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멈뭄멈뭄멈뭄미체로만 말하게 되는 술 2. 무지개를 토하게 되는 술(?) 3. 멍뭉이로 변할 수 있는 폴리쥬스 4. 유포리아 묘약(마시면 행복감에 취하게 됩니다. 독특한 진줏빛.) 5. 윤기나는 마법 머리약(feat.엘라스~틴) 6. 펠릭스 펠리시스(행운의 물약. 황금색) 7. 한 가지의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약 8. 그저 평범한 음료수
처음에는 그저 지옥의 무한 쓰다듬과 강제 포옹 정도가 다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장난의 대명사인 청룡답게 그 수법이 점점 진화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강아지용 간식을 눈앞에서 흔들면서 먹고 싶으면 배를 뒤집고 애교를 부려보라고 하거나, 프리스비를 10초 안에 물어오면 10갈레온을 주겠다며 딜을 넣거나, 귀여운 강아지 옷을 입히고 사진을 찍는 식으로 개가 된 학생을 고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응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개가 된 상태에서는 무작정 거부하기 어려운 일이라서, 그야말로 악독하기 짝이 없는 장난질이었다. 그에 비하면 소녀의 행동은 지극히 예의바른 축에 들었다.
"그래? 그럼 됐고."
달이 밝게 떠있을 때까지.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한적한 데서 달 구경도 하고, 가끔은 조용하게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법이다. 물론 자신은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은 게 흠이었지만. 머글 사회라면 몰라도, 이곳은 하늘이 맑아 하늘을 보며 한적하게 있기에도 좋았다.
"나는 키노 사이카고, 청룡. 신입생이야?"
지금 이 시기에 1학년이라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이카는 말이 끝난 후에야 질문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 괜히 입 아프게 더 물었네. 왜 그랬지.
"아, 그리고 난 3학년."
그래도, 이왕 연 김에 말은 마저 하기로 했다. 깜빡하고 답에 넣지 않은 부분을 추가하며, 사이카가 오른쪽에 묶인 머리를 빙글빙글 꼬았다.
>>164 앗씨 이분 진짜 너무하시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동안 우리가 같ㅌ이 아무말햇던 그 시간은 잊은거애요????? 아~~~~ 저는 츠카사주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너무 심해서 이만 요양하러 떠나렵니다~~~~~~~ 모두 안녕히계세요~~~~~~~
수업이 모두 끝나고 푸른 어스름만이 감도는 시간, 사람이 거의 없는 도서관에서는 한숨이 연이어 몇 번 새어나왔다. 그 소리의 기원을 찾아가보면, 어두운 책장 사이에서 책들을 상대로 낑낑대는 이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와아, 진짜 무거워...”
’이나야, 너 방과후에 도서관 갈 거지? 그치?‘ 나른한 햇빛을 받으며 새근새근 졸고 있을 때, 어느 샌가 질문 하나가 귀에 흘러들어왔다. 잠에 한껏 취해 내용조차 제대로 듣지 못하고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심부름이 하나 늘어버린 것이다. 그래, 뭐 할 일도 없으니까. 대충 수긍하고 손에 꼬옥 쥔 쪽지를 펼쳐보았으나 얼핏 봐도 족히 대여섯 권은 될 법한 책의 목록들을 보며 한숨만이 나올 뿐이었다.
그래, 그 부분까지는 납득할 수 있었다. 뭐. 부려먹고 싶었나보지. 드래곤의 눈을 뽑으라는 것보단 쉬우니까. 그렇게 도서관에 다다르고 부탁받았던 책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는데.
“원래 책이 이렇게 높이 있었던가?”
이상하리만큼 책들이 하나같이 다 높은 곳에 있어서, 고개를 치켜들고 보아야 겨우 제목이 보일법한 것이다. 하지만 높이의 장벽은 머글에게나 통하는 이야기. 이럴 때 쓰라고 마법이 있는 거니까! 윙가르디움 레비오…
“아야!”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마법으로 저 높이 있던 책을 빼내던 중 어디선가 들려온 이상한 소음에 마법이 풀렸고, 공중에 떠버린 책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수직낙하하였다. 으아, 진짜 아프네. 바보가 되어버릴지도…. 맞은 부위를 쓰다듬으며 이미 땅에 떨어져버린 책을 하염없이 노려보지만, 그렇다고 책이 사과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은 없었다.
다 귀찮다... 누군가 지나갈리 없다 판단한 후에 책은 대충 옆에 놓아두고, 바닥에 털썩 앉아버린다. 뭐, 어떻게든 될 거야. 조금 쉬어도 되겠지. 자다 깬 여파로 졸음이 조금 밀려오는 듯 하였다. 노곤한 오후였다.
>>176 아니 이분 기다렸다는듯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 잠깐 잘못 봐서 상처받았으면 상처로 치유한다고 복수하라고 하는 줄 알았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좋아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요(코쓱ㄱ
소년은 개에서 사람으로 다시 돌아오고 나서, 아무도 제 자신에게 접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바람에 아무거나 주워마시고 말았다. 그래 안도하느냐고. 소년은 제 입에서 나오는 아, 가 아닌 마 하는 발음에, 얼굴을 천천히 쓸어내리면서 한숨을 쉬고 말았다. 감정 기복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혼란스럽고 곤란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아무래도 연회장을 빠져나가서 어디에 조용히 피신해있는 게 자신의 정신건강 및 자신의 감정 컨트롤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소년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안그래도 무표정에, 차분하고 진중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 주를 이루는 소년의 표정은 꽤나 험악하게 보여서 도서관으로 향하는 소년을 다른 학생들이 슬금슬금 피해다녔다.
소년의 걸음은 도서관의 앞에서 멈춘다. 목을 한번 쓰다듬고, 소년은 천천히 입가를 손으로 매만진다. 도서관이라. 이 상태로 기숙사에 가면 분명히 같은 침실을 사용하는 친구가 놀려댈게 분명했다. 소년에게는 이 장소가 최적이다는 판단을 내리고 조용한 도서관의 분위기를 깨지 않도록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연회장의 시끌벅적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피해, 피난혼 학생들이 몇몇 보였다.
소년은 책장 사이를 걸으면서 적당히 읽으면서 시간을 보낼만한 것들을 찾아보다가, 쌓여있는 큼지막한 책들과 그 책 옆에서 노곤한 오후 햇빛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여학생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필이면 읽을 만한 책이 있는 책장에 기대어 있는 터라서, 소년은 조심스럽게 여학생을 건드리지 않게 걸음을 내딛였다. 그 좁은 틈에, 소년의 발이 책을 조금 툭 하고 친건 여담이다.
"....."
이런, 소년은 ㅇ 발음이 안되는 상황에서 아, 하는 단순한 말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입을 막고 그 아 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틀어막았다.
어째서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불현 듯 번쩍 정신이 들어 잠에서 완전히 헤어나버리고 말았다. 여긴 어디고, 어, 여긴 어디지... 눈앞에 뚜렷이 보이는 책장이 도서관이라며 잔뜩 어필을 해댔지만, 설마 이런 곳에서 잠을 잤을 리가 없다는 마음에 눈을 꿈뻑 감았다 떠본다. 하지만 그것은 적합한 장소로의 도달이 아니라, 현실 자각을 위한 발돋움만이 되었을 뿐이었다. 진짜 도서관이구나.
“아, 잠들었네.”
하아암. 크게 하품을 한 뒤 주위를 힐긋 돌아보자 내가 내팽겨 친 것으로 추정되는 책들과 머리를 친 책, 그리고 손에서 살짝 떨어져나간 쪽지가 눈에 띄었다. 사실 가장 눈에 띈 건 입을 틀어막고 있는 소년이었지만. 눈을 크게 뜨며 빤히 쳐다보아도 나로서는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는 행동이었다. 어... 뭐지?
“저... 뭐하세요?”
이런 곳에서 자는 게 충격적이었나. 몸을 일으키며 뻐근해진 몸을 몇 번 푼 뒤에 다시 소년에게로 시선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