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쉬 사건이 어떻게든 마무리 되고 시간은 흘러갔다. 일단 익스레이버 아롱범팀이 현재 쫓는 사건은 다름 아닌 그 연구원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애석하게도 사건의 현장 조사도 끝을 냈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을 조사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는지, 자신을 찾을만한 단서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에 사건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하루하루.. 새해가 되고서도 딱히 큰 성과는 없는 셈이었다.
"...뀨웅..."
그리고 그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있었는지 렛쉬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밥그릇 안의 밥을 천천히 먹고 있었다. 그리고 서하와 하윤은 자리에 앉아서 익스파 탐지기를 체크하고 있었다. 혹시나 모를 단서를 찾기 위해서 그들은 상당히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딱히 크게 보이는 무언가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놓치지 않고 혹시나 단서가 없지 않을까 싶어 그들은 계속해서 단서를 모으고 있었다.
"......정말 신명나게 안 나오네."
서하의 한숨 소리와는 별개로 사무실도, 성류시도 상당히 평화로운 분위기 그 자체였다. 그것은 마치 커다란 폭풍전의 조용한 침묵의 시간같은 분위기였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유혜는 자신을 제어해줄 파트너를 보고해야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 찾지 못하면, 어쩌면 정말로 제외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방 공기가 너무 무거운 건 아닌지. 스륵 뒷걸음질 치며 사라지길 잠깐. 컵이 들린 쟁반을 들곤 나타난다. 그리곤 툭 서하를 첫번째로 차 담긴 컵을 내밀어 보이더니 방글. 살짝이 고갤 끄덕이며 웃어 보이더니 그대로 타박, 울프며 유안이며. 방에 있는 동료들에게 차를 권한다.
침묵속에서 유안은 조용히 고양이 같은 하품을 하였다. 서하와 하윤ㅡ오퍼레이터들은 연구원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단서를 조사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할만한 게 나오지 않아 필사적인 상태이다. 결국에는 한숨을 쉬면서 중얼거리는 서하를 턱을 비딱하게 괸채로 흘깃 바라보는데, 그 이상은 별다른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중간에 차를 권하는 월하에게 "아아"라는 영 애매한 한마디를 인사 대신 남기면서 차를 홀짝거렸다.
사무실의 공기는 답답하고 무거웠다. 그와는 별개로, 유혜의 머릿 속은 엉킨 털실처럼 복잡해 누군가가 건들이기만 해도 터져버릴 것같이 부풀어오르는 중이었지만. 이 사건은 분명 10년 전 그날과 관련 되있다고 유혜 자신의 육감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물론 유혜 자신도 그 사실을 놓치진 않았다. 어쩌면 실마리가 될, 혹은 열쇠가 될 그 남자를 놓쳐선 안 될 일이었지만 서장님이 제안한 ‘파트너’를 구하는 것도 여간 쉬운 일도 아니었다. 사실상, 사건의 파트너가 되어 자신을 제어해달라는 사람이 다가온다면 의심부터 할 것 아닌가, 게다가 유혜 자신은...
“ 나는 제압에 도움이 되는 역할도 아니고 “
아차, 머릿속으로 속삭이던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자 유혜가 두 눈을 깜빡였다. 우연히 눈에 들어 온 시계는 서장님이 이야기 한 시간에 가까워져갔고, 더이상 그녀가 누릴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를 이해해주고, 감수해줄 누군가를...
“ 저, 유안씨. 할 말이 있는데. “
안유안, 얼마전 순찰을 돌다가 우연히 만나 친해진 우리 팀원. 유혜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유안의 어깨를 톡 건들며 그를 불렀다. 거절 당하는 일 따위는 이미 각오 했다. 유혜가 어딘가 씁쓸한 미소를 피워냈다.
“ 단도직입적으로, 이번 사건에 제가 참여하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필요합니다.제가 과열 되었을 때 저를 제어해주실 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래서..., 제 파트너가 되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 제가 왜 파트너가 필요한지에 대해 궁금하신 게 있으시다면 대답해드릴게요. “
이 몇 문장을 말하는 데에 아주 아득한 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비록 일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유혜는 가만히 유안의 신발을 바라보던 시선을 그의 눈동자로 옮겼다. 온갖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