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아무도 말을 안 들어주는 세상에서 내가 통제감을 되찾으려면 방법이 자살밖에 없는 건 알아. 말로 해도 백날 들어주질 않아. 내가 죽고 싶다고 말로 해야지 그나마 신경을 쓰고 반성하는 척이라도 하고. 밥 안 먹여주고 내쫓겠다는 말도 이젠 지친다. 그렇게 내 존재가 싫었으면 낳았던 것부터 싹 다 후회하던가. 근데 난 정말 죽고 싶지가 않아. 죽고 싶지 않았단 말야. 상처도 나지 않을 정도로 무딘 날로 약하게 긁었을 뿐인데 살갗 긁히는 감촉과 남은 따가움이 너무 무서웠단 말야. 머리가 찌릿찌릿 울리는 거 같아서 도저히 사람이 자기 의지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걸 믿지 못하게 됐어. 사람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자살하는 결과로 될 수 있는 선택을 할 뿐이고, 무섭고 화나고 슬프고 아파 죽겠어서 죽음을 걱정하는 이성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에서만 죽을 수가 있어. 이성적인 상태에선 아예 죽음의 공포조차 이겨낼 정도로 이성적으로 자해를 선택하는 게 아니고서야 할 수가 없다고. 아예 기분에 맡겨 죽어 버릴 만큼 감정적이지도 못하고 죽음에는 잔뜩 겁먹어 있어서 내가 유일하게 벗어나는 방법이 자살인데 자살할 수가 없어.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있다면 난 앞으로도 자살하지 못할 거라서 안심해도 돼. 그렇다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난 살아지니까 살아지는 거지. 영원히 한심한 사람으로.
통제하고 싶어. 내가 원하는 대로 느끼고 살아가고 싶어. 내가 원하는 환경을 스스로 갖추고 싶어. 지금 난 물 밖에 있는 물고기처럼 숨이 막힌단 말야. 난 당신 닮아서 이런 성격이 됐잖아. 당신이 바닷물이 담긴 어항에 날 처넣어 넣고 아직 아무 것도 이해가 안 돼? 늘 자기만 옳고 자기만 맞고 무슨 일 생기면 남의 탓 먼저 하고 보는 당신같은 인간을 누가 좋아해. 당신은 손님이면 진상이고 친구면 이용 대상이고 가족한테는 사랑 못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