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케미스트의 팀원들은 탐색과는 하등 연이 없는 사람들 뿐이다. 다시 말해, 에제가 오지 않았다면 사망 확정이었다는 뜻. 그 사실을 상기하자 괜스레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일단 살아난 것에 기뻐할까..."
그렇게 말하며, 알케미스트는 가방을 찾았다. 동상을 치유하는 방법은, 아주 당연하게도 높은 온도. 밖은 아직도 눈보라가 한참이기에 땔감을 찾는 건 어불성설. 다만 알케미스트의 가방엔 이미 다양한 재료들이 구비되어 있다. 그것들을 이용하면 불을 피우는 건 어렵지 않다. 정 안되면 알코올램프라도 쬐면 되고.
문제는, 그것이 전부 다 가방이 있을 때의 이야기인데.
"에제, 혹시 가방 같은 거 하나 못 봤어? 아니,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소리는 아니고! 있으면 불을 피울 수 있을 것 같아서!" (#)
음식점에 있을때에도 입고있던 망토는 당신에게 둘러져있어 소녀의 모습이 더없이 잘 보였다. 그덕에 소녀가 되려 더 추워보이기도 했지만 무덤덤한듯이 몸을 한데 모아두고 있다가 당신의 물음에 턱짓으로 가리키며 대답하였다가. 아직 당신은 몸을 움직이면 안된다는듯 당신 옆의 가방을 들어서 눈 앞에서 열어주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가방안의 내용물은 눈과 충격탓에 망가져버린것이 태반이었다.
"....불 필요한거 알아. 조금만, 기다려줘. .....다시 피울태니까."
조금 피곤한듯 보이는 소녀의 앞에 꺼져버린 숯더미들이 보였다. 연기가 전혀 올라오지 않고있는것을 보면 불이 꺼져버린지는 꽤 되어보였다.
초자연적인 현상. 아츠인가? 원소계라면 말 없이 손만 휘적여서 불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현실 조작계. '신'에게 비는 행위를 트리거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경우. 당연하지만, 전자보단 후자의 부담이 훨씬 크다. 차라리 나뭇가지를 비벼서 불을 피우는 게 나았을 정도지만...
"아니... 일단 이건 나중에. 어때는 무슨 어때야.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알케미스트는 가방을 뒤졌다. 플라스크라던가, 그런 것은 다 깨졌지만... 가장 많이 구비해놓았던 기본적인 약초와, 붕대 정도는 남아있었다.
흐르는 물에 소독이라도 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안 된다. 그릇이라도 있었다면 물을 끓였을텐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약초의 소독효과에 의지하는 수 밖에.
다행인 점은, 에제의 상처가 아주 심각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뼈는 물론 피하조직도 보이지 않는다. 그 정도면, 이 정도 처치만으로도 충분하다.
로도스 라는 단어를 듣자 마치 동경하는 인물이라도 만난것 마냥 그 붕대감긴 손으로 당신의 손을 꼭 잡습니다. 무슨 팬미팅의 팬이라도 되는듯 소녀는 당신을 보며 눈을 반짝입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로도스에 대해 굉장히 호인상이라는 것 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혹시, 찾는다는거 이 책이야?"
그러고는 소녀는 옆에 놓여있던 자신의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내옵니다 책 표지만 보아도 소녀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책. .......와우, M의 말대로 석판을 회수하는 임무는 아니었군요. 단지 석판에 관련된 일지를 회수하는 임무였을뿐. 그런데 그걸 어째서 이 소녀가?
흥분해서 횡설수설하다가 겨우겨우 말하는 빠르기를 낮춰서는 숨을 한번 들이쉬었다가 내쉬고 나서야 내가 하고싶은 말을 제대로 할수 있었다.
"나 말고도 있다는게, 그것도 치료제를 만드려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정말 대단하고...고마웠어."
모험을 떠나고 싶어서, 세상을 보고싶어서.....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아름답고 신비한 광경을 보기도 하고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감염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받는 차별을 보고...괴로웠었다. 신님에게 빌어도 해결되지 않는 이 병을 고치려는 이들이 있다는걸 알게되었을때는 얼마나 기쁘던지 그래서일까 그 단체에 속한 언니에게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이게된건.
아츠를 사용해 몸속을 투시해 보니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몸이니까 계속해서 모험이란걸 다닐수 있는거곘지 하고 납득할 정도로 상태가 좋아 보였다. 덧붙어서 광석병의 흔적조차도 보이지를 않으니 지금 해야 할 것은 코토이아가 체력을 회복할때까지 푹 쉬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아츠를 중지하고 다시금 눈을뜨니
"어때?"
소녀가 눈을 뜨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완전히 숙면중이라 깰것 같지도 않았는데 허락도 없이 몸을 살펴봤으니 실례라도 되려나 하고 사과를 하려던 찰나
마치 위에서 내려다보는듯한 오만한 말투가 방금까지만 해서 말 수 적어보이던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몸은 움직이지 못하는듯 가만히 누워있기만 해서 위엄차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통해서 세상 구경을 하고 있었다가...오늘은 좀 무리를하는게 보여서 말이야
저 눈발 날리는 날씨덕에 동굴의 안쪽인데도 바람이 들이닥쳐서 불이 자꾸 꺼지더군."
조금, 설명이 길어지려는듯 소녀의 몸에 강신한 신은 몸을 일으키려 하다 그래도 힘을 풀고 풀썩 자리에 다시 눞습니다.
".........전혀 기운이 안들어가는구만."
그리고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계속 이어나갑니다 대부분은 당신을 구한다고 아이가 허둥대는 이야기나 어떻게든 여기까지 끌고왔다던가 하면서 소녀가 했던 일을 당신에게 이야기하며 죄책감이라도 키우려는건가 싶을정도로 소녀의 일을 세세하게 풀어놓습니다. 장활한 서사시를 늘어놓던 신은 마침내 이 동굴에서 당신이 깨어나기 직전의 상황까지 설명하고는 말을 마쳤습니다.
...참 나. 예상은 했지만 역시 직접 들으면 움찔거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비난하는 게 아니라고 한들, 마음의 빚이란 제멋대로 쌓여버리는 종류의 무언가니까. 의사로서, 자신의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무리를 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 무리 덕에 살려진 입장에선 그것에 대해 다그칠 자격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후우..."
알케미스트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보면, 질문인가. 물어보고 싶은 건 많다. 하지만 무엇까지 물어도 되는지, 알케미스트는 그것을 몰랐다. 말이라는 건 눈을 감고 호숫가에 던진 돌멩이와 같다. 그냥 퐁당 하고 가라앉을지, 통통 튀어 수면 위를 내달릴지, 아니면 전혀 엉뚱한 데로 날아가 사람을 맞힐지는 던지는 당사자도 모른다.
그래서, 알케미스트는 확실한 당위성이 있는 질문을 하기로 했다.
"에제의 아츠, 정확히 몸에 어떤 부담을 주는 거야?"
부담을 받는 게 뼈인지, 근육인지, 아니면 내장인지. 신경계인지, 순환계인지, 아니면 호흡계인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부담이 가는지. 세포의 수명을 갉아먹는 방식인지, 분비되는 호르몬은 있는지, 그 외 다른 것들을 세세하게 질문했다.
솔직히 말해, 알케미스트는 자신이 질문하면서도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도 신이라 불릴 정도의 존재니까. 혹시 하는 마음을 품고 질문했을 뿐. 거기에 정확한 부위의 정확한 증상을 안다면, 그에 맞는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 있을 테니까.
의사는, 냉정해야 한다. 어떻게든 살려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드는 환자들의 가족 앞에서, 철면피를 깔고 부정적인 소식을 전해야 한다. 거짓말을 했다가, 괜한 가능성을 부풀렸다가, 그것이 한여름의 아지랑이마냥 사그라들었을 때. 그 때 느끼는 슬픔은 분명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실마리가 보인다며 기뻐하는 신을 보고도 알케미스트는 기뻐할 수 없었다.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아니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걸 아니까. 희망은 시기상조였다. 적어도 아직은.
"그래도..."
지금부터 하려는 것은, 희망을 주는 행위가 아니다. 단순한 사실의 나열일 뿐이다. 알케미스트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변명했다.
알케미스트는 불이 꺼지는것을 감시하다가 본인또한 이제 막 정신을 차린. 사실상 병자였던 몸 상태 덕에 원래도 좋지 않았던 체력이 강제로 정신을 셧 아웃 시켜버려 정신을 잃고 따스한 불을 쬐며 잠들어버렸다. 정말 다행히도 불은 꺼지지않았고 오히려 이 전보다도 더 맹렬히 타오르면서 제 몫을 다 해주었다.
".....언니? 괜찮아?"
꽤, 급한듯이 당신의 몸을 흔들어 깨우는 에제의 얼굴을 보며 겨우 정신을 차린 당신은 고개를 돌리다가 어제 에제가 불을 붙이기 전 장작의 상태 그대로 남아있는 장작이 눈에 들어왔다. .....자는 도중에 결국 불이 꺼진건가 싶었지만 몸에는 감각이 돌아와 있었다. 밤중에 기절한 후에도 불은 계속 꺼지지 않았던 것이다. 장작은 타들어가지 않았음에도.
필름이 부족한것도 아닌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서로가 서로의 자신을 한장씩 가지는것은 확실히 낭만적이지만 ...........이번만큼은 그 낭만을 꺽고싶었다.
약간 당황한 눈치의 당신을 소녀는 가방에서 꺼내온 카메라에 담기위해 자신의 쪽으로 꼭 끌어안고는
-찰칵-
-찰칵-
........두장의 사진이 폴라로이드 사진기에서 빠져나와 하나는 당신의 손에 다른 하나는 소녀의 손에 들려집니다. 이젠 정말로 떠날 시간이 되어버렸기에 소녀는 약간이지만 슬픈 웃음을 띄고는 밖으로 나가려합니다. 이 동굴을 알리게 되면 당연히 이 안쪽의 방도 뒤져볼테니까.
농담처럼 던진 한마디. 소녀는 중요한 문제라는듯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보기에 당신 또한 덩달아 그러고보니 나도 처음 여기 올때ㅡ 하고 고민하려는 생각이 빠지려던 찰나
"...풋. 너무 걱정마. 그냥, 차 하나 얻어타고 가지 뭐."
그런 당신의 얼굴을 보고는 소녀는 웃어보입니다. 얼굴만 진지하게 했을뿐이지 장난칠 생각 만만이었나 봅니다.
"그럼, 가볼게 언니. 나중에는 좀 더 안전한곳에서 보자. 소매치기도 없고, 눈사태도 없는."
그런 말을 하면서 소녀는 자신의 망토를 두르고, 내려놓고있던 가방들을 메고, 마지막으로 후드까지 뒤집어 쓰고 나서야 걸어서 동굴을 빠져나갔습니다. 이제 신호를 터트리면 당신의 동료들은 금방 이곳으로 올것이고 이 동굴안쪽의, 연구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M에게 따지러 돌아갈수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