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답사가는 버스 안에서 "니 저거 하얀거 뭔지 아니. 저거 마시멜로잖아... 밭에서 수확해가지고 공장가서 썰어가지고 나오는 거야, 그거." 이러고 개소리하면서 애들 놀리는 맛이 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좀 슬픈 것이 아닌 것 같으면 '아니지 않아요?' 아니면 뭐 '그거 맞아요?' 해야되는데 그렇게 못하고 걍 눈치만 봄.
맞춤법 대마왕 출신인 나지만 언제부터인가 생각이 좀 바뀌었음. 맞춤법에 발작하는 애들은 예민하고, 맞춤법을 걱정하지 않는 애들은 둔함. 단, 맞춤법도 틀린 주제에 자기가 맞다고 우기는 애들은 논외다.
그냥 맞춤법을 신경쓰고 말고가 사람의 특성인 거임. 건조하게 패 보기도 하고, 열불을 내면서 패 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한 두대 넣어보기도 하고 했지만 신경을 안 쓰는 일에 신경쓰게 할 수는 없었음. 맞춤법은 앞에서 사람들을 이끄는 법이 아니라 사람들을 따라가는 법이라고 생각함. 수많은 맞춤법 경찰들이 사전을 법전쯤으로 여기지만 사전도 사람들의 변화를 수용하는 한 권의 기록물인 거임.
나한테 맞춤법 틀리는 사람이 좋냐 싫으냐 물으면 여전히 맞춤법을 심각할 정도로 틀리는 사람은 싫음 ㅇㅇ 나는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다채로운 어휘를 냠냠 하고싶기 때문임.
맞춤법 틀리는 사람이 잘했냐 못했냐 하면 잘했다고는 못 하지. 근데 못했다고 할 일도 아님. 4년제 나와도 틀리는 놈은 틀리더라. 심지어 석박사여도... 공포의 초등학생 시절에는 어떤 어른이 맞춤법 틀리면 달려가서 죽창으로 찔렀지만 딱히 바뀌는 게 없었음. 애고 어른이고 그냥... 누군가 맞춤법 틀리는 것을 막는다? 발상이 잘못됐음.
열등감 엄청 심한 애들 있는데 사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열등감도 오냐오냐 해주니까 생기는 거임. 그런 식으로 살면 누군가는 거기에 좋은 거든 나쁜 거든 관심을 준단 말이야? 그러니까 열등감이라는 쓸데없는 스탠스가 형성이 되고, 이게 아예 태도가 되는 거라고. 이거 일종의 환자 코스프레 같은 거임. 우울증은 병인데 열등감은 말 그대로 기분임. 자기 기분을 태도로, 심지어는 방어기제로 쓰는 게 이게 맞는 거야? 맞긴 해. 정신 돌아올 때까지 맞아야됨...
본인 사고나 감정이랑 열등감이랑 분리가 안 되는 사람이 있음. 이것도 세상의 풍파를 정면으로 한 번 맞아보시면 다 씻겨져 나간다 이거야. 현생 사세요. 열등감 그거 방구석에만 있어서 생기는 거임. 그게 실제의 방구석이든 마음의 방구석이든 어딘가에 짱박혀서 고개 파묻고 자기 생각에만 빠진 거임.
'나는 잘 해야되는데 못하고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못해야되는데 다 잘해' 라는 게... 이게 말이야...? 이딴걸 말이라고...
열등감으로 동정표 받으려고 하면 제정신 돌아오게 아주 후드려패야됨. 그렇게나 정직함을 추구하셔서 열등감에 빠지신 분이 동정표로 쉽게쉽게 가려고 하면 안 되잖아요? 세상의 인정을 받는 것은 운이라지만 세상으로부터 내가 뭔가 얻어가는 과정은 아주 정직하거든. 한 치의 거짓이 없거든.
작가라는 사람들도 사람들이 자기 알아주지 않아서든 여러가지 이유로 열등감에 빠졌다고 하는 사람들 보면 무슨 이상한 선민의식 있음. 맞는 말도 아님. 걍 자기는 돈 ㅈㄴ 벌고싶을 뿐인데 그게 안되니까 내리막길 온거고 사람들 비위맞추기는 싫고 그걸 슬럼프라고 포장함. 그런거 보면서 인정할건 해야겠다고 다짐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