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그럼 사당이랑 아이템 위치 알려달라고 하는 건 괜찮은거임? A ㅇㅇ 찾겠다는 건 이미 정해졌잖아. 자기 의지대로 목표 설정 했으니까 디테일한 조언만 달라고 하는 건 괜찮음
가령 동쪽, 산, 깃발 뭐 이런 키워드를 받았다 치자. 사람들이 여기서 많이들 오해하는데... 내가 목표를 설정해서 조언도 있는거임. 목표를 정하지 않으면 검색이 안 됨. 내 의지로 점 보러 와서 키워드 얻어간 거임. 동쪽 산으로 가는 것도 결국 나인 그런 상황이 이상적임.
그리고 전쟁에 대한 태도가 어떨지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가 자서전적인 성격이 없는 것 같은데 있다고 하는 것도 알 것 같음. 주인공의 부친이 군수업체 공장을 끊임없이 언급을 하거든. 돈이 엄청 많아보인다. 그런데 주인공이 거기에 관심을 갖지 않음. 이게 소극적으로 보여서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는데... 아마 자기 유년기의 무력함과 지금의 무력함이 같이 들어간 게 아닐까 싶음. 자기가 느꼈던 무력함과 창피함을 드러내는 걸로 조금이나마 사과하려고 하는 것 같다.
모르면 좀 어려울 수 있는 부분 (강스포임. 영화 봤는데 미야자키 하야오를 몰라서 히미의 캐릭터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했던 사람만 보셈)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기 집안이 전투기 팔아서 부유했던 것을 평생 부끄러워한 사람임. 여태까지의 작품들이 전부 자연을 향하고 있었던 게 일단 그 증거고요... 자기의 소극적인, 그러니까 애니메이션 만드는 거, 인터뷰로 목소리 내는 거 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숨긴 적도 없음. 오히려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하는 작품을 해왔다. 무튼... 저택을 보고도, 차로 데려다 준대도, 원수를 갚아준대도, 학교 가지 않아도 된대도, 자기를 위해 큰 지출을 했대도 전혀 기뻐하지 않는 주인공의 태도로 드러나고 있음. 대꾸는 커녕 신경도 안 써. 부친의 값비싼 정장(하루에 300엔 정도 지출할 수 있는 사람이면 당연하겠지)에 새똥을 잔뜩 뿌리는 것도 심술이 아닐지.
이전까지의 작품에서 생물학적인 엄마가 나온 적은 없다는 걸 눈치채기 어렵긴 하다. 되게 자연스럽거든. <모노노케 히메>에서 산이 모로를 '엄마'라고 부르긴 하지만 실제로 엄마는 아니다. 모로가 산을 키워주긴 했지만 늑대가 인간을 낳진 않으니까. <이웃집 토토로>에서는 친모가 나오긴 하지만 엄마가 나오는 장면은 거의 없다. 엄마 보고 싶다고 징징대는 메이를 데리고 어떻게든 해야 하는 사츠키가 나오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나우시카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우시카는 고아가 된다. 아마 이게 미야자키 하야오 스스로도 고민을 많이 됐을 것 같음. 작가 본인부터가 '엄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거임. '전쟁'을 긍정하는 '엄마'를 말이지... 히미가 펠리컨을 쫓아주긴 하지만 와라와라까지 불태우는 모습이, 그런 모습을 보고 그만두라고 소리치는 마히토가 그런 관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일단 내가 알기로는) 처음으로 친모와 계모가 같이 등장한다. 아마 미야자키옹 본인이 자기 유년기를 어떻게든 소화를 한 걸로 보여짐. 그게 용서일지 뭔진 몰라도... 이 지점에서 다시 작품 생활을 시작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음. 나는 이 사람이 은퇴를 번복한 계기를 알 것도 같어... 히미는 감독 자신에게도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일 것 같다. 관객에게는 당연히 알기 어렵겠지. 숙제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당신들도 풀어보라고. '전쟁'을 긍정하는 '엄마'를, '악의'를 당연시하는 '세계'를 어떻게 생각할 건지,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의외로 그어살 별로라는 사람이 많네.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같아서 불편한 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 되게 불친절한 영화긴 했다. 진짜 빡친 것 같았음... 편집도 그렇고 구성도 그렇고 헤어질 결심 이해 안 된다는 사람은 그어살 봐도 비슷할 것 같다. 그... 스토리 전개하는 방식이 약간 가우스 함수 보는 것 같거든요... 맥거핀을 쌍절곤 돌리듯이 해...(이 표현 써먹고 싶었음 ㅈㅅ)
이제 약간 냉정해져서 하는 말인데, 이 사람이 오컬트적인 요소를 적당히 쓰는 편이었단 말이지? 그어살은 상당히 불친절하고 괴팍한 연출과 전개에 고통받는 수가 생긴다. 일일이 설명을 안 해줘. 에? 어? 응? 네?? 이러다가 나올 수가 있다고... 이걸로 지브리 미야자키 하야오를 입문한다? 음... 그럼 만족하긴 어렵다는 것을 각오해야 하겠다... 하지만 교양을 쌓는다 생각하면 그런 차원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봄. 애니메이션에서 변신 안 하고 기술 이름 안 외치고 현실의 일만을 말하면서 이만한 파워를 내기는 힘들거덩.
나는 이 작품의 마지막 대사가 지브리 팬들에게 하는 말로 들렸다. "저기서의 일을 기억하고 있냐"라든가, "잊어버리고 살아야 한다"라든가, "잘 있어라, 친구야" 라든가.
어떤 사람이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만 50번 봤다는 말에 "내 영화만 그렇게 많이 보면 어떡하냐"고 인터뷰한 적도 있다는 게 생각이 났다.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나라고, 지브리의 마법세계에서 떠나라고 말하는 것 같애... 떠나서 어른이 되라고, 탑을 쌓으라고. 그래서 돌탑도, 건물도 무너져 없어지는 결말이 아니었을까. 여태까지 자기 영화를 허투루 본 게 아니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했다. 뭔지 잘 모르겠으면 강철의 연금술사 엔딩을 생각하면 될 것 같음. 에드도 결국 진리의 문을 포기하고 악의가 가득한 세상으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온 것처럼.
아, 새 무서워하는 사람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보면 안 된다.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좀 있는데, 약혐 주의...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고어조아맨인 내 기준이니까... 일반인 기준으로는 꽤 혐오스러울 수 있는 묘사고, 새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패닉 올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