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정씨 지팡이에 카두케우스의 뱀이 휘감긴 것을 문장으로 삼는 이 집안은 가문원 전체가 금빛이 옅게도는 보라색 머리카락과 똑같은 색의 홍채를 지녔다.
이 집안은 단순히 치료의 수준을 넘어 정말로 전문적인 마법의학을 다루는, 이 분야에서는 확실하게 알아주는 가문으로, 이름만 들어도 그 치료와 치유에는 최고수준인 가문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올만큼 명성이 있다. 특이한 점으로는 마법으로 하는 치료 뿐만아니라 머글들의 현대의학의 흔적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들도 처음에는 정말로 마법약과 치료마법 외의 것은 배제하는---물론 머글들의 학문이니 경시되던 경향이 강했다---가문이었으나, 60년 전의 마법사 전쟁을 교훈삼아 하나 둘 그들의 의학을 배우러 머글세계로 발딛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현재에 이르러서는 기존의 마법약 이외에도 머글들의 현대의학, 아유르베다, 한의학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의학이라는 범주의 모든 것을 다루는 집안이 되었다.
하동 정씨의 대부분의 구성원은 졸업하자마자 머글 세계에서 그들의 의학에 관한 지식을 배워 오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이렇게 배워온 의학과 마법세계의 의학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게을리 하지 않는데, 마법계에서는 이 행동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확실한 성과를 내고 있는것은 인정 해주는 편이다. 대표적으로는 물약 형태의 마법약을 약학의 정제술과 결합하여 들고다니기 쉬운 알약형태로 가공한 예는 적잖은 충격을 불러왔으며, 이 외에도 수의학의 원리를 도입해 마법생물을 관리하는 정교한 매뉴얼을 편찬하기도 하는 등 마법세계에서 의학이라는 부분이 가지는 입지를 늘려가고 있다.
ㅋㅋㅋ 앗 그럼 제가 선레 써오겠습니다..! 그 전에.. .dice 1 8. = 6 1. 멈뭄멈뭄멈뭄미체로만 말하게 되는 술 2. 무지개를 토하게 되는 술(?) 3. 멍뭉이로 변할 수 있는 폴리쥬스 4. 유포리아 묘약(마시면 행복감에 취하게 됩니다. 독특한 진줏빛.) 5. 윤기나는 마법 머리약(feat.엘라스~틴) 6. 펠릭스 펠리시스(행운의 물약. 황금색) 7. 한 가지의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약 8. 그저 평범한 음료수
그 얼마 되지도 않을 동안, 형형색색의 토사물을 게워 내고, 발음이 어눌해졌고, 머리카락이 길-어-지-고-, 실신하듯 잠에 빠지고, 강아지로 변하고, 기분이 최고로 high해 지고. 여하튼 평생에 몇 번 없을 일을 다 경험했다.
그래 뭐, 우연일지는 모르겠지만 멈뭄신의 술을 마시고 나서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12.5%의 승률에 장기적인 부작용은 없다면, 나쁘지 않은 도박인 거다.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부작용이 없다면 말이지.
멈뭄신은 음료가 무해하다고 했지만, 그것도 결국 주장일 뿐,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없다. 털이 복슬복슬한 커다란 강아지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지애도 자신이 그 정도로까지 꼬여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혹시 모르잖아, 멈뭄신도 모르는 부작용이 있을 지도.
소년은 만족스레 기숙사에서 제 패밀리아인 사화의 털을 말끔하게 빗었다. 날씨가 날씨이다보니, 페르시안인 사화의 털은 거의 말로 형용할 수 없을만큼 털 뿜뿜이 되어가고 있었다. 빗질을 하는 중에, 소년에게 장난을 걸기도 했지만 제법 얌전하게 빗질을 받은 사화는 그릉그릉하면서 잠에 빠졌다. 그제야 소년은 집에서 온 편지들이 담긴 봉투를 제 침대 밑에 있는 작은 상자에 집어넣었다. 그 안에는 편지들이 가득했다.
뻐근한 어깨를 이리저리 돌리던 소년은 교복이 아닌, 평범한 사복 - 그래봤자 깔끔한 티셔츠에 청바지차림 - 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정리했다. 짧은 투블럭은 정리할 게 없었지만 잠들어있을 때 사화가 잔뜩 침을 발라놔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다.
"사화, 오빠 다녀올게."
잠들어있는 사화의 미간을 가볍게 긁어주고 소년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애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기숙사로 나서서 자연스럽게 연회장으로 향하는 복도로 걸음을 옮겼다. 연회장이 가까워질수록 시끄러운 소음 - 주로 청룡 기숙사에 소속된 이들이 내는 - 이 들려와서 소년은 들어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소년은 기숙사의 뜨끈한 공기와는 달리 차가운 복도의 한쪽 창틀에 몸을 기대고 창문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편지와 그런 꿈을 꿨음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표정은 차분하기 그지 없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발소리에 소년은 고개를 움직인다.
"아."
조용한 감탄사와 함께, 소년은 비스듬히 창틀에 기대고 있던 몸을 반듯하게 세우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