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가 태어난 지 한달 정도가 지난 시기였다. 아이바오는 푸바오와 함께 비공개 상태로 내실에만 있어야했고 오로지 러바오만이 판다월드를 홀로 꿋꿋이 지키던 때. 코로나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푸바오 공개 전(2021년 1월 초에 일반공개)이라 판다월드에는 관람객들이 별로 없었고, 수개월전 태어난 타이거밸리의 아기 호랑이 태범이와 무궁이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쏠리던 시기였다.
태어난 지 한달 정도 된 푸바오 케어에도 정신없었을텐데 나름 짬을 내어 러바오 방사장에서 가을을 준비 중이신 강바오님. 아직은 초록초록하지만 가을에 마법처럼 빨갛게 변한 댑싸리(코키아) 사이를 걷는 러바오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았을까?
00:20 가을이 되어 빨갛게 변한 댑싸리 사이를 걷는 러바오
02:10 나무에 오르는 러바오. 러바오의 매력이라면 가끔 평상시 하던 행동과 다른 모습을 보여 줄 때가 있다는 것. 나무에 올라 가지에 턱을 괴고 잠을 청하거나, 높다란 가지에 편안하게 자리잡은 후 바람을 맞으며 짧은 다리에 달린 새까만 발을 시계추마냥 까닥거리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지만, 이 시기에는 조금만 더 앞으로 움직이면 러바오의 몸무게를 견디지 못해 금새 휘어져버리거나 부러질 것만 같은 가지로 이동하여 곁가지들을 부러뜨리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드라마의 패턴이 지금은 많이 바뀌었는데, 예전에는 엄청 수동적이었어요. 아주 당찬 캐릭터가 사랑만 시작하면 자꾸 울고 슬퍼하고 갑자기 다른 느낌처럼 변하는 게 항상 답답했어요. 그 캐릭터를 잃는 것이. 그래서 그런 갈증이 늘 있었어요. 그런데 <봄밤> 이정인은 끝까지 잘 끌고 갈 수 있었던 캐릭터였어요. 이후에 <우리들의 블루스> 영옥이도 그렇고. 이제는 시대가 좀 바뀌었어요. 남자가 멋있게 다 해주고 이런 것들에서 이제 시대가 바뀐 거죠. 당시에는 ‘나는 지금 다른 작품을 하고 있는데 왜 그때랑 똑같은 걸 하고 있는 것 같지?’ 이럴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저는 저 보고 반갑게 인사해주면 너무 좋아요. 기차를 타잖아요. 기차가 지나가면 저는 무조건 손 흔들어 인사해요. 저한테 인사 안 해줘도. 너무 재밌잖아요. 저 사람은 어디서 왔고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냥 그 잠깐이 반갑잖아요. 그래서 인사 엄청 많이 해요. 손 많이 흔들어요.
순수했죠. 저는 그때가 좋아요. ‘언제가 좋았지?’라고 생각해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다 계시고, 별거 아닌 그냥 일상적인 일요일의 풍경이 생각나요. 그때가 제일 그리워요. <사랑이 뭐길래> 같은 주말 드라마, <짝> 이런 일요일에만 하는 드라마 다 같이 모여서 보고. 으하하하. 저 너무 옛날 사람이죠. 다 같이 모여서 깔깔거리면서 보던 기억이 너무 행복해요. 항상 그리워요. 다시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순수함이잖아요. 저는 아날로그적인 걸 더 좋아하고, 스마트폰보다 편지 쓰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지금 이 시대를 쫓아갈 수가 없어요. 너무 빨라. 저는 면대면이 좋아요.
오롯이 저로서의 편안함? 저는 일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서 작업하는 동안 내내 편안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지금 촬영은 다 마무리가 됐으니까 안녕의 선상에 들어온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음···, 사람이 아니어도 강아지한테도 정을 많이 느끼고, 헤어짐이라는 것 자체를 되게 힘들어해요. 그래서 조카들이 한 달 있다 갈 때도 가기 전부터 너무 싫어요. 그런데 한번 저희 친할머니, 제일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니까 표현을 훨씬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또 맞이할 순간인데 그때 후회할 것들을 남기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게 돼요. 엄마랑 투닥거려도 사과하고, 매일 애정 표현하고, 사랑 표현하고. 감정에 솔직해지려고 해요. 어쩌면 그게 가족에게 하기 제일 어려운 일 같아서. 그래서 제일 많이 하려고 해요.
외로움 많이 타는 사람이에요. 맞아요. 그러니까 혼자 있는 것보다 북적북적 내 곁에 누군가가 있는 걸 좋아하고, 옛날도 자꾸 그리워하나봐요.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로운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은 저를 외로움, 우울감, 이런 게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견디는 거? 잘 못해요. 하하하하. 알려주세요. 외로움 견디는 거. 그렇다고 나가서 친구들 만난다고 그 외로움이 채워지는 건 아니거든요. 가족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외로움도 당연히 있는 거고, 사랑을 하고 있어도 외로울 때는 외로운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저와 함께 늘 같이 있는 친구 같은 느낌의 외로움이에요. 예전에는 그 외로움이 ‘싫어, 안 외롭고 싶어’였으면 지금은 ‘나에게 외로움은 늘 있지. 같이 가는 거야’, 이렇게 친구처럼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나이도 찼고, 그러다 보니까 아, 내가 내면에 그런 게 있는 사람이구나, 바라봐주는 거죠. 인정을 하는 거죠. 그걸 ‘채워서 없애야지’ 하기보다는. 즐기게 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인정하게 됐어요. 그런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