는 사람이 체포되면 쉽게 끝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일단 지금 상태에 대해서는 좀 더 메모를 해두기로 했다. 그래야 나중에 보고서를 올릴 수 있을테니까. 그런데 이럴 수도 있는걸까? 묘하게 신기하다고 해야할지... 참 묘한 느낌이었다.
아무튼 뒤이어서, 타미엘 씨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일단 그 에드 어쩌고 하는 사람이 보통 미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바로 구속에 재판까지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부분은 검사가 할 일이니까 어떻게 말할 수 없긴 하지만... 그걸 떠나서, 뭔가 자꾸 타미엘 씨와는 다른 존재라는 듯이 말하는 그 모습은 내 눈에는 좀 낯설게 비쳤다. 아무리 봐도 타미엘 씨고, 실제로 내 능력으로 전송했으니까 타미엘 씨가 맞는데 말이야.
"...일단 하고 싶은 말은 많긴 하지만, 여러모로 혼란스러울테니 굳이 말은 하지 않을게요. ...뭐, 일단은 빨리 깨어날 수 있길 바랄게요. ...일단은 동료고.. 제가 스카웃 했으니 말이에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나는 나대로 병가 서류를 작성했다. 일단 이것이 필요할테니까. 그렇게 한 후에, 싸인이 필요한 곳에서는 펜과 서류를 타미엘 씨에게 건네주면서 이 부분에 싸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것만큼은 본인의 싸인이 필요하니 말이야. 공문서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법이다. 위조가 생기면... 나의 해피해피한 미래의 연금 라이프가 성립도 못하고 바로 징계 먹어서 잘리게 분명하잖아. 안돼. 난 나의 연금 라이프를 지켜야만 해.
"방법을 알았으면 당장 실행하지 않았을까.." "맞아.. 보통 귀찮은 게 아니야.. 경덩맥을 그으려 하면 돌아올까.. 아니면 정말로 투신을 또다시 시도해야 하는걸까.." 난 투신한 이후론 그냥 사라졌어야 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서.. 한숨을 푹 쉬고, 머리를 짚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그에 맞춰서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도 흔들거리는군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너무.. 달라졌는걸." "있어봤자..안 좋기만 한 걸.." 그리고 눈을 깜박거리다가 서류에 사인을 해달라는 말에 무슨 서류인지 확인하고는 한 손을 지탱하고는 사인하려고 합니다. 그래도 약은 좀 깨기는 했는지 완전 악필은 아니네요. 본인 눈엔 마음에 안 들어보이긴 하지만 한계가 그 정도인데 어떡하겠어요.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를 위해서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경동맥도 투신도... 그 말을 들으면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사람은 심하게 상처받을테고, 당신을 기다리던 동료들도 심하게 상처를 받을테니까. 하윤이도 마찬가지고요."
확실하게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나 역시도 아실리아가 저렇게 말한다고 한다면 순간 심장이 턱 막히는 것을 느낄테니까. 일단 서류에 그녀의 싸인이 이뤄진 것을 확인하고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것은 이것을 제출하고 병가 처리를 한 후에 입원 절차를 받게 하는 것이겠지. 이후에 동료들에게 타미엘 씨를 찾았다고 해도, 헤세드 씨에게도 찾았다고 말을 하면 되겠지. 그 이후는...역시 그가 노력해야 할 일이 아닐까. 애석하게도 난 지금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으니까. 이런 케이스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익스퍼를 진찰한 적이 있는 의사에게 데려가면 어떻게든 될까.
하지만 그런 의사를 섭외하기 쉬울지도 의문이었다.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다 못해 머리가 아팠다.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네. 이거.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결되리라 믿으면서 나는 서류를 확실하게 챙기고 타미엘 씨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일단 이것을 제출할게요. 병가 서류에요. 이걸 제출하면 당분간 타미엘 씨는 병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쉴 수 있어요. 그 동안에 푹 휴식을 취하세요. ...가능하면 빨리 나으면 좋고요. 일이 문제가 아니라...당신이 빨리 낫길 바라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테니까요."
예를 들면 헤세드 씨라던가 말이지. 일단 저쪽 쇼파에 누워서 푹 쉬라는 말을 하고서 나는 서류를 서장님에게 제출하러 가기로 했다. 보고도 해야하니..조금 걸릴지도 모르겠지만..귀찮아도 어쩔 수 없지. 뭐. 내가 말을 들었으니 보고 의무도 나에게 있고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일단 푹 쉬라고 다시 한번 이야기 한 후에, 나는 서장님의 사무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상황상 막레를 받으면 될 듯 하군요. 막레 부탁하겠습니다! 일단..이렇게 타미엘은 구출 성공했습니다!
"....." "그런..건가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어렴풋이 기억나요. 그렇게 말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분명 그건 이름이었어요. 옳지 않을 거야. 란 생각도 들었고, 혼란스럽고, 엉망이고.. 그렇기는 하지만 시도를 하려 할 때마다 생각은 날 것 같았다. 결국 포기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알았..어요.." 소파에 누워 조금 쉬라는 말에 무거운 몸을 누이니. 말 그대로 전기가 끊겨버린 듯 급격히 무거워지는 몸과 눈꺼풀이었습니다. 가는 걸 확인하고는 뜨고 있던 눈을 겨우 감고 편안하게 죽은 듯 잠들었습니다.
스키보다는 온천욕에 흥미가 있었던 지은은 일부로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대를 선택해 온천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랬기에 예상치 못한 사람이 들어오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온천욕을 하기위해 자신의 흉터를 가리던 화장을 지웠기 때문이었다. 지은은 황급히 손으로 자신의 화상흉터를 가리고 고개를 틀었다.
너의, 내 뺨을 부비고, 내 뺨을 부비고 내 이마에 입 맞추는 너의 그 모든 행동에, 내 심장은 기쁨에 터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너와 눈이 마주쳤다. 너의 눈은 예쁘고 선명한 녹색이어서, 보는 내가 되려 기분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짧은 순간마저도 놓치기 싫어서, 너의 모습을 온전히 나의 눈에 담으려 했다.
"에?"
너의 집에서 자고 가도 되냐는 물음에, 너는 잠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슬쩍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너의 모습에 행여 내가 과한 부탁을 한 것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던 너는 나를 마주보더니 나를 안아올려 그 위에 앉혔고, 나는 놀라 얼빠진 소리만을 내뱉었다. 어, 어어... 그,그그그,그러니까아...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느낌에 괜히 너의 품 안으로 꼼지락꼼지락 파고들었다.
"그, 갑, 자기, 어, 으으으..."
내가 하고싶었던 말은 갑자기 그러면 어떡해, 였지만 머릿속이 버벅거린 탓에 문장이 되진 못했다. 무, 물론 이것도 좋지만... 아으 몰라!
//씻고 잠깐 누웠는데 그대로 졸아버렸다 깼네요 (˚ ˃̣̣̥Д˂̣̣̥ ) 이놈의 만성피로...
//손크기 차이... 지현이가 주먹쥐면 로제가 감싸듯 손 잡는것도 가능할 것 같아요 상상하니까 너무 좋다(*°▽°*)
딱딱하게 인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앨리스의 말에 지은은 활기차 보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래로 깔았던 눈을 치켜 슬쩍 앨리스를 바라보고 역시 부끄러운지 다시 눈을 깐다.
"에이. 그건 오퍼레이터님들이 하라는 대로 한 것 뿐인걸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성공했으니까요. 멋있었어요!"
설마 자신을 칭찬할 줄은 몰랐다는 듯 고개를 격렬하게 흔들었다. 지은은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시선을 회피하느라 앨리스가 자신의 흉터를 보고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어진 앨리스의 말에 순간 자신의 눈을 가리던 손을 멈칫하고 느릿하게 내렸다. 이제는 확연히 보이는 화상자국이 머리카락이 있을 부분까지 이어져있었다. 속으로는 가발이라도 쓰고 온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읊조리던 지은이 앨리스를 쳐다보았다. 미인이었다. 지은은 축 쳐진 목소리로 앨리스에게 답했다.
"하지만 보기 추하잖아요. 선배님에게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역시 죄송합니다."
물론 그녀도 지은이 자신을 어려워한다는 건 알고있다. 그래서였을까? 최대한 자신과 눈을 맞추고 똑같은 위치에서 이야기하기를 원했다.
"하하, 멋있다니 고마워요. 물론 지은씨가 한 행동 중에서 오퍼레이터들이 지시한 것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성공적으로 이행한건 지은씨잖아요?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앨리스는 그녀의 흉터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그녀로썬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얼굴의 반이 이렇게 될 정도라니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이거 아세요? 세상에는 보기에는 괜찮아도 속은 썩어 문드러진 사람들이 넘처난다는 걸요. 우리가 상대했던 익스퍼도 외관은 멀쩡했지만 속은 썩어 빠진 인간이였죠, 인간의 겉모습이 과연 몇년이나 갈까요? 10년? 20년?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그렇지 않아요. 착한 사람은 죽고나서도 후대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죠. 당신의 모습이 어떨지라도 당신의 마음은 매우 아름다워요."
그녀의 말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말 하나하나가 그녀에게 지워지지 않을 큰 상처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자신을 존경한다고 말했으니...물론 침묵도 방법이긴하나 지금 상황에서 침묵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품 속에 안겨 얼빠진 소리를 내는 당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볼에 가득 만개한 복사꽃이 당신을 더욱 예쁘게 만드는건 알까, 품 속으로 파고든 당신의 등을 부드러이 쓸어주곤 바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날이 추우니 빨리 들어가자꾸나, 어여쁜 당신이 혹여 감기라도 걸리면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플테니.
"불편하지는 않죠?"
바퀴를 움직이며 아파트 내부로 들어설 때 까지, 불편하진 않을까 걱정어린 시선으로 당신을 몇번 바라보곤 웃었다. 말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했던 당신에게 답하듯,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곤 당신의 등을 한 손으로 안고선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였다.
"너무 예뻐서 그랬어요."
귓바퀴에 가벼이 입술을 대었다 떼고 입꼬리를 휘었다. 어쩜 이리 사랑스러운지. 이내, 가벼이 등을 쓸어주고 그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비록 존경하는 선배라도 노천탕에서 만나는 것은 부끄러웠다. 이제는 귀까지 빨게진 지은이 손을 휘적거리며 얼굴을 돌렸다. 비록 수건으로 몸을 다 가리고 있다 하더라도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것이었다. 평소 사교성이 좋은 지은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칭찬은 감사드려요."
아까보다는 옅어진, 그래도 노천탕의 열기 때문인지 붉그스름한 색을 띠는 얼굴을 하고 감사의 말을 한다. 그리고 지은은 앨리스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점점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앨리스의 말이 끝나갈 때쯤에는 평소의 밝은 그녀로 돌아온 지은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앨리스 선배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행이네요. 상냥하시기도 하셔라... 역시 당당해지려고 해도 이 흉터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안좋은 기억이라도 떠오른 걸까 지은은 씁쓸한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그 씁쓸한 미소도 잠시 곧 다시 밝은 미소로 돌아와 앨리스에게
"절 위해서라도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덕분에 기분이 이렇게 좋아졌네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의 음울한 생각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오랜 세월간 받아온 상처는 쉽사리 치료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지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은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고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앨리스의 몸은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모델로 착각할 만한 몸매였다. 그에 비해 평범한 지은의 몸은... 평소에 딱히 관심쓰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노천탕에서 보니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던 것이었다. 지은의 복잡한 표정과 함께 앨리스를 바라보는 무습이 뾰로퉁했다. 자신도 저렇게 크고 싶었는데 고등학교때 160 중반에서 멈춘 키에 포기했었다. 잊고 지냈는데 이렇게 키큰 사람을 보니 다시 옛 소망이 떠오른 것이었다. 지은은 선배님이 듣지 못하도록 작은 한숨을 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역시 부럽네요~"
어색한 웃음이었다.
"좋아요. 저 맥반석 계란도, 식혜도 좋아해요! 엣날에는 목욕탕갈때면 매번 먹었는데 바쁘다 보니 요즘은 별로 못먹었네요. 선배도 맥반석 계란이랑 식혜 좋아하시나요?"
서로간의 공통점이 언급되자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띄우고 하이텐션으로 물었다. 온천탕의 열기때문인지 단순히 흥분해서인지 양 뺨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지은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왼쪽은 흉터로 얼룩져있지만 오른쪽은 그 나이때 젊은 이들 답게 주름하나 없이 깨끗했다. 아무리 관리를 한다지만 나이는 못 속인다. 나잇살에 조금씩 생겨나는 주름과 떨어져가는 체력은 아직 젊음을 누리고 있는 이들을 질투하게 만들었다. 일단 능력 덕분에 살은 그리 찌지 않지만 확실히 옛날 보단 몸무게가 늘었다.
"젊은 게 좋은 거예요. 젊은 게 좋아요..."
'뮤지컬에서 남자배우가 이런 대사를 했지 아마? '숨긴다고 없어지나 흰머리가?' 아아, 나이는 32살 남자친구도 없고 가장 최근에 사귄에 10년 전쯤이지 아마...이러다가 노처녀로 평생 사는게 아닌 지 몰라...'
생각보다 쉽게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말에 동의를 했다. 앨리스가 유심히 지은의 얼굴을 쳐다보자 지은도 그것을 깨닫고 다시 멋쩍은 웃음과 함께 얼굴을 붉혔다. 분명 자신의 흉터를 가려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앨리스의 앞에서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라고 생각하며 홀로 자신의 변화에 감탄할 무렵 젊은게 좋다는 앨리스의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 그런가요? 전 아직 잘 모르겠네요. 아직은 좀 더 크고 싶고. 뭐라고 해야할까, 어른스러움? 멋있잖아요. 물론 저도 어른이지만요."
지은이 속편한 소리를 해대며 노곤노곤한 온천의 기분을 한껏 느끼고 있었다. 따뜻한 온천이야 말로 자신의 피로를 완전히 풀어주는 것 같았다.
"역시 좋아하시는 군요! 이상하게 맥반석 계란은 이런 곳에서 먹어야 제일 맛있더라고요. 다른 곳에서 먹었는데 목욕탕에서 맛이랑 너무 다른 것 같아서 실망한 기억이 나네요."
행복한 표정을 짓던 지은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온천탕에 기대고 있던 자신의 상체를 들어올렸다.
"지금 먹으러 갈까요? 곧 있으면 폐점시간이니까 빨리 가지 않으면 문을 닫을지도 몰라요."
태연한 목소리로, 아쉽다고 하는 서하의 말에 겨우겨우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를 짜내서 대답하던 아실리아가 이내 서류를 들고 똑바로 몸을 돌려서 서하 쪽을 바라보고 앉았다. 아마도 혼자 부끄러워서 이리저리 숨기고 피하는 제 모습과는 달리 태연한 서하의 모습에 살짝 오기가 돌았던 것이리라. 그래봤자 이후에 건네져 오는 농담에는 도로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제 손에 들린 몇 안 되는 서류들로 얼굴을 탁 하고 가려버렸지만. 정말이지 이런 쪽으로는 지독하게도 면역이 없다고, 아실리아는 새삼스레 그 사실을 인지했다.
" 솔직히 부끄, 러운 건 맞지만... 맞긴 하지만.. 놀리지 마.. "
살짝 의기소침해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아실리아는 이내 서류를 한 장씩 넘겨보더니 서하에게 그 서류들을 반으로 나누어서 건네었다. 평소 같으면 굳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혼자서 처리했겠지만, 그래도 도와준다는 말을 꺼내준 것 자체가 매우 고마웠으니 거절하기도 뭐했다.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서하가 도와준다는 게 좋기도 했고.
" 그, 고마워요. 휴가 낼 수 있게, 도와준다.. 는 것도, 서류도. 다른 것도 전부. "
제 몫으로 나눈 서류를 뒤적이다 말고 넌지시 건네는 말에는 진심이 서려있었다. 이것저것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은 언제나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서하의 호의와 애정은 언제나 진심으로 고맙고 단 것임과 동시에 이따금 과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 걱정.. 해 주는 것도 그렇고 날 좋아해주는 것도, 정말 다 고맙고. 그런데 나는 항상, 받기만 하는데다가.. 소심해서 표현, 도 잘 못 하고. 여러모로 많이 미안해서. "
잠깐 침묵. 아실리아는 흝어본 서류를 제 무릎 위에 살짝 올려놓더니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 ...어, 조금 뜬금없, 기는 한데. 혹시, 내가 해 줬으면.. 한다거나, 하는 거 있어요? "
어젯밤은 집에 오자마자 뻗어서 유안주 소식도 이제야 보고 정상주 다녀간 것도 이제 봤어요. 아, 유안주. 아직 유안주일 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유안이 좀더 챙겨주고 그러고 싶었는데. 뒤늦게 보니까 왜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날까요.
쭉 정주행 하다보니까 왜 이렇게 자괴감이 드는지. 잠들지 않았으면 잡담도 끼고 일상도 돌리고 했을텐데. 내가 이러려고 여기서 뭐빠지게 일하는 거 아닌데...
요즘 거의 갱신만 하고 돌리지는 못 하고 있네요. 솔직히 갱신도 지쳐요... 매일 야근에 조기출근에... 참치로 옮긴 후로 뭔가 좀 거리감도 느껴지고...
스레에 대한 애정은 그대로인데 현실과 피로가 달라붙으니 도저히 이길 재간이 없어요. 매일 살아도 사는거 같지가 않습니다. 바뀐 체제에 적응할 틈도 없이 이거해라 저거해라 쏟아지니 하루 스물네번 머리박고 훅 가버렸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피로에 박카스가 만사는 아닌데 버티려면 마셔야 하고 그럼 속이 안 받아서 일하다 화장실 뛰쳐가고. 말은 안 했지만 어제까지 거의 사흘에 한번 꼴로 코피가 터지더군요. 이러다 조만간 피눈물도 날것 같슴다. 매일 화장으로 안색 감추고 사니 멀쩡한 줄 아나봅니다. 하하...
아침부터 푸념해서 미안합니다. 정주행하다보니까 너무 울컥해서 뭐라도 말하고 싶었어요. 현실엔 달리 말할 사람이 있는 처지도 아니라서. 보고 불쾌했다면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당분간도 지금처럼 갱신만 틈틈히 하게 될 것 같아요. 저도 어서 상황이 나아져서 돌리고 싶어요. 더 손 놓고 있다간 감 다 잃고 이벤트충이 되버릴 것 같아..(동공지진
그럼 여러분,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되고 감기 조심해요. 이미 걸리신 분들은 어서 쾌차하시길.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잘 느껴지네요. 울프주. 현실의 바쁜 상황은 참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요. 매일 야근에 조기출근..힘들 수밖에 없겠죠. 현실의 피로라는 것은 자고로 감당하기 힘든 법이니까요. 정말 여러모로 고생이 많은 것이 글로서 절로 느껴집니다. 사흘에 한번 꼴로 코피... 세상에....
그리고 푸념을 하면 좀 어떤가요. 힘들어서 털어놓을 곳 정도는 있어야죠. 그런 곳도 없으면 사람은 정말로 버티기 힘든 법이에요. 이 스레가 울프주에게 있어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면...그 또한 좋은 것이겠지요.
결론은 제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부디 힘내주세요. 울프주. 갱신만 틈틈히 하셔도 상관없어요. 지금은 울프주의 현실이 그만큼 힘드니까요. 그 현실. 하루라도 빨리 개선되길 스레주가 조용히 빌어봅니다.
피식 웃으면서 아실리아가 건네주는 서류를 받았다. 솔직히 서류 작업은 매우 귀찮은 일이다. 아니, 정확히는 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귀찮다. 그냥 마음 같아서는 일을 하지 않고 쉬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직 일이 남아있다면 도와주는 것이 맞겠지. 그 상대가 연인이라면 더욱 도와야할 것이다. 빨리 끝내버리고 같이 쉬는 것이 좋을테니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서류를 대충 바라보았다. 그렇게 어렵진 않지만, 조금 시간은 걸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와중에 아실리아가 하는 말들이 계속 귓가로 들려왔다. 고맙다는 말의 연속이었다. 말 그대로. 자신은 받기만 하고 소심해서 표현도 잘 못하고 여러모로 미안하다는 말도 함께 들려오며 최종적으로는 자신이 해줬으면 하는 것이 있냐는 그 물음에 서류에서 아실리아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조용히 입을 열어 그 말에 대답했다.
"나를 좋아해주잖아? ...그걸로 난 충분해. 내가 좋아하는 이가 나를 좋아한다. 그 가능성과 확률은 사실상 적어. 특히 나 같은 녀석이라면 더욱 말이야. ...그다지 다정한 말도 잘 못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뭔가 달콤한 말을 속삭여주는 것도 아니고... 나른할 뿐이고... ...그런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날 좋아해줄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나를 좋아해주는 마음만으로도 난 충분히 받고 있어. 표현은 이미 아실리아. 너의 행동에서 느껴지는걸.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서류를 나눠주는 것만 해도 나를 의지해주는 거잖아. 안 그래?"
작게 피식 웃으면서 윗주머니에 꽂아놓은 볼펜을 끄집어냈고 서류를 체크하면서 잠시 끊었던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굳이 해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좋아. 언젠가 용기가 든다면, 내가 방금 너에게 했었던 입맞춤. 받아보고 싶은걸? 아니면 야근을 끝내고 야간을 한 이들이 쉴 수 있는 숙직실에서 나란히 누워서 자다가 돌아가도 좋고. 손을 꼬옥 잡고 자고 싶을 때도 있거든. ...여건만 된다면 집에 초대하고 싶지만.... 나는 부모님과 같이 살거든. 아마 널 데리고 가면, 그...여러모로 너나 나에게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 그건 미안해서 힘들 것 같고... ...그래도 언젠간 소개해주고 싶긴 해. 네가 내 연인이라고 말이야."
간만에 정말로 길게 이야기했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다시 서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이건 이렇게 처리하면 될까. 나중에 내 노트북으로 가서 확인을 좀 해봐야할지도 모르겠네. 이건...
SS급인 서장님은 여러분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관 공식 먼치킨이니까요. 단지 현장에 안 나갈 뿐이죠! 이를테면... 서하나 하윤이 S급 익스퍼 중에서는 제법 강한 편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둘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이가 서장님이기도 하고... 그만큼 많이 강합니다. 네.
>>694 에드워드: 아냐! 좋아하게 된 사람이 작고 귀엽고 예쁜 타미엘이었던 것 뿐이야! 타미엘주: ...그렇지만 외관상으로 보면 그냥 ㄹㄹㅋ이잖아.. 에드워드: 아니라고요! 타미엘주: 이미 시청자게시판에는 ㄹㄹㅋ범죄자 드립으로 까이고 있으니까 포기해.. 에드워드: 그렇게 따지면 누구누구라던가는요!
이대로 시간만 잡아먹긴 아쉽군요..! 그런고로 앞으로의 전개를 말하자면... Case 10에서 좀 많은 떡밥이 풀리고..대충 75% 정도? 남은 25%는 이후의 전개에서 풀린다는 느낌이랍니다. 그리고..아마..적들도 랭크업을 하게 될 거예요. 지금까지 나온 애들이 A급이라면 그 이후는 이제 S급 적들이 본격적으로... 그런 느낌이랍니다.
음, 그리고 울프주... 위에 글 읽었는데 혹시 어제 와서 울프주를 찾은 게 부담으로 느껴졌다면 죄송해요 8ㅁ8 피곤하면 자야죠!! 울프주 요즘 많이 피곤해 보여서 걱정 많았어요ㅠㅠ 그그...일상 돌리던 거 부담되면 여기서 끊어도 좋구... 이렇게 말하지만 정작 제가 매번 느리게 답드려서 항상 죄송하구 고맙습니다... 결론은 힘들면 조금 쉬엄쉬엄 해두 돼요 즐기자고 하는 상판인데 너무 부담으로 느끼시진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774 날 찾은게 부담으로 느낀게 아니라, 그 부름에 답해주지 못 한게 미안하고 자괴감 들은 거였어ㅎㅎ평소라면 조금 더 버티고 있었을시간인데 이젠 그만큼도 못 버티늬구나(절망) 이런 느낌으로ㅋㅋ 일상 늦는 건 괜찮아! 나 그 기다리는 거 하나는 짱 잘해! 그러니까 중간에 끊지말구 마무리까지 제대로 하면 좋겠어ㅎㅎ
웃어보이는 네 얼굴에 위화감이 든다고 느낀 것은 어째서였을까.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평소에는, 본인의 감을 많이 신뢰하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그냥, 방금 네 웃음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기억 뒤로 밀어놓는다. 별 거 아니겠지. 널 의심하고 싶지 않다. 필요한 거라면 이미 말했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 그러니까 당연히 놀라지."
살짝 툴툴대면서 안아오는 네게 잠시 기대있다가, 이윽고 자세를 바꾸어 좀 더 편하게 있었다. 네가 나에게 기대기 쉽도록.
"알겠어, 다음에는, 그래도 네가 가장 예쁘다고 할 게. 귀신을 싫어하는 거야, 울은?"
귀신 관련 장난은 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귀신이 무서우면 애초에 그런 소문이 도는 곳에 안 가면 되지 않을까. 소문이 괜히 생기는 건 아니란 말이다. 다행이 여기에는 없었지만, 혹시 정말로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사실 하나도 괜찮지 않다. 심장이 쿵쿵 거세게 뛰고 살짝 현기증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바보야, 그런 걸 해버리면 너무 좋아서 아무말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리잖아. 나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는 너의 손길을, 나직이 속삭이는 그 목소리를 듣는것이 너무 행복해서, 너의 품을 벗어나는것이 아까워서 나는 너의 품안으로 좀 더, 지금도 가깝지만 그것조차 먼 것같아 더 파고들었다.
"!!!!!!?!!"
예뻐서, 라는 단어는 나와는 먼 것 같았다. 대부분은 그냥 귀엽다, 수준으로 날 보아왔고, 나도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너의 그 말에, 그 세글자가 뭐라고. 이건 좋아,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 반칙이다, 반칙.
"으으으으으으응으으으으~!!"
나는 괜히, 너의 가슴팍을 투닥투닥 두들겼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너무 기뻐서 눈물을 보일 것 같았으니까.
//졸음+감기몸살 크리로 글이 잘 안써지네요 8ㅁ8 로제주도 감기 조심하셔요! 맞죠맞죠 키차이 완전 설렘 모먼트 그 자체고!! 서있는채로 눈높이 맞출 때 로제가 번쩍 들어올려라!!
>>843 조별과제...!(생각치도 못한 맹청이) 좋아요! ...그런데 경찰대에서 무엇을 조별과제로 할까요...(동공지진) 아니면 이부분은 그냥 얼버무리듯이() 지나가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아니다 이 센하주야) 아무튼 지은주 말씀대로 이걸 하면서 친분을 쌓은 걸로 가면 좋을 것 같네요! 아, 지은주! 그러고 보니까 지은이는 가발이나 실명된 눈, 흉터에 대해서 물어봐도 감추고 지내나요?
>>845 개인적으로 센하가 거의 오자마자, 그러니까 16살이 좋을 것 같네요! 유혜의 성격이 변한 거라...정확히 어떻게 바뀐 건지 여쭈어볼 수 있을까요?(소심)
>>851 음... 그 전 성격은 살짝 낯도 많이 가리고 소심한, 그냥 다정다감한 여자애었어요! 완전 평범한! 근데 사고 이후로 익스파 발현 전까지는 완전 폐인처럼 변해서는 방에만 틀어박혀있고 말도 안하고 부정적이고, 자살시도까지(!)했던 여자애였다가, 학교에 들어가고 부터는 조금 나아지는 정도가 돼요. 그 당시에 좋아하는 남자애가 생겨서, 조금 우울한 여자애 정도?? 그러다가 익스파가 발현 된 후로는 사고 전 성격에서 조금 독기있고 차가운 분위기로 바뀐다 생각하시면 돼요!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전보다 차가워졌다...고 하면 될 듯 하네요! (횡설수설
>>856 아앗 그렇군요! 센하 성격대로라면 초반에 대충 눈치채고 얼마 안 가서 지나가는 말투로 물어보듯이 말을 건넸을 거예요! 가발&눈&흉터에 대해서! 그런데 그렇게 물어서 지은이가 싫어하거나 햇으면 그 뒤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을 거예요. 지은이가 스스로 다시 언급하기 전에는. 그럼 지은주 말씀대로라면 한 1에서 2년 정도 지나고 난 다음에는 스스로 알려주는 건가요?(했더니 아니었다면...)(쥐구멍)
>>854 지은은 총을 애용하기 때문에 사격부가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에 괴랄한 저격 솜씨를 보여주는 지은을 유혜가 많이 도와주었다던가.... (그 은혜를 아재개그로 갚습니다...^^) 흉터 발견한 때는 ㅁ대학교에서 합숙같은 거 햇을 때 화장실에서 우연히 서로의 흉터를 발견햇으면 좋겠네요!
>>858 앗앗 그렇군요! 성격변화에 대해서는 중단중간에 의미없이 지나가는 말투로 '성격 달라졌네'라고 그냥 그 수준으로 언급했을 거예요! 근데 자살시도라...살짝 밝히자면 센하는 자살에 대해서 좀 민감해서, 만약에 센하가 그걸 알았다면 냉정하게 뭐라고 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유혜가 남몰래 자살시도를 하고 나중에 밝히지도 않았다면요!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참 그리고 그 학교라는 게 고등학교를 말하는 거려나요?
>>865 그렇군요!(다시 나옴)(?) 그럼 지은이가 그렇게 자리를 피한 이후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나중에 지은이가 스스로 밝혔다는 거겠네요! 밝혔을 때 센하는 그냥 그렇구나 수준으로 덤덤하게 받아들였을 거예요! 그러고 난 다음에도 딱히 언급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지은이는 자신의 과거..그러니까 사고는 알리지 않았겠죠 아마? 그러고보니 경찰대 졸업 이후에도 서로 연락한 걸로 할까요 아니면 연락이 끊겼다가 나중에 아롱범에서 재회하는 걸로 할까요?
>>869 음... 자살시도는 사건 후에 아직 제대로 된 멘탈케어도 받지 못 한 상황에서 어머님께 온갖 폭언등을 들으며 충동적으로 그은 것이기 때문에... 아마 긋고 나서 어머님의 신고 덕에 바로 응급실에 실려갔고, 그냥 없던 일 치고 살아갔을 듯 해요. 아마 센하에게도 밝히지 않았겠죠! 유혜는 센하한테 쓴소리를 들어도 뭐라 할 말은 없으니 (그당시 성격으로 치자면) “ 어쩌라고. 내가 살기 싫다는데. “ 이러고 말 거 같아요. 막 마음에 담거나 뭐라 하진 않구...! 네네 학교는 고등학교를 얘기 한 거예요! 그리고 유혜가 사고를 당한 건 1월 중순인데, 센하는 언제쯤 한국에 왔을까요....(조심스럽
아, 그러고보니 이건 어찌보면 비설이고 어찌보면 비설이 아닌데! 유혜 시트 부분 중에 손목 타투가 바로 그 자살시도를 한 흉터를 가리기 위한 거예요. (설정공개
"없어. 안 계셔. 애초에 네 근처에 있었다면, 내가 사수일 때 이미 해결했을거야. 귀신은..."
해를... 끼치...나?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얼버무리기로 걱정했다. 지난번에 대강 알려준 것 같기는 하지만 굳이 구체적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고,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지금처럼 막 다녀도 곤란한데. 귀신들도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더 좋아한단 말이다. 1순위는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막 폐가 같은 데 놀러가고 그러면 안 된다, 너. 위험한 건 자제하고."
결국 가벼운 잔소리로 끝내고 네 손을 잡아올려 손목에 걸려있는 팔찌를 매만졌다. 응, 잘 어울려.
>>871 사고가 나기 전 센하가 왔다면 당연히 알테고, 아마 유혜 본인도 센하한테 말하거나 어쩌다가 센하한테 들킬 거 같아요. 자기도 모르게 술술 분다거나 “ 곧 아빠랑 언니 기일이라.... “ 이런 식으로!? 그리고 워낙에 큰 사고였어서 이따금 취재하러 오는 인간들이 있었을텐데, 그럴 때 센하가 알게 될 수도 있겠네요!
>>873 그렇군요! 그럼 자살시도 건은 모르는 걸로 하고... 센하는 거의 16살이 되자마자 한국으로 들어왔어요! 아, 그렇다면 사고를 알 수도 있겠네요?(조심) 앗 그러면 첫만남에 대해서 정해볼까요! 만약에 사고에 대해서도 알고 그렇다면 역시 1월 초 중에 만났을텐데...
>>872 네, 역시 사고는 알리지 않을 것 같네요. 그래도 어느정도 친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농담은 많이 할 것 같아요. 지은의 아재개그의 센하의 반응이 기대되는 군요.. >:-) 서로 잠시 연락이 끊겼다가 아롱범에서 다시 만나는 전개로... 지은 : ...? (어디서 많이 봤는데...!!!) 센하 선배!
>>877 음... 센하는 한국에 오고 어디서 머물렀나요? 바로 그 성재라는 소꿉친구네 집에서 지냈다면 그 친구와 유혜가 아는 사이어서 친해졌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사고 전이라면 나름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거 같구요. “ 진짜? 일본에서 왔어? (신기) “ 이런느낌...! 센하가 자살시도건을 모른다면, 나중에 들켰단 내용으로 일상 돌릴 수 있겠네요! (소재를 발견했다!
>>878 아재개그에 대한 반응이라, 센하 자신도 말장난을 가끔 하는 편이라서(아무래도 출신지가 동음이의어가 넘쳐나는 일본이다 보니) 나름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것 같네요! 센하 기준 괜찮게 들리는 말장난이라면 그거 괜찮네ㅡ라고 맞장구도 쳐주고... 네네, 그럼 그 전개로 가죠! 센하: ...당신 누구더라...(흐릿)...아...아, 그 말장난.(깊은 깨달음)
>>884 그럼 서로의 과거를 어느정도까지 알고 있는게 좋을까요? 라기에는 이미 이벤트를 진행했... (진짜 무계획이구나 나... ;-() 일단 지은이라면 자신이 고아원에서 왔고 흉터가 어떻게 났는지에 대해 이미 다 말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싫어한다는 사실까지 간접적으로라도 말했을지도요... ex) 지은 : 제 얼굴 너무 추하잖아요.
>>882 그럼 성재와 아는 사이로 할까요! 성재는 그냥 활달하고 그야말로 청춘스러운(?) 성격이라서 분명 발이 넓었을테니까요! 대충 중학교 친구 정도로 할까요? 성재와는! 그리고 센하는 일본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웬만하면 친절하게 답해줬을 거예요! 만약에 치ㅋ...아니, CPH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싫은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겠지만... 오오, 그럼 나중에 그런 상황으로 돌려봐요!(방방)
>>886 으음... 아마 유혜도 처음에는 그냥 어쩌다 그랬다고 숨기지만 지은이가 털어놓는 걸 보고 다 이야기 했을 거 같아요. 나중에 술자리에서는 자기의 트라우마랑 죄책감도 다 얘기해버리고... 유혜는 자기가 아빠와 언니를 죽였다는 트라우마를 안고 있거든요...!
>>887 네! 성재와는 중학교 친구고, 집도 가까웠다고 할까요? 센하와도 친해져야 하니까, 대충 사는 곳도 옆집~걸어서 몇 분 이정도면 딱 개연성 있을 거 같아요! 유혜는 일본여행을 가보고 싶어했기에 엄청 물어댔을 거 같아요! 막 디X니 랜드 가봤냐, 유명한 음식 뭐있냐, 유명한 연예인은 누구누구 있냐 이런 거요!ㅋㅋㅋ 그러다가 방학 중에 사고가 나고... 입원+장례 때문에 좀 오래 집을 비우면서(......)
>>894 네네 그렇게 해요! 아 물어보는 유혜 너무 귀엽닼ㅋㅋㅋㅋㅋㅋㅋ(귀염사) 그리고 사고 이후는...아아...아아아아 ;ㅁ;(흐려진다) 음음 이렇게 해서 나중에 경찰대에 나란히 들어가고 졸업하고 했을텐데 이 때 유혜는 센하를 어떤 식으로 대했을까요. :3 센하는 그냥 16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인만큼 무심하지만 그래도 대충 친근하게는 대했을 거예요. 아 졸업하고 난 다음 센하는 바로 형사과에 들어갔고 유혜는 수사과랬으니까...이 때부터 만남이 조금 떨어질 것 같기도 하네요. 성재 포함해서 같이 어디로 놀러가거나 하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만날 일도 그렇게는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유혜주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901 아마 사고 전과 별반 다르지 않게 대할 거예요! 유혜에게는 어느정도 의지 되던 친한 친구이니까요! 다만 성격 자체가 전에 비해 조금 차가워진터라 센하가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네요... 유혜는 되게 친근하게 대할거라 생각해요. 낯선 환경에서 안그래도 낯가리는 애한테 몇 년지기 친구가 있다보니 좀 의지하는 면도 있을테구요. 다만... 어... 유혜가 22살 때 멘탈이 또 완전히 나가게 되는데.... 22살 크리스마스날에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던, 유혜가 좋아했던 남자애가 자살을 하거든요. 많이 친했던 친구라 멘탈이 또 한 번 나가서 한동안 은둔생활을 할텐데... 아마도 3학년 학기 시작 전까지..... 그때 센하가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하네요! 또 유혜는 수사과로 가게 되었으니 이 년정도는 공백기가 생기겠네요... 중간중간 성재에 의해 만났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많이 만난 건 아니니 연락이 끊겼다고 봐야겠죠? 나중에 아롱범팀에서 만나면 놀라겠네요ㅋㅋ 2년 만에 본 친구이니 처음엔 좀 어색해도 명색이 10년 지기인데 금방 또 친해지겠죠!!
>>914 차가워진 성격에 대해서는 역시 그냥 지나가듯이 성격 달라졌네하고 살짜금만 언급할 것 같아요! 그리고 예전과 다름없이 평소대로 대할 거예요! 그리고 22살 때의 공백기는...그 땐 아마 집에 찾아가지 않을까 싶네요. 아, 아까 확실히 하지 못했는데 화재 사건 이후의 유혜에게도 찾아갔을 거예요! 찾아가서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분위기로 말을 걸었을 거고, 근황도 말해보고...주저리주저리하지 않았을까요. 그 때의 반응을 보고 혼자 있기를 원하는 것 같으면 안 찾아갔을 거예요 두 번 다. 유혜가 어떤 반응일지... 그리고 공백기 이후 만났다! 좋습니다! 덤으로 익스퍼 관련으로는 어쩔까요. 아롱범 와서 서로 알았다...?
>>918 화재사건 때 유혜는 찾아와준다면 속으로 기뻐했겠지만 겉으로는 기쁜티를 못냈을거예요. 마음이 힘들어서 누군가가 자기를 도와주길 은연중에 바라고 있었지만 어머님이...(흐릿) 그래도 센하가 찾아와줬다면 처음에는 힘든 게 아닌 척 티를 안내도 나중에 지나면서 점점 속마음을 열 거 같아요! 그리고 22살 때 센하가 찾아온다면 센하를 보자마자 펑펑 울었을 거 같네요. 자기 혼자 막 힘들어하다가 어쩌다보니 인간관계도 박살나고(...) 해서 힘들다가 힘든 순간에 센하가 찾아와주니 의지하는 친구, 그리고 정말 고마운 친구가 될 거 같아요! 익스퍼는... 으음 사실 익스파 발현을 시점으로 성격이 정상화 된 거라 센하가 눈치 챘을 수도 있지만, 유혜는 센하가 익스퍼란 사실을 몰랐을테니까 아롱범팀에서 어!? 너!? 이렇게 됐다고 봐야할 거 같아요! (또다시 데자뷰
>>920 유혜가 그런 반응이라면 센하는 두 사건 때 모두 다 웬만하면 매일매일 유혜를 찾아갔을 거예요! 갖가지 구실 핑계를 붙여가면서, 가끔은 먹을 것 같은 걸 사오면요! 22살 때 펑펑 운다면 순간적으로 당황했다가도 일단은 진정시키려고 했을 거예요. 울음이 그친다면 그 뒤로 잠시 어색해서 아무말도 못하다가 금방 정신을 차리고 특유의 사차원적 대화를 이끌어나갔을 것 같아요. 성격이 정상적으로 돌아왔을 때는 센하는 익스파를 캐치해내지 못했을 거예요. 연관짓기도 힘들고. 그래서 센하도 아롱범에 들어와서 유혜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을 것 같네요! 이 정도면 된 걸까요 선관? 혹시 더 원하시는 부분 있으신가요?
한국의 어느 백화점. 커다란 폭발음을 시작으로 이곳은 지옥으로 변했다. 비명을 지르고, 울음을 터뜨리고, 살기 위해 달린다. 혼란 그 자체였다. 나도 그 속에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달리는 건 어려웠다. 당연한 일이었다. 다들 자기 살기 바쁘니까. 한 사람이 달려나가면서 내 어깨를 쳤다. 나는 그만 중심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아픔이 저릿하게 다가온 탓에 신음을 흘리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런데. 몸에 힘이 안 들어갔다. 아아, 손이 떨린다. 눈에 보여.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아, 어째서 다들 자신밖에 모르는 걸까...원망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소리는 절대로 아니었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쾅.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두려움에 휩싸인 사람들은 일제히 비명을 내질렀다. 나는 비명도 못 지르고 그저 숨을 삼켰다. 일어서지 못한다는 공포 속에서 불현듯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엄마. 지금 어디 있어요.
"...엄마, 엄마아...!"
건물이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러퍼졌다. 바닥은 한없이 차가운데, 따뜻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왜. 왜 일어서지 못하는 거야. 이대로라면...분명...분명...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어서 내가 어떤 생각에 다다랐는지 모르겠다. 꺼져가는 목소리로 한 사람을 부르는 것밖에는 불가능했다.
가능하면 제 목표는 1월 21일까지는 Case 10까지 다 끝내는 거랍니다. 사실 1월 마지막주 금토일에 2박 3일로 놀러가는지라..그 주는 스토리를 못하고 이벤트 띄우고 갈 가느서이 매우 크거든요. 일단... 1월까지는 전반부를 다 끝내고 이제 남은 시간 동안 후반부를 진행하고 싶어지네요.
정말 괜찮은걸까.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당신이 품 안으로 바르작거리며 파고들자 조용히 미소지었다. 다른 누구에게 이랬더라면 필시 질투를 할터라지. 앞으로는 나한테만 이렇게 안겨주길 바랄게요. 그대의 머리카락에 뺨을 파묻었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뺨을 스치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듯 했다.
앗, 엘리베이터가 왔구나. 어느새 문이 열리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휠체어를 끌고, 당신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힐 때 즈음.
"앗, 아앗. 사실을 말했는데 왜 그래요. 아얏."
아프진 않았지만. 자신의 가슴팍을 두들기더라. 그 모습조차 미치도록 사랑스러웠지만. 그래도 이럴줄은 몰랐는데. 볼을 잠시 부풀리나 싶더니 당신을 꾸욱 끌어안았다.
버스 안으로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버스 안을 천천히 걸으면서 빈 자리를 찾았고, 중간 즈음에서 유일한 빈 자리 하나를 운 좋게 발견하였다. 옆자리에 앉아있는 모자를 쓴 청년에게 다소 어색한 한국어로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 앉았다. 창문 밖을 바라보던 청년은 "아, 네"라며 남자를 무심코 돌아보았다. 남자도 문득 청년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맞았다.
"아."
청년이 먼저 외마디를 흘렸다. 그러자 이어서 남자의 입에서도 같은 외마디가 흘러나왔다. 두 사람은 즉시 서로 시선을 피하였다. 표정이 모두 좋지 못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벌레라도 씹은 표정이라고 할까. 버스는 출발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설마 너였을 줄은."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본어였다. 청년은 불만 가득한 무표정을 흘깃 남자에게로 향했다가 다시 창문 밖으로 돌렸다.
"아, 오늘 일진 왜 이러지..." "여기 살았냐." "최악이다..." "질문에 답해라." "시끄럽네. 지금 기분 나쁘니까 건들지 말아줄래."
또 다시 침묵이 따라왔다. 그 상태로 계속 있다가 결국 청년은 한숨을 쉬고 그 침묵을 깼다.
"여기엔 무슨 볼일이야. 얼른 일본으로 꺼져줬으면 좋겠는데." "네놈에게 알릴 이유는 없다." "아, 그래. 필요없어. 어차피 대충 짐작은 되고...아아, 생각할수록 기분 나빠. 역시 이 버스에서 당장 내려, 당신." "왜 내가 내려야하는 거지? 네놈이 내려라." "아니면 그냥 지금 당장 죽던지. 제길, 살아있었어. 하수구에 머리 박고 죽었으면 좋겠는데." "닥쳐라. 네놈이나 죽어라." "먼저 죽어주면 한 번 생각해보지." "입조심해라." "하, 누가 누구더러 조심하래."
살벌한 일본어가 오가더니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남자가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번갈아가며 침묵을 깨는 꼴이다.
"...하나만 물어보지." "묻지마." "하루나, 그리고 코우스케."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청년은 표정을 찌푸리고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무슨 의미야." "설마하는 건데, 5년 전 그 사건...네놈의 짓은 아니겠지."
그대로 입을 닫고 남자는 질세랴 청년을 묵묵히 노려보았다. 소년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레짐작도 정도가 있지. 난 그런 더러운 일에는 관심없어."
다음 정류장에 도착한다고 안내하는 소리가 울러퍼졌다. 청년은 무릎을 잡고 일어서고는 자리에서 벗어났다.
"...당신들과는 다르게 말이야. '고미'키." "코미키다. 가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고미'키가 더 어울리는 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걸. 쓰레기만 있으니까."
저도 이벤트가 끝나기 전에 일상을 한번 돌려보려고 생각중이랍니다. 다들 바빠보여서 못 돌리고 있지만 말이에요. 아무튼 어서 이 판을 터트려야겠습니다!
996이른 결말, '끝' 과 '그리고' - Wol, Prai, Riki
(6209136E+6)
2018-01-10 (水) 17:06:06
하지만 나는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끝낼 거라면 이 자리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 미련한 남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입 다물고 있는 꼴이 아무래도 말 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럼 내가 말해야지 어쩌겠어.
크흠. 그럴 듯한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고개를 돌려 둘러앉은 그들을 보니 그들도 마찬가지로 서로를 돌아보고 있다. 한번씩 마주치는 시선에 나는 웃었고, 리키는 어깨를 으쓱이고, 프레이는 왜인지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지난 7년간 서로 외면하던 시선이 지금에서야 마주해 우리의 얼굴이 서로에게 선명히 보였다.
그동안 어긋나기만 하던 시선이, 이제야 맞았다.
"정이란게 무섭긴 무섭네. 이 밉상들이 미워 보이질 않으니." "내가 할 말이다." "난 아냐. 둘 다 그렇게 감쪽같이 날 속이고...!" "네가 멍청한거지." "아무것도 안 한 사람이 누구더라-" "윽...!"
괜히 대들다 한방 먹은 프레이가 움찔 떨며 난처한 표정을 짓자 나와 리키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가벼운 웃음소리가 한차례 지나가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다. 지금이구나. 그 생각이 들어 나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농담 따먹기는 그만 하고 이제 솔직하게 얘기하자. 앞으로 어쩌고 싶은지. 프레이도 리키도 그 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그 모든 걸 해온 건 아닐 거 아냐. 그치?
나 역시 스스로 진실을 파헤치면서 생각이 수도 없이 바뀌었어. 한때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던 증오와 원망이 하나 둘 알아갈수록, 그 속의 너희를 이해해갈수록 옅어져갔지. 전부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남은 것도 흩어지는 건 시간 문제일거야. 더이상 원망할 상대도, 복수할 가치도 없어졌으니까.
최종적으로 이 결론을 내린 건 비교적 최근...그러니까 너희가 여기에 오고 오늘 이 자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 사이지만, 절대 허투로 내리거나 자포자기로 한게 아니라는 걸 미리 말해둘게. 정말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내린 내 결심이자 내가 바라는 결론은-
앞으로도, 너희와 함께하고 싶어. 지금처럼. 그리고 옛날처럼."
어쩌면 예상되었을 그 말에 누구랄 것 없이 숨 들이키는 소리가 났다. 셋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미세하게 떨려온다. 나는 차마 누구의 얼굴도 보지 못 하고 말을 이었다.
"과거를 잊자고는 안 할 거야.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래도, 그래도 있잖아? 원망하고 미워했던 시간보다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 더 길잖아.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결국은 마주보게 됐잖아. 이제야 마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헤어지고 싶지 않잖아...나만, 나만 그래? 나만 그런거야?"
끝의 끝에 와서 덜컥 겁이 나 말끝이 흐려진다. 정말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봐. 프레이와 리키가, 아니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나는 아니라고 부정하고 떠나버릴까 봐.
울컥울컥 올라오는 무언가를 참고 삼켜내며 나는 고개를 들었다. 무서워도 봐야 했다. 나 외의 둘의 생각이 어떤지. 이것만큼은 피하면 안 되니까.
떨리는 눈을 들어 둘을 바라보니 둘도 나를 보고 있다. 프레이는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고, 리키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복잡한 표정으로. 왜 그러냐고 묻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 불안이 현실이 될까봐. 하지만 이 후 들려온 말들은 내 불안을 사그러뜨려 흩어지게 해주었다.
"너를 떠나려면, 이 관계를 부수려면 진작 할 수도 있었어. 오히려 그 시간 동안 유지된게 정말 놀랄 일이지. 어긋난 상태였긴 하지만. 그래. 나도 네 말처럼 이제야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데 떠나고 싶진 않아. 그리고 이 결말은 내가 바랐던 것이기도 하니까. 오히려 내가 부탁하고 싶어. 한번만 더 내 이기심을 받아달라고. 너희와 함께하고 싶다는 이기적인 내 생각을."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나 역시 계속 함께이고 싶어...너희는 내 생에 둘도 없을 친구고, 가족이니까..."
서로 다른 길을 걷고 다른 생각을 해오던 세 사람이 사실 같은 끝을 바란다는 것이 말이나 될까. 타인이 보기엔 절대 이해받지 못 할 생각이었다. 우리였기에 가능한, 우리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결말이었다. 서로를 지독하게 잘 알고, 또 이해할 수 있는 우리이기에.
나는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을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아아. 숨이 끊어지는 듯한 탄식을 내뱉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그 말을 끝으로 결국 나도 울었다. 소리를 죽이던 프레이와 달리 아이처럼 목놓아 울었다. 지난 원망, 서러움, 모든 것이 녹아든 눈물을 쏟아내는 내 뒤로 희뿌옇게 하늘이 밝아오고 있었다.
- Epilogue -
둥지에는 두 알이 남아있었습니다.
성장을 멈춘 잿빛 알과 태어나길 포기한 검은 알.
두 알의 시간은 언제까지나 그대로일 것만 같았습니다.
더이상 자라지 않고, 껍질을 깨지 않은 채 가장 불행한 끝을 맞이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그들이 그저 그렇게 스러지게 두지 않았습니다.
금빛 새 역시 그냥 지켜보게만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세상은 금빛 새로 하여금 둥지를 흔들게 만들었고,
두 알이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껍질이 깨지게 만들었습니다.
잿빛 알에서는 영롱한 에메랄드빛 깃털에 석류석 같은 붉은 눈을 가진 새가 태어났고
검은 알에서는 심야의 밤하늘처럼 검게 빛나는 깃털에 깊은 호수처럼 푸른 눈의 새가 태어났습니다.
도망치고 외면하기만 하던 서로를 끝끝내 마주하게 된 세 마리는 그제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머물렀던, 진작 떠나야 했던 둥지에서 떠났습니다.
그들은 더이상 그 둥지에 있을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같은 방향으로 날아간 세 마리는 정말 즐거운 듯이 날갯짓을 해 날아갔습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정말 정말로 즐거운 듯이.
저 멀리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하늘로.
//지금까지 울프의 이야기를 지켜봐주신 여러분께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