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무너진다. 불타는 백화점, 그것도 이렇게 까지 산산히 붕괴된 백화점에서 살아남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땅에 손을 짚고 좌절했다. 그녀는 분노로 이를 갈았다.
"대체...대체 왜...그냥 귀금속만 훔쳐가도 됬잖아...대체 왜 무너뜨린거야..."
그녀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서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윗분들에게 사살허가 받아올 수 있나요? 이런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사살허가를 받는건 매우 쉬운일일텐데요?"
그리고 손에 독가스를 액화시킨 독을 품었다.
"그때 당신이 제게 말했었죠? 우리의 일은 체포지 심판이 아니라고 그럴거면 다른 직업을 찾아보라고, 맞아요. 우리의 임무는 심판이 아니죠. 하지만 서하씨, 우리의 또 다른 일은 이런 인간들에게서 시민들의 무고한 생명을 지키는 거예요. 이런 자들을 죽이지 않고 추가 피해없이 생포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요. 아니 불가능해요. 만약 같잖은 정의감으로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게한다면. 서하씨 당신이나 다른 일을 찾아보시죠."
그때는 반쯤 농담으로 죽일것이라 말했지만 이젠 진심이었다.
/흠...그때 앨리스에게 한 말이 서하가 한 말이었나요? 하윤이 한 말이었나요? 기억이 잘... 찾아보려고 해도 날아가서 찾아볼 수 도없고...
10년전 기준으로 랭크는 A, 열기를 주변으로 퍼뜨리는 능력. 그는 본능적으로 결계를 치려 했고, 순간 그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했다. 부숴지고, 무너져내렸다. 무너져내리는 백화점을 보는 그의 눈이 비정상적으로 떨려왔다. 바르르 떨리는 입술 사이로 살려주세요, 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싶었다. 무너져내렸다. 겹쳐지는 광경에 그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였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눈 앞에서, 저기에.
"아아아아아아악!!!"
사람이 질렀다고 생각할 수 없는 소리였다.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소리의 근원은, 모든 가면이 산산조각이 나 여린 꽃잎을 드러낸 장미가 아닐까. 두려움에 빠진 눈은 현실을 보고있지 않았다. 무너졌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겠지. 그때, 어떻게 했었지, 어떻게 해서...
아니, 이런 짓을 한 시점부터 사람 타이틀은 갖다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겠지. 역겹다. 건물이 무너져내리며 발생한 먼지와 눈이 아려올정도로 강한 불꽃 탓에 속이 울렁거리고 두통이 일었다. 눈 앞이 흐려졌다가 맑아지기를 반복하고 눈가가 붉어졌다. 이내 아실리아는 테이저건을 들어올려 남자를 향해 겨누고 발사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제 능력이 조금 많이 원망스러워졌다.
달려드는 권 주를 바라보며 서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모두가 날리는 공격이 강한 화염속에 흽쓸렸다. 테이저건의 공격도, 액화시킨 독도, 그리고 빈 테이저 건도, 그리고 권 주가 방금 전까지 있었던 곳도, 그리고 울프가 날린 대기벽도 모두 뜨겁고 뜨거운 화염속에 흽쓸렸다. 강한 열기에 의해서 모든 것이 소멸되듯이 녹아내렸다. 말 그대로 모두의 공격을 가볍게 열기 하나만으로 받아친 그의 능력은 서하가 말한대로 정말로 위험한 능력. 그 자체였다.
다행히 권 주는 그 폭발에 휘말리기 전에, 서하가 전송을 시켜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릴 수 있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저 불꽃에 흽쓸려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올은 피식 웃었다. 그의 손에서 강하게 몰아치는 붉은색 스파크는 참으로 날카롭기 그지 없었다. 손의 열기를 증폭화시킨 다음에 그 열기를 주변에 퍼뜨리는 것일까.. 그렇게 폭발을 일으키는 것일까?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미쳤다구? 크크큭..미친 것은 지금 저기서 울부짖고 있는 저 경찰 나으리 아닌가? 크크큭... 뭐하는 거야? 애기도 아니고 말이야."
로제를 보면서 비웃듯이 모두의 말에 대답하는 한편, 유혜의 말에 하윤이 바로 통신으로 대답했다.
"아니요. 다행히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아요. 모두 대피한 것 같아요."
"...그와는 별개로 경우에 따라선 사살이라는..서장님의 명령도 떨어진 상태에요. 하지만, 지금 저대로는..."
그래. 지금 저대로는 다가가는 것도 불가능해보이고, 공격을 가하는 것도 불가능해보였다. 그만큼 한올이 발산하는 불꽃 공격은 어마무시했다. 모든 것을 태우고, 녹여버릴 정도의 강한 화염 속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약점이 존재하기는 하는걸까? 그것을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어 렛쉬가 강하게 으르렁 거리면서 커다란 티라노 형태로 변했다. 그리고 한올을 향해서 돌진했지만 한올은 피식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라이터에 불을 붙이는 시늉을 했고 그러자, 또 다시 붉은색 스파크가 강하게 튀었다. 이어, 렛쉬의 몸에서 강한 폭발이 일어났고 렛쉬는 그대로 튕겨져나가듯이 쓰러졌다.
"깨갱...깨개갱...개갱...깨갱.."
"개 주제에 주제도 모르고 날뛰면 큰일난다구... 크크큭... 자..아무튼 경찰 나으리들. 이 정도야? 이 정도면 더 놀 것도 없잖아.. 그럼.. 경찰 나으리들을 위해서 깜짝 쇼라도 벌여볼까..?"
이어 그는 손으로 다시 라이터에 불을 붙이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아직 불꽃이 붙지 않은 건물에 불꽃이 달라붙었고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 건물이 무너져내렸다. 다행히 하윤에게서 그 건물에는 사람이 없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건물 하나가 또 통째로 무너져내리는 것은 절대로 쉽게 볼 이가 아니었다.
"...그럼 다음에는 어느 귀금속 점으로 가볼까..후후후.. 손가락 빨고 잘 놀라구..경찰 나으리들.."
이어 한올은 다시 라이터에 불을 붙이는 시늉을 손가락을 했고 동시에, 그의 앞, 그리고 아롱범팀의 사이에 커다란 불꽃의 벽이 높게 세워졌다. 따라가려고 해도 따라갈 수 없는 상황. 말 그대로 뜨거운 불꽃이 모두의 앞을 가로막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모, 모두들 괜찮으세요?!"
이어 들려오는 것은 하윤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네. 이런 느낌의 무시무시한 상대입니다. 일단 불꽃으로 인해서 현재는 추적이......을 해도 상관없긴 합니다. 갈 곳은 이미 말이 나왔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싸울 방도가 없으면 어찌할 수 없겠죠. 과연..여러분들의 생각은...?
빌어먹을, 이런 짓거리를 하고도 뻔뻔하게... 시야의 사각을 노리는 방법까지 생각했지만, 모두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로서 파괴한 뒤에야 불의 장벽 너머로 사라졌다. 어쩌지, 흉악범죄 경험이 많은 나로서도 테러행위는 너무 막막하다. 그보다는 우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쉬잇, 괜찮아."
동생, 로제의 앞까지 다가가 한팔로는 눈을가려주며 괜찮다는 말만 되뇌었다. 이런거라도 도움이 된다면. 동시에, 나는 하윤에게 나직히 무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