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답답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시급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그저 조용한 분위기를 즐길지도 모른다. 아무튼 월하가 건네주는 차에 서하와 하윤은 둘 다 그녀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면서 계속해서 모니터를 주시했다. 그러는 도중, 갑자기 비상벨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둘이 바라보는 모니터 너머에 A급..아니, 정확히는 S급에 약간 못 미치는 파장의 크기의 A급 익스파가 체크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A급 익스파는 도시의 광장에 점점 더 번지고 있었다.
"이, 이건..?!"
"A급 익스파! 자..잠깐만요! 바로 전화가 와서..! 아... 김호민 경위님이세요?!"
전화가 온 것은 다름 아닌 김호민 경위였다. 언제나 그들과 협력하면서 이것저것 도움을 받기도 하는 그 경위의 전화를 받은 것은 다름 아닌 하윤이고, 서하는 빠르게 키보드를 치면서 근처에 있는 CCTV의 현장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이내 천장에 달려있는 모니터에 근처의 CCTV의 모습이 담겼다. 그리고 그곳에 비치는 것은 정말 엄청나게 거대한 화염지옥 그 자체였다. 건물을 불꽃들이 불태우고 있었고 미처 도망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흽쓸리고 있었고, 그 화염은 더욱 더 번지면서 그 피해를 크게 넓히고 있었다.
"모두들..! 출동준비해주세요! 아무래도 익스퍼와 관련된 불꽃인 것 같아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불이 붙었고 지금, 근처를 불태우는 모양이에요! 모두들 혹시 모르니까 개인 방독면..확실하게 챙겨주시고..! 불꽃에 데이지 않게 조심하세요! 일단 근처 소방 대원들이 출동하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지금 막 불꽃이 일어났으니 아마 근처에 문제를 일으킨 익스퍼가 있을지도 몰라요! S급에 가까운 크기의 A급 익스파니까 모두들 조심해주세요!"
"...준비가 되면 다들, 앞에 서주세요. ...단번에 저쪽으로 전송할테니까."
어쩌면 생각보다 큰 무언가가 터진 것일지도 모른다. 경찰로서 민간인을 구출해야할지도 모르고..확실한 것은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는 곳이니 사무실에 있는 방독면 정도는 챙기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렛쉬가 귀를 쫑긋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렛쉬는 렛쉬 나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시 광장이 불바다가 되고 있습니다. 그 상황을 인지해주고 출동준비를 하면 되겠습니다..!
성가셔하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익스파 테이저건, 실탄이 든 총, 그리고 하윤이 말한 개인 방독면 등 챙길 건 모두 챙긴다. 그러면서 CCTV화면을 흘깃 바라보았다. 불지옥 그 자체였다. 불인가...이번에는 자신에게 파트너를 제안한 유혜를 옆눈으로 바라보았다. 불이라. 유혜의 눈에 녹아든 감정은...복수심인가. ...아니야. 깊은 사정에 관심 가지지마, 안유안. 너는 그저 사례를 조건으로 건 일시적인 통제 역할일 뿐이야. 주어진 일만 바라봐. 전에 유혜의 과거를 물어본 스스로를 책망하면서 유안은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출동준비는 완료되었다. 출동+파트너인가. 일단 이틀 쉴까.
원조의 말에 렛쉬는 조용히 원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정말로 알아들은건진 알 수 없었다. 동물과 대화가 통하는 이는 여기엔 아무도 없었으니. 아무튼 렛쉬는 렛쉬 나름대로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근처에서 방독면 하나를 물고 오더니, 자신의 머리에 쓰는 행동을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하윤은 걱정스럽게 이야기했다.
"괜찮을까요? 렛쉬를 보내도..."
"...어차피 우리가 안 보내도 뛰쳐나갈 녀석이잖아. ...괜히 귀찮게 일을 만들지 말고, 모두와 함께 보내는 것이 낫지. 그리고 앨리스 씨는..이제 와서 무슨 새삼스럽게. ...우리가 언제부터 물리법칙에 영향을 받았다고.."
그런 존재가 바로 익스퍼라고 이야기하면서 서하는 자신들의 앞에 선 이들을 바라보며 가볍게 어깨를 한번씩 터치했다. 그리고 손가락을 퉁겼다. 그러자 언제나처럼 모든 시야가 검은색이 되었다가 곧 제대로 시야가 돌아왔다. 모두의 앞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말 그대로 거대한 불의 벽이었다. 보기만 해도 뜨거운 불은 주변을 강하게 불태우고 있었고, 근처에 있는 거대한 고층빌딩도 예외없이 불태우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황급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렛쉬였다.
"크르르르릉..."
무엇을 느낀 것일까? 렛쉬는 크게 으르렁거리면서 저편을 향해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곳에서 멈춰섰고 맹렬하게 앞을 바라보면서 우렁찬 소리로 크게 짖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이. 정말로 뜨거운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거대한 건물. 성류시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성류백화점 내부에서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상당히 짧은 스포츠 머리스타일의 사내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롱범 팀은 그들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때 하윤이가 보여준 바로 그 사진 속의 남자이니까. 그 모니터에 띄워진 사진 속의 남자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이어 그 사내는 앞의 이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응? ...뭐야..? 경찰..? 아..그렇군...경찰이 움직이고 있었나..?"
그 목소리는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무언가를 말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참으로 따분한 느낌 그 자체였으며, 그의 손에는 귀금속이 가득 들려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