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인간을 애도함은, 고인을 위함이 아닌 우리를 위함이었다. 떠나간 인간의 빈자리에 변치않되 추억하기위해, 남겨진 자들에게 결별을 선언케 하여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 였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은 우리가 죽어도 멈추지않는다 마왕. 그들은 우리가 하려 했던일을 기어이 달성하고, 용사의 죽음은 그들의 절망이 되지 못할것이다. 정말 오만하구나, 마왕. 네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인간은 질기다.
일단, 뭘 말하려는지 알겠어. 인류는 어리석고, 역겹고, 악하다는거지. 근데 그게 왜 현실세계 사람들이 죽어야 할 이유가 되는거냐? 네 가족들이 사고로 죽은거, 왕따 당하고 중퇴한거, 첫사랑이랑 찢어지고 바람나서 연락하나 못 닿은거. 전부 딱해. 그건 인정해.
근데 그냥 살고있는 사람은 왜 건드냐고. 야, 나도 불행한걸로 따지면 보통 아니거든? 일단 태생부터가 고아에, 교회 은사님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첫사랑은 커녕 얼굴 화상 때문에 친구 하나 없었고, 아르바이트는 화상 때문에 편의점은 고사하고 막일 찾아서 몸 작살내가며 일하고, 동네 무료병원 검사 한번 해봤더니 허리디스크. 아주 가족 X, 친구 X, 건강 X, 그나마 모은 돈도 치료비용으로 나가지, 나도 불행으로 따지면 나는 씨, 마왕도 아니고 마신이야 인마.
왜 네 과거를 알고있냐고? 네 용사시절 동료가 다 말해줬다 등신아! 이세계 사람은 인연도 아니냐! 이거 말은 다 해놨으면서 지는 친구로도 생각안했구만?
나도 솔직히 다 박살내고 싶었어, 내 인생을 저주하다 못해 남을 저주한적이 셀수도 없이 많았지. 하지만 말이야, 우리한테 기회가 왔잖아. 이세계로 가고나서, 그 치트란걸로 좀 사람답게 살수있었잖아! 이런 기회조차 없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 제발, 제발 정신차리자. 현실세계는 우릴 죽이려들고 배척하려는 악마같은게 아니야.
꼭 무언가를 죽이고 부숴야만 자신의 가치가 변할거라 생각해? 이제 강해졌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제발, 멈춰줘.
네가 지금껏 이세계에서 쌓은 인연들을 위해서라도, 널 한번이라도 사랑해준 사람을 위해서라도, 널 믿어준 사람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지 말아줘.
제발 너 자신을 사랑해줘, 제발 너 자신을 용서해줘. 가족들이 먼저 가버린건 네 탓이 아니야. 왕따를 당한 것도 네 탓이 아니야. 첫사랑이랑 찢어진 것도 네 탓이 아니야. 전부, 네가 약해서 이렇게 된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