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지신 사건, 정말 장난 아니었지. 몸도 엄청 작아지고. 원 상태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확인하려는 양, 팔을 붕붕 돌려 본다. 사실 난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눈도 다시 좋아지고, 수업도 안하고 말야. 하핫, 솔직히 말해서는 즐거웠다고.
그렇다고 어른이 된다는 게 나쁜 것도 아니다. 어린 아이의 몸이란 건 내가 기억했던 것보다 훨씬 약해서, 평상시라면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일들도 어려웠으니까. 가령, 지금 들고 있는 박스 같은 것도 말야, 어렸을 때 몸이라면 못 들었을 걸?
지금 들려 있는 박스에는, 집에서 우편으로 보내져 온, 여행가방에 담기에는 너무 부피가 컸던 잡다한 잡동사니들이 담겨 있었다. 옷가지 같은 것에서부터, 인두기나 납 제거기 같은 취미생활을 위한 각종 전자공구, 그리고 빠짐없이 보내져오는 이번 달치의 머글 학습지까지. 부엉이가 없다 보니 학교 공통 부엉이장에서 받아 내려오는 길이야.
저 밑에, 복도 반대편에서 익숙하지도 않지만 그다지 낯설지도 않은, 장신의 실루엣이 보인다.
"현 호, 후배님 맞지? 오랜만이다. 방학은 잘 보냈어?"
//으어어 중간에 날려 버렸어요... 빨리 다시 쓴다고 한건데 엄청 오래 걸렸네요,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현호주! ;ㅁ;
소년은 그 굴러간 간식캔을 바닥에 쪼그려서, 한쪽 무릎은 바닥에 닿지 않게 아슬아슬한 자세로 앉아 주워서 편지들과 함께 제 품에 다시 안착시켰다. 연어, 참치등등. 사하가 좋아할만한 간식캔들이다. 그래도 꽤 양이 많아서 소년의 한팔에도 넘칠만큼의 양이여서 소년은 조심스럽게 바닥을 짚은 뒤 쪼그리고 앉았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조용하고 단정한 시선으로 바닥을 훑어보는 눈빛은 혹시나 보지 못하고 지나친 캔들이 없는지 확인하는 듯 했다.
"아."
익숙한 목소리. 천천히 눈을 깜빡이던 소년은, 잠시 바닥에 닿았던 손을 손수건에 닦아내다가 시선을 맞추고, 조용히 감탄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가 여학생을 향해 목례를 해보였다.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1학년 때, 우연히 복도를 지나가다가 불쑥 튀어나온 게 인연이 되어서 통성명을 하게된 현무 기숙사의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권지애 선배님."
깍듯한 존댓말과 몸에 묻어나는 깍듯한 예의범절. 소년은, 목례를 하고 여학생을 향해 인사를 건넨 뒤, 손수건과 함께 편지들을 제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구겨지지 않게, 반으로 반듯하게 접은 편지들이 손수건과 함께 주머니로 사라졌고 방학을 잘 ㅏ보냈냐는 지애의 말에, 소년은 고개를 진중하게 끄덕여보였다.
"네. 잘 보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잘 보내셨습니까? 혹시, 소동에 휘말리셨습니까."
니플러 사건 말입니다. 라는 말을 조용히 덧붙힌 소년은 진중한 시선을 지애를 향해 고정했다.
"음... 그건 휘말리지 않은 사람이 더 적지 않나? 전교생이 다 당했으니까." 아, 입학 연회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멀쩡했을지도.
...그래도, 확실히 놀라긴 했다. 토지신들이 장난을 좋아하는 거야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니플러가 물건을 숨기면, 아씨오도 탐지마법으도 안 통하는 거, 난 처음 알았다?"
다니엘 교수님 수업에 좀 더 집중했어야 했던 걸까-.라고 덧붙이며 겸연짢게 웃어보인다.
"그보다, 지금 소동에 휘말린 사람은 후배님 같은데."
'소동'이라고 하기엔 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더미 같은 간식캔들을 아슬아슬하게 안아 들고 있는 현호 후배님 모습은, 어렸을 적 아빠와 보았던 곡마단을 떠올리게 해서. '소동'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도저히 '편안한 상황'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두 손으로 들고 있던 박스를 무릎을 굽혀 들쳐안듯이 해 뚜껑을 열고는, 안에 있던 잡동사니들을 한 켠에 밀어 공간을 만든다.
1. 멈뭄멈뭄멈뭄미체로만 말하게 되는 술 2. 무지개를 토하게 되는 술(?) 3. 멍뭉이로 변할 수 있는 폴리쥬스 4. 유포리아 묘약(마시면 행복감에 취하게 됩니다. 독특한 진줏빛.) 5. 윤기나는 마법 머리약(feat.엘라스~틴) 6. 펠릭스 펠리시스(행운의 물약. 황금색) 7. 한 가지의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약 8. 그저 평범힌 음료수
소년은 평이한 목소리로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듯 - 사실 꽤 놀라기는 했다. 물론 누님들은 모르지만 - 조용하고 차분하게 중얼거리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끄덕이는 그 행동에서 여유는 아니지만 소년의 감정이 잘 전달이 안된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잠시, 소년은 침묵을 지켰다. 한팔에 잔뜩 안고 있는 간식캔을 떨어트릴까,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딛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서 곤란한 지경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냥 소년의 상황을 짧게 설명하자면 보는 사람이 아슬아슬해보이는 곡예수준, 이라고 칭할 수 있겠다.
"사하의, 그러니까 제 패밀리아의 간식과 사료, 전용 용품들이 떨어졌다는 편지를 보냈는데 집에서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소동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과하지 않습니까? 소년의 질문은 그 꾹 다물려있던 입술을 통해 흘러나왔고 진중하고 차분한 소년의 홍채와 동공의 구분이 잘 가지 않는 검은색 눈동자가 지애의 행동을 지그시 바라본다. 박스를 들쳐안고 뚜껑을 열고, 안에 있는 잡동사니들을 한켠으로 밀어넣어 공간을 만든 지애가 하는 말에 소년은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평소와 같았다면 이정도의 무게에 흔들리지 않는 소년이였고, 지애의 제안은 정중하게 거절하겠지만. 소년이 보기에는 지애도 만만치 않게 아슬아슬해보였다.
"그럼,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소년은 한팔에 잔뜩 들고 있던 간식캔들을 차곡차곡, 병적일 정도로 켜켜이 공간에 집어넣었다. 꽤 많은 양의 캔들은 소년의 손길로 그 절대로 들어가지 않을거라고 예상했던 지애가 만들어준 박스의 공간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그리고 소년은 몸을 숙여서 지애가 들고 있는 박스를 향해 손을 뻗는다. 손과 손이 스치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쓰면서, 소년은 그 박스를 제쪽으로 당겨 들려고 하며, 지애를 향해 차분한 어조로 제안했다.
"주십시오. 박스에 넣어주셨으니, 중간까지는 들어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 돌아가시는 거면 말입니다."
>>488 그리고 늦었지만 네네네!! 완전 마음에 들어요!! :D 아무래도 가베는 제인이의 진짜 성격에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노잼이지만요. (._. 성격이 성격인걸 자기가 어떻게 건드리냐면서요. 자기도 이런데. 티격태격 아웅다웅 그러면서 은근히 챙길 것 같아요. 특유의 데레없음 츤을 넘어선 씨*데레처럼. :3
여러 가지 의미로 파란만장했던 입학식이 지나가고 새 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완전히 새 해를 맞이하게 되겠지. 새 해는 매번 겪는 것이지만 맞이할 때마다 새삼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것이 바로 새 해의 효과인 걸까.
무술년의 해맞이 기념으로 멈뭄멈뭄멈뭄미신...? 이 나타나 푸짐한 만찬을 만들어주었다. 이름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신이라고 하니 일단은 넘어가자. 제 앞에 놓인 만찬을 천천히 즐겼다. 만찬을 즐기고 있던 그 때 제 앞에 놓인 잔이 눈에 띄었다.
“...이건 무슨 음료지?”
저가 그런 의문을 갖기 무섭게 멈뭄멈뭄멈뭄미(...)신이 잔에 든 음료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알고보니 잔 안에 있던 음료는 술이었다. 취하지 않는다는 시점에서 이미 술 아닌가 생각했지만 인외의 존재는 이것을 마신다면 취한다는 설명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술에 취해서 휘청이는 유키마츠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다. 술이 맞기는 했나보다.
“...조금 불안한데요...”
학교니깐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하고서 입학식날 잔에 든 음료를 마셨다가 봉변을 당했던 경험이 있는 저로선 이 음료가 마냥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아스타는 음료수에 굉장히 호기심을 갖는 모양이었지만 아스타가 이걸 마시게 했다가 취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므로 마시지 못하게 했다. 인외의 존재는 취한다고 했으니 아마 인사불성이 돼서 보이는 모든 것에 시비를 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더더욱 아스타에게 권하고 싶어지지가 않았다.
“일단, 마셔보기는 할까...”
일단 오늘은 새해를 기념하는 축제이기도 하니 한 모금 슬쩍 마셔봤다.
.dise 1 8.
1. 멈뭄멈뭄멈뭄미체로만 말하게 되는 술 2. 무지개를 토하게 되는 술(?) 3. 멍뭉이로 변할 수 있는 폴리쥬스 4. 유포리아 묘약(마시면 행복감에 취하게 됩니다. 독특한 진줏빛.) 5. 윤기나는 마법 머리약(feat.엘라스~틴) 6. 펠릭스 펠리시스(행운의 물약. 황금색) 7. 한 가지의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약 8. 그저 평범한 음료수
인외가 마시면 취하는 술이라니, 어색하게 웃으며 잔을 들었다. 이거 정말 마셔도 되는건가. 큰 문제는 없겠지만 불안하다. 설마 이런 날에 큰 장난을 쳤겠어.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는 말이 떠올랐지만 애써 무시하고 든 잔을 쭉 들이켰다.
"...맛은 있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dice 1 8. = 3
1. 멈뭄멈뭄멈뭄미체로만 말하게 되는 술 2. 무지개를 토하게 되는 술(?) 3. 멍뭉이로 변할 수 있는 폴리쥬스 4. 유포리아 묘약(마시면 행복감에 취하게 됩니다. 독특한 진줏빛.) 5. 윤기나는 마법 머리약(feat.엘라스~틴) 6. 펠릭스 펠리시스(행운의 물약. 황금색) 7. 한 가지의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약 8. 그저 평범힌 음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