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론 해봄? 토론시간만 되면 각성하는 토론여포임. 아, 당연하게도 주장과 근거, 타당성과 공공선, 올바른 말하기 방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쏘-주 한 잔 걸치고 하는 그것과는 아주 거리가 있으며 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공격성을 드러내지도 않음. 공격성 있는대로 드러내고 싶었으면 굳이 토론이란 걸 할 필요도 없이 개인적으로 가서 개막말 쏟아내면 되는데 뭐하러?]
-> 훌륭함. 올바른 토론 방법을 지키며 나누는 건전한 토론만큼 건설적인것도 없음.
[난 토론을 경기라고 생각하고 임하는 거임 ㅇㅇ 최근에는 토론이 하기 힘들어졌다고 생각했음. 인간들이 책을 뒤지는 게 아니라 인터넷을 뒤져가지고 조?사를 해 오니까 논리라는 것도 없고 아예 주장과 근거 모두 타당하지 않음. 토론 이전에 대화 자체가 성립하질 않음.]
-> 허나 네가 정말로 객관적으로 판단했을때 '올바른 토론' 을 하고 있는가? 에 대해서는 제 3자의 입장인, 거기에 단편적인 정보밖에 모르는 나로써는 회의적임.
직설적으로 말해보자. 적어도 현재 평범한 인지범위 내에서라면 우리가 알고있는 형체가 없는, 추상적인 개념의 대부분의 것들은, 인류가 공통적으로 약속한 사항에 불과함. 물론 내가 모르는 곳에서 절대적인 사랑, 도덕 등의 이데아가 존재할지도 모르지. 허나 이것은 가정의 영역이고, 모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것은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논할 가치가 없다는것 역시 청새치씨라면 알고 있을거임.
도덕이란 것도, 윤리란 것도, 사랑이란 것도 전부 약속한 사항에 불과함. 어딘가에 우주의 절대적 진리로써 존재하는게 아님. 그렇지 않음? 거시적인 관점에서 봤을때 어딘가에 사랑이라는것도, 도덕이라는 것도, 윤리란 것도 존재하는게 아니라, 인류가 공통적으로 약속한 하나의 기준 또는 개념에 불과함. 형체가 있다면 호르몬의 일종이겠지. 그렇기에 정답이라는건 사실 존재하지 않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라는건 사람이라면 논할 수 없는 부분임. 즉 거시적인 관점에서 옳고 그른것은 없음. 허나 네가 말하는게 인류의 보편적인 약속기준에 따른 옳고 그름이라면, 몇몇 사항들은 분명하게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겠지. 허나 그것 역시 약속 기준에 대한 옳고 그름에 불과하지, 절대적 진리로써의 옳고 그름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음.
그렇기에 토론이 하기 힘들어진것 역시 팩트임. 세상은 갈수록 험악해지고 다양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내포하며 더 짧아지고 더 반지성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음.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지성인으로써의 자세가 중요함. 그렇지 않음? 인터넷을 뒤져서 조사를 해온다는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알겠음. 대충 나무위키같은거 흝어보면서 잘 모르는데 아는 척 하는거, 건전하지 못한 대화의 단편선일 뿐이고, 토론으로 발전하지 못하지. 양의 가죽을 뒤집어 쓴 늑대처럼 그건 공허한 외침에 불과함.
그러나 토론은 경기가 아님. 이 점은 명백하게 이해했으면 좋겠음. 토론이란건 하나의 사고방식을 넓히는 수단일 뿐임. 네가 안타깝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지성인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해보지 못하지 않았나, 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듬. 토론이라는건 네 말대로 이기고 지는게 존재하지 않음.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흥미로운 의견이군요. 허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런 방향으로~ 같은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지성을 넓히는게 건설적인 토론임. 어? 저 새끼 나랑 생각이 다르네? 열받네? 이겨보겠다고 말 꼬투리 하나하나 다 잡으면서 무지성으로 공격하는거는 너도 싫어하듯 토론이 아니지. 애초에 사상이라는건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기에, 허무주의적인 사상을 가지고 살아가는것도 낙관주의적인 사상을 가지고 살아가는것도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있는게 아님. 많은 대화를 통해 식견을 넓히고,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스스로 결정할수 있는게 중요한거지. 나의 삶이고, 나의 인생이니까.
후술하겠지만 내가 봤을때 너는 충분한 수준의 지성인과 건설적인 대화를 해보지 못한 것 같음. 그렇다면 네가 위로 올라가야 함. 세상에는 진심으로, 기대 수준 이하의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 존재하는 것 역시 팩트임. 밑에서 말했듯 성매매에 키득거리고 폭력적이고 뭐 그런사람들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허나 네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교양이 있고, 품격이 있으며, 지혜를 가진 사람들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
그렇기에 나는 네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봄. 어디 지방에서 거주한다고 밝혔는데, 내가 봤을때 그래서 그럼. 너는 아주 좁은 곳에 갇혀있음. 무지성적인 지방 혐오도, 한국 혐오도 사대주의도 아님. 세상은 굉장히 넓음. 네 주변은 어떤 곳이지? 네 말대로 무지성적인 사람들. 교양이란걸 갖추지 못한, 짐승 이하의 인간들로 가득한가? 그렇다면 네 기준에서는 돼지우리에 박혀있는것이나 다를 바 없겠지. 그러나, 우물 속 개구리가 어찌 세상을 판단할수 있겠음? 진흙과 오물로 악취가 풍기는 돼지우리 안에서 뒹굴며 저 바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역시 우스운 일임.
세상, 굉장히 넓음. 네가 알지 못하는 지성인들과 교양인들이 저 바깥에 있음. 그러니까 너는 계속 위를 바라보고 향상성을 가진 채 올라가야 함. 이건 네가 바라는 세상을 바꾸는 방법과도 맥락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을거임. 물론 그 안에서 지성인들과 교양인이 없지는 않겠으나, 주제를 벗어나는 말이니 함축하고.
그리고 네 주변이 돼지우리요 우물 안의 짐승들로 가득하다고 생각한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음. 객관적으로 네가 옳거나. 너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돼지우리요 우물 안의 개구리거나.
말이 길었음. 짧게 함축해서 얘기하자면,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보셈. 분명 너 자신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지성인들과 교양인들이 있으니. 그리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셈. 대화 할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기준점이 사실 나인지, 눈 앞에 있는 사람인지를 의심해야 함.
[2) 대학다님? ㅇㅇ 최근 전공을 바꾸고 싶어서 독학사 공부하는 중이다만]
-> 훌륭함. 멋있음. 공부도 힘들텐데 힘내셈.
[3) 철학수업 들어봄? ㅇㅇ 학교 커리큘럼이 개같아서 고학년땐 교양 많이 못 들었지만 중학생 때 서양철학으로 시작해서 동양철학 테크 탔음. 전공은 아님. 제일 재밌게 읽은 책은 <철학 콘서트>,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시리즈... 동양철학은 쩝... 별로 취향은 아니었음.]
-> 전공으로 공부하고 교수님들에게 서스럼없이 질문하면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보셈. 진짜 간단하지 않음? 네가 좋아하는 그런 책들의 저자도 만나서 서로 질의응답하는 시간 가질수도 있음. 재밌을거임.
그리고, 더 높은 대학을 가보셈. 계속 얘기하지만 세상엔 별의 별 사람들로 가득함. 누군가는 네가 들은 교양 이하의 질 낮은 수업을 대충 하고 휙 가버릴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그 수준 이상으로 널 가르쳐줄수도 있음. 전공이 아닌것도 동양철학 테크로 넘어간것도 어쩌면 대학이 별로 좋지 못해서,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네 지식욕을, 네 사고방식을 완전히 채워주지 못했을수도 있음.
님들 사실 똥으로 메주를 쑬 수 있음... <- 이러는게 그냥 어디 디시 유동이라면 설득력이 없겠지. 그런데 이거 말하는 사람이 어디 바이오학과 박사라고 생각해보셈. 좀 신빙성이 생기지 않음? 지표라는게 그런거임. 우리는 사람을 이해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함. 그 시간은 완전한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고, 생각했던것 이상의 결과로 돌아올수도 있음. 그러니까 올라가야 한다고 하는거임. 진흙더미에서 피어난 꽃을 찾는건 굉장히 어려운 일임. 하지만 푸른 숲으로 들어가면 꽃을 발견하는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4) 정신과 다님? 내가 상담사랑 의사 대차게 까는 게시글은 못 봤나... 난 쿨타임 돌면 상담사랑 의사를 욕하는 병이 있음. 그간 만나본 상담사랑 의사들이 나를 드랍하는 바람에 이렇게 됨. 제일 최근이... 아마 작년인가? 그럴거임 ㅇㅇ 참고로 지방에 어디 저기 시골떼기 사니까 좋은 병원 많을거야~ 같은 빈말은 안 해도 됨. 내가 병원 갈까 싶어서 시간나면 병원들 뒷조사하고 전화해보는데 응대는 물어보는 말에 답을 할까 말까 싶은 수준이고 오래 다니던 사람들은 이탈하는 추세임.]
-> 못 봤던 부분이 있었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함. 사과를 하고 싶음. 그리고 이것 역시 위에서 말했듯 더 넓은 곳으로 가보셈. 차라리 대학병원은 어떰? 아니면 정말 유명한, 환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병원을 찾는데에 시간을 들여보셈. 좀 멀더라도. 네가 그간 만나본 상담사와 의사에 대한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나, 세상에 상담사와 의사는 네가 만난 사람들만 존재하지 않음. 그간의 경험으로 판단하는 일은 굉장히 멍청한 일임. 누가 '나는 에메랄드를 본 적이 없으니 그건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것과 '내가 만나본 사람들은 다 멍청이라서 너도 멍청이일것이다' 라고 말하는것은 별반 차이가 없는 의견임.
[그리고 상담이나 진료를 받기에 내 위치는 대단히 애매한 상태임. 자, 모처럼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친절하게 말해주지.
- 상담을 하기에는 내 문제가 큼. 이건 상담사들이 직접 말했음. 상담은 대개 병원을 가보는 게 어떻겠냐- 라는 권유로 끝나거나 상담사가 말실수를 해서 파토나거나 둘 중 하나임. 그리고 나는 고등어 때 상담사를 쫓아낸 경력이 있음. (약속하건대 그 인간은 당해도 쌌다)
-> 위에서 말했듯이 대학병원을 가본다던지, 좋은 병원을 찾아본다던지 해보셈. 나쁜 인간과 무능한 인간만 있는게 아님.
- 병원 가서 진료를 받기에는 내 문제가 너무 작음. 생활습관에 문제가 있지도 않고, 운동도 할 수 있고, 그 당시엔 주6일 알바하면서 퇴근하고 암벽장 다니고 유기견 보호센터에 봉사활동 다니고 헌혈도 함. 마지막 병원진료부터 아마 1년 6개월쯤 지났을거임. 의사가 나를 "환자분... 너무 어렵네요(이마짚)" 해서 나도 그 병원 가는 걸 포기함. 가는 시간 편도만 2시간 30분, 대기시간 최소 1시간 30분, 상담시간 20분, 의사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뭐라는지 잘 안 들림(한 쪽 귀에 난청이 있어서)
그러고나서 갈만한 병원을 딱히 못 찾은 지금임.
- TCI & MMPI 검사상으로 당장 심각한 문제 없음
- 공격성에 대한 언급은 한 번도 없었음. 나는 내가 공격적인 거랑 화가 많은 거 모두 문제라고 얘기했는데 상담사나 의사는 나한테 공격적이라는 말 안 하더라고. 뭐?임]
-> 사실 이 부분이 굉장히 이해가 되지 않음.
병원 가서 진료를 받기에는 내 문제가 너무 작음 <- 본인의 문제를 굉장히 작다고 치부하는거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음? 말투가 좀 딱딱해서 화내는걸로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임. 네가 쓴 대로 살아가는게 맞다면, 너 굉장히 대단한 삶을 살고 있음. 진짜 갓생임. 인정함. 좀 부럽기도 함 ㅋㅋ 근데 그렇다면, 본인 문제가 너무 작다고 생각한다면, 왜 그거에 대해 매달리고 있는거임?
내가 봤을때 너의 문제는 네 사상으로부터 수반되는 고통임. 그렇지 않음? 그건 작은 문제가 아님. 너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남들과 다름. 그렇다고 건설적이냐? 그것도 아님. 괴로움에 발버둥치고 있잖음. 그렇지 않음? 아니라면 사과하겠음.
활자를 통해 남겨진 너의 기록의 일부분을 봤을 뿐인 나에게, 너는 그저 안타까워 보임. 세상은 왜 이렇지? 사람들은 왜 이렇지? 나는 이런걸 넘어갈 수 없어. 사람들은 너무 멍청해. 나의 지적 수준과 맞지 않아. 그래서 행동했더니 상처입어. 다 죽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런 나 자신도 싫어. 너는 이렇게 생각하는걸로 보임. 아닐수도 있겠지. 허나 내게 보인 너는, 위에서 언급한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그렇기에 진심으로 동정함. 그렇기에 이렇게 긴 말들을 남기는거임.
정신차리셈.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것 처럼, 세상 유일한 지식인이 너뿐인것처럼 굴고 생각하지 마셈. 그거 앎? 물론 너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굉장히 안좋을수도 있음. 그렇다고 인간들을 혐오하고 너 자신을 혐오하며 이곳에서 목소리라는 형태로 글자를 남기는 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음. 안좋아지면 안좋아졌지. 거듭해서 말하지만 세상은 넓음. 그리고 너는 분명히 문제를 가지고 있고, 네게는 크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음.
1번. 네 말대로 큰 문제가 아니니 신경쓰지 않는거. 큰 문제가 아닌데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 일 있음? 님 혹시 오늘 저녁메뉴 뭐먹을지 결정하는걸로 스트레스받고 다 죽이고 싶고 저녁메뉴 참견하는 사람들 다 때려부수고싶음? 그렇지 않잖음. 그거 정신병임. 진짜임.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스트레스 받지 말기를 바람.
2번. 본인의 문제를 온전히 인지하고 해결하려고 하는것. 단순히 살아만 있는건 죽어있는것과 다를바가 없잖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보셈.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치료를 받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보셈. 그러면 달라질거임.
[왜 친구가 없었냐? 이사 ㅈㄴ 다니느라 다 없어졌는데요...
대학다닐 때 왜 친구 없었냐, 주변인간 관계가 왜 파탄이 났냐, 하면 성매매하고 같은 학교 사람들 얼굴 몸매 평가하고 낄낄거리고 생각도 없고 지저분하고 술이나 담배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 쳐내고 나니까 일단 절반 정도 없어졌는데 내가 여자들이랑 놀기에는 일단 대화주제도 안 맞고 심지어 걸음걸이부터가 안 맞음. 그리고 사회생활하면서는 친구 안 만드는 게, 나는 누가봐도 특이한 인간이라 사적인 정보 주면 "니가 그러니까 그렇지~" 같은 말 돌아오는데 내가 여기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음. 솔직히 내가 이만큼 공격적인 데 비해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부분임(?)]
-> 사실 친구 없을수도 있음. 이건 뭐 큰 문제가 아닐뿐더러 주제와도 벗어난다고 생각하니 넘어가고.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저런 사람들 진짜 존재하고, 어울릴 가치가 없기도 함.
그리고 농담이겠지만, 만약 농담이 아니라면 누가 너를 사람이 아닌 것, 괴물인것, 어떤 자연현상인것 처럼 취급하는것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지 말고 '이만큼 참는 나' 를 대견하다고 생각하지 마셈. 진심임. 도덕과 윤리와 사회법규에 대한 너만의 기준이 있는거 아님? 누구한테 고무줄총 ㅈㄴ 쏘고싶다던지 '인셀' 이라는 참치어장의 규칙에 위배되는 논란될만한 단어를 쓰는건 도덕적으로 옳은건지에 대한 고찰을 좀 해봤으면 좋겠음.
그리고 애초에 혐오라는건 네게 옳지 않을텐데.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거 아님? 누가 특정 인종이나 사상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다면 너 그거 그냥 넘어갈거임? 아니잖음. 그런데 너는 어째서 무언가를 혐오하지? 이거, 굉장히 모순적이고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생각임.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긴 토론을 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논란될만한 주제는 사양하고 싶어서 말을 줄이겠음.
[아, 환경 바꿔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함. 하지만 그것도 돈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껄껄 원기옥 모으는 중이니까 너무 답답하게 생각 마라]
-> 훌륭함. 잘 하고 있음. 응원하겠음.
[그럼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1) 무언가 고발해본 적이 있나? 2) 사람이 죽는 것을 본 적이 있나? 3) 생태학 혹은 그 비슷한 것을 공부해본 적이 있나?
내가 허무주의에 빠져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 뭐, 내 잘못이긴 하다. 내가 아무렇게나 지껄여놓은 걸 보고 그렇게 생각했을 테니 말이지. 기왕 말 나온 김에... 내 생각이라는 걸 말해볼 테니 한 번 들어봐라.]
-> 1. 있음. 나 역시도 부조리에 맞서고 시위도 하고 이것저것 다해봤음. 좌절된 경험도 많고.
2. 차고 넘침. 내 아버지의 시체도 봤고 조만간 어머니의 시체도 보겠지. 총 맞아 죽은 사람도 봤고 칼맞아 죽은 사람도 봤고 내 눈앞에서 강도당해 죽은 사람도 봤음. 사고로 직접 내 눈 앞에서 죽은 친구도 있지.
이 질문에 대한 의미를 잘 모르겠는데, 아마 이런 경험이 있다면 어째서 너처럼 생각하지 않느냐? 라는거겠지? 아니라면 사과하겠음.
난 저런 경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좋음. 나는 그 어떤 사람에게도 한번의 기회는 더 주어야 한다고 생각함. 거듭 얘기했듯 사람은 정말 다양해서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으며, 달라지지 않는 사람도 있고 달라지는 사람도 있은이. 이런 관점에 대해서는 위에서 많이 얘기했으니 가벼이 넘어가겠음.
그리고 사실 허무주의에 빠져있다라는건 위에서도 얘기했듯 네 잘못이 아님. 그냥 나는 네가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생각을 해보고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는거지.
[난 요즘 세상에 순진함이란 죄악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 선행을 했으니 그걸로 됐다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제대로 효과를 봐야 선행을 했다고 한 건데 내가 어딘가에 후원을 했으니 선행을 한 셈 치고 행복을 얻는 사고방식은 술 마시고 행복해지는 알콜중독자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 없다. 그건 당연히 선행이 아니며 세상에 빚을 갚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어딘가에 흘리고 왔을 뿐이지. 철학을 했으면 인과를 바라보는 법을 알 텐데. 내 생각이 틀린가?]
-> 순진함은 결단코 죄악이 될 수 없음. 애초에 죄악이란것도 인간의 기준인데, 뭐 위에서 얘기했으니 넘어가고. 보편적인 기준으로써의 죄악 얘기로 돌아가보자.
그래. 네 말이 맞다. 선행은 효과가 있어야 좋겠지. 그게 아니라면 무의미한 탁상공론에 불과해. 허나 그 불신은 어디서부터 비롯된거지?
어딘가에 후원을 했다면, 그것은 그것 자체로 도덕적으로 옳은, 모범이 될 만한 일임. 허나 이게 누군가의 뒷주머니로 빠져나간다면 안타까운 일이지. 사기를 당한거고. 그러나 네 생각이 만약 유니세프같은곳에서 기부금의 일정치를 활동비라던지 사익을 위해서 쓴다~ 같은 생각이라면, 그거 잘못된거임.
단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익을 내기 위해서 기부금을 쓰는게 뭐가 잘못되었지? 네가 말했듯 사회운동을 하다가 굶어죽는거? 잘못된 일임. 그렇기에 단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용하는건 잘못된 일이 아님. 내가 유니세프에 1억 기부했는데 그 1억이 온전히 단체유지비용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그건 무의미한 일이 아님. 선행은 선행이고, 이것은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 결단코 자위행위가 아님. 세상을 바꾸는데, 거대한 바다에 물 한방울을 떨어트린것과 마찬가지인 일이고,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임. '나 하나쯤은' '나 한사람이 뭘 할수 있겠어?' 같은 사고방식의 폐해는 잘 알고 있을텐데?
세상에 빚을 갚는다? 나는 사실 이것도 동의하지 못함. 세상에 대체 무슨 빚이 있음?
물론 이해함. 세상 맘대로 써서 나무 맘대로 파괴해서 산소도 부족하고 북극도 녹고 어느 동물들 멸종하고 이러면 살아가기 힘들겠지. 근데, 그거 앎? 그건 세상에 대한 빚이 아님. 네 부모님에 대한 빚이지.
기본적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있음. 뭔가 중요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개인' 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건 정말 쉽지 않음. 어떻게 할거임? 너 혼자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어떻게 전쟁을 없애고 어떻게 사람들을 계몽시킬건데?
'집단' 이라 함은 '개인'의 무리이니 너는 너 개인으로써의 행동을 하면 됨. 막 특별하게 세상에 빚이 있고 그런 사람 없음. 그냥 단순한 일임. 내가 조금 더 쓰레기 맘대로 안버리고. 좀더 환경친화적으로 물품 쓰고. 그렇게 바뀌고. 나아가서 사람들에게 얘기하는거지. 그 사람들의 생각을 조금씩만 바꿀 수 있다면 되는 일이야.
교사가 되어서 아이들에게 이런 부분을 잘 가르쳐줘도 좋아. 네가 맡은 한 반 중에서 두명. 딱 두명이서 평생 아낀 쓰레기가 500g이라고 쳐보자. 말도 안되는 가정이긴 하지만. 진짜 별거 아니지? 몇톤단위의 쓰레기가 차고 넘치는데. 그 두 명이 자라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또 두명의 생각을 바꿔서 또 500g 줄여봤다고 쳐보자.
아니면 유튜버가 되어서 몇만명씩 보는 영상에 이런 생각을 얘기해서, 한 열명정도 생각을 바꾸게 할 수도 있겠지. 개인으로써의 삶이란 그런거야. 그게 소시민으로써의 중요한 역할인거고. 천한 직업이라고 무시하는 노가다꾼, 농부같은 일차산업이 있기에 생활이 이만큼 윤택해지는거야. 네가 생활하는 집을 짓는 사람이란건 필요한거고, 네가 쓰는 물품을 만드는 공장 직원들도 필요한거고, 네가 먹는 밥을 만드는 농사꾼도 필요한거야. 사람이란건 그렇게 살아가는거야. 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거고. 내가 바꿀수 있는 만큼의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가며 더 옳은 일을 하는거고.
그게 마음에 안 든다면 뭐함? 참치어장 당장 끄고 유니세프에 취직해서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걸 노려보셈. 아니면 유엔같은곳을 노려보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환경부에서 일하는걸 노려보던지. 그렇게 해서 승진하고 더 높은곳으로 올라가서 기관의 장으로써, 혹은 책임있는 자리의 리더로써 행동하면서 더 크게 세상을 바꿔보셈.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면 좋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철학으로 여겨야지, 학문 하고 논문 쓰고 석학들을 만난다? 그게 변화다? 변화가 뭔지 잘 모르는 것 같군.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 좀 봐라. 배운 놈들이 철학을 자기 입맛대로 개조해서 세상을 망치는 데 쓰고있지 않냐. 그런데도 살아가기 위한 고민과 내 행위와 그 영향에 대해 스스로 심판을 하자는 말이 아니라 철학이라는 학문을 하라는 말이 나온다면 그것은 조금 놀랍군.
살아가기 위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공부하기 위해서 살아가자는 말을 하려는 거라면... 난 그런 건 이미 졸업했다. 나한텐 다른 게 필요해. "위"로 올라가는 건 이미 의미를 잃었어.]
-> 요즘 세상 돌아가는게 왜? 네 말대로 전쟁과 빈곤, 기아와 마약중독으로 넘쳐나지. 허나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일의 전부인가? 누군가는 사랑해서 아이를 낳고 고마워하고, 누군가는 떨어트린 지갑을 주워주고 있어. 이런 사소한 일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지금 그 전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빈곤한 사람들에게 베풀어주고 있으며 마약중독자들을 치료하고 기아들을 위해 밥을 짓고 젖도 나오지 않는 엄마를 위해 죽어가는 아이에게 우유를 먹여주고 있어.
배운 놈들이 철학을 자기 입맛대로 개조해서 세상을 망치는데에 쓰고있다? 너무, 너무 편협하고 멍청하며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야. 그렇지 않아? 청새치 씨. 당신 어디 대학의 교수라도 돼? 아니면 내전중인 나라에서 살아가며 독재를 끝내기 위해 행동해야하는 레지스탕스의 리더나 그 일원이라도 되는거야? 정신차려. 그리고 부끄러워 해. 본인의 수준 낮음을, 틀림을.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부디 네가 저 위, 어장의 초반부분에서 언급했듯 반박하지 못하는 무지몽매한 수준 이하의 인간이 얼굴을 붉히고 화를 내는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에게 필요한건 심판이 아니라 자아성찰과 공부야. 당신은 살아가기 위해서 스스로의 내밀한 내면, 그리고 무의식과 마주하며 자아성찰하고, 다양한것을 배우고 행동하는것이 필요해. 그리고 그 행동이란것은 개인으로써의 심판같은게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건설적으로 하는거고. 위에서 언급한것처럼 소시민으로써의 행동도 있겠고, 취직해서 어디 단체의 일원으로써의 행동도 있겠지. 네가 위로 올라가는게 의미를 잃었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정말 안타깝다.
왜 위로 올라가야 하는가? -> 대답 없는 고민만큼 무의미한게 없기 때문이다. 더 많은것을 배우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에게 무궁무진한 가능성이라는 길을 열고 행동하는것이 너 스스로의 고민에, 너 스스로의 상처에, 나아가 세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 네가 바라듯 세상을 바꾼다.
그 다음엔? -> 바뀌어진 세상에서 사랑을 가지고 살아간다.
여기서 다시 왜? 라고 묻는다면, 네게도 왜? 라고 물을 수 밖에 없겠군. 너는 그렇게 세상을 바꾼 뒤에는 뭘 할 예정이지? 왜 세상을 바꾸고 싶은거지? 무슨 입맛에 맞춰 세상을 바꾸려는거지? 그 과정에서 결단코 '절대적인 모두의 행복' 이 성립하지 않다는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거지?
[어디갔는지 모르겠는데, 나도 맥주씨가 걱정돼서 하는 말이니 잘 생각해봐라.
논문은 이 세상에서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좁은 부분만을 다루는 물건임. 인터넷 못 믿겠으니 논문? 음~ 절대 안 된다. 책을 많이 읽어. 논문은 안 돼. 논문은 써서 제출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크게 없다.
수없이 많은 논문과 경험을 엮은 게 책이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지고 들려고 하지 말고 걍 닥치고 많이 읽도록 해.]
-> 이것 역시 부끄러운 생각이다. 책 만능주의만큼 아둔하며, 수박 겉핥기 식의 지성인의 가죽을 뒤집어쓰는 생각이 없음. 네가 인터넷을 못 믿는 근본적인 이유가 뭐지? 글쓴이를 모르기 때문 아닌가? 뭐하는 사람인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건지. 나아가 어떻게 하겠다는건지. 그런걸 알 수 없기 때문이 아님?
그렇다면 나아가서 보자. 학술지에 실릴 논문을 쓰는 사람이 누구지? 객관적인 지표가 있는 석박사 친구들 아닌가? 설마 내가 말한 논문이라는 걸 대학에서 찔끔 제출하는 논문정도로 받아들였다면, 애석하게도 내가 말하고자 했던건 그런게 아님을 밝힘. 그렇다면 그들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서 어느 지성인을 신뢰할 수 있지? 어째서 책이라는 형태로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지? 네가 나에게 따지고 들지 말고 닥치고 많이 읽으라고 할 만큼 내가 책을 많이 읽지 않은게 아님.
네 말대로 책, 훌륭하다. 허나 인터넷에도 책만큼 훌륭하지 않은 정보가 있는게 아니며 논문 역시도 책의 하위호환이 아님.
[전문성이 올라갈수록 논문에서 다룰 수 있는 범위는 점점 좁어지는 전문성의 역설이나 언급을 했으면 내가 이런 말을 안 해도 됐겠지만 어디까지나 노파심에 덧붙이는 말이니 이미 알면 그냥 무시해.
그리고 논문 한 두편은 이 세상에 영향을 못 줘. 고서를 번역해 안용복이 조선의 외교 특사라는 것을 밝혀냈지만 https://www.yna.co.kr/view/AKR20190521133800005 지금 독도를 뺏길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알겠지. <조선의 밀사 안용복> 이라는 책도 나왔다. 많은 학력을 쌓아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건 베이비부머 세대의 신기루임... 아직도 이걸 믿는다면... 유감.]
-> 논문이라 함은 네 말이 맞다. 굉장히 좁아지는 전문성. 그러나 이 우주의 신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지적 영역을 큰 원이라고 한다면, 그 큰 원에서 아주, 아주 작은 일부분의 범위를 넓히는게 논문이고 전문가들이다. 크게 보면 그 원은 늘어나지 않겠지. 하지만 그 아주 작은 것들이 모여서 지적 영역이 넓어지는거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한것 같으니 줄이고.
논문 한두편은 세상에 영향을 못 줄지도 모르지. 하지만 많은 학력을 쌓아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게 어째서 믿지 못할 영역이며 신기루라고 하는지, 나는 이해 할 수 없음. 진심으로.
아니다. 어쩌면 네가 '학력' 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너와 나 사이에 오해가 생겼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학력이라는건 지식을 내포하고 있고, 내가 중점을 두고 말하는건 지식임. 그리고 지식이란건... 힘이야. 지식이 있기에 세상은 변화했고 위에서 얘기했듯, 사람을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현재의 우리로써 객관적인 지표는 학력이고, 능력을 증명하는데의 첫 걸음이다.
그렇기에 학력을 쌓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서 세상을 바꾸는데 일조한다면, 정말 많은 걸 할수 있지. 그게 아니라면 소시민으로써 세상을 바꾸는데 일조하는걸로 만족해야 하고. 아직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면... 너 스스로 충분히 부끄러워 하기를 바람.
[이제 몇 명의 정치인으로도 몇 푼의 돈으로도 세상을 못 바꿔. 이미 멈출 수 없게 됐다.]
-> 그렇다면 어째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는거야?
[이런 세상을 살면서 이 정도 혐오도 못 느끼면 정신의 구성에 필히 문제가 있으리라고 본다. 도덕과 윤리가 망가진 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 분노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임. 각자 관심있는 분야가 다를 뿐이지.]
-> 바꿀수 없는 세상에 혐오감을 느낌으로써 무엇이 달라지는데? 결국 정신의 구성에 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거잖아. 모순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근데 먹고사니즘이랑 긍정심리학 들먹이면서 세상의 문제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사람들 입 막잖아, 안 그래? 피곤하니 바쁘니 어쩌니 하면서. 난 부정적인 얘기 하고싶어서 하는 거 맞음.]
-> 맞아. 입 막으려는 사람들 있지. 근데 그거 알아? 네 의견을 경청할 준비가 된 사람들도 존재함. 입이 막히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계속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 부정적인 얘기 하고싶어서 할 수도 있겠지. 충분히 이해함. 그러나 부정적인 부분만을 꼬집는건 네가 바라듯 세상을 바꾸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 적어도, 이 참치 어장이라는 공간에서, 나아가 별거 아닌 소시민으로써의 너 개인으로써 행동하는건.
부정적인 부분을 꼬집을 필요가 없다고 일갈하는게 아님. 다만 어째서 그렇게 회의적인지, 네 모순된 논리때문에 알 수가 없다. 네가 그동안의 부정적인 경험들로 세상을 '나만의 막대기' 로 판단하며 울분을 삭히는게 진심으로 안타까울 뿐.
나는 여기까지만 말하도록 할게. 제법 의미있는 토론이었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바라건데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이 시간들이 네게 좀 유의미한 결과로 남았으면 한다. 부디 네가 '나와 생각이 달라서 의견을 더 표출하지 않고 도망간다' 같이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 안녕. 다음번에 오게 된다면 사소한 잡담과 위로로 올 지도? 그럼, 좋은 일요일 보내.
다른 것도 할 말은 있긴 하지만... 일단 다른 것보다도 이거 하나는 먼저 짚도록 하겠음. 난 토론 토의 등등 말하는 걸 좀 중요하게 생각해서.
토론이 경기다? 라는 것은 토론에는 예절을 비롯한 규칙이 있다는 의미였음. 뭐, 너무 루즈해지지 않도록 장치해두잖아? 반박할 말이 떨어져서 어느 쪽에서 끝이라고 하면 끝이 나는. 솔직히 토론은 제대로만 했다면 이기고 지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함. 굳이 승패를 따질 수는 있음. 뭔가 배워갔다면 이긴 거고, 그래도 아무것도 못 배웠다면 진 거겠지.
그리고 이 부분이 아마... 잉 이새끼 왜이럼?? 싶었을 부분일 텐데, 차차 쓰겠지만 최근 들어 생각도 마음도 어느 한 부분이 고착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음. 그 정도는 부끄럽게 생각할 줄 안다. 그렇다고 스트레스 해소까지 하지 말라곤 안 하겠지? 인터넷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만든 데임. 딱히 고차원적인 정신활동 할 생각 없음... 그렇다곤 해도 맥주씨 말이 맞음. 며칠 정돈 이거에 대해서 얘기 하겠지만 내 정줄놓은 개소리에 이 정도로 정색빨았다는 것만은 창피하게 여기도록 해... 내가 특별히 허락하지...
정신상태... 아니, 이런것까지 말해줘야되나?? 싶긴 함... 하지만 개빡쳤으므로 반박을 하겠음. 1) 문제면 왜 고민함? 2) 문제가 아니면 왜 고민함? 이야... 이렇게 쉽게 말을 얹어? 이건 잘못했다는 생각 들어야지. 둘 다 성립할 수 있지. 난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데 의사가 쌩까면 둘 다 성립됨.
나는 분명히 나한테 문제가 있다 생각을 했음. 가서 상담사한테 얘기를 함 -> 상담사가 자기 선에선 안 될 것 같고 이건 병원으로 가야겠다 함 -> 의사가 진료 보지도 않고 "행색이 멀쩡하신데 뭐가 문제시죠?" 로 시작해서 개막말을 하고 괴롭힘만 ㅈㄴ 당하고 나옴 -> 거지같아서 다른 병원으로 옮김 -> "중증도의 우울로 보이시는데... 딱히 문제는 없네요?" 라는 기적적인 말을 듣고 병원 가는 것을 잠시 그만뒀음
언제부터인가 모든 게 혐오스럽고 무가치하게 느껴져서 "아 이거 정병이다" 하고 병원 갔는데 맨 처음 간 병원부터가 "정신병자들이 스스로 정신병을 알면 정신과가 왜 있어요?" 같은 강도높은 개막말을 들었는데 의사에 대한 신뢰가 버틸 수 있음? 그리고 난 창작을 해야 하는데 선 한 번 한 번 긋는 그 모든 일이 무가치하게 느껴져서 그냥 죽고싶음. 그냥 죽고 싶다고. 지금 당장 흔적도 없이 없어지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함. 그려야 되는 그림은 속에 쌓여만 가는데 그것들도 나도 썩기만 한다고.
분명히 아침에 필요해서 씻는 건데도 비누에서 불쾌한 냄새 나고(그럴 리 없음) 물이 징그럽게 꾸물럭 움직이는 것 같고(마찬가지로 그럴 리 없음) 강아지 고양이 사진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렇게 징그럽고 혐오스러울 수가 없음. 식물도 기괴한 생물처럼 보임. 세밀화를 밤새도록 재미있게 하던 시절이 진짜로 있긴 했는지 모르겠음. 식물 세밀화로 그림 시작했는데 이젠 식물을 싫어하는 인간이 됐다.
너는 내가 '어릴적 여자 일진에게 맞은 이후로 모든 여자가 싫어졌습니다' '특정 지역이 고향인 사람에게 사기당해 전재산을 잃은 이후 그 지역 출신 사람만 보면 치가 떨립니다' '나는 특정 인종, 특정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에게 폭언을 들은 이후 그와 동일한 모든 사람들을 혐오합니다' 라고 하면 뭐라고 할 거야?
신뢰, 잃을 수 있어. 근데 세상에 그런 사람만 있는거 아니라니까. 너 나한테 사람이 죽는 거 본 적 있냐고 물었지. 그럼 나도 하나만 묻자.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사람을 본 적 있냐? 난 봤다. 내가 프랑스에 있을 때 그 사람은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 싸우다 총맞고 죽었다. 거짓말 같아? 난 아직도 그 사람 이름 기억하고 있다. 내 눈 앞에서 사람이 죽던 모습. 그 귀를 찢는 총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
죽고싶은거 이해한다. 나도 삶에 풍파가 많았고 여전히 죽고싶다. 근데, 지금 너를 봐라. 내 말 어느정도 동의한다고 드디어 말 통하는 사람 만났다고 사과한다고 그러다가 갑자기 감정 조절 못하고 극대노해서 화내고 있잖아.
그거 방어기제다. 너 저 위에서 뭐라고 했어? 얘기하다가 할 말 없어져서 화내는 사람들 싫다고 했지. 지금의 네 모습을 봐. 네가 싫다고 한 그 사람들의 행패랑 뭐가 다르지? 변명, 자기 합리화, 공격, 감정 조절 실패. 그토록 혐오하던 인간군상의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는건 어째서지.
에라이 신경질이나 부리자. 인간 혐오.
달라지고 건설적인게 있으면 아무 말 안한다. 근데 달라지는거 없다, 그거. 그냥 정신병이야. 내가 앓고 있는거랑 비슷한. 너와 나의 유일한 차이점은 가라앉느냐, 적어도 위로 가보려고 발버둥 치느냐 뿐.
너는 인간을 싫어하는게 아니다. 그냥 상처받아서 울고있는거지. 도움이 필요한데 방법을 모르고 몇번이고 안좋은 경험들을 겪으며 이리저리 거절당하니 화를 내는거고.
뇌절해서 미안하다. 두세시간씩 걸려서 진심으로 조언해줬는데 돌아온 반응이 이러니 나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간다고 했다가 자꾸 뇌절하게 되네. 힘내라. 이제 정말 두번다시 레스 안남김. 네 어장을 더이상 볼 일은 없을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