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공허함은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과는 별개의 것으로, 물질적으로는 풍족하거나 외적으로 볼 때 성공적인 삶으로 보이더라도 내면적으로는 충족감이 없을 때, 오히려 더 대비되게 비어있는 텅 빈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느끼는 연대감이나 안정감만으로는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오롯이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채워야 하는 측면이 있어서 이러한 심리적 공허는 더 채워나가기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새해 계획을 세운다는 건, 내 삶의 목표나 의미를 잘 구현하고자 하는 포부와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 계획을 세우는 순간을 잘 생각해보면 내 삶을 더 좋게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자발성이 기반이 되어 있고 또 새로운 한 해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즐겁거든요. 저희가 재미있는 이야기에 웃을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한 해의 삶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때 생기는 그런 즐거움이 있는 거죠. 마치 풍선을 부는 것처럼 내 마음에 의미나 목표, 희망 같은 것들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마음을 가득 차게 채워서 한해를 시작하고 열심히 지내면서 연초에 세운 계획들을 다는 아니더라도 이뤄낸 부분이 있고 또 '나는 열심히 진행 중이야.'라고 느껴지신다면 연말에 꼭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나름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시게 될 텐데요. 연초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일상에 치여 정신없이 어떻게든 살다가 연말이 다가오면서 돌아보니 열심히 불어넣었던 의미와 목표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걸 발견할 때 저희는 초라하고 찬바람만 휑하게 부는 비어있는 마음을 느끼게 되는데요. 그것이 바로 심리적 공허감 그 자체이죠.
예를 들어 처음 가보는 낯선 길을 찾아갈 때의 10분과 익숙한 출근길을 갈 때의 10분은 상당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동일한 시간과 거리를 걸어도 낯선 길의 10분은 굉장히 길게 느껴지고 익숙한 길의 10분은 금새 지나간다고 느껴지거든요. 낯선 길을 갈 때는 길 찾기 지도도 찾아보고 맞게 가고 있는지 주변의 건물이나 가게들도 살펴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보들을 접하게 되고 새로운 경험을 가지게 되죠.
우리의 뇌는 외부 자극에 따라 변화하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자극이 오면 새롭게 연결되고 강화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창의력까지도 활성화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즉, 새로운 경험과 자극으로 뛰어드는 것은 주관적으로 시간을 길게 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올 초 계획했던 것들을 다시 살펴보시면서 여러 가지를 다 하시려고 하면 오히려 포기밖에 할 수가 없고요. 지금은 욕심은 줄이시고 행동력을 높이셔서 한두 가지만 선택해서 새로운 노력을 시작하시면 한 달여의 시간을 주관적으로는 훨씬 길게 사용하시며 공허한 마음을 좀 더 채워나가실 수 있을 거예요.
시간을 주관적으로 길게 느끼면서 쓰려면 가능한 직접경험을 선택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저희가 새로운 드라마를 보면서 보내는 1시간과 새로운 산을 등산하면서 보내는 1시간은 질적으로 굉장히 다르거든요. 물론, 드라마도 간접경험을 하도록 해주지만 내가 오감을 동원하고 온몸을 사용하면서 낯선 산을 오르는 직접경험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연휴 때 시리즈 드라마를 정주행 해보신 분들은 아마 더 확실히 느끼실 텐데 며칠의 시간이 굉장히 짧게 느껴지시지 않으셨나요? 그 며칠을 새로운 곳을 부지런히 여행하며 쓰셨을 때는 물리적 시간은 같더라도 주관적 시간은 훨씬 길게 느끼셨을 겁니다.