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77091> 【역극/외전/단편】 Project : Delta √F Ex-side - 0 :: 859

창천전야◆wxe.t7R5gc

2021-08-15 21:48:13 - 2022-04-26 21:51:48

0 창천전야◆wxe.t7R5gc (OI.V6iPaq2)

2021-08-15 (내일 월요일) 21: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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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천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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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UeMwN87kxo)

2022-04-03 (내일 월요일) 22:03:29

[#]

810 알케미스트 (W7gfQutPzc)

2022-04-03 (내일 월요일) 22:08:35

"에제?"

알케미스트는 믿을 수 없다는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5년동안 일체의 소식도 없다가, 또 이렇게 갑자기 홀연히 나타나서는.

"너, 너..."

알케미스트는 에제에게 다가갔다.
떨리는 눈빛으로 한 걸음, 두 걸음. 그렇게 다가간 알케미스트는 양 손을 뻗어─

"왜 이제 와, 이 녀석아!"

…에제의 양 관자놀이에 주먹을 대고 돌리기 시작했다.
물론 힘조절은 하면서. [#]

811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UeMwN87kxo)

2022-04-03 (내일 월요일) 22:14:02

다가오는 알케미스트에게 환하게 웃어주던 에제는 문득, 그리 좋지 못한 기운을 느꼈다.
그래, 자신에게 위험을 줄지도 모른다는 직감같은ㅡ

"아아아아아앗!??!"

그리고, 이 결과다. 직감으로 느꼈지만 설마 하고 넘겨버렸더니 장난이라지만 꽤나 아픈 꼴을 당해버렸다.
그리고 조금 뒤 스스로 머리를 비틀어서 빠져나왔다.

"..........................늦게, 오라는거 아니었어?"

그리고 꽤나 억울하다는듯 고통 때문에 생겼던 눈물 한방울이 눈에 그대로 맺힌채로
에제는 당신을 올려다보며 물어보았다.

812 알케미스트 (W7gfQutPzc)

2022-04-03 (내일 월요일) 22:24:07

"미안하지만, 어른이란 건 원래 제멋대로거든."

알케미스트는 당당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5년 동안 뻔뻔함만 는 모양이었다.

"뭐, 그건 그거고. 어서 와, 에제."

알케미스트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살짝 드러난 손바닥, 그 위에 새로이 생긴 흉터, 화상 자국, 그리고 굳은 살.
얼핏 보기엔 그녀 또한 5년 전과 다름이 없어 보이나, 그 손은 분명 기나긴 세월이 함축되어 있었다.
물론 알케미스트가 손을 뻗은 이유는 벌 거 없다. 그냥 악수 한 번 하자는 뜻이다.

"좀 자주 들러. 계속 5년 단위로 오면 앞으로 나 20번밖에 못 본다?" [#]

813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UeMwN87kxo)

2022-04-03 (내일 월요일) 22:30:18

>>812 "...........힘든걸."

에제또한 손을 뻗어 5년 전과는 달라진 손을 맞잡는다.
힘들다는건 무엇을 뜻하는것일까. 자주 찾아오는것?
대충,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간 정신을 놓았을때 무언가 품 속으로 들어오는것을 느끼었다.
바라보니 여전히, 같은 망토를 쓰고다니는 소녀였다.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아줘. 지금은 지금으로."

그리 말하며 당신을 끌어안은채로 소녀는 올려다보았다. 분명 농담처런 던진 이야기였을테지만
소녀는 그리 받아들이기는 힘든 것 처럼 보였다.

814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UeMwN87kxo)

2022-04-03 (내일 월요일) 22:31:40

[#]

815 알케미스트 (W7gfQutPzc)

2022-04-03 (내일 월요일) 22:41:19

알케미스트는 피식 룻고는, 품 안의 들어온 에제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옛날이었으면 어땠을까. 아마 허둥지둥하다 무엇도 못 하지 않았을까.

"그래, 힘들면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고."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품 안에 꼭 들어오는 소녀를 마주본다.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모습도, 성격도, 버릇도.
자신도, 다른 모두도 크고작게 변하는 와중, 이 아이에게만은 시간이 길을 비켜주는 것 같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어쩌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을지도 모른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미 수많은 이별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어쩌면 알고 있기에 그리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너무 무신경했던 걸까. 하지만 역시 5년은 너무 길다.
그러니 이건 서로 퉁치는 것으로 하자.

여기선 다른 이야기를 꺼내볼까, 알케미스트가 입을 열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거야? 어째 키가 조금도 안 자랐는데?"

말했었지, 5년 동안 뻔뻔함만 늘었다고. [#]

816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UeMwN87kxo)

2022-04-03 (내일 월요일) 22:47:30

"........"

그 말에 불만을 품은듯 얼굴을 찌푸리다가 한숨을 쉬면선 표정을 풀고는
이 말은 들려서는 안되는듯 주변을 돌아보고 당신 외에는 사람이 더 없다는것 까지 확인하고나서야
소녀는 입을 엽니다.

"...나, 더 성장하지는 않아."

신과의 계약. 아마 내가 더 이상의 모험을 포기하게된다면 흐르지 않던 시간도 다시 흐르게 되겠지만
굳이, 그 것 까지 이야기 해 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신님을 만났다면 언니는 이 한마디로도 대강은 추측할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밥은 잘 먹고 다녀. 그러는 언니는 위험 한 일은 아직도 하고 있는거야?" [#]

817 알케미스트 (W7gfQutPzc)

2022-04-03 (내일 월요일) 23:03:53

혹시 했는데 역시나.
신님, 이거 호구를 잡혀도 너무 단단히 잡혔는데, 괜찮은건가.
뭐, 괜찮으니까 계속 함께하는 것이겠지만.

"응, 잘 먹고 다닌다니 다행이네."

성장이라 함은, 단순히 육체적인 성장을 말하는 게 아닐 것이다.
그것이 에제가 아직도 소녀이며, 아직도 이별에 가슴 아파할 수 있는 이유가 되겠지.

"위험한 일이라..."

위험한 일이라면, 역시 임무겠지.
치료제 개발하느라 그럴 시간이 없기도 하고.
애초에 이젠 오퍼레이터가 아니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이제 현장에서 구를 짬밥이- 아니, 여기까지 하자. 아무튼 임무는 더 안 나간다.

약 연구는 가끔 폭발이라던가 나긴 하는데.
아니, 터질 성분이 아닌데 왜 터지는거지.
어쨌든 가끔인데다 꼭 필요한거니 연구는 위험한 일에 들지 않는다.

"응! 안 하고 있NE!"

아무튼 그렇다. 연구는 위험한 일이 아니다. 알았지? [#]

818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UeMwN87kxo)

2022-04-03 (내일 월요일) 23:09:18

"....................."

이리 저리 눈치를 보는듯 하다가 마냥 밝은듯 부정한다.
그 반응에 나는 언니를 빤히 바라보았지만 그간 뻔뻔한만 늘은걸까.
정말 그렇냐고 하는 눈치로 바라보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기에 한숨을 쉬고는

"그렇게 믿을게. 하지만"

덥석 소녀는 당신의 팔을 붙잡았다. 갑작스레 잡힌 팔에 소녀가 힘을 주자 아파오기 시작했기에
당연히, 당신은 그 팔을 빼려했지만 전혀 빠지지 않았다. 어라, 이거 위험한가

".....역시, 그때 보다 더 약해진거 아니야?"

하고 당신을 바라본다.

819 알케미스트 (W7gfQutPzc)

2022-04-03 (내일 월요일) 23:21:03

"아, 하하..."

그 때도 세긴 셌는데, 지금은 아예 꼼짝을 하지 못하겠다.
아니 뭐, 맨날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니까 약하지는 건 당연하겠지.
그래도 오퍼레이터 시절엔 나름 체력이 있었는데.

"뭐, 뭐어. 그래도 숟가락 들 힘은 있다?"

제아무리 뻔뻔해졌어도 여기까진 어쩔 수 없었나보다.
하긴, 다른 누구도 아닌 명색이 의사란 사람이 건강 관련으로 한 소리를 들었으니.

하지만 자고로 환자가 따라야 할 것은 의사가 아니라 의사의 말인 법이다.
그러니 의사의 건강상태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하고, 눈으로만 항의해 본다. [#]

820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UeMwN87kxo)

2022-04-03 (내일 월요일) 23:25:30

"....의사면, 수술같은거 할때. 체력이 중요하지 않아?"

항의하는 눈빛. 하지만 불만이라기 보다는 딴청이 아닐까 이런건.
그렇지만 걱정되는건 어쩔수 없었다. 조금 더 건강하지 않으면 20번은 커녕....
아니, 이런 쪽으로는 그만 생각하자. 그래, 이번에는 시간도 많을테니

"이번에는 안내, 받을수 있을까?"

821 알케미스트 (W7gfQutPzc)

2022-04-03 (내일 월요일) 23:41:39

"메스 들 힘은 있어, 괜찮아."

요즘엔 수술 말고 제약만 전담하기도 하고.
로도스엔 자신 말고도 충분히 뛰어난 의사가 많으니 괜찮다.

"그러니 걱정은 말고, 어디부터 가고싶은지 말만 해!"

5년 전처럼 목말을 태우는 건...
냉정히 계산해봤다. 응, 무리.

그 때는 어떻게 태웠는지 모르겠네, 확실히 약해지긴 한 것 같다.

뭐, 그것과는 별개로 이곳저곳 돌아다닐 체력은 있다.
모처럼의 방문이다. 제대로 즐기고 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볼까. [#]

822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UeMwN87kxo)

2022-04-03 (내일 월요일) 23:47:50

"......음, 언니가 일하는곳? 여전히 그 방이야?"

방이라, 아마도 유적과도 같다는 평가를 받은 개인실을 뜻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걸 궁금해 하는건....여전히 팔을 잡고 있는걸 봐서는 체력을 길러줄 생각이라도 하는걸까

"가보자, 언니."

그러면서 소녀는 잡고있던 팔을 놓고 당신의 손을 깍지끼어 잡았다.
그리고 보이는 소녀의 눈은 5년전의 그 날 처럼 빛나고 있었다.
여전히 모험심이 가득한, 피터팬과 같이. [#]

823 알케미스트 (j96kuqHXFA)

2022-04-04 (모두 수고..) 00:01:07

아이같은 것은, 옛날과 똑같다.
당연하다면 당연한가, 에제는 자라지 않으니까.
뭐, 기대감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모습은 좀 귀여웠다.

"방은 똑같은데, 일하는 곳은 바뀌었어."

아마도 가고자 하는 곳은 일하는 곳이겠지.
알케미스트는 에제를 데리고 복도를 꽉 채우는 커다란 문을 지났다.
그 너머에 있는 것은, 거대한 연구실. 그 곳을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
하루도 빠지는 날 없이, 여긴 늘 이런 모습이다.

로도스의 설립 목적에 걸맞게, 로도스 내부에서도 가장 커다란 크기를 자랑하는 곳.
광석병 치료제를 위한 공동 연구실, 그 한쪽에 익숙하디 익숙한 공방이 보였다.
무엇을 숨기랴, 알케미스트의 자리였다. [#]

824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lfHdyqP4s)

2022-04-04 (모두 수고..) 00:11:49

광석병, 이 테라에 사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두려워 마지 않는 이름
걸린 이는 언젠가는 펑 하고 죽어버린다. 그리고 그 언젠가는 누구도 모르지.
그렇기에 선민들은 그 병에 걸린 이들을 차별하고, 배격한다.
그들을 이해할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병에 걸린 이들을 쓰레기처럼 내다 버리는 것 만큼은 동의할수 없었다.

그래서, 신과 계약하게 된 이 몸의 이점을 살려서 그들을 도왔었다.
이 손은 작아서 붙잡을수 있는것에도 한계가 있었지만 그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그들에게는 필요해 보였기에
나는 그들이 보일때마다 손을 뻗어 도와주었었다.

그리고, 내 눈 앞에서 이 병과의 싸움에서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을 보고있다.
뭔가 가슴 속을 간질이고 왠지 모르게 눈이 시큰거렸다.
감동적이라고 해야할까. 응,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것과는 다른 기분이었다.

그런 연구소의 구석에 익숙한 공방이 눈에 띄었다.

"......여전하네."

어째서 저 유적과도 같은 디자인은 바뀌지 않는걸까. 알수가 없었다.

"....여기 오래 머물면 방해겠지?"

825 알케미스트 (j96kuqHXFA)

2022-04-04 (모두 수고..) 00:20:43

"뭐... 나랑 같이 구석에서 조용히만 있는다면야."

사실 외부인보단 사장님 오시는게 훨씬 더 무섭다며, 알케미스트는 웃었다.

"하지만 그러면 별로 볼 거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거든."

그러나 그 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한 번 가 볼만한 곳이 있다.
무얼, 딱히 특별한 곳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히 있어야 할 곳이라고 할까.

어디냐고 묻는 에제의 말에, 알케미스트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기록실!" [#]

826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lfHdyqP4s)

2022-04-04 (모두 수고..) 00:33:13

기록실, 처음에는 별 감흥이 들지 않았으나 문득 알케미스트의 행적을 떠올렸다.
누구도 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설산에서 임무로 오기에는 전혀 맞지 않은 날씨에
임무랍시고 왔던 일을 생각해 보면 아마, 기록실에는 그것 말고도 다른 수많은 일들이
기록되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자

"나, 가볼래...!"

하고 눈을 반짝였다.
아마, 다른이들이 봤다면 이 광경을 이리 평가하리라
어른이 사탕을 주고 어린이가 그것에 홀려서 어른이 말하는대로 따라가는
말로 이야기 하면 좀 위험한 광경이라고. [#]

827 알케미스트 (j96kuqHXFA)

2022-04-04 (모두 수고..) 00:48:07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사탕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니 괜찮지 않을까.
애초에 맞붙으면 자신이 진다. 아주 확실하게 제압당해서 바닥을 나뒹굴겠지
…역시 운동을 좀 해야 하려나.

기록실에 도착한 알케미스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 가이노이드'는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최근엔 기록담당보다는 크리스의 비서 노릇을 하는 일이 훨신 많더랬지.
가진 권한은 그대로지만.

로도스의 기록실. 말 그대로 로도스의 온갖 정보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곳이다.
공동 연구실의 연구 성과, 오퍼레이터들의 임무 일지, 사원들의 상세 기록, 그리고 각종 기밀들까지.
이래 뵈도 이 회사에 꽤 오래 있던 몸, 자신의 아이디를 쓰면 기밀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열람 가능하다.
랄까, 애초에 보안등급은 그 셋에 플러스 하나를 제외하면 다 똑같지만!

애초에 공개 자료는 공개 자료인 이유가 있다.
외부인에게 보여줘도 딱히 상관은 없겠지. 연구 성과 같은 경우는 공개를 넘어 아예 언론에 뿌리기까지 하니까.

"자, 그럼 뭐부터 볼래?" [#]

828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lfHdyqP4s)

2022-04-04 (모두 수고..) 00:51:43

[혹시 오늘은 여까지 해도 될런지?]

829 알케미스트 (j96kuqHXFA)

2022-04-04 (모두 수고..) 00:52:22

[상관업서용-]

830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lfHdyqP4s)

2022-04-04 (모두 수고..) 00:53:47

[그럼 내일......이어둘게요.]

831 알케미스트 (j96kuqHXFA)

2022-04-04 (모두 수고..) 00:59:08

[확인확인]

[수고하셨습니다-]

832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lfHdyqP4s)

2022-04-04 (모두 수고..) 23:23:13

"이거, 볼수 있을까?"

디지털 이라고 하던가. 기록실은 내가 생각하던것 보다는 작았다.
하지만 자료들의 분류를 위해 놓여져 있는 서랍들에는 아마 지금 이 방은 가득채우고도 넘칠 정보들이
USB따위에 고스란히 잠들어있겠지. 서랍이 아닌 금고같은것도 있지만 아마 저건 누가봐도 건들지 말라는 기밀자료임이 분명했다.
저런 곳에는 아무래도 이 함선 주인을 명시한 서류같은게 들어있겠지? 뭐, 다른것도 있을수 있겠지만 그게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아무튼, 그런것에는 신경쓰지 않고 나는 내가 보고싶은걸 골라보려 수많은 서랍들 앞에 서서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사실, 자세히 보지는 않았다. 내가 찾고 있는것은 단 하나였으니까. 언니와 그 동료들의 임무수행 장면이 있을
그러니까, 그 모험기가 담겨있을 자료들. 저번에 들었던 대로라면 이름은 델타였으니 찾는것은 금방 찾을수 있으리라.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찾아내었다. CD에 들어있을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

833 알케미스트 (M4PsAI7D.I)

2022-04-05 (FIRE!) 03:00:33

"...어라, 이거?"

에제가 들고 온 기록은 예상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이었다.
아까 연구실을 보고 온 참이니 연구 성과를 찾지 않을 까 싶었는데, 설마 자신들의 임무 기록을 찾을 줄은.

아니 근데, 문제가 하나 있다.
새로운 델타의 임무는 같은 로도스 내에서도 극비였다. 대외적으론 그냥 평범한 기동대였단 소리다.
다시 말해, 진짜는 저 금고 안에 잠들어있고, 이 CD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조작된 영상이다.

어쩌면 진짜 영상은 저 금고 안에도 없을 수 있다. 말했듯 델타의 행적은 아는 사람이 열을 겨우 넘기는 극비 중의 극비니까.
최고 권한으로도 인증을 몇 번이나 해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곳에 남아있지 않을까. 물리적으로든, 전자적으로든.

"음..."

아무튼 진짜 대신 남들 보라고 만든 거니까 공개하는 데엔 별 문제가 없긴 한데.
이 안에는 그냥 다른 기동대들 하듯이 가서 별 탈 없이 임무하는 내용이 전부다.
가끔 돌발상황도 사건사고도 있는. 말 그대로 최대한 평범하게 만들어진 영상.

그런 조작된 영상에 에제가 만족할지가 의문이긴 한데.

"에이, 뭐. 어쩔 수 없나."

나는 CD에 담긴 영상을 재생하여 에제에게 보여줬다.

만족 못 한 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진짜 이야기를 들려줄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아쉽지만 그 부분은 넘겨야지. 말했다간 자신 뿐만 아니라 에제도 목이 뎅겅 날아갈지도 모른다.
어쩌면 비유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날아갈지도 모르고. 아무튼 조심해야지. [#]

834 absolutely cheapest airfare possible (m7NPivRMA6)

2022-04-05 (FIRE!) 04:29:10

I'm not sure why but this site is loading very slow for me.

Is anyone else having this problem or is it a problem on my end?
I'll check back later and see if the problem still exists.

835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BPxbtRt43c)

2022-04-05 (FIRE!) 22:06:09

[아 잘못 들어갔다.]

836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BPxbtRt43c)

2022-04-05 (FIRE!) 22:14:50

그리고 조작된 영상이 틀어진다.
평범하게 임무를 받고, 그다지 특이할것 없는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는 모습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이미 그 임무란것을 수행하는 모습까지 본 입장에서는
이게 본 모습이 아닐것이라고는 예측할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나에게 이런 조작된 영상을 보여주는 것일까
추측은 그다지 어려울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보이기 힘든것이겠지.
그렇다면 쫒지 않는게 여러모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리라.
어차피 공유할수 있는 이야깃 거리는 하나로도 충분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하기에 소녀는 영상을 반쯤 본 시점에서 영상의 송출을 멈추고는 이야기했다.

"이걸로 충분해."

"아, 그러고보니 그림 잘 받았어?"

837 알케미스트 (M4PsAI7D.I)

2022-04-05 (FIRE!) 22:29:15

알케미스트는 쓰게 웃었다.
역시는 역시랄까, 속아주지는 않는구나.
빠르게 눈치채고 이걸로 충분하다 말해주는 것에선 기특하다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여기선, 배려를 감사히 받는 게 좋겠지.

"물론, 액자에 넣어서 걸어놨지."

그 날의 빛나는 추억을 옮겨 담은 그림.
이거저거 다 옮겨서 살풍경해진 방의 유일하다시피 한 장식품이다.
덕분에 칙칙한 방이 따스하고 화사해졌다고 할까.
그러고보면, 자기 얼굴을 방에 걸어두다니 자의식이 얼마나 대단한 거냐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좋아, 응징은 끝났지만 갑자기 생각났으니 나중에 한 번 더 찾아가야지.

뭐, 아무튼간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알케미스트는 에제에게 말했다.

"괜찮으면 보러 갈래? 내 방에선 볼 게 그거밖에 없긴 한데."

[#]

838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BPxbtRt43c)

2022-04-05 (FIRE!) 22:55:51

며칠정도는 머물수 있을가 싶었던 그날.
정말이지 아쉽게도 떠나야 했던 그 때에 마지막으로 남겨 두었던 그림 한조각.
5년이라는 시간 탓일까. 분명 아름다웠음에도 기억 속에서는 벌써 선명하게 그날의 풍경이 그려지지 않았다.

".....응!"

그렇기에 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시금 언니의 손을 잡고 언젠가 걸었던 복도를 걸어간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신기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지만 나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언니의 방에 도착할수 있었을때

내가 볼수 있었던 것은 그때와 달리 꽤나 황량해진 방과.
한켠에 걸려있는 액자속 그림 뿐이었다.

".....자주, 안들어 오나봐?"

에전에는 술을 보관해 두는 서랍도 있었던것 같은데 이제는 그것조차 보이지 않으니
대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설마, 취미 생활도 제대로 못 즐길 정도로 착취당하고 있는걸까.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839 알케미스트 (M4PsAI7D.I)

2022-04-05 (FIRE!) 23:38:28

"뭐... 그렇지. 요즘엔 여기 와선 잠만 자니까 말이야."

취하거나 하면 연구에 큰 지장이 생기니까, 술은 끊은지는 좀 됐다.
연금술이야, 지금 아주 질리도록 하고 있고.
취미가 일이 되는 것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뭐, 그렇게 되서, 애초에 다른 걸 할 시간이 없다고 할까.
먼지만 쌓이는 것도 곤란하니까, 웬만한 것들은 아예 다 빼 버렸다.

"아, 있어봐. 지금 무슨 생각 하는지 알 것 같은데."

알케미스트는 에제와 시선을 맞추었다.
조그만 눈에 들어찬 걱정스런 마음. 아아, 역시나.
알케미스트는 그대로 에제의 볼을 잡고 쪼물딱거리기 시작했다.

"인석아, 로도스는 그렇게 악랄한 회사가 아니야. 다 내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한 거지,"

연구실에 있던 자신의 자리를 봤지 않느냐며, 알케미스트가 웃었다.

"다 끝나면 두고 보라지. 오크통 단위로 들이킬 거니까."

[#]

840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j.306SCuPU)

2022-04-06 (水) 00:23:28

"그으허 하이저해 어니가 머저쓰러지거 가트ㄴ데"

볼이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 하는 짓에 나는 뭔가 더 터치를 하지는 않았다.
이걸로 뭔가 위협을 하는것도 아닌 뿐더러 그냥 내 걱정 풀어주려고 하는것임을 잘 아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만지작 거려지는건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기에
웅얼거리듯 말을 하고 나서는 언니의 손을 떼버렸다.

그리고 먼저 쓰러질것 같다고 한 말.
꽤 진심이었다. 농담이 아니고. 예전에야 그래도 강제적으로 움직이기라도 했으니 괜찮았다지만
지금은 좋게 쳐 줘도 일주일만 무리하게 일 해도 며칠은 퍼질게 눈에 선하다
........모험 처음 시작할때 내가 그래 봐서 잘 안다.

"......나름, 운동 하는거 어때? 그, 타샤씨 라던가."

그러고보니 다른 이들은 어쩌고 있으려나.

841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j.306SCuPU)

2022-04-06 (水) 00:24:27

[음 그러니까.

쟤는 델타팀 해체된 이후로는 계속 매니악 병간호 중이라는 거스로.]

842 알케미스트 (iM/oD4pVLo)

2022-04-06 (水) 02:40:15

"아유, 뭘. 앉아있기만 하는데 체력 쓸 일이 얼마나 있겠어."

정 안되면 약물의 힘을 조금 빌리─ 아니, 이니다.
아무튼 괜찮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응급실이 있고, 복도를 걷다 어깨가 스치는 사람이 현존 최고의 의사다.
무슨 일이 일어날 확률은 0에 수렴한다. 장담할 수 있다.

...하지만 에제에게까지 힘으로 밀리는 건 역시 쇼크였지, 응.
역시 조금 움직이긴 해야 할까.

"아, 타샤라면..."

그 녀석은, 델타가 해체된 후론 하루 온종일을 친구 곁에 붙어있다.
밤도 먹고 잠도 자고 훈련도 규칙적으로 하는 모양이다만, 그 외의 시간은 전부 병실에 있다고 해야 할까.
그런 사람의 시간을 별로 빼앗고 싶진 않지만...

"뭐어, 얘기는 한번 해 볼게."

[#]

843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aseSGASkEg)

2022-04-07 (거의 끝나감) 01:05:32

"......가장 좋은건 혼자 하는거지만"

그리 중얼거리면서 화제를 마무리했다.
솔직히 이 전에도 되었겠지만 지금의 언니라면 저번과는 반대로 내가 언니를 안아들고
이 로도스의 내부를 돌아다닐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예 불가능 할것 같지도 않고

그러니 시도했습니다.
당황하는게 느껴지지만 저번의 나도 그랬으니 쌤쌤이라는 것으로 넘어가 주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니신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봐 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지금 여기서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길인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시간에 쫒길 일도 없겠지 하는 생각에 행한 일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그림 어땠어?"

844 알케미스트 (.02nvQqKgI)

2022-04-07 (거의 끝나감) 02:16:46

"어, 응? 어?"

갑작스레 느껴지는 부유감, 미묘하게 달라진 시야.
그리고 느껴지는 고사리같은 두 팔의 감촉.

아니,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진짜? 진짜로?

"우와아아아앗?!"

알케미스트가 크게 당황했다.
처음엔 당황해서 잠깐 발버둥쳤다가, 이내 다급히 몸을 비들어 내려가려 했다.

"아니, 잠시만?! 반대면 몰라도 네가 나를 들면- 우왓, 힘 왜 이렇게 세?!"

물론, 성공적이진 않았다.

그 작디 작은 손에서 나오는 힘은 상상 이상이라, 알케미스트의 나약한 육체로는 도무지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머리카락만큼이나 새빨개진 얼굴을 두 손으로 필사적으로 가리는 것 뿐.

그 와중에, 질문에 대답을 안 해주고 고개를 돌리는 건-
아, 삐졌다.

[#]

845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dqCznojR0Y)

2022-04-13 (水) 00:33:34

[최근 뭔가 들어오기 힘들었다....]

846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dqCznojR0Y)

2022-04-13 (水) 00:36:39

".......괜찮아?"

자신이 말 함에도 도리어 더 고개를 돌려버리는 당신의 모습에
내가 잘못한걸까 하는 생각에 일단 도서관의 앞에서 내려 놓습니다.
그러고서는 빤히 당신만을 쳐다봅니다.

"....미안, 언니."

생각해 보면 자신도 그때 부끄러웠는데 오히려 당하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상상해 보니
아무래도 자신이 꽤나 실례를 한것이 분명하기에 수그러들고는 고개숙여 사과 합니다.

847 알케미스트 (ZGyEBx2BBU)

2022-04-13 (水) 21:43:35

알케미스트는 땅에 두 발을 디뎠다.
떨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조금은 낯선 기분이었다.
그녀는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에제를 바라봤다.

고개를 숙여, 자신에게 사과하는 모습.
알케미스트는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무언가를 달그락거리더니─

"─걸렸구나 이녀서어어억!!"

그대로 에제를 들어 어깨 위에 올렸다!

알케미스트가 방금 보여준 힘은, 아까까지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
대체 뭘 한건가 싶어 에제는 밑을 내려다봤고, 볼 수 있었다.
바닥에, 빈 플라스크가 또르르 굴러다니고 있는 것을.

─아니, 이 사람 결국 도핑했어?! [#]

848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WyvUJt6Frc)

2022-04-17 (내일 월요일) 23:48:44

"..............!?"

갑자기 이런 힘이 어디서 난거지? 신님이 축복이라도ㅡ

<나 아니다.>

그럼 대체 어디서 이런 힘이 난걸까 그러고 보면 나를 들어올리자 마자
무언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었지. 그걸 상기하며 나는 바닥을 바라보았고
플라스크 하나가 아주 약간의 액체가 담긴채로 바닥을 굴러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언니, 괜찮아?"

힘이 강해진다고 해서 허리가 좋아지는건 분명 아닐텐데.
그러니까....이렇게, 앞 뒤로 일부러 무게 중심을 움직인 다던가. [#]

849 알케미스트 (x7TPAsmZ22)

2022-04-19 (FIRE!) 04:45:14

치료제 때문에 개인적인 연구를 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해도, 5년이라는 시간은 절대로 짧지 않다.
그 긴 시간동안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만들어진 강화 물약은, 사람의 신체 능력을 최대 두 배에서 세 배까지 끌어올릴 정도.
그러니 무게 중심이 조금 휘청인다 한들 어렵지 않게 바로잡을 수 있다.

"커흑...!"

물론, 평범한 사람이었을 때의 이야기다.
신체능력이 두 배에서 세 배가 되면 무엇을 하겠는가. 0에는 무엇을 곱해도 0인 것을.

알케미스트는 재빠르게, 하지만 조심스레 에제를 내려놓고 허리를 짚었다.
좀 삐끗한 거 같기는 한데, 그래도 서 있을 수 있는 거 보면 괜찮을 것이다.

아마.

850 알케미스트 (x7TPAsmZ22)

2022-04-19 (FIRE!) 04:45:31

알케미스트는 고개를 돌렸다.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에제에게, 그녀는 너스레를 떨며 웃어 보였다.

"괜찮아, 괜찮아. 의사니까 이 부분은 믿어도 돼."

알케미스트는 에제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검은 눈동자에 노을진 청안이 비쳤다. 붉고 푸른 파이아이가 싱긋 하며 휘어졌다.

"토라진 건 그냥 장난이었으니까 사과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이 쪽이 사과해야지."

알케미스트는 에제를 한 번 가볍게 안고 토닥여주었다.
여태까진 에제만이 먼저 안겨왔으니, 이번엔 이 쪽에서 라는 느낌일까.

851 알케미스트 (x7TPAsmZ22)

2022-04-19 (FIRE!) 04:46:01

"그러고보면, 그림이 어땠냐고 물었었지?"

그렇게 말한 알케미스트는 방 한쪽에 걸려있던 액자를 들어 갖고 왔다.

붉은 황혼과 새빨간 연금술사의 그림.
먼지 한 톨 없는 광택은 이 그림이 최근까지 꾸준하게 관리되어 왔다는 방증이다.

붉은 그림자가 덧씌워져 사막의 바위처럼 되어버린 구름들.
하루의 마지막 태양빛을 받아 따스하게 빛나는 로도스의 갑판.
푸름과 붉음이 만난 연보랏빛 하늘이 조금씩 달구어지는 모습.

"달리 말할 필요가 있을까. 최고야."

알케미스트는 별다른 미사여구를 덧붙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5년 전과 다름없이 손가락을 교차시킨 연금술사의 모습은, 다른 어떤 수백의 말보다도 훌륭한 대답이 되어주리라. [#]

852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8yTmXSXgz.)

2022-04-26 (FIRE!) 18:53:39

오랜만에 다시 보는 그림.
소중하게 액자속에 담겨져 있는 풍경은 여전히 그날의 기억을 아릿하게 담아두고 있다.
내 스스로 와야겠다 싶을 때 가 아니면 오지 말라고 했었던가.
아무래도 5년은 좀 긴 시간이었던 것 같지만.

"....그거면 됬어"

충분하다. 그리 생각했다.
나는 언니의 손에 들린 그림을 조심스레 받아들고 가만히 그림을 보다가
옆에 벽쪽에 세워 둔 후. 방금 전 까지 그림이 차지하고 있던 그 품속으로 안겼다.
품 속에 들어가니 여러 의약품 냄새가 밀려왔다. 이 중에는 그들을 치료 할 수 있는 약도 있겠지.

소녀는 마치 어리광을 피우듯 당신의 품 속에서 머리를 움직여 부비적 거리거나
사람의 체온을 바라는 양 보다 강하게 당신을 끌어 안기도 하다가 이내 떨어졌다.
여전히,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수 없는 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방금의 그것이 좋았던건지
표정이 약간은 상기돤 것 처럼 보였다.

그 뒤의 일은 그리 특기 할 만한것은 없었다. 5년전 그때의 요원들을 지나가다가 만난다던가
저번의 그 신의 일대기를 적은 책을 결국 읽게 된다던가.
로도스 함 내부의 경제 시스템이 굴러가는 걸 보기도 하고, 결국 타샤와도 재회를 하기도 한다던가.
함 내부의 몇몇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한다던가
참 여러모로 많은 일이 있었던 일주일을 뒤로하고.
아이는 다시금 모험을 하기 위해 떠날 채비를 하였다.

"......이제, 또 이별이네."

그런 말을 하는 소녀의 표정은 후련한듯 달리보면 서글픈듯 보였다.

853 알케미스트 (DmndxVx8hU)

2022-04-26 (FIRE!) 19:57:12

어느새 이렇게나 다가와버린 끝을 바라본다.

마지막을 배웅하듯,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선선했다.
따뜻한 태양이 세상을 밝히고, 기분 좋은 바람이 등을 떠민다.
여행길을 떠나기엔 정말이지 이만한 날씨가 없었다.

아, 사실 날씨 따위는 상관없었다.
눈앞의 소녀는 태풍이 와도 재앙이 와도 끝끝내 세상을 돌아다닐 것이며
분명하게도, 자신은 그것을 막을 수 없었을 테니까.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알케미스트는 굳이 속으로 한 마디를 해 보았다.
빌어먹을 하늘.

이 조그마한 로도스에는 아직 보여줄 것들이 차고 넘치건만.
그동안 있었던 일들, 그동안 겪었던 사고들, 그동안 지냈던 모든 순간들을.
그 모든 것들을 반의 반도 나누지 못했건만.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해서, 평등하게 야속해서.
조금만 기다려달라 애원해봐도, 귓등으로 듣고서는 혼자서 달려나가 버리는 녀석이라.

그렇게 생각하면, 이별이라는 두 단어가 마음 속으로 깊이 사무치는 통에.

"...그러네, 가는구나."

알케미스트는 애써 무덤덤한 얼굴을 보였다.
목소리도 조금씩 흔들리고, 표정에도 착잡한 기운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게 정말이지 꼴사납다 싶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더 흉한 모습을 보여버릴 것 같았다.

알케미스트는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한번 해 보였다.
주책이다. 나이가 들면 이런 것들만 늘어간다.
마지막은 좋게, 후련하게 끝내야 하거늘.
알고 있어도 쉽게 떼어내질 못 하는 게 이것의 악질적인 점이다.

그래서 떼어내는 대신, 그녀는 소녀를 품에 안았다.

품 안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은 온기.
이제 다시 한 번 사라질 온기.

지금이 선명할수록 후에 있을 상실마저 선명하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알케미스트는 에제를 껴안은 팔에 힘을 주었으며.
그것을 알고 있기에, 알케미스트는 에게에게 속삭이듯 한 마디를 건넸다.

"잘 가, 에제."

이별의 말.
서로가 서로의 길을 걷기로 약속하는 한 마디.

하지만 알케미스트는 이 끝이 진정한 끝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기에.
지금의 작별 인사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기에.

"다음에 또 보자."

알케미스트는, 뒤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

854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adIgMYXyQ)

2022-04-26 (FIRE!) 20:36:25

씁쓸하게 다가오는 간다는 말이 왜 이리 애달픈지. 어차피, 떠났다가 다시금 만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이번 처럼 몇년 걸어 오게 된다면 몇번이나 더 만날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 이었다.
그것 하나 만큼은 잘 알았다. 아저씨와도 그렇게 만나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시간은 나에게 만큼은 평등하게 흐르지 않으니까.

목소리가 떨리는게 느껴졌다. 언니도 나와 비슷하게 이별은 그리 원하지 않는건가.
그렇지만 나는 지금은 슬프기에, 그렇기에 더욱이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지금 이 슬픔에 매몰되면 더 이상 일어서기는 힘들것 같았으니까.
슬 떠나려 발검음을 놀리려던 찰나 갑작스레 따스한 온기가 온 몸을 감싸왔다.

따스한, 이제는 더 가지지 못할.
아마, 당분간은 혹은 영원히 가지지 못할.

"............너무해"

떠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더 머물면 분명 지금보다 더 정들어 버릴꺼야.
그럼, 아저씨 때 처럼 나 마음을 갈갈이 찢어버리겠지.
그렇지만, 그렇지만....

<아이야, 우리 계약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정한게 아니다. 하지만 끝을 내는건 전적으로 네게 달려있지.>

'.........'

<어쩌겠느냐?>

'............아직은, 돌아보고싶어. 하지만.'

<맺고 끊음을 명확히 하거라. 그걸 원한다면>

흐르던 눈물을 닦고.
그 품속에서 겨우 진정한 아이는
붉어진 두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조금은 더 빨리올거야."

그렇게, 소녀는 상처를 두려워 하며 사라졌다.
[#]

855 알케미스트 (DmndxVx8hU)

2022-04-26 (FIRE!) 21:26:23

"...갔구나."

저기 멀리, 떠나가는 소녀가 보인다.
손동작 하나, 발걸음 하나. 이슬처럼 떨어지는 미련이 여기서도 선명하다.

하지만, 느려지는 걸음이 끝끝내 멈추더라도, 그 발끝은 계속하여 떠오르는 태양의 반대편을 바라본다.

역마살(驛馬煞).
그것이 소녀의 업이며, 소녀의 생이겠지.
에제가 선택한 삶의 방식을, 자신이 방해해선 안 된다.
스스로가 타인의 끊어진 길을 잇는 사람이기에 더더욱.

짝. 알케미스트는 스스로의 뺨을 두들겼다.
조금 세게 쳤나. 아니아니, 이 정도가 딱 좋다.
이래야, 다음 만남에서 이별에 쓸 웃음을 아낄 수 있다.

알케미스트는 에제를 바라보았다. 지평선에 걸쳐서 마지막으로 뒤돌아보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을 크게 흔들었다. 혹시 거리 때문에 잘 안 보일까 싶어 다른 팔도 들어올려 흔들었다.
거기에 더해, 마지막의 마지막만큼은 기쁘게 장식해보겠다는 듯 활짝 웃었다.

"잘 가, 에제──!!"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했다.

"다음에 또 보자──!!!"

들렸을까, 모르겠다.
그래도 저 멀리 소녀의 그림자가, 푸훗 하고 웃은 것 같아서, 알케미스트는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소녀는 마침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태양을 등진 알케미스트에게 쓸쓸한 바람이 불어온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감상에 젖어있을 순 없으므로, 알케미스트는 스스로를 바로세웠다.

"자, 일해야지. 일."

소녀는 떠났다. 하지만 언젠가 돌아오겠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들어와, 아무렇지 않게 아침 인사를 건넬 것이다.

여태까지 그래왔으며.
그러기로 약속했으니까.

그러니 기필코, 다음엔 웃으며 배웅하리라.
알케미스트는 다짐했다. [#]

856 알케미스트 (DmndxVx8hU)

2022-04-26 (FIRE!) 21:30:31

[음, 이런 느낌으로 끗!]

857 이제닉 에제 코토이아 (ZadIgMYXyQ)

2022-04-26 (FIRE!) 21:48:50

[(박수)]

858 알케미스트 (DmndxVx8hU)

2022-04-26 (FIRE!) 21:49:46

[이예-이]

[수고하셨습니다!]

859 이름 없음 (tgmcHlYVlY)

2022-04-26 (FIRE!) 21:51:48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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