ㅗ 뭐, 그렇지. 심지어 그 대상의 기억을 온전히 가지더라도, 그 대상이 나와 같다는 인식이 있더라도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하다더라. 살아온 환경에 따라 다른 믿음을 가지게 되어서 그렇다고 추측하지만... 분명 소실된 것 없이 완벽히 같은 영혼인데도 그렇다니, 참 이상하지? 아, 오해할까 봐 덧붙이는 건데 이건 내 얘기는 아니고 들은 얘기야.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이쪽에서는 나름 유명하거든.
ㅜ 친구라고 하기도,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한 놈이 있는데 그 녀석은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어. 그러다 제재도 받고 반쯤 봉인될 뻔한 적도 있는데 꾸준히 호구짓을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넌 이 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건지 알겠냐?
ㅗ 아하하. 다소는 이해가 되네요. 저도 비슷한 과..인 것 같으니까요? 아마도? 그 분의 사정같은 건 저도 잘 모르니까 말을 좀 많이 고르게 되는데.. 일단 제가 생각하는 그런 분이 맞다면, 별로 이유가 없을 수도 있어요. 사실, 사람은 누구나 선의를 바라잖아. 그런 거 아니겠어요?
ㅜ 날이 좀 덥네요.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아, 제가 누구냐고요? 음,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죠? 뭐 어때요. 나쁜 일은 없을 건데.
ㅗ 음... 으음... 이런 형태 비슷한 건 우리 세계에도 있어요! 다만 이게 그거랑 같은 건지는 확신이 안 드니까, 확실히 해두는 게 저한텐 좋겠죠? 이거, 우선 인간이 먹어도 되는 건 맞나요? 아니라면 정중하게 사양할게요! (해맑게 웃는 걸 보아 아마도 악의는 없다)
ㅜ 어딘가의 이세계에는 계절이라는 개념이 있대요! 신기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확실하겐 모르겠지만, 날씨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잠깐만, 이게 맞나...? (무슨 두꺼운 책을 휘리릭 펼친다) 죄송해요. 어제 처음으로 찾은 개념이라서,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ㅗ 그곳에는 계절이 없는 건가? ...음, 아니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나 역시 여러 세계를 두루 여행다니는 여행자로서, 그런 곳은 몇 번 경험해 봤으니까 말이야. 네가 기억하는 개념이 맞을 거다. 주기적으로 온도가 오르내리고, 하늘이 변하며, 그에 맞춰 그곳의 생명들 또한 주기적으로 변화하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는데, 한 번 내 손을 잡고 다른 세계로 가 구경해보지 않겠어?
ㅜ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허락된 것이, 누군가에겐 허락되지 않은 것만큼 화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 책임감이라는 거, 역시 싫지 않아?
ㅗ 네, 언제나처럼요. 저는 실수가 많으니까, 더 빨리 일어나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요.
ㅜ 역시 저는 안 되나봐요. 요리에 손만 대면 난리가 나고, 청소도 했다 하면 뭐 하나 깨지는 건 당연하고, 장 하나 제대로 못 보다니……. 다른 사람들은 사고 없이 잘만 하는 것들인데 한심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역시 기껏해야 외국어를 공부하고, 수식을 풀고, 사회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실험하고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것 정도일까요……. (딱히 기만하려는 악의는 없는 진심인 것 같다.)
ㅗ 뭐.. 뭐라고?! 엄청 대단한 녀석이었구나.. 왠지 귀티나게 생겼다했어. 그리고 너 자신의 약점도 잘 알고 있고. 이건 대단단 녀석이라고 부를수밖에.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나도 내가 뭐든 잘해야하는 줄 알았던 적이 있었어. 구차한 책임감 알량한 자존심이었지만.. 그랬었어. 그래도, 동료들을 만나고 작디작았던 내 세계가 부숴졌고 그제서야 난 바깥세상과 마주할 수 있었지. 네가 느끼는 네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인연을, 꼭 만나길 바랄게. 그리고 깨닫지 못했을 뿐 이미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지. 눈을 크게 뜨고 잘 둘러봐. 여태껏 스스로를 관조했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이 네게 주는 것들도 헤아릴 차례야. (손가락으로 당캐의 명치를 가리키며)답은 꼭 내면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 힘내라고!(곁으로 가 한손으로 등을 팡 친다)
ㅜ 하아.. 나이를 먹어가니 남의 사정에도 꼬치꼬치 참견하고 말아버리네. 방금도 그렇게 열을 올려선.. 하아. 내가 열다섯때는 그런 어른들이 귀찮았는데 말이야. 딱 나이가 두배가 되니까 내가 그런 어른이 되어버렸어.(머쓱한듯 웃는다) 아직 살날이 더 많은데.. 그, 젊은 꼰대같이 보이진 않았겠지?
ㅗ 삶에 여유가 생기니 조언도 참견도 할 수 있는 것이지. 지금은 이해하지 못해도, 그들도 때가 되면 자네를 이해할테니 너무 걱정 마시게. ...뭐, 혹자는 입을 다무는 게 지혜라곤 하지만.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 또한 또 하나의 지혜 아니겠어?
ㅜ 다른 이들의 질문은 이제 익숙한데, 아이들의 '내 아버지가 누구냐'에 대한 질문에는 익숙해지지 않더군. 내 부군께서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기에. 반려와의 신뢰를 깰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들의 제 뿌리에 대한 질문을 막을 수도 없으니 중간에 낀 나에게만 참으로 곤란한 일이야. 사실, 그를 설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이들이나 그나, 둘 다 한 고집 하는 성격들이다 보니... 자네 혹시 묘수가 있나?
ㅗ글쎄, 이런 건 대화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지 않을까? 그쪽이랑 배우자가 계급이나 허물없이 동등한 사이라면 말이야. 나라면 내 입장을 배우자한테 솔직히 말하고 조율해볼 것 같은데. 배우자가 고집이 세다고 해서 그쪽이 곤란한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무슨 사정 때문에 애들 앞에 안 나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쪽의 곤란함을 덜 방법을 찾는데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해. 배우자라면 말이지.
ㅜ나는 노동 끝나고 마시는 맥주가 제일 좋은데, 그쪽은 고된 일을 끝내면 뭘 하는 걸 좋아해?
ㅗ당연히 우리 바~쁘신 소장님 얼굴 보기지. 내가 그 얼굴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해서든! 저 먼 발치에서든! 창문 너머에서든! 반드시 보고 말거야!
ㅜ나는 첫눈에 반한다는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어. 근데 아니더라고. 그 사람을 보자마자 딱 느꼈지.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 수가 있지? 라고 말야. 근데 어떤 자식이 그 국보에 엄청 큰 상처를 냈지 뭐야. 믿겨져? 난 아직도 안믿겨져, 젠장... 언젠간 파묻어버릴테야.
ㅗ 한대 후려버리지 그랬어? 남의 자식 소중한걸 모르는 놈들은 입을 찢어놔야되. 그... 조커처럼.
ㅜ 턴제전투 게임을 보면 말이야 약한적부터 차례대로 어는데말이야 왜 그런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말이야 곰곰이 생각보니까 그 유희왕 아나? 아주 옛날에 쓰였던 카드중에 고즈란 카드가 있단 말이지. 공격을 받으면 패에서 고즈를 소환하고 추가로 빋은 데미지 만큼의 공격력, 수비력을 가진 토큰을 소환한다인데 이게 옛날 환경 기준으로 굉장히 센 효과였거든. 고타점 토큰이 툭하고 튀어니오고 고즈 자체의 타점도 2700이나된단말이지. 그래서 그 때는 항상 가장 약한 몬스터부터 공격했어. 고즈가 튀어나오면 약한 몬스터는 공격을 못하니까. 마왕군도 잡졸들부터 툭툭 던져주며 지치게 만들려한게 아닐까?
ㅗ 심히 동안인데? 내공이 그리 쌓였으니 노화가 늦는건 놀랄 일도 아니다만. 왜. 거북이도 천년을 산다는데 자네도 거북만큼 살지 그래. 내가 리본도 달아주고 예뻐해주지. 그러지말고 공고 모집을 하는게 어때? 자네가 나갔다가 그 미모에 붙잡혀 못 돌아올까 걱정인데. ㅜ 그렇게 죽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그 소원 지금 이뤄드리죠. 왜요. 막상 진짜 죽으라고 하니 무섭습니까. 그런 표정을 짓는 이유는 뭡니까. 당신은 죽고 싶은게 아니라 지금 '그렇게 살고싶지 않은' 겁니다.
중간에 끊겼으니 내가 다시 이을게! >>180 ㅗ ...아니, 틀렸어. 전혀 무섭지 않아. 살아갈 모든 이유가 사라지고, 빛바래버렸는데, 살고 싶을리가...하하. 지금 네가 그 소원을 정말로 들어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ㅜ 따뜻함을 알고 난 후 느끼는 한기는 너무 춥더라. 뼛속까지 시리는 한기는 아무리 따뜻한 천을 둘러싸도 사라지지 않고, 기억은 끔찍한 덫이 되어 어딜 가든 나를 물어뜯지. 누구든 외로울 때가, 괴로운 기억이 있겠지만 그것 뿐인 삶은 그저 고문일 뿐이지. 너의 삶은 전혀 다르길 바라.
ㅗ 그 덫은 목줄이 되어 나를 인도하고, 뼛속까지 시리는 한기는 그 고통을 매개채 삼아 내 존재를 뇌리에 깊이 박아넣지. 가을이 갔으니 겨울이 오는 것은 당연하고, 우리들은 이 추위를 안고 봄을 찾아 방황해야만 하지. 청승 좀 떨어 봤는데,안타깝게도 우리의 삶은 별반 다를게 없네. 네 고문도 끝이 나길.
ㅜ 내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건 너일세. 네가 날 봐 주고, 목소리를 들어 주니 그제서야 나는 존재하는 것. 소멸과 삶 사이에 나를 두어 지탱하는 것은 얄량한 네 의식, 그것 하나 뿐이지. 네가 이 대화를 잊으면, 그대로 내 존재도 사라지는 것이야. 두려운가? 아니면...
ㅗ ...무슨 일이 있는 거에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인가요? 그러니까, 내가 이 대화를 기억한다면 괜찮은 건가요? 그건 제게 있어서 그리 힘든 일은 아니지만... 부디, 신의 축복이 당신과 함께하길 빌게요. 제가 아니라 만물을 관장하시는 그 분이 당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도할게요.
ㅜ 저, 남편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두려워요. 남편이 너무 잘난 것도, 인기있는 것도 불안하고, 지금 받는 사랑이 식을 때를 계속... 상상하게 되니까요. 애초에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게 된 것도 아닌데... 내가 아니라 그 누가 내 자리에 있었어도 이루어졌을 흔한 정략혼인데... 계속 바라게 되어요. 나쁜 걸까요. 내가.
ㅗ 사랑이 죄는 아니지요? 나쁜 짓만 하지 않는다면, 금선을 넘지 않는다면 괜찮아요. 마음을 통제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잖아요. 도를 닦아 이상을 바라는 수행자들, 삼라만상을 탐구하며 진리에 다가서는 마법사들은 감정의 값어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생명에게 있어 마음을 떼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죠. 그리고- 만약은 없습니다. 그것이 이뤄지는 건 활자로 이루어진 책 속에서죠. 현실이 아니에요. 지금 그분의 아내는 당신이시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에 대해 남편분과 대화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아무래도 두 분의 결혼 생활을 제가 알지는 못하니 감히 거기까지 조언하기는 힘들군요. 당신의 이야기가 로맨스판타지면 좋을 텐데. ..악역이 아니라요. 주인공의 자리로.
ㅜ 혹여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지요? 제게 찾아오는 분들은 대체로 그런지라. 다소 독특한 도서관의 주인으로써 어쩔 수 없는 운명이랄까요. 귀찮지 않다하면 거짓이겠습니다만 생각보다 즐겁기도 합니다. 혹시 옵니버스 소설을 즐겨 읽으시는지요? 저는 좋아합니다. 종종 책을 건네주고, 그 책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보다보면 꽤 즐거운 옵니버스 식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아 나쁘지 않습니다. 아- 물론, 너무 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당히 조율하고 있습니다. ..혹시 악취미라고 생각하진 않으시겠죠..? 만약 그렇다면, 그 생각은 잠시 넣어두심이. 어차피 해야 하는 일, 조금 즐기는 것 정도야 적당한 요령 수준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 저는 새드 엔딩도 배드 엔딩도 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서요. 가능한 해피엔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항상. ..죄업에 따라, 다소의 심술 정도는 부립니다만. 아. 말이 많이 샜군요. 아무튼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가요? 부디,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ㅗ 인생이란 결국 책이지. 그 끝이 행복하더라도, 불행하더라도, 나는 작가가 그 등자인물들에게 최선의 엔딩을 주었다고 생각하네. 그러니 어느 책이든 상관 없어. 그래도 요즘 나이가 들어가며, 등장인물들이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가 좋더군. 혹시 그런 책이 있으면 하나 추천해주겠나? 결국 다른 이들의 이야기지만,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때가 있으니 말이야.
ㅜ 조금 뜬금없는 질문이네만, 자네는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하, 약점 잡을 생각은 없어. 그냥, 때론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때가 있는 법이니.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혼자가 되는 것이라네. 아이러니하게도 내 운명은 내 주변인들을 가만두지 않아, 파멸로 몰아넣고 그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운명이네만, 그래도 혼자인 건 역시 싫지 않은가.
ㅗ 제일 두려운 것이라, 솔직히 생각해본 적 없어. 천신이라는 자리는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꺼리면서 지킬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소중한 사람이 죽어도, 혼자가 되어도 꼿꼿하게 서서 세상을 내려보아야 하는 게 신이야. 호불호 같은 개인적인 기호는 최우선 순위가 될 수 없어. 나는 전지하지도 않고, 전능하지도 않지만 무너져서는 안 되는 존재니까. 뭐... 관점에 따라 내가 어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두려움이 될 수 있다면, 내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게 내 두려움이겠지.
ㅜ 수명이 조금 길고 특이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모든 것에 끝이 존재하고 신에게도 끝은 존재해. 신은 완벽하지 않아.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 신은 세계에게 조금 더 많은 권한을 허락받았을 뿐이야. 세계의 제약에서 신도 벗어날 수 없어. 그중 한 예시가 '직접적인 개입'이고. 세계의 제약은 신에게 굉장히 큰 부담이야. 얼마나 개입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신격을 잃고 소멸하거나 자리를 비운 사이 담당하는 다른 세계가 멸망해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래서 대부분은 대리인을 보내 해결하려 해. 원치 않게 대리인이 된 이들에게는 참 잔인한 짓이지만 말이야.
ㅗ 권한이 있기에 책임이 있다. 아주 뻔한 소리다. 힘이란 그런 법이지. 내게 힘이 있기에 나는 내 사람들을 지킬 의무가 있고, 내 가족들을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어. 신이 가질 법한 대단한 권한과 책임까지는 모르지만, 세상의 섭리가 그런 것 아니겠나. 더군다나,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라도 힘 있는 자라면 무릇 대리인을 세우는 것을 마땅하다 여기거늘. ...물론 나는, 대리인 따위 믿지 않지만. 대리인을 내세운 다는 것은, 내가 가진 권한의 일부와 함께 책임을 지우는 것. 과분한 권한이고,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이지. 그럴 바에 나는 차라리 내가 직접 나서는 것을 선호한다.
ㅜ '상대적으로 약하더라도, 버티는 자가 결국 승리한다.' 내 누님의 가르침 중 하나였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우리 중 가장 강한 자였지만,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이 강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버틴다면, 언젠가는 승리한다. 그러니 지금은 조금 약하다고 좌절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꺾인다면 영원히 패배하는 것이 된다. 그러니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저 버틸 뿐이다.
ㅗ 버티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는가? 너의 몸을 보아라 눈은 빛을 잃었고 숨은 끊어지기 직전이다 너가 자랑하던 기술들은 더 이상 선보일 수 없으며 무엇 하나도 너를 지켜주지 못한다 거기에 더해,보아라 너의 곁에 대체 누가 남아있는가? 너가 지키고자 하는 자들은 생존을 위해 너를 버리고 달아났노라 다시금 묻노라, 버티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는가?
ㅜ 사람들은 말한다 "선천적으로 악함을 지니고 났으나 선해지기 위해 노력하는것만큼 위대한건 없다" 고 그런 이야기를 입에 담는 자 중 선한 자는 과연 있었는가? 전부 씻지 못할 죄악을 저지르고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듯 연기하고 저런 그럴듯한 망발을 입에 담는 필부들이 아니였는가? 아니,그들이 필부들이 아니였다고 가정한다고 한들 과연 그들이 이야기하는것에 '위대하다'는 말이 붙을 가치가 존재하는가?
ㅗ ...내게 묻는 거야? 흐음- 딱히 생각한 곳이 없다면, 지금 내가 향하고 있는 숲은 어때? 그 곳엔 내 친구들이 많아. 기분이 울적하다면 풀 수 있을 거야.
ㅜ ...너, 나를 보고도 겁 먹지 않는구나. 신기하다. 내가 딱히 무섭게 생긴 건 아닌데, 체격도 평균보다 큰데 골격근량도 많고, 머리는 새까맣고 눈동자는 붉어서 첫 인상이 무섭다는 말을 종종 듣거든. 특히 어두운 곳에서 보면 노려보는 맹수 같다나... 이래봬도 상냥한 남자인데 말이야. 아무튼 너, 마음에 드는데 나랑 친구 할래?
ㅗ 맹수를 보고 겁을 먹은 티를 내면 안 된다고 들었어. 등을 돌려 도망치면, 그대로 당하게 되니까. ...방금 말은 농담이야. 친구라... 오랜만에 듣는 말이네. 내가 네 말의 의미를 그렇게 거창하게 받아들인 게 아니었음 좋겠는데. 난... 음. 좋아. 하지만 일 상대가 아닌 사람에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해. 적절한 대화 방법을 연구해 와야겠어.
ㅜ 옳은 세상이란 뭘까. 네 생각을 알고 싶어. 너무 막연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질문할게.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하는 게 뭐라고 생각해? 남아야 하는 건?
ㅗ 음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관념과 선택이 과연 "옳을까" 싶네. 난 이래뵈도 개똥철학의 소유자걸랑. "옳고 그름은 개인적인 것이다! 절대적 진리라고 하는 것도 우리 인간의 '지 입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가 중심인 사고방식을 통해 여과되기 때문에 절대적이지도 진리도 아니다!" 대충 이런 식. 물론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하는 건 많고도 많지! 세상 살아가는데 괴로움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거야. 왜냐면 우리는 공감하는 생물이고 어지간히 미운 놈이 아니고서야 우리의 괴로움을 남도 겪지 않았으면 하잖아, 안그래?
...그런데 있지, 내가 상상력이 부족하고 융통성 없는 인간이라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자동차 브랜드 기아 말고, 영양분이 부족해서 앓는 기아는 어떻게 없애지? 모두가 항상 배부름 만땅인 상태로 사는 거야? 그러면 식욕이란 욕구와 기아라는 개념이 없어지는 거야, 아니면...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 공세가 장장 4시간 동안 이어졌다.)
ㅗ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으니 된 게 아니려나?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고 키우기 시작했던 내 소중한 낙지를 동료가 먹어버렸지 뭐야. 그래서 한동안 우울하게 지냈거든. 재밌었어★
ㅜ 게임 밖의 사람들은 모르지만, 다른 게임과 달리 여기 게임 관리자... 그러니까 우리는 게임 속에 살고 있어. 근데 이게 생각보다 지루하단 말이지. 그래서! 너처럼 여기 게임 플레이어가 아닌 사람을 보는 건 흔치 않은 기회란 거지. 마침 한가한 시간인데 네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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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내가 뭘 들은... 헙, 아, 그, 죄송해요. 방금 되게 무례했네요. 뭔가 생각보다 엄청난걸 들어버린 바람에ㅡ.
그... 아버지를 죽인 대상에게 복수하고 싶다는게 인생 목표인데 너무 진부하냐 물었나요? 어, 음, 음. 지극히 주관적인 제 답변이 당신께 도움이 된다면 일단은 대답은 하겠지만ㅡ. 너무 기대는 하지말아요? 저 되게 도움 안되는 인간이거든요. 자기연민에 빠진 인간의 조언 같은거, 그닥 도움이 안 되잖아요? 그래도 상관없다면ㅡ. 어ㅡ 아뇨, 진부하지 않아요. 오히려 경의롭기만 한데요? 저는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목숨 부지하는것만으로 고작이라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라 삶의 목표는 고사하고 하루살이처럼 사니, 역시 나라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결이 다르구나 싶기도 하고... .
하지만 그렇네요. 그 기분... 조금은 알것, 도? 같아요. 저도 한때는 가족이었던 사람들을 많이 아끼고 사랑했거든요. 만약 당신이 겪었던 그 끔찍한 일을 저 또한 겪었다면 응당한 복수를 당연한 수순이겠죠. 하지만 보다시피 저란 사람은 정말 구재불능에 아무런 쓸모도 없어서... 분명 가족을 잃었다는 사실만으로 다시는 일어설수 없을만큼 큰 절망감에 사로잡혔을거에요. 하루 하루를 그렇게 고통속에서 살다가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런면에서 당신은 대단하다고요? 좀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요. 비록 복수 대상이 무지 강해서 자기가 할수 있는건 없을거라 했지만 지금 당신 눈을 보면 마냥 가능성이 없지 않을것 같은데.
네? 왜 눈이냐고요? 어, 음, 네, 그러게요? 내가 왜그렇게 콕 찝어서 표현했을까요? 하하...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런말도 있잖아요?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끈기는 희망을 낫는다.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에요.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간다는 건 아무나 할수 없는 일이에요. 당장 저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할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어요. 환경에 굴복하거나 절망하기보다는 어쩌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인생의 거대한 목표를 잡고 살아가기를 택했죠. 그 누가, 고통을 인내하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당신을 두고 감히 진부한 목표라며 당신의 삶 전체를 폄하할수 있겠어요?
ㅗ 내가 뭘 들은... 헙! 아, 그. 죄송해요. 방금 되게 무례했네요. 뭔가 생각보다 엄청난걸 들어버린 바람에... .
그ㅡ. 아버지를 죽인 대상에게 복수하고 싶은게 인생 목표인데 너무 진부하냐 물었나요? 어, 음, 음. 지극히 주관적인 제 답변이 당신께 도움이 된다면 대답은 하겠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말아요? 저 되게 도움 안되는 인간이거든요. 자기연민에 빠진 인간의 조언 같은거, 그닥 도움이 안 되잖아요? 그래도 상관없다면... .
어ㅡ 아뇨! 진부하지 않아요. 오히려 경의롭기만 한데요? 저는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목숨 부지하는것만으로 고작이라. 하루 하루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어서 그런지 삶의 목표는 고사하고 하루살이처럼 살고 있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역시 나라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결이 다르구나 싶기도 해서 뭔가 씁쓸하네요?
하지만 그렇네요. 그 기분... 조금은 알것, 도? 같아요. 저도 한때는 가족이었던 사람들을 많이 아끼고 사랑했거든요. 만약 당신이 겪었던 그 일을 저 또한 동일하게 겪었다면 복수를 꿈꾸는 것도 당연하겠죠. 하지만 보다시피 저란 사람은 정말 구재불능에 아무런 쓸모도 없어서... 분명 저는 가족을 잃었다는 상실감으로 다시는 일어설수 없을만큼 큰 절망감에 사로잡혔을거에요. 하루 하루를 그렇게 고통속에서 살다가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런면에서 당신은 대단하다고요? 좀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요. 비록 복수 대상이 무지 강해서 자기가 할수 있는건 없을거라 했지만. 지금 당신 눈을 보면 마냥 가능성이 없지 않을것 같은데요?
네? 왜 눈이냐고요? 어, 음, 네, 그러게요? 내가 왜그렇게 콕 찝어서 표현했을까요? 하하...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런말도 있잖아요?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끈기는 희망을 낫는다.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에요.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간다는 건 아무나 할수 없는 일이에요. 당장 저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환경에 굴복하거나 절망하기보다는 어쩌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인생의 거대한 목표를 잡고 살아가기를 택했죠.
그러니 그 누가, 고통을 인내하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당신을 두고 감히 진부한 목표라며 당신의 삶 전체를 폄하할수 있겠어요?
ㅜ 이제 누군가를 믿는것도, 의지 하는것도 지쳤어요. 어차피 돌아오는 건 실망과 배신뿐이니까. 그러니 당신이 나를 좀 죽여줄래요? 가능하다면 빠르고 덜 아프게.
ㅗ 응? 누구세요? 말할 대상을 잘못 찾은 것 같은데. 혹시 그 사람이 나랑 많이 닮았나? 나 같은 얼굴 흔치 않은데.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찾는 거 도와드릴까요? …아, 저 사람인가? …이 사람 맞다니 다행이네요.
ㅜ 혹시 심령 현상을 믿으시나요? 뭔가 사이비 같은 말인 건 아는데… 음, 지금 당신이 들고 있는 물건이 좀… 위험한 거라서요. 혹시 모르고 소지하게 되셨다면 도움을 드리고 싶거든요. 이쪽이 본업은 이쪽과 무관하지만 약간 손 보는 정도는 할 수 있고… 음, 아무튼 관심 있다면 여기 명함으로 연락주세요. (명함에는 이름과 함께 연락처, 모델이라는 직업이 적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