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뭔가 깨달았음. 사람이 어휘력이 딸린다고 하는 건 상황에 따라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인데,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같은 말을 다르게 표현할 수 없을 때가 그렇다.
누구는 "너 말을 또박또박 잘하네" 라고 말하고, 누구는 "너 발음이 정확하네"라고 말하고, 또 누구는 "딕션 쩌네!"라고 말해야 어휘의 생태가 건강하다고 할텐데, 다 똑같이 딕션 쩐다고만 해. 남들이 쓰는 말을 똑같이 쓰고있어. 그래서 요즘애들 때와 장소 못 가리고 눈치 없다고, 하나같이 어휘력 딸린다는 말이 나오는 것임. 이런 판단이 적절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기성세대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거임. 왜? 예전에는 인터넷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없었거든. 지역따라 쓰는 말 다르고, 집집마다 다르고 그랬거든.
대중매체와 온라인에 의해 유행어의 성질을 갖게 된 어휘, 약해진 학력 중시 문화와 떠오른 반지성주의, 줄어든 언어매체의 중요성까지... 국문씨는 단지 다르게 표현하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할 말도 제대로 꺼낼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 또는 같은 단어를 다양하게 해석하지 못하는 게 더 문제인 것 같다
유행어의 성질을 갖게 된 어휘... 아, 나는 이것도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 무슨 단어를 골라 사용하든 그냥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처럼 해. 근데 자기들은 자각이 없겠지? 그게 좀 안타깝긴 함. 말을 골라낼 줄도, 어떻게 꺼내야 할 줄도 모른다는 것은 개인들이 알아서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고 봄. 어휘력은 고민의 깊이와 양과 질에 비례한다. 예술이 사치가 아닌 이유이지.
솔직히 어휘력 문제 태반은 생각의 깊이랑 관련이 있다고 보는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이라고 하면 정상적인 사고과정을 거친 사람은 심심하다의 뜻을 몰라도 일단 찾아볼 생각을 하지 욕부터 박지 않음. 이번에 희생자 논란도 마찬가지인게, 희생자라는 말을 쓰면 무슨 희생자라는 말을 쓰냐고 하지 말고 재난에 희생당했으니 희생자라는 건지, 혹은 희생자에 사망자의 뜻이 있는지 찾아볼텐데 아무래도 무식하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낄 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진 거 아닌가 싶다...
>>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 다 논란거리가 될 말이 전혀 아니었어... 또 비슷한 일 하나 말해줄까? 스우파 끝나고 이른바 팝핑논란이라는 것이 있었음. '원래는 팝핑이지만, 팝핀이라고도 쓴다'라고 설명해서 문제가 될 것이 없었는데 여기에 '무조건 팝핑이 맞지, 무슨 말이냐'하고 현직 댄서들이 벌떼같이 달려든 사건임. 팝핀현준까지 나서서 지원을 했지만... 음... 그냥 상처만 남았다고 생각함.
팝송 좀 들어봤으면 -ing을 'in으로 축약해서 쓰는 일은 매우 흔하다는 것을 알았을 거란 말이지? 라임 맞추느라 그랬을 수도 있고, 말맛을 살리려고 그랬을 수도 있지. 아이고, 나는 이게 논란이 될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