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능력 앞에선 누구나 당황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열기를 퍼뜨리는 힘. 그 힘은 생각보다 막강했고 다가가기도 힘들었다. 누군가는 그로 인해서 당황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절망할지도 모른다. 한편 늦게나마 합류한 지은이 불꽃에 물을 뿌리자... 불꽃은 정말로 힘없이 사그라들었다. 그것은 조금 신기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앨리스의 일산화탄소에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물에만 불꽃이 힘없이 사그라들고, 일산화탄소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그것은 대체 무슨 의미인 것일까..?
한편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중에는 한올을 쫓는 이도 있었고, 분함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한편 그 와중에 유혜의 목소리를 들은 하윤은 유혜에게 이야기했다.
"...그걸로 괜찮은가요? 유혜 씨는?"
"....야. 강하윤. 무슨 소릴 하려는 거야?"
"저. 유혜 씨가 어떻게 저 사람과 얽혀있는지 알아요. 10년 전에 그것도. 아빠에게 듣기도 했고.. 그 사람이 나타났어요. 그런데, 지금 그렇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말 해도 되는 거예요? 아니! 저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거예요! 그야...저도, 오래 전에.. 10년도 전에 엄마를 잃은 사건이 있었고..그 사건을 아직 포기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니까, 유혜 씨! 누구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말은 하지 말아요! 당신은... 지금 당신은... 당신이 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잖아요! 평생 괴로워할 거잖아요! 그러니까..그냥 혼자서 안 될 것 같으면.. 지금 혼자서 안되니까 그냥 모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라고요! 도와달라고! 자신이 저 자를 잡는 것에... 10년전의 고리를 끊는 것을 도와달라고! 경찰이니까, 팀이니까..! 다 같이 하면 되잖아요! 이미 범죄를 저지른 이상, 저 자는 당신만 관계 있는 이가 아니에요! 당장 렛쉬를 봐요. 렛쉬도..당신과 같은 이잖아요!"
"...깨앵..."
일단 치료가 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아픈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렛쉬는 유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듯이 보였다.
"....다들 제대로 자세 잡았겠죠? 저 남자. 귀금속을 노리는 모양이니, 가장 가까운 곳으로 곧 전송해줄게요. ...위치라면 대충 보이니까..하지만, 싸울 용기가 없으면 뒤로 물러나세요. 도망쳐도 지금 상황은 꽤 위험하니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테니까. ...그러니까 각오를 다진 이만 확실하게 말해주세요. ...유혜 씨는...어쩔참이죠?"
이미 하율의 말은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남은 것은 확실하게 자세를 잡는 것. 그리고..그녀의 각오만이 남은 것일지도 모른다. 무력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손으로 결판을 낼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 아니면 여기서 포기하느냐...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이것에 대해서 반응레스를 받고 제가 또 레스를 쓰고 오늘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레스 부탁합니다!
그녀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입을 다물었다. 매서운 불꽃의 열기 때문일지 물기 찬 눈은, 힘 없이 바닥을 바라본다.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대답 없는 울림은 마음을 타고 목 끝까지 찰랑인다.
“ 하지만 나는, 아니. 아니에요. 그러니까... “
벅찬 목소리는 탁하게 갈라져 바스라진다. 힘 없이 바닥을 바라보던 시선은 다시, 모두에게로. 두 손으로 얼굴을 짚던 유혜가, 손을 내리고 모두를 바라본다. 눈가는 이미 붉어져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려낼 것만 같았다. 일렁이는 마음을 좀처럼 진정 시킬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저 파도에 몸을 맡기듯, 떠밀려오는 감정의 파도에서 가만히 눈알 감는 수 밖엔 없었지.
“ ...도와줘요, 모두들. 나는, 저 사람을 잡아야해요. 잡고 싶어요, 내 손으로. 모두의 손으로 잡고 싶어요. 잡아서... 꼭 잡아서, 벌을 내릴거예요. 그러니까... “
끝내 입을 다문 유혜가 다리를 굽히고 앉아 레쉬를 안았다. 북받치는 눈물을 주체할 능력은 없었기에, 그녀는 그 설움을 토해내며 목을 놓아 울 수밖엔 없었다. 바보같은 짓이었지, 한 사람의 도움이 급박한 상황인데. 아직 눈물이 채 멈추지 않은 얼굴로, 유혜가 다시금 입술을 떼낸다.
“ 준비는 끝냈습니다. 함께 가요. “
애처롭게 갈라진 목소리가 퍽 비장했다. 귓가를 맴돌던 사이렌 소리가 그친 것은 언제였던가. 문득 저 앞에, 미소 짓는 당신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더더욱 확실한 방법을 택해야겠지. 로제, 너를 위해서라도. 일단 하윤이의 말 대로라면,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일거라 생각한다.
"하윤아, 혹시 범인이 갈만한 장소중에 공기의 흐름이 없는, 이를테면 창문이 없는 실내같은 공간이 있을까? 이번 범인은 어쩔 수 없지만... 범인의 사살을 전제로 움직여야 될 것 같아. "내 생각은, 고농도의 분말이나 에어로졸의 대기가 조성된 밀폐공간으로 범인을 유도하는 거야. 그런 공간에서는 아주 작은 불씨나 열원으로도 쉽게 폭발이 일어나는... "...분진폭발이 발생해. 난 그런 공간에서 놈을 제압하거나, 최악의 경우 분진폭발에 휩쓸려 스스로 자멸을 유도하도록 할 수도 있어. "...어때?"
무시무시하던 불길이 그 작은 양의 물에 힘없이 사그라졌다. 뜨거운 열기가 지은이 서있는 데까지 전해질정도로 강한 불이 벽처럼 굳건히 서있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지만 그 불이 저렇게 단번에 사그라드는 일은 더욱 더 신기한 일이었다.
“뭐지? 생각보다 약한 불인건가.”
이상함을 느낀 지은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료에서 얼굴을 익혔던 선배님께서 -지은은 그녀의 이름이 앨리스인 것 까지 기억해냈다.- 무언가를 던졌을 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물에만 유독 약한 것인가. 눈을 가늘게 뜬 지은이 더 자세히 보기위해 불에 가까이 걸어갔다. 그 동시에 느껴지는 강한 열기와 함께 과거의 기시감이 그녀를 스쳐지나갔다. 순간적으로 왼쪽 얼굴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지은은 왼쪽 눈을 붙잡고 뒷걸음칠 수밖에 없었다. 얕은 신음 소리를 내며 뒤로 엉덩방아 찍듯이 넘어진 지은이 왼쪽 눈에서 손을 때고 자신의 손을 보았다. 어라. 분명 얼굴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는데, 자신의 손은 멀쩡했다. 불은커녕 땀인지 눈물인지도 모를 액체에 화장이 지워진 듯, 하얀 분이 묻어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 고통도 꿈처럼 사라져 있었다.
“...젠장!”
작게 욕지거리를 한 지은이 비틀거리며 자리에 일어났다.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불길을 볼 때마다 한없이 밀려오는 무력감과 자괴감에 진정하기가 힘들었다. 이래서 불이 싫었다. 지은은 활활 타들어가는 불의 벽을 노려보며 짓씹듯이 중얼거렸다. 저 빌어먹을 불을 없애고 싶었다. 그리고 저 불을 만든 그 빌어먹을 작자도 저 불과 함께 없애버리고 싶었다.
"...아마도 찾기 힘들 거예요. 그런 공간은... 창문이 없는 곳이라니.. 다만 로제 씨의 능력과 울프 씨의 능력을 조합하면 어떻게든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방법 자체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사살을 해도 좋다는 명령까지 떨어질 정도로 위험한 범죄자가 상대였다. 어째서 범죄를 저질렀는진 모르겠지만... 대체 왜 저런 광기를 보이는진 알 수 없지만, 지금 와서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내 들려오는 유혜의 말에 서하와 하윤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면서 말했다.
"...뭐, 그쪽이 그렇게 말한다면, 일단은 오퍼레이터니까..."
"후훗. 당연하잖아요. 모두가 힘을 합치는 거에요. 저런 범죄자는 반드시 심판해야 하는거고요!"
이어 하윤은 서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모두에게 통신으로 이야기를 걸었다.
"...전송할게요. 격전지는 아마도 쥬얼리월드. 성류시의 귀금속을 파는 가게에요. 일단 불꽃의 영향권 밖이지만...아마도 그쪽으로 간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거기서 미리 대기하고 작전을 준비하세요. ...다들 조심하시고..."
자신의 연인에게 한마디 할법도 하건만, 서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작전에 집중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 이어 서하는 손가락을 퉁겼고..모두는 다음 장소로 전송이 되었다.
쥬얼리월드. 텅비어있는 가게 앞. 그곳이 바로 결판을 지을 격전지라고 할 수 있었다.
//반응레스는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자 진행은 여기까지에요! 내일은 즐거운 제압전...! 조금 어려울수도 있지만..모두 힘내봅시다...!(??) 다들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