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거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음. 그냥 비웃고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 같음... 교육수준은 계속 올라가는데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논리체계도, 검증하는 방법과 도구를 모두 거부하고 자기가 믿는 것만 믿겠다고 하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거임.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단순히 멍청해서 생기는 일도 아닌 것 같음... 왓더@
글고 지구평평설만 그런 게 아님. 정병이나 젠더이슈나 암튼 뭘 가지고 얘기해도 이런 패턴 많음. 아무런 증거도 논리도 없으면서 자기 말이 옳다고 빽 소리지르고 대화를 끊어버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확신과 고민 사이... 정말 어려운 주제 같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면 닥치고 후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확신은 점에 불과하지만 끝없이 나아가는 고민은 선도 면도 될 수 있음... 그러다 고민을 그만두고 확신에 안주하기로 하면? 지구평평설도 차별주의자도 될 수 있다는 거임.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자꾸 언급하는 이유... 창작자로서 괜찮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 사람이 젊었을 시절에 제법 진상이었고, 사실은 군수업체 집안 사람으로 엄청 금수저였고 뭐 그런 건 이제와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너무 귀해졌음.
나는 항상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데 예술이라고 생각해왔다... 이게 사회운동이 아니면 뭐냐.
난 그래서 현실의 문제를 완전히 외면하고 작가 자신의 욕망만을 이야기하는 메이드 인 어비스가 대작 소리를 듣는 것이 배가 아프고 눈꼴시다. 작품을 볼 때 항상 캐릭터가 변화하는 걸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 속 세상이 변하는 건 바라지도 않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감상자에게 최소한 길을 제시할 수가 있어. 단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은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발행된 모든 것들이 공통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전혀 특별하지 않다. 왜? 누군가는 꼭 좋아해주니까. 작품은 스스로 나아가려고 하기보다 감상자를 나아가게 해야 한다. 세계관이 깊어서 거기에 머무르게 만들면 안 되는 거라고...
그런 관점으로 보자면 메인어는 그냥 혼나기만 해야됨. 칭찬할 구석이 없어... 어비스의 생태계가 뭐 의미가 있기를 한가, 신비롭기라도 한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랑 비교하면 생태계를 다루는 시각이라는 게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음. 스튜디오가 잘 한거지, 작품 자체가 좋진 않다. 동화는 꽤 괜찮았다고 생각함.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이 많았을텐데 그런 것도 해놨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주인공 나우시카... 너무 이상적인 사람이고, 너무 이상적인 미래라서 나우시카가 주인공인 것이 작품을 더 어렵게 만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공감이 안 돼서 하차했다는 말을 제법 들었기도 했고... 애초에 영화화를 고려하지 않고 코믹스를 연재했다고 하니 당연히 영화도 망해서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공중분해 되어버렸달까...
(코믹스판 얘기) 개인적으로 나우시카 일행들이 진짜 주인공이라고 생각함. 나우시카는 작가가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미래인 거지. 나우시카를 만나서 일행이 된 사람들이 그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얼마나 평범한 사람들이었는지 생각하는 게 조금 더 공감이 된다. 나우시카 자체는 공감이 되기를 바라고 만든 캐릭터가 아닌 것 같기도 함.
이런 모습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까지 이어지고 있음. 마히토도 "죽음의 냄새"가 난다는 소리를 듣는다. 나우시카 코믹스는 8권이나 된다. 읽어보면 이 이상 짧아지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음... 스포일러 안 하는 선에서 말해보자면 나우시카의 고민이 세상의 비밀을 밝혀내기까지의 과정이 진행되는 속도가 적당했다는 말임. 그어살 러닝타임은 2시간 정도고, 순수와 죽음에 대해 말하기는 시간이 촉박한 게 당연함. 그러니까 어려운 것도 화나는데 불친절하기까지 해서 더 화난다는 사람도 어떻게 보면 맞게 본 거임. 2시간짜리 초고속 랩을 듣고 정신 안 나가는 게 이상하긴 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권 짜리라고 그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사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필수적으로 봐야 할 추천작으로 꼽진 않는다. 오컬트 지식이 부족하면 아마...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이 많을 거임. 염동력이니 염화니 하는 능력도 보통의 판타지에서 다루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고... 모르면 안 된다 하는 건 아스트랄 프로젝션이라고 해서... 좀 씹덕스럽긴 하지만 정신계를 여행하는 기술이 있워요. 이게 나우시카 전 권에 걸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음.
창작이 재미없어지는 데에는 세상이 미쳐돌아가는 것도 한몫한다고 생각함. 애니메이션이든 만화든 글이든 그림이든 뭐든... 좋은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잃는 거임. 그리고 그게 될 것 같지도 않다는 절망이 더 크니까 절필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곤 함. 사실 함정이다. 그런 "좋은 세상"은 누구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아무도 살아본 적도 없어서 그릴 수 없는 세상임. 그걸 그리는 사람이 작가가 된다.
근데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구원을 찾기 위해서 몇 번이고 작품 속에서 크고 작은 멸망을 그려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일까.
전자책으로는 속독이 어렵군... 문단이 이상하게 되어있어... 아무튼 러프한 독후감 간다. 그 전에 평평한 지구론으로 정정하겠음. 지구평평"설"은 내가 잘못 쓴 거임. 이런건 섞어쓰면 안 되니까...
우선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을 읽으면 남을 설득할 수 있는 확실한 무기를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해할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저자가 알아낸 건 대화와 존중과 경청이라는 것임... 그럼 그 다음으로 평평한 지구론자들의 위험성을 궁금해할 것 같다. 이것도 결론만 말하자면 그렇다. 평평한 지구론 자체는 500년쯤 뒤처진 사고방식이라는 것만 빼면 뭐 해로울 게 있는가 싶겠지만 그들은 실제로 학회를 개최하고 모금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매번 새로운 회원을 데려온다는 점이 위험하다는 거다. 사람들을 의심 속에 빠뜨리고 그 이후에 관여해서 평평한 지구를 "믿게 만든다"는 점이 나쁘다. 뭘 주장하고 공부하든 일단 학회인 이상 존중받아야 할 테지만 과학적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평평한 지구론이 옳다는 증거만을 수집하는 이상 사이비 집단이라고 봐야 한다. 이들은 사이비 종교단체처럼 둥근 지구론을 믿는 사람들을 "포섭"한다. 그들이 세력을 늘리는 방식은 책에서 확인하면 좋겠다...
진지하게 여러번 읽어도 좋을 책임... 하지만 과학적 사고를 가지고 있고, 자기 의견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능력이 있는 증거를 수집하고 수용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과학자라면, 연구하는 방법을 안다면 굳이 소장할 필요까지 있을까 싶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각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믿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게 독후 활동으로 가장 바람직하지 않겠나 싶다. 평평한 지구론자들은 둥근 지구론을 믿는 사람들을 부드럽고 침착하게 공격할 수단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무방비하게 당하고 싶다면야 말리지 않겠지만...
한국 한정으로 소장가치가 없다고 본다. 저자가 아주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얘기한 끝에 몇가지 에피소드를 실었단 말이지. 당연히 과학자와 몇 시간이고 몇 번이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 대화를 버틸 지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에 실렸을 거다. 애초에 그만한 인내심과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논쟁할 기회 자체가 흔하지 않고, 미국인과 한국인의 대화 패턴은 너무 다르다. 책의 내용은 유용하지만 한국에서 적용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널리 읽혀야 하는 책이다...
사실은 당연한 이야기다. 어떻게 논쟁하라고 가르치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정해진 방법대로 논쟁하는 것은 단지 연극에 지나지 않는다. 논쟁을 가르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것이 돌발상황을 두려워하는 겁쟁이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사실에서 도망쳤을 뿐이다.
논쟁을 견디는 능력은 스스로 길러야 한다. 다만 존중해야 하고, 그것은 부드럽고 침착하게 말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두가 내 의견에 동의해주는 안온한 세계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모험하는 데서 오는 성장통이라는 것만을 알려줄 수 있을 뿐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그것이 이치에 맞는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도 존중이고, 내 의견과 상대방의 의견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존중이다. 공존할 수 없다면 동등한 자격으로 결투하는 것도 존중이다. 그러한 존중 끝에 세상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는 의견을 도출하고자 하는 의지를 잃지 않는 것이 최상의 존중이다.
무조건 동의해주는 건 존중이 아니다. 자기 의견에 동의하도록 만드는 것 역시도 존중이 아니다. 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평평한 지구론자들을 보면서 궁금했던 점 여러가지가 해소됐음. 500년 전의 무지했던 인간들처럼 "갇혀있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이 됐다. 그 사람을 갇히게 만든 것이 사회로부터의 소외든 충격적인 사건이든...
사실 이런 시대가 올 거라고는 생각했다. 다른 학문에 대해서 기이할 정도로 공포감과 혐오감을 드러내는 학생들을 보면서, 더욱 더 전문화되고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분야와 전문가들을 보면서, 실제의 경험이 아니라 주입식 교육에 의존하는 이 시스템 자체가 바보를 만든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면 지성체로서는 끝장이라는 걸. 티비와 스마트폰이 잘못한 게 아니다. 정보를 얻는 경로가 평평한 액정일 뿐이라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거다.
암튼간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서 자기 말만 옳다고 농성을 하고 앉아있는 인간을 어떻게 꺼낼 것인가... 그것은 대화와 존중 뿐이라는 게 다소 힘 빠지는 결론이긴 하다. 사실은 나도 뾰족한 수를 기대했던 거다. 그런 게 없다는 것만 다시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과학적 사고를 부정하는 사람들과 싸우지 않으면서 싸워 이겨야 한다는 현실이 막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