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카주 어서와요! >>745 오오... 민담 분위기 제대로 나요! 그치만 세연주 이렇게 끊기신공을 사용하시면...찝찝하다고요ㅠㅜ 음 왠지 해피엔딩은 아닐 것 같은 동화네요. 보통 원하는 물건을 주는 보물 이야기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주인공이 파멸하거나 보물이 사라지는 걸로 막을 내리잖아요...?
끝까지 저항하다가 침실로 와서 옷만 갈아입고 까무룩 잠이 든 모양이다. 소년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꿈에서도 눈을 느릿하게 깜빡여보였다.
"호야!!"
지금의 나이와도 그렇게 다르지 않은 외모의 현주 누님이 방긋 웃으면서 잠이 덜깼냐며 소년의 머리를 마구 헝크러트리더니 또래보다 한뼘은 더 큰 소년을 훌쩍 품에 안고 보자기가 덮힌 작은 철창으로 소년을 데려간다. 주작이셨지. 소년은 이것이 꿈인 걸 알았다.
현주 누님이 철창 앞에 소년을 내려줬고 어디선가 나타난 어머니가 소년을 보지도 않고 지팡이를 휙 휘둘러 보자기를 벗겼다.
새하얀 털. 손바닥만한 크기. 현주 누님이 소년이 멀뚱하게 서있는 모습에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철장의 문을 열며 유쾌하게 말했다.
"나랑 언니들, 가주님이 주는 선물. 부엉이를 선물할까했는데 얘가 너무 예쁘잖아?" "부엉이를 사오랬더니 네 누나들이 합심해서 고양이를 사왔지 뭐니. 엄마가 말한거 아니란다."
현주누님의 말에 어머니는 변명처럼 빠르게 중얼거리며 허둥지둥 외출준비를 서두르고 있었고 소년은 철창 안에서 떨고 있는 자그마한 생명을 양손으로 안아들었다. 노란색과 파란색의 오드아이가 예쁜 아이였다. 미야. 겁에 질린 울음소리에 소년은 미미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외출 준비를 하던 어머니가 다시 돌아와 소년의 정리가 안된 머리에 애정어린 입맞춤을 떨어트렸다. 한번 두번. 세번. 네번. 소년은 어머니.. 라고 작은 속삭임으로 립스틱에 범벅된 제뺨을 문질러 닦는다. 그모습에 현주누님이 꺄르륵 웃었고 제 속삭임에도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앉아, 소년을 꼭 안아줬다.
"사랑해. 우리 아들. 지금까지 기운 없더니 다행히도 기운을 차렸네? 우리 호야. 엄마가 많이 사랑해. 항상 신경 못써줘서 미안하다."
소년의 품과 어머니의 사이에 끼어버린 어린 고양이가 미양! 하고 까탈스럽게 울었다. 현주누님도 고양이의 미간을 가볍게 긁어주며 말한다.
"학원에 갈때는 나랑 언니들이 마중 갈거에요. 우리 호야. 그 전에 이 쬐끄만 고양이의 이름을 지어야지?"
소년은 품안에서 현주 누님의 손길이 귀찮은지 이도 제대로 나지 않은 입으로 손가락을 앙앙 무는 고양이를 바라봤다.
이름은..
소년이 자고있는 침대 위로 매끈한 하얀 털과 오드아이의 고양이가 소리없이 뛰어올라 소년의 머리 맡에 자리를 잡았다.
소년은 제 머리를 핥고 있는 사화를 시선을 돌려 바라봤다. 그 작던 고양이가 이렇게 크고 예쁘게 자랐다. 소년이 눈을 뜬 건 확인한 듯, 사화는 미야앙 - 하고 애교를 부르는 것처럼 울더니 소년의 짧은 투블럭 머리카락에 제 얼굴과 몸뚱이를 부비적거리면서 한껏 애교를 떨기 시작한다. 머리와 이마에 닿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털 감촉을 느끼면서, 소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음료수였나보다. 전에는 아버지의 꿈을 꾸게 하더니, 이번에는 사화를 처음 만난 날의 꿈을 꾸다니. 소년은 눈을 감고 사화가 부비적거리는 행동을 가만히 내버려뒀다.
창가를 두드리는 소리에 소년은 그제야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학교 소유의 부엉이가 편지를 달고 창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화는 부엉이가 마음에 안드는지, 미야아아! 하고 앙칼지게 울어댔다. 혹시나 사화가 학교 소유의 부엉이를 공격할까, 소년의 손이 사화를 품에 안고는 부엉이의 다리에 매달린 편지를 빼냈다. 부엉이는 부엉부엉하고 몇번 울더니 날개를 한번 크게 푸드득거리고 창문에서 다시 날아갔다.
소년은, 편지를 뜯었다.
[ 호야. 금새 지나간 방학 때문에 내 막냇 동생을 볼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이 누나는 슬퍼! 있지 호야! 가주님, 아니 어머니가 얼마나 나빴는지 알아? 내가 너한테 편지를 보낸다고 하니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적지 말라더라! 너무하지? 호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너도 일단은 현가의 아인데, 왜 너만 모르게 하는건지 모르겠어!!! 아무튼 나는 오늘 지긋지긋한 후계자 수업을 했어. 진짜로! 후계자 수업은! 우웨에엑이야! 진짜라고! 내가 현애 언니가 왜 단호하게 거절하고 현예 언니가 남자친구가 있다면서 거절했는지 알거 같아!!!
맙소사, 이 이야기를 너한테 한걸 알면 어머니가 가만히 있지 않으시겠지? 나한테 저주라도 퍼부을까봐 겁나!! 난 탭댄스를 미친듯이 추고 싶지는 않다고!! 젠장! 이크, 어머니가 너한테 편지를 보낸다고 하니까 이쯤에서 줄일게. 호야! 누나가 많이 사랑해!!
현주 누나가 ]
소년은 그 뒤를 이어 붙힌 것 처럼, 봉투 안에 더 들어있는 편지를 꺼냈다.
[ 호야. 우리 아들. 학교 생활은 좀 어떠니? 신님들은 잘 지내고 계시겠지? 하긴 신님이시니까. 조금 있으면 네 아빠의 기일이란다. 알고 있지? 호야는 기억하고 있을거야. 네 누나가 보낸 편지는 신경쓰지 마렴. 현주가 좀 불평이 좀 많잖니? 이 편지를 보내고 있는 순간에도 옆에서 가출하겠다고 빽뺵거리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하루종일 탭댄스를 좀 추게 해야할 것 같구나.
호야. 현가가 어떤 집안인지 너는 알지? 순혈 가문들의 파티에 너를 대동해서 데려가긴 했지만 - 그때는 남성의 에스코트가 있어야했는데 우리 집에서 남자는 너밖에 없잖니? - 너는 우리 가문에서는 아무런 발언권도 없어. 가주의 아들이니까, 후계자의 동생이니까. 가문의 늙은이들도 가만히 있는거란다. 엄마는 네가 가문에 대해서 알지 않았으면 좋겠어.
즐거운 학원생활 보내렴. 기왕이면 친구도 좀 사귀고. 알았지?
사랑한다. 우리 아들.
엄마가 ]
소년은 편지 두개를 다시 편지지에 넣었다.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천천히 쓸어내리면서 소년은 미미하게 웃었다. 다정한 미소는 아니였다. 마치 체념한 것같은 미소였다. 사화는 소년의 무릎에 올라와 소년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
알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소년은 사화를 품에 안고 고릉고릉하며 애교어린 소리를 내는 사화의 턱과 배를 쓰다듬으면서 사화의 털에 잠시 뺨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
"현가는 여성의 인권이 높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릴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자신이 한쪽 벽에 장식품처럼 서있던 기억이 소년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소년은 그 기억을 밀어냈다.
>>761 흐음... 현호네는 모계 위주의 가문인가봐요. 모계 위주든 부계 위주든 성별로 차별대우 받는건 어린애들 자라나는 데 정말로 큰 상처일텐데...(성별을 떠나서 차별대우 한다는 것 자체가 나쁘지만, 성별이나 인종 같은 건 그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764 앗,현호 위키에 보면 현가는 대대로 모계 혈통을 중시하고 모계 중심으로 가문이 돌아갑니다. 남자애로 태어나서 현호는 가족들에게는 사랑을 못받은 건 아니에요! 다들 사랑을 듬뿍 줬지만 가문의 어른들을 만나면 알게모르게 아버지랑 같이 현호도 차별받기는 했습니다! 현주는 그런 남성 차별적인 분위기를 바꾸려고 하는 성격이여서 어머니랑 충돌을 빗고 있다는 조용한 뒷설정도 있어요! (현예는 혼혈 남자친구랑 사귀는 중)
현호의 스윗함은 쓰린 경험도 경험이지만, 아무래도 돌아가시 직전까지 아버지가 다정하게 챙겨준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765 아아 그렇군요...! 확실히 사랑을 듬뿍 받는다고 해도 은근한 차별적인 분위기가 있을수도 있죠, 왜 요즘은 그런 분들 없으시겠지만 곱게 키운 딸에게는 그런 거 배워봤자 고생한다고, 직업훈련을 안시킨다거나, 애지중지하는 아들이 요리를 하고 싶어도, 넌 그런 일 하는 게 아니라고 부엌에 들여보내주지 않는다거나. 그런 느낌이었을까요..?
전체적으로 순혈 가문인 아이들은 가문마다 특색있는 문화가 많아서 신기합니다. 지애네는 부모님 두 분 다 마법사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평범한 핵가족이라서...
>>767 그 은근한 차별적인 분위기에 현호가 중심이지만.. 글쎄요, 본인도 잘 알고 있고. 어차피 자기 미래도 대강 잘 알고 있고 (다른 순혈 가문이랑 정략결혼을 하던가 순혈 여자친구를 사귀어서 그쪽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던가) 자신은 가문을 제치고 가족내에서 가족을 지켜야하는 위치라는 것도 아버지에게 계속 주입받아서 잘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서 닦히 바꿀 생각은 없어요... 단념은 아니지만 이해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렇죠... 순혈 가문 아이들 다들 특색있어!!!!!!! (감탄) 대체 저런건 어떻게 짜시는지1!!!
오오 그런가요..! 그러고 보니 한번도 잘 나가는, 그러니까 가문의 전통이 살아있는 가문의 아이를 굴려본적이 없네요... 순혈이라고 굴려본 아이네 집은 위즐리 家 마냥 '그런 게 뭔 소용이냐'하는 분위기였고... 언젠가 다른 곳에서 해포기반으로 굴리게 된다면 한번 도전해봐야겠어요.
>>777 예 맞아요. 게다가 전 뭐랄까 아무래도 해포기반은 부모님 대에 큰 전쟁이 있었던 세대잖아요?(해리가 학교 다닐때든 해리 아들이 학교 다닐때든) 그러다 보니 부모님이 그때 뭘 했었는지 그리고 그게 지금 부모자식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런 걸 설정하는 게 그런 꿀잼이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