ㅗ 나도 아이가 비하의 의도가 없다는 데 걸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할 정도의 아이면, 정말 어린 아이라는 말이라는 것 아니겠나. 그 정도의 아이에게는 악의가 있을 리가 없어.
ㅜ 악의라고 하니 생각나는 게 있군. 우리 혈통은 모두 그 뿌리가 되는 분으로부터 이름을 받아. 그 분은 우리 모두의 능력과 성격, 그리고 운명을 꿰뚫어보시고는 그에 걸맞는 이름을 주시는 분. 그러나 내가 받은 이름은, 알고보니 어떤 가장 사악한 태초의 악마의 이름이더군. ...내게 무엇을 바라신 걸까, 가끔 의문이 들어.
ㅗ 음... 악도 선도, 세계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존재예요. 그 개념은 단지 존재할 뿐,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힘으로 세계를 지탱하지요. 하지만 세계의 관념 상, 악마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강한데... 세계는 항상성을 갖추고 있지만, 극단까지 치닫게 될 경우엔 돌이킬 수 없게 될 수 있어요. 부디... 당신의 세계를 망치진 말아요.
ㅜ 균형 감각은, 완전히 갖추기 어려운 능력이에요... 섬세하게 다뤄야할 힘이니까요. 당신에게 균형은 어떤 의미인지요?
ㅗ여름의 술은 좋아하는 바이나, 보다시피 여는 지금 많이 허약한지라. 그러나 그 수영장은 참 흥미로운 형태로구나. 좋다, 그대의 초대에 응하도록 하지. 잠시만 기다리게나. ㅜ아, 미안하지만 근처에 의복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곳을 아느냐? 매력적인 이로부터 합석을 권유받아서 말이지. 아무래도 옷이 물에 젖으면 곤란할테니 말이야. 사실은 그대도 같이 가자고 말하고싶지만... 역시, 초대자의 동의없인 곤란한걸까...
ㅗ .................. 돈을 벌고, 트로피를 전시하고, 명품을 사모으는 것처럼 사람을 옆에 두려 하니까 그런 거지... ...왜 굳이 그런 식으로 애인을 만드려는 거야? 이해를 못 하겠네... 히힛, 하긴, 나같은 커뮤력 바닥이 말해봤자 아무 설득력도 없나... 너처럼 가볍게 사랑하려는 애인은 금방 생길걸...? 응원할게... 응. 진심으로.
ㅜ ... 특촬, 스턴트맨인데. 전염병 사태 때문에 방영이 중단되었어... 15년만에 이렇게 길게 휴가 가져보는 것 같아...... ...... 그러니까, 백수, 아니야. 차라리 백수가 더 나을 정도의 몹쓸 인간인 건, 히힛, 맞지만... 그래도, 일은 한다고......
ㅗ 나는 그래본 적이 없습니다만… 그런 사람을 본 적은 있지요. 사랑했던 만큼 그를 앗아간 세상을 증오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ㅜ 처음에는 죽음을 두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목숨보다 중요하다 생각한 것이 있기에 내려두었거늘… 삶이 계속 이어지더군요. 내가 기억하는 세월만 해도 수 백이 넘습니다. 그렇게 죽고 다시 살아가니… 길을 잃고야 말았습니다. 내 끝은 어디에 있을까요. 당신이라면, 이런 삶을 버틸 수 있나요?
ㅗ 음... 나는 아니지만. 내 '원본'은 그런 삶을 살고 있어. 뭐... 사실 나도 '원본'과 기억을 강제로 공유하기 때문에 나 역시 그런 삶을 살았다면 살아온 격이지만. '내'가 버텼고, 버티고 살아오고는 있지. 그나마 내 쪽은 길이 항상 있었기에 길을 잃어본 적은 없지만... 확실히, '원본'도 나도 그런 '길'이 없었다면, 버틸 수 없었겠지.
ㅜ 네가 만약 네 자신이 아니라, 사실 누군가의 복제인간이었다ㅡ 하는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면 어떨 것 같아? 혹은 네게 숨겨진 복제인간이 있다거나. 조금은 궁금해, 나도 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ㅗ (뭐야, 자신이 누군가와 그토록 친밀한 유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거야? 사람 사이의 일에 기대라니, 말도 안 되는 단어를 쓰는군. 누군가에게 돌아올 장소가 되어 준다니, 오만이야. 의지처가 되어 준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분명 질리거나 떠나버리겠지.) 그렇군요. 어쩐지 낭만적으로 들리네요. 당신이 말하는 그 아이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당신이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만으로도 분명 힘이 날 거라 생각해요. 응원해요, 진심으로!
ㅜ (엇, 깜짝이야. 사람 놀라게 왜 이런 데 서 있는 거야? 기분 잡치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죠? 불쑥 튀어나오는 재주가 좋으신 것 같네요. (아차차..!) 아, 비꼬는 건 아니었어요! 진짜로 감탄한 거예요, 진짜로..!
ㅗ 본 것 같아. 그보다 무슨 일인데? 나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말이야. 그 애와의 관계를 말한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줄수도 있지.
ㅜ 강해져야 한다는 말은 너무 슬픈 말이지 않아? 해야만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난 무엇을 해야 할까? 사명이란 건 뭐길래 왜 나는 거기에 이끌리는 걸까. 뭐,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런 말 들어봤자 별 감흥은 없겠지. 혹시나 묵을 곳을 찾고 있다면 저쪽으로 쭉 가면 몇분안에 나폴리탄 마을이 나와. 다만 그곳에 금발의 어린아이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만약 본다면 절대 반응하지 말고 물레방아가 있는 곳을 제외한 아무 집이나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
ㅗ 마침 묵을 곳을 찾고 있던 참이야. ..너도 사명을 갖고 있구나. 지칠 때면 나도 이 길을 벗어나 모든 걸 놓아버리고 자유롭게 떠나는 상상을 하곤 하지. 하지만 계속 상상을 이어 가, 그렇게 떠난 내가 지난 날의 선택을 되돌아본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역시 내가 선택한 이 길을 따라가는 것이 덜 괴로울 것 같아. 그리고 가끔은 너처럼 도움을 주는 사람이 나타나 외롭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덜어 주니 계속 걸을 수 있지. 고마워.
ㅜ 또 누군가를 마주치다니,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구나. 최근의 밤하늘은 어두워. 등불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할 정도야. 방금 전에 지나온 갈래길에서 맞는 방향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곧 마을이 나온다고 들었으니 잠시 휴식을 취할 수는 있겠지. ..미안, 내가 너무 혼자 떠들었구나. 대화를 나누는 건 흔한 기회가 아니라 들떠있었어. 잠시지만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ㅗ 별 일도 아닌걸요. 이런 사소한 일로 고마움을 느낀다면 몇 번이나 같이 있어 드릴 수도 있겠네요. 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말씀드리지만, 당신이 말했던 마을, 지금은 가지 않는 편이 좋을 거에요. 사건이 터져서 다들 우왕좌왕하고 있죠. 별 건 아닌 정보지만 꽤 도움이 되었을까요?
ㅜ 곤란한 일이 있으신가요? 그 어떤 일이라도 정성껏 들어드릴 수 있는데요. 보답? 그런 건 마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ㅗ ...응, 있어, 내게 그런 사람이. 난 아마 결코 그녀처럼 되지 못할거야. 그녀는 정말 타고난 메시아거든. 보답해주고 싶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녀의 곁에 끝까지 함께해주는 것 뿐이야. 그리고 그걸 위해서라면 난 내 남은 모든 인생을 다 바칠 수 있어. 정말 내가 공허한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들을 질투하던 시기가 내게 있었는데, 이젠 그 시절이 기억도 안 날만큼 나를 바꾸어놓았지.
ㅜ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되는 그 선은, 어디라고 생각해? 혹은, 인간이 아니게 된 것이 인간이 되게 하는 그 선은 어디라고 생각해? 난 아직도 모르겠어, 태어날 때부터 나는 인간이 아니라 아이템이라고 다들 말해왔거든. 그녀는 내가 계속 인간이라고 하지만, 우리 관계의 본질 중 하나가 주인과 아이템의 관계라는 것도 변하지 않지.
ㅗ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인간이 아니라니, 당신은 말도 하고, 생각도 할 수 있고... 그리고 계속 인간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서요! 그 사람 말고 당신이 만난 사람은 다 나쁜 사람들이었네요. 그런 사람들 말은 무시하세요! 참나, 사람을 보고 아이템이라니 도대체가...
ㅜ 오늘 수업도 진짜 최악이었어... (중얼대다 당신을 힐끗 본다) 아니, 학교는 정말 왜 다녀야 하는 거예요? 솔직히 배우는 내용도 다 쓸모 없고 내가 하고 싶은 일하곤 관계도 없는데, 왜 억지로 등 떠밀려서 보기 싫은 얼굴들을 보면서 몇 년이나 낭비해야 하나- 그런 거예요. 이해가 가요?
ㅗ 학교는 사람의 기초적인 역량들을 키우는 곳이니까요. 당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인권, 자유. 그것들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다면 아마 꽤 힘든 과정을 통해 배워야 했을 겁니다. 물론 개개인에 맞춘 교육이 힘들고 때론 정부의 입맛대로 교육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존재합니다만... 그렇기에 스스로 찾아 나서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겠죠. 만약 지금의 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반드시 기억하는 어른이 되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어느새 당신이 싫어하던 어른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ㅜ 당신이 살던 곳은 어땠습니까. 만족스러웠나요? 저도 나름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애써보았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일에 치이고 돌아보니 크게 달라진 게 없더군요. 최근에는 어떤 회사에 들어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더욱더 높은 차원의 존재로 만들려는 연구입니다만 하다 보니 내가 정말 옳은 일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더군요. 당신은 제가 옳은 일을 하는 것 같습니까? 예전에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혁명을 일으키려던 집단을 비난했지만 이제는 그들과 제가 뭐가 다를까 싶기도 합니다.
ㅗ 내가 살던 곳도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았어. 거의 무법지대였지... 그래도 지금은 좋아.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나은 곳에서 살고 있거든. 절망스러웠던 곳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 마음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잘 모르겠어. 당신이 옳은 일을 하는지... 그렇지만 아마도 그 일에는 끝이 있을테니까 응원해보도록 할게.
ㅜ 안녕? 가끔씩은 맑게 개인 하늘에 올라가 있고 싶어. 그곳은 소란스럽지 않아 보여서. 그쪽은 어때?
ㅗ 다른 것들보다, 하늘이 있다는 게 조금 부럽군. 탑 바깥에는 그런 게 있다는 전설을 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거든. 탑을 나가 본 적도 없고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평생 어둡기만 한 건 아니지만... 나도 언젠가 보고 싶네, 진짜 하늘이란 거. 아무튼, 지금 내가 있는 세계를 말한다면... 뭐, 어린 애들이 좀 뛰어놀고 장난치는 내 영지 안이라면 나름 안전하고 아늑하지.
ㅜ 남성이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게 그리 이상한가? 가끔, 조금 이상하게 보는 자들이 있어서 말이야.
ㅗ 취향존중이라는 것을 모르는 녀석들이 확실하군. /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괴상하게 바라보는 건 있지. 그렇다고 해도 네가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않고 제 권리를 주장하다 보면- / 이상하게 보는 자들도 알아서 조용해지게 될 거야. 물론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 분명 변화가 일어날 거야. 위축되지 말고 자신 그대로 있다면─ 너를 인정해주는 녀석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네가 생각하는 대로 해! / 너 자신은 그 누구도 아닌 너야. ──그러면 힘내줘.
ㅜ 요즘 말이야, 기록이라는 것 중에서 지상의 존재들이 일부러 어느 집단을 무너트리기 위한 악의적인 행동을 했다는 걸 봤어. / 그건… 확실히 이상했어. 분명 같은 대지에서 자란 존재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자신들과 같은 대지에서 자란 이들을 해치다니…. / 그래서 물어볼려고 하는데- 너희들이 살던 곳에서는 이런 경우가 있었어? 아직 우리들은 깨어난 지 몇일도 안되서 말야. / 다른 곳에서도 이런 일이 있다면 우리들이 어떻게 해야할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침을 정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야. /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자신의 목적을 위해 같은 대지에서 자란 이들을 해치는 존재들이 우글거리는 건 아니겠...지? / 이렇게 우리는 아직 잘 모르는 게 많아. 모르면 모르는대로 좋아. 우리들의 고민이자 질문에 대답해주면 정말로 고마워─.
ㅗ 그런 일? 전쟁이야 어느 시대에나 나타나는 거 아닌가... 인간은 함께하고싶어하면서도 하나가 될 수 없는 이기적인 존재니까. 깨어난 지 며칠 안 된 것 치고는 말을 굉장히 잘하네. 너도 연구소에서 태어났니? 물론 인간은 확실히 이기적이지만 세상에는 분명 좋은 사람들이 있어. 그러니까 그러한 존재들이 우글거리냐는 질문은 보류. 이 세상은 따듯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곳이니까. 부디 이 험한 세상 잘 살아가길 바랄게.
ㅜ 춥지 않니? 이곳은 세상의 끝이자 파도가 얼어붙는 장소야. 이렇게 추운 곳이라면 시간도 기억도 모두 얼어버릴까 봐 내가 여기에 남아 지키고 있는 거야. 죄를 씻을 수 없기에 이곳에서 얼려버린 것이기도 하고. 비겁하지? 얼어붙은 건 떼어낼 수 없어. 계속 바라만 보는 거야. 많이 힘들다면 내 오두막에서 쉬었다 가. 이런 곳에서 무리했다간 객사하니까 말이지. 벽난로에 불만 때우면 금세 따듯해질 거야. 천장에 말린 풀때기가 있는데, 끓이면 먹을 만 해질 거야.
ㅗ 탑의 전사는...이정도로 굴하지 않,..!푸헤칫!! 이런...(당캐의 오두막으로 가 손에서 불을 만들어내 벽난로에 던진다)(곧 공간이 따스해진다) 이렇게 추운데서 넌 대체 뭐길래 지내고 있는거야? 나름 불에 강해서 이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닐 줄 알았는데, 젠장...(코를 훌쩍인다)
ㅜ 으... 추운데를 다녀왔더니, 설마 이 내가 감기에 걸린 건가. 이 무슨 웃기지도 않는... (혼자 불평해대다 당캐를 발견한다) 어이 거기 너, 근처 약국이나 병원..(에취!) 어딘지 알아?
ㅗ조용한 거 좋지, 다만 좋아하는 이유가 좀 특이하긴 한데... 뭐, 세상엔 너 같은 사람도 있는 거겠지. 아, 나도 조용한 거 좋아해. 물론 시끄러운 것도 좋아하고. 둘 다 시간과 장소가 맞을 때의 이야기지만. 그리고 야간비행인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걸. 그런 소리를 들으니 고요한 밤하늘 아래에서 도시의 야경과 어두운 바다를 한 번쯤은 보고싶어져. 언젠가 기회가 오면 좋겠다.
ㅜ좀 뜬금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혹시 사후세계 같은거 믿어? 천주교나 기독교, 불교같은 종교 상관 없이, 막말로 라노벨의 이세계전생이라도 좋아. 영혼이 되던 귀신이 되던, 아님 다른 무언가가 되던, 죽음 이후의 삶이 있다고 믿느냐는 거야. 죽음 뒤의 삶이라는 말도 좀 이상하긴 한데... 어쨌든간에.
ㅗ 응? 여자형제 비슷한 게 있긴 해. 별다른 감상은 없지만. 뭐 굳이 말하자면... 그래도 혼자인 것보단 좋은 것 같아. 우리는 정말 우리밖에 서로 의지할 상대가 없어서. ...아니, 아니지. 없었거든, 지금은 아니지만.
ㅜ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사람이 있어, 그리고 아마 마지막일 사람이. 그 사람과 잘 될 수 있으리라고는 감히 생각하지 않아. 나는 그렇게 되먹었으니까. 그래도... 그 사람의, 그 애의 특별한 존재로서 남고 싶다는 욕심 정도는 있어. ...그 애의 특별한 존재를 질투했어. 그래서 두 사람이 서로를 오해하는 걸 알면서도 말해주지 않았어. 그게... 내가 계속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던 비밀이야.
ㅗ ...그래서, 내게 고해성사라도 하는 건가.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었더라면 하나를 끌어내리고 이간질할 게 아니라 네가 노력을 했었어야지. 그 욕심이 조금이라도 다른 방향이었더라면, 너는 내게 고해성사할 필요도, 지금 나의 이런 잔소리를 들을 일도 없었겠지. 지금이라도 알맞는 사람에게 제대로 다시 고백하고, 그 애의 또 다른 특별한 존재가 되어라. 뭐, 털어놓게된다면 너도 이미 그 애에게 그 애가 소중히 여기는 대상과의 사이를 망가뜨린 '특별한' 존재가 되겠지만.
ㅜ 나이를 적게 먹지도 않은 아이들인데, 요즘들어 이런저런 사고들을 일으키고 다니더군. 내가 그들을 입양해 주었으니, 그들이 그에 보답해 주어야 한다면서... 굳이 보답을 바라고 그 아이들을 품은 게 아닌데 말이야. 그래서 요즘, 많이 곤란해. 게다가 가장 큰 아이조차 그런 동생들을 말리기는 커녕 계속 동조하고 있으니...
ㅗ...그 마음 이해하네. 하지만 자네가 그 아이들 하나하나 마주보고 진심을 담아 설득해준다면 자신들도 자제하지 않을까 싶군. 나야 그들이 치는 것이 어떤 사고인지 모르니 말을 함부로 할 순 없다만... 오롯이 자네만을 위해 부엌을 뒤집어 엎거나 한 것이라면 귀엽게 봐주는 것이 좋겠지. 사랑을 거절하지 말게나.
ㅜ나는 그 아이가 제 또래를 만났으면 좋겠는데... 만나라는 또래는 안만나고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게 아니겠나? 9살 차이나는 언니가 뭐 좋다고.
ㅗ ...많이 싸워 보라. 이런 말 밖에 해줄 수 없겠군, 그대 같이 평범한 인간에게는. 나 역시 그러한 고민을 했던 때가 있었지. 강해지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러니까 최대한 많이 싸워보면서, 강해질 이유도 함께 굳혀나가. 그것이 단순하면서도, 강해지기 가장 빠른 길이야.
ㅜ 이미 끝났을 수명을 억지로 늘려 살아가는 건, 역시 유쾌한 일이 아닌 것 같아. 어서 심신이 안식에 들고 싶다고 울부짖는걸, 이성과 의무 하나만으로 붙잡아야 하니. 하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건 마음에 걸리지만, 내가 키워낸 아이들이니 잘 해낼 거야. 그렇겠지?
ㅗ 그렇지요- 명줄 늘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심히 공감합니다. 저도 그 사람만 아니었음 이딴거 다 때려치울 것을... 그놈의 정이 뭐라고. 전 실핏줄이 그렇게 많은지 혈관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나서 처음 알았습니다. 특이점이 오긴 개뿔, 의학은 회복은 도와도 치료는 못 돕더라고요. 뭐. 아이들이야 원래 고생하면서 크는 거 아니겠습니까? 부모는 언제까지고 곁에 있을 수는 없는 법이죠. 요즘은 텔로미어 연장으로 자식 곁에서 평생 뒷바라지하는 부모도 있다고는 하던데 그래도 스스로 자립하게 해주는 부모가 최고 아닙니까. 잘 해낼 겁니다. 물론 처음에 빨래하는 꼴을 보면 속 좀 터지시겠지만.
ㅜ 공무원이라고 하면 다 딱딱한 줄 아시는데. 사실 공무원도 사람이거든요! 이렇게! 저를 보면 얼마나 감성이 충만한가요. 물론 아래 직원들은 별로 재미없는 사람뿐이라 항상 행정종합실의 소금과 설탕을 바꿔 단조로운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선물하고 겸사겸사 독극물 대비 훈련도 시키고 있죠! 이렇게 일상을 훈련화 해야... 생존이 가능한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물론 행정종합실은 사무직이지만 저번 주에 오염객체가 직원을 모방해 침투했을 때 직원들이 "실장님의 X같은 훈련이 놀랍게도 도움이 됐다"라고 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가짜 바퀴벌레 모형 훈련도 진행 중입니다.
ㅗ유비무환이라, 확실히 좋은 말일세. 개인적으론 본인들의 의사도 존중해 주는게 좋다고 생각하네만... 자네도 만만치 않게 고생하고 있는 것 같고, 실제로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이 늙은이가 더 뭐라 할 수는 없겠지. 아, 그래. 코코아라도 한 잔 하고가지 않겠나? 몸이 힘들 땐 달달한 게 제일이지. 넉넉히 있으니 부하들 것까지 몇 개 더 챙겨가도 상관 없다네.
ㅜ하는 일이 일이다 보니, 귀가 가장 먼저 먹을 거라고 생각했네. 하지만 가장 먼저 문제가 생긴 건 귀가 아니라 눈이었지. 그 뒤로도 망치가 무거워지고, 손가락히 헐렁해지는 등 여러가지 있었네만, 의외로 귀는 아직까지도 현역이라네.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그렇지 않은가? 이래서 사람은 앞일을 함부로 재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네. 안 그럼 보청기가 몇 년째 먼지만 먹게 되거든. 혹시 자네는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깃거리가 있나? 있다면 들려줬으면 하네. 말년에 생긴 소소한 재미중 하나라서 말이야.
ㅗ 유달리 귀가 강하신가 봐요. 말씀하신 내용을 종합해보면 소음이 많이 나는 작업을 하신 것 같은데, 원래는 청각이 손상을 입기 쉬우니 오판이었다고 볼 순 없죠. 이야깃거리요? 코코아가 맛있네요. 저는 추운 지방에서 살 때가 있었는데, 따듯한 걸 많이 마시곤 했죠. 차를 또 좋아하거든요. 가끔 마을로 내려가면 유일하게 구매하던 기호식품이었어요. 거기로 가서는 술도 끊었거든요.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적적하게 홀로 떨어져 사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지만 전 조용해서 좋았어요. 은퇴하면 조용하고 그림같은 곳에서 살고 싶었거든요. 어쩌다 거길 갔는지도 이야기하면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더 이야기해 드릴까요?
ㅜ 치열하게 살던 사람일수록 은퇴하고 나면 힘을 빼고 싶어지는 법이죠. 아닌 사람도 있지만요. 은퇴하고 시간이 지났는데도 깊은 물에 머리를 담갔다가 뺀 기분이네요. 혼미하고 뭘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거의 유배당한 거였지만 이제는 쫓아낸 사람들도 망해버렸는데, 어쩔까요. 다시 움직여볼까요? 아님 하던대로 소일거리나 하면서 전쟁이 나도 아무도 안 노릴 곳에서 평화롭게 살까요. 질문이 부담되시다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만 말해주셔도 괜찮아요. 타인의 의견은 때로 새로운 영감을 주니까요.
ㅗ 답이 없으니 어려운 문제네요. 사람의 행복이라는 건 각자 다 다르잖아요. 어느 쪽이 당신에게는 더 행복한지... 묻는 건 의미가 없겠죠. 당신도 그 행복을 저울질할 수 없어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걸 테니까요. 저였더라면... 아마도,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았을 거에요. 그 사람들의 행복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를요. 왜냐하면... 제 행복은 그들의 행복에 있거든요.
ㅗ 정확히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몰라서 섣불리 답은 못 하겠네요. 뭐얼, 다 들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100%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대충 말해볼까요. 그 감정을 품었기 때문에 점점 변해간다면, 그 변화가 어떤 것이든, 심지어 나쁜 것이라고 해도 그 감정을 놓아버릴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랑, 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ㅜ 내가 사랑했다고 확신한, 내가 동경하던 사람을 이제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되었어요. 죽었을지도 몰라요. 무관심 속에 사그라들었을지도. 그 사람 없이 존재할 수 없는 나는 어떻게 하면 좋죠?
ㅗ 잘 모르겠네요... 저도 그런 사람이라서요. 그래도 저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니까 차라리 다행이려나요. 무의미한 희망은 갖지 않을 수 있으니. 그로부터 몇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그 예쁜 눈동자, 가는 손가락, 손을 맞잡을 때의 온기. 그 사람이 연주하던 소리까지. 쉽게 잊혀지지 않더군요. 그래도 '어쩌면 좋냐'는 질문에는 역시 힘내서 자기의 삶을 살라고 하는 수밖에요. 그 사람은 제가 슬픔에 빠져 멈춰서는 건 원하지 않았을 것 같았거든요. 당신도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요.
ㅜ 아, 안녕하세요. 모처럼 지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오니 울적하네요. 좋은 것만 기억하고 싶어도 자꾸만 그 사람의 마지막이 떠오르니까. ...뭐라도 마셔야겠네요. 혹시 근처에 카페가 있나요? 술은 과하게 마실까봐 끊은 지 좀 됐거든요.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한잔 사드릴게요.
ㅗ 카페의 위치는 잘 모르겠지만, 만일 허락한다면 이쪽에서 차와 다과를 준비하지. 부담가질 일은 아니다, 내 취미거든. 단지 타인의 감상에 흥미가 있는 것 뿐. ...나도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면 마시곤 하는 차가 있어. 그 차로 괜찮나?
ㅜ 그 아이 곁에 머무는 건 평온하지만 괴로워. 이대로라면 내 죄악도 내 불행도 내 운명도 잊어버리고 감히 행복을 바라게 되어버릴 것 같으니까. 그 아이만 나를 용서해 준다면 다른 그 어떤 것도 필요없게 되어버릴 것 같으니까. 그 아이의 행복을 내가 탐식해버릴 것 같으니까.
ㅗ멍청아, 불은 확 하는 뭔가가 없어서 보고있기엔 심심하다고. 더 좋은 거 있잖아? 불도 지르는데다 눈도 귀도 즐거운 게. 답은 『폭발』이다.
ㅜ아 세상에, 믿을 수가 없네. 이봐, 내가 작업실에서 취미를 즐기고 있는데, 자꾸 주변에서 시끄럽다고 그러는거야. 난 그들을 존중해서 지하로 내려갔지. 그런데 이번엔 땅이 울린다고 또 뭐라 해! 난 역시 그들을 존중해 하늘로 갔고, 이번엔 눈이 부시다고 난리더군! 이보다 부당한 처사가 있겠어? 땅도 하늘도 안 된다면 난 대체 어디서 취미를 즐기냔 말이야! 하루에 한 번씩 폭발을 보지 못한다면 난 죽어버리고 말 거라고!
ㅗ 작업실 입지로 고민이 많구나. 그러면 답은 바다겠지. 육지에서 멀고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을 골라보면 어떨까? 주변이 물이니 혹시나 사고났을 때 수습하기에도 좋겠지. 정 마땅한 곳을 구하기 어렵다면 인공섬 건설 자금이라도 좀 투자해줄까? 기회가 된다면 나도 그 폭발 한두 번쯤은 보고 싶네.
ㅜ 에구구. 해야 할 일은 많고 하고 싶은 건 더 많은데 나이가 드니 시간도 체력도 안 따라주네.....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말이야. 안 그래?
ㅗ 저에게 있어 꿈은 나의 꿈이 아닌 모두의 꿈. 설령 동의하지 않더라도 비참에 빠진 사람들, 탐욕스런 인간들. 그런 것들을 보면 결국 동의하게 될 겁니다. 이것이 최선이라 믿습니다. 최고는 아닐 수도 있지만.
ㅜ 우울함은 필요한 감정입니다. 너무 오래 빠져있지만 않는다면. 늪과 온천 사이의 감정이라고 할까요. 제때 나온다면 상쾌하고 새로워진 기분이 들지만 빠져나오지 못하고 가라앉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때는 후자인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우울해지면 역으로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령 원인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당신도 우울한 생각이 들어오면 잘 헤쳐나갈 수 있으면 좋겠군요.
ㅗ 흠, 고민이 많이 되겠구만! 그런 복잡하고 모순된 상황을 일컬어 데자뷰라고 하지. 엥, 아닌가? 뭐, 어쨌든간에! (과장된 몸짓으로 팔을 양옆으로 쭉 뻗더니) 곤경에 빠진 이를 두고 그냥 지나가지 못하는 올곧은 성품의 이 내가 아니겠는가~ 그 돈의 주인을 찾아주는 임무는 내가 대신 짊어지도록 하지! (빙글 돌며 한 손을 당신에게 내민다) 자, 어서! ..헤헤.
ㅜ 현재의 이 사회에 대해, 나에겐 한가지 불만이 있다..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바로 도박을 죄악시하며 금기하는 사회 풍조이지. 사회적 자살이니, 파멸로 가는 확실한 지름길이니 하는 수식어들을 붙여가며 무시무시하고 기묘한 공익 선전을 펼치는데, 과연 이것이 정당한 처사일까? (연극을 하듯 한 손을 휙 뻗는다) 아니! 이것은 오히려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는 비인도적 처사이다! 우리 모두는 근본적으로 확률을 알 수 없는 희망에 의지하여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던가? <주변이 가능성으로 충만할 때, 그것을 무시하고 지나가기란 굉장히 힘든 일이다.> 러시아 대문호, 그, 어, 솔제니친이었나, 아무튼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었지! 그 양반도 도박광이었다고! (잔뜩 흥분해서 지껄여대다 문득 고개를 갸웃인다) 근데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거지? 어쨌든간에! ..당신, 혹시 돈 좀 있나? 헷..
ㅗ 당신은 당신 딸을 많이 사랑하나보네요.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긍심도 있는 것 같고… 조금 부럽네요.
ㅜ 어두운 삶 속 한 줄기 빛이란… 그게 순수한 호의가 아닌 걸 아는데도 놓을 수 없더군요.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난 그 손을 잡겠지요. 결국 그 끝에 파멸만이 있고 그 손에 죽는다고 해도 전 계속 그 사람을 따르겠지요.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이런 말 하는 것도 이상한데 들어줘서 고마워요.
ㅗ ......귀엽네요. (사진을 보며 미소짓는다) 저도 한 때 키우던 아이들이 있었는데 말이죠. 정확히는, 훈련시키던 아이들이요. 왕가의 근위대장이었어서, 신병들 교육하는 걸 주도했었죠. 지금은 아마 왕가를 제가 배신하고 나왔기 때문에, 그 아이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이런 추억이란, 좋은 거죠.
ㅜ 저기 당신, 저를 닮은 사람을 보지 못했나요? 아, 쌍둥이는 아니고 제 클론이에요. 한 번 궁금해서 태어나게 해봤는데...요즘 제 통제를 벗어나고 있더군요. 저와 닮은 외모라 잘못하면 트러블이 생기는데...흠 내가 죽은 후에, 반드시 자유를 주겠다 했건만...
ㅗ 미안하게도, 보지 못했어. 여기를 찾아오는 이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드무니까 당연하다만... 오히려 네가 어떻게 찾아 왔는지가 궁금하다고 말하면, 무례한 소리가 될련지. 클론이라. 그런 말을 들으면 나도 생각나는 아이들이 있구나. 뭐, 내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들 하고 있는 모양이고 굳이 신경쓰고 싶지도 않다. 그래도 통제를 두는 편이 일반적인 방법인가? 그래, 참고하도록 하겠다.
ㅜ ... 내 별명, 코스모스라는 내 별명이 마음에 들어. 사실은 식물이나 꽃의 이름이라면 다 좋은 걸지도. 아름다운 이름이니만큼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라고 생각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우주라는 의미겠지.
ㅗ 아니, 전혀 이상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지금이라도 조금씩 다가가보는 건 어때. 분명 네 방식을 찾을 수 있을거야. ㅜ 미래가 불안한 건 당연한 일이지. 왜냐면 우리 모두 처음이자 마지막인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실수해도 괜찮아.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소중하니까.
ㅗ 너 내가 뭘 하는 인간인지 알아?... 난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가치를 매겨.... 나 같이 살다 보면 가족을 버리고 본인도 버림받고 흥청망청 살아가는 소위 밑바닥 인생들 많이 보게 되거든. ...그들한테도 똑같이 말해 줄 수 있어? 실수했지만 살아있으니까 소중하다고... 내가 그들과 다르다고 확신해?... 그 전에 넌 그들의 인생이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온 일반인들과 똑같이 소중해? ...트집, 미안. 너 같은 말 스스로 믿으면서 할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하다고 생각해. 이건 진심이야. 넌 이제 내가 귀찮고 반인권적 가치관 가진 사람이란 것도, 아마 나라는 사람한테 정나미 있는대로 떨어졌겠지만...
ㅜ 겨울이네.... 따듯한 것 그리워지지 않아? 가족이나 벽난로 같은. 난 둘 다 없지만. 같이 도수 높은 술이나 마시러 갈까... 몸 뎁히는 데는 그게 최고야. ...나랑, 괜찮다면.
ㅗ겉모습이라... 글쎄, 외양이라는 것은 그닥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거든. 내가 남자로 보여, 여자로 보여? 기대했다면 미안하지만 난 남자야. 그렇지만 ‘일부러’ 여자와 같이 외모를 조정했지. 그 편이 원하는 걸 성취하기에 더 좋았거든.
너도 나처럼 평범한 인간의 수명이 아니니 솔직하게 말하는거지만, 그런 시간의 흐름 따위 무의미하잖아? 그런 것처럼 외양의 변화도 무의미하지. 오직 그것이 ‘나에게 줄 이득’— 만이 중요할 뿐. 가볍게는 개인적 호감부터 크게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 모습을 취하는 데 이유가 있지 않다면, 바꾸면 그만 아니겠어? 어색하고, 내 몸이 아닌 것 같고, 기분이 불쾌하다면 원하는 걸로 바꾸면 그만. 어린 몸이 싫어서 그렇게 커버린 거 아냐? 너는 성장판을 꺾을수도 있었어. 그러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어린 아이의 모습을 싫어했던거라고. 것 봐, 이미 넌 전적이 있단다. 한 번 바꿔보지 않으련? 네가 만족할 때까지.
뭐? 아무리 해도 만족을 못하겠다면 어떻게 하냐고? 그야 당연하지. 그 때는 ‘겉’ 이 아니라 ‘안’ 을 바꾸는 것 말곤 아무런 해답이 없지 않을까?
ㅜ우리 집 늑대를 위한 장난감이 필요해졌어... 멍청하기는 짝도 없는 주제에 이빨은 엄청나게 강력한 늑대란다. 심심하다고 그렇게 노래를 불러대며 밥이나 축내는 그 식충이를 위한 새 취미나 추천해보려무나. 희망을 품고 달리다 문 앞에서 무참히 찢겨 그대로 잡아먹히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혹시 아나... 내 금고를 열어줄수도 있고.
ㅗ 입에 뭔가를 물고 싶어 하는 거면 껌이나 한 통 던져줘. 뭐, 그게 아니면 좀 생산적인 취미를 추천해봐. 책을 읽는다던가, 조각 내지 그림같은 것들. 말하는 거 보면 좋아할 것 같진 않지만, 그럼 대충 나무나 해오라고 시키던가. 육체노동도 싫다 그러면 대충 도미노나 칠교가 딱이겠네. 돈이 아까우면 종이접기나 하라고 할 수도 있고. 근데 그것도 싫다 한다면... 금고고 뭐고, 처음부터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는게 피차 편할 거야.
ㅜ 처음 보는 얼굴이네, 반가워. 여기 왔다는 건 기본적인 설명을 듣고 왔단 거지? 그러니 바텐더가 반말을 한다고 뭐라 하는 일은 없길 바래. 신기해 하는 정도라면 별 상관 없지만. 그래서... 뭐로 주문할 거야? 아, 여기가 바라지만 꼭 술만 되는 건 아니야. 막말로 오렌지 주스나 환타같은 것들도 내 줄 수 있어. 술을 먹고 싶은데 바는 처음이라면 바텐더의 재량에 맡기는 것도 가능하고. 커피는... 카페를 가는 게 낫겠지만, 일단 만들 수 있어. 어쩔래?
ㅗ 음, 처음이에요. 허브 티나 홍차 같은 건 역시 곤란하시겠죠? 아직 성인은 아니니까... 이런 상황에서 나이를 따지는 것도 이상하다고 자주 듣기는 하지만, 가능하다면 알콜이 없는 걸로 주실 수 있을까요? 특별히 못 마시는 건 없답니다.
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서 들었어요. 부모님과의 추억은커녕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의미가 있는 걸까 싶었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왠지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해져서는 기분이 평소같지 않았어요. 사실은 말이죠, 제가 가장 소중히 생각했던 사람이 나에게서 내가 아닌 내 어머니를 보고 있었던 거였다고 하니까... 그게 싫었어요. 다른 분들은 제가 이젠 다시 볼 수 없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어서 슬퍼하는 줄로만 알았겠지만, 사실... 고작 그런 이유로 마음이 어지러웠던 거에요.
ㅗ 어지러워지는 게 당연하지. 부모님에 대한 정이야, 자식이라면 당연하다만 그렇다해서 다른 사람이 너에게서 네 부모님을 본다면 당연히 실망스럽고, 또 이러는 네가 나쁜 건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복잡해지잖아? 나만 해도 내 엄마랑 끔찍히도 닮아서 주위에서 뭐라하는 사람이 많았지, 엄마가 멀쩡히 살아계시고 나와의 관계도 좋은데 기분이 나빠져. 당연한거야, 사람이 자기 자신으로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건. 그러니까, 넌 지금은 잠시 혼란스러워도 너무 생각이 복잡해질 필요는 없어.
ㅜ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줄까? 한 인간 여자를 사랑한 악마가 있었대. 그런데 그 여자는 악마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았어. 당연하지, 상대는 악마니까! 그래서 거절당하자, 악마는 울부짖었대. '만일 내 감정에 한치의 거짓이 있거나 내가 당신에게 거짓을 말하는 날에는, 내가 저주받으리!'라고, 맹세해버린거야. 아무튼 그래서, 그 악마는 저주받지 않았고ㅡ그 감정이 진심이었다는 이야기지ㅡ여자도 결국 그 악마를 받아주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되었대. 맞아, 내 이야기야. 어쩜 그리 바보 같았는지, 진짜 보험약관마냥 거짓말은 안 하더라. 진짜 부부싸움 할 때마다 짜증나 죽겠어!
ㅗ 어려운 문제군. 네가 무슨 가업을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였다면 아마, 닿을 때 까지 영원히 노력했을 거다. 몸과 정신이 다 할 때까지... 분명 너도 그만큼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쳤을 때 이런 소리를 들으면... 나는 그걸로 위로가 되던데, 오히려 우울해지는 경우도 더러 있지. 혹시 기분이 상했다면 잊어 버려도 좋다.
ㅜ 형제도 가족도 아니지만... 동류 비슷한... 녀석들이 있는데. 정말, 조금도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곤란하다. 필요 이상으로 관여할 마음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필요 최저한의 말은 들어 줬으면 하는데.
ㅗ 처음 대화 나누는 분에게 쓸 어두는 아니지만, 무슨 기분인지 정말 잘 알겠어요. 뭐, 나같은 경우에는 차분하다던가, 어른스럽다던가 듣지만…… 사실은 만류하다가도 결국 가장 중요한 국면에서는 같이 사고치게 되는 쪽이어서, 조언을 한다손 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네요. 미안해요, 그래도 힘내요?
ㅜ 시간을 넘나들 수 있다는 건 정말 곤란한 일이에요… 과거의 자신들이 옆집 이웃처럼 느껴져버리는 것도, 세상의 모든 불행이 결국, 나의 선택사항이 되어버린다는 것도.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는 그때 다른 곳에 있기를 택했어요. 당신은 모르는 어딘가 먼곳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이 가여워서, 그때의 당신 곁에 있지 않았어요. 당신이 불행한 건 나 때문이에요. 내가, 거기 있지, 않아서. ……미안해요, 이해하기 힘들겠죠.
ㅗ 당신이 하는 말은... 믿기 힘드네요. 시간을 부린다니, 공상 속이 아니고서야 감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주제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 삶에 대해 당신이 자책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없습니다. 저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그렇기에 저는 여기서 당신과 대화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제가 어딘가 엇나갔다고 느껴지십니까? 아니면 무언가가 결여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럴 리 없죠. 저는 제 불행 위로 올곧습니다. 제 인생은 불행만이 들이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신이 보기엔 한없이 티끌같은 희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허나 어둠은 세상의 절반을 뒤덮으면서도 촛불 하나를 먹어치우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러니 저는 당신이 사과하는 이의 자격으로서 당신을 용서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다음에 있을 오늘에는 다시 한 번 아이들을 살려주세요. 그것이 제게 있어 또 하나의 밀랍 양초가 되어줄 테니.
ㅜ 창업에... 한번 도전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원체 여유롭고 조용한걸 좋아하는 터라, 꽃집이나 도서관 같은 걸 생각하고 있긴 한데... 혹시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습니까? 막연해도 좋습니다. 딱히 전문적이지 않아도 괜찮구요. 오히려 손님의 입장에서는 어떤지 알려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ㅗ 도서관이라면 조용할 일이 많죠. 저 역시 어릴 적에 도서관에서 자주 공부를 했던 터라, 꽤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적당히 맑은 공기와 적당히 불편한 의자라면, 졸지 않고도 오랜 시간을 공부할 수 있었죠. 최장 기록으로는 하교 후에도 8시간을 내리 도서관에서 공부해, 어머니를 걱정시켰던 경험이 나네요, 하하. 아, 너무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들이었나요? 음, 손님의 입장에서는 저는 역시 다양한 책이 구비되어 있는 게 좋더군요. 전문적인 서적이면 더 좋고요. 참고할 자료들이 많아진다는 건 좋은 것이거든요. 단 공부하는 책상과 책장이 너무 거리가 멀면 조금 불편하더라고요. 아기자기해도 괜찮으니, 지식으로 한껏 꾸며진 곳이라면 좋습니다!
ㅜ 공부 이야기를 하다보니, 학창시절이 떠오르네요. 제가 유독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학습력과 머리가 뛰어난 탓에, 어머니는 수없이도 월반하는 저를 위해 고생하셨죠. 고등학교의 문턱을 처음 밟았을 때가 13살 때였으니... 하긴 그 나이에서부터 또 과다하게 공부에 열정적이라, 부모님이 걱정하셨지만요. 그래도, 그때 당시 저보다 훨씬 더 나이 많은 형 누나들과 함께라 조금 어색했지만 나름 재미있게 학창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말 그대로 그 때 완전 꼬꼬마라, 형누나들이 많이 챙겨주셨거든요.ㅎㅎ 뭐, 지금은 평범한 가정에 아이들을 여럿 둔 평범한 가장이지만요!
ㅗ 당사자가 사랑이라고 하면 사랑인 거야. 그걸 남들이 뭔데 지멋대로 욕망이네 아니네 해?! 야, 야 울지 마 걔네가 잘못한 거야!! 그건 분명 사랑이라고, 이 내가 장담할게! 그리고 그런 말 한 녀석들 싹 다 잡아와, 내가 대신 혼내주려니까!!
ㅜ 새 중의 최고는 뭔지 알아? 바로 백조야! 왜냐하면 내가 바로 백조거든!! 아니, 새 말고 백수의 여성형 명사인 백조.ㅎㅎ. 왜 일을 안하냐고 묻는다면~ 가신들이 알아서 해 주는 걸. 나는 가신들을 힘으로 지켜주고, 가신들은 내 일들을 대신 해 주고! 아주 대등한 관계라고. ...아 그럼 완전 백조는 아닌건가 난?
ㅗ ...보통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힘만 쓰고, 가신들이 네 일을 다 처리해주는 관계라면 너를 백수라 하진 않지만 제대로된 군신관계라고도 할 수 없지. 실은 집지키는 개의 처지가 아닌지 고민해 보라고ㅡ 킥.
ㅜ 짓궂은 동생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아 물론 친동생이 아닌 이복동생이다. 친동생들도 있긴 하다만 다 마음에 드는 녀석들은 아니야. 아무튼 요즘엔 내 일에도 방해가 될 정도로 설쳐대서. 그쪽은 혹 방법을 아나? 10대 여자애를 어떻게 구슬리면 좋을지. 아니면 방 앞에 트랩이라도 설치할까?
ㅗ 설쳐댄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눈에 거슬리나 보네. 무슨 사정인지 궁금하지만, 내게 물어본 건 그대의 사정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 효과적인 방법이니. 말해보도록 하지! 난 평소에 당당하게 싸움을 거는 편이야. 방 앞에 함정을 파는 것보다 훨씬 탁월하고 효과적인 방법이지. 싸움에서 이겼을 때는 성취감마저 심장을 타고 흐르니 정신적 건강에도 이로워. 이걸로 답이 되었을까? 무튼, 싸움에서 질 거라는 생각만 하지 마. 너의 만년에 길성이 가득하길 바라.
ㅜ 단언컨대 일생에서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져 본 적이 없어. 도대체 넌 어떻게 날 이긴 거야?
ㅗ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걸 받아봐야 말하기 부담스럽기만 할 거에요... 아니, 말하기도 전에 가 버렸네... 신종 영업 같은 건가? (명함을 본다)
ㅜ 매니저 일을 하면서 취미를 병행한다는 거...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네요... 아니, 그래도 일자리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죠. 말 나온 김에 얘기하는 거지만 신인 배우 K 한번만 봐 주세요. 분명 뜰 거라니까요? 제 담당이라서 말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열심히 영업 중)
ㅗ ...할아버지가 모르는 사람이랑 함부로 다니지 말라고 하셨어요! 특히나 밤에는!!(도망)
ㅜ 처음에 공주가 된다면 굉장히 멋지고 신날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별로인 거 같아요. 나야 뭐 일단 정계에 관심 가지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입양되긴 했다만 다른 언니들의 싸움이 정말로 피튀기는 싸움이라, 가끔은 무서울 정도거든요.. 신나는 모험적인 일상이 아닌, 피비린내나는 일상이 되어버렸네요.
ㅗ 뭐야, 그럼 넌 암투에 휘말릴 일도 없다는 거 아니냐? 신경 끄고 권력으로 놀고먹으면 편할 걸 웬 쓸데없는 걱정이람. 게다가 공주 신분에 모험을 바라는 건 또 뭐야? 동화에서도 공주가 모험하는 얘긴 없을 텐데... 아무튼 신기한 녀석이네.
ㅜ 이봐, 초면에 미안한데 혹시 뭔가 터질만한 거 갖고 있어? 공교롭게도 폭약이 다 떨어진 참이어서 말이야. 뭐라도 없으면 오늘 내로 작업 못 끝내서 지금 좀 급해. 막말로 폭죽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심정이라서. 어차피 공금으로 처리하면 되니까, 사례는 충분히 할게. 쓸만한 거 있어?
ㅗ 터지는 것? 이걸로 좋다면 가져가라. 폭약이라기에는 조금 기술적으로 앞서있는 물건이 아닌가 싶다만 터지는 형식의 무기인 건 맞으니까. 사례는 됐어. 애초에 가격을 따진다면 이렇게 쉽게 줄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뭐, 아무래도 좋지만. 지금이라면 열 개라도 더 줄 수 있을 정도로, 지금의 나에겐 쓸모가 없어.
ㅜ 이 사람이 아니라면 안 된다, 이 꿈이 아니라면 죽어도 좋다, 이 마음이 꺾이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 대체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는 꼴들은 한심하다고 밖에는. 그래, 미련은 이미 잘라냈는데 욕망만 남은 것도 꽤나 괴롭구나.
ㅗ 원래 감정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엉겨붙고 굳어져가 겉보기엔 다른 것이 되어버린 듯해도 사라지지 않고 더 지독한 것이 되어버리지. 미련과 욕망은 마치 형제같아서 항상 붙어다니지. 내가 보기엔 너는 미련을 잘라내고 욕망만 남은 게 아니라, 미련이 또 다른 욕망이 되어버린 것 같은데.
ㅜ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딘다는 말이 있지.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단지 그 사랑 때문에,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자신에게 상처만 준 세상을 구했고, 나는 그런 세상을 버리고 그녀와 함께했으니까. 사랑은 결국 궁극적인 자기희생으로 나타나는,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에 가장 반하는 감정일거야.
ㅗ 사랑... 너의 그 사랑과는 감각이 좀 다를 순 있지만, 나도 내 아이들을 사랑했었는데, 사랑, 지금은, 후... 정말이지- 내 인생에서 없애고 싶은 단어를 들어버렸네... 아, 미안. 네 탓을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어차피 네가 아니었어도, 하루에 몇 번씩은 듣게 되어서 말이야. 읏기지? 세계에는 사랑이 없을 수는 없나봐.
ㅜ 천둥 소리가 요란하게 칠 때-말이지, 무슨 생각이 들어? 천둥 소리에 크게 놀라면 마음 속에 숨긴 죄가 크다던데. 표본을 좀 얻어볼까 싶어서 말이야.
ㅗ 잊혀지는 것은... 잊혀지는 거야. 그 이상의 의미도, 그것 이외의 의미도 갖지 못해. 왜냐하면 잊혀졌는걸. 그래도, 잊혀진 것 자신밖에 자신을 기억하는 이가 남지 않았다고 해도, 그 한 사람. 자기 자신이라도 있는 한 결코 잊혀진 게 아니야. 내가 나를 기억하고 있는데, 어떻게 잊혀졌다고 말할 수 있겠어?
ㅜ 다들 하늘을 동경해. 손을 휘적거리며 새를 따라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어. 닿지 못하니까 더욱 신비롭게 보이나봐. 다들 바라는게 있으면 하늘에 대고 빌어. 근데 누군가는 이렇게 말해. 그저 높은 곳에 있기만 했는데 알아서 떠받들어 준다고. 자신들이 없을 때도 해와 달은 계속해서 떠올랐을 텐데 그걸 무슨 축복마냥 생각한다고. 네 생각도 그래?
ㅗ 한 때는 그런 것이 '인간다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인간이 아닌 나는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행동으로밖에는 생각되지 않았어. 애초부터 그런 노력따위 헛수고였다는 말도 되겠군.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비웃어도 변명할 여지가 없어. ...아마도 그래서겠지, 그런 것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 내가 가질 수 없었던 것을 타고 난 그들에게, 그렇지만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는 그들에게... 그럴 자격도 잃은 주제에, 화가 나는 스스로가 싫어서, 결국에는 한없이 비참해질 뿐이지. 바보같은 열등감, 바보같은 자학 증상이야.
ㅜ 어두운 성격이 싫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비관적임이 싫다. 치밀어 오르는 질투가 싫다. 숨길 수 없는 열등감이 싫다. 쓸데없이 높은 자존심도 싫다. 그런 주제에 솔직할 수 없는 것도 싫다. 그리고 이 모든 생각들이, 그 아이의 웃음 한 번에 모두 잊혀지는 게... 싫다.
ㅗ ...그 아이를 좋아하는 거구나. 그런데 좋아해서는 안 될 사정이 있는 거고? 어렵네... 이런 부류의 상담은 나보다는 아버지가 더 잘 하실텐데... 음... 그 아이에게는 네 진심을 말하고 싶지 않은 거야? 서로 솔직해질 수 없는 사이인 걸까, 아니면 너 혼자 끙끙 앓는 걸까. 언제부터, 어떻게 왜 그렇게 된 걸까? ...네게 이런 말을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너 스스로 변해보는 건 어떨까. 감정적인 문제가 많아 보이니까, 그 감정들을 다스리고 추스리는 법을 한 번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 라는게 내 짧은 소견...!
ㅜ 아아 짜증나... 이럴 줄 알았으면 군에 들어가지 말걸. 잘난 실력 탓에 다른 놈들보다 승진이 빨라, 입사 선배이자 부하들한테서 눈치보고, 군단장님은 그냥 설렁설렁 도와주기나 하고... 이젠 임무 도중에 가족이 휩쓸려서 빠지겠다는데 그거 갖고 또 군법 위반이라느니 뭐라느니 하면서 난리네. 내가 아주 샌드백인가봐~..
ㅗ 원래 빛에는 그림자가 따르는 법이지. 물론 잘난 사람한테 자기 열등감을 푸는 인간들은 문제가 있지만. 가족까지 엮였는데 안 놔주다니 문제가 많은 곳인걸. 가라앉을 배에선 빨리 나오는게 상책 아니겠어? 아니면 네가 다 갈아엎든지. 그치만... 아마 네가 힘들 정도면 남들도 별 차이는 없을거야. 불행이 사람을 골라 오지는 않는다는 소리지.
ㅜ 영웅이 되거나 위인이 될 사람들은 특별한 운명을 타고나기 마련이지. 재능이나 상황이 없이 인재가 되려면 많은 걸 포기해야 해. 그래서 많은 것들을 포기했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은 그래도 없앨 수가 없네. 그렇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재능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노력하는 것의 소중함을 몰랐을 테니까. 그렇지? 영웅은 어떤 위기도 기회로 바꾸는 사람이니까.
ㅗ ... 영웅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어서 그런 말을 하는걸까,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일까. 어쩌면 둘 다? 히힛, 그들은 말야, 재능은 기본이고 거기에 노력할 수 있는 기질까지 타고난 거라고...... 노력만 해서야 될까...?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까지 주어져야... 비로소 위인이 탄생하는 거지...... 한 마디로... 세상과 운명에게 사랑받는 금수저들만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거야. 하하, 댁이나 나나 운명에게 사랑받진 못한 모양이야...? 우리 서로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자갈돌보다 못한 존재로 태어난 걸 보면... 히히히......
ㅜ ...... 이젠 지쳤어. 쉬고 싶어. 그런데 어떻게 쉬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네...... 댁은 쉬어가야 할 때 뭘 하곤 했어...? 쉬어본 적이 있는 사람일지도 잘 모르겠네... 아, 하긴, 나같은 사회 밑바닥 쓰레기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쉬고만 있어봐야 아무런 가치도 생겨나지 않겠지만...... 히힛......
ㅗ 음... 지금이 쉬어가는 순간이죠? 저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신전에 휴가를 내서,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아예 다른 곳에 처음으로 가본다는 게 얼마나 신나는지 몰라요! 맨날 걸어다녀서 운동도 되고, 새로운 곳을 둘러보며 깨달음도 얻어서 꽤 좋거든요. 조금...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헤헤.
ㅜ 저 너머 세계에서는 입에 쓴 게 몸에는 좋다고 해요. 웃긴 게, 여기에서는 입에 쓴 게 몸에 딱히 좋지도 않거든요. 마력을 포션으로만 충당하면, 안 그래도 쓴데 값도 비싸고, 마력 관리도 허술해지고. 포션은, 정말정말 비상용으로 들고다니는 거예요. 당신은 어떤 세계에 사나요? 그 세계는 좀 어때요?
ㅗ어~~~ 음~~~ 우리세계에는 포션같은건 없는데! 음, 대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낮잠도 무제한으로 잘 수 있어~~ 친구들도 많아~~ 히히~ 대신에 할 일이 없어~ 예전에는 시도때도 없이 괴물이 나왔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건 잘 모르겟고 엄청 평화로워!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었음 좋겠어~
ㅜ안녕~~!~~ 너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무말이나 할게!~ 너는 별명같은게 있어~?? 좀 더 길게 말해야 하나~? 내 별명은 용사야! 멋지지? 아닌가? 모르겟어! 그래서 그런지 나는 대검을 한손으로 휘두르게 태어났어! 히히 재미있지? 아무튼 네 별명도 듣고싶어~~
ㅗ 별명.. 이명 같은 걸 말하는 겁니까? 글쎄요, 한 때는 제 움직이는 날으는 호랑이와 같아 하여 비호라고 불리었습니다. 추방된 지금은... 제 사랑 이야기를 따서 아네모네, 라고 저를 부른다고 하더군요. 그 꽃말을 놓고보면 참으로 어울리는 별명이지요.
ㅜ 사랑하는 사람을 쏙 빼닮게 태어난 딸이 아프질 않길 바래요. 아마 모든 아버지가 그렇겠죠. 하지만 저로 인해 함께 가문에서도 추방되어, 제 어미의 얼굴조차 모르는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저 빚진 마음 뿐이에요. 내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가문에서도 예쁨받는 아가씨로 행복하게 자랐을 텐데...
ㅗ ...별 것도 아닌 일이군. 흔한 일이지 않나. 쫒겨난다거나 멀리 떨어진다던가. 하찮은 감상에 매달릴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바쁘게 지내는 게 나을 거다. 후회든 고뇌든 미련이든 모두 당장의 일에 치여서 잊혀질 테니 말이지. 그래, 나처럼 말이다. ...솔직히 말하지. 나도, 똑같이 생각해. 내가 아니었다면 분명 그 아이는 더 행복했으리라고. 하지만, 그런 생각도 과거를 되돌릴 수 없는 한 쓸모가 없어. 있는 그대로, 최선을 다해서, 그 아이를 위해 행동할 뿐이야.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였다면, 아니 사람이었더라도 분명 그렇게 말했을 테지.
ㅜ 예전, 그 때는 몰랐던 마음을 지금에야 알겠다고 한다면 이건 그저... 미련이겠지. 잃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고, 아프고 나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어. 이제와서 욕심은 없지만... 그 사람에게는, 그저 미안해. ...그것 뿐. 그것 뿐이다.
ㅗ (베일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나지막이 웃으며 말한다.)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이 보이고 성자의 눈에는 성자만이 보인다고 하지요. 그대는 돼지가 우는 것에 일일이 의미를 두시는지요? 그대 얼굴 보고 돼지를 본 자는 필시 돼지일 터이니 괘념치 마시길. 죽어 양분이 되는 것 외엔 하등 쓸모가 없는 것들이지 않습니까.
ㅜ 자, 어서 한 술 드시지요. (검은 베일로 얼굴을 가려 아랫입술만 겨우 보이는 여인이 웃었다. 그 자와 당신 사이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진 테이블이 존재한다.) 반가운 손님이 오셨으니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에는 그 어디에도 독을 넣지 않았으니 입에 거품을 물고 추하게 죽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답니다.
ㅗ 으음... 대접해주신 것에 죄송하지만 밖에서 만든 음식을 함부로 먹을 수 없는 몸이라서요. (평범한 순박한 청년처럼 보이는 사람이 자기 입을 가리키면서 멋쩍게 웃어보인다.) 독뿐만 아니라 약도 과하게 드는 몸인지라, 함부로 얻어먹고 다니지 말라고 친한 친구에게 한 소리를 들었답니다.
ㅜ (손에 x식스를 든 청년이 음속으로 달려오다가 당신 근처에 멈춰서 두리번두리번거린다.) 어디 갔지? 시민들을 해치기 전에 빨리 잡아야 하는데...
ㅗ 어쩐지 소란스럽더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뒤, 한숨을 쉬고는 다시 제게 말을 건 사람을 보고는 인사한다) 어쨌든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복잡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도움을 받았으니 답례를 해드려야겠군요. 지낼 곳이 필요하시거나 물건을 살 일이 있으시다면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푸른색 표를 건넨다)
ㅗ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않는 자신의 작품을 사랑한 조각가의 이야기를 아니? 운명의 노예처럼 인과에 끌려다닐 뿐일 존재라 할지라도, 그 인형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는 네 자신의 몫이지. 사고할 수 없는 자신의 사랑을 종국에는 사고할 수 있는 주체적 존재로 탈바꿈한 그 조각가처럼 말이야. ... 후후, 너처럼 뛰어난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라 믿는단다.
ㅗ 착하다와 나쁘다, 그걸로 사람의 생명을 가릴 수 있어? 선악의 경계만큼 모호한 건 없어. 누군가는 날 죽여야 할 자로 여기고, 누군가는 날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희망이라고도 봐. 틀린 말은 아니야, 누군가는 내 권세를 빌려 사람들을 학살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잃게 만든 자들에게 내가 복수를 해줄 거라고 기대하니까. 그럼 나는 네 기준에서 살아야 할 녀석인가, 아니면 죽여야 할 녀석이야?
ㅜ 이래봬도 몸매에 자신은 있는데 말이야, 누나가 나더러 사내녀석이 뭔 그리 타이트하게 걸치고 다니녜. 이거 내가 잘못한건가?
ㅗ 집의 방이라면 많아. 사람 하나 더 는다고 휘청거릴 재력도 아니니 마음껏 머물러! 아, 그래도 우리 가문 사람들 위주로 사는 곳이라 조금은 불편할까? 멀지 않은 곳에 집 그냥 얻어줄까?? 뭐든 말해! 우리 집은 나그네를 반기거든~!
ㅜ 요즘 동생 녀석, 너무 많이 커버렸어! 예~전에는 그냥 내가 업어키웠는데, 요즘은 덩치도 더 커졌다고 사사건건 태클 건다니까? 뭐만 하려고 하면 "누님, 체통을 지키셔야죠" "누님은 아버지의 뒤를 이을 후계자이십니다" 이러면서!! 막 막 가불기를 건다니까~?! ...그래도 귀여운 동생이니 뭐, 어쩌겠어. 안 그래?
ㅗ 뭔가 조금 부럽네...나는 똘마니가 넷인데 그나마 얌전하게 있어주는 1명 빼고는 날 아주 볶아댄단 말이야. 한번은 가슴 만지고 싶다고 말한 거 때문에 꿀밤을 맞고, 한번은 뭔가 기행을 벌일 것 같다고 내가 뭔가 하기도 전에 돌려차기를 맞고, 또 한번은 누군가 계속 폭발해서 새까매진 적이 있었지. 집중공격당하는 건 힘들단 말이야.
ㅗ 이런, 미안하구나. 고의는 아니다. 희귀종 식물이라. 확실히... 내가 보기에도 처음 보는 식물 같으니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야. 거기 너, 식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떠냐? 좋은 조건으로 고용해 줄 수 있는데... 아아, 참. 이제는 이럴 필요 없었지. 흠, 하여간에 버릇이 되어서는... 아니다, 아무것도.
ㅜ 바쁘게 지내다가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도 꽤 괴로운 일이구나. 아니다, 생각해보면 지금쯤이면 벌써 아무것도 안 한 지가... 바쁘게 지냈다는 것도 이젠 옛 말이군.
ㅗ 사람이 백날 천날 달릴 순 없잖아? 기계도 째깍째깍 굴리다보면 건전지도 갈아주고, 부품도 끼워주고 해야 하는데. 기계보다는 덜 단단한 인간이라면 당연히 휴식이 필요하지! 바쁘게 지냈다는 건, 삶을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주는 포상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해지지 않을까?
ㅜ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난게 이틀 전인데, 오늘은 흰 바람 쌩쌩 불어 입김 호오오 나와! 다음주에는 아름다운 단풍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대! 우리 같이 낙엽 보러 가자!
ㅜ 목표하던 대학을 수시로 합격했어. 그러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부모님은 아직도 날 감시하셔. ..아, 솔직히 수행원이 서너명씩 따라다니면 누구라도 자기가 감시당한다는 걸 알아채. 뭔가 내가 못 미더운가봐. 근데 난 정말 모르겠어. 어디서부터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는데, 난... 아, 또 듣고있는 것 같네. 그만 말할게. 미안. 좋은 얘기는 아니지.
ㅗ 나라면 직접 차린 저녁상, 직접 지은 옷 몇벌, 멀리서도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내 책 몇 권을 주겠어. 뭐, 실제로는 이 중 어떤 것도 해내지는 못했지만. 워낙 급한 이별이였어야 말이지. ...그리고, 멀리 떨어져서도 내 눈과 귀가 되어줄 수족들을 붙여두겠지. 그 아이를 믿지 못해서는 아니야, 그 아이 주변에 꼬이는 벌레들을 믿지 못해서겠지.
ㅜ 과거 이 별에 살던 인간들은 바랐다. 힘을. 지배자를 뛰어넘고 그로부터 벗어날 힘을. 그것이 그들의 자유라는 꽃으로 자라날 씨앗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자유의 씨앗이었을까. 그렇다면 분명 나는 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존재여야 했을 텐데. 그들이 바라던 건 미래, 나는 덩쿨에 묶인 과거였어. 그리하여 나는 이렇게 말하지. 그들은 허울 좋은 거짓말에 속았을 뿐이다. 꿈은 피를 마시고 자라나 뿌리를 내리는 식충식물과도 같아서, 쫓으면 쫓을수록 불나방이 되기를 자초하는 것 뿐이라고.
ㅗ 신성모독 같은건 잘 모르는데 말이지. 일단 구원의 힘이라면서 부적절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
ㅜ 연금술은 말이야, 시행착오의 학문이라고. 수많은 실패들은 단 한 번의 성공을 위한 기회비용이란 말이지. 너도 말이야, 시중에 돌아다니는 포션을 한 번이라도 써 봤으면 나한테 아무 말 못 할 걸. 다시 말해서, 또 실험실이 폭발해버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거지! (당당)
ㅗ 글쎄요, 그 단 한 번의 성공이 수많은 실패들로 날린 재료와 시간보다 값진 것이라면 그렇겠지만... 실험실을 여러 번 날려먹을 정도로 대책이 없어서야 안 봐도 뻔하군요. 제가 투자자라면 절대 당신에게는 투자하지 않을 겁니다. 애초에 그런 것 보다도, 스스로의 안전을 생각하세요. 더 나아가서 주변의 안전도. 실패는 한 번으로는 그 의미가 없고 여러 번이 쌓여야 비로소 빛을 본다지만, 인간에겐 단 한 번의 목숨밖에 없잖아요?
ㅜ 읽다가 물려서 방 한켠에 치워둔 고서적 같은 옛이야기지만, 미신을 혐오하는 이일수록 오히려 그 미신에 연연한다는 속설이 있었죠. 소위 말하는 '미개함', 그것에 대한 필요 이상의 격한 대응은 곧 스스로를 보호하겠다는 자기방어기제나 다름없다, 고 해서. 저 말입니까? 글쎄, 전 미신에는 흥미가 없는 편이지만 정보 수집을 할 때는 주의깊게 보는 편입니다. 진실은 때때로 미신이라는 가면으로 감춰져 있곤 하니까요. 그 쪽을 물은게 아니다, 라. 너도 비슷하게 동족혐오를 한 적이 있느냐... 라는 의미였다? 예, 뭐, 아주 아니라고도 못 하겠네요. 그런데, 과연 결백한 이는 있을까요?
ㅗ 없어, 내가 알기론, 적어도. 모두가 누군가를 희생시키며 살아가지. 그렇기에 모두가 죄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심판 받고 죽을 정도의 악인인가를 묻는다면, 글쎄? 그건 전적으로 '메시아'라는 존재에 달린 일이겠지. 모두를 위해 희생했기에, 그렇기에 모두에게 죄를 물을 자격이 있는 자. 그것이 바로 '메시아'니까. ...이런 걸 깨달을 경지까지 가니, 동족혐오니 운명이니 미신이니, 그런 건 다 무의미하더군.
ㅜ 아주 오래전부터, 어쩌면 나는 내가 태어나기 훨씬도 더 전의 태초부터 지성체들을 지켜보고 관리하는 조율자가 되어있더군.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묻지 마, 나도 설명하기 복잡하니까. 게다가, 그런 소소한 과거에 일어난 미래보다 더 중요한 건 너희의 이야기. 들려주지 않겠어?
ㅗ 당신은 마치 '신' 같네요. 그치만 제가 아는 그분에 비해 그정도로 규율에 묶인 것 같진 않아보여요. 그건 그렇고 여러 지성체를 지켜봐온 당신에게는 제 삶이 지루하게 들릴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으면 얼마든지 얘기해드릴게요. (짐짓 손을 모아 기도하는 듯한 자세를 잡으며)약간 고해성사 하는 느낌이라 신기해요. 칸막이도 없는데 말이에요. 후후. 이 고해성사가 끝나면 당신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아, 당신의 나이를 생각해서 되도록 요약본으로요.(짖궂게 눈웃음을 짓는다)
ㅜ 하아... 채소는 여전히 제 입맛이랑 안맞네요. 그렇다고 반찬을 빼먹으면 요리사분들이 일할곳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던데 그런 협박은 너무하다는 생각 안드세요?! 내가 못살겠어 못살아..! (누군가 들으면 곤란하기라도 한듯 주위를 둘러보며)그래서 한번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말이에요. '우연히' '어딘가에서' '제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명분으로 잠깐? 아니, 그건 너무 짧나... 한 반나절 정도..? 자리를 비우고 어디라도 좋으니까 기름진 육즙이 좔좔 흐르는 돼지구이를 먹고오는 건 어떨까요..?(입 밖으로 나오려던 침을 삼킨다) 쓰읍.. 맞아! 오가는 도중에 진짜로 누군가를 도와주고 오면 거짓말도 아니게 되는거니 윈윈 아닐까요?!
ㅗ 잠깐 잠깐 잠깐. 고기야 나도 좋아하지만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과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인과관계로 엮일 수 있는 건가? 도와준 사람이 고기를 산다는 거라면야 그렇다 쳐도, 그럴 확률이 실제로 얼마나 될까? 어차피 지금 네 목적은 '고기를 먹는다'지 '남을 돕는'게 아니잖아... ... 그래, 알았으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 그럼 이렇게 하자고. '누군가를 도울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고기를 먹는다. 그러면 되겠지. 애초에 이거나 저거나 변명에 불과하겠지만.
ㅗ히어로를 믿냐고.. 글쎄, 애초에 난 인간이란 존재를 믿지않아. 그들도 자신의 이익, 또는 남들을 구할 수 있단 우월감으로 그 일을 하는 것일테니. 반대로 그들이 악행을 벌이는 게 그들에게 득이 된다면 그러고도 남았을거야. 못한다면 사회에서 매장될 베짱이 없는거고. ..아, 너무 삐뚤어진 이야기를 했나..
ㅜ..과연 신이 존재한걸까? 존재한다면 지금은 어디에 있는거고? 아니면 우릴 버린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 엿같은 세상을 그저 하나의 유흥거리로 보는 걸려나..
ㅗ 당연하지. 그조차도 내가 바란 것이니까. 내가 먼저 그녀와 함께 무너지길 원했어. 자신과 함께 지옥에 뛰어드려는 나를 말리고, 밀쳐내던 그 손을 억지로 잡아가며. 네가 바란 참신한 답은 아닌 것 같아 미안하군.
ㅜ ...아이를 가진 아버지로,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지만. 나는 사실, 내 아이들이 나의 피를 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아이들이기에 더 좋은 것 같다. 내가 함부로 허리를 놀리고 다니는 작자는 아니지만, 만일 다른 여자에게서 난 아이였더라도 지금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조금 의문이 들어. 아마도 내겐 내 아이들조차 그녀의 아이이기에 의미가 있는 거겠지.
ㅗ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것 하나만 딱 잘 기억하고 있으면... 살면서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 아, 아니다. 잃었다는 것 마저 잊어버리면 더 편할 수도 있겠네. 그렇게 되면 신경쓸 일마저 없을 테니까. 뭐... 어쨌든 네 일이니 잘 판단해보라고. 네 인생인데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해야 맞는거잖냐.
ㅜ 아, 오래 사니까 안 좋아. 그냥 어렸을 때 추억의 노래 잠깐 흥얼거렸을 뿐인데 소실된 자료니 뭐니 하면서 사람 귀찮게 하더라고. 사실... 무슨 저주라도 걸린 건지, 나이를 먹어도 죽지를 않아. 근데 또 스스로 죽기는 무섭다? 하하, 답 없네, 싶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에휴, 들어줘서 고맙다.
ㅗ 하하, 재밌네. 내 주변에도 그런 애들 많아. 아예 창세 때부터 살아온 애들도 있었어서 남일이 아니네. ...사실 그거 내 이야기야. 정확히는, 태초부터 불사자였던 내 원본의 이야기.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궁금하긴 했는지, 자기 dna를 복제해서 나를 만들었는데, 어쩌다보니 서로 정신이 연결되어서 원본과 기억을 공유하게 되었어. 가끔씩은 내가 누군지 헷갈릴 정도로 말이야. 아무튼 이제는 원본이 물질세계에서 활동을 멈춰 끊어진 연결이지만 그 기억은 여전히 내게 남아, 네게 공감이 아주 안 되진 않아. 혼자 변하지 않는 채 남아있다는거, 정말 무서운 감정이더라고. 원본이 느낀 외로움과 괴로움이 고스란히 느껴져. 너, 정말 많이 힘들었겠구나... 원본과 달리 필멸자라지만, 나도 받은 수명이 꽤 길어서 말이야. 너와 비할 바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이야기하고 싶을 때 찾아와. 언제든 들어줄게.
ㅜ 기억을 모두 알 수 있다 해서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 나와 내 원본의 관계가 딱 그러했어. 어쩌면 원본이 내가 자신과 완전히 같아지길 바라지 않아 기억을 일부 공유해주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알게 된 수많은 기억에도 불구하고 나는 끝내 원본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심지어 난 그 존재의 복제인간이라구. 이런 걸 보면 참, 결국 사람은 다른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건가 싶어. 너는 어떻게 생각해?
ㅗ 뭐, 그렇지. 심지어 그 대상의 기억을 온전히 가지더라도, 그 대상이 나와 같다는 인식이 있더라도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하다더라. 살아온 환경에 따라 다른 믿음을 가지게 되어서 그렇다고 추측하지만... 분명 소실된 것 없이 완벽히 같은 영혼인데도 그렇다니, 참 이상하지? 아, 오해할까 봐 덧붙이는 건데 이건 내 얘기는 아니고 들은 얘기야.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이쪽에서는 나름 유명하거든.
ㅜ 친구라고 하기도,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한 놈이 있는데 그 녀석은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어. 그러다 제재도 받고 반쯤 봉인될 뻔한 적도 있는데 꾸준히 호구짓을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넌 이 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건지 알겠냐?
ㅗ 아하하. 다소는 이해가 되네요. 저도 비슷한 과..인 것 같으니까요? 아마도? 그 분의 사정같은 건 저도 잘 모르니까 말을 좀 많이 고르게 되는데.. 일단 제가 생각하는 그런 분이 맞다면, 별로 이유가 없을 수도 있어요. 사실, 사람은 누구나 선의를 바라잖아. 그런 거 아니겠어요?
ㅜ 날이 좀 덥네요.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아, 제가 누구냐고요? 음,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죠? 뭐 어때요. 나쁜 일은 없을 건데.
ㅗ 음... 으음... 이런 형태 비슷한 건 우리 세계에도 있어요! 다만 이게 그거랑 같은 건지는 확신이 안 드니까, 확실히 해두는 게 저한텐 좋겠죠? 이거, 우선 인간이 먹어도 되는 건 맞나요? 아니라면 정중하게 사양할게요! (해맑게 웃는 걸 보아 아마도 악의는 없다)
ㅜ 어딘가의 이세계에는 계절이라는 개념이 있대요! 신기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확실하겐 모르겠지만, 날씨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잠깐만, 이게 맞나...? (무슨 두꺼운 책을 휘리릭 펼친다) 죄송해요. 어제 처음으로 찾은 개념이라서,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ㅗ 그곳에는 계절이 없는 건가? ...음, 아니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나 역시 여러 세계를 두루 여행다니는 여행자로서, 그런 곳은 몇 번 경험해 봤으니까 말이야. 네가 기억하는 개념이 맞을 거다. 주기적으로 온도가 오르내리고, 하늘이 변하며, 그에 맞춰 그곳의 생명들 또한 주기적으로 변화하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는데, 한 번 내 손을 잡고 다른 세계로 가 구경해보지 않겠어?
ㅜ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허락된 것이, 누군가에겐 허락되지 않은 것만큼 화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 책임감이라는 거, 역시 싫지 않아?
ㅗ 네, 언제나처럼요. 저는 실수가 많으니까, 더 빨리 일어나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요.
ㅜ 역시 저는 안 되나봐요. 요리에 손만 대면 난리가 나고, 청소도 했다 하면 뭐 하나 깨지는 건 당연하고, 장 하나 제대로 못 보다니……. 다른 사람들은 사고 없이 잘만 하는 것들인데 한심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역시 기껏해야 외국어를 공부하고, 수식을 풀고, 사회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실험하고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것 정도일까요……. (딱히 기만하려는 악의는 없는 진심인 것 같다.)
ㅗ 뭐.. 뭐라고?! 엄청 대단한 녀석이었구나.. 왠지 귀티나게 생겼다했어. 그리고 너 자신의 약점도 잘 알고 있고. 이건 대단단 녀석이라고 부를수밖에.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나도 내가 뭐든 잘해야하는 줄 알았던 적이 있었어. 구차한 책임감 알량한 자존심이었지만.. 그랬었어. 그래도, 동료들을 만나고 작디작았던 내 세계가 부숴졌고 그제서야 난 바깥세상과 마주할 수 있었지. 네가 느끼는 네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인연을, 꼭 만나길 바랄게. 그리고 깨닫지 못했을 뿐 이미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지. 눈을 크게 뜨고 잘 둘러봐. 여태껏 스스로를 관조했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이 네게 주는 것들도 헤아릴 차례야. (손가락으로 당캐의 명치를 가리키며)답은 꼭 내면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 힘내라고!(곁으로 가 한손으로 등을 팡 친다)
ㅜ 하아.. 나이를 먹어가니 남의 사정에도 꼬치꼬치 참견하고 말아버리네. 방금도 그렇게 열을 올려선.. 하아. 내가 열다섯때는 그런 어른들이 귀찮았는데 말이야. 딱 나이가 두배가 되니까 내가 그런 어른이 되어버렸어.(머쓱한듯 웃는다) 아직 살날이 더 많은데.. 그, 젊은 꼰대같이 보이진 않았겠지?
ㅗ 삶에 여유가 생기니 조언도 참견도 할 수 있는 것이지. 지금은 이해하지 못해도, 그들도 때가 되면 자네를 이해할테니 너무 걱정 마시게. ...뭐, 혹자는 입을 다무는 게 지혜라곤 하지만.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 또한 또 하나의 지혜 아니겠어?
ㅜ 다른 이들의 질문은 이제 익숙한데, 아이들의 '내 아버지가 누구냐'에 대한 질문에는 익숙해지지 않더군. 내 부군께서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기에. 반려와의 신뢰를 깰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들의 제 뿌리에 대한 질문을 막을 수도 없으니 중간에 낀 나에게만 참으로 곤란한 일이야. 사실, 그를 설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이들이나 그나, 둘 다 한 고집 하는 성격들이다 보니... 자네 혹시 묘수가 있나?
ㅗ글쎄, 이런 건 대화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지 않을까? 그쪽이랑 배우자가 계급이나 허물없이 동등한 사이라면 말이야. 나라면 내 입장을 배우자한테 솔직히 말하고 조율해볼 것 같은데. 배우자가 고집이 세다고 해서 그쪽이 곤란한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무슨 사정 때문에 애들 앞에 안 나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쪽의 곤란함을 덜 방법을 찾는데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해. 배우자라면 말이지.
ㅜ나는 노동 끝나고 마시는 맥주가 제일 좋은데, 그쪽은 고된 일을 끝내면 뭘 하는 걸 좋아해?
ㅗ당연히 우리 바~쁘신 소장님 얼굴 보기지. 내가 그 얼굴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해서든! 저 먼 발치에서든! 창문 너머에서든! 반드시 보고 말거야!
ㅜ나는 첫눈에 반한다는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어. 근데 아니더라고. 그 사람을 보자마자 딱 느꼈지.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 수가 있지? 라고 말야. 근데 어떤 자식이 그 국보에 엄청 큰 상처를 냈지 뭐야. 믿겨져? 난 아직도 안믿겨져, 젠장... 언젠간 파묻어버릴테야.
ㅗ 한대 후려버리지 그랬어? 남의 자식 소중한걸 모르는 놈들은 입을 찢어놔야되. 그... 조커처럼.
ㅜ 턴제전투 게임을 보면 말이야 약한적부터 차례대로 어는데말이야 왜 그런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말이야 곰곰이 생각보니까 그 유희왕 아나? 아주 옛날에 쓰였던 카드중에 고즈란 카드가 있단 말이지. 공격을 받으면 패에서 고즈를 소환하고 추가로 빋은 데미지 만큼의 공격력, 수비력을 가진 토큰을 소환한다인데 이게 옛날 환경 기준으로 굉장히 센 효과였거든. 고타점 토큰이 툭하고 튀어니오고 고즈 자체의 타점도 2700이나된단말이지. 그래서 그 때는 항상 가장 약한 몬스터부터 공격했어. 고즈가 튀어나오면 약한 몬스터는 공격을 못하니까. 마왕군도 잡졸들부터 툭툭 던져주며 지치게 만들려한게 아닐까?
ㅗ 심히 동안인데? 내공이 그리 쌓였으니 노화가 늦는건 놀랄 일도 아니다만. 왜. 거북이도 천년을 산다는데 자네도 거북만큼 살지 그래. 내가 리본도 달아주고 예뻐해주지. 그러지말고 공고 모집을 하는게 어때? 자네가 나갔다가 그 미모에 붙잡혀 못 돌아올까 걱정인데. ㅜ 그렇게 죽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그 소원 지금 이뤄드리죠. 왜요. 막상 진짜 죽으라고 하니 무섭습니까. 그런 표정을 짓는 이유는 뭡니까. 당신은 죽고 싶은게 아니라 지금 '그렇게 살고싶지 않은' 겁니다.
중간에 끊겼으니 내가 다시 이을게! >>180 ㅗ ...아니, 틀렸어. 전혀 무섭지 않아. 살아갈 모든 이유가 사라지고, 빛바래버렸는데, 살고 싶을리가...하하. 지금 네가 그 소원을 정말로 들어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ㅜ 따뜻함을 알고 난 후 느끼는 한기는 너무 춥더라. 뼛속까지 시리는 한기는 아무리 따뜻한 천을 둘러싸도 사라지지 않고, 기억은 끔찍한 덫이 되어 어딜 가든 나를 물어뜯지. 누구든 외로울 때가, 괴로운 기억이 있겠지만 그것 뿐인 삶은 그저 고문일 뿐이지. 너의 삶은 전혀 다르길 바라.
ㅗ 그 덫은 목줄이 되어 나를 인도하고, 뼛속까지 시리는 한기는 그 고통을 매개채 삼아 내 존재를 뇌리에 깊이 박아넣지. 가을이 갔으니 겨울이 오는 것은 당연하고, 우리들은 이 추위를 안고 봄을 찾아 방황해야만 하지. 청승 좀 떨어 봤는데,안타깝게도 우리의 삶은 별반 다를게 없네. 네 고문도 끝이 나길.
ㅜ 내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건 너일세. 네가 날 봐 주고, 목소리를 들어 주니 그제서야 나는 존재하는 것. 소멸과 삶 사이에 나를 두어 지탱하는 것은 얄량한 네 의식, 그것 하나 뿐이지. 네가 이 대화를 잊으면, 그대로 내 존재도 사라지는 것이야. 두려운가? 아니면...
ㅗ ...무슨 일이 있는 거에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인가요? 그러니까, 내가 이 대화를 기억한다면 괜찮은 건가요? 그건 제게 있어서 그리 힘든 일은 아니지만... 부디, 신의 축복이 당신과 함께하길 빌게요. 제가 아니라 만물을 관장하시는 그 분이 당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도할게요.
ㅜ 저, 남편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두려워요. 남편이 너무 잘난 것도, 인기있는 것도 불안하고, 지금 받는 사랑이 식을 때를 계속... 상상하게 되니까요. 애초에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게 된 것도 아닌데... 내가 아니라 그 누가 내 자리에 있었어도 이루어졌을 흔한 정략혼인데... 계속 바라게 되어요. 나쁜 걸까요. 내가.
ㅗ 사랑이 죄는 아니지요? 나쁜 짓만 하지 않는다면, 금선을 넘지 않는다면 괜찮아요. 마음을 통제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잖아요. 도를 닦아 이상을 바라는 수행자들, 삼라만상을 탐구하며 진리에 다가서는 마법사들은 감정의 값어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생명에게 있어 마음을 떼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죠. 그리고- 만약은 없습니다. 그것이 이뤄지는 건 활자로 이루어진 책 속에서죠. 현실이 아니에요. 지금 그분의 아내는 당신이시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에 대해 남편분과 대화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아무래도 두 분의 결혼 생활을 제가 알지는 못하니 감히 거기까지 조언하기는 힘들군요. 당신의 이야기가 로맨스판타지면 좋을 텐데. ..악역이 아니라요. 주인공의 자리로.
ㅜ 혹여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지요? 제게 찾아오는 분들은 대체로 그런지라. 다소 독특한 도서관의 주인으로써 어쩔 수 없는 운명이랄까요. 귀찮지 않다하면 거짓이겠습니다만 생각보다 즐겁기도 합니다. 혹시 옵니버스 소설을 즐겨 읽으시는지요? 저는 좋아합니다. 종종 책을 건네주고, 그 책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보다보면 꽤 즐거운 옵니버스 식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아 나쁘지 않습니다. 아- 물론, 너무 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당히 조율하고 있습니다. ..혹시 악취미라고 생각하진 않으시겠죠..? 만약 그렇다면, 그 생각은 잠시 넣어두심이. 어차피 해야 하는 일, 조금 즐기는 것 정도야 적당한 요령 수준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 저는 새드 엔딩도 배드 엔딩도 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서요. 가능한 해피엔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항상. ..죄업에 따라, 다소의 심술 정도는 부립니다만. 아. 말이 많이 샜군요. 아무튼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가요? 부디,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ㅗ 인생이란 결국 책이지. 그 끝이 행복하더라도, 불행하더라도, 나는 작가가 그 등자인물들에게 최선의 엔딩을 주었다고 생각하네. 그러니 어느 책이든 상관 없어. 그래도 요즘 나이가 들어가며, 등장인물들이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가 좋더군. 혹시 그런 책이 있으면 하나 추천해주겠나? 결국 다른 이들의 이야기지만,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때가 있으니 말이야.
ㅜ 조금 뜬금없는 질문이네만, 자네는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하, 약점 잡을 생각은 없어. 그냥, 때론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때가 있는 법이니.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혼자가 되는 것이라네. 아이러니하게도 내 운명은 내 주변인들을 가만두지 않아, 파멸로 몰아넣고 그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운명이네만, 그래도 혼자인 건 역시 싫지 않은가.
ㅗ 제일 두려운 것이라, 솔직히 생각해본 적 없어. 천신이라는 자리는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꺼리면서 지킬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소중한 사람이 죽어도, 혼자가 되어도 꼿꼿하게 서서 세상을 내려보아야 하는 게 신이야. 호불호 같은 개인적인 기호는 최우선 순위가 될 수 없어. 나는 전지하지도 않고, 전능하지도 않지만 무너져서는 안 되는 존재니까. 뭐... 관점에 따라 내가 어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두려움이 될 수 있다면, 내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게 내 두려움이겠지.
ㅜ 수명이 조금 길고 특이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모든 것에 끝이 존재하고 신에게도 끝은 존재해. 신은 완벽하지 않아.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 신은 세계에게 조금 더 많은 권한을 허락받았을 뿐이야. 세계의 제약에서 신도 벗어날 수 없어. 그중 한 예시가 '직접적인 개입'이고. 세계의 제약은 신에게 굉장히 큰 부담이야. 얼마나 개입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신격을 잃고 소멸하거나 자리를 비운 사이 담당하는 다른 세계가 멸망해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래서 대부분은 대리인을 보내 해결하려 해. 원치 않게 대리인이 된 이들에게는 참 잔인한 짓이지만 말이야.
ㅗ 권한이 있기에 책임이 있다. 아주 뻔한 소리다. 힘이란 그런 법이지. 내게 힘이 있기에 나는 내 사람들을 지킬 의무가 있고, 내 가족들을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어. 신이 가질 법한 대단한 권한과 책임까지는 모르지만, 세상의 섭리가 그런 것 아니겠나. 더군다나,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라도 힘 있는 자라면 무릇 대리인을 세우는 것을 마땅하다 여기거늘. ...물론 나는, 대리인 따위 믿지 않지만. 대리인을 내세운 다는 것은, 내가 가진 권한의 일부와 함께 책임을 지우는 것. 과분한 권한이고,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이지. 그럴 바에 나는 차라리 내가 직접 나서는 것을 선호한다.
ㅜ '상대적으로 약하더라도, 버티는 자가 결국 승리한다.' 내 누님의 가르침 중 하나였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우리 중 가장 강한 자였지만,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이 강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버틴다면, 언젠가는 승리한다. 그러니 지금은 조금 약하다고 좌절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꺾인다면 영원히 패배하는 것이 된다. 그러니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저 버틸 뿐이다.
ㅗ 버티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는가? 너의 몸을 보아라 눈은 빛을 잃었고 숨은 끊어지기 직전이다 너가 자랑하던 기술들은 더 이상 선보일 수 없으며 무엇 하나도 너를 지켜주지 못한다 거기에 더해,보아라 너의 곁에 대체 누가 남아있는가? 너가 지키고자 하는 자들은 생존을 위해 너를 버리고 달아났노라 다시금 묻노라, 버티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는가?
ㅜ 사람들은 말한다 "선천적으로 악함을 지니고 났으나 선해지기 위해 노력하는것만큼 위대한건 없다" 고 그런 이야기를 입에 담는 자 중 선한 자는 과연 있었는가? 전부 씻지 못할 죄악을 저지르고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듯 연기하고 저런 그럴듯한 망발을 입에 담는 필부들이 아니였는가? 아니,그들이 필부들이 아니였다고 가정한다고 한들 과연 그들이 이야기하는것에 '위대하다'는 말이 붙을 가치가 존재하는가?
ㅗ ...내게 묻는 거야? 흐음- 딱히 생각한 곳이 없다면, 지금 내가 향하고 있는 숲은 어때? 그 곳엔 내 친구들이 많아. 기분이 울적하다면 풀 수 있을 거야.
ㅜ ...너, 나를 보고도 겁 먹지 않는구나. 신기하다. 내가 딱히 무섭게 생긴 건 아닌데, 체격도 평균보다 큰데 골격근량도 많고, 머리는 새까맣고 눈동자는 붉어서 첫 인상이 무섭다는 말을 종종 듣거든. 특히 어두운 곳에서 보면 노려보는 맹수 같다나... 이래봬도 상냥한 남자인데 말이야. 아무튼 너, 마음에 드는데 나랑 친구 할래?
ㅗ 맹수를 보고 겁을 먹은 티를 내면 안 된다고 들었어. 등을 돌려 도망치면, 그대로 당하게 되니까. ...방금 말은 농담이야. 친구라... 오랜만에 듣는 말이네. 내가 네 말의 의미를 그렇게 거창하게 받아들인 게 아니었음 좋겠는데. 난... 음. 좋아. 하지만 일 상대가 아닌 사람에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해. 적절한 대화 방법을 연구해 와야겠어.
ㅜ 옳은 세상이란 뭘까. 네 생각을 알고 싶어. 너무 막연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질문할게.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하는 게 뭐라고 생각해? 남아야 하는 건?
ㅗ 음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관념과 선택이 과연 "옳을까" 싶네. 난 이래뵈도 개똥철학의 소유자걸랑. "옳고 그름은 개인적인 것이다! 절대적 진리라고 하는 것도 우리 인간의 '지 입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가 중심인 사고방식을 통해 여과되기 때문에 절대적이지도 진리도 아니다!" 대충 이런 식. 물론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하는 건 많고도 많지! 세상 살아가는데 괴로움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거야. 왜냐면 우리는 공감하는 생물이고 어지간히 미운 놈이 아니고서야 우리의 괴로움을 남도 겪지 않았으면 하잖아, 안그래?
...그런데 있지, 내가 상상력이 부족하고 융통성 없는 인간이라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자동차 브랜드 기아 말고, 영양분이 부족해서 앓는 기아는 어떻게 없애지? 모두가 항상 배부름 만땅인 상태로 사는 거야? 그러면 식욕이란 욕구와 기아라는 개념이 없어지는 거야, 아니면...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 공세가 장장 4시간 동안 이어졌다.)
ㅗ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으니 된 게 아니려나?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고 키우기 시작했던 내 소중한 낙지를 동료가 먹어버렸지 뭐야. 그래서 한동안 우울하게 지냈거든. 재밌었어★
ㅜ 게임 밖의 사람들은 모르지만, 다른 게임과 달리 여기 게임 관리자... 그러니까 우리는 게임 속에 살고 있어. 근데 이게 생각보다 지루하단 말이지. 그래서! 너처럼 여기 게임 플레이어가 아닌 사람을 보는 건 흔치 않은 기회란 거지. 마침 한가한 시간인데 네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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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 내가 뭘 들은... 헙, 아, 그, 죄송해요. 방금 되게 무례했네요. 뭔가 생각보다 엄청난걸 들어버린 바람에ㅡ.
그... 아버지를 죽인 대상에게 복수하고 싶다는게 인생 목표인데 너무 진부하냐 물었나요? 어, 음, 음. 지극히 주관적인 제 답변이 당신께 도움이 된다면 일단은 대답은 하겠지만ㅡ. 너무 기대는 하지말아요? 저 되게 도움 안되는 인간이거든요. 자기연민에 빠진 인간의 조언 같은거, 그닥 도움이 안 되잖아요? 그래도 상관없다면ㅡ. 어ㅡ 아뇨, 진부하지 않아요. 오히려 경의롭기만 한데요? 저는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목숨 부지하는것만으로 고작이라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라 삶의 목표는 고사하고 하루살이처럼 사니, 역시 나라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결이 다르구나 싶기도 하고... .
하지만 그렇네요. 그 기분... 조금은 알것, 도? 같아요. 저도 한때는 가족이었던 사람들을 많이 아끼고 사랑했거든요. 만약 당신이 겪었던 그 끔찍한 일을 저 또한 겪었다면 응당한 복수를 당연한 수순이겠죠. 하지만 보다시피 저란 사람은 정말 구재불능에 아무런 쓸모도 없어서... 분명 가족을 잃었다는 사실만으로 다시는 일어설수 없을만큼 큰 절망감에 사로잡혔을거에요. 하루 하루를 그렇게 고통속에서 살다가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런면에서 당신은 대단하다고요? 좀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요. 비록 복수 대상이 무지 강해서 자기가 할수 있는건 없을거라 했지만 지금 당신 눈을 보면 마냥 가능성이 없지 않을것 같은데.
네? 왜 눈이냐고요? 어, 음, 네, 그러게요? 내가 왜그렇게 콕 찝어서 표현했을까요? 하하...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런말도 있잖아요?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끈기는 희망을 낫는다.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에요.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간다는 건 아무나 할수 없는 일이에요. 당장 저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할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어요. 환경에 굴복하거나 절망하기보다는 어쩌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인생의 거대한 목표를 잡고 살아가기를 택했죠. 그 누가, 고통을 인내하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당신을 두고 감히 진부한 목표라며 당신의 삶 전체를 폄하할수 있겠어요?
ㅗ 내가 뭘 들은... 헙! 아, 그. 죄송해요. 방금 되게 무례했네요. 뭔가 생각보다 엄청난걸 들어버린 바람에... .
그ㅡ. 아버지를 죽인 대상에게 복수하고 싶은게 인생 목표인데 너무 진부하냐 물었나요? 어, 음, 음. 지극히 주관적인 제 답변이 당신께 도움이 된다면 대답은 하겠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말아요? 저 되게 도움 안되는 인간이거든요. 자기연민에 빠진 인간의 조언 같은거, 그닥 도움이 안 되잖아요? 그래도 상관없다면... .
어ㅡ 아뇨! 진부하지 않아요. 오히려 경의롭기만 한데요? 저는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목숨 부지하는것만으로 고작이라. 하루 하루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어서 그런지 삶의 목표는 고사하고 하루살이처럼 살고 있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역시 나라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결이 다르구나 싶기도 해서 뭔가 씁쓸하네요?
하지만 그렇네요. 그 기분... 조금은 알것, 도? 같아요. 저도 한때는 가족이었던 사람들을 많이 아끼고 사랑했거든요. 만약 당신이 겪었던 그 일을 저 또한 동일하게 겪었다면 복수를 꿈꾸는 것도 당연하겠죠. 하지만 보다시피 저란 사람은 정말 구재불능에 아무런 쓸모도 없어서... 분명 저는 가족을 잃었다는 상실감으로 다시는 일어설수 없을만큼 큰 절망감에 사로잡혔을거에요. 하루 하루를 그렇게 고통속에서 살다가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런면에서 당신은 대단하다고요? 좀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요. 비록 복수 대상이 무지 강해서 자기가 할수 있는건 없을거라 했지만. 지금 당신 눈을 보면 마냥 가능성이 없지 않을것 같은데요?
네? 왜 눈이냐고요? 어, 음, 네, 그러게요? 내가 왜그렇게 콕 찝어서 표현했을까요? 하하...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런말도 있잖아요?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끈기는 희망을 낫는다.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에요.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간다는 건 아무나 할수 없는 일이에요. 당장 저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환경에 굴복하거나 절망하기보다는 어쩌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인생의 거대한 목표를 잡고 살아가기를 택했죠.
그러니 그 누가, 고통을 인내하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당신을 두고 감히 진부한 목표라며 당신의 삶 전체를 폄하할수 있겠어요?
ㅜ 이제 누군가를 믿는것도, 의지 하는것도 지쳤어요. 어차피 돌아오는 건 실망과 배신뿐이니까. 그러니 당신이 나를 좀 죽여줄래요? 가능하다면 빠르고 덜 아프게.
ㅗ 응? 누구세요? 말할 대상을 잘못 찾은 것 같은데. 혹시 그 사람이 나랑 많이 닮았나? 나 같은 얼굴 흔치 않은데.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찾는 거 도와드릴까요? …아, 저 사람인가? …이 사람 맞다니 다행이네요.
ㅜ 혹시 심령 현상을 믿으시나요? 뭔가 사이비 같은 말인 건 아는데… 음, 지금 당신이 들고 있는 물건이 좀… 위험한 거라서요. 혹시 모르고 소지하게 되셨다면 도움을 드리고 싶거든요. 이쪽이 본업은 이쪽과 무관하지만 약간 손 보는 정도는 할 수 있고… 음, 아무튼 관심 있다면 여기 명함으로 연락주세요. (명함에는 이름과 함께 연락처, 모델이라는 직업이 적혀있다)
ㅗ 아, 그렇게 보입니까?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쪽을 믿지 않는 건 아니지만, 보기보다 위험하지 않습니다. 이건 영혼이 깃든 종류의 무기 중 하나라서요. 당신에게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위험한 아이는 아니에요. 겁이 많은 아이의 영혼이라, '무기'로도 쓰지 못하고... 말하자면, 보모 생활 같은 걸 하는 중이라서요. 마음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 말고, 제 주변의 다른 이에게 이런 종류의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드리죠. (일단 명함을 받아들고 품 속에 보관한다.)
ㅜ 여행, 좋아하십니까? 저는 싫어하진 않습니다. 목적 없이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것보다, 목적을 가진 계획적인 여행을 더 선호할 뿐이죠. 겸사겸사, 동행하는 '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고요. ...아, 저는 미혼입니다. 어쩌다 떠맡겨진 아이가 있을 뿐이에요. 그 아이는 낯을 많이 가려서... 아무튼, 서론이 길었군요. 그러니까 제 말은... 혹시, 당신이 가보거나 아는 곳 중 특별한 곳이 있다면 추천을 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